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중국 시장 6대 소비 트렌드 전망

    2024년 중국 시장 6대 소비 트렌드 전망

    추세를 파악해서 먼저 행동하자 2024년 중국 소비 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일까? ‘이성 소비’의 추세가 올해도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소비 시장은 양극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분 전환과 힐링 목적의 소비가 늘어나는 한편, 라이브 커머스로 인한 유통망 재편성과 지방 소도시의 생활서비스 잠재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지 매체 타이메이티(鈦媒體)의 보도를 바탕으로 2024년 중국 소비 트렌드 전망을 들여다본다.   ━  1. ‘이성 소비’ 열풍 지속    지난해에는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성 소비’ 열풍이 불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브랜드를 보고 구매 결정을 하기보다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태도로 제품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각 플랫폼 별로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자 리뷰를 꼼꼼히 확인한 뒤 결정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이처럼 신중한 소비 트렌드 속에서, 품질이 우수하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가성비 제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24년에도‘싸고 질 좋은’ 상품을 추구하는 분위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산층 소비자의 이성적 소비관은 도시 지역 소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  2. ‘기분 전환용’ 소비 확산    〈2023 청년 소비 연구(2023青年消費調研)〉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절반 정도가 ‘기분 전환’을 위해 선뜻 지갑을 여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단순히‘제품 사용’을 목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하는‘체험’을 위해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조사에 따르면, 64%의 소비자가 정신적 소비를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젊은 세대일수록 그 경향이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얻는 기쁨과 즐거움을 중시함에 따라, 기능적인 측면 외에 제품이 가진 정서적 가치, 비주얼, 문화 등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2024년에도 이러한 정서적 소비의 형태가 더 확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3. 소비의 ‘양극화’    2024년에도 새해를 기점으로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중국 소비자는 글로벌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통한다. 2024년에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시장은 여전히 글로벌 명품 시장의 핵심 지역이 될 전망이다. 다만, 점유율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소비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이른바‘준 명품’으로 인식되는 브랜드의 제품 가격이 점차 저렴해지는 등 할인 행사를 통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브랜드로 변모하고 있다. 가성비가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관건이 되고 있어서다.   패션 리서치 플랫폼 리스트(Lyst)가 발표한 명단에서 2023년‘연간 최고 히트 핸드백’으로 선정된 유니클로 가방은 99위안(약 1만 8000원)으로, 역대 선정 제품 가운데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싼 제품을 살 수는 있지만, 비싸게 살 수는 없다’는 것이 중국인의 소비관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이에 따라, 주요 명품 브랜드는 가격을 인상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가격 인하로 판매를 늘리는 소비의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시장의 판도를 재편성할 전망이다.  ━  4. ‘라이브 커머스’의 유통망 재편성    라이브 커머스가 확산하면서 기존 유통망을 재편성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브랜드 신뢰도에 버금가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라서다.   기존에는 제품이 공장-브랜드-매장-소비자의 순으로 유통됐으며, 소비자는 대개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그러나 라이브 커머스가 보급된 이후, 실시간 방송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라이브 커머스 진행자)가 추천하는 제품이 사랑을 받게 됐다. 내가 좋아하고 믿는 인플루언서가 추천한다면,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한편, 브랜드의 중간 개입은 줄어들면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전해지는 유통망과 공급망이 단축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향후 업계에 큰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다.  ━  5. ‘지방 소도시 생활서비스’ 잠재력 폭발    대도시와 농촌 사이의 접점으로서 지방 소도시가 중국 경제 발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중국 소비 시장이 점차 회복되면서, 소도시 주민의 소비 잠재력이 각광받고, 이들 지역의 생활서비스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2023년)는 중국 〈현(縣) 비즈니스 3개년 액션 플랜(2023~2025년)〉의 첫 번째 해였다. 중국 상무부 등 9개 부처는 오는 2025년까지 전국에 500개 안팎의 비즈니스 소도시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최근 지방 소도시 공략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만 봐도 소도시 경제가 지닌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  6. ‘사람 냄새’ 나는 힐링 여행 인기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점차 살아나는 가운데, ‘사람 냄새나는 여행’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명승고적을 찾아 떠났던 전통적인 여행과 달리, 몸소 현지인의 일상을 체험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또, 다수의 소비자가 붐비는 인기 여행지보다는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도시 특유의 IP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일례로, 2023년 드라마 〈바람이 머무는 곳(去有風的地方)〉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촬영지였던 윈난(雲南)성 다리(大理)가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마찬가지로, SNS에서 핫한 지역 음식이나 음료 브랜드 등도 여행 수요를 집중시키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3.12 07:00

  • 'AI반도체 거물' 젠슨 황 "나는 부모님의 꿈과 야망의 산물"

    'AI반도체 거물' 젠슨 황 "나는 부모님의 꿈과 야망의 산물"

    요즘 마약보다 구하기 힘들다는 물건이 있다. 엔비디아(NVIDIA)의 인공지능(AI) 반도체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거래일보다 3.18% 급등한 887.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에 이어 미 증시 시총 3위 자리에 올라섰다. 엔비디아는 AI 시대가 올 것을 알았던 걸까? 엔비디아를 오늘로 이끈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황런쉰·黃仁勳, 61)의 창업, 역경, 성공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가 보도된 가운데 그가 스스로를 설명한 한 문장이 눈에 띈다.   나는 부모님의 꿈과 야망의 산물이다 몇 해 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이 어떤 가정 환경에서 양육되었는지, 그의 부모는 어떤 이력을 가진 사람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대만 타이난 출신인 젠슨 황은 5세에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건너가 4년 가량 거주하다, 9세에 부모 없이 한 살 터울의 형과 함께 미국에 살고 있던 외삼촌 집에 가게 된다.   젠슨 황의 부친인 황싱타이(黃興泰)는 대만의 명문대인 국립성공대학(國立成功大學)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황싱타이는 미국의 에어컨 제조사인 캐리어(Carrier) 대만지사에서 근무하던 중 직원 연수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미국의 번영, 진보, 높은 수준의 환경을 목도한 황싱타이는 마음 속으로 ‘두 아들을 반드시 미국에서 교육 시키겠다’라고 다짐한다.     그날 이후 젠슨 황의 모친인 뤄차이슈(罗采秀)는 아들을 미국에 보내기 위해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젠슨 황은 과거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영어를 잘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사전에서 영어 단어 10개를 무작위로 선택해 형과 나에게 철자와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라고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내가 정답을 말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품은 꿈과 어머니의 야망 때문”, “부모님께 진 빚이 많다”고 덧붙였다.       젠슨 황과 아내인 로리 밀스. 젠슨 황의 부모는 두 아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약 2년 후인 1974년 미국 오리건주로 이민했다. 당시 태국 상황이 내전으로 혼란스러웠던데다 두 아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외삼촌 집에서 기거할 수 없는 상황들이 겹쳤다. 대만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이른바 ‘맹모삼천지교’를 실현했다. 젠슨 황의 탁월함은 양친의 식견과 지원에서 비롯된 부분이 적지 않다.   부친 황싱타이는 지역에서 소문난 수재로 명문대를 졸업한 엔지니어였으며, 모친 뤄타이슈는 타이난 지역의 명문가 자녀로 고등 교육을 받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놀랍게도 뤄타이슈 집안에는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I 반도체 기업 AMD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사 수(蘇姿丰, 쑤쯔펑)도 있다. 리사 수는 젠슨 황의 모친인 뤄타이슈의 오빠 쑤춘화이(蘇春槐)의 손녀다. 즉, 젠슨 황과 리사 수는 당숙·종질(5촌) 관계다. 지난 11월 CNN은 "공개된 기록, 신문 보도, 과거 사진 등을 조사하고 젠슨 황의 친인척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AI 반도체 기업 AMD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사 수와 젠슨 황(왼) 바이두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의 외가 가계도   친족 관계인 대만의 한 집안에서 AI 반도체 거물이 둘 씩이나 나오는 것을 우연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반도체 전쟁’을 쓴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경제는 반세기에 걸쳐 전자제품, 칩 조립·설계·제조 등 반도체 산업에 집중돼 왔다”며 “대만 출신 청년들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진로를 고민해왔고 젠슨 황과 리사 수 역시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냈어도 이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젠슨 황의 부모는 그에게 넓은 세상을 경험할 기회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도 제공했다. 2007년 상하이 둥팡위성TV 보스쇼(Boss Show, 波士堂)에 출연한 젠슨 황은 “부모님은 내게 항상 정직할 것,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며 “부모님의 지지와 충분한 사랑 덕분에 어려움 속에서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미 공영라디오방송(NPR)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오네이다 침례교 기숙학교에서 3년 넘게 화장실 변기 닦는 일을 전담했다”며 “힘든 시간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정말 사랑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2019년에 이 학교 건축비로 200만 달러(약 26억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4차 산업 혁명의 상징적 인물이 된 젠슨 황. 부모가 남긴 유·무형의 유산이 오늘의 그를 만든 가장 단단한 주춧돌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2024.03.11 07:00

  • 닛케이지수 사상 최고치…배후엔 열 받은 중국 투자자 있었다?

    닛케이지수 사상 최고치…배후엔 열 받은 중국 투자자 있었다?

    지난 5일 항저우의 한 증권사 객장의 시황표 앞에서 한 여성이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18일 지난해 외국인의 중국 직접투자액이 전년 대비 82% 감소한 수치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1945년 이후 명실상부 세계 패권국이 된 미국의 도전국은 어떤 나라들이었나. 우선 미국과 냉전을 치른 소련이 있었다. 이념으로 세계를 양분한 두 나라의 경쟁은 단절적이었다. 안보에선 각기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기구라는 두 블록을 세워 적대했고, 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마셜 플랜, 소련은 코메콘을 통해 동맹국들의 생존과 성장을 도왔다.   그다음 경쟁국은 일본이었다. 2차 대전 패전국으로 전락한 일본을 미국은 전략적 목적으로 부흥시켰고, 일본은 경제 대국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에 막대한 무역 적자를 안겼고 부동산 투자로 하와이와 미 본토 랜드마크 건물들을 사들였다. 견디다 못한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환율을 조정했고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이후는 중국이다. 1970년대 초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손을 잡은 미국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2001년 미국의 주선으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 본격적으로 국제경제 무대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미국에 자국 생산품을 수출해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고 이 돈으로 미국 국채를 매집, 미 정부의 최대 채권국이 됐다. 2012년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후론 미국과 체제·군사 경쟁을 벌어기 시작했다.   확실히 지금의 형세는 미중 경쟁 구도다. 앞으로도 이 구도가 이어질까. 4일 중국의 정기국회 격인 양회(兩會)가 개막했다. 리창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를 통해 지난해 보고 때와 동일한 5%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경제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시장은 실망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곧바로 뉴욕 유가와 홍콩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언론들은 부양책 없는 고성장률에 ‘결여된 야심’이란 반응이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이번 발표는 계획 없는 목표에 불과하다"며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이해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많은 전문가들도 “공격적인 소비 진작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2049년까지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두 개의 백 년’ 목표는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는 미 CBS와 인터뷰에서 인구 감소 등을 거론하며 "중국 경제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2~4%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2035년까지 GDP를 2020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중국의 목표는 15년간 연평균 4.7%의 성장을 필요로 한다. 반면 미국의 지난해 명목 GDP 성장률은 6.3%로 중국(4.6%)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 학계에선 ‘피크 차이나(Peak China·현재의 중국이 정점이란 의미)’ 담론이 득세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1월 "미국 경제가 왕좌를 내려놓은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상황과 비교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지난달 26일 일본 증시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3만9185포인트로 마감하며 ‘버블 경제’ 시절이던 1989년 12월 29일 세운 사상 최고치 3만8915를 넘어섰다. 4일 오전에는 장중 4만264선까지 치솟으며 4만 대를 돌파했고 6일 현재도 4만 대를 기록 중이다.   ‘거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2800억 엔(약 2조5000억원)을 일본 증시에 투자해 최소 80억 달러(약 10조원)를 벌어들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버핏은 2020년부터 일본 주식에 투자해 왔다. 그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2019년부터 투자한 일본 무역회사 5곳은 지난달 말 기준 수익률 185~402%를 기록했다. 월가를 비롯한 각국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로 몰리고 있다.   특히 자국 주식 시장에 분노한 중국인 투자자들도 한몫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대규모 중국 자금이 다양한 펀드를 통해 일본 증시로 유입됐다. 이 자금의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잃어버린 30년’의 원인이 된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다. 부동산 버블이 터진 후 일본의 주택 가격은 평균 20~30%, 최대 60%까지 떨어져 2012년 저점을 찍었다. 현재는 도쿄의 주택 가격이 지난 2년간 상승해 일본 주택 시장에 투자한 업체들이 수익을 내고 있다. 월가뿐만 아니라 홍콩 대형 펀드, 캐나다 부동산 플랫폼 등이다. 알리바바의 마윈도 일본에서 부동산을 샀다고 한다. 2020년 이후 중국인들의 일본 부동산 투자는 2019년 이전에 비해 2~3배 증가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 전략은 과거 일본의 성장 모델을 세밀히 연구한 산물이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후 재건을 시작한 일본은 부족한 자국 시장을 넘어서 해외 수출에 사활을 걸었다. 자국민의 소비를 억제하고 생산품을 최대한 외국에 내다 팔았다. 이렇게 해서 무역흑자와 높은 저축률을 달성했다.   이런 수출주도형 모델이 장기간 운영되자 상대국들은 무역 적자를 견딜 수 없게 됐고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이미 경제 대국이 된 일본은 내수를 확대하는 기조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특히 부동산 개발과 투자에 주력했다. 너도나도 빚을 내 집을 사 모았다. 미래 소득을 현재로 앞당겨 사용하는 부채에 의존한 방식이다. 부동산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투자가 과잉되면서 디플레이션과 버블 붕괴에 빠졌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엔화 절상을 통해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은 것에 주목했다. 엔화 절상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가 무너진 것이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를 가져온 근본 원인으로 판단했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은 중국은 위안화 환율 방어를 가장 중요한 경제 원칙 중 하나로 여겼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과거의 일본처럼 부동산 시장 포화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본과는 다른 전략을 중국에 대입했다고 분석한다. 시진핑의 ‘중국몽’을 위협으로 판단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이민 카드는 관세전쟁이었다. 트럼프의 대 중국 책사인 중국계 미국인 마일스 위(중국명 위마오춘·余茂春)의 아이디어로 알려져 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불신하되 검증하라(distrust but verify)’로 요약한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 정계는 ZTE와 화웨이 제재 등 초당적으로 중국에 대한 적대 수위를 높였다. 중국이 외교 무대에서 서방과의 체제 경쟁 기조를 잇따라 천명함에 따라 미국과 주요 자유주의 국가들은 인권 문제 등을 내세워 각종 경제 제재로 중국을 압박했다. 이런 상황은 일본이 겪지 못한 것들이다. 결국 중국이 뚫어야 할 돌파구는 국내 수요를 활성화하는 것인데 이번 양회에서 구체적인 부양책을 발표하지 않자 국제 시장이 실망하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깊이 얽혀 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은 남하하는 러시아 세력을 막기 위해 일본을 내세웠다. 이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일본의 러일 전쟁 승리도 없었을 것이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중국과 함께 일본을 물리쳤다. 전후 중국이 공산화되고 소련이 동아시아를 붉게 물들이려 하자 이번엔 일본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견제했다. 1970년대 초 소련 견제라는 공동 목표 아래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자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졌다. 대신 미국은 일본과 경제적으로 경쟁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도왔다. 이젠 중국·러시아를 대적하기 위해 또다시 일본의 힘을 빌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일본과 중국 경제의 명암엔 이런 배후 사정이 개입돼 있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4.03.08 06:00

