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색영화에 울고, 모범생은 공청단 가입… 교육현장 스며든 시진핑 사상

    홍색영화에 울고, 모범생은 공청단 가입… 교육현장 스며든 시진핑 사상

    중국 교실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 게티이미지뱅크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권위는 흔히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에 비견된다. 하지만 외부의 중국 전문가 상당수는 혁명 세대가 아닌 시진핑의 카리스마는 마오나 덩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진핑은 당·정·군 내 공식 조직들을 자신이 직접 관할하도록 변경했다. 민간에 대해서는 교육과 통제를 강화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겐 당성(黨性)을 주입하는데 주력한다.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각 지역의 중점 초등학교엔 시진핑의 특대형 초상화와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등이 쓰인 플래카드가 교실 안팎 곳곳에 걸려 있다. 24자로 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은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암송해야 하는 일종의 숙제다. 시진핑이 공산당 총서기로 처음 선출되던 2012년 18차 당대회 때 발표된 이 문장은 국가 가치관으로 부강, 민주, 문명, 조화를, 사회 가치관으로 자유, 평등, 공정, 법치를, 개인 가치관으로 애국, 직업정신, 성실과 신용, 우호를 천명하고 있다.   24자를 외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여기에 더해 당은 학생들에게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학생 독본〉이라는 책을 나눠줬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시진핑 개인 숭배가 주 내용이다. 중국을 북한에 빗대 ‘서(西)조선’이라고 자조 섞인 풍자를 하던 자국민들이 떠오른다. 중국 당국은 해당 수업을 교장이 직접 관할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국어 교과서엔 ‘시진핑 할아버지가 나무를 심다’, ‘주더(朱德·마오쩌둥의 혁명 동지)의 멜대’, ‘국기 게양’, ‘인민을 위해 복무’ 같은 글들을 볼 수 있다.   ‘꼬마 기자’ 프로그램도 있다. 아이들을 ‘애국주의 기지’, 문화센터 등에 데려가 교육한 후 반에서 보도를 내고 벽보를 만들게 한다. 모범생들을 공산당 산하 청소년 조직인 소년선봉대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가입하도록 해 가입하지 않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열등생으로 인식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도 훌륭한 선전 수단이다. 〈나와 나의 조국〉, 〈장진호〉같은 ‘홍색 영화’를 보도록 학교 측이 장려한다. 수업에선 영화 감상평을 발표한다. 6·25 전쟁에서 중국군과 미국군의 전투를 다룬 〈장진호〉를 본 아이들은 “선생님, 저는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습니다” “미군이 고기, 생선 등을 마음껏 먹는데 중국군은 감자조차 먹지 못하는 장면을 보고 영화 속에 쳐들어가 음식을 빼앗고 미군을 죽이고 싶었어요” 같은 반응들을 보인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샤오펀훙(小粉紅)’이라 불리는, 공산당에 세뇌돼 격앙된 정서로 공산당을 대변하는 젊은이들이 양산된다. 이들은 당과 국가를 동일시하는 교육을 받고 자란다. 공산당은 지난해 ‘애국주의 교육법’을 통과시켜 ‘애국애당(愛國愛黨)’을 법률로 명문화했다. “학교가 영재들을 망치고 있다. 아이들이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기계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도 ‘교육’ 대상이다. 학부모들은 일종의 학습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야 한다. 시진핑을 칭송하는 내용의 동영상이다. 학교는 매달 학부모가 규정대로 동영상을 다 봤는지 점검하고, 규정에 미달할 경우 학부모 단톡방(위챗 그룹 채팅)에 이름을 공개한다.   교육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인 주민 통제도 시진핑 체제의 수단이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왕거화(網格化)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2019년 10월 도입된 이 제도는 도시의 관리 구역을 격자(grid)로 나눈 뒤 디지털 플랫폼 등을 활용해 기층(基層)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주로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가구를 일정 단위로 묶어 감독한다. ‘격자 관리인’, ‘10가구 감독관’ 등으로 불리는 중국 행정조직의 최말단 관리들이 각 격자를 관리한다.   모든 주거 지역에는 기본적으로 인민을 감시하는 요원이 배치돼 있다. 위챗을 감시하는 사이버 경찰 1명, 파출소 경찰관 1명, 지역 담당 공무원 1명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민감한 키워드에 연루된 사람이 발견되면 연행해 조사도 한다. 일종의 연좌제도 실시된다고 한다. 당국의 감시망에 ‘찍힌’ 전과가 있으면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진학과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엔 중국 정부의 이런 교육과 통제에 불만을 가지고 ‘저우셴(走線)’을 감행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선 위를 걷다’는 뜻의 이 신조어는 멕시코 등 중남미를 경유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중국인 유민(流民)들을 일컫는다. 멕시코인 등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중남미인들 대열에 중국인들도 끼어있다는 것이다. 만약 외국인 밀입국을 강하게 단속하기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이마저도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4.01.26 08:30

  • 최첨단 기술 향연... 中 기업은 ‘CES 2024’서 어떤 제품 선보였나

    최첨단 기술 향연... 中 기업은 ‘CES 2024’서 어떤 제품 선보였나

    CES 2024의 올해 주제는 'All Together, All On'로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의 혁신적인 기술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CES 2024에는 약 150개의 국가와 4,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다. CES 2024 공식 홈페이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IT 전시회 CES 2024가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올해의 CES에선 국내 기업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모두 760여 개 한국 기업이 참여했다. 중국은 우리보다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갈등 여파로 지난 3년간 CES에 불참했던 중국 기업들도 올해엔 대거 미국 행을 택했다.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TA)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CES 2024에 참여한 중국 기업은 1,115개로 총 참가 기업의 25%를 차지했다.  ━  TCL...“LG·삼성 게 섰거라”   CES2024 참여 중국 기업 중 가장 넓은 홍보관을 운영한 TCL. 펑파이신문(澎湃新聞) 중국의 세계 2대 TV 브랜드 TCL이 가장 돋보였다. CES 2024 참여 중국 기업 중 가장 넓은 1,672제곱미터(㎡) 규모의 홍보관을 운영하며, 총 120종의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뽐냈다. TCL은 115인치 퀀텀닷(QD) 미니 LED TV 'QM891G'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해당 제품은 세계 최초로 20,000개 이상의 로컬 디밍존을 구현해 최대 휘도 5,000니트를 달성했다.   ‘로컬 디빙’이란? 화면 분할 구동을 의미한다. 백라이트를 다수의 영역으로 구분해 휘도를 영상 신호와 연계해 영상의 어두운 부분에 해당하는 영역은 백라이트를 끄거나 빛을 줄이고, 밝은 영역은 휘도를 높여줌으로써, 명암비 및 소비전력을 대폭 개선한 기술이다. 퀀텀닷 미니 LED TV QM891G 공식 자료화면. TCL 공식 홈페이지 퀀텀닷 미니 LED TV는 전작 대비 5배 높은 명암비로 더욱 선명한 화질을 구현했다. TCL은 명암비를 개선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QLED PRO 기술을 사용했다. 또 해당 제품엔 AI 프로세서 ‘AIPQ’가 탑재되어 영상의 선명도와 밝기가 실시간으로 최적화된다.  ━  증강현실 안경 ‘레이네오 X2 라이트’   CES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레이네오 X2 라이트를 체험하고 있다. 소후(搜狐) TCL은 증강현실(AR) 안경 레이네오 X2 라이트(RayNeo X2 Lite) 제품도 선보였다. 평범한 뿔테안경처럼 생긴 제품엔 TCL이 자체 개발한 레이네오 AI 기술과 퀄컴 스냅드래곤 AR1이 탑재되어 원활한 영상 재생과 AI 구동이 가능하다. 1,500니트의 높은 밝기로 한낮에도 선명함을 유지하고, 60g의 초경량 무게로 제작되어 실생활에서 착용하기에 부담이 없다. TCL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광 도파관 디스플레이(빛을 180° 굴절시키는 기술)를 채택해 더욱 선명하고 다채로움을 화면을 구현했다”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몰입감을 선사할 것”이라 밝혔다. 레이네오 X2 라이트의 주요 기능으로는 사용자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눈앞에 표시해 주는 ‘증강현실 스마트 내비게이션’ 기능, 또 외국인과 대화 시 실시간으로 번역된 내용을 눈앞에 띄어주는 ‘실시간 다국어 번역’ 기능이 있다.  ━  ‘하늘을 나는 자동차’...미래로 성큼    CES2024 현장에 전시되어 있는 샤오펑 에어로HT의 플라잉 카. 샤오펑 공식 홈페이지 세계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하는 중국의 전기차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V)의 자회사 샤오펑 에어로HT는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신개념 플라잉 카를 공개했다. 폴딩 스티어링 휠, 투명 계기판 등 첨단 기술을 탑재해, 주행모드와 비행모드 사이를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는 스마트 캐빈 기능을 제공한다. 주행모드에서는 프로펠러 암과 프로펠러가 폴딩 시스템을 통해 완전히 접혀 차체 내부에 수납되어 도로 주행이 가능하고, 비행모드로 전환 시 다시 프로펠러가 펼쳐지며 비행이 가능하다. 이 제품의 최대 장점은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어디서나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 없이도 비행이 가능하며, 바위, 하천 등의 장애물도 어렵지 않게 피해 갈 수 있다. 해당 플라잉 카는 2025년 4분기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샤오펑이 상용화를 예고한 '육상 항공모함' 콘셉트의 플라잉 카. 샤오펑 공식 홈페이지 또 샤오펑은 CES 2024에서 내년 플라잉 카 상용화를 예고했다. 왕탄 샤오펑 공동 창립자는 “샤오펑의 또 다른 분리형 플라잉 카인 육상 항공모함을 올해 4분기에 사전 예약을 시작해, 내년 4분기엔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이라 발표했다.   계획대로 출시된다면 샤오펑 ‘육상 항공모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최초의 플라잉 카가 되는 셈이다.  ━  PC도 인공지능...‘생성형 AI 노트북’   중국 IT업계의 ‘전설’인 레노버는 40여 종의 신제품을 한꺼번에 출시했다. 360도 회전과 터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노트북 ‘레노버 요가’, 소형 데스크톱인 ‘싱크센터’, 게임용 노트북 ‘레노버 레기온’, 사무용 노트북 ‘씽크북’과 ‘씽크패드’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레노버는 인공지능 칩셋이 탑재된 AI PC를 주력으로 선보였다. Yoga Pro 9i와 Yoga 9i 전체 시리즈는 ‘Yoga Creator Zone’ 생성형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복잡한 과정 없이 텍스트 기반의 설명이나 스케치로 놀라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이외에도 레노버는 세계 최초의 비즈니스용 AI PC인 ThinkPad X1 Carbon AI 등 AI PC 9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레노버 비즈니스 파트너 킥오프에서 양위안칭 레노버 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레노버 공식 홈페이지 중국 기업들의 세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양위안칭(楊元慶) 레노버 그룹 CEO는 시나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레노버의 연간 매출 4,000억 위안(약 76조 원) 중 70%는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다”고 밝히며 “올해 1,000여 개의 중국 기업들이 CES 2024에 참여한 것은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명확해지고 있는 것”이라 언급했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2024.01.24 07:00

  • CES 2024 화제, 중국 출신 창업가가 만든 개인용 AI 디바이스

    CES 2024 화제, 중국 출신 창업가가 만든 개인용 AI 디바이스

    래빗 R1은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크기의 ‘포켓 PC’로, 자체 개발한 LAM(large action model)을 탑재한 모바일 스마트 기기라는 설명이다. 올해 CES(국제 전자제품박람회)의 화두는 단연 온 디바이스(On-device) AI였다. 지난해 오픈 AI의 챗 GPT를 필두로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한 데 이어, 새해에는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 즉 온 디바이스 AI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 중국 출신 창업가가 만든 개인용 AI 디바이스 ‘Rabbit R1’도 이번 CES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월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래빗(Rabbit)’이라는 스타트업이 온 디바이스 AI 제품 ‘래빗 R1(Rabbit R1)’을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래빗 R1은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크기의 ‘포켓 PC’로, 자체 개발한 LAM(large action model)을 탑재한 모바일 스마트 기기라는 설명이다.   *LAM(large action model): 일반적인 언어 모델과 달리, 사용자의 의도와 행동 패턴을 학습하여 인간의 행동을 추론하고 모델링 하는 래빗의 독자적인 모델. 판매가 199달러(약 26만 원)의 래빗 R1은 하루 만에 1만 대가 팔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1월 11일, 래빗은 자사의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당초 래빗 자체 예상 판매량의 20배를 하루 만에 팔아치웠다. 래빗은 단 2개월 사이 3000만 달러(약 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중국 매체 타이메이티(鈦媒體)에 따르면, 오픈 AI의 최초 투자자로 알려진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와 한국의 카카오(Kakao)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소개에 따르면, 래빗 R1의 독특한 특징으로 학습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이용자가 PC에서 직접 조작했던 기능을 학습하여 반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전에 PC에서 사용자가 조작한 기록이 있다면, 이후 래빗 R1에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동일한 기능을 알아서 수행한다. 이용자들에게는 편리한 체험을 선사하는 한편, 음성 조작의 잠재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앞서 언급했듯, 래빗 R1은 자체 개발한 LAM이 탑재돼 사용자의 복잡한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추론하여 처리한다. 기기를 우버(Uber)나 스포티파이(Spotify) 등 앱의 계정과 연동하면, 래빗의 PPT(Push-to-Talk) 버튼을 누른 후, 음성 조작으로 음악을 재생하거나 차량을 호출하고, 식사를 주문하고, 여행 계획을 짤 수 있다. 이미지 인식을 통하면, 냉장고 안 식재료의 칼로리를 파악하고 레시피를 추천한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의 앱을 여러 번 조작해야만 목적에 도달할 수 있는 기능을 R1을 통해 음성 명령 한 마디로 실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드웨어적 측면을 살펴보면, 래빗 R1은 붉은 색상에 스마트폰의 절반 정도 크기, 무게는 약 115g 남짓으로 휴대성을 극대화했다. 화면은 2.88인치, 회전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4GB 메모리와 128GB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 배터리의 경우, 충전하면 하루를 꼬박 쓸 수 있다. 래빗을 설립한 뤼청(呂騁, Jesse Lyu)은 앞서 지난 2014년 두야커지(渡鴉科技)를 설립해 음성인식 기술로 주목받았다. 래빗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스타트업이다. 래빗을 설립한 뤼청(呂騁, Jesse Lyu)은 앞서 지난 2014년 두야커지(渡鴉科技)를 설립해 음성인식 기술로 주목받았다. 2016년 2월에는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인물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두야커지는 2017년 바이두(百度)에 인수되었고, 뤼청은 2018년 바이두를 떠나기 전까지 바이두의 스마트 가구 부문을 맡아 스마트 하드웨어 및 AI 기술 방면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당초 음성인식 기술로 인정받았던 뤼청이 R1에서 음성명령을 사용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뤼청은 래빗 R1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스마트폰에 있는 앱으로 할 수 있는 일 이상의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텐센트커지(騰訊科技) 보도에 따르면, 뤼청은 과거의 아이폰(iPhone)처럼, 기존의 모바일 기기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의 개발을 꿈꾸고 있다.   한편, CES에서 공개된 래빗 R1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AI 시대의 아이폰”이라며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호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존의 스마트폰이 더 작아지고 저렴해진 것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1.23 07:00

