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선택 직전 경보 울렸다…中 10대 소년 목숨 살린 '매의 눈'

    극단선택 직전 경보 울렸다…中 10대 소년 목숨 살린 '매의 눈'

    AI는 자살이라는 중요한 사회 문제에 개입해 인간의 삶과 죽음 사이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비극이다. 많은 이들이 오늘도 다리 위를 서성인다. 지친 삶을 끝내려는 자살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 그들의 자살을 막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줄 방법은 없을까. #1. 올해 6월 초 중국 간쑤(甘肅)성 딩시(定西)시의 관할구역인 린타오현(林濤縣)에서도 자살 시도 사건이 있었다. 한 십 대 소년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슬픈 결말은 아니었다. 가드레일에 접근하는 순간부터 린타오 수도국 레이더망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마 소년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을 터. 그가 강물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으려는 순간, 수도국에서 경보가 울렸다. 소년은 무사히 구출되었고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AI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십 대 소년은 린타오 수도국이 AI를 통해 구조한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지난 6월 AI 시스템을 통해 감시되고 있는 소년.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가드레일을 넘는 소년 #2. 린타오현은 황허(黄河) 강 상류에서 두 번째로 큰 지류인 타오강의 이름을 딴 곳이다. 사고든 고의든 물에 빠지는 사건이 이곳에서도 왕왕 나타난다.  해결방법은 없을까?  사람을 보내 감시하려면 현 전체 공무원을 동원해도 부족할 것이다. 빨리 구조한다 해도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골든 타임을 놓쳤을 수 있다. 마침 수자원 관리 공사가 린타오현에 남긴 게 있다. 카메라다. 총 200대가 넘는 카메라가 타오강을 따라 설치되어 있다. 카메라의 역할은 무엇인가? 데이터를 남기는 것이다. 카메라는 보행자의 행동을 명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감시를 통해 익사 사고에 조기 경보를 한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린타오 수도국은 바이두(百度·중국 최대 포털)에 자살 식별을 전문으로 하는 AI 시스템 개발을 의뢰했다. 이는 중국 최초의 익사 방지 AI 모델이기도 하다. 자살 시도를 하려는 사람이나 물에 빠진 사람의 유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AI 모델에 포착되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린다. 문제는 모델은 있으나 이를 훈련할 컴퓨팅 자료가 적다는 것이다. 훈련이 충분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경보를 잘못 울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린타오현은 자체 데이터를 만들었다. 강가에서 정처 없이 방황하거나, 가드레일을 넘거나, 위험한 장소에 멍하니 서 있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할만한 행동을 시뮬레이션해서 AI 모델을 훈련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다리 옆 난간을 넘거나 강가를 헤매는 사람을 발견하면 AI 시스템은 자동으로 경보를 울린다. 8월에도 강에 뛰어들려고 한 소녀를 10분 만에 구조했다.  지난 8월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강에 뛰어들려고 하는 소녀. #3. 우한과학기술대학교 빅데이터 연구소 부원장 황즈성(黄智生)은 2018년 ‘나무 구멍 구조 작전’팀을 꾸리고 ‘AI 나무 구멍 로봇’이라 불리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웨이보(微博·중국 SNS)에서 자살 위험으로 의심되는 정보를 발견하면 구조대에 보고하고 자원봉사자가 개입해서 구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나무 구멍: 비밀을 간직한 사람이 나무 구멍에 대고 비밀을 말한 뒤 흙으로 구멍을 막으면 나무 구멍이 비밀을 지켜준다는 동화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인터넷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나무 구멍’이 되었고 중국의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웨이보에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나무 구멍 구조 작전팀을 만든 황즈성(?智生) 부원장이 나무 구멍을 가리키고 있다. 구조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AI 나무 구멍 로봇이 하루 24시간 웨이보를 순찰하며 자살 성향을 보이는 대상(나무 구멍 아기)을 찾는다. 둘째, 자원봉사자를 통해 발견된 ‘나무 구멍 아기’에게 DM으로 안부를 물으며 위로와 조언을 해주거나 전화 연결을 시도한다. 셋째, 필요에 따라 ‘나무 구멍 아기’에게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제공하거나 현지 경찰, 병원 등 기타 기관에 연락해 긴급 구조 요청을 한다. 5년이 지난 지금, 수십 번의 업그레이드 끝에 AI 나무 구멍 애플리케이션의 정확도가 80%를 넘었다고 한다. 기술 원리는 간단하다. AI 애플리케이션이 웨이보상의 발언을 감지해서 자살 성향이 있는 텍스트로 확인되면 자살 위험 평가 메커니즘을 빠르게 활성화한다. 자살 위험도는 10단계로 나뉜다. 위험 레벨이 5단계를 넘으면 모니터링 범위에 포함돼 구조팀이 수시로 나무 구멍 아기의 상태를 확인한다. 만약 위험 레벨이 9단계를 넘으면 구조대가 직접 개입해 대상에 관여한다. 구조팀의 운영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현재 구조팀에는 9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그중 정신과 의사와 심리 상담 전문가가 1/3 이상을 차지한다. 자살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5~6명으로 구성된 구조팀을 꾸리는데 팀 내에 정신과 의사가 최소 한두 명 정도 있다. 개입에 대한 표준 운영 방법도 있다. 몸에 병이 있는 사람은 의사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심리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는 자원봉사자를 통해 관련 전문가를 추천해 준다. 채무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는 변호사를 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실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식이다. 「 지난 5년 동안 나무 구멍 구조팀은 약 99%의 성공률로 6,000건이 넘는 극단적 선택을 막았다. 」 충동적 자살 행위의 주기는 13초다. 만약 13초 안에 붙잡았다면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충동적 자살 행위의 주기는 13초다. 만약 13초 안에 붙잡았다면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무 구멍 구조작전팀에 전해지던 말이다. 자살 개입의 결정적인 순간을 보여준다. AI는 개개인의 SNS 속 말과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자살 위험 요인을 식별해서 적시에 관련 기관에 경고를 보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좋은 기술은 전혀 추상적이지 않다. 기술의 본질은 공학적으로 사람들의 욕구를 실현하는 것. 다시 말해 실제 문제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좋은 기술은 항상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방향이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3.12.10 07:00

  • 시진핑이 원소? 스타 학자 이중톈 책 거둬들이는 이유는

    시진핑이 원소? 스타 학자 이중톈 책 거둬들이는 이유는

    이중톈(易中天) 샤먼(廈門)대 중문과 교수. 바이두바이커 이중톈(易中天) 샤먼(廈門)대 중문과 교수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스타 학자다. 우한(武漢)대에서 중국 고대문학을 전공했고 국영 중앙방송(CCTV)의 백가강단(百家講壇) 프로그램에서 2005년 초한지, 2006년 삼국지 강의를 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특히 삼국지 강의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데, 강의 내용을 엮은 2권의 책이 600만부 넘게 팔렸다. 이후 중국에선 '이중톈 현상'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고, 한글로 번역되면서 한국에서도 유명인사가 됐다.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2006년 인세 수입만 2000만 위안(약 36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그의 강의를 연재 방영하는 한국의 케이블 TV도 있었다.   이중톈이 쓴 책이 최근 구설에 올랐다. 2007년에 저술한 중국 역사서 『이중톈 중화사(易中天中華史)』가 판매 금지됐다는 소식이다. 구체적인 판금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국이 삼국지 인물 원소(袁紹)에 빗대 시진핑 주석을 풍자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매체 신랑재경(新浪財經)은 『이중톈 중화사』를 출판한 과맥문화(果麥文化)의 관계자를 인용해 “과맥문화가 2022년 이미 자체 심사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이중톈 중화사』를 거둬들였고 현재 수정 중”이라고 전했다. 대만 중앙사(中央社)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중톈 중화사’를 회수한 것은 출판사의 자발적인 조치가 아니라 주무 부처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저자의 역사 인식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시기에 인터넷에는 판매금지 통지문으로 보이는 문서가 떠돌았다.   온라인에선 이중톈의 책이 금서가 된 것은 후한(後漢) 말 유력 군벌이었던 원소를 평가한 대목이 시 주석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란 해석이 돌고 있다. SNS인 X 플랫폼에 올라온 관련 동영상에서 이중톈은 원소를 이렇게 평가했다.   “나는 그를 너무나 잘 안다. 야심이 크고, 지혜가 적고, 행동이 포악하고, 담력이 작고, 매몰차고 의심이 많으며, 대인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그의 특징이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근시안적이었고, 군사적으로는 지략이 부족했으며, 조직 운영 면에서는 무능했다. 그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집안의 정치적 자원을 이용하고 아버지 대(代)의 업적을 밑천 삼은 것이었다. 그는 아버지 대에서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능가하는 명성과 지위를 얻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어리석고 고집스럽고 오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의 중국계 문화학자 우쭤라이(吳祚來)는 중화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이중톈의 작품이 금지된 것은 그가 역사 속의 군주를 비웃고 조롱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현 권력자가 자신을 빗댄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우쭤라이는 현대 중국 문학의 대문호로 추앙받는 루쉰(魯迅)을 예로 들었다. 루쉰의 작품 중 상당수는 당시 북양정부(1912년부터 1928년까지 베이징에 존재한 중화민국 정부)를 비판했다. 그 이유로 당시 중국 공산당은 그를 좌파 작가로 분류했다. 하지만 지금은 루쉰의 작품 대부분이 교과서에서 삭제됐다. 막상 공산당이 정권을 잡고 나니 루쉰의 정치 권력 비판이 자신들을 향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은 때문이라고 우쭤라이는 설명했다.   호주 시드니공대 펑충이(馮崇義) 교수는 “과거에는 개인이 역사를 쓰는 데 상대적으로 관대했는데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이른바 역사 허무주의를 단속하기 시작했다”며 “이중톈이 쓴 책은 당국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금지됐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들은 현 정권을 고대 제왕과 비교하지만 사실 공산당 총서기는 황제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 황제의 권력은 현(縣)까지 닿았지만, 공산당 권력자는 전 세계로 손을 뻗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중톈 뿐만 아니다. 명나라 역사 전문가 천우퉁(陳梧桐)이 쓴 『숭정: 부지런히 정사를 돌본 망국의 군주(崇禎: 勤政的亡國君)』라는 책이 10월 판매가 금지됐다. “패착을 반복하고 연거푸 실수했다. 열심히 할수록 나라가 망해갔다”는 표지 문구가 시진핑을 연상시킨다는 게 이유라는 분석이 돌고 있다.   중국에선 학자들이 저술한 역사책뿐만 아니라 당국이 편찬한 역사책도 ‘정치심사(政審)’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당국이 20억 위안(약 3600억원)을 투자해 20년에 걸쳐 편찬한 청나라 역사서 『청사(清史)』가 2년 동안의 ‘정치심사’ 끝에 결국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새로 나온 청나라 역사관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았다”는 이유다. 이 소식을 알린 장타이쑤(張泰蘇) 예일대 교수는 “20억 위안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가 정치적 올바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산됐다는 사실에서 중공 학술 심사제도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엔 몽골어-중국어판 『몽골족통사(蒙古族通史)』 발행을 일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안내문에서 내몽골도서잡지출판협회는 “역사 허무주의에 반대한다”며 회원사들은 랴오닝(遙寧)민족출판사가 출판한 『몽골족통사』의 출판을 중단하고 이미 유통 중인 책은 즉시 판매를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시 주석은 6월 내몽골을 시찰할 때 이른바 중화민족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몽골족통사』 출판이 중단된 것이 이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쭤라이는 지난 2년 동안 시진핑이 여러 차례 언급한 ‘역사적 자신감(歷史自信)’이 학술과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역사적 관점’은 공산당 지도부를 불편하게 하는 역사관을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고 타격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자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한 용어다. 그래서 마오쩌둥 시기의 반우파 운동이나 문화대혁명 때엔 비판으로 끝냈던 문제를 이제는 직접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을 강조하는 시진핑 정권의 자신감 부족을 반증하는 역설이 느껴진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12.09 09:00

  •  민낯 드러낸 中 국민음료, ‘이것’ 때문?

    민낯 드러낸 中 국민음료, ‘이것’ 때문?

    중국 '국민음료'로 불리는 왕라오지(王老吉)의 확 바뀐 패키지 디자인이 중국 온라인에서 화제다. 사진 zaker 중국의 ‘국민 음료’로 불리는 왕라오지(王老吉)의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이 현지 온라인에서 큰 화제다.    '빨간 바탕에 노란 글씨'가 트레이드마크인 왕라오지의 기존 패키징과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새로운 패키징. 사진 넷이즈 왕라오지는 중국 전통 량차(凉茶)*를 제품화한 음료로, 노란 글씨가 새겨진 빨간 캔이 트레이드마크다. 중국 네티즌들은 눈에 띄게 변화한 왕라오지의 패키징에 “왕라오지인지 못 알아보겠다”, “통조림 캔 같다”, “언뜻 보고 유골함인 줄 알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량차(凉茶): ‘차갑게 마시는 차’라는 의미로, 전통적인 량차는 차엽이나 약제를 사용한다. 량차는 열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쓴 맛이 나는 단점이 있다. 왕라오지는 전통 량차에 달콤한 맛을 추가해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왕라오지에서 세계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출시한 '스페셜 에디션'이다. 심플한 은색 캔은 '친환경'을 주제로 디자인된 것으로, '미니멀리즘 캔'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왕라오지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캔에 노란 글씨'가 사라지면서 수많은 소비자를 놀라게 했다.  ━  ‘은색 캔’으로 연간 3만 9800톤 인쇄 잉크 절약한다?    왕라오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하는 캔은 4000억 개, 한 캔에 사용되는 인쇄 잉크는 평균 1g이다. 왕라오지의 '친환경 패키징'은 한 캔에 0.005g의 인쇄 잉크를 사용한다. 모두가 친환경 패키징을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1년으로 생산량을 계산하면, 약 3억 9800톤의 인쇄 잉크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사진 zaker 왕라오지의 '친환경 패키징'은 0.005g의 인쇄 잉크를 사용한다. 제품명인 '왕라오지' 세 글자를 새기는 데 드는 양이다. 기존 왕라오지의 디자인 및 다른 음료 캔이 약 1g의 인쇄 잉크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엄청난 절약이다.    인쇄 잉크 사용으로 말미암은 환경 오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 인쇄 잉크는 분해되는 데만 약 100년의 세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라오지는 패키징 변화만으로도 연간 3만 9800톤의 잉크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경 보호에 참여했다.   왕라오지는 인쇄 잉크가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100년, 매년 지구에서 인쇄 잉크가 발생하는 오염물 배출량이 40만 톤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새롭게 선보인 '미니멀리즘 캔'은 단 0.0005g의 인쇄 잉크를 사용해 오염물 배출량이 현저히 적다는 것을 밝혔다. 사진 zaker 왕라오지의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은 중국 온라인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환경 보호를 위해 오랜 시간 유지해온 트레이드마크를 포기한 왕라오지의 과감한 선택은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일부 중국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  환경보호 위해 노력하는 中 음료 브랜드   2022년, 중국의 대표 식품 제조업체 캉스푸(康师傅)는 아이스티 음료 ‘빙홍차(冰红茶)’를 '노라벨 용기' 버전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불쾌한 색깔'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혹평을 받았고, 제품을 담은 상자에는 여전히 인쇄 잉크를 많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사진 캉스푸 웨이보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왕라오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가 '친환경'을 테마로 새로운 패키징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중국의 대표적인 식품 제조업체 캉스푸(康師傅)의 레몬티 음료인 ‘빙홍차(冰紅茶)’다.   지난해 캉스푸는 '라벨이 없는' 빙홍차를 선보였다. 환경 보호를 위해 기존의 노란색 라벨을 전부 제거하고, 다른 정보 없이 유통기한만 표기한 공병에 아이스티를 담았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에게 “음료 색이 무언가를 연상시킨다", “왠지 모르게 불쾌하다”, “요강 에디션” 등 혹평을 얻었다. 여기에 해당 제품이 개별 구매가 불가하고 상자 단위로만 판매되는 점에서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못했다. 또한, 상자 외부에는 여전히 다양한 프린트가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친환경 음료 포장, 이미 전 세계적 트렌드   세계 최대 음료 제조업체인 '코카콜라 컴퍼니'에서는 종이 병에 담긴 코카콜라를 선보였다. 목재 펄프 종이를 소재로 채택, 내벽에 보호 필름을 추가하여 음료의 침투를 방지했다. ©zaker 한편, 미국 기업 코카콜라 컴퍼니는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플라스틱 감축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미 수년간 친환경 포장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탄산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종이 병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코카콜라는 기존의 레드와 블랙 조합의 패키징 대신 북유럽 목재 펄프 종이를 신소재로 선택하였다. 내벽에 보호 필름을 추가하여 음료의 침투를 방지했다. 이 종이 병은 병 본체, 병뚜껑 및 내벽 보호 필름 모두 분해 가능한 친환경 재료로 100% 재활용 및 분해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여기에 병 밑부분에 주름 디자인을 추가하여 그립감을 추가하는 등 보틀 디자인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MUJI)은 재활용 가능한 알루미늄 캔으로 일반 플라스틱 병을 대체하고 있다. 사진 zaker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MUJI) 역시 친환경 음료 포장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이름에서부터 '무인(無印)'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대중들에게는 친환경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다. 무인양품은 음료 제품의 용기를 재활용 가능한 알루미늄 캔으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일반 플라스틱병을 대체했다.     친환경 패키징은 비단 음료 브랜드에서만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가 아니다. 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군의 포장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으로 인해 '친환경' 키워드에 대한 대중의 회의감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새로운 시도는 격려받아 마땅하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12.07 08:50

