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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혁신 기업가들의 인생을 바꾼 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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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업가들은 책을 스승으로 삼는다. 그들은 기업 경영에 필요한 지혜와 해답을 책에서 얻는다.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을 운영하는 수장들은 어떤 책에서 영감을 얻을까? 샤오미의 레이쥔,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메이디그룹의 팡훙보, 넷이즈의 딩레이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책을 소개한다.

📚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실리콘밸리의 불(Fire in the Valley) |마이클 스웨인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의 인생을 바꾼 책은 ‘실리콘밸리의 불(Fire in the Valley)’이다. 우한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레이쥔은 1987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이 자신의 창업 열정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실리콘밸리에서 잉태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컴퓨터로 창업의 꿈을 실현하고 세상을 바꾼 이야기를 접한 레이쥔은 책을 읽은 후 벅찬 마음을 추스리지 못해 우한대 운동장 트랙을 밤새 걸었다고 회고한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왼) ‘실리콘밸리의 불(Fire in the Valley)’(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왼) ‘실리콘밸리의 불(Fire in the Valley)’(오)

“우리가 꿈꾸던 힘을 얻었고, 그 힘으로 우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대에 살고 있다…. 큰 뜻을 품은 자는 마땅히 대가를 받고, 이상을 가진 자는 억만장자가 되는 시대다.” 레이쥔은 ‘샤오미’ 창업으로 책의 서문에 등장하는 구절을 실현한 기업가가 됐다. 레이쥔은 제품 발표회나 공식 석상에서 ‘스티브 잡스’의 팬이자 롤모델임을 밝히며,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이 책에 대해 종종 언급했다.

2010년 창업한 샤오미는 가격 대비 고품질의 IT 제품을 내놓으며 '대륙의 실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에는 첫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며 2023년 출하량 기준 세계 3위의 스마트폰 공급업체(시장 조사 기관 IDC 자료)로 올라섰다. 레이쥔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레이쥔은 지난 17일, 중국 관영방송과 인터뷰에서 “내 생애 마지막 창업”이라며 “샤오미 전기차를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밝혔다. 지난 28일에는 자동차기술컨퍼런스를 열고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를 공개했다.

📚 바이트댄스의 장이밍(张一鸣)
아직도 가야할 길(少有人走的路)|스캇 펙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의 바이트댄스 창업주 장이밍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대학 시절 책을 사는 데 연간 1만 3000위안(약 236만 원)을 썼으며 스스로를 '정보 습득 강박 환자'라 묘사할 정도다. 그런 장이밍의 인생책은 〈아직도 가야할 길(少有人走的路)〉이다. 미국 작가 스캇 펙이 쓴 이 책은 삶의 갈등과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심리분석 기법을 다룬다. 특히 이 책에서는 더 가치있고 장기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즉각적인 만족을 포기하는 '지연 만족감'에 대해 강조한다.

바이트댄스의 장이밍(왼)과 책 '아직도 가야할 길(少有人走的路)'(오)

바이트댄스의 장이밍(왼)과 책 '아직도 가야할 길(少有人走的路)'(오)

장이밍은 웨이보에서 지연 만족감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만족감의 본질은 인간의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고, 그 약점을 극복하는 것은 더 많은 자유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장이밍은 대학 시절 때도 게임이나 카드 놀이, DVD 감상처럼 즉각적인 즐거움과 쾌락을 주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지연 만족감을 발휘해 큰 성공을 이룬 일도 있다. 그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오늘의 톱뉴스)를 창업하고 텐센트로부터 80억 달러 인수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장이밍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흔히 창업-인수-현금 흐름을 만들어 '젊은 부자'가 되는 것이 당시 IT 창업가의 궤적이었으나, 그는 만족을 미뤘고 이 성공을 발판으로 2016년 틱톡(더우인)을 선보이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장이밍은 “우리가 맞닥뜨리는 유혹과 어려움, 막막함이 모두 삶 자체이자 중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만족을 미루는 이들이 이 평범한 중력에서 벗어나 비범한 운명을 살게 된다고 말한다. 장이밍은 2023 포브스 백만장자 순위(글로벌) 26위에 올랐다. 그의 자산은 434억 달러(약 55조 8124억 원, 포브스, 12월 28일 기준)로 추산된다.