  • "리뷰 캐시백에 영혼 팔았다"…中, 별점 다섯 개 '악플' 유행 왜

    "리뷰 캐시백에 영혼 팔았다"…中, 별점 다섯 개 '악플' 유행 왜

    요즘 중국에서는 별 다섯 개 주고 악플 다는게 유행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별 다섯 개 주고 악플을, 별 한 개 주고 선플 다는 게 유행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전자는 별점으로 만점을 주지만 안 좋은 후기를 남기는 것이다. 후자는 별점 1점을 주고 좋은 후기를 남기는 것이다. 시스템상 보통 별점 5점을 받은 리뷰는 자동으로 리뷰 목록 맨 위에 뜬다. 따라서 별 다섯 개에 악플이 달렸다면 해당 가게에 불리하다. 좋은 후기를 기대하고 클릭한 소비자가 뜻밖에 마주한 악플을 읽으면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좋은 후기에도 별 하나만 받게 되면 가게의 전반적인 평가가 낮아지고 사람들이 좋은 말만 했기 때문에 플랫폼에 제소하기도 어렵다. 캐시백은 달콤하나 ‘저질’ 제품에 대한 분노는 숨길 수 없는 사람들. 이들이 ‘별 다섯 개 주고 악플’을 다는 기괴한 리뷰를 쓰며 제품의 품질을 조롱한다.  ━  리뷰 캐시백 때문에 허리 굽혔지만, 그냥 넘어가기는 찝찝    캐시백을 받기 위해 ‘영혼까지 팔았다’라는 요즘 중국 젊은이, 별 다섯 개 주고 악플 다는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 11월 말 네티즌 @aaaaadon’t가 올린 게시물이 바이두(百度·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실검에 올랐다. “8위안을 위해 굴욕을 참았지만, 기분은 안 좋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작성자는 리뷰 캐시백을 받기 위해 저지른 본인의 행동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신중하게 따져본 끝에 결국은 돈을 따랐고 올린 사진은 모두 상태가 안 좋은 망고 사진입니다. 제 행동을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네티즌 @aaaaadon’t씨는 좋은 리뷰 글과 상한 망고 사진을 함께 올렸다. 판매자는 좋은 리뷰를 달면 캐시백을 주기로 약속했고 구매자는 분명 좋은 리뷰를 썼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매자는 사진을 통해 제품의 실체를 드러내며 다음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시켰다. 안 좋은 제품을 사도록 꼬드기지도 않았다. 사진은 제품 리뷰의 핵심이다. 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사진이 포함된 리뷰를 보며 구체적인 제품 정보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네티즌 @aaaaadon’t 의 행동은 캐시백과 정직한 리뷰 사이에 미묘한 균형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별 다섯 개에 악플?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요즘 젊은이의 새로운 ‘문해력’   캐시백 프로모션은 특히 중국의 배달 플랫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플랫폼을 중국 사람들은 ‘체험단 플랫폼(霸王餐平台)’이라고 부른다. 체험단 플랫폼은 리뷰를 위한 소비자를 따로 꾸리고 지정된 식당 음식을 미니 프로그램으로 주문하게 한다. 음식을 먹고 별점 5점과 좋은 리뷰를 남기면 소비자는 고액의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18위안(약 3300원)을 채우면 8위안(약 1400원), 혹은 10위안(약 1800원)을 반환해 주는 등 체험단 플랫폼이 주는 캐시백 액수는 상당히 큰 편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체험단 플랫폼에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포함한 음식점 외에도 아래 사진에서와같이 후상아이(沪上阿姨), LINLEE, 루이싱(瑞幸·Luckin) 커피 등 유명한 카페도 있다.  첫 번째 가게는 후상아이, 두 번째는 린리로 각각 주문 금액이 18위안(약 3300원)을 넘으면 8위안(약 1400원), 10위안(약 1800원)을 반환해준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제품 품질에 관한 혹평 또한 많은 편이다. 별 다섯 개에 악플을 다는 이유는 악플만 달았을 경우 나쁜 리뷰가 삭제되거나 상점에서의 괴롭힘을 막기 위함으로 권장할 수는 없지만 면밀하게 계산한 어쩔 수 없는 행위로 볼 수 있겠다.  ━  펀드보다 잘 모이는 캐시백, ‘좋은 리뷰’는 사기보다 나빠…   쩌우전(邹臻)씨는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 쇼핑 페스티벌 기간에 온라인으로 4000위안(약 73만 원)짜리 세탁기를 샀다. 설치 기사의 조립이 끝난 뒤 쩌우전은 세탁기 표면에 있는 긁힌 자국을 발견했다. 세탁하는 데는 문제가 없고 소음도 적은데 스크래치 하나 때문에 반품하기엔 조립도 해체해야 하고 번거로웠다. 그녀는 별점 3점만 주고 싶었지만, 별점 5점을 주면 200위안(약 3만 6000원)을 캐시백으로 돌려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스크래치를 참기로 한다. 200위안은 그녀에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도 반품할 정도가 아니면 쉽게 별점 5점을 주던 그녀였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쩌우전씨는 펀드보다 캐시백이 더 돈이 된다며 펀드 손실은 아직도 만회하지 못했는데 캐시백은 쓴 돈의 일부를 돌려받아서 좋다고 답했다.  3위안(약 5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줄 알고 리뷰를 썼으나 알고 보니 3위안 이하 캐쉬백 ‘랜덤 송금’이라는 것을 안 구매자의 분노 섞인 폭로다. 위 사진은 3위안(약 5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줄 알고 리뷰를 썼으나 알고 보니 3위안 이하 캐시백 ‘랜덤 송금’이라는 것을 안 구매자의 분노 섞인 폭로다. 작년에도 제품에서 벌레가 나왔고 대추가 시꺼멓고 말라비틀어져서 맛없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가짜 리뷰는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으며 가격이 부풀려지면 사기가 될 수 있다. 타이메이티(钛媒体·TMTpost)보도에 따르면 쉬차오(许超) 상하이 룽리톈원 법률 사무소(上海融力天闻律师事务所)의 파트너이자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 측면에서 이러한 행위가 신의칙(principle of good faith)과 공인되는 기업 윤리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한 플랫폼 관련 데이터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상실하고 다른 경쟁자가 구축한 데이터 시스템 및 평가 시스템의 신뢰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다른 경쟁자의 경쟁력을 해치며 불공정 경쟁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리뷰는 마케팅의 핵심 주제다.  일부 판매자는 ‘캐시백’을 미끼로 소비자에게 ‘좋은 리뷰’ 작성을 유도한다. 표면적으로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윈윈이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별 다섯 개를 주고 혹평을 남기는 사람들은 이익 추구 속에서도 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일종의 정의감을 발휘한 셈이다. 리뷰 캐시백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등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다.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소비자 모두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엄중히 단속하고 저항해야 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솔직하게 별 하나를 줄 수도 있고 긴 후기를 남길 수도 있는 자유롭고 진실한 비평이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4.01.21 07:00

  • 인공 달까지 띄웠다… 3일간 300만 명 다녀간 중국 도시 어디?

    인공 달까지 띄웠다… 3일간 300만 명 다녀간 중국 도시 어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국제 빙등제'에서 대형 얼음 건축물들이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고 있다. 하얼빈 빙설대세계 공식 홈페이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가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최애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헤이룽장성 문화 관광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중국 신정 연휴 3일간 하얼빈시는 총 304만 8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전년 대비 441.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관광 수입은 59억 1400만 위안(약 1조 8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791.92%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얼빈 ‘국제 빙등제’가 지난 18일 처음 개장한 후 약 4시간 만에 4만 명의 방문객이 입장하면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몰려오자, 현지 상인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얼빈시 상업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숙박 및 식당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 업계의 매출도 전년 대비 129.4% 증가했다. 성 소피아 대성당과 시장, 사우나들은 급속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하얼빈에 위치한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는 매출이 85%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철도하얼빈그룹(中國鐵路哈爾濱侷集團)은 연휴 기간 총 144만 6000명의 승객을 하얼빈으로 수송했다며 “역대 최고치”라고 덧붙였다. 하얼빈에서 사우나를 운영하는 한 네티즌은 소셜 미디어에 “손님들이 매일 줄을 서고, 직원들이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하얼빈시의 관광 신드롬이 지난해 일었던 쯔보(淄博)시의 열풍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쯔보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입소문으로 한 달 만에 48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2023년 중국 인기 도시’ 1위에 선정됐다. 실제로 하얼빈시는 겨울철을 겨냥하여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하얼빈 관광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허징(何晶) 헤이룽장성 문화 여유청 청장은 “올해의 흥행은 우연이 아닌, 일 년간의 준비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 덕분”이라고 밝혔다. 하얼빈시 소피아 광장에 지름 5m의 인공 달이 떠올랐다. 40미터 높이의 하늘에 떠 있는 달과 성 소피아 성당이 만나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헤이룽장신문망(黑龍江新聞網) 하얼빈시의 적극적인 소통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네티즌이 소셜 미디어에 “성 소피아 대성당에서 사진을 찍을 때 달이 있으면 좋겠다”고 댓글을 달자, 지자체에선 피드백을 즉각 반영해 직경 5m에 달하는 인공 달을 설치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이 “하얼빈 정말 춥더라. 몸을 녹일 공간이 필요하다”는 댓글을 달자, 지자체에선 관광객들이 몸을 녹일 수 있는 난방 시설을 거리 곳곳에 마련했다.   문화 여유청 청장 허징은 “관광객들의 비판과 제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지속해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하얼빈의 관광 열기가 지속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하얼빈의 신드롬급 열풍에는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역할이 컸다. 지역 상인들은 관광객들에게 따뜻한 차와 몸을 녹일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했으며, 지역 시민들은 무료 운전기사를 자처해 관광객들의 이동 편의를 지원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엔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은 관광객들의 훈훈한 소식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상인은 펑파이신문(澎湃新聞)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하얼빈을 방문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내 고향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정말 자랑스럽다”며 “관광객들에게 하얼빈의 따스함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얼음 미끄럼틀을 타기 위한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하얼빈 열풍에 동북 3성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도 미소 지었다. 소매 플랫폼 메이퇀(美團)에 따르면 치치하얼(齊齊哈爾)시, 다칭(大慶)시 및 기타 도시의 관광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치치하얼시는 연휴 기간 숙박, 티켓 관련 주문량이 전년 대비 160.2%,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문이 전년 대비 866.5%, 온라인 식음료 거래 주문량이 전년 대비 326.6%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우나 이용객도 크게 증가했다. 메이퇀에 따르면 설 연휴 첫 이틀 동안 사우나의 주문량은 전년 대비 180% 증가했으며, 그중 선양(瀋陽)시, 창춘(長春)시 사우나 이용자 증가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2024년 1월 5일 중국 빙설관광발전포럼(冰雪旅遊發展論壇)에서 발표된 보고서에서 하얼빈은 2024년 겨울 관광 도시 1위에 선정됐다. 보고서는 “하얼빈이 동북 지역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며, 동북 전역의 부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 겨울 하얼빈의 인기가 올해처럼 이어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2024.01.17 07:00

  • '저공 경제' 잡아라, 중국 도시 도심항공교통 각축전

    '저공 경제' 잡아라, 중국 도시 도심항공교통 각축전

    중국 전동 수직 이착륙기(eVTOL) 업체 이항(億航智能)이 설계 및 제조한 EH216-S는 지난해(2023년) 중국민용항공국(CAAC)으로부터 eVTOL 형식 증명을 획득했다. 얼마 전, 중국 광저우(廣州)와 허페이(閤肥)에서 전동 수직 이착륙기(eVTOL)의 첫 상업 비행 시연에 성공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이에 대해 저공 경제(低空經濟)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중대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보도했다.   *저공 경제(低空經濟): 민간의 유인/무인 항공기를 활용해 여객/화물 수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공비행 산업을 가리킨다. 드론 택시, 드론 택배, 도심 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등 개념을 예로 들 수 있다.   2023년 12월 28일, 중국 전동 수직 이착륙기(eVTOL) 업체 이항(億航智能)은 이날 상업 비행 시연에 성공한 자사 eVTOL에 대해, 글로벌 최초로 인증을 받은 자율주행 여객용 전동 수직 이착륙기(일명 드론 택시)라고 소개했다. SCMP 보도에 따르면, 이항이 설계 및 제조한 EH216-S는 지난해(2023년) 중국민용 항공국(CAAC)으로부터 eVTOL 형식 증명을 획득했다. 이미 4만 2000회 이상 비행을 완료했고, 최고 시속은 130km/h에 달한다. 이번 시험 비행은 도심 항공교통 산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현지 업계는 평가한다.   최근 중국 당국이 일련의 관련 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저공 경제’가 새로 뜨는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23년 연말,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中央經濟工作會議)에서 저공 경제가 중국의 전략적 신흥산업 중 하나로 추가됐다. 같은 해, 중국의 주요 지방 정부의 보고서에서도 저공 경제 및 일반 항공 관련 개념이 언급됐다.   이에 따라, 광저우와 선전(深圳) 등 주요 대도시는 저공 경제 발전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광저우는 저공 경제 고품질 발전을 위한 세칙을 발표하고, 조건에 부합하는 저공 경제 산업 프로젝트에 최고 3000만 위안(약 55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선전의 경우,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우대 정책 및 보조금 지원 정책을 도입하고, 혁신 및 관련 사업 개척을 독려하고 있다.   저공 경제는 각종 유/무인 항공기의 저공비행을 통해 관련 분야 융합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복합 산업의 형태로, 제조업 및 종합 서비스업을 모두 포괄한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저공 경제의 미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자율주행 차보다 먼저 1조 달러(약 1300조 원) 규모의 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윈투즈싱(雲圖智行)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 저공 경제 시장 규모는 2조 5000억 위안(약 460조 원)이다.   앞서, 중국 당국은 제14~15차 5개년 계획에서 이미 저공 경제를 잇달아 언급했다. 중국의 〈국가 입체적 교통망 계획 요강(國傢立體交通網絡規劃綱要)〉에 따르면, 당국은 2035년까지 상업용 및 공업용 무인기(드론) 2600만 대 보급을 지원하는 한편, 드론 조종사도 63만 명 늘린다는 방침이다.   ━  현재 저공 경제를 둘러싼 중국 내 업계 경쟁 구도는 어떠할까.    첸잔산업연구원(前瞻產業研究院) 보고서에 따르면, 저공 경제 업계는 크게 일반 항공기와 드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일반 항공기 분야는 대형 국유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수차례 전략적 구조조정 및 전문화 과정을 거쳐 현재 중국항공공업집단유한공사(中國航空工業集團, AVIC), 중국항공엔진그룹(中國航發, AECC), 중국 상용 항공기 유한책임공사(中國商飛, COMAC) 및 중외 합자 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원자재 및 부품 공급업체가 함께 업계를 구성하고 있다.   다음으로 드론 분야는 중국 대표 드론 기업 DJI(大疆創新)가 주도하는 가운데, 중항(中航) 드론, 항톈차이훙(航天綵虹) 등 업체가 포진해 있다. 중항 드론과 항톈차이훙 두 업체는 본래 중국 군용 드론 업계의 주요 기업으로, 최근 들어 민간 드론 분야에서 급성장세를 보인다. 향후, 민간 드론 시장 점유율을 점차 키워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첸잔산업연구원은 장차 저공비행 교통수단이 공공관리 및 서비스 분야에 갈수록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론의 경우, 이미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시험 비행을 이미 기본적으로 완료한 상황이지만, 기술, 인프라, 생태계 등 측면의 한계를 향후 혁신을 통해 극복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2025년까지 저공 경제가 중국에 기여할 경제적 가치는 약 3-5조 위안(약 550-920조 원)의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웨강아오대만구(粵港澳大灣區) 디지털 경제 연구원(數字經濟研究院)이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저공 경제가 중국에 기여할 경제적 가치는 약 3~5조 위안(약 550~920조 원)의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당국은 오는 2035년 중국의 저공 경제 산업 규모를 6조 위안(약 1100조 원) 규모로 관측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면 2022~2035년 중국의 저공 경제 산업 시장 규모의 연평균 성장률은 6.9%에 달한다. 4년 뒤인 2028년, 중국 저공 경제 시장 규모는 3조 7000억 위안(약 679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1.16 07:00

  • 2024년 중국서 탄생한 첫 번째 유니콘 기업은?

    2024년 중국서 탄생한 첫 번째 유니콘 기업은?

    2024년 갑진년, 중국에 첫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지난 2일 상하이계원심동력과학기술유한회사(上海启源芯动力科技, 이하 치위안커지)는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최근 시리즈B 파이낸싱에서 15억 위안(약 2754억 원)의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치위안커지는 국가전력투자그룹(SPIC) 산하의 스마트 에너지 서비스 제공 업체로 ‘친환경 운송, 더 나은 삶’이라는 사명을 바탕으로 탄소제로 달성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그중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 사업 분야는 배터리 솔루션이다.     중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설립 3년차인 신생 기업이 총 25억 위안(약 4594억 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먼저,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신에너지차의 보급률이 높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18회 중국자동차산업포럼에서 “2035년 신에너지차량 보급률 50% 이상이라는 원래 목표가 2025~26년 사이에 미리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이면 중국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2대 중 1대가 친환경차인 것이다. 배터리 수요도 이와 비례해 높아질 전망이다.   둘째, 전기차 성장의 한계로 지적되던 배터리 발열, 짧은 주행거리, 제한된 충전 시설 등의 문제에 솔루션을 제시했다. 치위안커지의 주요 사업 모델은 ‘배터리 교환소(Power Swap Station)’와 배터리의 수명 주기를 관리하는 ‘배터리 은행’이다. 차량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교체하는 방식은 충전 소요 시간, 배터리 수명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다. 중국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서, 배터리 교체 모델에 대해서는 가격 제한 없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셈이다.   고정형 상단 장착형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 '그린 아일랜드 450'. 상하이계원심동력과학기술유한회사 홈페이지 셋째, 중국 정부를 포함해 세계가 중시하는 탄소중립 정책과 궤적을 함께 하는 비즈니스다. 탄소중립은 글로벌 인식 공유에서 구체적인 실천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교통망의 전동화는 탄소중립 목표 실현의 핵심 과제인만큼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치위안커지는 이런 시대 흐름에 올라타는 비즈니스를 전개해왔다.     치위안커지는 2021년 충전소 한 곳에서 하루동안 180개의 배터리를 교체하며 상용화의 포문을 열었다. 같은 해 세계 최초의 이동형 배터리 교환소인 싱투600도 출시했다. 싱투600은 스테이션을 만들기 위한 부지나 케이블 부설 등의 비용이 들지 않아 기존 충전소나 교환소 대비 투자 비용이 절감되며, 어디든 이동할 수 있어 접근성 부문에서 뛰어나다.     배터리 교체 및 충전 시스템, 모바일 배터리 교체 기술, 정보 데이터 플랫폼 관련 특허 기술을 보유한 치위안커지는 기술력과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2022년 100개 이상의 충전소 및 교환소를 구축했고 배터리 교체 시장점유율 80%를 달성하며 그해 8월 시리즈A 파이낸싱에서 10억 위안(약 1833억 원)을 완료했다. 배터리 은행을 통해서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배터리 임대, 수명주기 실시간 모니터링, 유지관리 서비스를 돕는다.     2023년 9월 기준 치위안커지는 2만 3000대 이상의 배터리 교체 대형 트럭을 납품했으며 500개 이상의 충전 및 교환소를 구축했다. 통계에 따르면 시중에 나와 있는 배터리 교체 대형 트럭 10대 중 5대가 치위안커지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휴대용 충전 및 교환 스테이션 '싱투600'. 상하이계원심동력과학기술유한회사 홈페이지 이러한 흐름은 혼자서 바꿀 수 없다. 치위안커지의 기술력이 뛰어나도 전기차 제조 업체가 배터리 일체형 전기차만 생산한다면 적용할 곳이 없다. 중국의 전기차 기업도 함께 발을 맞추고 있다. 니오(NIO), 북경자동차그룹(BAIC) 전기차 사업부, 지리자동차,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GAC AION) 등도 배터리 교환 분야에 진출했거나 기술 개발 중이다.     특히 중국 전기차 3대장 중 하나인 니오는 중국 브랜드 최초로 차체와 배터리가 '일체형'이 아닌 '교환식'으로 전 모델을 출시했다. 충전이 아닌 배터리 교환 방식으로 5분 만에 방전된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2023년 10월 기준, 니오의 배터리 교환소는 2000여 곳에 이른다. 니오의 전기차를 구매한 고객 중 77%가 집에서 최소 3km 이내의 거리에 있는 배터리 교환소를 이용할 수 있다. 이렇듯 '교환식'이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업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의 ‘배터리 교환소’. 니오 공식홈페이지 둥팡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배터리 교체 모델 비중이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신증권(CITIC)의 보고서도 배터리 교체형 택시와 대형 트럭이 배터리 교체 산업에 폭발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중신증권은 2025년 중국의 배터리 교체 산업 체인의 시장 규모가 1334억 위안(약 24조 4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2024.01.16 06:00

  • 샤오미 첫 전기차, '대륙의 실수'인가 아니면 '또 다른 짝퉁'인가?