  •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순위 TOP 10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순위 TOP 10

    중국 상하이. 사진 셔터스톡 주민 소득은 지역 경제의 발전 및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중국에서는 1인당 가처분 소득으로 지역 주민의 자산 수준을 판별한다. 최근 발표된 2023년 3분기 중국 31개 성(省)급 행정구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성급) 순위 현황을 알아본다.   *중국의 31개 성(省)급 행정구: 22개 성+4개 직할시+5개 자치구   중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주강 삼각주, 장강 삼각주 등 동부 연안의 경제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표된 명단의 TOP 10도 단 1개 도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쪽 지역에 속했다.   예상대로, 1위는 경제⋅금융의 중심지 상하이(上海)가 차지했다. 상하이는 대대로 중국 국내외 기업 및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도시로, 3분기 1인당 가처분 소득 6만 3681위안(약 1152만 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는 곧 상하이 거주자의 평균 소득이 전국 최고 수준임을 의미한다.   이어 수도 베이징(北京)이 2위에 랭크됐다. 베이징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6만 1718위안(약 1117만 원)으로 집계됐다. 베이징은 중국 정치⋅문화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경제 발전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3위는 저장(浙江)성에게 돌아갔다. 동부 연안의 저장성은 민영경제가 활발하고 발전 속도가 빠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업, 대외 무역, 과학 혁신 등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교육, 의료, 사회보장, 공공서비스 수준이 대폭 상승해 주민에게 보다 양질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3분기 저장성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4만 9821위안(약 901만 원)이었다. 저장성에 속한 대표 도시로는 얼마 전 아시안게임이 개최된 항저우(杭州)가 있다.     1-3위를 제외하고 1인당 가처분 소득이 4만 위안(약 724만 원)을 웃돈 도시는 톈진(天津, 4위), 장쑤(江蘇, 5위)성, 광둥(廣東, 6위)성으로 세 곳이었다.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인 톈진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GDP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1인당 가처분 소득에서는 4위를 기록하며 여전히 강한 입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견인하는 광둥성은 3만 9325위안(약 711만 원)으로 6위에 올랐다. 개혁개방 이후,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을 갖춘 광둥성에 투자 자금이 집중되면서, 의약바이오, IT, 반도체, 신소재 등 산업을 바탕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광둥성 주요 도시로는 선전(深圳)이 있다.   그밖에 푸젠(福建)성과 산둥(山東)성이 차례로 7위와 8위를 차지했다. 두 지역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각각 3만 5439위안(약 641만 원)과 3만 567위안(약 553만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이들 지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주민의 생활 수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위는 2만 9241위안(약 529만 원)을 기록한 충칭(重慶)에게 돌아갔다. 충칭은 TOP10 가운데 유일하게 동부권 소재가 아닌 도시다. 중국의 서부 내륙에 위치한 충칭은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광저우를 제치고 GDP 전국 4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1인당 가처분 소득은 10위에 그쳤다. 충칭은 상주인구 2000만 명 이상의 초대형 도시로 경제 규모도 상위권인 것에 반해, 주민의 평균 소득은 아직 나머지 3개 직할시(베이징, 상하이, 톈진)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10위는 랴오닝(遼寧)성이었다. 3분기 랴오닝성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2만 8597위안(약 517만 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동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랴오닝성은 수년 간 경기 침체와 구조적 모순에 시달렸지만, 최근 공급측 개혁과 경제 혁신을 통해 생산과잉 및 재고를 해소하고 산업구조를 최적화함으로써 역대 처음으로 10위 안에 랭크됐다.   한편, 10위권 밖에서는 하이난(海南, 15위)성의 순위가 전년 대비 11계단 상승하며 눈길을 끌었다. 근래 들어 관광업과 부동산 시장이 하이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 간쑤(甘肅, 30위)성의 1인당 가처분 소득 순위는 3계단 하락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된 산업구조와 발전모델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간쑤 대부분 지역이 여전히 농업 위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과학기술 혁신 속도도 느린 탓에, 기업 및 산업 클러스터를 유치할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2.05 07:00

  • 중국에서 뜨는 부자와 지는 부자는?

    중국에서 뜨는 부자와 지는 부자는?

    한 국가의 최고 부자들은 그 나라 산업 구조를 방증한다. 셔터스톡 한 국가의 최고 부자들은 그 나라 산업 구조를 방증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 최고의 부자는 화신백화점 박흥식 사장이었다. 국수 소면과 술을 팔던 이병철 회장은 해방 후 설탕과 섬유를 삼성의 주 종목으로 삼아 한국 최고 부자로 떠올랐다. 산업화 이후 건설과 자동차로 성공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반도체로 전자산업을 만개시킨 이건희 삼성 회장에 이어 요즘엔 모바일 서비스로 뜬 김범수 카카오 설립자, 바이오를 대표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또 부자들 총재산의 크기와 증감 여부는 그 나라 경제의 발전과 활력을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중국 부호들의 재산 순위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후룬(胡潤)연구소가 최근 ‘2023년 후룬바이푸방(胡潤百富榜)’을 발표했다. 중국 100대 부자 순위인 셈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 기준 자산이 1000억 위안(약 18조원) 이상인 기업가는 30명, 100억 위안 이상인 기업가는 628명, 50억 위안 이상인 기업가는 1241명이었다.   3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 보자. 당시 기준 자산 1000억 위안 이상 기업가는 41명, 100억 위안 이상은 620명, 50억 위안 이상은 1171명이었다. 100억 위안, 50억 위안 자산가는 비슷한 수치인 반면 1000억 위안 이상의 ‘울트라 수퍼 리치’는 41명에서 30명으로 3년 사이 크게 줄었다.   상위 20명 부자의 경우 2023년의 개인 자산이 2020년에 비해 34%나 감소했다. 20명 중 16명은 재산이 감소했고, 11명은 상위 20위권에서 탈락했다.   중국의 대표 생수 기업 ‘농푸산취안(農富山泉)’의 창업자 중산산(鍾睒睒)은 2020년 3위에 올랐다. 그의 현재 자산은 2020년보다 850억 위안 증가한 4500억 위안(약 83조원)으로, 2021년 1·2위를 달리던 IT·전자상거래 거물들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자가 된 후 3년 연속 그 자리를 지켰다.   부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사람 가운데는 쇼핑몰 핀둬둬(拼多多)를 창업한 황정(黃崢)과 인터넷 회사 왕이(網易)를 창업한 딩레이(丁磊)도 있다. 이들이 중산산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황정의 2023년 자산은 2020년 대비 22.7% 증가했고, 딩레이는 9% 증가했다. 이들 3명은 2020년 상위 20위 부자 중 자산 증가율 1·2·3위를 차지했다.   해외에서 중국 대표 부자로 잘 알려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자산 규모는 2020년 4000억 위안(약 73조원)으로 4위였으나 올해 들어 2300억 위안, 2020년의 57.5%로 줄어 10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된 서류에 따르면, 마윈 가족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소재 신탁회사인 JC프로퍼티스와JSP인베스트먼트는 21일 알리바바 주식을 각각 500만 주 매각할 예정이다. 시가액은 합쳐서 8억7070만 달러(1조1283억원) 규모다.   문서가 공개된 이 날 뉴욕 증시의 알리바바 주가는 1년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인 9.1%를 기록하면서 20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마윈의 주식 현금화에 대해 중국의 경제 발전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고 중국 당국의 압박으로 주식 보유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염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馬化騰)의 자산 순위는 2020년과 마찬가지로 2위였다. 하지만 자산 규모는 2020년 3900억 위안(약 71조원)에서 올해 2800억 위안(약 51조원)으로 줄었다.   특히 부동산과 태양광 업체 기업가들의 자산이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 2년 동안 500명에 가까운 기업인이 후룬의 전체 순위에서 밀려났다. 대부분 부동산 산업, 특히 부채가 높은 부동산 개발업체, 산업 장비 및 대형 보건 산업의 기업인들이다.   지난 1년간 부동산 개발업체 완다(萬達)의 왕젠린(王健林) 일가는 자산이 500억 위안(약 9조원)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고, 비구이위안(碧桂園)의 양후이옌(楊惠妍) 일가도 300억 위안(약 5조5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자산 규모가 230억 위안(약 31억9000만 달러)이었던 훙싱메이카이룽(紅星美凱龍) 창업자 처젠싱(車建興)은 기업 자금줄에 문제가 생겨 올해 100위권에서 탈락했다.   태양광 관련 산업으론 반도체용 실리콘 재료 기업 허성(合盛)의뤄리궈(羅立國) 회장, 룽지(隆基)실리콘 창업자인 리전궈(李振國) 부부 등이 재산 감소 폭이 큰 기업인으로 꼽혔다.   식품업계에서도 자산이 큰 폭 줄어든 기업인이 여럿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져 타격을 받은 무위안(牧原)식품 창업자 친잉린(秦英林) 부부, 첨가물 사건으로 판매율이 떨어진 조미료 업체 하이톈(海天)조미식품의팡캉(龐康) 회장 등이다.   중국의 거대 부동산 기업들은 정경유착으로 덩치를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거품이 잔뜩 꼈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락이 거품들을 터뜨렸다. 태양광 산업은 중국 정부의 ‘대약진 식’ 투자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업주들의 자금 유용과 생산품의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산업계의 위기를 반영하듯 시진핑 주석은 “외자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할 것”을 강조했다. 28일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시진핑은 전날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에서 “법치는 최고의 비즈니스 환경으로,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외국 관련 법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외자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국내외 규칙을 잘 활용해 시장화, 법치화, 국제화의 일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같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시 주석의 발언은 반(反)간첩법 시행과 경영환경 악화 등 영향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이 이어지자 외국 자본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상무부 등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對)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동기 대비 9.4% 줄었다.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과 해외 기업의 투자 감소라는 이중 악재가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12.05 06:00

  • ‘투자 집중, 주가 폭등’ 숏폼 드라마에 열광하는 중국

    ‘투자 집중, 주가 폭등’ 숏폼 드라마에 열광하는 중국

    10분 안의 승부 중국의 숏폼 드라마. 사진 터우탸오신문 요즘은 ‘숏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0분 이하의 짧은 영상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대중은 짧은 시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숏폼에 쉽게 빠져든다. 숏폼 열풍의 시작에는 중국의 숏폼 플랫폼 틱톡(抖音·더우인)이 있었다. 초창기만 해도 저품질 콘텐츠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강력한 전파력을 바탕으로 세를 넓혀 나갔고, 이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기타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쇼츠, 릴스 등 숏폼 형식을 속속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에서는 숏폼이 드라마 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숏폼 드라마’는 말 그대로 회당 15분 안팎의 짧은 드라마를 가리킨다. 영상을 2배속으로 돌려보거나 요약본으로 보는 시대적 분위기에 걸맞은 변화다.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숏드라마 소비가 늘면서, 드라마 제작사 및 원작 IP 관련 업체에 투자가 집중되고 주가가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  “짧지만 강렬해” 대세는 숏폼 드라마   사실 중국에서 숏폼 드라마는 약 10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당시만 해도 자본력과 인력 부족으로 결말이 흐지부지되며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2020년, 각종 OTT플랫폼과 제작사에서 숏폼 드라마를 잇달아 선보이기 시작했다. 숏폼 드라마를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다. 2020년 8월, 중국 광전총국(廣電總局)에서도 ‘숏폼 드라마(網絡微短劇)’를 ‘회당 10분(2022년 11월, 10분→15분으로 수정)이 넘지 않는 웹드라마’로 정의하고, 처음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시킨다. 중국 당국도 숏폼 드라마를 일종의 드라마 형식으로 인정한 셈이다. 사진 대영박물관 탈출(逃出大英博物館·Escape from the British Museum) 올해 들어 숏폼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지난 8월 30일 공개된 3부작 드라마 〈대영박물관 탈출(逃出大英博物館·Escape from the British Museum)〉은 비리비리(嗶哩嗶哩)와 틱톡 등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틱톡에서만 3억뷰를 돌파했고, 웨이보(微博) 검색 상단을 뜨겁게 달궜다. 숏폼 드라마와 인터랙티브 게임을 접목한 〈Love Is All Around(完蛋!我被美女包圍了)〉의 인기도 숏폼 드라마 열풍에 불을 붙였다.   현재 중국의 숏폼 드라마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텐센트(騰訊), 아이치이(愛奇藝), 유쿠(優酷),망고TV(芒果TV) 등 4대 동영상 플랫폼에서 제작하는 유형으로, 보통 10분 안팎으로 제작된다. 드라마 본연의 서사에 집중하고 전문 배우가 투입돼 비교적 양질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두 번째 유형은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 만드는 3분 안팎의 초미니 드라마다. 인플루언서 등을 공개모집해 배우로 투입한다. 세 번째는 ‘SNS 숏폼 드라마(小程序短劇)’로 위챗(微信) 미니앱(小程序) 등 SNS에 업로드된다. 짧지만 강렬한 반전과 자극적인 내용으로 인기몰이하며 2023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  해외 수출도? 광전총국, 품질 단속 나서   중국 숏폼 드라마는 자국을 넘어 해외로도 그 영향력을 떨치기 시작했다. 숏폼 드라마가 중국 문화 수출의 기반이 될 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진 Reelshort 지난 11월 12일, 중국 디지털 출판기업 COL Group(中文在線) 산하 숏폼 드라마 앱(APP) 릴숏(Reelshort)이 처음으로 틱톡을 제치고 미국 iOS 엔터 부문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해외 시장의 활약에 힘입어, 중국 본토 증시 A주에 상장된 COL Group(300364.SZ)의 주가는 11월 들어 100% 넘게 올랐다.   릴숏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인도,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 여러 국가에서 상위 5위권 안에 진입하는 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릴숏은 현재 1회당 콘텐츠 이용료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작품 하나를 모두 감상하면, 10달러 이상을 소비하게 된다. 글로벌 OTT의 평균 1개월 구독료를 웃도는 금액이다.     한편, 숏폼 드라마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초창기보다 품질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플랫폼별로 새로운 형태의 숏폼 드라마가 제작되고 단시간에 많은 작품이 쏟아지다 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아서다. 자극적인 내용, 주제의 획일화, 불법 다운로드 성행 등 문제점이 제기된다.     중국 인터넷 시청각 프로그램 서비스 협회(中國網絡視聽節目服務協會)에 따르면, 2022년 11월 하순을 기점으로 중국 광전총국은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숏폼 드라마 품질 단속에 나섰다. 이후 2023년 2월 말까지, 선정성, 폭력성, 저속함 등을 이유로 총 2만 5300여 개의 작품에 방영 중단 조처가 내려졌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숏폼 드라마 진입장벽이 낮아 품질 격차가 크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콘텐츠의 핵심이 품질인 만큼, 숏폼 드라마 역시 ‘옥석 가리기’의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1.28 07:00