  • 미중 AI 패권 경쟁, ‘여기’에서 판가름 난다

    미중 AI 패권 경쟁, ‘여기’에서 판가름 난다

    엔비디아(NVIDIA)와 소라(Sora) 2024년 새해 큰 화제를 모은 이 둘은 모두 AI로 귀결된다. 2023년 본격화한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 AI 반도체의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실적과 주가 모두 크게 뛰어올랐다. 소라는 2023년 챗 GPT 열풍을 불러일으킨 오픈 AI가 1년 만에 발표한 동영상 생성 모델로, 텍스트 기반 AI를 뛰어넘은 확장성으로 전 세계에 또 한 번 큰 충격을 안겼다.  저우훙이(週鴻?) 중국의 인터넷 보안 업체 360 창업자다. “미중 AI 격차의 관건은 기술 방향 확정에 달려 있다. 일단 방향을 확정하고 나면, 1~2년이내에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보안 업체 360 창업자 저우훙이(週鴻祎)는 지난 2월 23일 환구시보(環毬時報)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24년은 중국의 AI 응용의 해로서, 수많은 기업이 대규모 모델을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이 지금 챗 GPT를 뛰어넘는 대규모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일부 수직 분야에서 챗 GPT를 뛰어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평했다.   지난 2월 15일, 오픈 AI가 새로운 인공지능 시스템 소라를 발표했다. 소라는 이용자가 제시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동영상을 생성하는 시스템으로,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저우훙이는 이에 대해, “오픈 AI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비밀 무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자신의 SNS에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또, AI 분야에서 미중 간에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며, 과학기술 경쟁의 최종 관건은 인재의 밀집도와 업계의 경험치라고 언급했다.   “저는 줄곧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격차를 알아야만 따라잡을 수 있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모든 면에서 앞선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저우훙이는 정확한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기차 개발을 사례로 들었다. 앞서 일본의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테슬라는 순수 전기차를 택했다. 중국의 비야디(比亞迪, BYD)는 테슬라의 방향을 택했고, 현재 판매량 면에서 테슬라와 1~2위를 겨루는 전기차 회사가 되었다. 향후 전 세계가 따라 하고, 표준으로 삼게 될 정확한 방향을 택해야 하는 이유다.   소라가 세계에 미칠 파급력과 전망에 관해, 저우훙이는 소라의 동영상 생성 기능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소라가 동영상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그 안에 든 자료, 즉, 실제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 현실 세계의 상호작용을 학습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소라가 로봇, 자율주행 분야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저우훙이는 전망했다.   챗 GPT 출현 이후, 중국에서도 바이두(百度)를 비롯한 여러 업체가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중국의 대규모 모델은 보안과 규제에 대한 의구심이 큰 장벽으로 꼽힌다. AI 윤리와 관련 규제가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보안 이슈로 시끄러운 중국이 만든 대규모 모델을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하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저우훙이는 “전 세계의 대규모 모델은 모두 보안 이슈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어떻게 신뢰성을 보증할 것인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 개발 이후, 소액의 비용을 지불해 작업을 대신시키고, 심지어는 가짜 영상을 만들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AI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법을 찾는 것이 현재 글로벌 업계의 난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AI의 핵심 구동력으로 데이터와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컴퓨팅 파워는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AI 경쟁을 좌우하는 요소로 여겨진다. 챗 GPT 등장 이후 엔비디아가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것도 다 이 덕분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발표한 2023년 4분기 매출은 221억 달러(약 29조 원)로, 동기 대비 265%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챗 GPT 열풍 이후 컴퓨팅 파워 수요가 많이 늘어났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른바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향후 AI 컴퓨팅 파워 산업망에 투자 기회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에서도 AI 칩셋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리서치(艾瑞咨詢)에 따르면, 2022년 약 385억 위안(약 7조 1100억 원) 규모였던 중국의 AI 칩셋 시장은 오는 2027년 2164억 위안(약 39조 9700억 원)으로 크게 확장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컴퓨팅 파워 국산화가 AI 산업 발전의 추세가 될 것이라고 현지 업계는 판단한다. IDC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AI 가속기 출하량은 약 109만장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 점유율이 85%로 가장 높았고, 이어 화웨이(10%)와 바이두(2%) 순이었으며, 한우지(寒武紀)와 쑤이위안(燧原)이 각각 1%를 차지했다. 현재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것을 고려할 때, 향후 중국 시장에서는 컴퓨팅 파워 국산화 추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3.05 07:00

  • "3시간 거리를 20분 만에"... 中 '드론 택시' 세계 최초로 바다 건넜다

    "3시간 거리를 20분 만에"... 中 '드론 택시' 세계 최초로 바다 건넜다

    「  “하늘길로 출퇴근, 머지않아!” 」 지난 27일 펑페이항공(峰飛航空·AutoFlight))에서 개발한 5인승 전기 수직이착륙기 ‘성스룽(盛世龍)’이 선전시 서커우 크루즈 모항을 출발하고 있다. 증권시보(证劵时报) 지난 27일 중국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가 세계 최초로 ‘바다 횡단’에 성공했다. 이날 하늘은 날아오른 무인 항공기는 중국 스타트업 펑페이항공(峰飛航空·AutoFlight)사에서 개발한 5인승 전기 수직이착륙기 ‘성스룽(盛世龍)’으로 광둥성 선전(深圳)시에서 주하이(珠海)를 잇는 운항 노선 시범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두 도시 간의 거리는 55km. 차량으로 약 3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성스룽’은 단 20분 만에 주파했다. ‘성스룽’의 최고 시속은 200km에 달하고, 최대 비행거리는 250km로 알려졌다.   *전기수직이착륙기(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eVTOL): 전력을 사용하여 수직으로 호버링(hovering), 이륙 및 착륙하는 항공기를 말하며, 특징으로는 ‘전동’, ‘수직 이착륙’, ‘자율비행’을 꼽을 수 있다.   시연을 선보인 선전시 서커우(蛇口) 크루즈 모항의 상공은 여러 비행체로 분주했다. 대형 항공기와 헬리콥터가 쉴 틈 없이 지나가는 가운데, 수직이착륙기까지 하늘에 더해지면서 헬리콥터와 수직이착륙기가 함께 겹치는 독특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20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된 펑페이항공은 대형 수직이착륙기의 포문을 연 선두 업체 중 하나로, 다년간 축적된 기술력으로 대형 화물용 무인 항공기를 주력으로 생산해 내고 있다. 펑페이항공의 수직이착륙기는 자체 개발한 프로펠러를 채택해 ‘수직 이착륙’과 ‘고속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3년 3월 펑페이항공의 수직이착륙기는 단 한 번의 충전으로 250.3km를 비행해 2톤급 수직이착륙기 중에서 최장 비행 기록을 경신한다. 또 2023년 8월에는 ‘성스룽’ 항공기 3대로 편대 비행을 성공시키며 펑페이항공의 남다른 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펑페이항공이 그들의 첫 번째 운항 노선을 선전시에 개통한 속내는 무엇일까?  ━  '저고도 경제' 적극 지원 나선 선전시   지난 27일 펑페이항공의 수직이착륙기 두 대가 바다를 횡단하고 있다. 증권시보(证劵时报) 펑페이항공의 수석 부사장 셰자(謝嘉)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선전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저고도 경제 정책을 발표했다”면서 “정책이 가장 개방적인 곳부터 수직이착륙기의 상용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항로 신설 이유를 설명했다. *저고도 경제(低空經濟): 민간의 유인/무인 항공기를 활용해 여객/화물 수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고도 비행 산업을 가리킨다. 실제로 선전시는 저고도 경제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23년 초 선전은 ‘저고도 경제’를 정부 업무 보고에 포함하면서, 저고도 경제 중심지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또 작년 10월에는 ‘경제특구 저고도 경제 산업 촉진 조례’를 발표하면서 저고도 경제 발전을 위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한다.   또 선전시는 수백 개에 달하는 수직이착륙기 전용 항로와 수천 개의 버티포트(기체 이착륙을 위한 기반 시설)를 추가로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은 규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선전시의 무인 항공기 시장은 900억 위안(약 16조 9433억 원)으로 평가되어, 전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를 보여줬으며, 2023년 선전시는 77개 구간에 저고도 항로를 신설, 73개의 버티포트를 건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화물 운송용 무인 항공기의 경우 작년에만 60만 회의 비행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선전시에는 약 1300개의 수직이착륙기 관련 업체가 밀집해 있으며, 수직이착륙기 연구 개발, 생산, 제조 및 판매 등 모든 분야와 관련된 기업이 분포되어 완벽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편도 3만 7000원... 기존 택시보다 싸네?"   펑페이항공(峰飛航空·AutoFlight)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선전-주하이 항로의 운영을 맡은 헬리콥터 운영업체 둥부퉁항(東部通航)측은 티켓의 편도 가격이 200~300위안(약 3만 7000원~5만 5000원) 정도로 측정될 것이라 밝혔다. 현재 선전에서 주하이까지 가는 고속버스 티켓 가격은 100위안(약 1만 8000원), 초쾌속선 가격은 200위안(약 3만 7000원)인 점을 생각하면 가격이 매력적이다.   펑페이항공의 수직이착륙기 ‘성스룽’의 경우 부품 국산화율 100%를 달성해 비용 절감을 이뤄냈다. 중국교통협회 비서장 류리보(劉立波)는 “해당 항공기에 탑재된 배터리와 각종 센서는 모두 선전에서 개발한다”면서 “선전이 해당 분야에서 상업적 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언급했다.   헬리콥터에 비해 단순한 기계 구조도 비용 절감에 한몫했다. 수직이착륙기는 순수 전기로만 구동되어 기름과 연료 필터 유지 보수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헬리콥터를 띄우기 위해서는 여러 명의 지상 근무 요원과 고임금을 받는 헬리콥터 조종사를 갖춰야 하지만, 수직이착륙기의 경우 안전요원만 배치하면 운행이 가능해 적은 인건비로도 운용이 가능하다고 펑페이항공 관계자는 밝혔다. 펑페이항공 수석 부사장 셰자는 “헬리콥터의 경우 유지보수비용만 연간 수천만 위안에 달한다”면서 “성스룽의 경우 배터리만 제외하면 유지 보수 비용이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직이착륙기를 당장 타볼 수는 없을 실정이다. 펑페이항공 측은 “우선 화물 항로를 운용하면서, 2026년까지 감항인증(TC 인증)을 받은 후, 여객 운송 서비스를 운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또 펑페이항공은 “향후 2년간 비행 실증, 상업 노선 운용,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을 것”이라 언급했다.   한편 현재 무인 화물 운송 분야에선 중국이 이미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규모 물류업체 에스에프익스프레스(順豐速運)과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京東)은 이미 7, 8년 전부터 무인 화물 운송기에 대한 개발과 상용화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조종사 없이 사람 태우는 여객 운송 서비스의 경우 인명피해와 직결되어 있어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한 후에야 정식 서비스가 가능할 예정이다.   중국남부교통 경제위원회 사무총장 류리보는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높은 수준의 교통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인 항공기의 경우 민항기에 비해 더 많고, 복잡하다”면서 “이 분야의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백지상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체계적인 교통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항공기를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2024.03.05 07:00

  • "사진 못 지우겠어"…정보 쟁여두는 당신은 '전자 햄스터'?

    "사진 못 지우겠어"…정보 쟁여두는 당신은 '전자 햄스터'?

    전자 햄스터는 최근 중국에 나타난 새로운 유행어다. 실용적인 영상을 보면 바로 '좋아요'를 누르고 소장하고 싶은가?   친구와 찍은 사진들은 지우기가 아까워 모두 앨범에 남기는가?   무료 강의를 볼 때면 각종 클라우드 플랫폼에 저장만 하고 보지도 지우지도 않는가?   위 질문 중 하나 이상 자신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당신도 아마 '전자 햄스터(電子倉鼠)'일 가능성이 크다. 전자 햄스터는 최근 중국에 등장한 새로운 유행어로 이 현상은 디지털 사재기(數字囤勣)라고도 한다. 소화할 틈 없이 닥치는 대로 정보를 사재기하는 데 보통 클릭해서 저장만 하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저장 공간은 늘 각종 정보로 포화상태다.   이 모습, 왠지 낯이 익다. 마치 먹이를 저장해두는 햄스터 같지 않은가?  ━  우리 모두 전자 햄스터?    디지털 사재기의 핵심은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때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도 힘도 들지 않으니, 사람들은 우선 저장부터 하고 본다. 작년 ‘중국 청년 연구(China Youth Study, 중국 월간지)’는 디지털 사재기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는 기사를 발표했다. 그 중 첫 번째는 물건을 실제로 사재기하는 것과 같이 본능적인 수집 습관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들은 사탕 포장지, 인형 등 좋아하는 장난감을 수집하고 노인들은 좋아하는 간식을 냉장고에 비축해 두거나 신문 모으는 것을 즐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우표나 각종 입장권, 립스틱, 랜덤 박스 쟁이기가 흔하다. 여기서 디지털 사재기의 핵심은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때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도 힘도 들지 않으니, 사람들은 우선 저장부터 하고 본다.   두 번째는 자기 주도적 학습 인식 때문이다. 강좌나 도서 등 사람들의 학습 욕구를 자극할 만한 디지털 자료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쏟아지는 자료들을 보면 왠지 저장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들기 쉽다.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어쨌든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무언가 시작하려는 첫발은 뗀 셈이니 이를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기도 한다.   디지털 사재기가 일어나는 세 번째 이유는 오늘날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보 폭발로 인한 지적 초조함을 느끼게 하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저장하지 않으면 배우지 못한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 영어로는 ‘Fear of missing out’로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 디지털 사재기를 한다. 디지털 사재기 현상이 지속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보 과부하가 나타날 것이다. 전자 햄스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지식을 다음 세 단계로 선별해서 흡수해야 한다.    첫째, 새로운 답변이다.   새로운 지식이 등장했으니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답(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만은 오랫동안 존재해 온 문제다. 최근 의학계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일부 GLP-1 약물이 식욕을 억제하여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체중 감량 업계의 새로운 해답이 되었다. 대부분 사람에게 저장된 스크린 캡처, 커리큘럼 및 자료는 보통 ‘새로운 답변’ 차원에 머물러 있다. 이런 종류의 지식은 주로 정보량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더 많은 정보와 사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많은 양의 정보를 마주하면 전부 소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잘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소홀히 할 수도 있다.   둘째, 새로운 답변을 새로운 질문으로 해석해야 한다.   사고는 우리로 하여금 이미 알려진 답의 불완전성을 깨닫게 하고 새로운 질문들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건강한 식습관에 관한 기사를 읽을 때 식습관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더 나아가 건강한 식습관에 관한 연구와 탐구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지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다.   셋째, 새로운 문제보다 한 단계 높은 새로운 분류다.   새로운 분류는 대량의 새로운 질문과 대답을 기반으로 한다. 이때 지식의 체계적인 결합과 통합, 그리고 독자적인 지식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넓히고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식습관에 관한 심층 연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식생활 원칙을 세우고 새로운 건강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다. 바이두 디지털 사재기에 대처하려면 우리의 지식 처리 수준을 지속해서 향상해야 한다.   정보의 수집과 저장에 만족할 뿐만 아니라 사고를 통해 지식을 문제 해결 능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지식은 정적인 축적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지속해서 발전하는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장한 모든 정보가 쓸모없다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양의 정보는 실제로 우리에게 풍부한 자료와 영감을 제공한다. 관건은 이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기적으로 즐겨찾기를 정리하고, 쓸모없는 정보는 과감히 삭제하며, 가치 있는 정보는 깊이 있게 처리하고 적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전자 햄스터 현상을 무턱대고 두려워하거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현상의 이면에 반영된 지식 처리의 문제점을 인식해야 한다. 깊이 생각하고 체계적으로 학습함으로써,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도전에 더 잘 대처하고, 지식 사재기를 지혜의 축적으로 바꿀 수 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4.03.03 07:00

  • 나흘간 116만 명 몰렸다…관광지로 급부상한 中 대형마트는 어디?