    샤오미 첫 전기차, '대륙의 실수'인가 아니면 '또 다른 짝퉁'인가?

    샤오미의 첫 번째 전기차 SU7의 측면. 샤오미 자동차(小米汽車) 지난달 28일 베이징...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의 첫 번째 전기차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샤오미 창립자 레이쥔(雷軍) 회장이 직접 전기차 'SU7'을 발표했다.   "향후 15~20년간 꾸준히 투자해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가 되겠다. 포르쉐, 테슬라에 필적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거듭나겠다.”   레이쥔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해당 콘퍼런스가 끝나자, 주가는 5% 이상 하락하며 마감했다.   'SU7'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포르쉐 타이칸 너무 닮았네…   한 네티즌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샤오미 SU7(아래)과 포르쉐 타이칸(위)의 디자인이 유사하다며 비교 영상을 게시했다. 웨이보(微博)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선 샤오미 SU7의 자체 설계가 유명 브랜드들의 자동차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微博)에 "샤오미 SU7의 전면 디자인은 포르쉐 타이칸, 전면 헤드라이트 부분은 맥라렌 765LT, 옆모습은 포르쉐 파나메라, 후면 라이트는 링컨 MKZ를 닮았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SU7의 자체 전면부와 측면 설계에서 유사한 부분이 여럿 발견되었으나, 샤오미 SU7의 차체 디자인도 개성 있다"라며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한편, 샤오미의 독특한 외관 디자인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레이쥔 회장이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 본사의 외장 디자이너로 활동한 경력을 가진 샤오미 전기차 디자이너 처우전(仇臻)을 소개하고 있다. 중금재선(中金在線) 네티즌들의 이 같은 반응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레이쥔 회장은 기술 콘퍼런스에서 자동차 디자인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레이쥔 회장은 “샤오미의 디자인 팀은 BMW 최초의 중국 디자이너 리톈원(李田原)과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 본사의 외장 디자이너 처우전(仇臻) 등 매우 재능 있는 디자이너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히며 샤오미의 디자인팀을 치켜세웠다.  ━  혁신은 어디에?   레이쥔 회장은 콘퍼런스에서 '최초의 기술', '유일한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자체 개발한 핵심 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다. 2만 7,200rpm 성능을 가진 전기모터 '슈퍼 모터 V8s'부터, 샤오미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고전압 배터리', 또 '스마트 캐빈'까지.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으나 콘퍼런스 자리에 있던 업계 종사자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동종업계 타 업체들 대비 더 뛰어난 혁신 기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콘퍼런스를 끝까지 관람한 한 네티즌은 “샤오미 SU7의 기술력이 타 제조사와 비슷한 수준”이라 밝히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샤오미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 슈퍼 모터 V6'를 공개하고 있다. 중금재선(中金在線) 레이쥔 회장은 “모터의 핵심은 회전수에 있다면서 회전수가 높을수록 전기차의 최고 속도도 높아진다”고 강조하며 SU7에 탑재된 모터의 회전수를 자신 있게 발표했지만, 샤오미 SU7의 회전수는 21,000rpm으로 타 제조사와 비슷한 수준 회전수를 보여줬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의 경우 21,000rpm, 중국 전기차 제조 기업 지커(Zeekr)에서 내놓은 ‘001 FR’은 20,620rpm, 화웨이와 체리 자동차가 합작해 만든 ‘럭시드(智界) S7’은 22,000rpm의 회전수를 보인다. 화웨이 측은 ‘럭시드 S7’이 실제로는 25,000rpm의 회전속도를 낸다면서 3,000rpm은 현재 잠겨진 상태라고 밝혔다.   샤오미는 2025년에 ‘V8s 슈퍼 모터’를 추가 출시하여, 27,200rpm을 달성해 업계 1위 자리에 오를 거라 밝혔지만, ‘그것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이란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고전압 배터리를 공개했다. 중금재선(中金在線) 또 샤오미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800V 고전압 배터리를 발표했으나 이미 시장엔 비슷한 수준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가 꽤 많이 출시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지커(Zeekr) 007’, 샤오펑 모터스의 ‘G6’, IM 모터스의 ‘LS6’가 바로 그것이다. 해당 배터리 탑재 시 샤오미 SU7의 주행거리는 중국 CLTC 측정 기준 800km를 달릴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미 중국 시장에 출시된 지커007의 주행거리는 870km로 샤오미를 뛰어넘는다.  ━  결국 가격이 관건   샤오미의 오랜 팬이었다는 한 네티즌은 소셜미디어에 “샤오미의 장점은 샤오미 생태계, 브랜드 영향력, 디자인, 성능이지만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었다”면서 “가격을 밝히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을 마쳤을 때 상당히 허탈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가가 하락으로 전환한 이유다.   ‘가성비’, ‘대륙의 실수’의 대명사였기에, 현재 많은 소비자는 샤오미 자동차에도 ‘가성비’를 기대하고 있지만, 레이쥔 회장의 여러 행보를 봤을 땐 중저가 모델로 출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2023년 2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의 샤오미 레이쥔 회장의 모습(왼쪽)과 이번 콘퍼런스에서의 모습(오른쪽). 콰이커지(快科技) 레이쥔 회장은 평소 프레젠테이션에서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었던 것과는 달리, 해당 콘퍼런스에서는 정장과 구두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기존 가성비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분석이다.   또 레이쥔 회장은 구체적인 가격은 밝히지 않은 채 “동종 스펙을 가진 자동차는 40만 위안 이상은 한다”며 “14만 9,000위안(약 2,700만 원)도 말이 안 되는 가격”이라 덧붙였다. SU7은 '고성능 세단'이라면서 가성비 모델이 아님을 계속해서 어필했다.   지난 2일, 레이쥔 회장은 SU7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웨이보에 올렸다. 한 네티즌이 “가격을 몰라서 경쟁 모델이 어느 자동차인지 모르겠다”고 댓글을 달자, 레이쥔 회장은 “50만 위안(약 9,200만 원) 내에 적수가 있나요?”라고 맞받아쳤다   레이쥔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전문가들은 샤오미가 중고급 전기차 시장을 노릴 것으로 내다봤다.  ━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로고(왼쪽)와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회사 BYD의 로고(오른쪽). AFP 최근 몇 년간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중고급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중국 내 중고급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앞으로 중고급 전기차 시장의 침투율이 높아짐에 따라 수요가 점차 포화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중국자동차제조업협회(CAAM)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30만 위안(약 5,500만 원) 이상의 전기차 판매 비율은 13.4%로, 누적 판매량은 259만 대였다. 30만 위안 이상의 중고급 전기차가 여전히 시장에서 적은 비율을 차지하며, 수요는 여전히 30만 위안 미만 구간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의 한 경제 전문가는 “현재 대부분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중저가 모델들이 적자를 보고 있다”라며 “배터리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 BYD와의 직접적인 경쟁은 피하는 것이 신생 전기차 회사의 관례였으나, 샤오미는 테슬라와 BYD가 독점 중인 중고급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샤오미 전기차와 비슷한 포지션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는 니오(NIO)의 상황은 좋지 않다. 니오는 지난 3분기 30만 위안 이상의 고급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45%에 달하고, 40만 위안 이상의 시장 점유율이 77.6%를 넘어섰지만, 니오는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2월 29일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 12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애플을 추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이두(百度) 2021년 말 3년 내 애플을 추월하겠다고 밝혔던 레이쥔, 애플을 추월하기는커녕,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지는 중이다.   중국의 한 경제 전문가는 “샤오미 자동차는 전기차 분야의 신인으로서 현재 특별한 이점을 지니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전기차 시장은 기술력뿐 아니라 시장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샤오미는 중저가 시장을 개척해야만, 향후 20년 내 세계 5대 제조업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2024.01.13 07:00

  • 2024년 새해, 대륙의 돈은 여기로 몰린다

    2024년 새해, 대륙의 돈은 여기로 몰린다

    2024년에는 소비 시장에서 산업 측면으로,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AI의 응용 분야가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23년, 챗 GPT를 필두로 생성형 AI 응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중국에서도 업종을 막론하고 생성형 AI 분야에 투자와 창업이 집중됐다. 역대 최악의 경기 불황 여파에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이성 소비’ 열풍이 불면서, ‘극가성비’가 소비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한 해이기도 했다. 2024년 대륙에서 새롭게 주목받을 업종과 기술은 무엇일까. 중국 매체 타이메이티(鈦媒體·TMT POST)가 보도한 현지 투자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리해 소개한다.    ━  1. AI의 신 격전장: 대규모 멀티모달, 응용 분야 확산    새해에도 기본적으로 2023년의 AI 투자 열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더해, 2024년에는 소비 시장에서 산업 측면으로,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AI의 응용 분야가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노엔젤펀드(Innoangel Fund) 파트너 왕성(王晟)은 AI(LMM)의 응용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대규모 멀티모달모델(LMM): 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언어 모델로 2023년 본격 등장했다. 기존의 대형언어모델(LLM)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는 “대규모 멀티모달모델은 동영상 분야에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며, “게임, SNS, 엔터테인먼트, 교육훈련 등 분야 등 이전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에 확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모바일 인터넷이 확산되던 시절 메이퇀(美團), 디디(滴滴), 핀둬둬(拼多多) 같은 앱이 급부상했던 것처럼, 향후 AI가 각 분야 효율 제고의 도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 세콰이아 캐피탈(紅杉資本) 투자자 두위(杜雨)는 향후 AI 기술이 소비 시장에서 산업과 공업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생산제조를 통해 공장의 대량생산 효율이 제고되는 한편, 신소재, 생명공학, 반도체 등 산업 분야의 발전에도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밖에, AI 응용이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확산되는 것 역시 앞으로 이어질 추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차, 로봇 등 하드웨어 분야에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는 혁신 회사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  2. 소비 키워드: 소비+AI, 가성비, 해외 진출    2024년 소비 트렌드에서도 AI와의 결합이 키워드로 꼽혔다. 소비 분야 투자 전문가 천모모(陳默默)는 “소비 시장에서 AI는 크게 연구개발과 투자 측면에 활용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 두 측면 모두 결국은 데이터와 연계되는데, 기존에는 그 작업을 사람이 진행했다면 이제는 AI가 데이터를 처리함으로써 효율을 증대시킨다는 설명이다.   캐피탈넛츠(堅果創投) 창업주 잔하오(展豪)는 가성비 좋은 프랜차이즈 식당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중국 소비시장은 침체한 것이 아니라, 이성 소비에 눈 뜬 것”이라며, “갈수록 많은 소비자가 제품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면적, 심플한 인테리어, 다수의 인기 메뉴’가 주요 투자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외 진출, 나아가 글로벌화 역시 소비 시장의 대세가 될 전망이다. 천모모는 “이전까지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저렴한 가격 경쟁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앞으로는 중국의 바이오 기술, 의료 로봇, 혁신형 원자재 등 제품도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함에 따라, 해외 시장 진출의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3. 첨단 기술: 상업용 우주비행, 저공 경제    플럼벤처(梅花創投) 창립 파트너 우스춘(吴世春)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반도체, 방산, 빅데이터, 스마트제조, 상업용 우주비행, 바이오테크’를 7대 투자 분야로 꼽았다. 특히 2024년은 상업용 우주비행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중국 과학기술 분야에서는‘저공 경제(低空經濟)’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저공 경제는 민간의 유인/무인 항공기를 활용해 여객/화물 수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공비행 산업을 가리키며, 드론 택시, 드론 택배, 도시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2023년 연말,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저공 경제와 상업용 우주비행을 중국의 전략적 신흥산업에 새로 추가하기도 했다.   두위는 바이오테크와 의료 분야 전망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면역 요법, 합성생물, AI 제약 등을 꼽았으며, AI 제약은 상업적 가치와 더불어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로 전망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1.09 07:00

  • 대륙의 고양이 홀릭, 집사들 오픈런 하게 만든 신묘한 마케팅은?

    대륙의 고양이 홀릭, 집사들 오픈런 하게 만든 신묘한 마케팅은?

    최근 중국에서 고양이 경제가 일본 못지 않은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로컬 햄버거 브랜드 타쓰팅(塔斯汀), 중국 밀크티 브랜드 패왕차희(霸王茶姬), 맥도날드 등 많은 기업이 고양이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건 맥도날드다. 맥도날드는 지난 11월 15일부터 19일까지 고양이 집(숨숨집) 세트 구매 시 버거와 함께 숨숨집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매일 판매 시작과 동시에 한정수량 50만 개가 매진됐다고 한다. 단지 사은품 하나가 더 추가되었을 뿐인데, 뜻밖에도 해당 세트 제품은 ‘오픈런’을 유발하는 주체가 됐다.  맥도날드 숨숨집 세트를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숨숨집. 타쓰팅은 웨이보 공식 홈페이지에 12월 1일부터 7일, 매일 오전 10시부터 23시 59분까지 메이퇀 와이마이(美團外賣·중국 배달 앱)에서 ‘고양이와 함께하는 다(多)인 세트’예약 주문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소비자들은 타쓰팅의 이벤트에 큰 관심을 보였고 타쓰팅 숨숨집 사진을 샤오훙수(小紅書·중국 SNS 플랫폼)에 올려 인증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타쓰팅 숨숨집 사진을 샤오훙수(小紅書·중국 SNS 플랫폼)에 올려 인증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에서는 고양이 관련 상품이 유난히 많이 나왔다. 출시 때마다 반응도 뜨거웠다.   2019년 스타벅스는 고양이 발바닥 컵을 출시했는데, 정상 판매가가 199위안(약 3만 6000원)인 이 컵은 온라인상에서 최대 1500위안(약 27만원)까지 오른 가격에 판매됐다. 2019년 중국 스타벅스에서 출시한 고양이 발바닥 컵은 온라인 상에서 최대 1500위안(약 27만원)까지 오른 가격에 판매됐다. 지난 7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왕이옌쉬안(網易嚴選)은 ‘도시 삼림 계획’을 발표하며 택배 상자를 고양이 둥지 모양으로 만들었다. 길고양이들이 집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이 택배 상자를 뜯은 뒤, 상자를 동네에 놔둘 것을 장려했다.  지난 7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왕이옌쉬안(網易嚴選)은 길고양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택배 상자를 동네에 놔둘 것을 장려했다. 사실 고양이를 가장 깊게 탐구하는 곳은 일본이다. 고양이 경제학(네코노믹스: 일본어로 고양이를 뜻하는 ‘네코’와 ‘이코노믹스’를 결합한 신조어)이라는 단어의 탄생지가 일본인 것만 봐도 대충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도 고양이 경제는 일본 못지않은 잠재력을 보인다.  「 고양이의 인기, 중국에서 어느 정도길래?  」 아시아 반려동물 연구소에서 발표한 “2023 중국 반려동물 산업 청서(《2023中國寵物行業藍皮書》)”에 따르면 2023년 중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70%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6%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사람은 작년보다 9% 감소한 44%다. 티몰에서 최근 3년간 판매된 고양이 사료의 연평균 성장률은 12.1%지만, 강아지 사료는 10.6%다. 즉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의 수가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 수를 앞질렀으며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그 격차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 강아지는 안 되나? 왜 하필 고양이인가?  」 고양이의 인기는 오늘날 현대인이 살아가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50.2%는 25세에서 34세 사이라고 한다. 그들 대부분은 중국 1선 도시와 신1선 도시에 살고 있으며 바쁘고, 혼자 생활하며 야근이 잦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환경은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다는 마음을 유발한다. 그렇다면 어떤 동물이 좋을까? 강아지는 산책을 자주 데리고 나가야 한다. 그에 반해 고양이는 독립적이다. 며칠 집에 혼자 두어도 큰 문제가 없다. 또한 개 짖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점도 무시하기 힘들다. 따라서 고양이가 젊은이들이 키우기에 더 적합한 반려동물이 됐다.   고양이가 중국에서 갖는 의미도 절대 가볍지 않다. 중국 화하 문명의 호랑이 토템 문화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문화(雅文化)에서 호랑이는 민족 토템의 하나로서 화하 문명을 대표하며 일찍부터 용과 비교되었다. 중국 민속 문화에 큰 고양이로서 호랑이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수호전(水滸傳)에는 호랑이를 별명으로 하는 인물이 수십 명에 이른다. 또한 중국의 고전 명작인 칠협오의(七俠五義) 속 잔자오(展昭·Zhan Zhao)라는 인물은 빠른 움직임 덕에 ‘왕실 고양이’라는 칭호를 부여받는 등 오래전부터 고양이는 중국인에게 아주 긍정적인 동물이었다. 「 중국은 어떻게 고양이를 마케팅에 활용했나? 」 첫째, 젊은이가 추구하는 미학에 부합하며 젊은 소비자 그룹을 유지할 기회를 잡았다.   현대 브랜드 마케팅은 사용자 중심이다. 브랜드가 펫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브랜드 타깃이 펫 경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웨이보(微博·중국 소셜미디어) 자료에 따르면 90허우(90後·1990년 이후 출생자)와 95허우(95後·1995년~1999년 출생자)의 79%가 귀여운 반려동물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 수치는 다른 연령대를 훨씬 앞선다. 이러한 관점에서 브랜드가 타깃, 더 나아가 미래 소비자 시장을 확보하려면 진정으로 '인간 중심’이어야 한다. 90허우, 95허우의 반려동물에 대한 각별한 관심, 반려동물 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은 브랜드에 이익을 가져다준다. 이는 기본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자 브랜드가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요한 이유다.   둘째, 펫 마케팅의 사회화를 통해 젊은이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사회화 중에는 ‘공감적 사회화’라는 것이 있다. 공감적 사회화는 특정 정서적 경험을 얻기 위해 공통 관심사, 생활 습관, 소비 습관을 지닌 그룹이 함께 모여 만든 사회적 행동으로 브랜드 마케팅은 보통 공감적 사회화를 활용한다. 고양이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는 새로운 사교 방법을 통해 브랜드는 펫 마케팅을 사회화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습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고양이를 자랑할 수 있는 적당한 타이밍을 제시했고 덩달아 브랜드의 목소리까지 높였다.   셋째, 사이드를 공략했다.   갖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귀엽고 참신한 굿즈와 상품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 대기업인 맥도날드는 이전에도 세트를 구매하면 종이로 된 햄버거 고양이 집을 받을 수 있는 포장 마케팅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고양이 숨숨집 세트를 출시해 고객과 반려동물에 따뜻하고 재미있는 배달 경험을 선사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디자인 같지만, 고객과 브랜드를 색다르게 연결한 창의성은 새롭고 흥미롭다. 이는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펫 마케팅’으로 이어져 고객들의 호감을 얻었다. 맥도날드는 이전에 세트를 구매하면 종이로 된 햄버거 고양이 집을 받을 수 있는 포장 마케팅을 진행했다. 「 앞으로 고양이 홀릭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  」 고양이 집사들이 원하는 작은 요구에서부터 출발해 반려동물 산업에 접근할 수 있다. 기타 소비재 측면에서도 동적인 고양이 요소를 사용하여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포괄적인 제품 컨셉을 내세우는 것보다 틈새 공략이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그 틈을 정확히 찾으면 큰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 고양이가 바로 그 예다. 고양이 요소는 많은 젊은이를 홀리며 점점 더 중요한 마케팅 도구가 되고 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4.01.07 07:00