  • 손흥민·이강인에 농락당한 中축구…월드컵 앞두고 팬들도 한숨

    손흥민·이강인에 농락당한 中축구…월드컵 앞두고 팬들도 한숨

    요즘 한국인들에게 자부심을 불어넣는 일이 있다.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다. 세계적인 메이저 클럽인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 파리 생제르망의 이강인, 여기에 세계적 메이저까진 아니지만 황희찬, 이재성, 황인범, 조규성, 황의조 등 11명 스쿼드 거의 전부를 유럽파로 채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21일 열린 중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예선은 경기 전부터 뜨거웠다. 한국 선수단이 입국한 선전(深圳) 공항에는 손흥민에게 환호하고 사진을 찍으려는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의 적수를 대하는 게 아니라 아이돌 스타를 영접하는 분위기였다. 필자는 10년 전 상하이 푸둥(浦東) 공항에서 TV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출연자들이 도착했을 때 공항을 들썩였던 인파를 연상했다.   경기 내용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손흥민이 전반전에서 페널티킥과 헤더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고 후반 손흥민의 그림 같은 프리킥과 정승현의 헤더로 3대0 완승을 거뒀다. 중국을 겨냥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아시아 쿼터를 4.5장에서 8.5장으로 늘렸지만 중국의 본선 진출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손흥민과 이강인의 몸에 중국 관중이 쏜 레이저 포인터가 표시돼 있다. 서경덕교수 SNS 갈무리 홍색 물결을 이뤘던 경기장의 중국 관중들은 좌절감에 한국 관중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 경기 후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 관중석에 앉아서 태극기를 들고 있는 여성 두 명을 향해 수많은 중국 관중들이 비난했고, 한 남성은 이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손흥민 팬으로 보이는 토트넘 유니폼 차림의 한 남성에게도 중국 팬들은 비난을 쏟아냈고, 그를 둘러싸고 항의가 거세지자 경기장 요원이 그를 보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 요원은 문제의 유니폼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경기 후 바이두, 소후 같은 중국 주요 포털사이트엔 자조하는 반응으로 넘쳐났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를 다 내보내는 건 반칙 아닌가” “한국 일본은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으로 가야 한다” “적은 점수 차로 지면 우리가 이긴 걸로 치자” “공한증(恐韓症)이란 말도 의미 없어졌다. 지는 게 너무 당연하다” 같은 댓글들이 이어졌다.   중국의 축구 실력은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14억 인구의 중국이 왜 이렇게 축구를 못하는가 하는 주제가 또다시 이슈가 됐다. 중국은 역대 최고 지도자들이 축구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 축구와 농구, 수영에만 선수단을 파견했다. 1954년엔 당대 최고 축구팀을 보유한 헝가리에 국가대표 선수단 전원을 2년간 유학시켰다. 문화대혁명이란 환란 중이던 1971년에도 마오는 올림픽을 제패하라는 교시를 내렸다.   그 뒤를 이은 덩샤오핑(鄧小平)은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죽기 전 소원이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땐 중계권도 없이 불법으로 경기를 방영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도 직접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유일했다. 개최국 한국과 일본이 지역 예선에 참가하지 않았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과 다른 조에 엮이는 천운에 힘입었다. 그렇게 진출한 본선에선 코스타리카(0-2), 브라질(0-4), 터키(0-3)에 무득점 완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역사를 겪어오며 시진핑은 대대적인 축구 육성 정책을 내놨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축구개혁 종합방안 50개조’는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아시아 일류 수준의 프로축구 ▶남자대표팀 아시아 선두 실력 확보 ▶장기적으로 월드컵 개최다. 이를 위해 전국에 2만 개 축구 전문학교 설립 계획도 내놨다. 이른바 ‘2000명 리오넬 메시 만들기’다. 하지만 윗선의 지시가 그대로 전달되긴 힘든 법이다. 곳곳에서 전시행정이 드러났다. ‘축구 체조’가 등장하고 탁구, 농구 같은 전통적 강세 종목들이 축구 육성 때문에 희생되는 일이 발생했다.   2017년 중국과 독일의 12세 이후 축구 국가대표 경기에 방문한 시진핑 부부. [EPA] 축구는 빈자(貧者)의 스포츠였다. 가지고 놀 게 없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이들이 축구공 하나로 열정을 불태웠고 그 가운데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탄생했다.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프로 축구 선수들은 대다수가 소위 노동계급(working class) 출신들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현지에서 운영되는 유소년 축구 캠프는 우리 돈으로 1000만 원, 중국의 웬만한 직장인 연봉을 내야 한다. 소황제(小皇帝)로 자라난 부유한 집안 아이들이 누리는, 교양 차원의 귀족 스포츠인 것이다.   중국의 슈퍼리그는 실력에 비해 훨씬 높은 고액 연봉을 지급해 왔다. 이 때문에 중국 프로 선수들은 굳이 사서 고생해가며 유럽 리그에 도전하지 않으려 했다. 중국 슈퍼리그 구단들을 비싼 돈을 들여 세계적 수준의 공격수들을 영입했다. 그러니 중국 선수들은 공격수가 되는 걸 기피했고 국가대표팀에서 기량 좋은 공격수가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중국인들은 스페인 RCD에스파뇰에서 3년간 뛰었던 우레이(武磊)를 신적으로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는 모기업의 사정 악화로 프로축구 구단들이 선수들 임금을 체불하는 재정난을 겪었다. 중국 축구팬들의 한숨이 쌓여가고 있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11.26 08:00

  • 韓 초·중생도 빠진 中당근칼...광고 안하고도 대박난 비결 셋

    韓 초·중생도 빠진 中당근칼...광고 안하고도 대박난 비결 셋

    당근 칼은 최근 한국에서 구매 및 소지가 금지된 메이드인 차이나 장난감이다. 당근 칼은 최근 한국에서 구매 및 소지가 금지된 메이드인 차이나 장난감이다. 정확히는 무칼(蘿蔔刀·무 모양 플라스틱 장난감 칼)이라고 번역된다. 당근 칼은 올해 7월 5일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抖音)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그 뒤 중국 초·중생들을 한 차례 휩쓸고 바다 건너 한국으로 왔다.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당근 칼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칼집에 칼날이 숨겨져 있다. 가볍게 튕기면 중력과 관성에 의해 칼날이 나온다. 자체 중력으로 칼이 움직여 중력 무칼이라고도 한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칼날이 날카롭지 않아 손을 베일 염려는 없다. 하지만 칼처럼 찌를 수 있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미성년자의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크기와 가공 기술에 따라 다르나 학교 주변 문방구나 작은 가게에서 대부분 5위안(약 900원)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단가가 2~3위안(약 400원) 정도다.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불안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며 한 손으로는 당근 칼을 튕기면서 일한다. 당근 칼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칼집에 칼날이 숨겨져 있고 가볍게 튀기면 중력과 관성에 의해 칼날이 나온다. 당근 칼은 도대체 어떻게 유명해진 것일까?  브랜드 때문인가? 아니다. 당근 칼이 어떤 브랜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케팅 때문인가? 아니다. 당근 칼은 광고조차 된 적이 없다. 재미있어서? 아니다. 재미는 주관적 요소로 유명해진 주된 이유로 보기 어렵다. 그럼 도대체 왜? 당근 칼은 아래 세 단계를 지나면서 유명해졌다.  ━  첫 번째는 설계 단계(3D 프린팅 서클)다.   당근 칼은 3D 프린팅 서클에서 태어났다. 서클 구성원들은 주로 모형 애호가나 민간 예술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구성원들은 평소에 모형, 장난감, 피규어 등 물건을 직접 디자인해서 3D 프린터로 출력한다. 만들어진 작품은 인터넷에서도 판매된다. 장난감 하나당 몇십 위안에서 몇백 위안까지 한다. 하지만 이렇게 물건을 팔아서 부자가 되기는 힘들다. 물건을 전부 디자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생산 주기도 길어서 규모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보통 취미로 그친다. 따라서 3D 프린팅 서클 내에는 자신의 디자인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고 자연스럽게 공유 문화가 생겼다. 닉네임 ‘미친 물음표 493’의 주인공도 3D 프린팅 서클 구성원이다. 한국과 중국의 초·중생을 제패한 바로 그 당근 칼의 창작자다. 올해 7월 초 업로드한 첫 당근 칼 영상이 7월 5일 저녁 더우인에서 대박이 났다. 하룻밤 만에 5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가 나왔다. 중국 저장성 이우시(義烏市·세계 최대의 소상품 도매시장과 소상품 생산시설이 있는 유명한 경제도시) 상인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이 봤을 때 엄청난 기회였고 당근 칼을 바로 생산라인에 밀어 넣는다.  ━  두 번째 단계는 인기몰이다.   대체 이우 상인들의 파워가 얼마나 세길래...  장난감은 문방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국 각 지역의 문방구 주인들이 하나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단톡방에 있다. 단톡방에 있는 문방구 주인은 대부분 이우에 공급 업체를 두고 있다. 이우에서 밀어붙이는 물건은 그게 무엇이든 팔고 싶어 한다. 당근 칼이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중국 각지의 문방구에 등장한 이유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당근 칼 이우는 비용을 통제하는 강력한 능력도 갖추고 있다. 당근 칼은 3D 프린트로 만든다. 그러나 이우에서는 기성품 사출 성형 생산 라인으로 대량 제작이 가능하다. 당연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나당 6마오(약 100원)로 가격을 낮춘 이유다. 무시무시한 생산 능력 때문에 많은 민간 예술가와 이우 상인 간에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주문을 받고 구매자 위치가 이우인 것을 확인하면 디자이너들이 경계부터 하는 것이다.  ━  세 번째는 재창조 단계다.   이우 상인들은 모방만 하나? 당근 칼이 대형 브랜드에 인수된다면 이우 상인들은 어떻게 될까? 영향을 받지 않을까? 정답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이다. 이우는 당근 칼 생산 방식으로 어떠한 장난감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우의 모든 작은 상품이 당근 칼과 결합해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하고 조잡해 보이지만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기에 가능하다. 첫째 대규모 ‘혼혈’ 생산은 이우에서만 완성할 수 있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많고 작은 상품의 생산 라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떤 물건이 재창조 단계에 들어가면 이우와 대적할 상대가 없다. 둘째 이우는 효율적인 시행착오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중국 내 장난감 가게에 물건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이우는 피드백을 즉각 받아볼 수 있다. 판매를 중단할지 계속할지 금방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 당근 칼은 설계 단계, 인기몰이 단계, 재창조 단계를 거쳐 중국을 빠르게 휩쓸고 한국까지 넘어왔다.  」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당근 칼은 이우 상인의 눈에 띈 뒤 곧바로 산업 시스템에 진입했고, 생산라인을 타고 금방 전국의 문방구 네트워크에 진출했다. 원래의 루트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으로 계속 도약하는 가장 효율적인 성장을 한 것이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3.11.26 07:00

  • 中 '얇은 껍질의 젊은이', 도대체 무슨 뜻?

    中 '얇은 껍질의 젊은이', 도대체 무슨 뜻?

    사진 셔터스톡 ‘추이피녠칭런(脆皮年輕人)’, 중국의 신조어다. 얇은 껍질을 뜻하는 ‘추이피(脆皮)’와 젊은이를 뜻하는 ‘녠칭런(年輕人)’이 합쳐진 말로, 직역하면 ‘얇은 껍질의 젊은이’다. 무엇을 뜻할까? 툭하면 다치고 아픈 젊은 세대를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유리몸’, ‘종이인형’ 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추이피녠칭런’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의 모 병원 응급실에 따르면 올 9월에만 18~25세 청년 1700여 명을 진료했다. 중국 젊은 세대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중국에서 질병은 어느새 나이와 상관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에 최근 중국 젊은 세대는 건강 관리에 부쩍 신경 쓰기 시작했다. 중의학을 공부하고, 기공체조를 배우고, 건강 관리 기기를 여러 대 사는 등 적극적으로 건강 관리에 나서고 있다.    ━  19살이 쭈그려 앉다 무릎 골절… 기상천외 ‘中 병약 유니버스’   중국 SNS 플랫폼에서 ‘추이피녠칭런’ 주제의 게시글이 총 19만 8000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 신커두 중국 온라인 포털 인민망(人民網)에 따르면 19살인 장 씨는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아있다가 일어서지 못해서 병원을 찾았다. 장 씨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무릎 관절 파열’. 다소 황당한 일화지만, 요즘 중국 젊은 세대가 꽤 많이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중국의 SNS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 틱톡(抖音), 웨이보(微博) 등에서는 바지를 갈아입다 쥐가 나서 병원에 실려 간 사연부터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海底撈)’에서 줄을 서다 극심한 공복감에 기절한 사연까지 가지각색의 병약한 젊은이들의 일화를 찾아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 중증 질환에 걸린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소비일보(消費日報)와 온라인 보험 플랫폼 마이바오(螞蟻保)가 협력해 발표한 ‘2022년 마이바오 보험금 지급 서비스 보고(2022年螞蟻保理賠服務報告)’에 따르면 20~40세의 중증 질환 보험 청구 중에서는 20~40세 남녀 모두 갑상선암이 1위를 차지했다. 20~40세 남성의 중증질환 보상 상위 5개 질환은 갑상선암, 급성심근경색증, 관상동맥질환, 뇌출혈, 비인두암이었고, 여성은 갑상선암, 유방암, 뇌출혈, 자궁경부암, 폐암이었다. 갑상선암, 심경색, 관상동맥질환이 젊은 층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 된 것이다.  ━  건강해지고 싶어 ‘팔단금’ 배우는 중 MZ세대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에서 팔단금 튜토리얼 영상이 약 2268만 7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지난 11월 17일 기준). 사진 비리비리 헬스, 요가,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이 있지만, ‘추이피녠칭런’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중국 전통 기공체조인 ‘팔단금’이다. 팔단금은 체질 개선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운동이다.     중국 SNS에서 팔단금을 하고 수족냉증 완화, 안색 개선 등 효과를 봤다는 ‘간증글’이 올라오면서 팔단금이 젊은 층에게 핫한 운동법으로 떠올랐다. 초보자도 영상만 보면 큰 무리 없이 따라 할 수 있어서 질환을 앓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팔팔하지도 않은 건강 ‘회색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팔단금의 인기는 조회수가 증명한다.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에서는 팔단금 튜토리얼 영상이 2268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다. 영상의 탄무(彈幕, 동영상 위에 떠다니는 실시간 댓글)에는 자신의 훈련 일지를 기록하는 네티즌들을 찾아볼 수 있다.  ━  보양식부터 건강 관리 디바이스까지… 중의학 제품 대인기   추이피녠칭런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올여름에는 약방에서 파는 밀크티, 쏸메이탕(酸梅汤·매실탕) 등 건강 음료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성분에 대한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음료라는 점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우 샤오잔이 베이칭송의 안마기기를 광고하고 있다. 사진 쑤닝 건강관리 기기의 강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많은 신생 안마기기 브랜드가 등장했다. SKG, 베이칭송(倍轻松·Breo)은 각각 인기 배우 왕이보(王一博), 샤오잔(肖戰)을 모델로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젊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기와 혈의 순환에 도움을 준다는 전자 뜸기, 소화 및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알려진 복부 마사지기, 근육통을 완화하고 부기를 없애는 전기 괄사 등 중의학을 접목한 건강 관리 기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중의학은 복잡하고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중의학 제품은 기존에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던 제품에 중의학 요소가 추가된 형태다. 간단하면서도 접근성이 높다. 이에 중의학을 접목한 건강 관리 제품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의학 열풍’에 편승한 제품과 브랜드가 ‘롱런’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  빠르게 성장하는 中 건강 관리 산업, 그 전망은?   사진 셔터스톡 상업 빅데이터 분석회사 DT차이징(DT財經)이 발표한 ‘현대 청년 신체관 조사(當代青年身體觀小調研)’에 따르면 요즘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자신의 신체 점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6.4점이다. 7점을 택한 사람이 30.2%로 가장 많았으며, 심지어 참여자 4분의 1 정도는 자신의 몸에 6점 이하를 매겼다.     중국 젊은 세대의 건강 불안이 확산되면서 관련 사업이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중국의 신규 건강 관련 기업은 58만 13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0.97% 증가했다. 올해 역시 성장세다. 올 1~3분기 중국 신규 건강 관련 기업은 61만 38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28.79% 증가했다.   그러나 일부 건강 관리 제품이 반짝인기에 편승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의 소비자 고발 플랫폼 헤이마오신고(黑貓投訴)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마사지 기기에 불만이 많다. 골반 복구 기능이 있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일반 마사지 방석과 다르지 않거나 목 마사지기 사용 후 피부에 이상이 생기는 등 다양한 불만이 접수되어 있다. 또한 운동 전문가가 아닌 인플루언서를 따라 영상으로 전통체조 등을 배우다가 몸살을 앓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중국의 건강 관리 산업이 ‘롱런’하려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건강관리가 긴 시간을 거쳐 이루어진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11.21 15:43

