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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일만의 자유…전면등교 이스라엘 "코로나 이겼다"[르포 2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스라엘 거리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폐지된18일(현지시간) 오전 예루살렘 모세 샤미르 거리에서 한 가족이 집에서 나오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이스라엘 거리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폐지된18일(현지시간) 오전 예루살렘 모세 샤미르 거리에서 한 가족이 집에서 나오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18일(현지시각) 오전 8시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신시가지 주택가 타운하우스 모세 샤미르 거리. 5층 발코니에서 바깥거리를 내려다보니 주민들이 출근하느라 분주하다. 1시간 동안 20여명의 주민이 지나갔고,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다. 일부가 썼거나 턱에 걸쳤다. 교민 장상엽씨는 “아직 불안한 마음에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욱·임현동 기자 국내 언론 최초 #'팬데믹 탈출' 이스라엘을 가다 [2보]

같은 시각 모세 샤미르 거리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의 센트럴 버스 스테이션(환승 승강장)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따라 안식일 외박 후 부대에 복귀하는 군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일요일은 한국으로 치면 월요일이다. 한 주가 시작된다. 환승 승강장의 출근길 시민과 군인 수백 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곳을 다녀온 이강근 전 이스라엘 한인회장이 이렇게 소식을 전했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이스라엘에 입국한 지 이틀째를 맞았다. 외국 입국자의 자가격리 의무가 없어진 건 아니어서 14일간 숙소에 머물러야 한다. 9일째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10일로 줄어든다. 취재진은 자가격리 숙소에서 보이는 장면, 현지 교민의 전언 등을 토대로 두번째 소식을 전한다.

18일은 이스라엘에 역사적인 날이다. 보건부가 이날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지난해 4월 1일 코로나19가 불붙을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이후 정확히 1년 17일, 382일 만이다. 이강근 전 회장은 “날이 더워지는데 몸만큼 마음도 시원하다. 다들 노 마스크로 다니니 서로 눈치 안 봐도 돼 좋다”고 말했다

18일부터 이스라엘 1~12학년 전 학년의 등교수업이 이뤄졌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18일부터 이스라엘 1~12학년 전 학년의 등교수업이 이뤄졌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실외선 마스크 벗고 전 학년 등교개학 

이스라엘 인구의 57.3%가 코로나19 2차 접종을 마쳤다(1차 접종자는 61.7%).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유대인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 연휴에 대규모 인구가 이동했는데도 17일 신규 확진자는 44명에 그쳤다.

백신의 힘은 대단하다. 1년 만에 학교가 문을 활짝 열었다. 유치원, 1~12학년(우리의 초·중·고교), 대학까지 모두 전면 등교 개학을 했다. ‘I방역’(이스라엘 방역)의 현주소다. 하욤 등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이 소식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현지 언론 ‘에디옷 아하로놑’은 10학년(한국의 고교 1년) 학생을 인터뷰한 기사를 비중 있게 실었다. 이스라엘 남쪽 아스돗지역 한 학생은 “이제 ‘마스크여 안녕’이다. 무엇보다 친구를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주요 언론들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초기 방역 대응 실패로 위기에 몰렸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쏟아졌다. 17일 기준 누적 감염자는 83만6926명, 누적 사망자는 6334명이다. 상황을 반전시킨 건 백신이었다.

이스라엘 백신 접종률 추이에 따른 하루 확진자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월드오미터·아워월드인데이터

이스라엘 백신 접종률 추이에 따른 하루 확진자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월드오미터·아워월드인데이터

버스 탈땐 다시 마스크 착용 

이강근 전 회장 전언에 따르면 버스 승강장 주변에서 헌병이 간혹 불특정 군인을 불러 세워놓고 신분을 확인했다. 헌병이 ‘노 마스크’를 따진 게 아니었다. 이 회장은 “헌병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아 그런 거냐’고 묻자 ‘전혀 아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실내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쓴다. 이 전 회장도 버스에서는 마스크를 썼다고 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버스의 가운데를 비우고 창가 쪽 자리만 앉게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18일 버스는 승객으로 붐볐다. 다른 대중교통인 트램도 비슷했다. 트램을 타면 마스크를 쓴다.

1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해변 모습.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EPA=연합뉴스

1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해변 모습.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EPA=연합뉴스

현지인 "코로나 극복한 나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재래시장은 탈 마스크 정책 영향으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마카네예후다 재래시장 상인 요시는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편하고 자유롭다”며 “이제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래시장의 주요 고객이 노인인데, 이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인 탓에 그동안 시장에서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요시는 “노인 손님이 많아지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복수의 이스라엘 시민은 “세계에서 마스크 없이 다니는 유일한 나라” “우리가 코로나19 극복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스라엘 시민들이 17일 오후 휴일을 맞아 공원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예루살럼=임현동 기자

이스라엘 시민들이 17일 오후 휴일을 맞아 공원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예루살럼=임현동 기자

세계 백신 접종률

세계 백신 접종률

인도 변이 바이러스 경계령

현지 방역당국은 방역수칙 완화 이후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도 발(發) 변이 바이러스 유입이 확인되면서다. 현지 보건부는 최근 텔아비브 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온 해외 입국객 7명에게서 인도 변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도 변이는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염력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흐만 아쉬 이스라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는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밀폐된 붐비는 장소에 갈 때마다 써야 한다”며 “인도 변종(바이러스)이 확인돼 우려된다”고 말했다.

예루살렘=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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