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원작을 녹여 먹인다" 中법정 피고석 끌려나온 AI 그림,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최근 그림 원작자 4명이 샤오훙수(小紅書·중국 SNS 플랫폼)를 법원에 제소했다.

최근 그림 원작자 4명이 샤오훙수(小紅書·중국 SNS 플랫폼)를 법원에 제소했다.

세계적으로 AI 지식재산권이 핫 이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자사의 뉴스를 부당 이용했다는 이유로 MS와 오픈 AI를 제소하기도 했다. 주요 콘텐트 제공자들은 자기 재산이 혹 AI에 유용되지 않을까 더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고, AI 관련 회사들은 지재권 소송 대응팀을 꾸리는 등 대응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2월 4일부터 8일까지 ‘한-세계 지식재산기구(WIPO) 인공지능(AI) & 지식재산(IP)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등 AI 시대 지재권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지재권에 관한 한 후진국이라는 중국은 AI 분야에서 후진국 멍에를 벗어날 수 있을까?

중국 최초 AI 모델 라이브러리 침해 사례 

최근 그림 원작자 4명이 샤오훙수(小紅書·중국 SNS 플랫폼)를 법원에 제소했다. 이 회사의 AI 페인팅 분야 자회사인 Trik이 자신들의 원작을 무단으로 훈련 데이터로 사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원작과 매우 유사한 그림을 생성해 창작자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한 사건이다.

우리는 샤오훙수의 AI 모델 라이브러리를 침해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중국 최초로 AI 기술을 남용한 회사를 피고석에 세우겠다.

삽화가 정반칭퇀쯔(@正版青團子)가 11월 29일 웨이보(微博·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스쉐위아(@是雪魚啊), 화화더윈단펑칭(@畫畫的雲淡風輕), 레드말차(@RedMatcha)와 샤오훙수의 AI 페인팅 모델 Trik간의 비슷한 소송도 동시에 입안되었다. 원작자 4명은 샤오훙수의 모회사인 Xingyin Information Technology (Shanghai) Co., Ltd. 와 Trik Software의 운영 회사인 Ipsilon Information Technology (Beijing) Co., Ltd. 를 공동으로 고소했다.

'우리는 샤오훙수의 AI 모델 라이브러리를 침해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라고 삽화가 정반칭퇀쯔가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우리는 샤오훙수의 AI 모델 라이브러리를 침해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라고 삽화가 정반칭퇀쯔가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AI 그림이 왜 피고석에? 

이 물음에 답하려면 올해 8월로 되돌아가야 한다.

8월 1일, 삽화가 스쉐위아는 웨이보에 샤오훙수 Trik이 AI 모델에 원본 그림을 제공했다고 글을 올렸다. AI 제품은 빅데이터를 사용하여 모델을 훈련하며 이 프로세스는 ‘피딩(feeding)’이라고 한다. 스쉐위아의 웨이보에 따르면 샤오훙수가 요즘 많은 사람의 그림을 AI 모델에게 먹이고 심지어 그 자체가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삽화가 스쉐위아는 샤오훙수 Trik이 AI 모델에 원본 그림을 제공했다고 웨이보에 글을 올렸다.

삽화가 스쉐위아는 샤오훙수 Trik이 AI 모델에 원본 그림을 제공했다고 웨이보에 글을 올렸다.

왼쪽은 정반칭퇀쯔, 오른쪽은 Trik AI의 그림이다.

왼쪽은 정반칭퇀쯔, 오른쪽은 Trik AI의 그림이다.

삽화가 정반칭퇀쯔는 올해 8월부터 AI의 저작권 침해 혐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친구와 샤오홍수 팔로워로부터 자기 작품과 매우 유사한 그림들을 발견했다는 DM을 받았고 확인해 보니 모두 샤오훙수의 Trik이 만든 그림이었다. ‘샤오홍수의 Trik이 원작을 녹여서 AI 모델에게 먹인다’라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다며 실제로 많은 그림 속 배색 요소나 화면 스타일이 자신의 그림과 매우 흡사한 것이 많아 노력까지 표절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가운데는 작가의 원본 작품, 오른쪽은 AI가 제작한 그림으로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운데는 작가의 원본 작품, 오른쪽은 AI가 제작한 그림으로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삽화가 화화더윈단펑칭이 웨이보에 올린 사진이다. 가운데는 작가의 원본 작품, 오른쪽은 AI가 제작한 그림으로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화화더윈단펑칭은 자기 작품과 Trik이 만든 작품 사이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Trik AI가 원작을 녹였을 뿐만 아니라 샤오훙수에 올린 작가의 그림도 마음대로 수정한다고 주장한다.

