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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시한 삼성, 차 없는 현대차…CES에선 업종 장벽이 무너졌다

중앙일보

입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일(현지시간) 소비자가전쇼(CES 2022)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전시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일(현지시간) 소비자가전쇼(CES 2022)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전시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1.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부스. 세계 5위 자동차 회사지만 현대차는 이곳 1200㎡ 무대에 자동차가 아니라 로봇과 새로운 모빌리티(이동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방탄소년단(BTS)의 ‘아이오닉, 아임 온 잇’ 노래에 맞춰 로봇개 세 마리가 ‘칼 군무’를 췄다. 각각의 네 바퀴가 따로 움직이는 ‘모베드’는 비탈길을 가뿐히 오르내렸다.

#2. 그런데 ‘전자회사’인 소니 부스에선 자동차 두 대가 관람객을 맞았다. 전기 콘셉트카 ‘비전-S01’과 ‘비전-S02’다. 이 회사 직원은 “비전-S 시리즈에 소니 카메라와 센서, 5세대 통신(5G), 오디오 시스템이 녹아 있다”고 자랑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소니모빌리티’를 설립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비자가전쇼(CES 2022)의 막이 올랐다. 최은경 기자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비자가전쇼(CES 2022)의 막이 올랐다. 최은경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2)는 이날 코로나19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위축된 모습으로 개막했다. 2년 만의 대면 행사다. 참여 업체가 2020년의 절반 수준인 2200여 개로 쪼그라들었다. 행사장 곳곳에 비어 있는 부스도 있었다. 행사 기간도 하루 단축해 5~7일 열린다.

곳곳 빈 자리에도 한국 기업 성황

하지만 그 명성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센트럴홀(Central Hall)에 마련된 삼성·LG·SK·소니 등 유명 IT 기업 부스에는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미·중 갈등으로 위축되기는 했지만 TCL·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도 대형 전시관을 운영한다.

이번 CES는 ‘자동차를 전시한 삼성전자와 자동차를 내놓지 않은 현대차’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IT 기업의 ‘모빌리티 진출 선언’이 거셌다. 업종 간, 기기 간 경계를 허물어 미래 먹거리를 키우겠다는 글로벌 기업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CES가 헬스케어‧메타버스·로봇에 이어 식품·우주‧대체불가토큰(NFT) 같은 신기술을 ‘접수’하는 모습도 뚜렷해졌다.

소니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전기차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최은경 기자

소니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전기차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최은경 기자

삼성전자는 ‘미래차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차체 모형의 운전석에 앉으니 앞유리에 주행속도, 지도, 위험 알림 등의 정보가 나타났다. 차량 내부 카메라를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갤럭시 워치의 ‘삼성헬스’ 앱에 연동하면 차량이 스트레스, 졸음, 주의 산만 같은 운전자 상태를 감지한다. LG전자는 온라인 영상으로 미래 자율주행차의 콘셉트 모델인 ‘옴니팟’을 공개했다. 차량 내부에 냉장고·TV 등을 구비해 업무와 영화 감상, 운동, 캠핑이 가능하다.

모빌리티로의 ‘권력 이동’은 전시장에서도 드러났다. 주최 측은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들여 130만㎡(약 3만9000평) 규모의 웨스트홀(West Hall)을 지었다.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자동차 박람회장을 연상케 했다. 관람객은 테슬라의 전기차를 타고 지하 터널인 ‘베이거스 루프’를 통해 전시장을 오갈 수 있다.

소비자가전쇼 'CES 2022'이 개막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이 증강현실(AR) 기반 미래 운전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가전쇼 'CES 2022'이 개막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이 증강현실(AR) 기반 미래 운전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조 들인 새 전시장 주인은 자동차 업체  

반도체 회사인 퀄컴은 웨스트홀에 부스를 차렸다. 역시나 차량용 반도체와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등의 기능이 탑재된 디지털 콕핏(운전석) 플랫폼을 내세웠다. 한때 잘나갔던 스마트폰 브랜드 블랙베리도 지능형 차량용 데이터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AI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교통 예측 강화, 지능형 추천, 차내 결제 등이 가능한 플랫폼을 선보였다.

 두산로보틱스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카메라 로봇을 선보였다. [사진 두산]

두산로보틱스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카메라 로봇을 선보였다. [사진 두산]

삼성전자 부스, CEO들에게도 인기  

이번 CES는 한국 기업의 향연이기도 했다. 참여 기업·기관이 400여 개로, 역대 행사 중 가장 많았다. 현대차를 포함해 로봇 전시가 가장 늘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로봇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며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하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그는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CES를 찾았다. 두산중공업·두산로보틱스 등이 두산 전시관엔 30분마다 로봇이 드럼 공연을 하며 눈길을 끌었다.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선 ‘정주영 손자들’ 

기업의 수장들은 경쟁사와 다른 업종 기업 전시관을 부지런히 다니면서 새로운 협력 관계를 모색했다. 비스포크 갤럭시Z 플립3·더프리스타일·삼성봇아이(로봇) 등을 공개한 삼성전자 부스가 인기였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미래차 운행 시스템을 체험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등도 이곳을 찾았다.

삼성전자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비스포크 갤럭시Z플립3 제작 과정을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최은경 기자

삼성전자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비스포크 갤럭시Z플립3 제작 과정을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최은경 기자

정의선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고(故)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도 CES 무대에 데뷔했다. 정 대표는 “쉽빌더(조선소)’로서 지난 50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퓨처빌더(새로운 미래 개척자)’가 되겠다”며 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정 회장이 현대차 부스가 마련된 곳에서 50m가량 떨어진 현대중공업 부스를 직접 찾아 정 사장을 격려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우주·NFT까지 접수한 CES “단연 대세” 

친환경 역시 CES 2022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한종희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지구 환경을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을 강조했다. LG전자는 실물 제품을 전시하지 않고, 앱과 QR코드로 가상 체험하는 방식에 도전했다. 대부분 재활용 자재를 이용해 간소하게 전시장을 꾸몄다. SK그룹은 부스에 숲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의 계획과 비전을 밝혔다.

국내 기업 CEO들이 CES 2022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1.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AR 기반 미래 운전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 현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정의선 회장과 정기선 현대중고업 사장. 3. ICT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유영상 SKT 사장(왼쪽)과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연합뉴스, 각 사 제공]

국내 기업 CEO들이 CES 2022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1.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AR 기반 미래 운전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 현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정의선 회장과 정기선 현대중고업 사장. 3. ICT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유영상 SKT 사장(왼쪽)과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연합뉴스, 각 사 제공]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의 LG전자 부스. 앱과 QR코드를 이용해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최은경 기자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의 LG전자 부스. 앱과 QR코드를 이용해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최은경 기자

CES 2022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CES 2022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또 다른 행사장인 베네시안 엑스포 내 유레카파크에서는 220여 개의 한국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자랑했다. 코트라(KOTRA)·서울시·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 등도 이곳에 부스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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