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걸림돌은 창업비자 … 정부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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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비자 문제다. 대부분 국가가 외국 창업자들을 위한 ‘창업 비자’가 없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벤처 기업가들은 평균 3~6개월에 불과한 관광비자만 들고 해외로 향한다.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1년에 수차례 한국과 외국을 오가거나 중도 포기하고 귀국하는 게 흔하다.

 음원 유통 플랫폼 기업 ‘뮤직 스프레이’ 류호석 대표는 지난해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UC버클리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개인 사무실을 제공받았다. 대학 측이 류 대표가 10년 이상 록 밴드 멤버로 활동하며 쌓아온 음원 수익 사업 경험을 높이 사 공동 연구를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 사무실을 마련해야 했던 류 대표로서도 잘된 일이었다. 방문 연구원을 위한 비자(J-1)를 발급받아 체류 문제도 단번에 해결했다. 류 대표는 “사업차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학교 명함을 내미니 대접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 대표처럼 대학교 부속 연구기관에 적을 두고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건 드문 경우다. 교육기관·국제재단·비정부기구(NGO)의 해외 방문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편법으로 체류를 연장할 수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해외 창업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해당 국가와 조율해 창업 비자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낮아 이를 활용하는 해외 창업자가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해 박해열 K-MOVE 중국센터장 겸 KOTRA 중국사무소 부관장은 “인사·노무·세법과 같은 법률 문제와 현지 시장 개척 등 현실적인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K-MOVE 센터가 보유한 양질의 정보를 바탕으로 현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나마 있는 정부의 지원도 일관성이 없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3월 세계 최대 벤처올림픽 ‘매스 챌린지’ 대회 예선에 참가하는 스타트업 기업 16곳에 대해 예선 준비 기간 중 미국 체류 비용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정작 본선에 진출한 1개 팀(온누리DMC)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 김태은 온누리DMC 대표는 “정부가 이벤트성이 아닌 진짜 ‘스타 스타트업 기업’을 키울 생각이라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해외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비결로 현지 국가에 필요한 아이템 선정을 첫손에 꼽았다. 창업하고자 하는 국가를 직접 방문해 시장 조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들에게 무엇을 팔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를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지의 세법·관련법·규제 등에 대한 전문가도 두루 찾을 필요가 있다. 외국어를 비롯해 해당 국가의 문화·관습 등에 익숙한 현지 직원을 고용해도 된다.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들 기업이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는 시장 정보와 인프라, 거래처, 고객 등을 비교적 손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워싱턴·새너제이·베이징·상하이·도쿄·자카르타=정재홍·최준호·신경진·서유진·정원엽·하선영 기자, 베이징·뉴욕·워싱턴=예영준·이상렬·채병건 특파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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