  • 마오 이어받은 시진핑 반부패의 역설

    마오 이어받은 시진핑 반부패의 역설

    마오쩌둥(왼)과 시진핑 신중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사상은 제3세계 공산주의 운동 세력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공산 혁명의 철학적 토대를 제시한 실천론과 모순론, 서구 민주주의에 맞서 민주집중제를 정당화한 신민주주의론, 그리고 영구혁명론 등이다. 영구혁명론은 변화와 투쟁의 이념은 영구적,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경제적 토대가 확립되어 사회가 그에 안주한다면 부르주아적 성향이 강해져 종국에는 혁명을 퇴색시킬 것이란 요지다.   마오는 종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영구혁명론을 이용했다. 류사오치(劉少奇), 덩샤오핑(鄧小平)으로 대표되는 관료집단을 공격하는 유용한 도구가 영구혁명론이었다. 관료집단은 ‘자본주의의 길을 걷는 주자파(走資派)’로 매도당했다. 그들은 상당한 경제적 성과를 이뤘지만 마오의 대중 선동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역시 흡사 마오에게 영감을 받은 듯하다. 영구혁명론은 ‘영구 반(反)부패론’으로 치환됐고, 이를 통해 관료들을 통제하면서 자신의 장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이 부패 척결을 내세운 끊임없는 숙청 정치로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지만, 공산당을 무력하게 만들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패 척결 운동을 벌이며 10년 넘게 공산당에 공포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시진핑이 2012년 권력을 잡은 이후 공산당의 감찰기구인 기율검사위원회는 약 500만 명을 권력 남용 등 각종 범죄 혐의로 처벌했다. 공식 발표상 2017년 이후 매년 최소 50만 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시절의 약 4배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 2023년에만 금융, 식품, 의료, 반도체,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고위 인사가 처벌받았다. 친강(秦剛) 외교부장과 리상푸(李尚福) 국방부장이 지난여름 실종됐다가 돌연 해임되면서 숙청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엔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부 자문기구들에서 군과 방위산업계 인사 12명이 축출돼 광범위한 군부 개편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시진핑은 2022년 10월 당 총서기 3연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패와 싸우는 것은 자기 혁명의 가장 철저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또 “부패가 일어나게 쉽게 하는 토양과 조건이 계속 존재하는 한 부패와의 싸움은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징계성 숙청을 시진핑과 그의 비전에 충성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무기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웬웬앙 미 존스홉킨스대 정치학 교수는 “시 주석이 역설적인 정책 도구, 즉 영구적인 캠페인(부패 척결 운동)을 개발했다”고 WSJ 인터뷰에서 꼬집었다.   최근엔 ‘손가락 끝 형식주의(指尖形式主義)’가 중국 관료사회의 화두가 됐다. 책상에 앉아 손가락으로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메시지 확인이나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에 업무시간을 허비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를 이곳저곳에 업로드하며 바쁜 척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지난달 18일 시진핑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산당 네트워크보안및정보화위원회(網絡安全和信息化委員會)는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를 피해야 한다”며 시 총서기의 정신을 관철할 것을 강조했다. ‘손가락 끝 형식주의 방지 및 통제에 관한 의견’이라는 통지문을 통해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을 위해 더 많은 간부들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22~24일 연속 ‘손가락 끝 형식주의’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시진핑 정부의 이런 반부패와 형식주의 비판을 통한 ‘관료집단 때리기’에 대해 외부의 시각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영구적 숙청으로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고 있지만, 공산당 당원들이 국가 정책에 소신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경향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다. 별다른 문제가 될만한 범법 행위가 아닌데도 처벌하는 행태는 관료들의 과도한 보신(保身)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듯 크고 작은 부패가 만연한 중국 관료집단이라 누구든 털기만 하면 꼬투리가 잡히게 된다. 이 때문에 반부패 혐의로 숙청된다는 것은 실제로는 시진핑의 눈 밖에 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손가락 끝 형식주의’ 비판은 마오 시절 벌인 대약진운동(1958~60)을 떠올리게 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대실패로 끝났지만 지방 관리들은 철 생산량을 부풀려 보고해 서류상 이 운동은 대성공이었다. 마오의 동료였던 펑더화이(彭德懷)가 소신껏 이를 비판했다가 두고두고 고초를 겪었다. 시진핑은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있지만 반부패 드라이브는 제2의 펑더화이 출현을 더 힘들게 만드는 모양새다.   시진핑의 영구적 부패 척결 운동은 최고 권력자의 의지에 의존하는 일종의 인치(人治)다. 부패를 개인의 도덕적 실패 탓으로 돌리면서 중앙집권적이고 불투명한 통치 방식이 강화되고 있다. 비판적 전문가들은 공산당 지도부가 정말 반부패 실현을 원한다면 구조적 변화와 투명성 강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과 정부 고위 간부의 자산 공개와 같은 구조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청년 실업률 급상승, 부동산시장과 소비심리 위축, 국가부채 증가,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시장 외면 등 경제적 난관에 직면해 있다. 지금과 같은 반부패 드라이브로 관료들의 보신주의, 형식주의가 계속된다면 긍정적 성과를 낳을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4.01.05 06:00

  • "상복 터졌다"…중국 '인스타360' 업계 '혁신 아이콘'된 비결

    "상복 터졌다"…중국 '인스타360' 업계 '혁신 아이콘'된 비결

    구글과 데이터 인사이트 컨설팅 기업 칸타가 공동으로 〈BrandZ 중국 글로벌 브랜드 2023〉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스타360은 2023년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브랜드 TOP50에 이름을 올리며, '혁신 글로벌 브랜드' 특별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관계자는"360도 카메라 촬영 장비로 소비자들에게 극한의 동영상 경험을 선사했다"고 밝히며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인스타360 웨이보 갈무리 상복 터졌다!  중국의 360도 카메라 제조회사인 인스타360(중국명 잉스, 影石) 얘기다. 이 회사는 작년 6월 구글과 칸타 브랜드Z(Knartar BrandZ) 가 공동으로 선정한 '2023년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브랜드 TOP50'에 이름을 올렸다. 또 독일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3(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 2023)’,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GOOD DESIGN AWARD)’ 등에서 수상을 하며 입지를 과시했다.   중국 선전(深圳)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스타360은 360도 카메라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니콘 급 기업. 2015년 지우링허우(九零后, 90년대생) 기업가 리우징캉(刘靖康)에 의해 설립됐다. 주력 제품으로는 보급형 카메라와 11K 화질의 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프로급 카메라를 내놓고 있다. 2022년 미국의 가장 큰 스포츠 행사인 NFL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Insta360 Pro 2' 프로용 카메라를 무대 전체에 배치하여 8K VR 라이브를 송출하며 미국 전역에 브랜드를 알리기도 했다.  인스타360 공식 홈페이지에 개재된 프로용 카메라 'Insta360 Titan'(왼쪽)과 보급형 카메라 'Insta360 X3'(오른쪽)의 상품 이미지. 인스타360 공식 홈페이지 인스타360은 글로벌 업계에서 모르는 이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성숙기에 접어들었을 만도 하지만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은 “2022년 글로벌 360도 카메라의 총 출하량은 151만 대며, 그중 인스타360의 제품이 약 50% 이상”이라 밝혔다. 또 “2017년 이후 인스타360의 연평균 성장률은 11.3%에 달한다"라며 “해당 기업에서 상당한 특허와 자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이 순위가 바뀔 것 같진 않다”라 전망했다.   실제로 인스타360의 연 매출은 2022년 기준 20억 위안(3600억 원)으로 21년 대비 50% 이상 상승한 모습을 보여줬다.   과연 글로벌 360도 카메라 업계에서 인스타360이 독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  시류(时流)를 정확하게 읽은 인스타360   2015년의 가상현실(VR) 열풍, 2019 숏폼 영상 열풍, 2022년 레저 스포츠 활동 열풍... 글로벌 액션 카메라 업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다. 삼성, 구글, 소니, HTC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 흐름에 편승해 앞다퉈 VR 기기들을 출시했다.  2015년 출시된 '삼성 기어 VR 그러나 인스타360은 달랐다. VR 콘텐트 제작을 위한 360도 카메라가 부족하다는 점에 착한, 틈새시장 전략에 나섰다. 혁신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방위 카메라와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고, 'Insta360 Nano'를 선보였다. 돈도 모였다. 인스카360 제품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투자가들이 주목하게 된 것. 2016년 4월 중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및 블록체인 분야의 개발 회사 쉰레이(迅雷)에서 수억 위안에 달하는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더니, 그해 8월 중국의 최대 가전 유통 업체 쑤닝(苏宁) 그룹에서 거액의 투자를 받으며 차츰 몸짓을 키워나갔다.  ━  숏폼 열풍에 판매량 고공행진    소셜미디어엔 Insta360 카메라를 활용한 각종 영상들이 올라온다. 올해 초 국내엔 Insta360 카메라를 입에 물고 달리는 ‘진격의 거인’ 챌린지가 유행하며, 네티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과 유럽에선 카메라를 반려동물의 입에 물리는 챌린지가 한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튜브 갈무리 2019년부터 시작된 숏폼(short-form, 1분가량의 영상) 콘텐트 열풍은 인스타360에게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숏폼 동영상의 인기는 창작자들에게 독특한 화각을 가진 360도 카메라 영상 장비에 대한 수요를 불러일으켰으며, 이전엔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작품들이 대거 탄생한다. 그 결과 2020년 인스타360은 전 세계 360도 카메라 시장 점유율 35%를 돌파하며, 당당하게 업계 1위를 차지한다. 또 코로나 19가 종식됨에 따른 여행과 레저 스포츠에 대한 수요 급증도 인스타360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  판매 채널 다각화     애플스토어 글로벌 킥오프를 시작으로 Insta360은 애플 스토어에 정식 입점된 최초의 360도 카메라 브랜드가 되었다. Insta360의 핵심 라인업인 One X 시리즈에서 3번째로 출시된 모델 'Insta360 X3' 번들이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 인스타360은 판매 채널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나갔다. 애플스토어와 같은 주요 브랜드 공식 온라인 몰과 아마존, 알리 익스프레스 등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하며 온라인 쇼핑 환경을 구축, 또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 업체 베스트 바이(Best Buy), 독일의 다국적 가전제품 체인 매장 메디아 마아크트(Media Markt), 일본의 소프트뱅크(SoftBank) 등과 손을 잡으며, 오프라인에도 본격 진출했다.   인스타360은 소비자에게 온 오프라인과 모바일 등 다양한 환경과 경로를 넘나들면서 상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고, 자연스럽게 해외 소비자의 일상에까지 파고들었다. 그래서일까 현재 인스타360의 매출의 약 70%는 중국 내륙이 아닌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라…!    Insta360 카메라의 기능을 활용해 제작된 영상이 'Insta360 ONE RS' 공식 광고에 등장했다. Insta360 공식 유튜브 채널 인스타360이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혁신과 보완을 통한 고객 니즈 충족에 있다.   인스타360 관계자는 “카메라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외에도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촬영, 편집, 공유 등 다양한 단계에서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의 불편을 파악하고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보완하면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존 360도 동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선 스티칭(Stitching)이라 불리는 여러 개의 영상을 이어붙이는 작업이 필수인데, 영상 편집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스티칭 할 때 겹치는 부분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영상에 왜곡이 생겨 몰입감을 떨어뜨려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러나 Insta360에서 내놓은 컴퓨터 프로그램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영상 작업을 할 수 있다.    2015년 혜성처럼 등장한 인스타360.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 데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들의 혁신은 진행 중이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2024.01.03 07:00

  • 투자금 회수만 500년? 전용 투어상품 선보인 中 강주아오 대교

    투자금 회수만 500년? 전용 투어상품 선보인 中 강주아오 대교

    강주아오 대교는 2018년 완공 당시 다리와 인공섬, 해상터널로 구성된 세계 최장 해상 교량으로서, 새로운 ‘세계 7대 기적’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18년 10월, 세계 최장(당시 기준) 해상대교가 개통했다. 총 길이 55km, 홍콩-주하이(珠海)-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港珠澳大橋, Hong Kong-Zhuhai-Macao Bridge)는 약 20조 원의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돼 화제를 모았지만, ‘이미지 공정’이라는 비판의 여론도 일었다. 개통 후 5년, 본토와 홍콩/마카오 간 차량 이동을 한층 개방하면서, 통행량이 정점을 찍고 있다. 중국 당국은 얼마 전 관련 투어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며 강주아오 대교의 활성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총 길이 55km에 달하는 강주아오 대교(港珠澳大橋, Hong Kong-Zhuhai-Macao Bridge)는 홍콩-주하이(珠海)-마카오를 잇는다.  ━  강주아오 대교 투어 상품 본격 출시    지난해 12월 15일, 강주아오 대교 투어가 본격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중국 매체 청년보(青年報)에 따르면, 강주아오 대교를 왕복하는 투어 노선은 약 60km 거리로, 전체를 돌아보는 데 약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 그중 차로 대교를 이동하는 시간이 60분, 동인공섬(東人工島⋅藍海豚島)에 내려서 구경하는 시간이 1시간 20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투어 프로그램은 ‘강주아오 대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이 가능하다. 주하이 고속도로 출입국 검문소 인공섬 도로 가이드라인(珠海公路口岸人工島道路指引)에 따르면, 우선 강주아오 대교 여행 검문소에서 신분증(홍콩/마카오 주민은 본토 통행증)을 통해 신분 확인을 진행한다. 투어 프로그램 가격은 당분간 1인당 128위안(약 2만 3000원)의 할인가에 판매된다. 투어 상품 출시를 기념한 일종의 판촉 행사로, 6개월 뒤부터는 298위안(약 5만 40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앞서, 중국 당국은 강주아오 대교 이용 활성화를 위한 일련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지난 2023년 1월 1일부로, ‘마카오 차량 북상(澳車北上)’정책을 본격 시행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신청한 마카오의 차주들은 강주아오 대교를 통해 북쪽에 위치한 중국 광둥(廣東) 성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홍콩 차량 북상(港車北上)’ 정책 시행으로 홍콩 주민들이 혜택을 받았다. 이후, 강주아오 대교를 이용하는 홍콩/마카오 지역 주민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정책 실시 후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약 36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강주아오 대교를 통해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를 오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성탄절 연휴, 강주아오 대교 출입국 검문소를 통과한 차량 대수는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성탄절 연휴, 강주아오 대교 출입국 검문소를 통과한 차량 대수는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광저우르바오(廣州日報)에 따르면, 성탄절을 앞둔 23~24일 주말 양일간 강주아오 대교 검문소를 통과한 차량은 2만 9000대, 여행객은 2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북상(중국 본토 행)’한 홍콩/마카오 지역 차량은 1만 8000대로 절반을 웃돌았다. 최근에는 환율이나 기름값 차이를 고려해, 본토에 가서 주유하는 홍콩지역 차량도 생겨났다.   그밖에 지난 2023년 12월 12일에는 ‘주하이를 통한 홍콩공항 비행기 탑승(經珠港飛)’ 정책이 실시되었다. 강주아오 대교를 통과해 홍콩국제공항으로 갈 경우, 대교의 검문소를 거치면 홍콩 출입국 수속 없이 공항으로 직행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현재, 주하이 공항을 출발해 홍콩공항으로 직행하는 버스도 운영 중이다. 강주아오 대교를 통과해 홍콩국제공항으로 갈 경우, 대교의 검문소를 거치면 홍콩 출입국 수속 없이 공항으로 직행할 수 있다. 홍콩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새해에는 ‘광둥 지역 차량 남하(粵車南下)’ 정책도 도입 예정이다. 해당 정책이 시행되면, 공항버스가 아닌 승용차도 강주아오 대교를 통해 홍콩공항으로 직행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강주아오 대교 홍콩 검문소의 스마트 주차장도 건설 중으로, 완공 후에는 광둥 지역 차량도 일정 주차비를 부담하면 홍콩에 주차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  세계 7대 기적 vs. 이미지 공정   강주아오 대교는 2018년 완공 당시 다리와 인공섬, 해상터널로 구성된 세계 최장 해상 교량으로서, 새로운 ‘세계 7대 기적’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강주아오 대교는 2018년 완공 당시 다리와 인공섬, 해상터널로 구성된 세계 최장 해상 교량으로서, 새로운 ‘세계 7대 기적’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반면, 약 15년에 걸친 공사 기간과 총 20조 원이라는 투입 금액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았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500년이 걸려도 강주아오 대교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의 대규모 토목 공사에는 대체로 비난 여론이 뒤따른다. 대표적인 인프라인 철도 교통의 경우, 중국 철도그룹만 해도 지난 2022년 696억 위안(약 12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2023년 지방정부의 부채가 중국 경제 침체의 뇌관으로 지적되면서, 맹목적인 토목 공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강주아오 대교 역시 중국 ‘이미지 공정’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중국 당국이 강주아오 대교 활성화와 관련한 정책을 꾸준히 내놓는 것도 통행량 수입을 늘리려는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강주아오 대교 개통의 덕을 본 사례도 분명 존재한다.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를 약 30분 내 주파 가능해지면서, 단순한 차량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 측면에서도 수혜를 입었다. 2023년 10월 기준, 강주아오 대교 주하이 고속도로 검문소를 통한 수출입 총액은 7187억 5000만 위안(약 130조 원)을 기록했다. 광둥 지역 신선식품도 강주아오 대교 개통 이후 운송 시간이 단축되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현지 매체들은 분석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1.02 07:00

  • 중국 혁신 기업가들의 인생을 바꾼 책은?

