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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첫 전기차, '대륙의 실수'인가 아니면 '또 다른 짝퉁'인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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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오미의 첫 번째 전기차 SU7의 측면. 샤오미 자동차(小米汽車)

샤오미의 첫 번째 전기차 SU7의 측면. 샤오미 자동차(小米汽車)

지난달 28일 베이징...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의 첫 번째 전기차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샤오미 창립자 레이쥔(雷軍) 회장이 직접 전기차 'SU7'을 발표했다.

"향후 15~20년간 꾸준히 투자해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가 되겠다. 포르쉐, 테슬라에 필적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거듭나겠다.”

레이쥔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해당 콘퍼런스가 끝나자, 주가는 5% 이상 하락하며 마감했다.

'SU7'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포르쉐 타이칸 너무 닮았네…

한 네티즌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샤오미 SU7(아래)과 포르쉐 타이칸(위)의 디자인이 유사하다며 비교 영상을 게시했다. 웨이보(微博)

한 네티즌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샤오미 SU7(아래)과 포르쉐 타이칸(위)의 디자인이 유사하다며 비교 영상을 게시했다. 웨이보(微博)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선 샤오미 SU7의 자체 설계가 유명 브랜드들의 자동차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微博)에 "샤오미 SU7의 전면 디자인은 포르쉐 타이칸, 전면 헤드라이트 부분은 맥라렌 765LT, 옆모습은 포르쉐 파나메라, 후면 라이트는 링컨 MKZ를 닮았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SU7의 자체 전면부와 측면 설계에서 유사한 부분이 여럿 발견되었으나, 샤오미 SU7의 차체 디자인도 개성 있다"라며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한편, 샤오미의 독특한 외관 디자인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레이쥔 회장이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 본사의 외장 디자이너로 활동한 경력을 가진 샤오미 전기차 디자이너 처우전(仇臻)을 소개하고 있다. 중금재선(中金在線)

레이쥔 회장이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 본사의 외장 디자이너로 활동한 경력을 가진 샤오미 전기차 디자이너 처우전(仇臻)을 소개하고 있다. 중금재선(中金在線)

네티즌들의 이 같은 반응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레이쥔 회장은 기술 콘퍼런스에서 자동차 디자인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레이쥔 회장은 “샤오미의 디자인 팀은 BMW 최초의 중국 디자이너 리톈원(李田原)과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 본사의 외장 디자이너 처우전(仇臻) 등 매우 재능 있는 디자이너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히며 샤오미의 디자인팀을 치켜세웠다.

혁신은 어디에?

레이쥔 회장은 콘퍼런스에서 '최초의 기술', '유일한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자체 개발한 핵심 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다. 2만 7,200rpm 성능을 가진 전기모터 '슈퍼 모터 V8s'부터, 샤오미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고전압 배터리', 또 '스마트 캐빈'까지.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으나 콘퍼런스 자리에 있던 업계 종사자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동종업계 타 업체들 대비 더 뛰어난 혁신 기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콘퍼런스를 끝까지 관람한 한 네티즌은 “샤오미 SU7의 기술력이 타 제조사와 비슷한 수준”이라 밝히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샤오미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 슈퍼 모터 V6'를 공개하고 있다. 중금재선(中金在線)

샤오미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 슈퍼 모터 V6'를 공개하고 있다. 중금재선(中金在線)

레이쥔 회장은 “모터의 핵심은 회전수에 있다면서 회전수가 높을수록 전기차의 최고 속도도 높아진다”고 강조하며 SU7에 탑재된 모터의 회전수를 자신 있게 발표했지만, 샤오미 SU7의 회전수는 21,000rpm으로 타 제조사와 비슷한 수준 회전수를 보여줬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의 경우 21,000rpm, 중국 전기차 제조 기업 지커(Zeekr)에서 내놓은 ‘001 FR’은 20,620rpm, 화웨이와 체리 자동차가 합작해 만든 ‘럭시드(智界) S7’은 22,000rpm의 회전수를 보인다. 화웨이 측은 ‘럭시드 S7’이 실제로는 25,000rpm의 회전속도를 낸다면서 3,000rpm은 현재 잠겨진 상태라고 밝혔다.