  • '훠궈 너무 비싸' 편견 깬 1만 매장 신화의 주인공

    '훠궈 너무 비싸' 편견 깬 1만 매장 신화의 주인공

    귀취안스후이 매장. 사진 바이두백과 중국 훠궈(火鍋, 중국식 샤브샤브) 브랜드 궈취안스후이(鍋圈食匯, 이하 ‘궈취안’)가 4년 만에 1만 매장 돌파에 성공했다. 중국 대표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보다도 빠른 확장세다. 저렴한 가격과 지방 소도시 공략, 두 가지 면에서 중국 가성비 밀크티집 미쉐빙청(蜜雪冰城)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30억 위안(약 5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이어, 지난 11월 2일에는 홍콩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이른바 ‘꽉찬 집’이라고 평가받는 중국 훠궈업계에서, 후발주자 궈취안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  1. 반값으로 즐기는 ‘훠궈 한상’     사진 터우탸오신문 궈취안은 지난 2017년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 설립됐다. 훠궈와 사오카오(燒烤, 중국식 꼬치구이) 재료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마트로, 훠궈 육수부터 각종 토핑, 소스, 훠궈 냄비에 이르기까지 식재료 및 도구 일체를 제공한다. 집에서 간편하게 ‘훠궈 한상’을 즐길 수 있도록 패키지를 배달하는 서비스가 주력 사업이다.   훠궈 너무 비싸. 최근 중국 현지에서는 훠궈 가격이 부담스러워 자주 못 사 먹겠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1인당 100위안(약 1만 8000원)에 먹을 수 있는 훠궈 집은 거의 없으며, 200위안(약 3만 6000원)을 넘게 주고도 배부르게 먹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푸념한다.     궈취안은 이러한 상황을 전략적으로 파고들었다. 집안에서 훠궈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식재료부터 도구까지 전부를 문 앞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궈취안의 경우, 50-70위안(약 9000원-1만 2000원) 정도면 한 사람이 흡족하게 먹을 수 있다. 현지 하이디라오에서 1인당 평균 114위안 정도를 지불하는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저렴한 가격으로 훠궈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높은 가성비를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궈취안의 탄탄한 공급망 덕분이다. 궈취안은 육가공, 완자, 훠궈 육수 재료 등 3대 식자재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새우 완자를 생산하는 공급업체에도 별도 투자했다. 2022년 연말 기준, 궈취안은 266개 식재료 공급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재료별 전용 생산공장’체제로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비용을 절감해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저렴한 식자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식자재 품질 보장을 위해 운송은 전문 물류회사에 맡긴다.     궈취안의 성공 서사를 말할 때, 코로나 팬데믹 기간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에 꼼짝없이 갇혀 있던 시절, 배달 전문 궈취안은 그 기세를 몰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궈취안의 바이두(百度) 검색량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오프라인 매장 수 증가 추세도 궈취안의 뜨거운 인기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다. 지난 2019년 만 해도 궈취안의 매장은 500곳을 겨우 넘겼을 정도였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발 이후인 2020년, 궈취안 매장은 4300곳으로 대폭 증가했다. 궈취안이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23년 9월 26일 기준 궈취안의 매장은 9978곳으로, 계약 체결을 완료한 가맹점까지 포함하면 현재 총 1만 1000곳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9년부터 상장 전까지, 궈취안은 총 5번에 걸쳐 30억 위안의 투자를 유치했다. IDG캐피털, 자위캐피털(嘉禦資本), 우메이(物美) 등 주요 투자기관과 거물급 업체가 투자자로 손길을 내밀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경제’를 발판으로 기회를 잡은 후, 자본 시장의 러브콜을 받으며 매장 규모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  2. 훠궈업계 ‘미쉐빙청’   현지 업계에서 궈취안은 훠궈업계 미쉐빙청이라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가성비 밀크티집 미췌빙청과 궈취안은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 소도시 공략, 가맹점 확장, 그리고 정저우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사실까지 동일하다. 미쉐빙청이 현지 차음료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1만 매장을 돌파한 것처럼, 궈취안은 훠궈업계에서 가장 먼저 1만 매장에 도달했다. 창립자 양밍차오. 사진 터우탸오신문 창립자 양밍차오(楊明超)는 궈취안 설립 이전 다수의 창업을 거쳤다. 2006년 포장마차를 시작으로 첫 포문을 열었고, 2013년에는 ‘술집에서 훠궈를 먹는 컨셉’으로 요식업 사업에 성공했다. 이후 정저우 일대에 그의 영업방식이 유행처럼 번질 정도였으며, 한때 매장 수가 1000개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야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약 10년 간의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훠궈 식자재 공급으로 눈을 돌린다. 당초 양밍차오는 중소 규모 식당 위주로 식자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점차 훠궈 식자재 공급망의 경쟁우위를 활용해 B2C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로 마음먹는다.     2017년 1월, 지금의 궈취안의 첫번째 오프라인 매장은 이렇게 문을 열었다. 이후 궈취안은 훠궈와 관련한 식재료와 도구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특한 운영모델로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앞서 언급했듯, 궈취안은 미쉐빙청과 마찬가지로 지방 소도시부터 우선 공략에 나섰다. 주택가에 매장을 낸 다음, 2030 젊은 세대 및 가족단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궈취안의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연말까지 현급시(縣級市)* 이하 매장의 비중이 전체의 43.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급시(縣級市): 중국의 행정구역은 ‘성(직할시, 자치구)-시(지급시)-현(현급시)-진-향’의 순서로 구분된다. 각각 한국의 ‘도(광역시)-시-군-읍-면’에 해당한다.   궈취안이 1만 매장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가맹비 0원’ 정책을 내세워 가맹점 수를 비약적으로 늘린 덕분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1441곳이었던 궈취안의 가맹점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지난 2022년 연말 기준, 궈취안의 전체 매장 수는 총 9221곳이며, 이 가운데 가맹점이 9216곳(직영점 5곳)으로 전체의 99.9%를 차지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궈취안. 사진 펑파이신문 한편, 궈취안(종목코드: 02517.HK)은 지난 11월 2일 홍콩거래소에 입성했다. 발행가는 주당 5.98홍콩달러(약1000원)였으며, 상장 첫날 주가는 상승 후 다시 하락하며 발행가와 동일하게 마감했다. 이날 기준, 궈취안의 시가총액은 107억 홍콩달러(약 1조 7800억 원)이다. 1만 매장을 최초 달성한 궈취안이 상장 후에도 훠궈업계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1.21 07:00

  • ‘10위 경쟁 치열’ 2023 중국 도시별 GDP 각축전

    ‘10위 경쟁 치열’ 2023 중국 도시별 GDP 각축전

    사진 터우탸오신문 중국의 각 도시가 GDP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도시별 격차가 좁혀지고, TOP10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지방 도시들이 몸집을 불리면서, GDP 1조 위안(약 180조 원) 클럽에 합류하는 도시의 수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  TOP10 순위 불변, 청두↑ 쑤저우⋅광저우↓     김경진 기자 얼마 전, 2023년 중국 1~3분기 도시별 GDP 순위가 발표됐다. 1~2위는 여전히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이었다. 두 도시의 1~3분기 GDP는 각각 3조 3019억 위안(약 594조 원)과 3조 1723억 위안(약 570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선전(深圳)이 2조 4468억 위안(약 440조 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4위는 충칭(重慶)으로, 1~3분기 GDP 2조 2243억 위안(약 400조 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5.6% 증가한 수치로, 5위 광저우(廣州)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한때 3위 선전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광저우는 지난해(2022년) 처음으로 충칭에 4위 자리를 내어준 이후, 아직 기존 순위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GDP TOP10 도시 가운데, 1~3분기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도시는 청두(成都)였다. 청두는 동기 대비 GDP 증가율 6.7%를 기록하며, 전체 7위에 올랐다. 반면, 6위 쑤저우(蘇州)는 GDP 증가율 4.2%로, TOP10 도시 중 광저우와 함께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6위 쑤저우와 7위 청두의 격차도 갈수록 좁혀지는 추세다. 8~9위는 각각 항저우(蘇州)와 우한(武漢)이 차지했고, 10위는 난징(南京)에게 돌아갔다.  ━  4개 도시 간 10위 경쟁 치열   중국 GDP 10대 도시 각축전. 가로축은 연도, 세로축은 GDP(억 위안이다). 꺾은선 그래프 색 파랑은 난징(南京), 초록은 톈진(天津), 주황은 닝보(宁波), 빨강은 칭다오(靑島)다. 사진 궈민징뤠 1-10위 순위는 전과 다름이 없었지만, 10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도시별 GDP TOP10을 놓고 난징, 톈진(天津), 닝보(宁波), 칭다오(靑島) 4개 도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도시의 격차는 10% 내외로, 향후 TOP10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10위를 지키고 있는 난징은 지난 2020년 톈진을 제치고 처음으로 TOP10에 올랐다. 2023년 1~3분기 GDP에 따르면, 톈진과 난징의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닝보와 칭다오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10위 난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닝보는 경제 성장 목표를 연이어 상향 조정하며, 야심을 드러내 왔다. 최근에는 ‘2025년 GDP 2조 위안 달성, 전국 TOP 10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칭다오는 중국 북방에서 베이징의 뒤를 잇는 2대 도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기세다. 실제로 칭다오는 11위로 하락한 톈진과의 격차를 갈수록 좁히고 있다. 2023년 1~3분기 GDP 기준, 칭다오는 6% 증가율을 보인 반면, 톈진은 4.6% 성장하는 데 그쳤다. 톈진-칭다오의 GDP 격차는 지난 2022년 760억 위안(약 13조 6700억 원)에서 2023년 480억 위안(약 8조 6300억 원)으로 줄었다.  ━  ‘GDP 1조 위안 클럽’ 진영 확장세   출처 입력  한편, 올해 일부 도시가 ‘GDP 1조 위안 클럽’에 새로 합류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도시별 경쟁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2년 기준, 중국의 GDP 1조 위안 이상 도시는 총 24곳이었으며, 이 중 4조 위안 이상 도시 2곳, 3조 위안 이상 1곳, 2조 위안 이상 4곳이 포함됐다.      2023년에는 충칭과 광저우가 새로 GDP 3조 위안 클럽에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년간, 코로나 19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사이, 충칭이 광저우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그러나 충칭과 광저우는 도시 규모나 1인당 경제 지표 등 측면에서 여전히 차이가 작지 않다. 따라서 두 도시 간 4위 경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2022년) 청두는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선전, 충칭, 쑤저우에 이어 중국 본토에서 7번째로 GDP 2조 위안 도시가 되었다. 올해는 우한과 항저우가 GDP 2조 위안 클럽에 추가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한과 항저우는 치열한 GDP 경쟁을 벌이면서, 함께 2조 위안 관문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1.14 07:00

  • ‘4대강’ 지운 한국과 치수에 올인한 중국

    ‘4대강’ 지운 한국과 치수에 올인한 중국

    순(舜)임금 시절 우(禹)는 아버지 곤(鯀)의 실패를 딛고 치수(治水)에 성공해 중국 최초의 왕조로 일컬어지는 하(夏)나라를 세웠다.   아직 정식 역사로 인정받지 못하는 선사시대 이야기지만 고래로 치수가 통치의 핵심 중 하나였음을 말해주는 고사다. 소위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큰 강 유역이었다.   최근 국회발 중국 뉴스 하나가 떴다. 환경부가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발전개혁위와 수리부는 2021년 발생한 대규모 홍수를 계기로 2025년까지 주요 하천과 홍수를 정비하겠다는 ‘물 안전 보장 계획’을 지난해 1월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물 그릇’ 40억㎥를 키워 저수 용량을 확보하고, 대규모 하천의 본류를 정비하며, 제방을 쌓아 홍수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급수 능력 290억㎥ 증가’ ‘농촌 상수도 보급률 88%’ 등 물 공급 대책도 담았다. 또 강을 정비하지 않으면 큰비에 토사가 휩쓸리며 수생태계가 혼탁해지기 때문에 ‘중점 하천과 호수 생태유량 달성’도 넣었다. 물을 막아 수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인데, 한국의 4대강 사업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4대강 사업은 주요 하천의 강바닥을 준설해 ‘물 그릇’을 넓히고,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으며, 보 설치로 용수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시 주중 한국대사관의 환경부 공무원은 “중국 정부가 안정적 물 공급과 홍수 등 재해 예방, 수생태 보호 등을 포괄하는 물 안전 보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무반응이었다. 4대강 프로젝트를 리셋(reset)하려 했던 문재인 정권 말기 시절이었다. 2023년 6월 21일 문재인 정부 당시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거의 방치되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4대강 금강 세종보 모습. 세종시는 최근 환경부에 세종보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환경부는 장기간 미가동 상태에 있는 세종보를 11월 정밀 점검에 나서는 등 정상 작동 가능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금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부문 중 하나가 치수다. 지난해 6월 착공한 ‘창장(長江)~우후(蕪湖) 구간 프로젝트’는 36개월간 10억9000만위안(약 2000억원)을 투입해 51.8km의 제방을 짓는 사업이다. 지난해 9월 ‘후난(湖南)성 둥팅(洞庭)호(湖) 프로젝트’를 시작해 2026년 6월까지 85억위안(약 1조5700억원)을 들여 658㎞의 제방을 보강할 계획이다. “창장 유역 제방의 위험 요소를 해소해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더 거대한 사업은 ‘백년대계’ 차원으로 진행 중이다. 창장을 비롯한 남쪽 물을 베이징 등 북쪽으로 끌어들인다는 이른바 남수북조(南水北調) 프로젝트다. 2000만명이 생활하는 중국 수도 베이징은 세계적으로도 물 부족이 심각한 대도시다. 큰 강이 없고 건기가 길어 추운 겨울에도 눈조차 잘 내리지 않는다. 그나마 1999년부터 갈수기에 접어들어 지표수·지하수·입경수(入境水·외부에서 베이징에 들어오는 물)가 이전의 절반가량 줄었다. 이 때문에 베이징은 매년 15억㎥의 물 부족 상태에 허덕인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지하수를 과도하게 퍼올리고 농업용수를 전용, 지면이 침식되고 생태환경 악화를 겪고 있다.   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시 역내에 위치한 남수북조 중선을 지난해 11월 14일 드론 사진에 담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베이징은 남수북조(南水北調) 중선(中線) 프로젝트를 통해 90억6700만㎥에 달하는 물을 공급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화통신 마오쩌둥(毛澤東)은 대륙을 제패한 직후인 1952년 “남쪽은 물이 풍부한데 북쪽은 부족하니 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끌어다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직후 남수북조가 기획됐다. 이후 수십 년간 분석과 의견수렴 절차만 이어지다가 2001년 베이징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공정이 본격화됐다. 가장 먼저 동(東)선이 2002년 착공돼 2013년 1기 노선이 완공됐다. 장쑤(江蘇)성에서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 이르는 1467㎞ 구간으로 이 지역 71개 시 1억 명에게 연간 87억7000만㎥의 물을 공급하게 됐다. 남수북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선은 2014년 완공됐다. 티베트 고산지대에 터널을 뚫어 창장 물을 칭하이(靑海)와 간쑤(甘肅)성, 네이멍구자치구 등에 공급하는 서(西)선은 2050년 완공이 목표다. 마오가 지시를 내린 지 100년 만이 되는 셈이다. 남수북조의 예상 총 사업비는 3600억 위안(약 64조6000억원), 5000억 위안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14년 이후 중국은 ‘운하열(運河熱)’이라고 불릴 정도로 운하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2014년은 한국의 남한산성과 함께 중국의 ‘대운하’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해였다. 이후 대운하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동되어 더 주목을 받았다. 육상 실크로드인 ‘일대(One Belt)’와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One Road)’를 연결하는 루트로 대운하 문화대(文化帶)가 설정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대운하를 탐방한 후 대운하에 대한 ‘보호’ ‘전승’ ‘이용’을 지시했다. 이후 대운하가 지나는 동부 지역 여러 대학에 우후죽순 운하 연구소 및 연구단이 꾸려졌다.   창장과 하북을 연결하는 이 대운하 프로젝트는 과거부터 기획됐고 수(隋)나라를 멸망시키기도 했다. 비슷한 예로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을 이뤘던 진(秦)나라 멸망에 일조한 만리장성이 있다. 둘 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라 있다. 재미있는 차별점은 장성이 외적을 막기 위해 구축된 ‘단절’과 ‘구별’의 기호인 반면, 운하는 ‘연결’과 ‘소통’의 상징이다.   그 돈 많다는 중국 중앙정부는 치수 사업을 위해 빚까지 지고 있다. 지난 여름 베이징과 허베이 등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해 1조 위안(약 184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나랏빚까지 낼 만큼 시급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일본도 2018년과 2020년 큰 홍수를 겪은 후 신규 댐 건설과 댐 리모델링 등 각종 치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이전에 건설해 놓은 보(洑)를 해체하고 국가 주도의 댐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그 지긋지긋한 홍수와 가뭄의 추억을 우리도 떨쳐내야 하지 않을까.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11.11 09:30

  • 중동 부자 ‘PICK’… 빈 살만의 도시 달릴 中 자율주행, 어디?