    나흘간 116만 명 몰렸다…관광지로 급부상한 中 대형마트는 어디?

    2월 14일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팡둥라이(胖東來) 타임스퀘어. 팡둥라이상무그룹(胖東來商貿集團) 지난 14일 이른 아침부터 팡둥라이(胖東來) 타임스퀘어 앞으로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영업 시작 전부터 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사람들로 매장 앞 광장엔 1.5km 안팎의 긴 줄이 생겼을 정도다. 살을 에는 한파도 이들을 막지 못했다.   중국의 허난(河南)성 쉬창(許昌)시. 대형 슈퍼마켓 ‘팡둥라이(胖東來)’가 새로운 관광 핫스폿으로 급부상했다.   쉬창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춘절 연휴 8일간 쉬창시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196만 명, 이 중 팡둥라이에 방문한 방문객 수는 무려 11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창시에 방문한 관광객 중 절반 이상이 팡둥라이를 방문한 셈이다.   기존 백화점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 ‘팡둥라이’에 중국인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마음을 사로잡는 '한 끗' 차이…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고객 서비스    팡둥라이 타임스퀘어에선 총 7종의 쇼핑카트를 제공하고 있다. 소후(搜狐)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7종류의 쇼핑카트가 고객을 맞이한다. 일반 쇼핑카트, 대용량 쇼핑카트, 2단 쇼핑 카트, 어린이용 미니 쇼핑 카트, 유모차 형태의 쇼핑카트, 어르신용 쇼핑카트까지 제공한다. 특히 노인용 쇼핑카트엔 돋보기와 간이 의자가 장착되어 있어 편리함을 더했다.   다른 쇼핑몰에선 찾아보기 힘든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과일 코너엔 오렌지 껍질을 벗길 수 있는 ‘오렌지 필러’부터, 육식 코너엔 일회용 장갑, 각 코너 옆엔 어르신들이 상품 성분표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돋보기를 갖춰 놓았다. 상품 가격표에 제품 정보가 상세히 표기되어 있다. 제품 원가를 붉은색으로 표시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소후(搜狐) 팡둥라이는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매장에 비치된 모든 상품의 원가와 마진율을 투명하게 가격표에 표시했다. 또 신선 식품 판매대엔 상품 등급, 원산지, 숙성도, 당도 등의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공급업체 정보, 공급업체 전화번호까지 구체적으로 제공해 고객이 정보에 기반을 둔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백화점 내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반려동물 센터와 모유 수유실이 있다. 반려동물 센터에서는 반려동물 보관 서비스를 제공해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반려동물을 위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모유 수유실에선 유아용 침대, 우유 온열기, 소독 캐비닛, 세척 도구 등 모유 수유에 필요한 모든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화장실도 고객들 사이에선 인기다. 호텔 화장실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함께, 세면대엔 가전제품 업계에서 에르메스로 불리는 다이슨의 ‘원홀 수전 겸용 핸드드라이어’가 설치되어 있다. 또 빗, 면봉, 핸드크림 등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다양한 용품들이 마련되어 있어, 사용자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  팡둥라이 '성공 신화' 주역은 매장 직원들…그들은 어떻게 회사와 사랑에 빠졌나?   팡둥라이 톈스청(胖東來天使城) 또 팡둥라이는 모든 상품에 대해 무조건 교환·환불을 보장하는 정책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쉬창일보(許昌日報) 따르면 의류나 생활용품을 구매하고 소비자가 만족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반품할 수 있으며, 영화 티켓을 구매한 후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경우에도, 영화 상영이 끝난 후 20분 이내에 티켓을 환불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팡둥라이는 "직원이 행복해야,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직원 복지를 높이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팡둥라이 관계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직원들의 최소 월급은 5000위안(한화로 약 93만 원) 이상으로, 동종 업계 대비 20% 높은 금액을 받고 있다. 또 팡둥라이는 임직원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마다 휴점을 시행하고 있으며, 모든 직원에게 매년 30~40일의 유급 연차 휴가를 제공해 직원들의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한다. 팡둥라이 관계자는 “현재 임직원들의 연간 휴일 수는 140일 정도”라고 밝히며 “스위스가 할 수 있는 일은 팡둥라이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매장 내에서도 직원들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계산대 직원에게는 의자를 제공해 고객이 없을 때는 앉아서 쉴 수 있도록 했고, 야외 부스에는 에어컨과 난방장치를 설치해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했다.   팡둥라이만의 특별한 복지도 있다. 직원이 고객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00~5000위안의 '고충 처리 보상금(委屈獎)'을 제공한다. 팡둥라이 관계자는 “직원이 고객의 무례한 행동을 제지하다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경우 500위안(약 9만 3000원)의 고충 처리 보상금을, 고객에게 폭언과 욕설을 들으면, 2000위안(약 36만 원)의 보상금을, 매장 내에서 고객에게서 신체적 피해를 볼 경우 5000위안(약 93만 원)의 고충 처리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팡둥라이는 은퇴한 직원에게도 예우를 아끼지 않았다. 팡둥라이는 매년 은퇴한 직원들에게 설 선물을 보내는데, 이 사실은 팡둥라이에서 은퇴한 직원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13년간 팡둥라이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이 네티즌은 “은퇴 후 매년 팡둥라이에서 설 선물을 보내주고 있다”라며 “팡둥라이의 일원이었던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팡둥라이 창립자 위둥라이(於東來)는 한 연설에서 “많은 사람이 팡둥라이의 성공을 해석하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며 심지어 본인조차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위 회장은 "팡둥라이가 유명해진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며, 우린 단지 조금 더 친절하고 진실할 뿐"이라 언급했다.   1995년 3월 위둥라이에 의해 중국 허난성 쉬창시에서 설립된 팡둥라이상무그룹(胖東來商務集團)은 처음엔 술과 담배를 파는 작은 동네 구멍가게로 시작했으나, 지난해 팡둥라이의 영업이익은 100억 위안(약 1조 80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방문객의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팡둥라이는 오히려 매장 수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30여 개였던 매장은 2014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폐쇄를 시작으로 현재 10개 지점만 남아있다. 팡둥라이 관계자는 “매장 확장보다는 기존 매장에 전념하여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허난을 벗어나 타 지역으로 매장을 확장할 생각이 없느냐"의 한 매체의 질문엔 위둥라이 회장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답했다.   차이나랩 정황지 에디터

    2024.02.29 07:00

  • 팬데믹 3년의 변화, 중국 10대 빅 테크 기업 현주소 어디?

    팬데믹 3년의 변화, 중국 10대 빅 테크 기업 현주소 어디?

    팬데믹 3년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그 3년 사이, 중국 빅테크 기업의 위상도 사뭇 달라졌다. 바이트댄스(字節跳動)는 광고수입으로 알리바바(阿浬巴巴)를 넘어섰고, 전체 매출로는 오랜 적수였던 텐센트를 제쳤다. 핀둬둬(拼多多)는 한때 시총으로 알리바바를 앞서며,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고, 알리바바는 1년여에 달하는 장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팬데믹 3년 후, 중국 10대 빅 테크 기업의 현주소를 2주에 걸쳐 소개한다. (무작위 순)   ①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팬데믹 3년의 변화, 중국 10대 빅 테크 기업 현주소 ①  ━  6. 바이두(百度, BAIDU)    바이두 최근 바이두는 대규모 모델, 즉 중국판 챗 GPT 개발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바이두 CEO 리옌훙(李彦宏)은 중국 빅테크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대규모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바이두 고위급 경영진은 대규모 모델을 최근 주춤하던 바이두가 다시 중국 빅테크 기업의 선두로 재기할 수 있는 관건으로 삼았다.   2023년 10월, 바이두는 자체 개발 대규모 모델 ‘원신(文心) 4.0’의 종합적인 수준이 챗 GPT-4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업계의 평가는 사뭇 달랐다. 바이두 대규모 모델이 특색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 여타 회사들이 개발하는 대규모 모델과 비교했을 때 강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으며, 챗 GPT-4와의 격차는 여전하다고 분석한다.   지난 한 해, 바이두의 주가는 4% 올랐다. 알리바바, 메이퇀 등 중국 빅테크 기업과 비교하면 선방했지만, 약 60% 상승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동종업계 미국 기업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2024년 새해에도 바이두는 생성형 AI, 대규모 모델에 승부를 걸었다. 앞으로 한 해 동안 바이두가 얼마나 많은 시장에서 승기를 잡느냐에 따라 바이두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  7. 앤트그룹(螞蟻集團, ANT GROUP)   앤트그룹 2023년 연말, 중국 인민은행이 앤트그룹이 제출한 지배 구조조정을 승인했다. 창업자 마윈(馬雲)의 의결권은 53.46%에서 6.21%로 줄었고, 그 밖의 9명의 주주가 나머지 47.25%의 주식을 나눠 가졌다. 마윈의 지배권이 사라지면서, 무기한 중단됐던 앤트그룹의 IPO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난 2020년, 앤트그룹은 상하이와 홍콩에 동시 IPO를 계획 중이었다. 이를 통해 350억 달러(약 45조 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당시 마윈이 정부의 규제를 비판한 일로 중국 당국의 눈밖에 나면서, 앤트그룹의 IPO는 무산됐다. 이후 앤트그룹은 중국 당국의 주요 규제 대상이 되어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었다.   일련의 구조조정을 거친 후, 2023년 상반기 앤트그룹의 이윤은 1년 전의 185억 위안(약 3조 4100억 원)에서 158억 위안(약 2조 9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룹에서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신용대출 업무가 규제를 받았고,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위어바오(餘額寶)의 규모도 자의 반타의 반으로 규모를 줄이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했다.   지난 2020년 10월 말 기준,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는 4128억 달러(약 550조 원)였으나, 3년 뒤인 2023년 10월 말에는 400억 달러(약 53조 원) 미만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  8. 핀둬둬(拼多多, PDD)    핀둬둬 2023년, 대다수 중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하락할 때, 핀둬둬는 반대로 상승가도를 달리며 주가가 약 80% 가까이 뛰었다. 나스닥에서 미국 다수의 빅테크 기업을 앞서기도 했다.   핀둬둬는 창립 초기부터 저가 전략을 내세워 승부를 걸었던 전자상거래 기업이었다. 최근 테무(TEMU)로 미국 및 해외 시장을 공략해 큰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친 후,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도 핀둬둬의 독자적인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2023년 핀둬둬의 자회사 테무는 약 50개 국가에 진출해, 2억 700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GMV 180억 달러(약 24조 원)를 기록하면서, 1년 사이 경쟁 업체 쉬인(Shein)이 10년간 쌓아 올린 규모를 달성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 슈퍼볼 광고에 수백억 원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알리바바와 징둥도 각각 저가 전략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승자는 핀둬둬였다. 2023년 11월, 핀둬둬의 시총이 처음으로 알리바바를 뛰어넘었다. 당시, 핀둬둬의 시총 1900억 달러(약 253조 3000억 원)는 규모로 치면 4.5개의 징둥에 해당했다.  ━  9. 넷이즈(網易, NET EASE)    넷이즈 2021년 2월, 중국 주식이 전반적으로 정점을 찍을 때, 넷이즈의 시총은 메이퇀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러나 약 3년 후, 넷이즈는 메이퇀을 제치고 시총이 4번째로 높은 중국 빅테크 기업이 됐다.   넷이즈가 메이퇀을 넘어설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전환기를 맞이한 게임 업계에서 넷이즈의 게임이 안정적인 성과를 낸 덕분이다. 주요 게임으로는 장안환상(蛋仔派對), 스트리트볼 올스타(全明星街毬派對), 전봉극속(巔峰極速), 역수한(逆水寒)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중국 게임 업계에서는 이용자들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예전에는 마이너한 영역으로 여겨지던 서브컬처, 여성향 게임 등이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콘텐트와 스토리텔링적 요소가 중요해졌는데, 이러한 부분이 마침 넷이즈의 강점이었던 것.   그밖에, 일일 액티브 사용자 수가 각각 7억 명과 1억 명에 달하는 틱톡과 빌리빌리(哔哩哔哩, bilibili)도 넷이즈의 이용자 유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넷이즈 관계자는 완뎬레이트포스트(晚點, LatePost)와의 인터뷰에서 장안환상과 스트리트볼 올스타의 성공에 틱톡의 트래픽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  10. 콰이서우(快手, KUAISHOU)    콰이서우 콰이서우는 숏폼 업계 경쟁사 틱톡과의 전쟁을 멈추고 자기만의 루트를 찾아 나가는 모양새다. 지난 2023년 2분기, 콰이서우는 순이윤 14억 위안(약 2584억 원)을 기록하며 IPO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일 액티브 사용자 수도 3억 860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러한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었던 요인은 콰이서우가 벤치마킹 타깃을 틱톡에서 핀둬둬로 바꿨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콰이서우가 숏폼 플랫폼이기는 하지만, 핀둬둬의 저가 전략을 참고하고 있다고 내부 관계자는 털어놓았다. 콰이서우 CEO 청이샤오(程一笑)는 지난해, “지방 시장은 중저가 시장이 아니라, 인구가 가장 많고, 면적이 가장 넓으며, 잠재력이 가장 큰 블루오션”이라고 평했다.   한편, 지난해 콰이서우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2023년 8-11월, 기존 직급체계를 조정하는 등 IPO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핀둬둬는 2023년 동네 공동구매(社區團購) 시장에서도 메이퇀을 앞서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2.27 07:00