    중국 혁신 기업가들의 인생을 바꾼 책은?

    성공한 사업가들은 책을 스승으로 삼는다. 그들은 기업 경영에 필요한 지혜와 해답을 책에서 얻는다.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을 운영하는 수장들은 어떤 책에서 영감을 얻을까? 샤오미의 레이쥔,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메이디그룹의 팡훙보, 넷이즈의 딩레이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책을 소개한다.   📚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실리콘밸리의 불(Fire in the Valley) |마이클 스웨인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의 인생을 바꾼 책은 ‘실리콘밸리의 불(Fire in the Valley)’이다. 우한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레이쥔은 1987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이 자신의 창업 열정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실리콘밸리에서 잉태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컴퓨터로 창업의 꿈을 실현하고 세상을 바꾼 이야기를 접한 레이쥔은 책을 읽은 후 벅찬 마음을 추스리지 못해 우한대 운동장 트랙을 밤새 걸었다고 회고한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왼) ‘실리콘밸리의 불(Fire in the Valley)’(오) “우리가 꿈꾸던 힘을 얻었고, 그 힘으로 우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대에 살고 있다…. 큰 뜻을 품은 자는 마땅히 대가를 받고, 이상을 가진 자는 억만장자가 되는 시대다.” 레이쥔은 ‘샤오미’ 창업으로 책의 서문에 등장하는 구절을 실현한 기업가가 됐다. 레이쥔은 제품 발표회나 공식 석상에서 ‘스티브 잡스’의 팬이자 롤모델임을 밝히며,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이 책에 대해 종종 언급했다.    2010년 창업한 샤오미는 가격 대비 고품질의 IT 제품을 내놓으며 '대륙의 실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에는 첫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며 2023년 출하량 기준 세계 3위의 스마트폰 공급업체(시장 조사 기관 IDC 자료)로 올라섰다. 레이쥔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레이쥔은 지난 17일, 중국 관영방송과 인터뷰에서 “내 생애 마지막 창업”이라며 “샤오미 전기차를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밝혔다. 지난 28일에는 자동차기술컨퍼런스를 열고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를 공개했다.   📚 바이트댄스의 장이밍(张一鸣)  아직도 가야할 길(少有人走的路)|스캇 펙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의 바이트댄스 창업주 장이밍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대학 시절 책을 사는 데 연간 1만 3000위안(약 236만 원)을 썼으며 스스로를 '정보 습득 강박 환자'라 묘사할 정도다. 그런 장이밍의 인생책은 〈아직도 가야할 길(少有人走的路)〉이다. 미국 작가 스캇 펙이 쓴 이 책은 삶의 갈등과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심리분석 기법을 다룬다. 특히 이 책에서는 더 가치있고 장기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즉각적인 만족을 포기하는 '지연 만족감'에 대해 강조한다. 바이트댄스의 장이밍(왼)과 책 '아직도 가야할 길(少有人走的路)'(오)   장이밍은 웨이보에서 지연 만족감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만족감의 본질은 인간의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고, 그 약점을 극복하는 것은 더 많은 자유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장이밍은 대학 시절 때도 게임이나 카드 놀이, DVD 감상처럼 즉각적인 즐거움과 쾌락을 주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지연 만족감을 발휘해 큰 성공을 이룬 일도 있다. 그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오늘의 톱뉴스)를 창업하고 텐센트로부터 80억 달러 인수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장이밍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흔히 창업-인수-현금 흐름을 만들어 '젊은 부자'가 되는 것이 당시 IT 창업가의 궤적이었으나, 그는 만족을 미뤘고 이 성공을 발판으로 2016년 틱톡(더우인)을 선보이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장이밍은 “우리가 맞닥뜨리는 유혹과 어려움, 막막함이 모두 삶 자체이자 중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만족을 미루는 이들이 이 평범한 중력에서 벗어나 비범한 운명을 살게 된다고 말한다. 장이밍은 2023 포브스 백만장자 순위(글로벌) 26위에 올랐다. 그의 자산은 434억 달러(약 55조 8124억 원, 포브스, 12월 28일 기준)로 추산된다.   📚 메이디그룹 회장 팡훙보(方洪波) 사람아 아, 사람아(人啊, 人!)|다이허우잉    메이디그룹의 팡훙보 회장은 2015년 모교 졸업식의 연설자로 나서 자신에게 충격을 안겨준 첫 번째 책이 '사람아 아, 사람아'라고 밝혔다. 이 책은 중국의 현대소설 작가인 다이허우잉(戴厚英)의 작품으로 문화대혁명의 참상을 11명의 인물이 돌아가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고발한다. 팡훙보는 책에 나오는 "인격이 운명을 결정한다(性格决定命运)"라는 문장이 가슴 깊이 박혔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구절을 늘 새기고 업무에도 적용했다. 일례로 1998년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가전업체 간 '에어컨 전쟁'서 팡훙보는 영업팀을 지휘해 판매량 90만대, 판매 증가 속도 200%를 달성하며 업계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얻는데, 당시 현장에서 영업 사원들을 교육할 때 '인격이 운명을 결정하고, 생각이 성패를 가른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메이디그룹 회장 팡훙보(왼), 책 '사람아 아, 사람아'(오)   팡훙보는 평사원에서 17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오른 범상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창업자인 허샹젠 전 회장은 2009년 은퇴하며 40대 초반의 팡훙보 당시 부회장을 그룹 회장에 임명했다. 화동사범대 사학과 출신의 팡훙보는 1992년 메이디에 입사해 회장 사무실에서 사내 신문 및 잡지 출판, 임원 연설문과 보고서 작성을 담당했다. 회장의 최측근에서 보좌한 경력은 그에게 기회가 됐다. 1995년 공리를 전속모델로 발탁해 제작한 광고는 메이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 해 팡훙보는 메이디 광고 부문의 경리, 2000년 에어컨 부문 사장, 2001년 그룹 부회장을 역임하며 초고속 승진 신화를 써내려 갔다. 팡훙보는 메이디를 세계 최대 가전업체로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 넷이즈 창업주 딩레이(丁磊) 내 인생의 전반부(我的上半生)|장중머우(모리스 창)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 基业长青)|제임스 콜린스, 제리 포래스   넷이즈 창업주 딩레이는 2권의 책을 '삶의 방향'을 바꿔준 책으로 꼽는다. 첫 번째 책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창업주 장중머우(張忠謀)의 '내 인생의 전반부', 또 다른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경영평론가인 제임스 콜린스와 제리 포래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이다.   딩레이(왼)/ 책 '내 인생의 전반부'와 책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딩레이는 넷이즈(NetEase)를 창업할 당시 장중머우의 '내 인생의 전반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인정하며 "쉰 여섯의 인생 선배도 열정적으로 무엇인가 하는데 왜 스물 여섯 청년은 왜 하면 안 되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또 다른 책인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 제품에 대한 딩레이의 심층적인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 딩레이는 2003년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두 가지 인사이트를 얻는다. 돈을 버는 것 이상의 핵심가치와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야 기업이 오래 갈 수 있다는 것, 위대한 기업은 매일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할 수 있도록 어떻게 향상시키고 있는가?' 자문하기 때문에 경쟁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딩레이가 이끄는 넷이즈는 레드오션 사업군에 제품을 내놔도 품질력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 관리자 및 임원진에게 실질적인 방향성과 지침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6년간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IBM, 월마트, HP, 프록터앤갬블, 디즈니 등 100년에 가까운 기업 역사를 가진 18개 기업을 선정해 이들 회사의 초기 창립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기업 전략, 조직 구성, 기업 문화, 프로세스 설정, 후임자 교육 및 기타 측면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샤오미의 레이쥔 역시 이 책에 감명 받아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2024.01.01 06:00

  • "원작을 녹여 먹인다" 中법정 피고석 끌려나온 AI 그림, 무슨일

    "원작을 녹여 먹인다" 中법정 피고석 끌려나온 AI 그림, 무슨일

    최근 그림 원작자 4명이 샤오훙수(小紅書·중국 SNS 플랫폼)를 법원에 제소했다. 세계적으로 AI 지식재산권이 핫 이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자사의 뉴스를 부당 이용했다는 이유로 MS와 오픈 AI를 제소하기도 했다. 주요 콘텐트 제공자들은 자기 재산이 혹 AI에 유용되지 않을까 더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고, AI 관련 회사들은 지재권 소송 대응팀을 꾸리는 등 대응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2월 4일부터 8일까지 ‘한-세계 지식재산기구(WIPO) 인공지능(AI) & 지식재산(IP)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등 AI 시대 지재권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지재권에 관한 한 후진국이라는 중국은 AI 분야에서 후진국 멍에를 벗어날 수 있을까?  ━  중국 최초 AI 모델 라이브러리 침해 사례    최근 그림 원작자 4명이 샤오훙수(小紅書·중국 SNS 플랫폼)를 법원에 제소했다. 이 회사의 AI 페인팅 분야 자회사인 Trik이 자신들의 원작을 무단으로 훈련 데이터로 사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원작과 매우 유사한 그림을 생성해 창작자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한 사건이다.  우리는 샤오훙수의 AI 모델 라이브러리를 침해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중국 최초로 AI 기술을 남용한 회사를 피고석에 세우겠다. 삽화가 정반칭퇀쯔(@正版青團子)가 11월 29일 웨이보(微博·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스쉐위아(@是雪魚啊), 화화더윈단펑칭(@畫畫的雲淡風輕), 레드말차(@RedMatcha)와 샤오훙수의 AI 페인팅 모델 Trik간의 비슷한 소송도 동시에 입안되었다. 원작자 4명은 샤오훙수의 모회사인 Xingyin Information Technology (Shanghai) Co., Ltd. 와 Trik Software의 운영 회사인 Ipsilon Information Technology (Beijing) Co., Ltd. 를 공동으로 고소했다.  '우리는 샤오훙수의 AI 모델 라이브러리를 침해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라고 삽화가 정반칭퇀쯔가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  AI 그림이 왜 피고석에?    이 물음에 답하려면 올해 8월로 되돌아가야 한다. 8월 1일, 삽화가 스쉐위아는 웨이보에 샤오훙수 Trik이 AI 모델에 원본 그림을 제공했다고 글을 올렸다. AI 제품은 빅데이터를 사용하여 모델을 훈련하며 이 프로세스는 ‘피딩(feeding)’이라고 한다. 스쉐위아의 웨이보에 따르면 샤오훙수가 요즘 많은 사람의 그림을 AI 모델에게 먹이고 심지어 그 자체가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삽화가 스쉐위아는 샤오훙수 Trik이 AI 모델에 원본 그림을 제공했다고 웨이보에 글을 올렸다. 왼쪽은 정반칭퇀쯔, 오른쪽은 Trik AI의 그림이다. 삽화가 정반칭퇀쯔는 올해 8월부터 AI의 저작권 침해 혐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친구와 샤오홍수 팔로워로부터 자기 작품과 매우 유사한 그림들을 발견했다는 DM을 받았고 확인해 보니 모두 샤오훙수의 Trik이 만든 그림이었다. ‘샤오홍수의 Trik이 원작을 녹여서 AI 모델에게 먹인다’라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다며 실제로 많은 그림 속 배색 요소나 화면 스타일이 자신의 그림과 매우 흡사한 것이 많아 노력까지 표절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가운데는 작가의 원본 작품, 오른쪽은 AI가 제작한 그림으로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삽화가 화화더윈단펑칭이 웨이보에 올린 사진이다. 가운데는 작가의 원본 작품, 오른쪽은 AI가 제작한 그림으로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화화더윈단펑칭은 자기 작품과 Trik이 만든 작품 사이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Trik AI가 원작을 녹였을 뿐만 아니라 샤오훙수에 올린 작가의 그림도 마음대로 수정한다고 주장한다.   넉 달이 지난 지금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샤오훙수에 등록된 Trik AI 공식 계정이 사라진 것이다. 각종 앱스토어에서도 Trik AI 계정을 검색할 수 없다. 작가들의 분노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해도 될까. 8월 파문이 불거지자, 침해당한 작가들이 작품 업데이트 중단이나 양도 공지를 샤오홍수에 줄줄이 올렸다. 많은 이용자도 ‘금지 AI’ 아이콘을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며 침해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심지어 ‘반(反) AI’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  딥러닝인가 표절인가?    올해 3월 독립적인 대형 모델 팀을 준비한 샤오훙수는 AIGC(AI 제작 콘텐트 )의 상륙과 탐색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4월에는 중국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AI 페인팅 애플리케이션 Trik을 출시했다. 클릭 한 번으로 사용자가 올린 사진이나 그림을 예술적인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Trik은 작가의 승인 없이 원본 이미지를 사용하여 톤, 붓질, 구성 등 측면에서 원본 이미지와 유사한 수많은 AI 이미지를 생성한 것으로 의심된다.  AI 모델 키우기는 정말 어려워⋯  - 많은 양의 그림과 텍스트에서 언어 묘사와 예술 그림의 상관관계를 AI 모델에 학습시킨다. - 무작위로 시작하지만, 끊임없는 연습과 수정 끝에 AI는 결국 인간의 경험과 지식이 심미적으로 잘 일치하는 완제품을 만든다. AI 이미지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기존 이미지를 짜깁기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오랜 기간 그림 그리기 훈련을 거쳐 ‘재창조’한 것과 유사하다. 바이두 원신이거(文心一格,AI 아트·크리에이티브 보조 플랫폼)의 관련 담당자는 신커두(鋅刻度)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두는 사진 저작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향후 플랫폼에서 공개한 AI 제작 사진이 원작자의 권익을 침해할 때 불만 신고 채널을 통해 관련 권리자에게 권리 구제책을 제공해서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관련 위험을 안고 있다. AI 모델에게 데이터를 떠먹이는 주체는 보통 사람인데 침해 위험을 피하려면 회사와 특정 감사 직위가 데이터 소스에서 필터링 및 선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법원은 향후 AI 그래픽 침해에 대해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판결   이 사건은 AI 그래픽 본질에 관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삽화가 정반칭퇀쯔는 AI 이미지 생성이 일종의 표절이라고 주장한다. AI는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일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클릭 한 번으로 작품 제작이 가능해서는 안 된다. 어떤 스타일을 배우거나 베끼기가 쉬워지면 아무도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왼쪽은 Trik AI, 오른쪽은 화화더윈단펑칭의 그림 소송이 제기된 후 샤오훙수는 합의를 원했다. 하지만 관련 창작자들은 “해당 사건을 판결문에 남겨 향후 AI 그림과 창작자 간 저작권 분쟁의 참고 사례가 되길 바란다”라며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AI 관련 입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챗 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중국 AI 보안 거버넌스 관련 법안도 점차 진전되고 있다. 올해 8월 15일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를 위한 임시 조치(《生成式人工智能服務管理暫行辦法》)가 발효되어 서비스 제공자의 규범과 법적 책임을 명확히 했다. 지난 10월에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한 기본 보안 요구 사항(《生成式人工智能服務安全基本要求(征求意見稿)》)이 발표되어 AI 개발을 위한 보안 지침을 제공하기도 했다. 양측간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AI 지재권 분야에서 후진국 멍에를 벗어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다. 업계 관심이 Trik 소송에 모아지는 이유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3.12.31 07:00

  • 3대 천하의 종말? 중국 전기차 3대장의 엇갈린 행보

    3대 천하의 종말? 중국 전기차 3대장의 엇갈린 행보

    중국 전기차 3대장 '웨이샤오리(蔚小理)’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 3대장 '웨이샤오리(蔚小理)’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열풍의 시작을 열었던 이들 3개 업체는 최근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각자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3개 업체 간의 매출이나 판매량 등 실적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3대 천하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웨이샤오리'는 웨이라이(蔚來, 니오)⋅샤오펑(小鵬)⋅리샹(理想, 리오토) 3개 업체의 앞글자를 따서 부르는 말이다. 과거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중국 인터넷 기업 발전의 시작을 열었듯, '웨이샤오리'는 중국 전기차 열풍을 주도한 신흥 3대 업체로 꼽혀왔다. '웨이샤오리'의 언급 순서는 당시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에서 비롯되었다.(니오, 샤오펑, 리오토 순) '웨이샤오리'는 웨이라이(蔚來, 니오)?샤오펑(小鵬)?리샹(理想, 리오토) 3개 업체의 앞글자를 따서 부르는 말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들 세 업체는 각자 다른 노선을 택하고 있다. 경영 전략과 이념이 달라지면서, 주력 분야와 발전 판도도 달라지는 추세다. '웨이샤오리'의 막내를 담당했던 리오토가 지금은 오히려 가장 앞서나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나머지 두 개 업체와의 격차를 갈수록 벌려나가고 있다.   ━  ‘막내의 반란’ 앞서가는 리오토    '웨이샤오리'의 막내를 담당했던 리오토가 2023년 현재 판매량, 순이익, 시총 면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2023년 상반기 통계를 보면, 니오와 샤오펑은 각각 5만 5000대와 4만 5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반면, 리오토는 총 13만 9000대를 판매하며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니오, 샤오펑에 비해 2배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셈이다. 이는 리오토가 3대 업체 가운데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실적도 이들 세 업체의 현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3대장의 매출 1위 역시 리오토였다. 상반기 리오토는 474억 4000만 위안(약 8조 6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어 니오와 샤오펑은 각각 194억 5000만 위안(약 3조 5400억 원)과 90억 9000만 위안(약 1조 6500억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리오토는 니오와 샤오펑의 매출 총합에 상당하는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수익 현황을 살펴보면, 3사의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올 상반기 니오와 샤오펑은 각각 106억 5000만 위안(약 1조 9300억 원)과 51억 4000만 위안(약 93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리오토는 32억 4000만 위안(약 589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그밖에, 3사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현재 리오토의 시가총액은 431억 달러(약 55조 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니오와 샤오펑의 시가총액은 각각 185억 달러(약 24조 원)와 158억 달러(약 20조 원) 정도로, 역시 리오토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처음에는 '웨이샤오리'의 막내를 담당했던 리오토가 2023년 현재 판매량, 순이익, 시총 면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셈이다.  ━  ‘활로 개척’ 갈림길에 선 전기차 3대장    한편, 최근에는 스마트 자율주행 차 열풍이 불면서 관련 제반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3대장 '웨이샤오리'의 뒤를 이어, 스마트 자율주행 차 3대장 ‘지미화(極米華)’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전기차 열풍의 시작을 열었던 '웨이샤오리'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미화: 지웨(極越), 샤오미(小米), 화웨이(華為)를 합쳐서 부르는 말로, 중국 스마트 자율주행 차 3대장으로 통한다. 최근, 니오는 창안(長安) 자동차, 지리(吉利) 자동차와 배터리 스와핑(교환) 관련 협약을 맺었다. 샤오펑은 중국 제일의 스마트카 타이틀을 놓고 화웨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웨이샤오리'는 발전 노선을 세분화하여 각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니오는 창안(長安) 자동차, 지리(吉利) 자동차와 배터리 스와핑(교환) 관련 협약을 맺었다. 샤오펑은 중국 제일의 스마트카 타이틀을 놓고 화웨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오토 역시 스마트 자율주행 차 개발이 늦어진 것에 큰 위기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지난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리오토마둥후이(馬東輝)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스마트카를 핵심 목표로 놓고, 관련 개발팀 규모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웨이샤오리'는 중국 전기차 열풍의 시작을 열었다. 이후,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와 IT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는 추세다. 현재, 중국 전기차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비야디(BYD)를 필두로 스마트 자율주행 차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제2라운드를 선점할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전기차 3대장의 향후 행보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2.26 07:00

  • 이름 바꾼 천인계획, 미국의 대응은?

