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41만명 접종 2주 후 확진 '0명'…"예방효과 100%" 의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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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고령층에서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100%로 확인됐다고 발표하면서 관심이 쏠린다. 이를 두고 백신 접종이 확진자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걸 시사하지만, 관찰 기간이 길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9일 국내 75세 이상 접종자에서의 코로나19 예방 효과 결과를 공개했다. 이 분석은 백신 접종군과 비접종군에서의 코로나19 발생 건수를 측정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20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차례 접종했는데 효과 100%

접종 대상자 중 75세 이상은 389만6634명으로, 접종 전 확진된 6902명을 제외한 388만9732명 가운데 이달 14일까지 한 차례 접종한 이들은 41만3570명이었다. 이 중 코로나 확진자는 6명으로, 접종자 10만명당 발생률은 1.5명으로 조사됐다. 백신 종류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 1명(10만명당 0.6명), 화이자 5명(10만명당 2.0명)이었고 두 백신을 맞은 이들 모두에서 접종 후 14일 지난 후로 확진자는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75세 이상 중 미접종자 347만6162명에선 확진자가 550명(10만명당 15.8명)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접종군과 미접종자의 발생률비(1-(접종자 중 10만명당 발병률/미접종자 중 10만명당 발병률))를 계산했을 때 예방 효과는 90.5%로 볼 수 있다. 2주 지난 후로는 접종자군에서 확진자가 없는 데 따라 효과는 100%로 확인됐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1분기 65세 미만 요양시설 등의 환자, 의료진 등의 7주간 확진자 발생률을 따져봤더니 접종 효과가 아스트라제네카 90.4%, 화이자 100%로 확인됐다.

20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앞서 화이자는 3상 임상시험 당시 예방 효과를 95%로 평가했는데 변수가 많은 실제 세계에서 더 높은 효력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해도 될까.

전문가들은 관찰 기간이 짧은 등의 한계를 고려해 신중히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분기 접종자의 경우 접종 후 2주가 지난 뒤로 5주 정도 관찰할 기간이 있지만 2분기 접종자는 기간이 짧다. 최근 접종자일수록 2주가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백신 접종자는 접종 후의 기간만 관찰하고, 미접종자는 해당 시기 전체를 경험하게 돼 관찰 기간도 다르다”고 말했다. 접종군의 경우 대조군(비접종군)에 비해 코로나가 발생할 시간이 다소 충분치 않았을 수 있단 얘기다.

20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관찰기간 짧아 한계”

정 교수는 “국내에서 최초로 제시된 백신 효과 연구로 최소한 백신 접종이 국내에서도 확진자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과장된 인상을 줄 수 있어 해석상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1분기 대상자의 경우 상당수가 의료진임을 감안하면 “미접종군보다 철저한 관리를 받거나 건강항태가 좋은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과 이스라엘에서의 효과를 보면, 접종이 확실히 코로나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란 건 맞다”면서도 “잘 통제된 임상과 비교하면 연구 방법에 있어서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접종받은 사람과 아닌 사람이 동일하게 노출돼야 하는데 연령대, 성비, 행동 특성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비교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접종 후 두 달 정도 충분히 모니터링한 다음에 효능을 봐야 한다”며 “접종 직후 단기간에는 충분히 노출이 안 돼 환자가 생기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백신의 효과를 눈으로 제시하는 연구는 신뢰도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면서도 “좋은 결과와 최고 조건의 수치만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더 정제된 결과를 제시하는 게 좋다. 많은 고려사항을 생략해 의도가 오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전용주사기로 신중히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9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전용주사기로 신중히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주마다 분석해 공개 예정 

당국도 이와 관련, “이번 효과 분석은 대상자별 접종 후 관찰 기간의 차이를 보정한 결과가 아니며 접종 후 관찰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화이자는 빠른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 형성에 근접한 이스라엘에서 실제 접종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유증상 감염 및 중증 환자 발생, 사망 예방 효과가 97%로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무증상 감염 예방 효과도 94%였다. 그 이전 화이자가 임상시험을 통해 내놨던 예방 효과와 유사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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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단은 향후 백신의 예방 효과를 주간 단위로 분석해 공개할 방침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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