  • ADHD 진단에 "오히려 좋아"…중국 청년들 안도하는 까닭

    ADHD 진단에 "오히려 좋아"…중국 청년들 안도하는 까닭

    게티이미지 요즘 중국 인터넷에서 ‘성인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라는 단어가 화제다. 그런데 중국에는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아이러니하게도 안도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자신이 ADHD임을 커밍아웃하는 등 인증 글이 올라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성인 ADHD 확진' 검색 시 나오는 게시물. 왼쪽부터 'ENFP가 공유하는 나의 ADHD 경험', ‘ADHD 기억삭제/간헐적 기억 상실’, ‘성인도 산만증?! 6가지 성인 ADHD 증상’, ‘성인 ADHD 확진 공유: ENTP의 자기구제편’, 오른쪽 하단 연관 검색어에는 'adhd 발병률', '성인 adhd 확진', 'adhd 정서 문제'가 있다. ADHD 진단을 받고 나니 제 인생 전부가 설명되는 것 같았어요.  제 잘못이 아니라 ADHD여서 그런 거였어요.  10월은 ADHD 인식의 달(ADHD Awareness Month)이다. 2004년 미국에서 시작된 ADHD 인식의 달 캠페인이 북미를 넘어 이제 아시아에서도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베이징대학교 제6 병원, 세계 ADHD 연맹 및 몇몇 기관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외래 환자를 무료로 진료해 주며 ADHD와 ‘세계 ADHD 인식의 달’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한 젊은이는 병원에서 ADHD 진단을 받고 나니 오히려 마음의 짐이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 젊은이들이 성인 ADHD로 진단받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독특한 진단 판정 ‘붐’까지 일고 있다. ‘나는 원래 ADHD였어’라는 검색어는 주요 소셜 플랫폼에서 16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ADHD가 인터넷에서 화두로 떠오르며, 침묵하며 은신하던 성인 ADHD 환자들이 작지만, 긴밀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샤오훙수(小紅書·중국판 인스타그램), 더우반(豆瓣·중국의 대표적인 리뷰 사이트) 등의 플랫폼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증상과 치료 경험, 주의력 결핍 개선 방법, 새로운 ADHD 연구 결과 등을 공유한다. 동시에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해시태그 '나는 원래 ADHD였어' 검색 시 나오는 게시물, 왼쪽부터 '갑자기 내가 성인 ADHD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ADHD 여성의 일상: 참을 수 없는 호기심'. ADHD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산만한 어린이’ 정도는 금방 떠올릴 것이다. ADHD가 주로 어린아이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맞지만 성인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인 ADHD 비율도 낮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 증상이 있어도 주변 어른들이 관련 지식이 부족하고 적절한 의료 자원이 없으면 제때 진단받고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기 쉽다. 이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ADHD를 앓고 있는 성인이 많다.   아동 심리 건강 전문가 왕위펑(王玉鳳)은 중국 내 성인 ADHD 환자 수가 2000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더 무서운 사실은 그다음이다. 미국 의학 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발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ADHD를 앓고 있는 성인이 일반인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약 3배 더 높다고 한다. 자기 삶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치매는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현대 사회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다. 치매 환자를 부양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은 더 나아가 한 국가의 경제마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  ADHD 진단을 반기는 어른들    -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있지 못한다. - 쉽게 주의가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 미루는 버릇이 심하며 난독증이 있다.   위 증상이 아이에게 나타난다면 많은 경우 ‘철이 없다’,‘장난이 심하다’ 등으로 잘 포장된 뒤 ‘어린이는 에너지가 왕성하니’,‘앞으로 주의하라’라는 말로 대충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성인은 다르다. 높은 효율과 자율 그리고 감정 조절이 요구되는 직장에서 해당 증상은 ‘철이 없다’고 귀엽게 봐주기 힘들다. ‘태도 불량’, ‘능력 부족’, ‘무책임’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비판과 비난의 화살이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은 자신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할 것이다. 이때 알게 된 ADHD 확진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겐 한 줄기 빛이다.  ━  진단은 끝이 아닌 시작    저와 달리 가만히 서서 음료를 기다리는 친구를 보니 제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작년 초 처음으로 자신의 다름을 직시하게 되었다는 옌밍(閆銘)이 한 말이다. 지난 8월 말 아이엘츠(IELTS) 시험 중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어 당장 진료받아야겠다고 결심한 옌밍은 그렇게 성인 ADHD 판정을 받았다.   ADHD 환자의 경우 과잉행동, 불안, 미루기, 기억력 저하 등 일반적인 특징 외에도 특정 순간에 ‘대단하다’라고 여겨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DHD는 보통 주의력 결핍 장애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어떤 시점에서는 비범한 집중력을 보이기도 하는데 옌밍은 ‘그림을 그릴 때’ 그랬다. 그녀는 그림을 그릴 때면 밥 먹는 것도 잊고 화장실도 참아가며 몇 시간이고 그림에만 몰두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녀는 예술 관련 일이 적합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ADHD를 이용하면 특정 분야에 남들보다 더 몰입할 수 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등 인물도 ADHD 환자였다고 한다. ADHD를 병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선물일 수도 있다고 옌밍은 말한다. 게티이미지 중국 온라인상에서 ADHD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ADHD 증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거나 ‘셀프 진단’을 내리는 사람도 자주 보인다. 정신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한 번쯤은 스스로를 충동적이거나 산만하다고 느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청년 세대의 웃지 못할 이런 현상을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중국 내 ADHD에 대한 사회 인식과 제도, 더 깊은 논의가 촉구되어야 할 것이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4.02.25 07:00

  • 이 악물고 세상에 펀치…50kg 감량 女배우가 일으킨 '갓생' 열풍

    이 악물고 세상에 펀치…50kg 감량 女배우가 일으킨 '갓생' 열풍

    올해 중국 설 연휴(춘제·春節) 박스오피스 승자는 ‘러라군탕(热辣滚烫·YOLO)’이다. 박스오피스 데이터 제공업체 마오옌(猫眼)에 따르면 22일 오전8시 기준 영화 러라군탕은 30억 6700만 위안(약 5664억 원)이상의 흥행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춘제 기간인 10일 개봉한 영화는 관객들의 높은 평점과 선플로 개봉 이후 관객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22일 기준 중국 본토 영화 역사상 박스오피스(수입 기준) 20위에 진입했다.   치열했던 설 연휴 중국 박스오피스 왕좌를 거머쥘 수 있었던 데는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자링(贾玲)의 역할이 주효했다.   일본 영화 〈백엔의 사랑(百円の恋)〉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한 여성이 자아존중감, 자애심(自愛心)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는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백수 생활을 이어오던 러잉(樂莹, 자링 분)은 직장 내 괴롭힘, 남자친구와 절친의 배신, 가족과의 부동산 갈등 등 온갖 풍파를 겪다 복싱을 접하게 된다. 습관적으로 남의 비위를 맞추고 상처만 받던 러잉은 복싱을 통해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재건(再建)되며 관객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실제로 주연배우인 자링은 영화를 위해 20kg을 중량했다가 50kg를 감량했다. 영화 초반부와 후반부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자링의 모습은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하며 화제가 됐다.   영화 촬영 기간 중 다이어트, 복싱 훈련, 연출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리고, 결국 해내고야 만 영화 밖 자링의 모습은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자링이 연기한 러잉이 스쿼트를 할 때, 펀치를 날릴 때, 땀을 비처럼 흘릴 때, 이를 악물고 버틸 때, 눈물을 흘릴 때의 그 모든 장면은 달리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러잉이 근육 라인을 뽐내며 문을 열고 나가는 미장센은 영화의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무엇보다 현 시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 것이 주효했다. 역대 최악이라는 중국 청년실업률, 회복되지 않는 경제 상황 등으로 ‘고생 끝 행복이 아닌, 고생 끝에 또 고생’인 중국 청년 세대의 어려움이 러잉의 고난과 맞닿아 있었던 것. 해피엔딩, 화해와 같은 진부한 설정없이 어려움이 닥치면 상처받고 쓰러지면서 그저 내일을 향해 걸어가는 서사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청년 관객들은 영화를 본 후 극중 대사와 OST 가사 속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소셜미디어(SNS)상에 공유하고 있다.   일부는 '날씬한 여성만 아름다운가? 세속적인 미의 기준이 또 등장했다'며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겼다고 비판했지만, 많은 관객들은 이 영화의 메시지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건강에서 시작된다", "자존감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온다"는 것에 더 호응하는 분위기다.   영화가 남긴 여운은 SNS 바이럴로 끝나지 않고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갓생(God+生)'살기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자신이 세운 계획, 자기계발을 수행하며 나를 지켜내고, 내 삶을 사랑하겠다는 움직임이다. 95년생 장씨는 중국둥팡망과의 인터뷰에서 “러라군탕을 보고 자링의 끈기와 '인생에서 한 번은 승리해보겠다'는 결심에 감동했다”며 “극장을 나온 후 바로 복싱 강습에 등록했다”고 덧붙였다.   메이퇀 데이터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복싱'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지난해 춘제 동기 대비 388.4% 증가했고, 댓글 수는 전년 대비 337.53% 증가했다. '성인 복싱', '복싱 체험 교실', '복싱 월 멤버십', '여자 복싱' 등의 키워드 검색량은 모두 지난해 춘제 기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또 영화 개봉 이후 텐진, 베이징, 상하이, 충칭의 복싱 클래스 공동 구매 매출은 지난 춘제 기간에 비해 각각 292.59%, 164.34%, 149.86%, 89.7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현지 매체인 치루완바오(齐鲁晚报)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지난(濟南)과 린이(臨沂)의 여러 복싱장과 피트니스 센터에 대한 문의가 크게 증가했으며, 일부 헬스장의 상담 건수는 영화 개봉 전주와 비교했을 때 63%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싱장의 경우 영화 개봉 이후 여성 회원 등록이 전년대비 20%가량 증가했으며, 지우우허우(95後, 95년 이후 출생자)와 링링허우(00後, 2000년 이후 출생자)가 대부분이라고 보도했다.   러라군탕을 내세워 수강생을 모으고 있는 중국의 한 휘트니스 센터의 배너. 인민일보(왼)/ 복싱장에서 복싱을 배우는 수강생. 순왕 아웃도어용품과 스포츠웨어 소비도 증가했다. 티몰 데이터에 따르면 피트니스화와 의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했고, 복싱 장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런닝복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케틀벨(프리웨이트 기구의 일종)매출은 전년 대비 930% 급증했고, 복싱 샌드백 및 글러브 매출도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라군탕은 반나절만 지나도 관심도가 떨어지는 온라인상에서 2주가량 '러라군탕(핫하고 매우 뜨겁다는 뜻)' 중이다. 관객들의 갓생살기 노력이 영화 속 주인공처럼 결과로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설령 또 실패할지라도 영화를 보고 나선 관객의 마음에 ‘의지의 횃불’을 켠 것만으로도 그 영향력은 충분했다는 평가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2024.02.24 09:00

