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는 중단, 어디는 연기…띄엄띄엄 등교 차라리 중단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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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중·고 3분의 1씩 등교 논란 

코로나19로 미뤄졌던 초등학교 1·2학년 등교수업이 진행된 29일 오전 서울 필운동 매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초등학교 1·2학년 등교수업이 진행된 29일 오전 서울 필운동 매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안한 등교’를 시작한 학교가 혼란에 빠졌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등교일이 줄어들어 안심”이라는 반응과 “이럴 거면 차라리 등교 중지 결정을 내리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학교에서는 주말에 학년별, 반별로 맞춤 등교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학생·교사 등 여러명 확진 판정받아 #전국 838개 학교 등교 연기·중단 #정세균 “종식 때까지 늦출 수 없어” #전문가들 “수도권만이라도 미뤄야” #일부선 “학교에 가서 친구 만나야”

교육부가 29일 발표한 수도권 유치원, 초·중학교, 특수학교의 등교 인원 권고 기준은 전체 학생의 3분의 1 이하다. 닷새 전 발표한 3분의 2 이하 기준을 두 배로 강화한 것이다. 3분의 1 이하 기준을 충족하려면 사흘에 한 번씩 등교해야 하는데, 중학교는 학년별로 돌아가며 등교할 가능성이 크다. 주당 학사일이 5일이기 때문에 혼란을 줄이고자 주 1회 등교로 선회하는 학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6개 학년인 초등학교다. 경기도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매일 2개 학년씩 등교하는 방안, 저학년 등교 시간을 오전 오후로 나누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고2~3, 중3, 초1~2, 유치원생이 등교했다. 다음달 3일에는 3차로 고1, 중2, 초3~4, 다음달 8일에는 마지막으로 중1과 초5~6학년이 등교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울 상일미디어고와 신도림중 학생, 인천 만석고 강사, 백석초등학교 교사 등 교사와 학생 여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해당 지역 학교들은 다시 교문을 닫았다. 학원에서도 강사와 수강 학생들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 전국 838개 학교가 등교를 연기하거나 중단했다.

교육부는 전면 등교 연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지금은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만 선제적으로 등교 수업을 원격 수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개학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수원 영통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학부모 이모(38)씨는 “아이가 학교에 너무 가고 싶어하고 친구들도 간다고 하니 안 보낼 수도 없었다”며 “우리 학교는 격일 등교였는데 등교일이 더 줄어든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차라리 등교 중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어른들도 지키지 못하는 방역수칙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며 등교하라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반면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성에 사는 워킹맘 김모(42)씨는 “방역을 좀 강화하더라도 아이들이 주 2~3회 정도는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며 “특히 저 같은 맞벌이 가정에선 아이들이 사실상 방치된 것과 다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수도권만이라도 개학을 미루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이태원 클럽이 터졌을 때 등교를 미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과 쿠팡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수도권에는 상당히 많은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인 만큼 수도권은 일단 학교를 닫고, 지역별로 개학을 달리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확진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호남 일부와 제주 등은 개학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 교수는 “교육부는 바이러스가 아닌 교육 일정에 맞추고 있다”며 “기준 없이 밀어붙이다가 어디선가 크게 터지면 다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가 등교를 강행하는 것은 언제까지 닫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느날 코로나19가 종식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때까지 개학을 늦추겠지만, 현실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유럽은 다른 일상생활보다 학교를 먼저 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문을 연 유럽 22개국 교육부 장관들은 지난 18일 “개학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22개국 중 17개국은 중등과정의 마지막 학년, 유치원, 초등학교만 다시 등교시키고 있다. 반면 미국은 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갔지만 개학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지역사회를 통제해야 학교가 안전하다”고 말했다. 독감(인플루엔자)은 학교에서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아이들이 집에 와서 부모에게 퍼뜨리면 부모가 직장으로 옮기는 과정을 밟는다. 반면 코로나19는 지역사회에서 집·학교, 아니면 지역사회에서 학원·학교, 지역사회에서 교사·학교 이렇게 가는 구조다. 김 교수는 “위험도가 높은 곳(지역사회)의 추이를 보면서 학교를 열었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연 것이 문제”라며 “수도권만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우·최은혜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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