📚 메이디그룹 회장 팡훙보(方洪波)
사람아 아, 사람아(人啊, 人!)|다이허우잉

메이디그룹의 팡훙보 회장은 2015년 모교 졸업식의 연설자로 나서 자신에게 충격을 안겨준 첫 번째 책이 '사람아 아, 사람아'라고 밝혔다. 이 책은 중국의 현대소설 작가인 다이허우잉(戴厚英)의 작품으로 문화대혁명의 참상을 11명의 인물이 돌아가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고발한다. 팡훙보는 책에 나오는 "인격이 운명을 결정한다(性格决定命运)"라는 문장이 가슴 깊이 박혔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구절을 늘 새기고 업무에도 적용했다. 일례로 1998년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가전업체 간 '에어컨 전쟁'서 팡훙보는 영업팀을 지휘해 판매량 90만대, 판매 증가 속도 200%를 달성하며 업계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얻는데, 당시 현장에서 영업 사원들을 교육할 때 '인격이 운명을 결정하고, 생각이 성패를 가른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메이디그룹 회장 팡훙보(왼), 책 '사람아 아, 사람아'(오)

메이디그룹 회장 팡훙보(왼), 책 '사람아 아, 사람아'(오)

팡훙보는 평사원에서 17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오른 범상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창업자인 허샹젠 전 회장은 2009년 은퇴하며 40대 초반의 팡훙보 당시 부회장을 그룹 회장에 임명했다. 화동사범대 사학과 출신의 팡훙보는 1992년 메이디에 입사해 회장 사무실에서 사내 신문 및 잡지 출판, 임원 연설문과 보고서 작성을 담당했다. 회장의 최측근에서 보좌한 경력은 그에게 기회가 됐다. 1995년 공리를 전속모델로 발탁해 제작한 광고는 메이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 해 팡훙보는 메이디 광고 부문의 경리, 2000년 에어컨 부문 사장, 2001년 그룹 부회장을 역임하며 초고속 승진 신화를 써내려 갔다. 팡훙보는 메이디를 세계 최대 가전업체로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 넷이즈 창업주 딩레이(丁磊)
내 인생의 전반부(我的上半生)|장중머우(모리스 창)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 基业长青)|제임스 콜린스, 제리 포래스

넷이즈 창업주 딩레이는 2권의 책을 '삶의 방향'을 바꿔준 책으로 꼽는다. 첫 번째 책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창업주 장중머우(張忠謀)의 '내 인생의 전반부', 또 다른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경영평론가인 제임스 콜린스와 제리 포래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이다.

딩레이(왼)/ 책 '내 인생의 전반부'와 책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딩레이(왼)/ 책 '내 인생의 전반부'와 책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딩레이는 넷이즈(NetEase)를 창업할 당시 장중머우의 '내 인생의 전반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인정하며 "쉰 여섯의 인생 선배도 열정적으로 무엇인가 하는데 왜 스물 여섯 청년은 왜 하면 안 되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또 다른 책인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 제품에 대한 딩레이의 심층적인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 딩레이는 2003년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두 가지 인사이트를 얻는다. 돈을 버는 것 이상의 핵심가치와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야 기업이 오래 갈 수 있다는 것, 위대한 기업은 매일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할 수 있도록 어떻게 향상시키고 있는가?' 자문하기 때문에 경쟁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딩레이가 이끄는 넷이즈는 레드오션 사업군에 제품을 내놔도 품질력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 관리자 및 임원진에게 실질적인 방향성과 지침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6년간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IBM, 월마트, HP, 프록터앤갬블, 디즈니 등 100년에 가까운 기업 역사를 가진 18개 기업을 선정해 이들 회사의 초기 창립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기업 전략, 조직 구성, 기업 문화, 프로세스 설정, 후임자 교육 및 기타 측면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샤오미의 레이쥔 역시 이 책에 감명 받아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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