  • ‘테무(Temu)깡?’ 한국 휩쓰는 中 쇼핑앱이 사기 구설에 오른 이유

    ‘테무(Temu)깡?’ 한국 휩쓰는 中 쇼핑앱이 사기 구설에 오른 이유

    중국의 온라인 상거래 기업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해 요즘엔 직구 쇼핑앱 테무(Temu)가 대세로 떠올랐다. 테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TV 중계에서 30초 분량 광고를 네 번 송출했다. 슈퍼볼 광고비는 30초당 650만 달러(약 86억7000만원)에서 700만 달러(약 93억4000만원) 사이로 초당 대략 3억 원꼴이다. 테무는 슈퍼볼 광고 후 미국 내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테무의 슬로건은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Billionaire)'다. 아무리 많이 구매해도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의미다. 의류는 1~5달러, 전자기기는 5~15달러 등으로 제품의 기본 가격 자체가 저렴하다. 핀둬둬 산하의 온라인 장터 플랫폼인 테무는 중국 현지 생산 업체와 세계 소비자를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직접 연결하여 저렴한 상품들을 대량으로 판매한다.   테무의 슬로건은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Billionaire)'다. 아무리 많이 구매해도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의미다. 테무 공식홈페이지 테무 플랫폼은 생산자가 자사의 상품을 테무 물류 창고로 배송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모두 관리해주는 완전 위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 책정, 마케팅, 판매, 배송 및 고객 서비스 등 생산 이후의 모든 과정은 전적으로 테무에 의해 처리된다. 전 세계 어디든지 61%의 확률로 9일 내에 상품이 도착하고, 91% 확률로 12일 안에 도착하는 빠른 배송 시간을 자랑한다. 2023년 10월, 한국에서도 출시 3개월 만에 신규 사용자 수 증가 1위 쇼핑몰 앱에 등극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더불어 싼 가격을 앞세워 경기 둔화 시기와 맞물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국내 테무 앱 이용자 수는 지난해 8월 52만 명에서 지난달 570만9000명으로 10배 급증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통계에 의하면, 지난달 테무 앱 신규 설치 건수는 222만1981건으로 전체 1위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1위를 유지 중이다.   이 테무가 한국에서 좋지 않은 구설에 오르고 있다. 신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을 살포하는 이른바 '테무깡'이 도마 위에 올랐다. 크레딧과 사은품을 획득하는 과정이 룰렛 게임 방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다른 사람을 신규 회원으로 가입시키도록 유도하는 방식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틱톡 등에서 '테무깡'을 검색하면 ‘다단계 사기 아니냐,’ ‘사행성 조작이다,’ ‘소비자 기망 행위다’ 같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30 세대 중심으로 테무에서 배달온 수십 개 상품 패키지를 풀어보는 모습을 동영상·사진으로 찍어 '테무깡'이라 이름을 붙여 공유하기도 한다. 예전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알리깡'이라는 말이 유행한 걸 연상케 한다. 알리에서 산 물건을 ‘언박싱’(개봉)하는 콘텐츠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클릭과 구독자 수가 금방 늘어나서 마치 '카드깡'하듯 수입을 쉽게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알리깡'이란 말이 생겨났었다. 요즘엔 테무가 한국 회원을 늘리기 위해 진행하는 이벤트에 끈질기게 참여해 물건을 공짜로 받는 행위를 '테무깡'으로 부르고 있다. 테무 제품을 언박싱하는 영상 및 콘텐츠. SNS갈무리   문제는 신규 회원 늘리기 방식이다. 테무는 처음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에게 무료 배송과 반품, 배송 지연 시 5300원 상당 크레딧 지급 등을 내걸고 패션, 생활용품, 전자기기 등 중국산 초저가 제품을 판매한다. 이벤트를 통해 신규 회원 여럿을 추가로 가입시키면 물건을 공짜로 주거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을 준다. 예를 들어 크레딧 무료 받기 코너에 들어가 룰렛 게임을 통해 결제하면 화면에 현금 10만원과 똑같이 쓸 수 있는 크레딧과 쿠폰 등 50만 원어치의 혜택을 준다고 뜬다.   100코인을 모으면 혜택을 얻을 수 있는데, 룰렛 게임을 몇 번 돌리다 보면 99개의 코인이 순식간에 모인다. 그리곤 ‘50만 원 보상 교환까지 코인 1개 부족’이라는 문구가 뜬다. 그러면 카카오톡 등을 통해 친구에게 초청장을 보내 신규 회원으로 가입시켜야 룰렛을 돌릴 기회가 생긴다. 이후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친구 한 명이 신규 가입을 수락해 룰렛을 돌려도 1코인이 생기는 게 아니라 0.5 등 소수점 이하 코인이 적립된다. 혜택을 얻기 위해선 1코인을 충족할 때까지 계속 친구를 추천해야 한다. 테무 코인 교환 페이지. 테무앱 화면 갈무리   무료 사은품을 받는 코너의 고객 유인 방식도 비슷하다. 헤어드라이어와 여행용 가방 등 5개 사은품을 고르고 선물 상자 버튼을 누르면 결제할 금액이 점점 줄다가 마지막에 '100원만 절약하면 무료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뜬다. 이때도 친구를 가입시켜야 하는데 절약 금액은 처음에는 친구 1명당 몇십 원이다가 점점 줄어 나중에는 2∼3원까지 떨어진다. 사은품을 받기 위해 친구 몇 명을 더 끌어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다.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선 "테무에서 '깜짝 서프라이즈'라는 알림이 떠 눌러보니 무료 선물 5개를 준다길래 주소를 입력했다. 마지막에 100원을 채워야 하니 친구를 가입시키라고 해 단톡방 친구 5명을 끌어들였는데도 충족이 안 돼 포기했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글들이 올라 있다. 테무 앱에 가입해준 친구들에게 미안해하는 내용도 많다.   테무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테무 앱의 크레딧 받기 규칙을 보면 '7명의 신규 앱 사용자 초대 시 1번째 보상 보장,' 무료 사은품 받기 규칙을 보면 '최대 60명의 신규 사용자를 초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가입자들은 테무에서 무료 선물을 받으려면 통상 9명 정도를 신규 가입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또한 정해진 규칙이 아닌 것이다.   물론 '크레딧을 받아 무료로 쇼핑했다,' '무료 사은품을 받았다'며 사기가 아니라는 인증 글도 적잖다. 이 때문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테무의 크레딧, 사은품 서비스에 목을 매고 있다. 테무 이벤트 품앗이를 위해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링크를 공유하거나 추천하기 위한 오픈 채팅방도 번지고 있다. 이런 도박성 마케팅 등 공격적 광고에 힘입어 한국에서 테무는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업계가 위축되고 입주 소상공인들이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4.02.23 06:30

  • 팬데믹 3년의 변화, 중국 10대 빅 테크 기업 현주소 ①

    팬데믹 3년의 변화, 중국 10대 빅 테크 기업 현주소 ①

    팬데믹 3년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그 3년 사이, 중국 빅 테크 기업의 위상도 사뭇 달라졌다. 바이트댄스(字節跳動)는 광고수입으로 알리바바(阿浬巴巴)를 넘어섰고, 전체 매출로는 오랜 적수였던 텐센트를 제쳤다. 핀둬둬(拼多多)는 한때 시총으로 알리바바를 앞서며,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고, 알리바바는 1년여에 달하는 장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팬데믹 3년 후, 중국 10대 빅 테크 기업의 현주소를 2주에 걸쳐 소개한다.(무작위 순)  ━  1. 텐센트(騰訊, TENCENT)   텐센트 텐센트는 핵심 사업인 게임과 기업 서비스 부문이 모두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전자상거래와 생활 서비스 부문에 다시 공을 들이며 광고 수입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최근 동영상 채널의 부상이 텐센트의 이러한 목적을 가속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텐센트 류츠핑(劉熾平) 총재는 숏폼이 라이브 커머스의 기반을 닦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라이브 커머스 공급망을 구축하고, 관련 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라이브 커머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텐센트 산하 위챗(微信, 웨이신) 동영상 채널의 일일 액티브 사용자 수는 이미 틱톡에 이어 중국 2위에 올랐다.   중국 매체 완뎬레이트포스트(晚點 LatePost)에 따르면, 위챗 동영상 채널의 2023년 전자상거래 거래액(GMV)은 약 1000억 위안(약 18조 48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새해에도 위챗의 동영상 채널이 한층 더 활성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얼마 전, 텐센트 게임즈(騰訊遊戲)와 텐센트 비디오(騰訊視頻)는 그간 틱톡과 냉랭했던 관계를 깨고 협업을 재개했다. 2024년 1월, 텐센트는 틱톡 플랫폼에서 〈왕자영요(王者榮耀)〉, 〈화평정영(和平精英)〉, 〈LOL 와일드 리프트(英雄聯盟手遊)〉 등 인기 게임의 라이브를 다시 시작했다. 이용자 유입을 위해 최근 대세인 숏폼의 대표 플랫폼 틱톡과의 제휴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업계는 판단한다.  ━  2. 알리바바(阿浬巴巴, Alibaba)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2023년 3월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하고, 클라우드(阿里雲), 전자상거래(淘寶天貓商業), 로컬 서비스(本地生活), 글로벌 디지털 비즈니스 (國際數字商業), 물류 서비스(菜鳥), 디지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大文娱) 등 6개 사업부로 분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조조정을 진행한 지난 1년 동안, 주요 3대 사업 부문의 분사 후 별도 상장 계획이 대체로 순조롭지 않았다. 물류 부문인 차이냐오(菜鳥)는 지난해 10월 IPO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 허마(盒馬)는 상장을 잠정 유예했고, 알리 클라우드는 결국 분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경영진 교체도 눈에 띄었다. 장융(張勇) 그룹 회장 겸 CEO가 사임하고, 차이충신 부회장과 우융밍(吳泳銘, 에디 우) 전자상거래 부문 책임자가 각각 그룹 회장직과 CEO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로써 장융의 시대는 가고 차이충신⋅우융밍의 시대가 열렸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대대적인 개혁에도 불구하고, 2023년은 알리바바에게 녹록지 않은 한 해였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주가는 11% 넘게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한때 핀둬둬에게 추월당하기도 했다.  ━  3. 바이트댄스(字節跳動, ByteDance)    바이트댄스 바이트댄스는 코로나 팬더믹 기간 사업부(BU: BUsiness Unit) 체제로 전환하고, 주요 사업과 무관한 분야 개척에 주력했다. 각 사업 부문은 확실히 구분하고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그룹 내 6개의 자회사를 만들고, 각각 다른 CEO가 담당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2023년, 바이트댄스의 연 매출은 11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돌파했다. 이는 중국 대표 빅 테크 기업 텐센트를 뛰어넘고, 메타(Meta)에 범접하는 수치다.   그동안, 바이트댄스 성공의 핵심 공신은 콘텐트 플랫폼과 그로 인해 창출되는 광고 수입이었다. 틱톡이 벌어다 준 광고 수입은 지난 2년 동안 바이두(百度)를 추월했다. 코로나 팬더믹을 거치는 사이 세를 확장한 틱톡은 전자상거래 부문에서도 전통의 강자 알리바바 티몰을 위협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반면, 또 다른 잠재 광고 수입원인 생활 서비스 부문에서는 수확이 크지 않았다.  ━  4. 메이퇀(美團, Meituan)    메이퇀 메이퇀은 코로나 19 이후 비대면 배달 서비스가 각광받으면서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렸다. 주가도 2021년 초까지 지속해서 올랐다. 그러나 2023년 중국의 이성 소비 열풍 속에서 메이퇀의 핵심 사업인 배달 서비스 부문은 부침을 겪었고, 주가도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메이퇀은 2025년까지 배달 주문량 1억 건 달성 목표를 올해 2027년으로 재조정했다.   메이퇀은 산하의 위치 기반 퀵커머스 플랫폼 산거우(閃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산거우는 구매 뒤 30분 내 배달을 내세운 서비스로, 현재 퀵 배송 주문량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2024년 2월 2일 기준, 메이퇀의 주가는 63.25홍콩 달러(약 1만 원)로, 2020년 코로나 19 발발 후 패닉 상태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총은 4000억 홍콩달러(약 68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3년 전의 고점과 비교하면, 총 2조 홍콩달러(약 341조 원)의 시총이 증발한 셈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걸까. 메이퇀은 올해 상장 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에 독자적으로 운영했던 두 개 사업 클러스터와 두 개 플랫폼을 통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치열해지는 경쟁 국면 속에서, 주요 사업인 배달 서비스에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려는 구상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  5. 징둥(京東, JD 닷컴)    징둥 징둥류창둥(劉強東) 회장은 지난해‘비용, 효율, 체험’측면에서 개혁을 추진했다. 경영진 물갈이도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2023년 3월‘백억 위안 보조금(百億補貼)’을 지원하며 대대적인 저가 전략을 벌였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컨설팅 회사 주첸(久謙)에 따르면, 극가성비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둬둬와 동일한 상품을 비교했을 때, 징둥이 가격 경쟁력 우위를 차지한 사례는 22.6%에 불과했다. 지난 1년 사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징둥의 주가는 약 59% 하락했다. 현재, 징둥의 시총은 핀둬둬의 19% 수준에 그친다.   2024년 1월, 징둥은‘공장 직영점(京喜工廠自營店)’을 선보였다. 소량의 엄선된 제품을 공장 도매가격으로 판매해 인기상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징둥이 품질 보증과 직영점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면, 핀둬둬 등 저가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목적으로 이 같은 대책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2.20 07:00

  • 검정 옷 아빠 어깨엔 에르메스급 사은품…'패션의 끝' 여기는

    검정 옷 아빠 어깨엔 에르메스급 사은품…'패션의 끝' 여기는

    게티이미지 1. 옷을 잘 입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는 곳 2. 패션이 없는 게 아니라 그런 종류의 패션이 필요 없는 곳 3. 촌스러울 때 안정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이곳은 어디인가?  바로 중국 베이징 북서쪽에 있는 하이뎬구(海澱區)다. 베이징 하이뎬구는 중관춘(中關村)을 필두로 한 IT 산업과 높은 교육 수준으로 유명하다. 베이징, 칭화대학 등 최고 명문대를 포함한 유수 대학들이 밀집해 있으며 대규모 인터넷 기업이 모여있다. 한마디로 하이뎬풍은 지식인의 지적인 스타일과 노동자에게 실용적인 스타일을 다 갖춘 패션을 말한다. 얼마 전 ‘패션의 끝은 하이뎬 패션’이라는 말이 웨이보에서 화두로 떠오르며 이번 겨울 ‘하이뎬풍 패션’에 중국 네티즌의 이목이 쏠렸다. 하이뎬풍 패션의 핵심을 한 단어로 말하면 ‘블랙’이다. 지하철 안만 봐도 온통 검은 물결이다. 하이뎬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친구와 헤어지면 서로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찬 하이뎬구 지하철 안 모습  ━  하이뎬 사람들 ‘머리만 감고 후다닥 출근’, 최소한의 청결과 방한에만 집중…   하이뎬구 중관춘 25세 하이뎬의 공무원 후양양(胡陽陽)씨는 하이뎬 사람들에게 옷은 ‘먼지와 연기 속에서 자신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후양양 본인도 여느 하이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올해 베이징에서 가장 먼저 검은색 롱 패딩을 입은 젊은이가 됐다.   하이뎬 사람들이 검정 옷을 즐겨 입는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사실 패션뿐만 아니라 하이뎬구 전체가 흑회색인 편이다. 과학 연구 기관, 교육기관, 군사 시설, 오래된 주거 단지가 모여 있는 하이뎬구에는 중국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황장(黃莊)도 속해있다. 하이뎬 지역의 학부모들은 학부모 모임을 갈 때도 옷차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 옷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옷으로 기 싸움을 하는 일도 없다.   상대적으로 고정된 패턴과 지리적 문화를 지닌 하이뎬은 유행을 좇아 금방금방 바뀌기 어려운 곳이다. 본질을 중시하는 이곳의 특징이 사람들의 옷차림에도 영향을 끼쳤다. ‘바빠서 자기 관리도 못 하는데 누가 뭘 입고 왔는지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냐’고 하이뎬 사람들은 말한다. 겉모습보다 내면을 더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입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청결과 체면을 중심에 둔 단순하고 절제된 옷차림을 발전시켰다.  ━  하이뎬 사람들의 ‘획일’ 문화    하이뎬구에 있는 즈춘루(知春路)를 거니는 가장들은 손에 항상 ‘모 연구소’, ‘모 국가 실험실’이라고 적힌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어깨에 멘 에코백은 애들 학원에서 받은 사은품이다. 학원비로 연간 수십만 위안을 내는데 들인 돈으로 따지면 에르메스 가방 못지않다. 팔에 걸친 아이 교복은 보라색과 빨간색으로 각각 칭화대 부속 중학교와 인민대 부속 중학교의 간판 색이다.   하이뎬구 우다오커우 지역의 대학생은 세계에서 가장 유행을 안 타는 대학생이다. 날이 추워지면 학교 로고가 박힌 검정 롱 패딩만 주구장창 입는다. 심지어 고3 때 소매에 끼던 팔토시를 그대로 사용하는 학생도 많다. 베이징 대학 로고가 적힌 롱패딩을 입은 학생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호적, 출신 대학, 직장이다.   베이징 동쪽에 위치한 차오양구(朝陽區)에서 하이뎬구로 출근하는 둬둬(多多) 씨는 직장 생활 초창기에 ‘하이톈풍 패션’에 동화되기 싫었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 반 가까이 되더라도 그녀는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했다. 그런데 하이뎬구에 들어서기만 하면 항상 ‘압도’되는 기분을 느꼈다. 특히 지하철을 타면 비슷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자신을 무슨 돌연변이 보듯 주목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둬둬 씨는 옷차림이나 인플루언서들이 다녀온 유명 식당에 가본다고 자신감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이뎬 사람들의 생활은 일정한 궤도를 따라 흐른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학창 시절 스케줄을 이어가며 비슷하게 그들만의 생활 방식을 확립해 가는 사람들이 많다.  ━  하이뎬에서 ‘촌스러움’은 곧 안정감이자 소속감    하이뎬풍 패션은 기능성과 실용성에 더욱 집중한다. 이로써 옷의 본질을 되찾음과 동시에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능력을 드러낸다. 칭화대, 베이징대 로고가 박힌 패딩을 입고 연구원 에코백을 멘 사람들이 바로 그 예다.  롱패딩과 에코백은 우다커우 지역 박사생의 패션템이다. 패션의 관점에서만 보고 하이뎬을 촌스럽다고 한다면 조금 섭섭하다. 중국 최고 대학을 포함한 유수 대학들이 모여 있고, 이곳을 구성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똑똑하고 생기 넘치는 이팔청춘들인데, 어떻게 유행에 뒤떨어질 수가 있을까? 하이뎬은 본래 '촌스럽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하이뎬 학생들은 옷을 고르고 입는 데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일에 쏟고자 한다.  크록스와 검정 츄리닝은 하이뎬 대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패션 조합이다. 26세의 사오왕(小王) 씨는 베이징 차오양에 위치한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전부터 하이뎬에 있는 큰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만약 차오양이었다면 신상 맛집을 모르면 불안을 느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베이징 차오양 젊은이들은 신상 카페나 팝업스토어 등 핫플 도장 깨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하이뎬에 있는 식당은 아무리 잘 꾸며놔도 근처에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만 주로 찾는다. 온전히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 오는 것이다. 인증샷 남기려고 먼 곳에서 온 사람은 찾기 힘들다.   베이징 각지의 소비 개념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지만, 하이뎬의 삶과 소비문화는 그 자체로 확고한 형태를 갖춰 왔다. 변화하는 주변 환경 따라 외모를 가꾸고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다. 지루하고 틀에 박힌 듯한 이 스타일은 외모 걱정, 몸매 걱정, 옷 걱정을 잠재울 수 있다. 검정 롱 패딩, 경량 패딩, 바람막이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고전적인 스타일은 어떤 몸매도 가려줄 수 있고 어디에나 잘 어울리며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젊은이들까지 만족하게 했다.   지난가을 하이뎬풍 패션의 진수는 바람막이였다. 남녀 불문하고 직업과 출퇴근 방식도 상관없이 바람막이를 안 입은 하이뎬 사람들이 없었다. 패션에 무심한 이곳 사람들의 태도가, 오히려 하이뎬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어 냈고, 지금은 뜻밖에도 하이뎬 패션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4.02.18 07:00