넉 달이 지난 지금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샤오훙수에 등록된 Trik AI 공식 계정이 사라진 것이다. 각종 앱스토어에서도 Trik AI 계정을 검색할 수 없다. 작가들의 분노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해도 될까. 8월 파문이 불거지자, 침해당한 작가들이 작품 업데이트 중단이나 양도 공지를 샤오홍수에 줄줄이 올렸다. 많은 이용자도 ‘금지 AI’ 아이콘을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며 침해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심지어 ‘반(反) AI’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딥러닝인가 표절인가? 

올해 3월 독립적인 대형 모델 팀을 준비한 샤오훙수는 AIGC(AI 제작 콘텐트 )의 상륙과 탐색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4월에는 중국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AI 페인팅 애플리케이션 Trik을 출시했다. 클릭 한 번으로 사용자가 올린 사진이나 그림을 예술적인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Trik은 작가의 승인 없이 원본 이미지를 사용하여 톤, 붓질, 구성 등 측면에서 원본 이미지와 유사한 수많은 AI 이미지를 생성한 것으로 의심된다.

AI 모델 키우기는 정말 어려워⋯ 

- 많은 양의 그림과 텍스트에서 언어 묘사와 예술 그림의 상관관계를 AI 모델에 학습시킨다.

- 무작위로 시작하지만, 끊임없는 연습과 수정 끝에 AI는 결국 인간의 경험과 지식이 심미적으로 잘 일치하는 완제품을 만든다.

AI 이미지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기존 이미지를 짜깁기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오랜 기간 그림 그리기 훈련을 거쳐 ‘재창조’한 것과 유사하다. 바이두 원신이거(文心一格,AI 아트·크리에이티브 보조 플랫폼)의 관련 담당자는 신커두(鋅刻度)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두는 사진 저작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향후 플랫폼에서 공개한 AI 제작 사진이 원작자의 권익을 침해할 때 불만 신고 채널을 통해 관련 권리자에게 권리 구제책을 제공해서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관련 위험을 안고 있다. AI 모델에게 데이터를 떠먹이는 주체는 보통 사람인데 침해 위험을 피하려면 회사와 특정 감사 직위가 데이터 소스에서 필터링 및 선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향후 AI 그래픽 침해에 대해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판결

이 사건은 AI 그래픽 본질에 관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삽화가 정반칭퇀쯔는 AI 이미지 생성이 일종의 표절이라고 주장한다. AI는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일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클릭 한 번으로 작품 제작이 가능해서는 안 된다. 어떤 스타일을 배우거나 베끼기가 쉬워지면 아무도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왼쪽은 Trik AI, 오른쪽은 화화더윈단펑칭의 그림

왼쪽은 Trik AI, 오른쪽은 화화더윈단펑칭의 그림

소송이 제기된 후 샤오훙수는 합의를 원했다. 하지만 관련 창작자들은 “해당 사건을 판결문에 남겨 향후 AI 그림과 창작자 간 저작권 분쟁의 참고 사례가 되길 바란다”라며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AI 관련 입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챗 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중국 AI 보안 거버넌스 관련 법안도 점차 진전되고 있다. 올해 8월 15일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를 위한 임시 조치(《生成式人工智能服務管理暫行辦法》)가 발효되어 서비스 제공자의 규범과 법적 책임을 명확히 했다. 지난 10월에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한 기본 보안 요구 사항(《生成式人工智能服務安全基本要求(征求意見稿)》)이 발표되어 AI 개발을 위한 보안 지침을 제공하기도 했다.

양측간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AI 지재권 분야에서 후진국 멍에를 벗어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다. 업계 관심이 Trik 소송에 모아지는 이유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