    중동 부자 ‘PICK’… 빈 살만의 도시 달릴 中 자율주행, 어디?

    2022년 10월 15일 베이징 이좡 거리에 바이두의 로봇택시 ‘뤄보콰이파오(蘿蔔快跑)’가 정차해있다. CFP 중국 수도 베이징에선 지난달부터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가 운행 중이다. 바이두의 로보 택시인 ‘뤄보콰이파오(蘿蔔快跑)’를 통해서다. 2021년 11월 운행을 시작해 지금까지 약 330만 회 운행했으며, 하루 평균 5000회가량 자율 주행 택시를 운행 중이다. 해당 차량은 바이두와 함께 자율주행 스타트업 ‘Poni.ai’(小智智行, 이하 포니.ai)가 합작해 만들었다.     포니.ai 부사장은 “자율주행 택시가 사고를 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며 “현재 운행 중인 구역에서 완전 자율주행 택시가 성공하면 서비스를 베이징 전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3년 안에 이 목표를 이룰 예정이다.     이렇듯 자사의 기술력이 훌륭하다고 자평하는 이 기업, 마냥 자화자찬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포니.ai는 올해 ‘글로벌 자율주행 업체 기술력 평가’에서 15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1위는 인텔의 모빌아이, 2위는 구글의 웨이모, 3위는 바이두가 이름을 올린 순위표다. 설립 7년 만에 세계 무대로 우뚝 서 글로벌 거물과 어깨를 견주게 된 포니.ai다.     올해 5월엔 중국 최초, 선전(深川) 지자체 수준의 자율주행 AI 테스트를 통과했다. 또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의 모든 1선 도시에서 완전 무인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최초의 회사다. 2016년 설립된 포니.ai의 현재 몸값은 약 85억 달러(약 11조 원)로 추정된다.   관련기사 神이라 불리우는 둘…中천재들의 11조짜리 자율주행, 어떻길래 광저우 도로를 달리고 있는 포니.ai 로보택시. 포니.AI 공식 홈페이지 포니.ai는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바이두와의 협력은 이미 증명됐다. 지난 8월엔 L4 자율주행 분야에서 중국도요타자동차투자유한공사(TMCI), GAC도요타(GMTC)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무인 배송 분야에서도 중국판 배달의 민족 메이퇀(美團)과 이미 협력해 무인 배송 시장을 전개하고 있다.  ━  💰💸부자 나라 픽, 빈 살만의 도시 ‘네옴’ 달릴까     사진 포니.AI 공식 홈페이지 최근엔 중동 부자가 콕 집어 포니.ai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25일 포니.ai는 사우디의 초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NEOM)의 투자 기관 네옴인베스트먼트펀드(NIF)와의 새로운 합작 투자를 발표했다. 네옴은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꿈이 담긴 도시 개발 프로젝트다. 5000억 달러를 투자해 조성하는 신도시 네옴에선 도로에 전기차만 다니게 된다.   포니.ai는 빈 살만의 도시를 달릴 수 있을까. 이번 합작에서 포니.ai는 중동 전역에 로보택시 탑승을 구현하기 위해 1억 달러를 투자받았으며, 전 세계 자율주행 기술 연구 개발과 운영에 사용할 예정이다. 합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사우디아라비아에 최첨단 R&D 및 제조 시설을 갖춘 지역 본사를 설립한다.   NIF CEO 마지드 무프티(Majid Mufti)는 “포니.ai에 대한 투자는 지역의 자율 운송 솔루션을 달성하려는 네옴의 야심 찬 계획과 일치한다”며, “이번 투자는 스마트하고 배출가스 없는 자율 다중 모드를 구축하려는 우리 계획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   아부다비의 ‘야스섬’에선 포니.ai의 자율 주행 도로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지난 10월 1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투자청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 스마트 자동차 산업(SAVI) 클러스터의 신규 회원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월엔 아랍에미리트 차관 압둘라 알 살레(Abdulla Al Saleh)가 포니.ai의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문하며 무인 차량을 탑승하기도 했다. 그는 “포니.ai와 함께 자율주행 택시를 탄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며 높은 평가를 했다.   아랍에미리트 경제부 차관 압둘라 알 살레(Abdulla Al Saleh)와 자율주행 업체 '포니.ai'의 CEO 제임스 펭이 완전 무인 차량을 탑승하고 있다. 포니.ai 공식 웨이보 중동 오일 머니의 수혜를 입는 곳은 포니.ai뿐만 아니다. 올해 초부터 중국 스마트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중동발 핫머니가 쏟아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사업에 본격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초 사우디 투자부와 중국 전기차 제조사 휴먼 호라이즌스(Human Horizons, 華人運通)가 56억 달러(약 7조 3천억 원) 규모의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9월 중국 전기차(EV) 제조업체 니오(Nio·蔚來汽車) 역시 아부다비의 CYVN 홀딩스로부터 총 11억 달러에 달하는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공개 정보에 따르면 CYVN은 아부다비 정부가 대주주 지분을 보유한 전문 투자 기관으로, 첨단 및 지능형 모빌리티 분야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하이 일렉트릭을 초기 투자자로 둔 이노베이트 모터스(Enovate Motors)는 사우디아라비아 당국 및 합작 투자 파트너인 수모우(Sumou)와 연간 10만 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계약하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중동 자본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물론 자동차 산업 체인에 위치한 자율주행 분야도 큰 혜택을 받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 기술 회사인 훙징즈지아(宏景智駕)는 사우디 아람코 펀드의 여러 투자를 받아 누적 1억 위안을 초과했다. 사진 포니.AI 공식 홈페이지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자국의 전기차 기술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기업 인수 및 합작투자 기업 설립과 기술 협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 또 외국 기업의 현지 진출을 위한 금융 및 세제 혜택도 확대하고 있어 미국의 테슬라, 대만의 폭스콘도 요동치는 사우디 전기차 시장에 가세했다.     우리나라의 현대차,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기업도 사우디에 속속 진출 중이다. 아라비아 내 조립 공장을 설립하고 전기차 부품 및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도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의 전치가 자체 생산 및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는 지속해서 증가할 예정이다. 콕 점 찍어주기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현지 제품 및 부가가치 창출 요건 등을 고려한 투자 진출 전략 수립이 필요할 때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2023.11.10 07:00

  • ‘엑스스몰(XS)’만 찾는 中 핫한 언니들, 도대체 왜?

    ‘엑스스몰(XS)’만 찾는 中 핫한 언니들, 도대체 왜?

    스킴스는 세계 최고의 여성 셀럽이자 사업가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이 설립한 미국 브랜드이다. 세계 의류 패션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가 하나 있다. 미국 브랜드 스킴스(SKIMS)가 그것. 세계 최고의 여성 셀럽이자 사업가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이 만들어 유명해진 제품이다. 2019년에 설립된 스킴스는 타이츠에서 캐주얼 의류로 사업을 확장하며 불과 4년 만에 글로벌 속옷 업계의 “왕언니”가 되었다.     스킴스는 중국에서도 잘 팔린다. 중국의 소셜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에서 무작위로 스킴스를 검색했을 때 공유된 리뷰글만 수만 개가 넘는다. 그런데 스킴스는 중국에서 유독 ‘XXS(가장 작은 사이즈)’이 잘 팔린다.  중국 소비자들은 몸에 꽉 끼는 사이즈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스킴스는 다양한 여성 인물을 포용하기 위해 최대 12가지 피부색과 XXS에서 4XL 사이즈를 커버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대체 얼마나 꽉 끼길래... 스킴스 피쉬테일 원피스는 몸의 곡선을 부각해 아무나 소화하기 힘들다. 스킴스는 유명 인플루언서를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중국 유명 연예인 이멍링(易夢玲)과 조로사(趙露思)는 몸의 곡선을 살린 스킴스 피쉬테일 원피스 입은 사진을 올려 주목을 끌었다. 팔로워들은 열광했고, 피쉬테일은 ‘신(神) 원피스’가 되었다. 잘 입으면 아름다워 보이지만 아무나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신(神)’자가 붙은 것이다. 쫀쫀한 재질로 만들어진 이 원피스는 늘리면 두 배까지도 늘어나지만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옷이 몸에 코팅된 느낌이라고 한다. 조금의 살도 가릴 수가 없다. 심지어 옷이 아니라 천으로 만든 엑스 레이라며 몸의 모든 살을 빛으로 비춰볼 수 있겠다는 댓글도 있었다. 스킴스는 옷이 아니라 천으로 만든 엑스 레이라며 몸의 모든 살을 빛으로 비춰볼 수 있겠다는 댓글도 있었다. 한 달 전 스킴스 옷을 구매한 소비자 장장(张张). 그는 ‘포용, 자신감, 자기 사랑’이라는 스킴스의 브랜드 철학에 끌렸다고 한다. ‘누구든 입어도 좋은 옷’이라는 속성이 맘에 들었다는 얘기다. 그런 장장도 옷을 선택할 때는 ‘꽉 낀’ 사이즈를 골랐다. 심지어 스킴스 원피스를 입기 위해 쉐이프 웨어(shape wear, 보정용 속옷)를 착용한 적도 있다. 가슴과 엉덩이를 좀 더 풍만하게 보이기 위해서다.   스킴스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살 색 내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상 제품을 사려면 웃돈을 주고 구매 대행까지 해야 한다. 스킴스의 원피스와 티셔츠는 대부분 단색의 기본 아이템이지만 비싸다. 각각 700위안(약 13만 원), 400위안(약 7만 원)이 넘는다. 스킴스의 원피스와 티셔츠는 대부분 단색의 기본 아이템이다. 중국 언니들이 ‘꽉 낀’ 옷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좋은 옷은 자신을 멋지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을 대신해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의 핫한 언니들이 스킴스 원피스를 고집하는 이유다. 말하기 쑥스러운 무언가를 옷을 통해 표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XXS 사이즈 옷을 예로 들어 보자. 몸에 꼭 맞는 XXS 사이즈 옷은 여러 말 대신 다음과 같은 시그널을 전한다.   1. 나는 당신이 부러워할 만한 몸매를 가졌다.    2. 나는 자제력과 의지가 매우 강하다. 3. 나는 수입이 꽤 높은 사람이다.   스킴스 원피스를 입으면 세 가지 꼬리표가 붙는다. 수입이 꽤 괜찮은 중산층이자, 멋진 몸매를 가진 여성이자, 자제력이 높은 성인이라는 꼬리표다. 이 세 가지를 본인이 직접 말하기는 조금 쑥스럽지만 옷으로는 구현할 수 있다. 그런데 시중에서는 적합한 옷을 찾기가 힘들다. 스타킹은 체형이 잘 드러나지만 야외에서 단독으로 입기는 불편하고 명품은 조금 부담스럽다. 이때 스킴스의 가장 작은 사이즈 옷이 가려운 곳을 딱 긁어준다! 입기만 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이 표현된다. 「 유명한 작가 폴 푸셀(Paul Fussell)은 옷이 사회적 피부라고 말했다.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의 마음속 말을 옷을 통해 외친다는 것이다.   」 스킴스뿐만 아니다. 다른 브랜드에서도 ‘꽉 낀 옷’ 선호 흐름이 뚜렷하다.     올여름 유니클로는 힙한 옷들을 많이 내놓았다. 길이가 짧고 사이즈가 특히 작은 티셔츠다. 신제품을 출시할 때 늘 신중했던 유니클로에서도 핫 한 언니 옷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꽉 낀 옷’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유니클로의 2023년 회계 연도 매출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40% 이상이며 그중 핫 한 언니 옷이 성장률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중국 브랜드도 합류하고 있다. 중국의 로컬 속옷 브랜드인 바나나인(蕉内,Bananain)과 네이와이(内外 NEIWAI) 등도 지속해서 쉐이프 웨어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건강, 미용, 편안함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꽉 낀 옷’ 열풍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3.11.09 07:00