  • "재선되면 관세 60%"…트럼프 '말폭탄'에 가장 떨고 있을 나라

    "재선되면 관세 60%"…트럼프 '말폭탄'에 가장 떨고 있을 나라

    2024년 1월 23일, 프라이머리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의 내슈아 지역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 Photo/Matt Rourke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선판에서 사실상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동맹국들에 ‘핵 말폭탄’을 떨어뜨렸다.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나토(NATO)가 방위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면 그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저들(러시아)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부추길 테니 돈을 내라고 했다”고 발언했다.   유럽은 발칵 뒤집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동맹이 서로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적(政敵)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을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라며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그의 평소 지론을 표출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전반기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는 12일 출간된 CNN 앵커 짐 슈터의 저서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를 뒷받침했다. 켈리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괜찮은 사람(okay guy)’으로 여겼다며 “나토가 없었다면 푸틴이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북한을 코너로 몰아넣은 것도 미국이라는 식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나토는 진짜 위험에 처할 것”이라면서 “그(트럼프)는 (나토를) 탈퇴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2018년 나토 정상회의에선 나토 탈퇴를 지시했다가 철회한 적도 있다고 했다.   켈리는 또 다른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그는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 또는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거대한 동맹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과 서쪽 모두에서 세력을 거둬들이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외 전략은 대체로 대치(confrontation)-강화된 균형(enhanced balancing)-봉쇄와 개입(containment & engagement)-통합(integration)-수용(accomodation)-역외 균형(offshore balancing)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자유주의를 전파하려 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통합’으로 볼 수 있겠다. 뒤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땐 다자주의를 앞세우고,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통해 중국에 본격적으로 울타리를 친 ‘봉쇄와 개입’ 성격이었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전략은 기본적으로 ‘역외 균형’이었다. 미국이 더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떠맡을 필요가 없고 유럽이나 동아시아의 안보는 기본적으로 당사국 책임이며, 미국의 보호를 원한다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동맹국들에 요구했다. 한국도 트럼프 집권기 내내 이 문제로 애를 먹었다.   역외 균형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있다. 19세기 말 세계 육지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던 영국은 국력이 쇠퇴함에 따라 아메리카 대륙을 미국이 관할하도록 넘겼고,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 책무를 일본에 맡겼다. 영국 자신은 이를 ‘위대한 고립(splendid isolation)’이라 불렀다.   영국의 역외 균형이 국제정치에서 힘의 논리에 기반한 현실주의에 따른 것이라면, 트럼프의 역외 균형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란 슬로건이 보여주듯 국내정치적 득실의 산물이다. 미국은 복수의 세계 지역에서 전면전을 수행하기 버거움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동시다발적 전쟁 발생을 막으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또 안보 위험이 고조된 지역에 힘을 집중한다. 전통적 대외 전략대로라면 미국은 유럽·중동과 동아시아 중 한쪽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양쪽 모두에서 힘을 빼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동아시아 각국, 특히 지역 패권을 노리는 중국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 분야에선 중국이 미소 짓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재선되면 중국에 60% 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블룸버그는 그가 재임 시절 25% 관세를 매긴 것이 중국의 대미 무역에 구멍을 냈다면 60% 관세는 분화구를 만들 것이라고 평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2018~19년 동안 중국산 제품에 수십억 달러(수조원) 규모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셔터스톡 그는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가져오기 위해 이런 초고율 관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0% 관세가 현실화하면 트럼프 집권 이전 22%로 정점을 찍었던 미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율은 0%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 디커플링(decoupling)'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트럼프는 또 미국의 대중국 투자와 관련해 새로운 금지 조치 등도 예고했다. 재임 때 이미 중국의 대표적인 SNS인 위챗과 동영상 공유 앱 틱톡 금지 행정명령, 화웨이 제재를 시작했던 그다.   하지만 경제·통상 분야에선 바이든의 대중 정책도 오십 보 백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기조를 유지해온 데 더해 중국의 첨단산업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에 집중해왔다. 2022년 10월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제재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5월 인공지능(AI)용 또는 슈퍼컴퓨터 및 군사 응용 프로그램으로 전환될 수 있는 첨단기술의 중국 접근을 막겠다고 공식화했고 8월엔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AI 3개 분야와 관련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자본 투자를 규제해 돈줄도 틀어막았다.   안보 분야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QUAD)·오커스(AUKUS) 등 지역 동맹국들과 결속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중국을 옥죄어 왔다. 반면 앞서 언급했듯 트럼프는 동아시아 대(對)중 집단 안보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을 매개로 여차하면 한국과 일본에서 한 발을 빼려 할 수도 있다.   발등에 가장 큰불이 떨어질 곳은 대만이다. 볼턴은 안보보좌관 시절 트럼프가 집무실에서 한 발언을 회고했다. "그는 샤프펜 끝을 잡고 '이건 대만이고, 이 대통령 책상은 중국이다'라고 말했다." 대만이 중국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기에 너무 작고 미국이 신경 쓰기에도 너무 작다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대만에 있었다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매우 걱정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러시아와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국에 맞서는 대만에 대한 지원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의 재선을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두 사람은 시진핑과 푸틴이란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2023년 3월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크렘린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건배사를 한 후 중국어로 “간베이(乾杯)”를 외쳤다. 시 주석은 잔을 푸틴 대통령의 잔보다 높이 들었다. [스푸트니크=연합뉴스] 2021년 당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필립 데이비드슨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공산당에 ‘2027년까지 전쟁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2027년은 시진핑의 세 번째 임기 마지막 해이고 (재집권한다면) 트럼프 임기 중일 것이다. 대륙과 대만의 전면전을 상정한 ‘워 게임(war game)’은 다양한 주체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친대륙 성향인 대만 국민당이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선 중국이 압승했다. 저명한 국제전문가이자 국민당 국제부장인 황제정은 “전면전이 3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으나 실제론 두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대만 측이 총 한 번 써보지도 못한 채 상황이 종료됐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결과는 다소 달랐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CSIS는 대만 중국 간 전면전에서 예상되는 결과를 24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었는데, 결론은 대부분 경우에 중국을 막아내는 것이 가능하단 것이었다. 다만 CSIS 결과에는 두 가지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다. 최대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이 대만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전면전의 여파로 대만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가장 큰 유탄은 대만 해협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런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은 북·중·러 3국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 김정은이 대남 관계에 자신감을 가지리라는 점도 자명할 것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4.02.16 06:00

  • 국풍에 글로벌 녹였다, 1년 만에 매장 4배로 불린 중국 차(茶) 브랜드

    국풍에 글로벌 녹였다, 1년 만에 매장 4배로 불린 중국 차(茶) 브랜드

    중국 차음료 업계의 새로운 다크호스 차화눙(茶話弄, 차화농) 중국 차 음료 업계에 새로운 다크호스가 나타났다. 지난 1년 사이 매장 수를 4배로 확장해 10억 위안(약 185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천년 고도 시안(西安)에서 탄생한 차화눙(茶話弄, 차화농)은 중국 전통의 이미지에 글로벌 차를 녹여내며 기존 중국 차 음료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16년 설립된 차화눙은 지난 1년간 급속도로 상승세를 탄 중국풍 차 음료 브랜드다. 지난해(2023년) 12월, 선전(深圳)에 처음 진출해 새로 연 매장은 일일 평균 2000잔을 팔아치웠고, 월 매출 60만 위안(약 1억 1000만 원)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6년 설립된 차화눙은 지난 1년간 급속도로 상승세를 탄 중국풍 차음료 브랜드다. 차화눙은 ‘역성장’의 아이콘이다. 코로나 19가 글로벌 시장을 잠식한 3년 동안, 문을 닫은 차화눙의 매장은 단지 1.5%에 불과했다. 팬데믹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난 2023년, 차눙예의 매장 수는 약 900개로 늘어났다. 1년 사이 4배로 빠르게 증가했다. 다수 매장에서 월 매출 100만 위안(약 1억 8500만 원)을 돌파했고, 브랜드 연간 매출은 10억 위안(약 1850억 원)에 달했다. 규모로 볼 때, 차화눙은 이미 중국 내에서 차옌웨써(茶顏悅色, 차안열색), 바왕차지(霸王茶姬, 패왕차희)에 이어 가장 주목받는 3대 중국풍 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  전통: 천년 고도 시안, 당나라 문화 담뿍 담았다   시안은 천년 고도로서, 자체로 풍부한 문화를 품은 도시입니다. '장안(長安, 당나라 수도이자 지금의 시안)의 차를 만든다’고 내세우기에 모자람이 없죠. 화눙예의 창업자 황징쑹(黃靖鬆)은 중국 커피⋅차 음료 전문 플랫폼 카먼(咖門)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화징쑹은 우선 차눙예에 적합한 IP를 찾아 나섰다. 당나라 시기 복식을 한 남성의 모습을 본떠 일러스트를 만들고, 전통문화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창업팀과 함께 당나라 시절의 문화도 별도로 연구했다.   차눙예의 공식 웨이보를 보면, ‘장안 8경’ 시리즈의 종이컵, 엽서, 마그넷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외지 여행객의 경우, 차눙예를 따라 장안 8경 여행을 나서기도 한다. 차눙예는 이러한 차원에서 애니메이션 〈장안 3만 리(長安三萬浬)〉와의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당나라의 여유로운 문화에서 착안해 매장과 제품 곳곳에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喝喝茶、說說話、啥也不弄)’라는 문구를 부착했다. 애초에 브랜드 이름을 ‘차화눙(茶話弄)’으로 지은 취지였다. 화징쑹은 차화눙이 마음 편히 차를 즐기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실제로 이 문구는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많은 공감을 샀다. 중국풍 매장은 엄숙하고 심오하다는 선입견을 깨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글로벌: 전 세계 각지의 차를 중국풍으로    중국풍 차 브랜드 가운데 차화눙이 주목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글로벌 요소를 접목해서다.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든 차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황징쑹은 세계 주요 찻잎 산지를 돌아다니면서 해답을 찾았다. 고대 당나라가 전 세계 각국과 활발히 무역하고, 다양한 문화를 포용한 왕조였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었다. 각국의 차를 사용해 중국 소비자에게 맞는 차 음료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루이보스 차를 바탕으로 만든 ‘하오왕쉐(好望雪)' 이렇게 탄생한 첫 제품이 남아프리카 루이보스 차를 바탕으로 만든 ‘하오왕쉐(好望雪)’였다. 시안 매장에서 먼저 테스트를 거친 결과,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매출 점유율도 전체의 30%에 달했다. 차화눙은 지난 2월 2일 중국 전역에 동일한 제품을 출시했다.   유행에 매몰되지 않고 제품의 진입 장벽을 높이려면, 적어도 한 시즌은 앞서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관건이라고 황징쑹은 덧붙였다. 외국 차의 경우 제품을 매장에 선보이려면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되며, 업계 유행을 뒤쫓아가려면 비교적 큰 비용이 든다.   2024년 황징쑹은 대대적인 ‘글로벌 차 여행(全毬尋茶之旅)’을 계획 중이다. 브랜드 충성고객 및 연구개발진과 함께 글로벌 각지의 찻잎 생산지를 누비며 최고의 찻잎을 찾아 나설 전망이다.   해외 진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차화눙은 지난해 9월 캐나다 토론토에 글로벌 1호점을 열었다. 그러나 황징쑹은 해외 진출을 서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풍 차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히 매장을 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우선 차화눙이 전달하는 문화가 현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글로벌 차 시리즈는 차화눙의 해외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인 셈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2.13 07:00

  • 中 최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시엔위’, 오프라인으로 눈 돌린 까닭은?

    中 최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시엔위’, 오프라인으로 눈 돌린 까닭은?

