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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블프’ 카운트다운, 달라진 열기로 읽는 ‘뉴트렌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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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차이징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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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블프(블랙 프라이데이)’ 솽스이(雙十一, 11월 11일)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지난 10월 말, 알리바바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그러나 최대 쇼핑 축제를 맞이한 현지 소비자들의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중국의 경기 불황과 더불어 소비 트렌드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향소비(反嚮消費)’

최근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반향소비’란, 맹목적으로 명품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가성비 좋고 실속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이성적인 소비 방식을 가리킨다. 11월 11일, 이른바 솽스이는 그동안 중국 최대 쇼핑 축제로서, 일년 중 소비가 최대로 집중되는 대목으로 여겨졌다. 평소 가격 부담에 사지 못했던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솽스이 시즌 할인 혜택을 받아 ‘지르는’ 날이었던 셈이다. 솽스이를 처음 고안한 알리바바는 매년 이 시즌 매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올해는 솽스이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소비 주력군인 MZ세대가 ‘반향소비’를 추구하면서다. 최근 들어 명품보다는 가성비 좋은 물건을 선호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에는 지갑을 열지 않기 시작했다. 역대급 할인 이벤트가 진행되는 솽스이 시즌에도 이러한 기조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의 경기 불황과도 연관이 있다. 올 들어 중국은 리오프닝 이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큰 손’ 중국인의 소비관이 이성적으로 돌아선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명품 소비는 둔화된 반면, 가성비 좋은 중저가 상품 매출이 반등한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방증한다.

새로운 쇼핑 트렌드 ‘지속가능성’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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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 MZ세대의 소비 트렌드 변화가 단순히 경기 불황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품의 다양한 특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이 현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명품을 맹목적으로 추구했다면, 지금은 성능과 품질뿐만 아니라 환경 이슈 등까지 고려하는 등 소비관이 달라지고 있다.

갈수록 많은 젊은이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지속가능성 여부를 많이 고려하고 있다. 중국의 MZ세대는 친환경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공급망이 투명한지에 주목한다. 또한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고품질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되,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수행하는 기업 및 브랜드가 앞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로컬 브랜드의 굴기   

사진 차이징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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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반향소비’열풍 가운데 중국 로컬 브랜드의 굴기가 두드러진다. 중국 국내 소비자들이 점차 자국 브랜드 제품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가성비 좋은 중국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가전, 화장품, 의류 등 분야를 막론하고, 중국 로컬 브랜드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화장품을 예로 들면, 이번 솽스이 예약 판매 기간 동안 로컬 화장품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솽스이를 앞두고 시작된 중국 뷰티 왕훙(網紅) 리자치(李佳奇)의 뷰티 페스티벌 첫날, 랑콤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중국의 프로야(珀萊雅, PROYA) 화장품이 티몰(天貓) 화장품 판매 랭킹 1위에 올랐다. 반면, 에스티로더는 TOP3에서 밀려났으며, 일본계 시세이도도 TOP20 밖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색조화장품 부문에서도 프로야 산하 브랜드 차이탕(彩棠, TIMAGE)이 나스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반향소비’트렌드는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평판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일부 브랜드는 ‘반향소비’열풍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대적인 할인과 판촉 이벤트를 펼치는 한편,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객 체험을 개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향소비’를 소비 시장의 뉴트렌드임과 동시에 중국 MZ세대의 새로운 풍조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성비 선호,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 로컬 브랜드의 굴기, 브랜드 파워 상승 등의 변화가 모여 현재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소비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 중국판 블프의 열기 변화에 다각도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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