  • 韓서도 유행한 中 ‘지파이’, 요즘 잘 안 보이는 이유

    韓서도 유행한 中 ‘지파이’, 요즘 잘 안 보이는 이유

    치킨. 사진 셔터스톡 중국 사람에게 치킨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물어보면 어떤 답이 나올까? 1·2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및 성도급 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KFC, 맥도날드, 디코스(Dicos·德克士, 서양식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3·4도시(성도 이하 도시) 사람들은 어떤 브랜드를 떠올릴까? 바로 ‘정신지파이(正新鷄排 · ZHENGXIN CHICKEN STEAK)’다.     그런데 이 ‘지파이(鷄排)’라는 단어, 어딘가 익숙하다. 지파이는 향신료를 넣어 만든 닭튀김으로 손바닥을 넘는 크기와 바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롯데리아에서 지파이 메뉴를 선보였고, 출시 10일 만에 100만 개를 판매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정신지파이 광고. 사진 정신지파이 홈페이지 지파이는 중국 현지에서 가장 대중적인 간식이다. 그중에서도 정신지파이는 중국의 ‘국민 브랜드’다. 2012년 처음 등장하여 중국 내륙에서 지파이 대중화를 이끌었다. 중국 전역에 2만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70억 위안(약 1조 2865억 원) 이상을 버는 몇 안 되는 요식업 브랜드로도 알려졌다. 지파이 하나당 10~12안 위안(약 1838~2206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는 100억 위안(약 1조 8376억 원)에 이를 정도다.     2012년 첫 등장 이래 탄탄대로만 달리던 정신지파이.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현지에서 정신지파이의 인기는 눈에 띄게 사그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하침시장부터 노린 ‘미쉐빙청(蜜雪冰城)’ 닮은꼴?   미쉐빙청 매장. 사진 소후 정신지파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음료·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브랜드 ‘미쉐빙청(蜜雪冰城·MIXUE)’의 그것과 닮았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1·2선 도시에서 영업을 시작하지만, 두 브랜드 모두 하침시장 (下沈市場·중국 3, 4선 도시 및 농촌 지역)을 주요시장으로 삼았다.     정신지파이와 미쉐빙청의 메뉴는 모두 10위안 내외지만, 푸짐한 양으로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한다. 3·4선 도시에서는 미쉐빙청에서 밀크티 한 잔을 들고 정신지파이로 발걸음을 옮기는 젊은 소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신지파이와 미쉐빙청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신생 브랜드 같지만, 모두 ‘90년대생’으로 짧지 않은 역사를 자랑한다는 것이다. 정신지파이의 첫 시작은 무려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천촨우(陳傳武) 정신지파이 창립자가 설립한 ‘원저우시바이윈식품유한회사(溫州市白雲食品有限公司)’가 그 전신이다.     처음에는 냉동식품을 만드는 회사로 시작했다. 2012년 대만의 길거리 음식 지파이를 주력 메뉴로 하는 정신지파이를 오픈하면서 대박을 터트렸고, 빠르게 매장 수를 늘렸다.   2017년 7월, 정신지파이는 중국에서 최초로 만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스낵 브랜드에 등극한다. 현재 매장 수는 2만 5000여 개로, 무려 KFC 중국 내 매장 수의 3배에 달한다. 이제는 3·4선 도시뿐만 아니라 1선도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명실상부 중국의 ‘국민 프랜차이즈’에 등극했다. 정신지파이 매장. 사진 정신지파이 홈페이지 정신지파이가 짧은 시간 동안 이토록 빠르게 매장을 늘릴 수 있었던 데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저렴한 임대 비용이다. 정신지파이 매장은 따로 식사 공간이 없고, 작은 면적이어서 과도한 임대료나 관리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 특히 1.5평의 작은 공간에도 매장을 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 SNS에서는 몹시 작은 공간에 ‘정신지파이 차려도 되겠다’고 표현하는 밈이 있을 정도다.   두 번째는 저렴한 식재료 비용이다. 일찍이 1999년 천촨우 창립자는 자체 물류 브랜드인 위안구이물류(圓規物流)를 설립했고, 2015년부터 전체 산업체인 모델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자체 물류 체인을 구축한 덕분에 정신지파이는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천촨우 창립자는 과거 인터뷰에서 "정신지파이가 ‘매장 확대의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공장, 물류, 인테리어 등 모든 단계를 뚫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승승장구하던 정신지파이, 현재는?   2012년 창립 이래 정신지파이는 무서운 기세로 중국 전역에 매장을 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장 확대 속도가 느려지고, 기존 매장 역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메뉴 자체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이 ‘지파이’라는 간식에 무감각해졌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지파이 자체의 특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에서 건강 관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MZ세대 소비자는 건강 관리 중심 소비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튀긴 음식은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이에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튀긴 음식을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신지파이의 메뉴. 사진 정신지파이 홈페이지 메뉴가 다양하지 않은 것도 정신지파이가 정체기에 들어선 이유 중 하나다. 정신지파이의 시그니처 메뉴는 지파이다. 설립부터 2018년까지 메뉴 업그레이드나 신메뉴 출시가 거의 없었다. 소비자들은 항상 같은 메뉴를 반복해서 먹게 되었고, 브랜드 제품에 더는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몇 년간 정신지파이는 위생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많은 소비자가 지파이를 먹다 이물질을 발견했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은 맛과 위생이 모두 보장되길 바라는 법이다. 위생 이슈가 계속 붉어지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것도 부진에 한몫했다.    ━  정신지파이가 찾은 돌파구   승승장구하던 정신지파이는 정체기를 겪으면서 브랜드가 직면한 딜레마를 정확히 바라보게 됐다. 천촨우 창립자는 “정신지파이가 뤄쓰펀(螺螄粉·우렁이면, 중국의 대중적인 면 요리), 베이커리 혹은 다른 분야에서 또다시 만 개의 매장을 열 수 있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성공”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에 2018년부터 정신지파이는 브랜드의 전통적인 한계를 탈피하고 표준화하고 프로세스화된 방식으로 다른 분야의 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삼림 프로젝트(森林計劃)’를 시작했다. 그 결과 정신지파이 뿐만 아니라 음료 전문점 ‘정신서우야오차(正新手搖茶)’, 오리 목 구이를 판매하는 ‘정샤오지카오야보(正燒記烤鴨脖)’ 등 서브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신지파이는 여전히 큰 사랑을 받는 브랜드다. 그러나 빠르게 시장 확장을 진행하면서 메뉴, 품질관리, 서비스 등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났다.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 나가고 있는 정신지파이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11.08 07:00

  • ‘중국판 블프’ 카운트다운, 달라진 열기로 읽는 ‘뉴트렌드’

    ‘중국판 블프’ 카운트다운, 달라진 열기로 읽는 ‘뉴트렌드’

    사진 차이징쿠핑 ‘중국판 블프(블랙 프라이데이)’ 솽스이(雙十一, 11월 11일)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지난 10월 말, 알리바바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그러나 최대 쇼핑 축제를 맞이한 현지 소비자들의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중국의 경기 불황과 더불어 소비 트렌드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반향소비(反嚮消費)’ 」 최근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반향소비’란, 맹목적으로 명품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가성비 좋고 실속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이성적인 소비 방식을 가리킨다. 11월 11일, 이른바 솽스이는 그동안 중국 최대 쇼핑 축제로서, 일년 중 소비가 최대로 집중되는 대목으로 여겨졌다. 평소 가격 부담에 사지 못했던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솽스이 시즌 할인 혜택을 받아 ‘지르는’ 날이었던 셈이다. 솽스이를 처음 고안한 알리바바는 매년 이 시즌 매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올해는 솽스이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소비 주력군인 MZ세대가 ‘반향소비’를 추구하면서다. 최근 들어 명품보다는 가성비 좋은 물건을 선호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에는 지갑을 열지 않기 시작했다. 역대급 할인 이벤트가 진행되는 솽스이 시즌에도 이러한 기조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의 경기 불황과도 연관이 있다. 올 들어 중국은 리오프닝 이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큰 손’ 중국인의 소비관이 이성적으로 돌아선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명품 소비는 둔화된 반면, 가성비 좋은 중저가 상품 매출이 반등한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방증한다.    ━  새로운 쇼핑 트렌드 ‘지속가능성’   사진 셔터스톡 그러나 중국 MZ세대의 소비 트렌드 변화가 단순히 경기 불황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품의 다양한 특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이 현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명품을 맹목적으로 추구했다면, 지금은 성능과 품질뿐만 아니라 환경 이슈 등까지 고려하는 등 소비관이 달라지고 있다.   갈수록 많은 젊은이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지속가능성 여부를 많이 고려하고 있다. 중국의 MZ세대는 친환경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공급망이 투명한지에 주목한다. 또한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고품질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되,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수행하는 기업 및 브랜드가 앞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중국 로컬 브랜드의 굴기      사진 차이징쿠핑 한편, ‘반향소비’열풍 가운데 중국 로컬 브랜드의 굴기가 두드러진다. 중국 국내 소비자들이 점차 자국 브랜드 제품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가성비 좋은 중국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가전, 화장품, 의류 등 분야를 막론하고, 중국 로컬 브랜드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화장품을 예로 들면, 이번 솽스이 예약 판매 기간 동안 로컬 화장품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솽스이를 앞두고 시작된 중국 뷰티 왕훙(網紅) 리자치(李佳奇)의 뷰티 페스티벌 첫날, 랑콤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중국의 프로야(珀萊雅, PROYA) 화장품이 티몰(天貓) 화장품 판매 랭킹 1위에 올랐다. 반면, 에스티로더는 TOP3에서 밀려났으며, 일본계 시세이도도 TOP20 밖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색조화장품 부문에서도 프로야 산하 브랜드 차이탕(彩棠, TIMAGE)이 나스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반향소비’트렌드는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평판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일부 브랜드는 ‘반향소비’열풍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대적인 할인과 판촉 이벤트를 펼치는 한편,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객 체험을 개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향소비’를 소비 시장의 뉴트렌드임과 동시에 중국 MZ세대의 새로운 풍조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성비 선호,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 로컬 브랜드의 굴기, 브랜드 파워 상승 등의 변화가 모여 현재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소비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 중국판 블프의 열기 변화에 다각도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1.07 07:00

  • ‘노맛’ 음료의 역주행, 품절대란 중국 음료의 정체

    ‘노맛’ 음료의 역주행, 품절대란 중국 음료의 정체

    최근 중국에서 품절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음료가 있다. 과거 중년층의 전유물이었던 차음료가 젊은 세대까지 영역을 넓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샤오훙수(小紅書)를 비롯한 SNS에는 관련 게시물이 1만 개 넘게 올라오고, 다른 음료와 곁들여 먹는 다양한 레시피도 유행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노맛’ 음료라는 혹평에 시달렸던 음료가 역주행 신화를 쓸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일까. 중국 음료 '둥팡수예'. 사진 서우시상예핑룬(首席商業評論) 중국 대표 생수 업체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의 차음료 둥팡수예(東方樹葉, 동방수엽). 최근 이 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중국 전역에서 물량이 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이 음료의 판매량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2022년, 둥팡수예의 연간 판매액은 동기 대비 114% 넘게 증가한 100억 위안(약 18조 5300억 원)에 달했다.    ━  ‘일본에 질 수 없어’ 차 종주국의 자존심   2016년 중국 소비자 선정 가장 맛없는 음료 TOP 5. 사진 화상타오뤠(華商韜略) 사실, 둥팡수예는 출시 초기만 해도 ‘노맛’ 음료의 대명사로 통했다. ‘맛이 너무 밋밋하다’는 이유로, 지난 2016년 중국 소비자 선정 가장 맛없는 음료 TOP 5에 올랐던 이력이 있다.   둥팡수예의 탄생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눙푸산취안의 창업주 중산산(鐘睒睒)은 차종주국의 자존심을 건 차음료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2011년 당시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차음료의 경우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무당 차음료의 시조 격인 일본의 산토리(三得利)조차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 시기 첫선을 보인 둥팡수예에게 냉정한 평가가 쏟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둥팡수예는 이름처럼 밋밋하고 새로울 게 없다. 눙푸산취안의 창업주 중산산(鐘睒睒). 사진 화상타오뤠(華商韜略) 그럼에도 중산산은 차음료 둥팡수예를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 전통차의 맛을 복원한 무당 차음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 무당 차음료 시장의 비중이 10%에 그치는 등 미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그가 둥팡수예를 놓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차음료 생산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특히 무당 차음료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차는 공기 중에서 산화작용을 일으켜 맛이 변화하고 색이 어두워지는 특징이 있어서다.     이를 위해, 눙푸산쉬안은 수백 회의 테스트를 거쳐 독자적인 항산화 기술을 개발했다. 대다수 경쟁업체와 달리, 차음료 둥팡수예를 투명한 병에 담아 판매할 수 있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차음료는 변색과 변질을 막기 위해 병 전체를 포장하거나, 혹은 방부제, 향료 등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둥팡수예는 첨가제 없이 차 본연의 맛과 풍미를 보존하기 위한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에서 log6 무균 생산라인을 들여와 ‘100만 병을 생산할 때, 단 1병의 미생물 오염도 없도록 한다’는 목표를 실현했다.    ━  무당·무첨가 차음료, 시대적 기회를 맞이하다     둥팡수예. 사진 서우시상예핑룬(首席商業評論) 약 10년이라는 세월은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둥팡수예의 운명을 180도 바꿔 놓았다. 중국인들의 음료 취향이 완전히 달라진 까닭이다. 2020년대에 들어서며, 저당, 무당 음료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국가적으로도 저당(低糖) 식습관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지난 세월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업그레이드해왔던 둥팡수예는 저당, 무당 음료 열풍을 타고 상승가도를 달렸다.     초반, 저당 열풍의 선두에 섰던 위안치썬린(元氣森林)을 비롯, 일부 대체 당 음료들이 첨가제 의혹 등으로 상승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것과 달리, 아무런 첨가제도 가미하지 않은 무당 차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과거에는 중년층이 무당 차음료의 주소비층이었다면, 이제 소비층이 갈수록 젊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iiMediaResearch)에 따르면, 2015~2022년 중국 무당 음료 시장 규모는 22억 6000만 위안(약 4189억 원)에서 199억 6000만 위안(약 3조 6999억 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2025년 615억 6000만 위안(약 11조 4113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결국 둥팡수예의 역주행은 눙푸산취안의 장기 전략과 시대의 변화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었다. 현재, 눙푸산취안의 둥팡수예는 중국 무당 차음료 1위,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무당 차음료 열풍은 중국의 찻잎 생산과잉과도 일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매년 약 50만 톤의 찻잎 재고가 쌓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마침 무당 차음료 시장의 성장이 찻잎 재고 소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반대로 차음료 시장은 충분한 찻잎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늘어나는 수요와 충분한 공급이 차음료 시장의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눙푸산취안의 둥팡수예는 시장의 변화를 타고 ‘노맛’ 음료에서 ‘대세’ 음료로 탈바꿈했다. 그간 묵묵히 고수해온 무당⋅무첨가 원칙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둥팡수예는 5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업계 역사를 새로 썼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음료 업계에서는 20%의 성장률도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라며, “향후 둥팡수예의 추가 기록 경신이 기대된다”고 관측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0.31 07:00

  • “가자 아프리카로” 취업 위해 아프리카 러시 중인 중국 청년들

    “가자 아프리카로” 취업 위해 아프리카 러시 중인 중국 청년들

    과거 제국주의 시절 유럽 열강들은 앞다퉈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그들에게 식민지는 노동력을 착취하고, 본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원료 물질을 획득하며, 자신들의 생산품을 판매할 상품 시장이었다.   최근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새로운 개념의 유사 식민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 벌이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인프라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인력 수출이다.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국 청년들을 아프리카 국가들에  취직시키는 것이다.   지난 4월 11일 중국 서부 대도시 충칭에서 열린 잡페어에 몰린 인파.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하자 수치 발표를 중단했다. AFP=연합뉴스 연봉 20만 위안(약 3700만원)이면 아프리카 파견근무 고려할 거야? 지난 7월 말,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이런 질문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2억 명 넘는 이들이 관련 글을 읽었고, 30만 명이 토론에 참여했다. 소셜미디어 샤오훙수, 삐리삐리 등에 게시된 ‘아프리카 근무 경험담’ 영상은 수백만 명이 조회했다. 댓글 창에는 아프리카 취업 방법, 회사 선택 노하우, 현지 치안 상황 등을 문의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 11일 영국 BBC 중문판은 이런 상황을 전하며 “중국에서 취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점점 많은 청년이 아프리카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에 취업한 중국 청년 천줘(20·가명)의 사연을 소개했다. 중국 중부지역 농촌 출신인 천 씨는 충칭시의 한 일반 대학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6개월 동안 중국 내 기업 1000여 곳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올해 3월 졸업할 때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학과 졸업생 50여 명 가운데 졸업 전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십여 명뿐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천 씨는 아프리카행을 선택했다. 지난 6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서아프리카 가나에 취직했다. 가족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고 그는 말했다. “아프리카에 오기 전 걱정이 많았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잘 먹지 못하고 풍토병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와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가나 수도 아크라에는 수많은 중국 브랜드가 입점한 대형 쇼핑몰이 있고, 그 근처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훠궈집, 노래방, 밀크티 매점, 술집이 즐비해 있었다고 전했다. 그곳의 중국 지방 음식들은 천 씨의 향수병을 충분히 달래 주었다. “피부색이 검은 현지인을 보지 못했다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라고 천 씨는 말했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 셔터스톡   중국 청년들이 아프리카에 취업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높은 연봉이라고 BBC는 전했다. 아프리카 기업들은 중국 직원들에게 무료 식사와 살 집을 제공한다. 대부분 작은 1인실을 사용하고 있고, 음식뿐 아니라 중국-아프리카 왕복 항공료와 비자 수수료도 회사가 부담한다. 또 대부분 기업이 직원들에게 해외 파견 보조금, ‘어려움 극복’ 근로 수당, 상여금, 인센티브도 많이 지불한다. 천 씨가 아프리카 회사에서 받고 있는 연봉은 최소 20만 위안(약 3700만 원)이다. 보통 해외 파견 사원은 1년 또는 3년마다 회사와 근로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천 씨는 앞으로 3년간 최소 50만 위안(약 9300만 원)을 저축할 수 있다.   반면 그가 중국 도시에서 취직하면 약 1만 위안(185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 주택 임대료와 교통비 등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천 씨는 “아프리카 생활에 만족한다”며 “지금 회사와의 계약이 끝난 후에도 이곳에 남아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서 쓰이는 언어로 중국을 연구하는 마리아 렙니코바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 국제교류학과 부교수는 BBC에 “점점 많은 중국 청년이 아프리카에 있는 대형 중국 국영기업에 취업하거나 작은 단체 소속 또는 개인 신분으로 아프리카로 가 창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중국인 취업 시장 형성은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프라 건설, 기술 분야 프로젝트 덕분이다. 이 분야들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런 시장은 아프리카 전역에 골고루 분포된 게 아니라 특정 국가의 안보,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렙니코바는 전했다. 일례로 아프리카 북동부 에티오피아의 중국인 커뮤니티는 지난 4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전쟁으로 인해 위축됐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에티오피아를 떠난 중국인 중 일부는 귀국 대신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로 이주했다”고 그는 말했다. 우간다의 고등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 일부 우간다 기관에서는 중국어가 필수가 됐다. 셔터스톡   지난 10년간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2820억 달러(약 382조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한 액수다. 같은 시기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 수는 전년 대비 100% 증가한 3500개로 집계됐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과거 중국계 계약직 근로자를 많이 채용했다. 관리직에는 경력자를 고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중국 기업은 기술력과 잠재적 관리능력을 갖춘 젊은 인력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조슈아 아이젠먼 미국 노터데임대학교 정치학과 부교수는 “중국 당국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해외 유학 청년들이 귀국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국내 청년들이 먼 곳으로 떠나 직장을 찾는 상황”이라며 “놀라운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 상황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게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BBC는 중국 당국이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전면 완화한 후, 중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회복하고 있으며 위안화 가치는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올해 4월부터 몇 달간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16~24세 중국 청년 5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지난 8월 중순부터 실업률 데이터 발표를 중단했다. 중국이 자국 영향력 확대 목적으로 아프리카에서 펼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청년 취업난 해소라는 효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10.28 09:00