    2023년 1월 28일 시엔위의 오프라인 매장 '시엔위 리사이클 샵 (閑魚循環商店)' 앞에 지역 주민들이 모여 있다. 샤오홍수 갈무리 지난 28일 알리바바 산하의 중국 최대의 중고 거래 플랫폼 시엔위(閑魚)가 오프라인 매장 ‘시엔위 리사이클 샵(閑魚循環商店)’을 선보였다.   현재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시엔위의 해당 오프라인 매장은 위탁 판매 형식으로 운영되며, 이용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판매자가 중고 물품을 시엔위에 오프라인 매장에 제공하면, 매장에서는 제품 상태를 파악해 견적을 매긴다. 시엔위가 제시한 가격에 수락하면, 오프라인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판매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판매자는 수익을 얻게 된다. 그러나 끝까지 판매가 되지 않으면 직접 수거해 가거나 지역 커뮤니티에 기부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거래, 구인·구직, 심지어 반려동물 산책 등의 서비스를 매장에 비치된 게시판에 무료로 게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임시 오픈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시엔위 오프라인 매장은 지역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중국 최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시엔위가 갑작스럽게 오프라인으로 시선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  강력해진 동네 기반의 서비스, 당근마켓과 닮아가는 시엔위   2023년 11월 3일, 알리바바 그룹은 시엔위를 1호 사업으로 지정한다. 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구조 조정도 단행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주요 사업으로 지정된 후, 시엔위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재단장해 새롭게 내놓았다. 해당 업데이트에서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 유사한 주거 지역 기반의 생활밀착형 ‘하이퍼로컬(hyperlocal)’ 서비스 ‘수산물 시장(海鮮市場)’과 ‘후이완(會玩)’ 메뉴를 새롭게 추가했다. 해당 메뉴에서는 동네를 중심으로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여러 기능을 제공한다.   알리바바 그룹 전자상거래부문 회장 우융밍(吳泳銘)은 “시엔위가 중국 젊은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앞으로 소비자들의 취미생활과 즐거움을 담을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이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  “중고 상점, 그게 알리바바에 도움이 됩니까?”   시엔위 공식 홈페이지 알리바바가 시엔위에 힘을 실어준 또 다른 이유는 롱테일 효과(Long Tail Effect) 때문으로 나타났다. 롱테일 효과는 단기적으로 적은 매출량을 나타내지만, 장기간 긴 꼬리를 합산하면 상당한 매출량이 된다는 이론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와, 12억 이용자를 보유한 온라인 금융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支付寶)’의 방대한 이용자를 이어받아, 알리바바 생태계 속에 머무르게 하는 전략이다.   딩젠(丁健) 시엔위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소비자에게 시엔위 애플리케이션 내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사용자의 이용 시간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며 “시엔위는 당장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앞으로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해, 부가 서비스 측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나갈 것”이라 밝혔다.  ━  중고 거래 시장 여전히 블루오션인 중국   중국의 중고 거래 시장은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중고 명품거래 플랫폼 홍부린(紅佈林)과 프랑스의 시장 조사 업체 입소스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2016년 588억 위안(약 10조 9200억 원)에서 2020년 1730억 위안(약 32조 1322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3840억 위안(약 71조 3224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OECD 국가들의 중고 명품 규모는 전체 명품 시장에서 20%~30%를 차지했지만, 중국의 중고 명품 시장 규모는 전체 명품 시장의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중고 거래 시장 규모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중국의 빅데이터 분석 업체 퀘스트 모바일(QuestMobile)에 따르면 ‘시엔위’, 중국 중고 책 거래 플랫폼 ‘공자구서망(孔伕子舊書網)’, 텐센트의 투자를 받은 ‘아이후이쇼(愛迴收)’, ‘데자뷰(多抓魚)’ 등의 중고 거래 플랫폼의 활성 사용자 규모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시엔위의 경우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34.2% 증가했다.   시엔위를 이용하는 주 사용자는 주로 젊은 세대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엔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억 명의 플랫폼 이용자 중, 95허우(95後, 1995년 이후 출생자) 이용자 비율은 43%를 차지했으며, 00허우(00後, 2000년 이후 출생자) 사용자 비율은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시엔위의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 '절약 특수부대(省錢特種兵)'. 시엔위 공식 웨이보 갈무리 2023년은 중국의 핵심 키워드는 ‘근검절약’이다. 코로나19 팬더믹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중시하는 실용적 소비를 지향하는 분위기이다. 각종 소셜미디어에선 ‘낮은 지출’ 등 절약 정신이 돋보이는 키워드들이 등장해 유행을 이끌었으며, 2023년 시엔위의 대표 키워드로 ‘절약 정신이 투철한 젊은 세대’들을 지칭하는 단어인 ‘절약 특수부대(省錢特種兵)’가 꼽힐 정도였다. 작년 상반기 온라인 할인 쇼핑몰 핀둬둬(拼多多)의 매출은 재작년 상반기 대비 무려 63% 증가해,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양대 산맥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의 매출을 뛰어넘었다.   시엔위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네티즌은 “운동 목적으로 실내 자전거 운동기구를 구매하고자 했으나, 새 제품은 전혀 고려한 적이 없다”며 “운동기구의 경우 새 제품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고, 감가상각이 심해 중고 거래가 훨씬 경제적”이라고 밝히며, 중고 제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오프라인 매장 처음 아닌 시엔위, 이번엔 성공하나?   시엔위의 오프라인 중고 휴대폰 매입 ATM ‘시엔위 보물함(閑魚寶盒)’. 시나닷컴 사실 시엔위가 오프라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시엔위는 오프라인 중고 휴대폰 매입 ATM 서비스 ‘시엔위 스테이션(閑魚小店)’과 휴대폰 수리·판매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시엔위 보물함(閑魚寶盒)’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시엔위 스테이션은 개장 초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 선보여 여러 지역으로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현재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현재 매장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오프라인 진출 본격화한 시엔위, 알리바바의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중국 중고 거래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2024.02.12 07:00

  • 미 대선의 해에 피어오르는 중국 사이버 공격설, 사실일까

    미 대선의 해에 피어오르는 중국 사이버 공격설, 사실일까

    워싱턴포스트(WP)는 2023년에만 중국군 산하 해킹 부대가 20곳이 넘는 미국의 전기, 수도 등 핵심 인프라에 침투했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새해 들어 서방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정가는 중국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 CNN은 중국 해커들이 최소 5년간 수도와 전기 등 미국의 핵심 인프라 시설에 잠입해왔고, 미중 갈등 상황에서 미국 본토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내용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 당국이 공동으로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에 적시됐다.   이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의 활동은 알려지기 훨씬 이전인 최소 5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이들은 광범위한 정보통신(IT) 시스템에 우선 접근을 시도한 뒤 몇 개월에 걸쳐 전력, 수도 등 핵심 기간 시스템으로 침투를 시도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은 냉난방 및 수도 시스템을 조사해 왔고, 유사시 이들 시스템을 조작해 기간 시설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들은 일부 핵심 시설의 보안 카메라도 침입했고 교통, 에너지, 물 저장 시설 컴퓨터에도 침투했다고 전했다. 중국 해커들이 침입한 시설들은 미국 본토는 물론 괌을 비롯해 미주 대륙이 아닌 곳에 있는 미국의 영토까지 포함돼 있다.   당국자들은 이제까지 침투한 해커들이 미국의 인프라 시설에 혼란을 시도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태세를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은 "대만 문제 등을 비롯해 미중 갈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상황에서 해당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사이버 공작이 어느 정도까지 깊숙하게 미국 사회에 침투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북한 등이 배후에 있는 해킹 공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에만 중국군 산하 해킹 부대가 20곳이 넘는 미국의 전기, 수도 등 핵심 인프라에 침투했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31일 하원 중국특위 청문회에서 "중국 해커들은 '공격할 때가 왔다'고 중국 정부가 결정하면 미국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실제 피해를 줄 준비를 하며 미국 인프라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들(중국 해커)은 미국의 정치, 군사 관련 목표물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사시 미국 전국에 걸친 민간 인프라 공격을 통해 민간인에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보고서는 캐나다의 경우 중국 해커들이 직접적인 사이버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미국보다는 낮지만,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공격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언급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의 일부인 호주와 뉴질랜드도 중국 해커들의 유사한 공격에 취약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은 네덜란드 군 정보당국이 지난해 중국 정부 지원을 받은 해커들에 의한 군 전산망 해킹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측은 성명을 통해 정교한 중국의 악성코드가 기밀로 분류되지 않는 연구에 활용되는 독립형 컴퓨터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악성코드는 원격 작업을 가능하게 한 컴퓨터 시스템의 취약점을 이용, 원격으로 염탐을 시도했다고 한다. 네덜란드가 사이버 스파이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국 등 각국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을 겨냥한 어떠한 부당한 공격과 먹칠에도 반대한다"며 "사실 중국은 사이버 공격의 주요 피해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모든 형식의 사이버 공격을 단호히 반대하고, 법에 따라 타격하고 있다" "사이버 안보는 전 지구적 도전이고, 특정 국가를 먹칠하거나 진영 대결을 사이버 안전 문제로 끌고 가는 것은 사이버 위협에 대한 국제 사회의 단결된 대응 노력을 훼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사이버 위협'을 다룬 중국 보안업체 보고서와 관련해 중국 매체가 질문을 하자 "그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패권적 지위에 기대어 사이버 공간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안보와 발전 이익을 침해한 것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폭로했다"며 "미국은 사이버 공간의 위험과 도전에서 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대선에서 중국 개입설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언급도 나왔다. 하원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글로벌 뉴스 플랫폼 ‘세마포’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중국 공산당이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외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쓰는 수많은 기술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30세 미만 미국인의 약 32%가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을 통해 정기적으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밝혔다. 202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이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틱톡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해 미국 대선과 관련한 허위 정보 등을 퍼뜨릴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 콘텐츠가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중국 문제와 관련이 있는 콘텐츠의 경우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여러 차례 밝혀진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중국의 개입 시도도 언급했다.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대만 인근에 군용기, 군함, 정찰풍선 등을 보내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이에 대해 “대만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중국 공산당의 선거 개입을 모니터링하는 데 있어 모범이 되는 나라”라며 “그들은 중국발 가짜 뉴스를 능숙하게 식별하고 차단했다. 미국은 이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기밀 해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미국의 정책과 여론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포괄적인 지침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 지침에 따라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 광범위한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셜미디어 가짜 계정, 인플루언서, 홍보 업체 등을 동원해 미국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친중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가짜 SNS 계정을 개설한 뒤 낙태, 총기 규제와 같은 민감하고 논쟁적인 사회 문제를 부각했다. 이는 미국 내 분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얼마 전부터는 한국의 선거에 사이버 공간을 통한 중국이나 북한 개입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음모론에 불과한지 실체가 있는 주장인지 당국이나 언론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4.02.10 08:30

  • 이정도였어? 유사시 수도·전기 끊긴다, 中해커의 美공격설

    이정도였어? 유사시 수도·전기 끊긴다, 中해커의 美공격설

      워싱턴포스트(WP)는 2023년에만 중국군 산하 해킹 부대가 20곳이 넘는 미국의 전기, 수도 등 핵심 인프라에 침투했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새해 들어 서방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정가는 중국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 CNN은 중국 해커들이 최소 5년간 수도와 전기 등 미국의 핵심 인프라 시설에 잠입해왔고, 미중 갈등 상황에서 미국 본토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내용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 당국이 공동으로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에 적시됐다.       이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의 활동은 알려지기 훨씬 이전인 최소 5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이들은 광범위한 정보통신(IT) 시스템에 우선 접근을 시도한 뒤 몇 개월에 걸쳐 전력, 수도 등 핵심 기간 시스템으로 침투를 시도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은 냉난방 및 수도 시스템을 조사해 왔고, 유사시 이들 시스템을 조작해 기간 시설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들은 일부 핵심 시설의 보안 카메라도 침입했고 교통, 에너지, 물 저장 시설 컴퓨터에도 침투했다고 전했다. 중국 해커들이 침입한 시설들은 미국 본토는 물론 괌을 비롯해 미주 대륙이 아닌 곳에 있는 미국의 영토까지 포함돼 있다.       당국자들은 이제까지 침투한 해커들이 미국의 인프라 시설에 혼란을 시도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태세를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은 "대만 문제 등을 비롯해 미중 갈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상황에서 해당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사이버 공작이 어느 정도까지 깊숙하게 미국 사회에 침투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북한 등이 배후에 있는 해킹 공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에만 중국군 산하 해킹 부대가 20곳이 넘는 미국의 전기, 수도 등 핵심 인프라에 침투했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31일 하원 중국특위 청문회에서 "중국 해커들은 '공격할 때가 왔다'고 중국 정부가 결정하면 미국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실제 피해를 줄 준비를 하며 미국 인프라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들(중국 해커)은 미국의 정치, 군사 관련 목표물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사시 미국 전국에 걸친 민간 인프라 공격을 통해 민간인에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보고서는 캐나다의 경우 중국 해커들이 직접적인 사이버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미국보다는 낮지만,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공격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언급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의 일부인 호주와 뉴질랜드도 중국 해커들의 유사한 공격에 취약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은 네덜란드 군 정보당국이 지난해 중국 정부 지원을 받은 해커들에 의한 군 전산망 해킹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측은 성명을 통해 정교한 중국의 악성코드가 기밀로 분류되지 않는 연구에 활용되는 독립형 컴퓨터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악성코드는 원격 작업을 가능하게 한 컴퓨터 시스템의 취약점을 이용, 원격으로 염탐을 시도했다고 한다. 네덜란드가 사이버 스파이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국 등 각국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을 겨냥한 어떠한 부당한 공격과 먹칠에도 반대한다"며 "사실 중국은 사이버 공격의 주요 피해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모든 형식의 사이버 공격을 단호히 반대하고, 법에 따라 타격하고 있다" "사이버 안보는 전 지구적 도전이고, 특정 국가를 먹칠하거나 진영 대결을 사이버 안전 문제로 끌고 가는 것은 사이버 위협에 대한 국제 사회의 단결된 대응 노력을 훼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사이버 위협'을 다룬 중국 보안업체 보고서와 관련해 중국 매체가 질문을 하자 "그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패권적 지위에 기대어 사이버 공간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안보와 발전 이익을 침해한 것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폭로했다"며 "미국은 사이버 공간의 위험과 도전에서 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대선에서 중국 개입설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언급도 나왔다. 하원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글로벌 뉴스 플랫폼 ‘세마포’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중국 공산당이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외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쓰는 수많은 기술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30세 미만 미국인의 약 32%가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을 통해 정기적으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밝혔다. 202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이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틱톡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해 미국 대선과 관련한 허위 정보 등을 퍼뜨릴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 콘텐츠가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중국 문제와 관련이 있는 콘텐츠의 경우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여러 차례 밝혀진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중국의 개입 시도도 언급했다.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대만 인근에 군용기, 군함, 정찰풍선 등을 보내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이에 대해 “대만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중국 공산당의 선거 개입을 모니터링하는 데 있어 모범이 되는 나라”라며 “그들은 중국발 가짜 뉴스를 능숙하게 식별하고 차단했다. 미국은 이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기밀 해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미국의 정책과 여론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포괄적인 지침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 지침에 따라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 광범위한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셜미디어 가짜 계정, 인플루언서, 홍보 업체 등을 동원해 미국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친중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가짜 SNS 계정을 개설한 뒤 낙태, 총기 규제와 같은 민감하고 논쟁적인 사회 문제를 부각했다. 이는 미국 내 분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얼마 전부터는 한국의 선거에 사이버 공간을 통한 중국이나 북한 개입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음모론에 불과한지 실체가 있는 주장인지 당국이나 언론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4.02.10 08:30