    이름 바꾼 천인계획, 미국의 대응은?

    2018년 12월 중국계 미국인 물리학자 장서우청(張首晟) 스탠포드대 교수가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사망했다. 당시 55세였고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발표됐다. 하지만 공교로운 시점 때문에 여러 음모론이 꼬리를 물었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그의 죽음에 개입돼 있다는 식이었다. 확실한 것은 장서우청이 중국-미국 간 인재 쟁탈전의 한복판에 놓인 상징적 인물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여기엔 중국의 해외 인재등용 프로그램인 ‘천인(千人)계획’이 자리하고 있다. 장서우청(張首晟·55) 교수의 생전 모습. 바이두   해당 보도가 나가고 국제 사회의 비난 움직임이 일자 중국 정부는 “천인계획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말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하지만 최근 로이터 통신은 중국 정부 문서와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첨단 기술 습득을 위해 새로운 이름과 형식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부활시켰다”고 전했다. ‘치밍(啟明)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바꿨다.   치밍 프로그램은 해외 인재에게 주택 구입 보조금과 300~500만 위안(5억5000만~9억원)의 계약 보너스를 제공한다. 치밍에 선발된 인원은 대부분 미국 명문대 출신이며 최소 한 개 이상의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반도체처럼 민감하거나 보안이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를 중점적으로 채용하는데, 중국 각급 지방 정부·부처로부터 공식적으로 지원받는 관련 채용 활동과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치밍 프로그램은 천인계획 때와 달리 채용 대상자를 공개하지 않고 정부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 로이터는 정부 문서를 살펴본 결과, 치밍이나 관련 프로그램에 수천 명이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온라인 지식 플랫폼 ‘즈후(知乎)’ 비즈니스 전문 소셜 미디어 링크드인에서 치밍 지원자를 모집하는 광고 10여 개도 발견했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대만 TSMC 등 각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에서 반도체 설계, 패키징 기술, 서비스, 경영진 등 부문의 인재를 빼갔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공개적으로 ‘반도체 부문 자립’을 여러 번 강조했다. 관영 싱크탱크 중국정보산업개발센터와 중국반도체산업협회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엔지니어, 칩 설계자 등 분야에서 20만 명 정도의 인력이 부족하다.   스마트 제조. CMG 프랭크 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에이킨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해외 인재를 채용하는 실제 목적은 지식 재산권과 첨단 기술을 훔치는 데 있다”고 했다. 이것이 천인계획의 목적이었다는 주장이다. 앞서 언급한 장서우청은 중국이 낳은 천재 중 한 명이었다. 1978년 열다섯 살 때 독학으로 고교 과정까지 마치고 상하이 명문 푸단(復旦)대에 입학했다. 그가 속한 과는 ‘물리2계(제2물리학부)’로 불렸는데, 당시 국가안전부 기능까지 담당하던 공안부가 이 과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정보기관에 의해 은밀하게 육성된 인재였던 셈이다.   장서우청은 이듬해 국비 유학생으로 독일에 갔고, 1년 후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는 문화대혁명(1966~76)으로 인해 10년간 엘리트 교육이 단절된 직후였다. 갓 실권을 잡은 덩샤오핑(鄧小平)은 젊은 인재들을 해외로 유학 보내 지식을 쌓은 후 매년 100명씩 고국으로 돌아오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백인(百人)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과학과 산업기술이 괄목할 성장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2009년부터 2018년 말까지 10년간 1000명의 해외 인재를 중국에 불러들인다는 천인계획이었다. 2010년엔 이를 확대해 55세 미만 중국인 과학·기술자 1000명, 40세 미만 중국인 청년 과학·기술자 1000명, 55세 미만 외국인 과학·기술자 1000명을 불러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삼천인계획’이 된 셈이다.   이렇게 해서 수천 명의 해외 인재가 중국으로 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8년까지 이런 식으로 2629명을 불러들였다. 의학·생명공학·보건학자가 44%, 응용과학자 22%, 컴퓨터공학자 8%, 항공우주공학자 6%, 천문학자 6%, 그 밖에 경제학자, 재정학자, 수학자 등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0년대에 중국이 천인계획을 통해 7000여 명의 정상급 과학자를 데려왔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미국 거주자였고, 비중국계 외국인 과학자도 수백 명 포함됐다. 이들 중 단기계약 과학자들에겐 초기 자금으로 7만4000달러, 장기 계약자들에게는 70만 달러 이상의 보상과 주택, 의료 등 혜택이 주어졌다. 인공지능(AI) 분야 박사 초임 연봉으론 100만 위안(약 1억8000만원)이 책정됐다고 한다.   이미 ‘양자스핀홀 효과’로 유명했던 장서우청도 천인계획 실시 초기에 부름을 받고 칭화(清華)대로 초빙됐다. 2013년엔 중국과학원으로부터 외국적 원사(院士)를 수여받았다. 원사는 과학 분야에서 최상위 칭호다. 2017년엔 ‘천사의 입자’로 불리는 마요라나 페르미온의 존재 발견으로 노벨상 수상이 점쳐지기도 했다. 장서우청은 생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미·중 간) 과학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미·중 간 과학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천인계획 같은 중국의 인재영입 프로그램이 미국의 타깃이 되기 시작했다. CMG   하지만 미·중 간 과학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천인계획 같은 중국의 인재영입 프로그램이 미국의 타깃이 되기 시작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천인계획에 포함된 중국계 미국인 연구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장서우청이 설립한 투자 회사 단화(丹華)자본도 타깃이 됐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기술, 가상현실 등 분야에서 기술력을 가진 신생기업들에 투자했다. 단화자본이 출자한 2개 기업은 미 당국이 제재하는 화웨이 등과 업무제휴를 맺었다.   미 방산업체 'SOS인터내셔널'의 중국 전문가 제임스 멀버논은 미 상원 법사위에서 “천인계획 프로그램에 참여해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미국 과학자가 300명 이상”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천인계획 참여자들은 중국 정부 비용으로 중국을 방문해 기술 정보를 제공하고, 중국의 기술적 이해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후 미국에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개발·생산 지원 참여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에너지부는 소속 직원이나 계약 과학자 등에게 '민감한 연구'로 분류될 수 있는 제3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을 경우 신고하도록 하며, 이들이 해당 프로그램과 관계를 끊든지 아니면 미 정부 관련 직책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 안보는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12.23 08:00

  • AI업계 뜨는 별, 중국 천재소녀가 실리콘밸리에 세운 스타트업(PIKA LAB)

    AI업계 뜨는 별, 중국 천재소녀가 실리콘밸리에 세운 스타트업(PIKA LAB)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AI 스타트업 피카랩이 업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  ‘3D 동영상 생성’ 中 천재 소녀가 실리콘밸리에 세운 AI 회사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AI 스타트업 피카랩(PIKA LAB)이 업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3D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생성 및 편집하는 피카1.0(Pika1.0)을 출시하며, 단숨에 동영상 생성 AI 분야의 벤치마킹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피카랩은 설립 반년 만에 총 5500만 달러(약 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현재 기업가치가 2억 달러(약 2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카랩은 현재 기업가치가 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키워드 몇 개에 동영상 한 편 ‘뚝딱’   지난 11월 29일, 동영상 생성 AI 회사 피카랩이 동영상 생성 모델 피카1.0과 함께 새로운 홈페이지를 공개했다.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피카1.0은 3D 동영상,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생성 및 편집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키워드 혹은 문장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각종 스타일의 영상을 만들 수 있으며, 영상의 일부를 수정하거나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편집도 손쉽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11월 29일 동영상 생성 AI 회사 피카랩이 동영상 생성 모델 피카1.0과 함께 새로운 홈페이지를 공개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우주복을 입고 있는 3D 애니메이션’이라고 입력하면, 우주복을 입은 일론 머스크가 애니메이션의 형태로 등장하며, 뒤에는 스페이스엑스(SpaceX) 우주선이 있는 영상이 나타나는 식이다.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변환하는 정확성과 연관성이 시중의 다른 동영상 생성 모델보다 크게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1년 사이, 챗 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열풍에 대규모 언어모델인 챗봇 위주의 창업이 잇따라 이어지고 있다. 광범위한 생성형 AI 응용 분야에서는 이미지 생성이 주를 이루며, 그다음이 글쓰기 및 동영상 생성 툴이다. 언어 모델과 동영상 생성 AI는 완전히 별개의 모델이고, 동영상과 이미지 생성 모델은 공통점이 있지만, 동영상이 난이도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동영상은 움직임을 구현하고 막힘없는 플레이를 위해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고, 생성 시 이미지보다 더 많은 논리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상에 생성된 훈련 데이터가 이미지 파일에 비해 적기 때문에, 고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  피카랩 창립자, 중국에서 온 천재 소녀   피카랩을 만든 창업팀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우선, 공동창업자 궈원징(郭文景, Demi Guo)은 중국 항저우(杭州) 출신(국적: 미국)의 95허우(95년 이후 출생자)다. 앞서 중국 저장(浙江)성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 본과에 사전 합격한 학생으로 중국 관영 매체 CCTV에 보도되면서 ‘천재 소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공동창업자 궈원징은 중국 저장성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 본과에 사전합격한 학생으로 '천재 소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궈원징은 학창시절부터 남다른 실력을 자랑했다. 청소년 정보 올림피아드, 수학 올림피아드 등 대회에서 주요 상을 석권했다. 이후에는 미국 MIT 공대 초청으로 참가한 북미 프로그래밍 초청 대회에서 2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하버드 입학 후에는 학업에 매진하는 한편, 메타AI(Meta AI),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브레인(Google Brain), 에픽 게임즈(Epic Games) 등 유수 AI 관련 회사에서 인턴십을 했다. 대학교 2학년 시절에는 메타AI 연구팀 최연소 풀타임 직원으로 일했고,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상을 다수 수상했다. 학부에서 수학을, 석사과정으로 컴퓨터를 전공한 후, 다시 스탠퍼드대에 가서 박사과정을 이어나간다.   궈원징은 스탠퍼드에서 또 다른 공동창립자 멍천린(孟晨琳)을 만났다. 피카의 창업 계기는 박사 시절 참가했던 한 대회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2022년, 궈원징은 박사 동기생 몇 명과 함께 생성형 AI로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동영상 생성 AI 회사 런웨이(Runway)에서 개최하는 1회 ‘AI 영화제’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당초 궈원징은 수상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상권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 준비 과정에서 궈원징은 시중에 나와 있는 동영상 생성 AI 툴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당시 런웨이와아도브 포토샵(Adobe Photoshop) 등을 활용해 작업했는데, 들어가는 시간에 비해 효과는 미미했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동영상 제작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 ‘일반인도 쉽게 사용 가능한 동영상 생성 AI 툴을 만들 수는 없을까?’ 궈원징은 이렇게 창업을 결심했고, 지난 4월 멍천린과 함께 스탠퍼드를 자퇴하고 동영상 생성 AI 개발에 나섰다. 한편, 궈원징의 아버지는 중국 본토 A주 상장사 신아다(信雅達)의 실소유주 궈화창(郭華強)으로 알려졌다.  피카랩이피카1.0 출시로 화제를 모은 후, 지난 11월 30일과 12월 1일 양일간신아다의 주가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챗 GPT가 세상에 나온 후 2023년 한 해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광풍이 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또 하나의 AI 신성이 등장해 단숨에 업계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피카1.0은 아직 이용자들의 실제 평가를 거치지 않은 터라,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동영상 생성 AI 스타트업 피카랩이 2024년 새해 ‘제2의 오픈 AI’로 생성형 AI 시장에 새로운 대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2.19 07:00

  • "출근만 하면 지친다" 직장인 짤 등극…대륙 강타한 잔망 루피

    "출근만 하면 지친다" 직장인 짤 등극…대륙 강타한 잔망 루피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잔망 루피. 오늘 얘기의 주인공은 루피다. 뽀로로에 나오는 분홍색 비버가 맞다. 최근 들어 이상한 표정을 짓는 분홍색 비버가 중국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캐릭터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이미 어딘가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가능성이 높다. ‘루피’를 말이다. 분홍색 귀여운 외모, 과장된 자세, 괴이하고 기묘한 표정을 한 루피는 특히 링링허우(00後·2000년 이후 출생자)가 자신의 감정과 성격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되었다. 루피는 연기파 배우다. ‘반미(班味)’가 그녀의 표정에서 살아난다! ‘반미’는 지난 6개월간 중국 인터넷상에서 유행한 신조어. 올해의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출근이라는 뜻의 단어 ‘上班’의 두 번째 한자인 ‘나눌 반(班)’ 자와 ‘맛 미(味)’ 자를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다. 정확히 대응되는 한국어 단어는 없지만 ‘출근만 하면 피곤해하는 직장인들이 풍기는 기운’쯤으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우스갯소리로 하루만 일해도 평생 온몸에서 이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직장인의 공감을 사고 있는 잔망 루피 올해 5월 4일 샤오훙수(小紅書·중국 SNS 플랫폼)에 중국 최초의 공식 계정인 ‘ZANMANG LOOPY’가 개설되었다. 12월 현재 443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 게시물 아래 좋아요도 최소 수천 개가 넘는다.     올해 5월 4일 샤오훙수(小紅書·중국 SNS 플랫폼)에 중국 최초의 공식 계정인 ZANMANG LOOPY가 개설되었다. 12월 현재 443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루피는 26만 권이 넘는 노트와 펜던트, 열쇠고리, 인형 등 10만 개가 넘는 굿즈를 가지고 있고 판매량도 꽤 괜찮다고 한다. 어떻게 단순한 루피 짤을 성공적인 사업으로 바꿀 수 있었을까? 루피 짤을 비즈니스로 전환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콘셉트 설정이다.      루피는 한국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에 나오는 캐릭터 중 하나다. 만화 제목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루피는 주인공도 아니고 나오는 분량도 적다. 지금과 같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전까지 루피든 뽀로로든 중국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갑자기 유행하게 된 이유도 사실 애니메이션과 무관하다. 최근 2년 사이에 중국 인터넷에서 ‘직장인의 미친 문학’이라는 트렌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신조어 ‘반미’도 이러한 트랜드가 만든 단어다. 루피 짤 제작자는 잔망 루피의 외모가 이 트랜드와 잘 어울린다는 것을 발견하고 직장인을 위한 짤을 만든다. 이쯤 되면 기본적인 콘셉트가 생긴 셈이다.      둘째, 새로운 스토리 개발이다.     2022년 4월 1일 ‘뽀로로’ IP 회사는 유튜브에 루피의 싱글 캐릭터인 ‘잔망 루피’를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IP를 만들었다. 직장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인턴 루피가 매일매일 ‘직장 일기’를 업데이트하는 설정이다. ‘뽀롱뽀롱 뽀로로’에 나오는 루피는 예민하고 수줍음이 많다. 긴장하면 습관적으로 꼬리를 껴안거나 얼굴을 가리고 자주 울고 자신이 모두를 지치게 하는 것 같다고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러나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 모든 게 바뀌었다. 힘든 직장 생활이 그녀를 날카롭게 만든 것이다. 루피는 이제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대신에 남을 열심히 비난한다. 직장인 루피는 차분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험한 말을 참고 있다. 차분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험한 말을 참고 있다. 일자리를 잃는다 해도 루피는 덤덤할 것이다. 백수의 행복한 삶이 전쟁 같은 회사 생활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루피의 새로운 정체성과 정서적 카타르시스가 중국에서 흥행을 이끌었다.   수많은 제2의 창작물 덕분에 ‘때로는 미친 비판을 하고, 때로는 아주 게으른’ 이미지까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대부분의 중국 네티즌은 비천한 직장인 신분이라는 설정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루피의 표정을 통해 업무 불만을 토해내는 것은 의외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사상 최초로 상사를 꾸짖는 이모티콘이 탄생했다.   중국 네티즌은 루피의 표정을 통해 업무 불만을 토해내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내 여자 친구 루피’ 브이로그 등 루피가 등장하는 새로운 스토리를 개발해서 다양한 이미지를 가진 루피를 창조해냈다.     셋째,  대상의 수익화다.     가장 중요한 단계다. 이 시점이 되면 루피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루피와 LE LE CHA(樂樂茶·중국 밀크티 브랜드)가 공동으로 밀크티를 출시했다. 이때 내건 슬로건은 ‘일은 무슨 일~ 어린이날이나 즐겨’였다. 콜라보 밀크티는 그 당시 하루에 65,000잔 이상 팔렸으며 4,500개 한정 봉제 펜던트도 순식간에 동났다고 한다. 7월 15일에는 미니소(MINISO·중국 저가형 생활용품 아울렛)와 협업해 인형, 펜던트, 백 팩 등 상품을 선보였다. 마찬가지로 금세 매진되었고 구매에 성공한 네티즌들은 ‘분홍 쥐’를 잡았다며 기뻐하는 글을 샤오훙수에 올리기도 했다. 이번에는 희차(喜茶·중국 밀크티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한다. 12월 14일부터 신메뉴‘여배우 블루베리’ 음료 단품을 구매하면 루피 얼굴이 그려진 음료 캐리어를, 음료 세트를 구매하면 루피가 그려진 컵과 뚜껑, 쇼핑백까지 받을 수 있다. 콜라보 음료 2인 세트를 구매하면 냉장고 자석을 랜덤으로 받아볼 수 있다. 12월 14일부터 희차(喜茶·중국 밀크티 브랜드)와 루피가 콜라보를 진행한다. 루피의 뜨거운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12월 8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중국 상하이 정안(靜安)에 있는 조이시티(大悅城)에서 잔망 루피의 첫 번째 중국 공식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중국 상하이 정안(静安)에 있는 조이시티에서 잔망 루피의 첫 번째 중국 공식 팝업 스토어가 운영중이다. 루피의 성공적인 출세는 단순한 사업 성공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기적이다. 유행어의 힘을 십분 활용하여 단순한 밈으로 매력적인 비즈니스 제국을 만들었다. 루피의 팬도 직장인들도 루피를 통해 재미와 공감을 얻는다. ‘반미’의 유행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루피 밈은 더욱 발전할 여지가 있다. 루피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3.12.17 07:00

  • 한국에서는 마라탕 열풍, 원조 중국에서는 외면받는 이유?