  • 칭화 의대 나와서 정치 입문…33세에 부시장 등극한 中 스펙 끝판왕

    칭화 의대 나와서 정치 입문…33세에 부시장 등극한 中 스펙 끝판왕

    1990년, 중국 쓰촨성 남부의 이빈(宜賓)시에서 한 여아가 태어났다. 이름은 천난(陳楠). 어려서부터 명석했고 부모님을 걱정시키는 일이 없어 소위 ‘엄친딸’로 통했다. 학창 시절에도 수재로 지역 내에서 유명했던 천난은 목표가 뚜렷했다. 이타심이 강했던 그는 생명을 구하고,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의사를 꿈꿨고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대 의과대학(병리학 전공)에 입학한다. 칭화대 의대는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THE가 평가한 2023년 세계대학평가 의학부문 순위에서 5위에 오를만큼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명문이다.   중국 쓰촨성 펑저우시 부시장 천난. 바이두바이커 그는 인턴 시절, 환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직시하며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180도 바꾸는 선택을 하게 된다. 수년 간 공부하고 매진해온 의료계에 종사하는 대신 ‘공무원’이 되기로 선택한 것. 주변인들은 “부모 뒷바라지가 수포로 돌아갔다”거나 “지금껏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했다”며 천난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따랐다. 어려서부터 배움과 발전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천난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면서 사회에 공헌하려는 마음을 실현하고자 했다.   꿈을 이루기로 결정한 천난은 2017년 중국의 공무원 시험인 궈카오(國考)에 응시했고 단박에 합격한다. 그때 나이 스물 일곱. 정치에 대해 모르던 의학도는 3년 간 지방의 끝단으로 내려가 ‘지방 행정’을 경험하게 된다. 쓰촨성 청두시 진탕현. 현은 중국행정구역단위로 시 아래 급이다.   업무를 처리하는 태도와 명석함 덕분에 천난은 2020년 쓰촨성 청두시 진탕현 좐룽진(轉龍鎮)의 당위원회 부서기로 승진한다. 대부분의 공직자가 평생 일해도 이르기 힘든 직위를 서른에 꿰찬 것. 진은 중국의 구(區) 바로 밑 행정단위로 한국의 ‘읍면동’ 정도인데, 천난이 이끄는 좐룽진은 13개의 촌(村)에 5만 8000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며 민관 협력이나 행정에 있어 복잡한 사안이 많은 지역이다. 특히 3개 촌은 농업에만 의존해 있어 재정 상태도 심각했다.     천난은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지역 안보에 몰두했다. 지역 내 공안 및 기타 기관 책임자와 협력해 200명 이상의 인력을 조직해 좐룽진 마약 퇴치 활동을 수행했다. 야간 순찰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후 좐룽진의 범죄 사건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농촌 지역 활성화에도 공헌했다. 고대 도시의 원형이 보존된 신창진(新場鎮)을 관광 명소로 탈바꿈하고, 좐룽진을 생태 관광 벨트로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 또 현지 실정에 맞춰 가금류 무역, 가공, 물류를 통합하는 현대식 농업 산업 단지 건설을 추진해 상사 관료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았다. 빈곤 지역의 경우 매년 수만 마리의 돼지와 토끼를 사육할 수 있도록 조성했으며 한약재를 선도 산업으로 삼아 산업 사슬을 형성했다. 지역 내 교육 환경 개선에도 앞장섰다. 모든 정책은 지역민의 생활 수준 개선과 소득 증가로 귀결됐다.   중국 정치인 천난. 바이두 코로나19 당시 관계 기관을 둘러보는 천난. 바이두 천난이 이 기간에 보여준 행보는 그가 민생을 돌보는 업무에도 충분한 역량을 갖췄음을 증명했다. 그 결과, 천난은 2021년 9월 펑저우시 부시장에 부임하게 된다. 공무원 시험을 친 지 5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한 셈이다. 부시장 부임 후 천난은 병리학 전공의 강점을 활용해 팬데믹 기간 중 의료 자원이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시장 감독, 식품 및 의약품 안전, 보건, 의료 보안 등 다양한 업무를 열정적으로 처리하며 지역 주민과 상관들에게 두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천난의 초고속 승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인사는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를 국가전략으로 확정한 이후 시행해 온 중국 간부 정책의 일환이다. 중국은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젊은 간부들을 발굴해 지방 현장에 배치한 후, 경험을 쌓고 성과를 평가해 과감하게 승진시키는 관행을 갖고 있다.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을 풀뿌리 단계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갈 기회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젊은 간부들은 민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목격하며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만 29세가 되기 전 허베이성 정딩(正定)현 부서기에 보임했다. 이듬해 하반기에는 정딩현 현위원회 서기에 오르며 ‘정딩현 역사상 가장 젊은 서기’가 됐다. 이후 시진핑은 모든 수준의 공산당 직급을 거치며 광범위한 경험을 축적했고, 2012년 말에 당 최고 직책에 선출됐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BRICS 국가 기자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재상은 반드시 주부(州部·고대 중국의 지방 행정조직)에서 나오고, 맹장은 반드시 병졸에서 뽑는다(宰相必起于州部,猛將必發于卒伍)”는 말을 소개하며 고위 관료가 되려면 반드시 지방에서 단련돼야 함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천샤오화, 장치우, 모차이화. 바이두바이커 중국은 당국의 정치체제가 ‘풀뿌리 민주주의와 엘리트 능력주의를 결합한 합리적 통치 시스템’이라고 자평한다. 중국 지방 조직의 말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정치인은 천난뿐만 아니다. 바링허우(80後, 80년대 이후 출생자)와 지우링허우(90後, 90년대 이후 출생자)가 젊은 간부가 중국 지역 사회 곳곳에서 활약 중이다. 1990년생으로 중산대학 물리공학기술대학원에서 광정보과학 기술학사 학위를 수료한 천샤오화(陳曉華)는 2021년 광시성 베이하이시 톄상강구(鐵山港區)의 구장(區長, 구청장에 해당)이 됐다. 칭화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1987년생 장치우(張琪)는 2021년 허베이성 장자커우시 화이라이현(懷來縣)의 부서기 겸 현장에 부임했다. 런민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1990년생 모차이화(莫彩華)는 2021년 푸젠성 싼밍시 칭류현(清流縣)의 부서기 및 현장에 부임했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10.27 07:00

  • 2023 중국 부자 순위 발표… 마윈이 ‘10위’, 1위는 누구?

    2023 중국 부자 순위 발표… 마윈이 ‘10위’, 1위는 누구?

    사진 셔터스톡 매년 중국 부자들의 순위를 조사하는 후룬연구소(胡润研究院)가 지난 24일〈2023 중국 100대 부자 명단〉을 발표했다. 후룬연구소의 부자 리스트는 업계의 실질적 변화를 반영하는 명단으로, 올해로 25년째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둔화로 올해 성적표는 녹록지 않다. 발표 이래로 포함된 인원이 2년 연속 감소했으며, 기업가의 총자산도 덩달아 하락했다.   중국 경제 상황이 내외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어떤 기업가가, 또 어떤 사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을까.   ■  「 💰 〈2023 후룬 부자 목록〉에는 개인 자산 7억 달러 이상의 기업인이 포함됐으며, 총 1241명으로 지난해보다 5%(64명) 감소했다. 명단에 오른 기업가의 총자산은 지난해보다 4% 감소한 3조 2천억 달러(약 4326조 3500억 원)다. 기업가 집중도가 가장 높은 상위 3개 도시는 베이징, 선전, 상하이였으며 홍콩과 항저우가 그 뒤를 이었다. 기업가의 평균 연령은 59세다. 」   ━  중국 최고 부자로 남은 ‘생수왕’   1위의 기업가는 누구일까. 바로 중국의 ‘생수왕’, 중산산(鐘睒睒)이다. 벌써 3년째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개인 자산 약 620억 달러(약 82조 8450억 원)로 중국 최고 부호로 자리매김했다.   중산산은 중국의 대표 생수 브랜드 ‘농푸산취안(農夫山泉)’과 백신 제조업체 ‘완타이바이오(萬泰生物)’를 세운 인물로, 두 기업의 잇따른 상장으로 지난 3년 동안 건실하게 부를 축적해나갔다. 특히 홍콩에 상장된 농푸산취안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크게 증가했으며 중산산 자산의 90%를 차지했다. 〈2023 후룬 부자 목록〉 1위를 차지한 농푸산취안(農夫山泉)의 중산산(鐘鐘). IC photo 중국의 국민 메신저 앱, 위챗을 만든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과, 핀둬둬의 ‘황정(黃崢)’회장이 각각 386억 달러, 372억 달러로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마화텅의 재산은 지난해보다 90억 달러(30%) 증가한 386억 달러(약 51조 5천억 원)에 이르렀고, 2020년 이후 세 계단 상승해 2위로 복귀했다. 이는 온라인 게임 사업 성장과 함께 각종 주식을 매각한 데서 기인했다. 지난해 11월 텐센트는 메이퇀(美團) 지분 17% 중 15.5%을 대거 처분함과 동시에 부동산 중개 업체 KE홀딩스,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 등의 주식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신사업 진출 자금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43세의 핀둬둬 회장 황정의 재산은 지난해보다 138억 달러(59%) 이상 늘며 올해 목록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인으로 등극했다. 핀둬둬의 해외 버전인 ‘테무(Temu)’가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덕이다. 테무는 지난 2022년 9월 처음 출시된 온라인 쇼핑 앱이다. 출시 단 5개월 만에 아마존과 쇼피파이는 물론, 쉬인(Shein)까지 제치고 미국 쇼핑 앱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테무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 힘입어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해 시장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황정 CEO는 372억 달러(약 50조 원)의 부를 기록하게 된다. 사진 테무 공식 홈페이지 지난해 3위였던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의 쩡위친(曾毓群)회장은 배터리 매출에 힘입어 자산이 9% 증가한 344억 달러에 달함에도 불구, 한 계단 하락해 4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2위였던 바이트댄스의 창업주 장이밍(張一鳴)은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으로 약 20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5위로 하락했다. 그러나 40세 이하 자수성가자 중에선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자산 337억 달러)   6~8위는 중국 최초 포털 사이트 넷이즈의 창업자 딩레이(丁磊), 95세의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과 그의 장남 리저쥐(李澤鉅), 허샹젠(何享健) 메이디(美的)그룹 회장이 뒤를 이었다.   9위는 지리 자동차 창업자인 리슈푸(李書福) 회장이다. EV 제조업체인 지커(Zeekr)와 폴스타(Polarstar)에 대한 투자에 힘입어 자산은 총 41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30% 증가했다. 홍콩에 상장한 지리 자동차는 지난해 46%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으며, 다른 핵심 사업인 볼보 자동차도 강한 성장을 보였다.   마윈은 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6% 추가 감소한 234억 달러의 재산을 기록하며 10위까지 떨어졌다. 2020년 588억 달러로 재산 1위를 차지한 이후 35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월 마윈의 앤트그룹 보유 지분 가치가 고점 대비 반 토막 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앤트그룹이 당초 구상대로 상하이와 홍콩 증시 동시 상장을 추진한다면 일러도 2025년 초에야 상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후룬연구소 왕젠린 가문의 재산 감소, 왜? 후룬연구소에 따르면 부의 증가가 크게 발생한 산업은 온라인 게임, 반도체, 소프트웨어 서비스, 특히 네트워크 보안, 식품 및 음료, 특히 음료 및 요식업이다. 반면 크게 감소한 산업은 부동산과 태양광 산업, 철강 산업이다.   부채 부담이 높은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는 계속해서 신용 경색을 겪고 있으며, 태양광은 과도한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 특히 부동산 산업의 침체는 기업가들에게 큰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기업가의 비율도 2013년 23%, 2018년 15%, 올해 9%로 감소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완다 그룹 왕젠린(王健林) 가문은 재산이 73억 달러 이상 감소하는 등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채무불이행 사태로 중국 부동산 위기를 부채질한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의 쉬자인(許家印) 회장은 전년도에 지급된 배당금을 기준으로 여전히 목록에 올랐지만(27억 5천만 달러), 거의 파산 직전으로 알려졌다.   주택 판매가 줄며 가구와 가전 등 관련 재화 소비도 함께 위축됐다. 지난해 200억 위안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가구업체 홍싱메이카이롱(紅星美凱龍)은 올해 목록에서 제외됐다.   후룬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둔화로 인해 억만장자 리스트는 지난해보다 4% 줄었고, 2년 전 최고치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룬 중국 부자 목록에 오른 개인의 수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25년 만에 두 번째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2023.10.26 10:46

  • ‘침구계 에르메스’ 인수, ‘내수 말고 글로벌’ 노리는 중국판 나이키

    ‘침구계 에르메스’ 인수, ‘내수 말고 글로벌’ 노리는 중국판 나이키

    사진 프레떼 홈페이지 중국 대표 스포츠용품 기업 안타(安踏, ANTA)가 프리미엄 라인을 확충했다. 이탈리아 명품 침구 브랜드 프레떼(Frette)를 인수한 사실이 알려졌다. 궈차오(國潮, 애국소비) 열풍으로 중국 내 1위를 완전히 굳힌 안타는 이제 프리미엄 라인과 글로벌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나이키’에서, ‘세계의 안타’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이다.   최근, 안타가 이탈리아의 프레떼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레떼는 프리미엄 침구 브랜드로, ‘침구계 에르메스’라 불린다. 인수 금액은 15억 6000만 위안(약 2878억 원), 홍콩 편집숍 조이스(JOYCE)의 오너 마메이이(馬美儀, Adrienne Ma)와 함께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안타 산하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의 모기업 아머 스포츠(Amer Sports)가 오는 2024년 미국 증시 상장을 계획 중이라는 보도가 전해졌다. 원래 핀란드 기업이었던 아머 스포츠가 지난 2019년 안타에 인수되면서 그 산하의 캐나다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도 안타 소유가 되었다.   업계는 이번 프레떼 인수를 안타의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인수를 통해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여 글로벌 인지도를 쇄신하겠다는 전략이다.  ━  연매출 9.9억, ‘중국의 나이키’에서 ‘세계의 안타’로   사진 바이두 백과 안타는 명실공히 중국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다. 11년 연속 중국 스포츠용품 업계 1위를 지켰다. 지난해(2022년) 안타의 연매출은 동기 대비 8.8% 늘어난 536억 5000만 위안(약 9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2위 나이키 중국(약 514억 위안)을 따돌리고 중국 스포츠 브랜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리닝(李寧) 등 로컬 브랜드를 압도하는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올해(2023년)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상반기 매출은 동기 대비 14.2% 늘어난 296억 4500만 위안(약 5조 4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3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셈이다. 순이익도 동기 대비 31.6% 증가한 76억 2300만 위안(약 1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안타의 성공 요인은 글로벌 전략과 상품 라인 다원화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안타는 프리미엄 라인을 꾸준히 확충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더는 중국 내수 시장의 최강자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안타는 글로벌 이미지 제고를 위해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경기의 공식 스폰서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얼마 전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국 대표팀 시상식 단복에서도 안타 브랜드 로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인수 효과 봤지만… 안타 자체 브랜드 힘 길러야   안타 CEO 딩스중. 사진 터우탸오 이번 프레떼 인수 역시 안타의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탈리아 명품 침구 브랜드 프레떼는 침구 세트 가격이 높게는 1억 원에 달하는 고가 라인이다. 프레떼 인수로 프리미엄 시장을 향한 안타 CEO 딩스중(丁世忠)의 야심을 재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번 프레떼 인수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 금액도 크지 않고, 딩스중 개인이 조이스(JOYCE)의 오너와 진행한 공동투자일 뿐, 안타그룹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딩스중의 프레떼 인수에 집중된 업계의 관심만 봐도 이번 조치를 안타의 프리미엄 라인 확충과 별개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프레떼 인수를 통해 안타는 향후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프레떼의 명성과 자원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진행된 아머 스포츠, 데상트(DESCENTE) 등 글로벌 브랜드 인수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휠라(FILA)의 중국지역 라이선스 인수를 통해서도 안타그룹은 매출 신장에 큰 수혜를 입었다. 특히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확충은 안타가 1-2선 대도시 점유율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시상식 단복의 안타 로고. 사진 중국 수영 국가대표 왕순 웨이보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안타 브랜드의 인지도는 여전히 미미하다. 사실 안타는 이미 나이키, 아디다스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업체 자리를 꿰찼지만, 중화권 밖의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글로벌 브랜드 인수로 프리미엄 라인을 보강했음에도, 그 배후에 안타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점유율 1위를 굳힌 중국 내수 시장에서조차 ‘안타=대중적인 브랜드’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결국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으려면, 안타 브랜드 자체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나이키’는 ‘세계의 안타’로 도약할 수 있을까. 안타의 행보에 글로벌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0.24 07:00

