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매일 접종하지 않아요.”
19일 오전 9시쯤(현지 시각)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피스갓제브 내 코로나19 백신 임시접종센터. 이스라엘 4대 민간 의료보험 회사 중 하나인 마카비가 운용한다. 현관 입구 등 곳곳에 히브리어로 ‘코로나19 백신 접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하지만 이날 접종센터를 찾은 일부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센터는 이강근 전 이스라엘 한인회장이 대신 다녀왔다. 취재진이 자가격리 사흘째라서 이 전 회장의 도움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의료진이 찾아온 접종 대상자들에게 매일 접종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욱·임현동 기자 국내 언론 최초 #'팬데믹 탈출' 이스라엘을 가다 [3보]
이스라엘 확보물량...'부스터' 접종도 가능
이날 센터 측이 접종 대상자를 돌려보낸 건 백신 물량이 달려서가 아니다. 이미 이스라엘은 전 국민(866만명·월드오미터 집계)이 충분히 맞고도 남을 백신을 확보해둔 상태다. 타임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이 3000만회분(1500만명분)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선구매했다고 전한다. 화이자·모더나는 두 번 맞아야 한다. 단순 계산해도 634만명분이 남는다.
최근 미국에서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3차 접종인 ‘부스터 샷’(booster shot) 논의가 활발하다. 부스터 샷은 면역력을 지속하기 위한 추가 접종을 의미한다. 현 상황대로라면 이스라엘은 3~4차 접종도 문제없다.
정체기 접어든 접종…한 병 열기도 어려워
이스라엘 국민의 61.7%(아워월드인데이터)가 이미 한 번 이상씩 백신을 맞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 성인 인구 중 한 차례 접종을 받은 사람은 95.7%, 두 차례는 89%에 달한다. 미성년자 등을 제외하면 국민 대부분이 백신을 맞은 셈이다. 집단면역에 필요한 접종률(75%)에 근접해 있다.
그런데 이달 초부터 접종 속도가 뚝 떨어졌다. 접종률 60~61% 선에서 정체돼 있다. 마카비 임시 접종센터도 텅 비었다. 지난달만 해도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1층 복도에 1m 이상 거리두기를 한 채 줄줄이 시민들이 앉아있었다. 다른 센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 전 회장은 “마카비 임시접종 센터는 하루 2만~3만명에게 백신을 놓아줄 수 있는 시설로 알고 있다”며 “한 달 전에는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로 꽉찼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려면 신청하면 된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바이알 뚜껑을 열면 5~7명이 맞을 수 있다. 개봉 후 6시간 가량 지나면 버려야 한다. 수요가 많을 땐 매일 버리는 물량 없이 백신을 놓지만 지금은 다르다. 개봉했다가 버려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센터측은 접종 대상자를 그룹으로 묶어 접종 가능 날짜를 알려줘서 버려지는 물량을 최소화한다.
면역 인증서 '그린패스'
이스라엘은 백신 2차 접종자에게 ‘그린 패스’를 발급한다.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쓸 수 있는 일종의 면역 인증서다. 현지 교민이 캡처해서 보내준 그린패스를 보면 이름과 여권번호, 생일 등 개인정보는 물론 1·2차 접종일, 백신 종류, EP6017식의 제품 로트번호, 접종센터명 등이 담겨 있다. 로트번호는 같은 날 같은 공정으로 생산한 제품에 부여하는 숫자를 말한다. 그린 패스의 핵심은 왼쪽 아래 큐알(QR)코드이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이 코드가 인증돼야 출입할 수 있다. 피트니스센터는 물론 식당, 극장 및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호텔, 문화 행사 등이 해당된다. 물론 그린 패스를 소지해도 실내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린패스는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백신 효과가 얼마나 오래갈지 아직 알 수 없어서다. 백신 접종자의 경우 두번 째 백신 접종 후 일주일부터 6개월 간 유지된다. 감염됐다 회복한 환자도 6개월 유효하다. 그린 패스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19 시대에 일종의 특권층처럼 인식되면서다. 나이나 기저질환(지병) 등 건강 등으로 문제 백신을 애초에 접종할 수 없거나 백신 접종을 원치 않는 이들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1월 최고조에 달했다. 그달 27일은 올 들어 최고치인 1만1934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최근에는 100명 안팎이다. 이스라엘 바이프만 과학연구소의 에런 시걸 교수는 지난주 자신의 SNS에 “요즘 일상이 코로나 이전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는 백신 접종을 당부한다.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인 나흐만 아쉬 교수는 최근 현지 방송에 출연해 “500만 명 이상이 1차 이상 백신접종을 마쳤다. 100만명 가량이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했다”면서도 “(집단면역 도달에는) 충분하지 않다. 75%의 인구가 백신을 접종하거나 감염 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루살렘=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