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지운 한국과 치수에 올인한 중국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순(舜)임금 시절 우(禹)는 아버지 곤(鯀)의 실패를 딛고 치수(治水)에 성공해 중국 최초의 왕조로 일컬어지는 하(夏)나라를 세웠다.

아직 정식 역사로 인정받지 못하는 선사시대 이야기지만 고래로 치수가 통치의 핵심 중 하나였음을 말해주는 고사다. 소위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큰 강 유역이었다.

최근 국회발 중국 뉴스 하나가 떴다. 환경부가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발전개혁위와 수리부는 2021년 발생한 대규모 홍수를 계기로 2025년까지 주요 하천과 홍수를 정비하겠다는 ‘물 안전 보장 계획’을 지난해 1월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물 그릇’ 40억㎥를 키워 저수 용량을 확보하고, 대규모 하천의 본류를 정비하며, 제방을 쌓아 홍수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급수 능력 290억㎥ 증가’ ‘농촌 상수도 보급률 88%’ 등 물 공급 대책도 담았다. 또 강을 정비하지 않으면 큰비에 토사가 휩쓸리며 수생태계가 혼탁해지기 때문에 ‘중점 하천과 호수 생태유량 달성’도 넣었다. 물을 막아 수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인데, 한국의 4대강 사업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4대강 사업은 주요 하천의 강바닥을 준설해 ‘물 그릇’을 넓히고,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으며, 보 설치로 용수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시 주중 한국대사관의 환경부 공무원은 “중국 정부가 안정적 물 공급과 홍수 등 재해 예방, 수생태 보호 등을 포괄하는 물 안전 보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무반응이었다. 4대강 프로젝트를 리셋(reset)하려 했던 문재인 정권 말기 시절이었다.

2023년 6월 21일 문재인 정부 당시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거의 방치되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4대강 금강 세종보 모습. 세종시는 최근 환경부에 세종보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환경부는 장기간 미가동 상태에 있는 세종보를 11월 정밀 점검에 나서는 등 정상 작동 가능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3년 6월 21일 문재인 정부 당시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거의 방치되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4대강 금강 세종보 모습. 세종시는 최근 환경부에 세종보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환경부는 장기간 미가동 상태에 있는 세종보를 11월 정밀 점검에 나서는 등 정상 작동 가능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금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부문 중 하나가 치수다. 지난해 6월 착공한 ‘창장(長江)~우후(蕪湖) 구간 프로젝트’는 36개월간 10억9000만위안(약 2000억원)을 투입해 51.8km의 제방을 짓는 사업이다. 지난해 9월 ‘후난(湖南)성 둥팅(洞庭)호(湖) 프로젝트’를 시작해 2026년 6월까지 85억위안(약 1조5700억원)을 들여 658㎞의 제방을 보강할 계획이다. “창장 유역 제방의 위험 요소를 해소해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더 거대한 사업은 ‘백년대계’ 차원으로 진행 중이다. 창장을 비롯한 남쪽 물을 베이징 등 북쪽으로 끌어들인다는 이른바 남수북조(南水北調) 프로젝트다. 2000만명이 생활하는 중국 수도 베이징은 세계적으로도 물 부족이 심각한 대도시다. 큰 강이 없고 건기가 길어 추운 겨울에도 눈조차 잘 내리지 않는다. 그나마 1999년부터 갈수기에 접어들어 지표수·지하수·입경수(入境水·외부에서 베이징에 들어오는 물)가 이전의 절반가량 줄었다. 이 때문에 베이징은 매년 15억㎥의 물 부족 상태에 허덕인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지하수를 과도하게 퍼올리고 농업용수를 전용, 지면이 침식되고 생태환경 악화를 겪고 있다.

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시 역내에 위치한 남수북조 중선을 지난해 11월 14일 드론 사진에 담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베이징은 남수북조(南水北調) 중선(中線) 프로젝트를 통해 90억6700만㎥에 달하는 물을 공급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화통신

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시 역내에 위치한 남수북조 중선을 지난해 11월 14일 드론 사진에 담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베이징은 남수북조(南水北調) 중선(中線) 프로젝트를 통해 90억6700만㎥에 달하는 물을 공급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화통신

마오쩌둥(毛澤東)은 대륙을 제패한 직후인 1952년 “남쪽은 물이 풍부한데 북쪽은 부족하니 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끌어다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직후 남수북조가 기획됐다. 이후 수십 년간 분석과 의견수렴 절차만 이어지다가 2001년 베이징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공정이 본격화됐다. 가장 먼저 동(東)선이 2002년 착공돼 2013년 1기 노선이 완공됐다. 장쑤(江蘇)성에서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 이르는 1467㎞ 구간으로 이 지역 71개 시 1억 명에게 연간 87억7000만㎥의 물을 공급하게 됐다. 남수북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선은 2014년 완공됐다. 티베트 고산지대에 터널을 뚫어 창장 물을 칭하이(靑海)와 간쑤(甘肅)성, 네이멍구자치구 등에 공급하는 서(西)선은 2050년 완공이 목표다. 마오가 지시를 내린 지 100년 만이 되는 셈이다. 남수북조의 예상 총 사업비는 3600억 위안(약 64조6000억원), 5000억 위안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14년 이후 중국은 ‘운하열(運河熱)’이라고 불릴 정도로 운하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2014년은 한국의 남한산성과 함께 중국의 ‘대운하’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해였다. 이후 대운하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동되어 더 주목을 받았다. 육상 실크로드인 ‘일대(One Belt)’와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One Road)’를 연결하는 루트로 대운하 문화대(文化帶)가 설정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대운하를 탐방한 후 대운하에 대한 ‘보호’ ‘전승’ ‘이용’을 지시했다. 이후 대운하가 지나는 동부 지역 여러 대학에 우후죽순 운하 연구소 및 연구단이 꾸려졌다.

창장과 하북을 연결하는 이 대운하 프로젝트는 과거부터 기획됐고 수(隋)나라를 멸망시키기도 했다. 비슷한 예로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을 이뤘던 진(秦)나라 멸망에 일조한 만리장성이 있다. 둘 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라 있다. 재미있는 차별점은 장성이 외적을 막기 위해 구축된 ‘단절’과 ‘구별’의 기호인 반면, 운하는 ‘연결’과 ‘소통’의 상징이다.

그 돈 많다는 중국 중앙정부는 치수 사업을 위해 빚까지 지고 있다. 지난 여름 베이징과 허베이 등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해 1조 위안(약 184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나랏빚까지 낼 만큼 시급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일본도 2018년과 2020년 큰 홍수를 겪은 후 신규 댐 건설과 댐 리모델링 등 각종 치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이전에 건설해 놓은 보(洑)를 해체하고 국가 주도의 댐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그 지긋지긋한 홍수와 가뭄의 추억을 우리도 떨쳐내야 하지 않을까.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