샤오미는 2025년에 ‘V8s 슈퍼 모터’를 추가 출시하여, 27,200rpm을 달성해 업계 1위 자리에 오를 거라 밝혔지만, ‘그것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이란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고전압 배터리를 공개했다. 중금재선(中金在線)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고전압 배터리를 공개했다. 중금재선(中金在線)

또 샤오미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800V 고전압 배터리를 발표했으나 이미 시장엔 비슷한 수준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가 꽤 많이 출시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지커(Zeekr) 007’, 샤오펑 모터스의 ‘G6’, IM 모터스의 ‘LS6’가 바로 그것이다. 해당 배터리 탑재 시 샤오미 SU7의 주행거리는 중국 CLTC 측정 기준 800km를 달릴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미 중국 시장에 출시된 지커007의 주행거리는 870km로 샤오미를 뛰어넘는다.

결국 가격이 관건

샤오미의 오랜 팬이었다는 한 네티즌은 소셜미디어에 “샤오미의 장점은 샤오미 생태계, 브랜드 영향력, 디자인, 성능이지만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었다”면서 “가격을 밝히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을 마쳤을 때 상당히 허탈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가가 하락으로 전환한 이유다.

‘가성비’, ‘대륙의 실수’의 대명사였기에, 현재 많은 소비자는 샤오미 자동차에도 ‘가성비’를 기대하고 있지만, 레이쥔 회장의 여러 행보를 봤을 땐 중저가 모델로 출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2023년 2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의 샤오미 레이쥔 회장의 모습(왼쪽)과 이번 콘퍼런스에서의 모습(오른쪽). 콰이커지(快科技)

2023년 2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의 샤오미 레이쥔 회장의 모습(왼쪽)과 이번 콘퍼런스에서의 모습(오른쪽). 콰이커지(快科技)

레이쥔 회장은 평소 프레젠테이션에서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었던 것과는 달리, 해당 콘퍼런스에서는 정장과 구두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기존 가성비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분석이다.

또 레이쥔 회장은 구체적인 가격은 밝히지 않은 채 “동종 스펙을 가진 자동차는 40만 위안 이상은 한다”며 “14만 9,000위안(약 2,700만 원)도 말이 안 되는 가격”이라 덧붙였다. SU7은 '고성능 세단'이라면서 가성비 모델이 아님을 계속해서 어필했다.

지난 2일, 레이쥔 회장은 SU7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웨이보에 올렸다. 한 네티즌이 “가격을 몰라서 경쟁 모델이 어느 자동차인지 모르겠다”고 댓글을 달자, 레이쥔 회장은 “50만 위안(약 9,200만 원) 내에 적수가 있나요?”라고 맞받아쳤다

레이쥔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전문가들은 샤오미가 중고급 전기차 시장을 노릴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로고(왼쪽)와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회사 BYD의 로고(오른쪽). AFP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로고(왼쪽)와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회사 BYD의 로고(오른쪽). AFP

최근 몇 년간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중고급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중국 내 중고급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앞으로 중고급 전기차 시장의 침투율이 높아짐에 따라 수요가 점차 포화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중국자동차제조업협회(CAAM)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30만 위안(약 5,500만 원) 이상의 전기차 판매 비율은 13.4%로, 누적 판매량은 259만 대였다. 30만 위안 이상의 중고급 전기차가 여전히 시장에서 적은 비율을 차지하며, 수요는 여전히 30만 위안 미만 구간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의 한 경제 전문가는 “현재 대부분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중저가 모델들이 적자를 보고 있다”라며 “배터리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 BYD와의 직접적인 경쟁은 피하는 것이 신생 전기차 회사의 관례였으나, 샤오미는 테슬라와 BYD가 독점 중인 중고급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샤오미 전기차와 비슷한 포지션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는 니오(NIO)의 상황은 좋지 않다. 니오는 지난 3분기 30만 위안 이상의 고급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45%에 달하고, 40만 위안 이상의 시장 점유율이 77.6%를 넘어섰지만, 니오는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2월 29일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 12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애플을 추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이두(百度)

2021년 12월 29일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 12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애플을 추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이두(百度)

2021년 말 3년 내 애플을 추월하겠다고 밝혔던 레이쥔, 애플을 추월하기는커녕,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지는 중이다.

중국의 한 경제 전문가는 “샤오미 자동차는 전기차 분야의 신인으로서 현재 특별한 이점을 지니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전기차 시장은 기술력뿐 아니라 시장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샤오미는 중저가 시장을 개척해야만, 향후 20년 내 세계 5대 제조업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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