    한국에서는 마라탕 열풍, 원조 중국에서는 외면받는 이유?

    「 마라탕, 열풍이다! 」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음식 마라탕(痲辣燙). 써우후(搜狐) 3~4년 전부터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요리가 있다. 바로 맵고 짠 음식의 최고봉 마라탕(痲辣燙)이다. 마라탕은 중국 쓰촨성(四川省) 러산(樂山)에서 기원한 음식이다. 쓰촨성의 뱃사공들이 배를 타다 잠시 강가에 정박한 뒤 주위의 재료들을 구해 한 솥에 넣어 끓여 먹는 데서 유래되었다.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해 혀가 얼얼하면서도 매운맛이 특징이다. 마라탕에 넣을 재료들이 뷔페 형식으로 진열되어 있어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재료와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요기요에서 발표한 중식 카테고리 내 주문 비율. 계절과 상관없이 마라탕 주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사진 요기요 식당도 크게 늘고 있다. 음식 배달 주문 플랫폼 요기요에 따르면 마라탕을 취급하는 가게가 3년간 무려 3배 가까이 늘었다. 요기요 중식 카테고리 내에서 마라탕을 판매하는 업체의 비율은 2020년 기준 20%에 불과했지만, 2023년 들어 30%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스갯소리로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로 1020세대)들에겐 마라탕이 소울푸드로 꼽히고 있을 정도이다.   ━  대륙의 마라탕, 열기 식는 중!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폭설이 내리고 있다. 바이두(百度) 한국에서는 뜨거운 마라탕, 그러나 본고장인 중국에선 정작 소비가 줄고 있다. 가격 때문이다. 창사석간신문(長沙晚報)에 따르면 날씨가 점차 쌀쌀해지며 뜨거운 마라탕 수요는 늘었지만, 고공 행진하는 마라탕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건강시보(健康时报)에서 진행한 온라인 투표. 총 1,580명의 네티즌이 투표했다. 마라탕이 저렴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단 307명에 불과했다. 사진 건강시보(健康时报) 중국의 인기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도 가격 불만 목소리가 높다. ‘배불리 먹을 수 없는 40위안(7,400원)짜리 마라탕(痲辣燙貴到40元都喫不飽)’ 해시태그가 인기 검색어에 올라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이전에는 동네 지하상가에서 20위안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마라탕이지만, 최근에는 마라탕 재료를 조금만 담아도 50위안이 훌쩍 넘는다"며 높아진 가격에 불만을 드러냈다.  ━  아프니까 사장이다…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억울한 中 마라탕 가게 사장님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마라탕 판매자들도 불만이다. 창사((長沙)의 한 마라탕 프랜차이즈 가게를 운영하는 식당 주인은 “30만 위안(5,000만 원)이나 투자해 가게를 차렸지만, 원가가 높아져 이자 갚기도 벅차다"며 "차라리 포장마차를 하나 차리는 게 낫겠다"라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 “중국 인건비 싸다”는 옛말... 」 날이 갈수록 하늘을 뚫는 중국의 인건비도 마라탕 가격 폭등에 힘을 보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0년~2015년 중국 주요 지역 시간급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13.7%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2017~2022년 연평균 인상률은 4.0%로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2017년~2022년 중국 전역 평균 월 최저임금 추이. 한국무역협회  ━  팬데믹 후유증으로 줄어든 소비심리, 그러나 한번 오른 마라탕 가격은 내려가지 않았다.   2020년 4월 26일 중국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 팬데믹으로 인해 거리가 한산하다. 메이폔(美篇)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터질 것이라는 기존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혀있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소비심리가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다. 글로벌 금융 기업 UBS의 중국 소비자 부문 헤드는 “중국 소비가 매우 점진적인 속도로 회복하고 있지만, 중국의 소비 증가율은 팬데믹 이전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외식업은 한번 가격이 오르면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 같은 특성과 줄어든 소비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마라탕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  마라탕 체인점들의 고급화 전략이 가격 상승을 견인했나?   마라탕 가격 상승의 주범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고급화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마라탕 업계 1위 업체 ‘양궈푸마라탕(楊國福痲辣燙)’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양궈푸마라탕은 ‘마라탕계의 스타벅스’, ‘하이디라오(海底澇)’가 되는 것을 목표로 가게 인테리어 리뉴얼, 그리고 고급 식재료 도입하며 적극적으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다.   업계로서는 고급화를 외면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도시화로 인해 주 소비층이 블루칼라 노동자에서 화이트칼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그룹을 잃은 마라탕 업체들은 고급화 전략을 통해 화이트칼라(사무직 노동자)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네티즌은 “마라탕 가격이 훠궈 가격과 비슷해지고 있다”면서 “마라탕을 먹을 바엔 훠궈를 먹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가격대가 훠궈를 닮아가는 마라탕의 모습을 비꼬기도 했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2023.12.16 06:00

  • 앞으로 틱톡 볼 때 돈 내야 된다?

    앞으로 틱톡 볼 때 돈 내야 된다?

    「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티빙, 웨이브…   」 우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에 익숙하다. 그런데 만약 틱톡(抖音·Tik tok)을 보는 데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어떤가? 숏폼 영상을 보는 데 기꺼이 돈을 쓸 의향이 있는가. 중국의 숏폼 플랫폼 틱톡(抖音·Tik tok)이 숏폼 영상 유료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사진 셔터스톡 최근 중국의 숏폼 비디오 플랫폼 틱톡은 사용자가 일부 동영상 콘텐츠를 볼 때 비용을 내야 하는 ‘숏폼 영상 유료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해당 소식은 순식간에 중국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화제의 검색어에 등극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숏폼 끊을 때가 왔다”, “스마트폰 중독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 등의 반응을 보이며 숏폼 유료화에 대한 반감을 나타냈다.     숏폼 콘텐츠 유료화에 앞서 롱폼 콘텐츠의 유료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OTT 플랫폼 구독 안 하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보편적인 소비가 됐다. 중국에서 숏폼 플랫폼의 유료화 시도는 꽤 일찍 시작됐다. 틱톡은 2021년경부터 숏폼 웹드라마 등의 유료화 사업을 시도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든 콘텐츠의 유료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  숏폼 영상 가격, 크리에이터(틱톡커)가 정한다?   틱톡의 유료 콘텐츠 가격은 크리에이터가 내부 규칙에 따라 스스로 결정한다. 사진 셔터스톡 숏폼 영상의 유료화. 최근 중국 SNS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 웨이보(微博) 등의 화제 키워드다.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틱톡에서 유료로 숏폼 영상을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웨이보에서는 ‘틱톡 유료 숏폼 서비스 테스트’가 2억 1000만 뷰를 기록하는 인기 검색어로 부상하기도 했다.   틱톡 측은 “틱톡을 사용하다 유료 영상을 접하게 됐을 때, 보기 싫으면 넘어가도 된다”며 “영상 콘텐츠의 유료화 여부는 크리에이터가 이 기능을 켜는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되고, 틱톡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며 구체적인 수수료는 크리에이터가 내부 규칙에 따라 스스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틱톡의 유료 동영상 서비스 테스트는 ‘10만 팔로워 이상, 지난 90일간 규정 위반으로 계정 차단이 없는’ 일부 개인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실행하고 있다. 추후 개방 범위가 점차 넓어질 예정이다. 유료 콘텐츠의 수익 배분은 크리에이터(틱톡커)와 플랫폼(틱톡) 7:3 비율로 알려졌다.  ━  유료 숏폼은 ‘틱톡 코인’으로 구매, 미성년자는 구매 불가능    중국 틱톡 앱에서 게시한 '유료 콘텐츠 구매 안내'. 유료 콘텐츠는 구매 후 환불되지 않으며 구매 후 최대 5대의 장치로 로그인하여 시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 신커두 중국에서는 수많은 틱톡커들이 유료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다. 유료 콘텐츠는 화면 상단에 ‘지불하기’ 버튼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때 결제는 ‘틱톡 코인’으로 한다. 틱톡 중국앱에서는 1위안(약 183원)당 7틱톡 코인을 충전할 수 있고, 유료 콘텐츠의 가격은 1~300틱톡 코인으로 다양하다. 유료 콘텐츠 댓글창에는 “(유료화를) 이해할 수 없다”, “돈을 주고 시간을 낭비하는 건가” 등의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틱톡의 ‘유료 콘텐츠 구매 안내’에 따르면, 유료 숏폼 영상 구매 후 불가항력 또는 정책적인 이유를 제외하고 유료 서비스 기간 내에 유료 콘텐츠를 중복 시청할 수 있다. 유료 콘텐츠는 구매 후 환불되지 않으며 구매 후 최대 5대의 장치로 로그인하여 시청할 수 있다. 또한, 틱톡은 미성년자의 유료 콘텐츠 구매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유료 콘텐츠에 ‘유료 서비스 기간’이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유료 사용자는 결제일로부터 해당 콘텐츠 혹은 시리즈 업데이트가 완료된 후 7일 이내에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플랫폼은 활동 상황에 따라 유료 서비스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 이는 곧 유료 콘텐츠를 영구 시청할 권리가 없다는 의미다. 이에 사용자들의 원성은 커지고 있지만, 자본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유료 서비스 소식이 전해지고 난 후인 지난달 17일, 틱톡 개념주 여러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  숏폼의 유료화, 그래서 가능한가요?   앞서 언급했듯, 틱톡의 숏폼 영상 유료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틱톡은 스마트폰 세로 화면에 맞춰 촬영한 ‘숏폼 웹드라마’의 유료화 테스트를 실행했다. 사용자는 드라마를 회차 별로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회당 최소 1위안(약 183원)이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에 따르면 당시 유료 숏폼 드라마 ‘차오지바오안(超級保安)’의 좋아요 수는 무료 회차가 평균 3만 개를 기록했으나, 유료 회차는 평균 2500개에 그쳤다. 즉 기존 무료 시청자의 8% 정도만 유료 시청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틱톡 웹드라마 ‘온언여고부류년(溫言如故錯賦流年)’의 한 장면. 사진 비리비리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웹드라마의 유료화 모델은 점차 사용자들에게 익숙해졌다. 틱톡의 웹드라마 유료화 모델은 두 가지다. 연간 365위안(약 6만 6853원)을 내고 플랫폼 내의 웹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구독 방식'과 ‘회당 결제 방식’이다. 최근 틱톡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웹드라마 ‘온언여고부류년(溫言如故錯賦流年)’의 경우 1~11회는 무료 공개하고, 12~99회는 회당 200 틱톡 코인을 지불해야 시청할 수 있다. 해당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데 최소 129.8위안(약 2만 3774원)이 든다.   중국 매체 타이메이티(鈦媒體·TMT POST)에 따르면, 올해 중국 웹드라마 시장은 200억 위안(3조 6456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수익의 66%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6월 기준, 중국 소비자 전체가 숏폼 드라마에 하루 평균 4000만 위안(약 73억 3120만 원)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에서 유료 웹드라마 서비스가 자리 잡았다고 모든 숏폼 영상에 기꺼이 돈을 쓰고자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커지싱치우(科技猩毬)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숏폼 영상에 돈을 쓰기 ‘꺼린다’고 답한 응답자는 97%에 달했고, ‘돈 쓸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3%에 불과했다.     롱폼 비디오의 유료화 사례를 참고해보자. 중국에서는 무려 2010년경부터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이 유료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2015년이 되어서야 회원제가 정착되었다. 유료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동영상 소비 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이 단계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숏폼 동영상의 유료화는 이제 막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만큼, ‘소비 트렌드’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예정이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12.15 09:00

  • 800년 전 멸망한 거란족, 우리 중에 있다?

    800년 전 멸망한 거란족, 우리 중에 있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속 한 장면. KBS KBS 사극 〈고려거란전쟁〉이 화제다. 스펙터클한 전쟁 신과 배우들의 열연, 탄탄한 스토리로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고려와 거란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흥미 요소다.   거란은 어떤 민족이고 어떤 역사를 가졌나. 거란의 한자명은 계단(契丹)이다. 붉을 단(丹)자가 활음조 현상으로 ‘란’으로 발음된 경우다. 중국에선 치단, 일본에선 키단, 유럽에선 키타이라고 불렀다. 한때는 유럽에서 중국을 ‘차이나’ 대신 칭하는 명칭이기도 했다. 거란족은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했다.   거란국은 916년 ‘거란’이란 명칭으로 건국됐다. 이후 947년 대요(大遼)로 개명했고 983년 다시 대거란, 1066년엔 또다시 대요로 바꿔 1125년 멸망할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거란인들은 시종 자신들을 거란이라 불렀고 요라는 국호는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과 고려에 의해 편의적으로 쓰였다.   드라마를 보면 거란인들은 정수리만 삭발한 독특한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를 곤발(髡髮)이라 불렀다. 여성들도 이런 머리였다고 한다. 거란족은 원래 서랴오허(西遼河)강 상류인 시라무룬강과 라오허강 사이 지역에 살던 유목민이었다. 선비족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역사에선 4세기 고구려 소수림왕 시절에 ‘계단(契丹)이 북쪽 변경을 침범해 8개 부락을 함락시켰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온다. 곤발을 한 청년의 모습. 위키피디아   거란이 건국하던 즈음인 907년 당나라가 무너진다. 중원의 지방 장악력이 약화된 틈을 타 거란 부족장 중 한 명이던 야율아보기(耶律阿保機)가 부족들을 통일하고 황제에 오른다. 원래는 부족장들이 돌아가며 임기제 수장을 맡았으나 야율아보기가 916년 종신 황제에 등극했다. 이후 황제는 그의 자손인 야율씨가, 황후는 소(蕭)씨가 도맡았다. 고려거란전쟁에서 거란군 총사령관이었던 소손녕과 소배압이 이 소씨다.   부족을 통일한 거란은 바로 중원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몽골 초원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918년엔 동쪽의 발해와 전쟁을 벌여 멸망시킨다. 이후 발해 땅에 동단국(東丹國)을 세워 아들에게 통치시킨다. 동쪽의 거란이란 뜻으로 일종의 분국을 세운 것이다.   발해의 멸망으로 거란은 일약 동아시아 강국으로 떠오른다. 발해는 당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여 거란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문명국이었다. 또 발해의 인구를 거의 고스란히 흡수해 대규모의 노동력과 군사력을 확보함으로써 대제국의 발판을 마련했다.   거란이 중원 진출을 노리고 있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중국의 5대 10국 시대 후당의 절도사 석경당이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거란에 도움을 요청한다. 거란 태종은 기병 5만을 일으켜 후당을 멸망시켰다. 후진을 세운 석경당은 연운 16주를 거란에 내어주고 매년 비단 30만 필을 공물로 바치기로 했다. 또 10살 넘게 어린 거란 태종을 아버지로 모셨다. 연운 16주는 지금 베이징 일대의 땅으로 장성 이남 지역이다. 흉노, 돌궐, 위구르가 넘지 못했던 장성을 거의 공짜로 넘어 중원을 차지한 것이다.   이후 대륙을 통일한 송나라는 연운 16주를 되찾기 위해 한동안 치열하게 싸운다. 송나라가 고려에 사신을 보내 원군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거란도 고려와 여러 번 화친을 청했지만 고려는 형제국 발해국을 멸망시킨 거란과 화친할 마음이 없었다. 태조 왕건은 거란이 선물한 낙타를 굶겨 죽이기도 했다.   송과의 전쟁을 치르며 뒤통수가 불안하다고 느낀 거란은 고려를 치기로 결심하고 993년 소손녕을 앞세워 1차 침공을 감행한다. 고려는 서희의 담판을 통해 거란에 사대(事大)하고 송과 단절하기로 했고 목적을 달성한 거란은 군사를 물렸다. 송과 거란은 치열하게 싸운 끝에 1004년 ‘전연의 맹(盟)’을 맺고 전쟁을 끝냈다. 송이 연운 16주를 거란 영토로 인정하고 매년 비단 20만 필과 은 10만 냥을 거란에 보내는 불평등 조약이었다. 이후 거란은 자신을 ‘중국’이라 칭했다.   송과의 전쟁을 끝낸 거란은 사대에 충실하지 않는다는 등 구실로 고려를 압박해 왔다. 고려의 강조가 정변을 일으켜 목종을 죽이고 현종을 옹립하자 거란은 1010년 2차 침략을 단행했다. 자신이 책봉한 왕을 함부로 죽였다며 거란 성종이 직접 40만 대군을 이끌고 친정했다. 항전하던 고려 현종은 결국 개경을 버리고 나주까지 피란했다. 고려가 사신을 보내 고려 왕이 거란으로 가 황제에게 친조(親朝)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거란군은 물러갔다.   하지만 고려는 현종의 안위 등을 생각해 친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거란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졌고 고려는 결국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후 거란은 고려에 거의 매년 소규모 공격들을 계속했다.   그러다 1018년 3차 침공이 시작됐다. 고려는 강감찬의 귀주대첩으로 대승을 거두고 거란군을 물리쳤다. 전후 고려는 거란에 사신을 보내 매해 공물을 바치겠다고 약속하며 조공책봉 관계의 복원을 청했고 거란이 이를 받아들였다. 고려는 이후 100여 년의 평화 시대를 맞았다.   거란은 서쪽으로 알타이 산맥, 동쪽으론 동해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다. 상·동·중·서·남경 5개의 수도를 두고 유목의 전통에 따라 황제가 계절마다 옮겨 다녔다. 건국 직후 거란 문자를 만들어 자신들의 언어를 지켰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속 한 장면. KBS   동아시아 패권국이던 거란은 1125년 멸망한다. 거란에 숨죽이고 지내던 여진족이 세력을 키워나갔고 아골타가 부족들을 통합해 1115년 대금(大金)을 건국했다. 거란은 70만 대군을 이끌고 금을 쳐들어갔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이후 거란은 급격히 쇠퇴했고 금나라는 거란의 상경과 중경을 함락시킨다. 그러자 송이 금에 협공을 제안해 연운 16주를 회복하려 했다. 거란은 두 나라의 양방향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고 결국 달아나던 천조제가 붙잡히며 멸망을 맞았다.   이후 황족 야율대석이 서쪽으로 건너가 서요(西遼)를 세우고 금에 저항했다. 하지만 1218년 서요 또한 욱일승천하던 칭기즈칸에 멸망한다. 칭기즈칸은 금과 전쟁을 시작했고 금나라 치하에 있던 일단의 거란인들이 몽골의 지원을 받아 금군을 대파한다. 하지만 거란국 부흥 과정에서 내분이 생겼고 지도자로부터 떨어져나온 수만 명의 분파가 압록강을 넘어 고려에 침입한다.   이들이 고려인에 약탈을 자행하자 고려군이 소탕했지만 국경 바깥으로 도망쳤던 거란인들은 번번이 다시 돌아왔다. 나중에는 평양 근처 강동성에 자리를 잡았고 이들이 자신들을 배신했다며 고려까지 쫓아 들어온 몽골군까지 합세해 거란인들을 격퇴했다. 이후 패잔병 일부가 고려에 남았는데 고려 조정은 이들을 전국 각지에 ‘거란장’이란 거란인 집단 거주지역을 마련해 살게 했다. 한때 동아시아를 제패했던 거란의 후손이 지금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12.15 06:00

