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아프리카로” 취업 위해 아프리카 러시 중인 중국 청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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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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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제국주의 시절 유럽 열강들은 앞다퉈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그들에게 식민지는 노동력을 착취하고, 본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원료 물질을 획득하며, 자신들의 생산품을 판매할 상품 시장이었다.

최근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새로운 개념의 유사 식민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 벌이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인프라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인력 수출이다.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국 청년들을 아프리카 국가들에  취직시키는 것이다.

지난 4월 11일 중국 서부 대도시 충칭에서 열린 잡페어에 몰린 인파.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하자 수치 발표를 중단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월 11일 중국 서부 대도시 충칭에서 열린 잡페어에 몰린 인파.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하자 수치 발표를 중단했다. AFP=연합뉴스

연봉 20만 위안(약 3700만원)이면 아프리카 파견근무 고려할 거야?

지난 7월 말,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이런 질문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2억 명 넘는 이들이 관련 글을 읽었고, 30만 명이 토론에 참여했다. 소셜미디어 샤오훙수, 삐리삐리 등에 게시된 ‘아프리카 근무 경험담’ 영상은 수백만 명이 조회했다. 댓글 창에는 아프리카 취업 방법, 회사 선택 노하우, 현지 치안 상황 등을 문의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 11일 영국 BBC 중문판은 이런 상황을 전하며 “중국에서 취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점점 많은 청년이 아프리카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에 취업한 중국 청년 천줘(20·가명)의 사연을 소개했다. 중국 중부지역 농촌 출신인 천 씨는 충칭시의 한 일반 대학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6개월 동안 중국 내 기업 1000여 곳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올해 3월 졸업할 때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학과 졸업생 50여 명 가운데 졸업 전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십여 명뿐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천 씨는 아프리카행을 선택했다. 지난 6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서아프리카 가나에 취직했다. 가족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고 그는 말했다. “아프리카에 오기 전 걱정이 많았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잘 먹지 못하고 풍토병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와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가나 수도 아크라에는 수많은 중국 브랜드가 입점한 대형 쇼핑몰이 있고, 그 근처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훠궈집, 노래방, 밀크티 매점, 술집이 즐비해 있었다고 전했다. 그곳의 중국 지방 음식들은 천 씨의 향수병을 충분히 달래 주었다. “피부색이 검은 현지인을 보지 못했다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라고 천 씨는 말했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 셔터스톡

가나의 수도 아크라. 셔터스톡

중국 청년들이 아프리카에 취업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높은 연봉이라고 BBC는 전했다. 아프리카 기업들은 중국 직원들에게 무료 식사와 살 집을 제공한다. 대부분 작은 1인실을 사용하고 있고, 음식뿐 아니라 중국-아프리카 왕복 항공료와 비자 수수료도 회사가 부담한다. 또 대부분 기업이 직원들에게 해외 파견 보조금, ‘어려움 극복’ 근로 수당, 상여금, 인센티브도 많이 지불한다. 천 씨가 아프리카 회사에서 받고 있는 연봉은 최소 20만 위안(약 3700만 원)이다. 보통 해외 파견 사원은 1년 또는 3년마다 회사와 근로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천 씨는 앞으로 3년간 최소 50만 위안(약 9300만 원)을 저축할 수 있다.

반면 그가 중국 도시에서 취직하면 약 1만 위안(185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 주택 임대료와 교통비 등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천 씨는 “아프리카 생활에 만족한다”며 “지금 회사와의 계약이 끝난 후에도 이곳에 남아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서 쓰이는 언어로 중국을 연구하는 마리아 렙니코바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 국제교류학과 부교수는 BBC에 “점점 많은 중국 청년이 아프리카에 있는 대형 중국 국영기업에 취업하거나 작은 단체 소속 또는 개인 신분으로 아프리카로 가 창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중국인 취업 시장 형성은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프라 건설, 기술 분야 프로젝트 덕분이다. 이 분야들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런 시장은 아프리카 전역에 골고루 분포된 게 아니라 특정 국가의 안보,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렙니코바는 전했다. 일례로 아프리카 북동부 에티오피아의 중국인 커뮤니티는 지난 4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전쟁으로 인해 위축됐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에티오피아를 떠난 중국인 중 일부는 귀국 대신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로 이주했다”고 그는 말했다.

우간다의 고등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 일부 우간다 기관에서는 중국어가 필수가 됐다. 셔터스톡

우간다의 고등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 일부 우간다 기관에서는 중국어가 필수가 됐다. 셔터스톡

지난 10년간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2820억 달러(약 382조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한 액수다. 같은 시기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 수는 전년 대비 100% 증가한 3500개로 집계됐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과거 중국계 계약직 근로자를 많이 채용했다. 관리직에는 경력자를 고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중국 기업은 기술력과 잠재적 관리능력을 갖춘 젊은 인력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조슈아 아이젠먼 미국 노터데임대학교 정치학과 부교수는 “중국 당국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해외 유학 청년들이 귀국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국내 청년들이 먼 곳으로 떠나 직장을 찾는 상황”이라며 “놀라운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 상황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게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BBC는 중국 당국이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전면 완화한 후, 중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회복하고 있으며 위안화 가치는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올해 4월부터 몇 달간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16~24세 중국 청년 5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지난 8월 중순부터 실업률 데이터 발표를 중단했다. 중국이 자국 영향력 확대 목적으로 아프리카에서 펼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청년 취업난 해소라는 효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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