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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맛’ 음료의 역주행, 품절대란 중국 음료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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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품절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음료가 있다. 과거 중년층의 전유물이었던 차음료가 젊은 세대까지 영역을 넓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샤오훙수(小紅書)를 비롯한 SNS에는 관련 게시물이 1만 개 넘게 올라오고, 다른 음료와 곁들여 먹는 다양한 레시피도 유행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노맛’ 음료라는 혹평에 시달렸던 음료가 역주행 신화를 쓸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일까.

중국 음료 '둥팡수예'. 사진 서우시상예핑룬(首席商業評論)

중국 음료 '둥팡수예'. 사진 서우시상예핑룬(首席商業評論)

중국 대표 생수 업체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의 차음료 둥팡수예(東方樹葉, 동방수엽). 최근 이 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중국 전역에서 물량이 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이 음료의 판매량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2022년, 둥팡수예의 연간 판매액은 동기 대비 114% 넘게 증가한 100억 위안(약 18조 5300억 원)에 달했다.

‘일본에 질 수 없어’ 차 종주국의 자존심

2016년 중국 소비자 선정 가장 맛없는 음료 TOP 5. 사진 화상타오뤠(華商韜略)

2016년 중국 소비자 선정 가장 맛없는 음료 TOP 5. 사진 화상타오뤠(華商韜略)

사실, 둥팡수예는 출시 초기만 해도 ‘노맛’ 음료의 대명사로 통했다. ‘맛이 너무 밋밋하다’는 이유로, 지난 2016년 중국 소비자 선정 가장 맛없는 음료 TOP 5에 올랐던 이력이 있다.

둥팡수예의 탄생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눙푸산취안의 창업주 중산산(鐘睒睒)은 차종주국의 자존심을 건 차음료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2011년 당시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차음료의 경우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무당 차음료의 시조 격인 일본의 산토리(三得利)조차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 시기 첫선을 보인 둥팡수예에게 냉정한 평가가 쏟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둥팡수예는 이름처럼 밋밋하고 새로울 게 없다.

눙푸산취안의 창업주 중산산(鐘睒睒). 사진 화상타오뤠(華商韜略)

눙푸산취안의 창업주 중산산(鐘睒睒). 사진 화상타오뤠(華商韜略)

그럼에도 중산산은 차음료 둥팡수예를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 전통차의 맛을 복원한 무당 차음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 무당 차음료 시장의 비중이 10%에 그치는 등 미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그가 둥팡수예를 놓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차음료 생산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특히 무당 차음료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차는 공기 중에서 산화작용을 일으켜 맛이 변화하고 색이 어두워지는 특징이 있어서다.

이를 위해, 눙푸산쉬안은 수백 회의 테스트를 거쳐 독자적인 항산화 기술을 개발했다. 대다수 경쟁업체와 달리, 차음료 둥팡수예를 투명한 병에 담아 판매할 수 있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차음료는 변색과 변질을 막기 위해 병 전체를 포장하거나, 혹은 방부제, 향료 등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둥팡수예는 첨가제 없이 차 본연의 맛과 풍미를 보존하기 위한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에서 log6 무균 생산라인을 들여와 ‘100만 병을 생산할 때, 단 1병의 미생물 오염도 없도록 한다’는 목표를 실현했다.

무당·무첨가 차음료, 시대적 기회를 맞이하다  

둥팡수예. 사진 서우시상예핑룬(首席商業評論)

둥팡수예. 사진 서우시상예핑룬(首席商業評論)

약 10년이라는 세월은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둥팡수예의 운명을 180도 바꿔 놓았다. 중국인들의 음료 취향이 완전히 달라진 까닭이다. 2020년대에 들어서며, 저당, 무당 음료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국가적으로도 저당(低糖) 식습관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지난 세월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업그레이드해왔던 둥팡수예는 저당, 무당 음료 열풍을 타고 상승가도를 달렸다.

초반, 저당 열풍의 선두에 섰던 위안치썬린(元氣森林)을 비롯, 일부 대체 당 음료들이 첨가제 의혹 등으로 상승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것과 달리, 아무런 첨가제도 가미하지 않은 무당 차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과거에는 중년층이 무당 차음료의 주소비층이었다면, 이제 소비층이 갈수록 젊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iiMediaResearch)에 따르면, 2015~2022년 중국 무당 음료 시장 규모는 22억 6000만 위안(약 4189억 원)에서 199억 6000만 위안(약 3조 6999억 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2025년 615억 6000만 위안(약 11조 4113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결국 둥팡수예의 역주행은 눙푸산취안의 장기 전략과 시대의 변화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었다. 현재, 눙푸산취안의 둥팡수예는 중국 무당 차음료 1위,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무당 차음료 열풍은 중국의 찻잎 생산과잉과도 일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매년 약 50만 톤의 찻잎 재고가 쌓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마침 무당 차음료 시장의 성장이 찻잎 재고 소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반대로 차음료 시장은 충분한 찻잎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늘어나는 수요와 충분한 공급이 차음료 시장의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눙푸산취안의 둥팡수예는 시장의 변화를 타고 ‘노맛’ 음료에서 ‘대세’ 음료로 탈바꿈했다. 그간 묵묵히 고수해온 무당⋅무첨가 원칙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둥팡수예는 5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업계 역사를 새로 썼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음료 업계에서는 20%의 성장률도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라며, “향후 둥팡수예의 추가 기록 경신이 기대된다”고 관측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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