  • [디자인:터뷰] 허젠핑 “中, 그래픽 디자인 역사 짧지만, 거대한 시장 자체가 경쟁력”

    [디자인:터뷰] 허젠핑 “中, 그래픽 디자인 역사 짧지만, 거대한 시장 자체가 경쟁력”

    중국·독일 오가며 활약하는 ‘평면 디자이너’ 허젠핑 中, 그래픽 디자인 역사 짧지만, 거대한 시장 자체가 경쟁력 디자이너는 ‘변호사’ 같아야… 차별 없이 모두에게 좋은 영향력 주고파 왼쪽부터 중국 난징(2005)과 상하이(2006)에서 열린 '100 베스트 플라카테' 포스터와 2012년 열린 '100 베스트 플라카테' 공모전 포스터. 허젠핑 제공   잠들기 전까지 우리는 누군가의 ‘OO디자인_최종.ver’을 본다. 눈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는 시계부터 욕실의 수전, 냉장고 속 우유팩, 출근길에서 보는 무수한 간판의 글자와 이미지도 모두 디자인의 산물이다. 이렇듯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누리는 일상 예술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포스터·브랜딩·출판·타이포그래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는 허젠핑(何見平)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허젠핑은 1995년 중국미술학원 그래픽디자인 학사, 2001년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미술학 석사, 2011년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문화사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베를린 예술대학, 중국미술학원, 홍콩이공대학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평면 디자인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로 부상했다.     그는 특히 활자가 주는 생동감을 작품에 잘 녹여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만든 포스터를 보면 활자와 이미지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국제 포스터 비엔날레, 제슈프·바르샤바·닝보 국제 포스터 비엔날레,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DFA 아시아 디자인상 등 수많은 국제 디자인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분신술을 써야 할 정도로 바쁜 와중에도 ‘디자인으로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사명을 갖고 독일 베를린과 중국 항저우에 디자인 스튜디오 히자인(Hesign)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는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를 초청해 워크숍을 열고 디자인 전공 학생들에게 감각을 넓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서울 중구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만났다. 현역 디자이너의 ‘시각’은 어디에서 비롯됐고,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그에게 직접 물어봤다. 2023년 12월 7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 네오스테이션에서 차이나랩과 인터뷰 중인 평면 디자이너 허젠핑. 차이나랩   이하 그와의 일문일답.   당신의 정체성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작품으로 당신을 소개해달라.   허젠핑(이하 허): 나는 중국 남방 지역인 항저우에서 태어났다. 항저우는 지형학적으로 산과 물이 많다. 한차례 큰비가 내리면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그 자체로 한 폭의 산수화가 완성된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 이 풍경이 독특하다고 느끼지 못하다가 산이 없는 독일(베를린과 북부 평원 지역)에서 생활하며, 고향 풍경이 특별한 것임을 깨달았다. 고향의 산수가 그리워서 상상하며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유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산수풍경은 내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포스터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포스터에 그 이미지가 반영돼 있다. 왼쪽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포스터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포스터. 허젠핑 제공   디자이너의 눈에 비친 한국이 궁금하다. 당신을 만나기 전, 인스타그램으로 한국 방문 여정을 살펴봤다. 바쁜 와중에도 미술관과 갤러리를 다녀왔던데… 그곳에 가서 뭘 보았는지?   허: 바쁜 일정을 쪼개 리움, 아라리오 뮤지엄, 국립현대미술관, 리만머핀 서울,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등 꽤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에 다녀왔다. 그동안 아시아 현대미술의 거점은 두말할 것도 없이 홍콩이었다. 그러나 홍콩 경제가 침체기에 빠지면서 동아시아에서 서울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쾨니히(König)와 같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갤러리가 서울에 오픈한 것을 보며 현대미술에서 서울이 갖는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아라리오 뮤지엄이다. 한국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외관도 좋았는데 내부로 들어간 후 소장품에 깜짝 놀랐다. 바바라 크뤼거(Babara Krüger), 앤디 워홀, 백남준, 소피 셀(Sophie Cell), 네오 라우흐(Neo Rauch), 외르그 임멘도르프(Jörg Immendorff)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현대미술계가 국제적으로 지위가 있음을 방증한다.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의 개인전 ‘Now is Better’도 봤다. 문화는 최고의 도시 풍경이다. 내가 보고 느낀 이 모든 것이 서울을 매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었다.     허젠핑이 한국에 와서 방문한 미술관과 갤러리 등 @인스타그램 he_jumping SNS에서 예상 밖의 게시물을 보기도 했다. 아주 자극적이고 강렬한 시위 문구를 올렸더라, 이런 시각은 우리에겐 색달랐다. 여기서 어떤 미학(美學)을 발견한 건가?   허: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산책하며 시위의 표어를 많이 봤다. 그래픽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시위 패널에 적힌 언어와 폰트가 내뿜는 에너지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타이포그래피에도 관심이 많아 눈길이 갔는데 간결하고 날카로운 문장에서 광고 카피가 주는 기운을 느꼈다. 사람들의 감정이 활자에 스며들어 그 활자의 이미지에서 공격성, 간결함,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런 것들을 보며 인간은 디자인 감각을 가진 타고난 동물임을 깨달았다. 그게 인상적이라 SNS에도 올린 거고. 허젠핑이 한국 거리에서 본 강렬한 시위 패널 @인스타그램 he_jumping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지하의 시(詩)에 영감을 받았다고 봤다.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주목하는 한국 디자이너 혹은 아티스트가 있는가?     허: 내가 한국어를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번역체에는 시인의 언어적 감각과 재능이 다 담기지 않는 것 같다. 김지하 시인을 처음 접하게 된 건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를 통해서였다. 대장부가 대의를 위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의로움은 현대 상업 사회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이를 이해하는 사람도 거의 없기에 가치 있게 느껴졌다.   *오에 겐자부로는 한국의 군부 독재를 비판했다. 그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는 와다 하루키 등 15명과 함께 군부 쿠데타 반대 성명을 발표했으며 1975년엔 김지하 시인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한국 아티스트는 실험 미술의 선구자인 이건용이다. 몸의 극단을 사용해서 창조한 그의 선묘 작품을 좋아한다. 그가 그린 모든 선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특히 팔을 쭉 뻗어 촘촘하게 묘사한 선은, 한 가닥 한 가닥이 마치 수염 같다. 그 생생함을 잊을 수 없다. 그의 작품을 소장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중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독일 유학으로 유럽 현대미술의 영향도 많이 받지 않았나. 중국에서 한 발 떨어져서 본 중국 디자인의 현주소는 어떤가?   허: 중국의 그래픽 디자인 역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짧다. 덩샤오핑 개혁개방 무렵이니 50년도 안 된다. 그 사이에 홍콩과 대만, 일본, 유럽 그래픽 디자인의 영향을 차례로 받았다. 달리 말하자면, 중국 그래픽 디자인은 아직 ‘형성되고 있는 단계’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여전히 많은 디자이너가 기술적인 부분만 중시하고 문화 이론 연구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자신만의 독립적인 사상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독립된 디자인 역사를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은 장점도 많은 나라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시장 수용력을 갖고 있다. 아주 거대한 실험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그래픽 디자인이 철학이나 예술 이론과 잘 결합하기만 한다면 중국 그래픽 디자인은 국제무대에서 주체적으로 역사를 써 내려 갈 수 있다고 본다.   허젠핑의 작품 전시회. 허젠핑 제공 중국이 거대한 실험 공간이라는 표현에 공감한다. 우리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일상에서 늘 접한다. 일례로 샤오미 디자인은 한국에서도 통했다. 중국의 디자인이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가?   허: 거대한 시장이 곧 경쟁력이다. 시장이 크고 수요가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늘 존재한다. 몇천 가지의 디자인 시안을 내놓으면 그중 하나는 글로벌 마켓에서 ‘대박’을 칠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에게 중국 시장은 걸음마 단계에서 바로 실전에 투입돼 온갖 실험과 시행착오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중국 디자이너들의 경쟁력은 풍부한 실전 경험에서 비롯될 것이라 생각한다.   왼쪽부터 2016년 체르노빌 참사 30주년 포스터, 빌헬름 데프케(1887~1950) 전시회 포스터. 허젠핑 제공 현역에서 활동하면서도 후배 디자이너 양성과 커뮤니티 형성에도 힘을 쏟던데,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상업 목적이 아닌 공익을 위해서 쓰는 이유는 뭔가?   허: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그래픽 디자인도 다원화되어야 한다. 강자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약자나 소수를 위한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 히틀러 집권기 독일에는 나치 비판 선전물을 만들던 존 하트필드John Heartfield의 시위 포스터가 있었고, 현대에는 클라우스 스택Klaus Steack의 정치 그래픽 포스터가 이를 대변한다. 앞선 사례는 특정 체제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전한 디자인 면모를 보여준다. 중국에도 이런 그래픽 디자이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디자이너는 변호사와 비슷한 사람이어야 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를 자신의 생계 수단으로 여기지만, 법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때로는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무료 소송도 도와야 한다. 디자이너 역시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중심을 두고 사익만 좇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무상으로 디자인할 줄 알아야 한다. 허젠핑의 스튜디오 히자인에서 열리는 디자인서머(Design Summer). 북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에서 주목받는 세계 디자이너를 독일과 중국으로 초청해 자국의 젊은 디자이너들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허젠핑 제공   디자이너에 대한 당신의 정의에서 사명감이 느껴진다. 마지막 질문이다. 허젠핑이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허: 나는 여태껏 좋은 디자인의 세 가지 조건을 독창성(Original), 혁신(Revolution), 시대를 초월하는 것(Timeless)이라고 주장해왔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좋은 의도를 가진 디자인을 장려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박지후 에디터남정연 인턴 에디터

    2023.12.14 09:00

  •  본토 넘어 세계로, 中 ‘해외진출 4대장’의 무서운 굴기

    본토 넘어 세계로, 中 ‘해외진출 4대장’의 무서운 굴기

    중국 ‘해외진출 4대장(出海四小龍: 알리익스프레스, 쉬인, 틱톡, 테무)’이 무서운 기세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이 네 개 플랫폼은 저렴한 가격과 신속한 물류 서비스를 토대로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업계 전문가는 현지의 막강한 제조업 기반으로 생산되는 극가성비 제품이 중국 해외진출 4대장의 저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  1.TEMU   사진 진룽후왕 테무(TEMU)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 산하 앱이다. 올해 초, 미국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며 주목받았으며, 2023년 한 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테무는 2023년 3분기 매출 50억 달러(약 6조 5610억 원)를 돌파했다.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 주문이 폭증하면서 테무의 GMV(총 상품판매액)는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국제금융공사(中金公司, CICC)는 테무가 2023년 연간 GMV 180억 달러(약 23조 6304억 원)를 달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해(2022년) 9월 미국에 진출한 후, 테무는 이른바 ‘광풍 행보’를 보였다. 1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 테무는 글로벌 40여 개 국가 및 지역에 총 1억 2000만 명의 이용자를 포섭했다. 하루 평균 160만 개의 택배를 발송하며, 그중 대부분이 미국으로 향한다.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의 활약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7월 테무는 한국과 일본 양국 시장에도 각각 진출했다. 한국판 앱의 경우, 대대적인 할인과 무료 배송 이벤트로 시선을 사로잡아 쇼핑 부문 인기 앱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테무는 오는 2024년 GMV 300억 달러(약 39조 원)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세계 유수의 선박회사와 제휴를 맺어 해상 운송을 통한 물류비용 절감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마케팅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2023년 3분기, 테무의 클릭 과금형(PPC: pay-per-click) 광고 비용은 약 2억 4000만 달러(약 3150억 원)로, 월마트를 제치고 전체 2위에 올랐다.    ━  2.SHEIN   사진 바이두 백과 쉬인(SHEIN)은 ‘4대장’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주인공이다.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로서, 현재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및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2023년 쉬인은 25억 달러(약 3조 2800억 원)의 이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며, 이는 1년 전보다 150%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 쉬인은 진정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제3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인수했다. 지난 8월, 패스트 패션 브랜드 포에버21(Forever 21)의 모회사 SPARC그룹을 성공적으로 인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10월 말에는 영국 패션유통그룹 프레이저(Frasers Group) 산하 패스트패션 브랜드 미스가이디드(Missguided)를 인수했다. 가장 최근에는 영국 패션브랜드 턉샵(Topshop)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처럼 쉬인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패션업계의 큰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  3.TIKTOK     사진 소후 글로벌 숏폼 열풍의 주역 틱톡(TIKTOK)에 쇼핑 기능을 더한 틱톡 샵(TikTok Shop)이 미국과 영국,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세를 확장하고 있다. 틱톡 콘텐츠에서 태그를 클릭하면 곧장 관련 제품의 구매 페이지로 이어지는 형태로, 틱톡 플랫폼을 통한 고객 유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정부가 SNS를 통한 전자상거래 업무를 금지했다. 이에 틱톡샵은 인도네시아에서 운영을 잠시 중단해야 했고, 10월 구매자 방문량이 62.5% 폭락하는 등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이때 틱톡은 시선을 미국 시장으로 돌려 공력을 집중했다. 2023년 9월, 틱톡은 미국에 틱톡샵을 론칭한 후, 틱톡 홈 화면에 전용 상점 탭 노출, 라이브 커머스 쇼핑, 쇼핑 및 광고 크리에이터 제휴 프로그램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앞서 틱톡은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Shopify)와 손잡고 쇼핑 기능을 개발해왔다. 그밖에 클라우드 컴퓨터 서비스 제공업체 세일즈포스(Salesforce) 등 미국 현지 기업과 협력을 통해 결제와 배송 등 서비스 기능을 최적화했다고 알려졌다.  ━  4.AliExpress   사진 콰징뎬상왕 알리바바 산하 알리익스프레스(速賣通, AliExpress)의 경우, 한국 시장을 중점 공략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에 처음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2023년 3월 빠른 배송 서비스 ‘초이스’를 국내에 선보이며 해외 직구의 단점을 보완했다. 이후 광고모델로 마동석 배우를 내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10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에서 지마켓(Gmarket)을 제치고 3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자리에 올랐다. (1위 쿠팡, 2위 11번가)   특히 지난 솽스이(雙11, 광군절)에는 주요 포털사이트 배너와 텔레비전 광고, 지하철 스크린 도어 광고판,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등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의 ‘광군절 페스티벌’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짝퉁 이미지 개선을 위한 위조 감별 시스템을 도입하고, 내년 한국 물류 센터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계적인 가성비 열풍이 중국업체 해외진출의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상증권(浙商証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부터 미국 및 유럽 지역의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가성비 좋은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산업망의 저렴한 제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한, 떨어질 줄 모르던 해운 운임이 서서히 안정을 찾으면서 해외 운송 비용이 절감됨에 따라,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저가 전략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 것인가는 이들 업체 모두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낮은 가격은 품질 저하와 플랫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들 중국 플랫폼에서 판매된 제품은 저품질과 허위광고 등의 문제로 이용자들의 비판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 해외진출 4대장의 확장세만큼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 앱 보안 이슈와 품질 문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가성비의 시대, 본토를 넘어 해외 시장 접수에 나선 중국 플랫폼 4대장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2.12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