  • 미국엔 발등의 불, 중국엔 기회 선사한 중동 전쟁

    미국엔 발등의 불, 중국엔 기회 선사한 중동 전쟁

    이스라엘로 출국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1938년 9월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무력 팽창을 거듭하는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을 저지하기 위해 독일 뮌헨으로 날아갔다. 유럽 열강 정상들이 모여 회의한 끝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독일이 차지하는 대신 독일은 더는 외국을 침략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듬해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체임벌린은 물러났고 강경파 윈스턴 처칠이 권력을 잡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로 날아갔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이집트, 요르단 정상을 잇따라 만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종식을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이란까지 나서 미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17일 민간인 수백 명이 사망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건이 터지면서 네타냐후 외 정상들과의 만남은 취소됐다. 바이든의 중재가 최종 실패한다면 강경파 도널드 트럼프가 권력을 탈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중재가 옛 뮌헨 협정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차이라면 지금의 전쟁은 강대국 간 직접 대결이 아니라 미국·유럽연합 대 중국·러시아와 이란 등 아랍 세력의 대리전 양상이란 점이다. 여하튼 세계대전급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한편 중국 베이징에선 국제적 축제가 열렸다. 2017·2019년에 이어 세 번째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17·18일 개최됐다. 140개국 4000여 명의 각국 대표단이 참가했다. 봉건시대 때 각국에서 천자에게 조공을 바치던 만방래조(萬邦來朝)를 연상케 했다. 하이라이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이었다. 푸틴은 중국 CC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일시적인 흐름에 따라 결정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결정을 할 줄 안다”며 “이것이 진정한 세계 지도자와 ‘임시직’이라 부르는 이들과의 간극”이라고 치켜세웠다.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을 만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른쪽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 시 주석은 18일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중·러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동 사태 해법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과 축제 중인 중국은 현 정세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국과 러시아 같은 미국의 지정학적 경쟁국들에 호재라고 평했다.   우선 러시아의 입장이다.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민간인 학살로 비난받는 러시아에 좋은 반격 거리다. 16일까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2750명에 달했다. 전쟁이 이란 등 주변 국가들의 개입으로 확대되면 우크라이나에 집중된 미국의 군사 지원이 이스라엘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이득을 볼 것이라는 건 불문가지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이 석유와 가스 수출을 제재해온 이후 대체 공급지 역할을 하던 중동이 전쟁에 휩싸인다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어떤가. 미국 세계 대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복수의 지역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처해야 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모든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 실현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만을 놓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관심이 다시 중동으로 쏠리는 것은 반길 일이다. ‘중동으로의 중심축 재이동(re-pivot to Middle East)’이라 할 만하다. 중동 정세 불안의 심화가 미국 경제 패권이 약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푸틴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2차대전 때 나치 독일의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봉쇄와 비교하며 이스라엘과 나치를 동일시했다. 푸틴이 서방의 신식민주의에 맞서는 국제 운동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브리엘리우스 란트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WSJ에 “러시아인들은 이스라엘 분쟁이 가능한 한 오래가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들에겐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전술·전략적으로, 또 서방세계에 맞서 자신들의 서사를 강화하는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국인 4명이 죽고, 3명 이상 납치됐다. 하지만 중국은 수십 년간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팔레스타인 편에 섰다. 우선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테러’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 외교부장을 겸하고 있는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문제의 핵심”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팔레스타인 인민에게 정의를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톤 본다즈 프랑스 전략연구재단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을 불안 요인으로, 중국을 평화 요인으로 그리려 한다. 중국의 목표는 개발도상국들에 보다 매력적인 대안이 되는 것”이라고 봤다. 지난 6월 14일 중국을 방문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오른쪽)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그간 중국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해외 정상 중 올해 최초로 방중하는 등 팔레스타인의 자치권 보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과도 무역과 투자 등 다방면에서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그간의 기조와 달리 이번에 사실상 하마스 일변도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선, 중동에서 이스라엘은 우호세력이 없지만,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 연맹은 20개국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일대일로 정상포럼엔 G7 등 주요 서방국들이 대거 불참했다. 반면 주최하는 중국은 소위 글로벌사우스(저위도나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 국가들을 위해 동시통역 등 편의 서비스를 강화하며 공을 들였다. 서방 자유주의 세력을 배제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가 개도국들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각인시키는 모양새다.   세계 곳곳에서, 갖가지 이슈를 통해 서방과 중·러 간의 간극은 벌어지고 있다. 미·중 경쟁이 더는 심화하지 않고 점차 소통과 협력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봐선 이런 전망에 선뜻 동의하기 망설여진다. 두 세력을 중재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하마스에 책임을 묻지 않는 러시아의 휴전 결의안은 결국 부결됐다. 유엔이 힘을 상실하는 모습은 2차대전 전 추축국인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가 외국 침략에 대한 국제연맹의 권고와 제재를 무시하고 연맹을 탈퇴한 일을 떠올리게 한다. 결과는 세계대전이었다. 미국이 유능함을 발휘해 중동의 평화를 중재할 수 있을지, 미국의 대안세력이 되려 하는 중국의 기획은 얼마나 성공할지가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10.20 06:12

  • 만원의 행복? 중국 대표 훠궈집이 보급형 매장 선보인 이유

    만원의 행복? 중국 대표 훠궈집이 보급형 매장 선보인 이유

    하이디라오의 서브 브랜드 '하이라오 훠궈' 매장. 사진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 한때 만원의 행복이라는 예능이 있었다. 만원으로 일주일을 사는 컨셉의 프로그램이었다. 20년 전 당시에도 만원으로 일주일을 살기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의 물가로는 만원으로 단 하루를 버티기에도 쉽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황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소비 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요식업계는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지난 국경절 연휴, 중국 대표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海底捞)가 서브 브랜드를 론칭했다. 당초 하이디라오는 최고급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훠궈업계를 평정했다. 이후, 해외진출에 나선 하이디라오는 한국에도 매장을 다수 보유해 국내 훠궈 마니아들에게도 잘 알려진 브랜드다. 다만, 마음 놓고 재료를 추가하다가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훠궈집이기도 하다. 이처럼 고품질 식재료, 최상의 서비스를 상징하는 하이디라오가  가성비를 고려한 보급형 훠궈 브랜드를 선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라오 훠궈의 셀프바. 사진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친서민’을 내세운 하이디라오 보급형 매장의 이름은 하이라오 훠궈(嗨捞火锅 HAILAO HUOGUO)다. 매장 내에 비치된 셀프바에서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고르는 방식으로, 1인분에 평균 60-80위안(약 1만-1만 4천 원) 선에서 훠궈를 즐길 수 있다. 현지 하이디라오 매장의 1인당 소비액이 2만 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50%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대신 젤 네일, 수타면, 샐러드 바 등 하이디라오의 전매 특허 서비스는 누릴 수 없다.   사실 하이디라오가 서브 브랜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가성비를 앞세운 면 전문점, 덮밥 브랜드 등을 선보였었다. 최근 들어서는 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도 친서민적인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야시장 노점 판매, 매장 내 샴푸 서비스, 콘서트 후 무료 서틀버스 서비스 등을 통해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하이디라오 매장의 1인당 소비액은 지난 2022년 상반기 105위안(약 2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102.9위안(약 1만 9000원)으로 소폭 줄었다. 하이디라오를 방문하는 고객이 같은 훠궈를 먹으면서도 더 적게 소비한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1~2선 도시 1인당 소비액은 각각 7.1위안(약 1300원)과 2.5위안(약 460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현지 프랜차이즈 전문가 원즈훙(文志宏)은 “하이디라오는 이미 서브 브랜드를 통해 훠궈 외의 메뉴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며, “이번에 다시 주력 상품인 훠궈로 회귀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이라오 훠궈의 포지셔닝은 친서민적이고 가성비 좋은 브랜드로서, 향후 모체인 하이디라오의 시장 침투율 확대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디라오. 사진 셔터스톡 하이디라오가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훠궈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훠궈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하이디라오는 자체 브랜드의 특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이라오 훠궈라는 친서민적인 서브 브랜드 론칭을 통해서는 프랜차이즈 확장을 가속하는 한편, 시장 점유율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서브 브랜드로서는 하이디라오의 공급망과 브랜드 영향력이 큰 뒷받침이 될 전망이다. 다만, 시장 포지셔닝, 인재 확보, 품질 관리, 자본 투자 등은 여전히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이디라오의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 수준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특색을 구축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켜야만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즈훙은 “하이라오 훠궈는 하이디라오라는 든든한 배경을 둔 덕분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면서도, “단가가 낮기 때문에, 운영 효율 및 회전율을 높여야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훠궈라는 주력 메뉴는 같지만, 포지셔닝과 수익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언급했듯, 하이디라오를 비롯해 현지 업계에서 이른바 가성비 브랜드를 내세우기 시작한 것은 중국인들의 소비 인식 변화에서 비롯됐다. 역대급 실업률과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보다 이성적인 소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 유명 왕훙(网红)이 라이브 방송 멘트로 인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사건도 이러한 분위기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 9월, ‘립스틱 오빠’라 불리는 뷰티 인플루언서 리자치(李佳奇)는 화장품 라이브 방송 중 ‘아이브로우 79위안이 뭐가 비싸냐’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중국인들은 79위안으로 살 수 있는 제품들을 나열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가성비 좋은 중국 로컬 브랜드가 주목받기도 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0.17 07:00

  • 1000년 이상 같은 나라였다… 전지희 신드롬에 '만주족' 재조명

    1000년 이상 같은 나라였다… 전지희 신드롬에 '만주족' 재조명

    신유빈-전지희 조가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 차수영-박수경 조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31002/ 항저우=장진영 기자 최근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열광했던 종목 중 하나가 탁구였다. 전지희와 신유빈이 속한 여자 단체전과 여자 복식에서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탁구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중국에서 귀화한 전지희가 한족이나 조선족이 아닌 만주족 출신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그는 만주족이 많이 살고 있다고 알려진 베이징 인근 랑팡(廊坊) 출신이다. 중국에서 청소년 국가대표를 지냈지만 성인 대표에 탈락한 후 한국인 지도자의 설득으로 귀화를 선택했다.   전지희는 자신에게 다시 기회를 준 한국에 자주 감사함을 표시해 한국인들의 호감을 샀다. 고구려 음식에서 기원한 너비아니, 맥적구이를 좋아한다고 한다. 물광 피부와 쌍꺼풀 수술을 한 것 아니냐는 중국의 네티즌들의 비아냥에 “하하하” “77만원 들었다” “본인이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 등 일일이 답글을 달아 “더 잘되기를 바란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전지희 외에 많은 만주족 유명인들이 존재한다. 유명 작가로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로부터 버클이 달린 허리띠로 구타당한 후 모욕감에 자살한 라오서(老舍·1899~1966)가 만주족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연주한 세계적 피아니스트이고 장모가 한국인인 랑랑(郎朗)도 만주족이다. 한국인에게 관지림으로 잘 알려진 홍콩 배우 관즈린(關之琳)도 만주족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만주족인 배우 우징(吳京)은 중국에서 초대박 흥행을 기록한 영화 〈전랑〉 시리즈로 유명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폭로하고 환자들을 돌보다 코로나에 감염돼 요절한 리원량(李文亮)도 만주족이다.   만주족은 말갈족-여진족의 후신이다. 청나라를 개창한 태조 누르하치 때부터 만주족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뒤이은 태종 홍타이지가 여진족이란 명칭 사용을 금지하면서 만주족으로 굳어졌다. 현재 중국의 만주족 인구는 1068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한족 다음가는 거대 민족이다.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과, 인접한 허베이성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현재 만주족 대부분은 한족에 동화된 상태다. 청나라 지배층이었던 만주족은 청나라가 멸망한 1911년 신해혁명 때부터 박해받았다.   1966~76년 동안 이어진 문화대혁명 땐 구 황실 문화 폐지란 명분으로 벌인 홍위병의 박해를 피하려 대대적으로 한족 성으로 바꾸고 만주 문자가 사라지다시피 했으며 민족까지 한족으로 바꿨다. 반면 위에 언급한 만주족 유명인들은 자신의 만주 성(姓)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최근 미국의 LA타임스는 중국의 만주족들, 특히 상류층을 중심으로 많은 만주인들이 자신의 성씨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만주족 가정이 청나라 황실 성씨 중 하나였던 예헤날라란 성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는 사례도 전했다. 만주어와 만주 문자를 다시 익히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주족의 만주어 복원 움직임에는 한국이 도움을 주고 있다. 조선 시대에 작성된 고서적들 중에는 당대 만주어 발음을 한글로 명확하게 써놓은 일종의 만주어 사전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한국에 있는 만주어 연구소에서 이 문헌들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인과 만주족은 유전적으로 가장 흡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같은 알타이 제어(-諸語) 계통으로 언어적으로 유사하고, 기마민족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1000년 이상 부여, 고구려와 발해라는 같은 나라의 구성원이었다. 여진족이 세운 금(金)나라 왕실이 만주로 이주한 신라 김 씨 왕족 일부의 후손이며 이것이 금나라라는 국호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도 청나라 때 쓰인 사서에 나와 있다. 조선 초기까지는 만주족의 전신이었던 여진족들 많은 수가 여진족을 이끌던 이성계를 따라 조선에 귀화하는 등 역사적으로 가깝다. 이성계가 여진족이었다는 설도 존재한다.   북한 지역에서도 2000년대 초까지 만주인이 민족 분파 중 하나로 존재했다. 이후 만주족들에 한국 성씨를 부여하면서 공식적으로 완전히 한국인과 동화됐다. 북한에는 청나라 시절 만주족이 명절 때 만두를 먹는 풍습이 남아 명절 때 남한처럼 떡국을 먹지 않고 만둣국을 먹는다.   과거 제국주의 일본은 만선사관(滿鮮史觀)이란 것을 내세웠다. 만주의 역사가 중국이 아니라 한반도의 역사로 편입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만주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 일본의 땅이 된 한반도의 것으로 만들자는 기획으로, 실제 일제는 만주국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인과 만주족의 인연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매우 깊다. 전지희를 계기로 만주족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과 호감도가 커졌다. 만주어 연구의 경우처럼 앞으로 한국인과 만주인 사이에 관광, 취업, 유학, 문화·학술 교류 등이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10.14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