  • ‘글로벌 TOP 4’ 인니 최고 부호 오른 화교 출신 기업인

    ‘글로벌 TOP 4’ 인니 최고 부호 오른 화교 출신 기업인

    인도네시아 기업인 프라조고 판게스투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상급 IT기업 수장들을 제치고 글로벌 억만장자 TOP4를 차지했다. 포브스 선정 ‘2023년 글로벌 억만장자 TOP 10’ 명단에 두 명의 화교 출신 기업인이 이름을 올렸다. 10위를 차지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黃仁勳, Jensen Huang)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주인공이 눈길을 끌었다. 인도네시아 기업인 프라조고 판게스투(彭雲鵬, Prajogo Pangestu)가 자산 약 3400억 위안(약 63조 원)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상급 IT기업 수장들을 제치고 글로벌 TOP4를 차지했다.    1944년생 프라조고 판게스투는 지난 2023년 12월 30일 포브스가 발표한 글로벌 억만장자 명단에서 인도네시아 1위에 올랐다. 푸젠(福建) 성 상인 혈통으로 인도네시아 최고 부호 자리를 지켰던 황후이충(黃輝聰), 황후이샹(黃輝祥) 형제를 14년 만에 밀어내고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글로벌 전체에서는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 이어 4위에 올랐다.  ━  IT 열풍 속, 승승장구한 에너지 거물    글로벌 TOP 10 가운데, 7명이 IT기업 출신인 것과 달리 프라조고판게스투는 목재, 석탄, 재생에너지 등 전통산업으로 부를 축적한 사례다. 최근 프라조고판게스투의 자산 증가는 우선 인도네시아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이 깊다.   2023년 인도네시아 당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소 비중을 44%까지 높이고, 향후 3~5년 내 200억 달러(약 26조 원)를 더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정부가 대대적인 친환경 목표를 내놓으면서,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종목 IPO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으로 부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2대 지열에너지 생산국으로서 2022년 지열 발전량이 2356메가와트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지열 발전 총량의 8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에너지 사업을 주로 펼치는 프라조고판게스투가 최근 자산을 크게 불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앞서 2017년, 프라조고판게스투는 미국의 석유 기업쉐브론(Chevron)의 지열 자산을 거금에 인수해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대 규모 해외 인수 사례를 남겼다. 이로써 그가 거느린 스타 에너지(Star Energy)는 일약 글로벌 최대 다국적 지열 발전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프라조고판게스투는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지열 발전 잠재력은 약 2만 9000메가와트에 달한다"라며, “아직도 전체의 5%밖에 개발되지 않았다"라고 야심 가득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2023년) 10월 9일, 프라조고판게스투는 산하 재생에너지 기업 바리토 리뉴어블 에너지(BaritoRenewables Energy, BREN)을 자카르타 증시에 상장한다. BREN은 상장 후 2개월 만에 주가가 8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시가총액은 5000억 위안(약 92조 원)에 육박했다. BREN가 황 씨 형제의 BCA 시총을 뛰어넘으면서 프라조고판게스투가 인도네시아 최고 부호에 오르게 된다.   같은 해 3월, 낯선 이름의 인도네시아 탄광 회사 하나가 상장 후 주가가 고공행진 하며 증시의 신화가 됐다. 반년 만에 시총이 무려 30배 치솟아 수차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 기적의 주인공, 석탄 채굴 회사 페트린도 자야 크레아시(Petrindo Jaya Kreasi)도 프라조고판게스투의 손에서 탄생했다.  ━  가난한 이민자의 후예, 자수성가 부호로    프라조고판게스투는 중국 광둥(廣東) 성 출신의 조부모 세대에 이민한 화교 3세대로, 과거 녹록지 않은 시절을 보냈다. 학업은 중학교에서 멈춰야 했다.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고 잡화점에서 일을 돕다가 나중에는 버스 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인생 전환점은 1969년, 귀인 황솽안(黃雙安, BurhanUray)을 만난 25세 때였다.  황솽안의 회사에서 일하는 8년 동안, 프라조고판게스투는 목재 사업을 처음 접하며 대기업 경영에 대해 배우게 된다. 황솽안이 총애를 받은 그는 사원에서 재무, 마케 퍼팅 책임자를 거쳐 대표의 오른팔을 차지한다. 이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1977년 자신의 회사 바리토 퍼시픽(Barito Pacific)을 설립하며 창업의 길에 나섰다.  프라조고판게스투가 2022년 이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는 석탄 가격 폭등을 빼놓을 수 없다.  2023년 회사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자산 가치가 900% 가까이 치솟았다. 비이성적인 상승 뒤에는 하락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1월 초 프라조고판게스투 산하 BREN 등 회사의 주가가 흔들리면서 그의 자산도 2023년 연말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글로벌 TOP 4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에너지 사업으로 인도네시아 대표 부호가 된 프라조고판게스투의 소식은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을 만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2.06 07:30

  • ‘소변 맥주, 파리 고량주’ 논란 속… 중국인이 믿고 사는 식품 브랜드는?

    ‘소변 맥주, 파리 고량주’ 논란 속… 중국인이 믿고 사는 식품 브랜드는?

    지난 31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본인의 SNS를 통해 ‘뚜껑을 열지 않은 중국산 고량주에서 파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며 중국산 먹거리 수입에 더욱 철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고량주는 지난해 9월 서울의 모 음식점에서 A씨가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식품 위생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칭다오 맥주 공장에서 한 남성이 소변을 보는 영상이 공개됐고 2021년에는 한 중국 남성이 옷을 벗은 채 배추를 절이는 '알몸 김치' 영상이 보도돼 파문이 일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아주 오랜 기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거나 한 단계 발전시킨 식품 기업의 존재가 귀하게 여겨진다. 지난 29일, 중국의 산업 리서치 기관인 후룬(胡潤)연구소는 '중국 식품 산업 100대 기업 목록'을 발표했다. 브랜드 성장, 인지도, 기업가치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다. 지난해 어떤 기업이 중국 식품업계에서 뜨고 졌을까? *중국 식품 기업은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을 뜻한다. 상장기업의 시가 총액은 2023년 10월 9일 종가 기준, 비상장기업의 평가는 동종업계 상장기업 혹은 최신 자금조달 유무 등을 참고하여 선정했다. (후룬연구소)   〈상위 10개 기업〉(브랜드, 업종) 1.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 귀주모태)|바이주 2. 우량예(五糧液, 오량액)|바이주 3. 농푸산취안(農夫山泉, 농부산천)|음료(광천수) 4.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 노주노교)|바이주 5. 산시펀주(山西汾酒, 산서분주)|바이주 6. 하이톈웨이예(海天味业, 해천미업)|조미료 7. 양허구펀(洋河股份, 양하양조주식회사)|바이주(천지람, 몽지람) 7. 무위안구펀(牧原股份, 목원주식회사)|농축산(양돈) 7. 버드와이저APAC(百威亚太, 백위아태)|맥주 7. 진룽위(金龙鱼, 금룡어)|식용유    〈품목별 분포〉(업종, 갯수, 대표 브랜드) 1. 바이주|25곳|구이저우마오타이, 우량예, 루저우자오자오 2. 종합식품|13곳|퉁이, 캉스푸, 왕왕 3. 조미료|12곳|하이톈웨이예, 리진지, 매화생물 3. 농축산|12곳|무위안구펀, 원스(温氏), 성눙(圣农) 5. 식음료|11곳|농푸산취안, 둥펑음료, 홍뉴 6. 유제품|7곳|이리, 멍뉴, 페이허(飞鹤) 7. 맥주|6곳|하얼빈맥주, 쉐화맥주, 칭다오맥주 8. 육제품|5곳|솽후이, 제웨이, 다청식품 9. 건강기능식품|3곳|바이헬스, 텐신제약, 진다웨이 9. 식용유|3곳|진룽위, 푸린먼, 루화(鲁花) 11. 효모가공식품|2곳|안치효모(安琪酵母), 리가오식품(立高食品) 12. 보신주|1곳|징주(劲酒) 12. 황주|1곳|구웨룽산 12. 칵테일|1곳|리오(RIO, 锐澳)   12. 와인|1곳|장위(张裕)   〈기업가치가 빠르게 성장한 곳(비율)〉(기업명, 기업가치(성장비율), 품목) 1. 징텐식품음료, 245억 위안(53%▲)|음료(광천수) 2. 잉자궁주(迎驾贡酒), 590억 위안(31%▲)|바이주 3. 양위안웨이예(养元味业), 310억 위안(29%▲)|음료 3. 첸허웨이예(千禾味业), 180억 위안(29%▲)|조미료 5. 진스옌(金世缘), 740억 위안(28%▲)|바이주 5. 둥펑음료, 740억 위안(28%▲)|음료(중국판 레드불)   〈기업가치가 빠르게 하락한 곳(비율)〉(기업명, 기업가치(감소액), 품목) 1. 웨이룽, 150억 위안(55%▼)|종합식품(쫀드기) 2. 다리식품(达利食品), 220억 위안(52%▼)|종합식품(초코파이, 비스킷, 두유 등) 3. 하이톈웨이예, 2100억 위안(46%▼)|조미료 4. 먀오커란둬(妙可蓝多, Milkground), 90억 위안(40%▼)|유제품(치즈) 5. 무위안구펀, 1900억 위안(37%▼)|농축산(양돈)   〈순위권 내 100년 기업〉(설립연도, 브랜드, 모기업, 기업가치) 1828년 왕라오지(王老吉)(왕라오지대건강공사), 220억 위안 1840년 헝순(恒順)(헝순식초공업), 110억 위안 1888년 리진지(리진지), 1150억 위안 1892년 장위(장위),160억 위안 1900년 하얼빈맥주(버드와이저APAC·百威亚太), 1900억 위안 '중국 식품 산업 100대 기업 목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 식품 업계의 트렌드는 '밀키트'였다. 이번 목록에 오른 회사 기업 가운데 쯔옌식품(紫燕食品), 광저우주자(广州酒家), 싼취안식품(三全食品), 줴웨이식품(绝味食品)이 특히 선전했다. 쯔옌식품은 쓰촨 요리, 광저우주자는 ‘셰프를 집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중국 전통 요리를, 싼취안식품은 탕위안·쫑쯔·물만두·면 요리를 주력으로 하며 줴웨이식품은 야보(오리목)를 비롯해 각종 조림 식품을 판매한다. 밀키트 업계의 성장은 팬더믹의 여파, 1인 가구의 증가, 외식 물가 상승, 편의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결과다. 중국 정부 산하 연구원인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CCID)은 지난해 6000억 위안까지 성장한 중국 밀키트 시장 규모가 2026년에는 1조720억 위안(약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 식품'의 상승세도 눈여겨 볼만 하다. 건강식품 부문에서는 바이헬스(BY-HEALTH, 汤臣倍健)와 진다웨이(金达威)가 견조세를 보였고, 새로운 비타민 제조사인 텐신제약(天新药业)이 순위권에 진입했다. 바이헬스는 복합비타민, 콜라겐 캔디, 콜라겐 드링크, 멜라토닌, 단백질 보충제 등을 판매중이며 진다웨이는 비타민A와 코엔자임Q10 시리즈를 주력으로 한다. 텐신제약은 비타민 제조를 전문으로 하며 원료의약품(API), 식품첨가물 등을 생산한다. 팬더믹 이후 건강에 대한 의식 강화, 노령 인구 증가 등의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음료 회사의 실적은 타 식품 기업에 비해 순항했다. 지난해 비음료회사의 가치는 20% 하락한 반면, 음료 회사의 가치는 9% 감소하는 데 그쳤다. 후룬보고서는 그 이유를 '제품 특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음료의 경우 유통기한이 길기 때문에 시장 수요에 맞게 생산 계획이나 재고 관리를 유연하게 할 수 있으며 일상에서 구매 빈도가 높고,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어 브랜드 효과가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음료업계는 크로스오버가 화두였다. 마오타이와 멍뉴가 콜라보한 아이스크림, 마오타이와 루이싱이 콜라보한 장향라떼가 성공 사례다.   처음으로 황주 기업이 목록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증가한 구웨룽산(古越龍山)이다. 구웨룽산은 중국 최대 생산 규모를 갖춘 곳이다. 시진핑 주석은 1998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1992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 때 100년 묵은 구웨룽산의 화댜오주를 선물했다. 미국 아이오와 홈스테이 가정에 방문했을 때도 같은 술을 선물했다고 한다. 도수(15도 전후)가 높지 않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구웨룽산은 황주계의 '마오타이'로 통한다.   지각변동이 일어난 업종도 보인다. 목록 내 순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업종은 가공육 제품군이다. 가공육 업종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 가치가 하락했지만, 위미창(옥수수소세지)으로 유명한 솽후이(双汇)의 가치는 상승했다. 순위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업종도 눈에 띈다. 식용유 업계 1위 기업 진룽위(金龙鱼)의 가치는 떨어졌지만 2위 업체인 푸린먼(福临门)의 가치는 증가했다. 조미료 산업의 경우 1위 하이톈미업(海天味业, 해천미업)이 크게 감소한 반면 2위인 리진지(李锦记, 이금기)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식용유 업계 1위 기업 진룽위(왼) 2위 업체인 푸린먼(오) 중국 조미료업계 1위 하이톈미업(왼)과 2위인 리진지(오)    100대 목록 가운데 100년 기업(라오즈하오)는 총 8곳이다. 1828년 광둥에서 시작된 중국 국민음료 왕라오지(王老吉), 1840년 개업한 헝순(恒順)식초공업, 1888년 리진지, 1892년에 설립된 와인·브랜디 제조기업 장위(张裕), 1900년부터 시작된 하얼빈맥주(哈爾濱啤酒)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명멸이 잦은 식품 업계에서 ‘현상 유지’를 한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한다.   올해 목록에 오른 기업의 총 가치는 8조 위안(약 1474조 72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2% 감소했다.    후룬바이푸(胡润百富) 회장 겸 최고 조사 책임자인 후룬은 “중국은 예로부터 음식 대국으로 매우 풍부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이 목록이 더 많은 사람들이 세계 음식 국가인 중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 리스트가 더 많은 젊은 식품 업체들을 격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2024.02.06 07:00

  • 죽은 나쁜 놈들이 대뜸 "부자 되세요"…中 엉뚱 구정영화 속내

    죽은 나쁜 놈들이 대뜸 "부자 되세요"…中 엉뚱 구정영화 속내

    2024년 구정이 다가오고 있다. 중국은 매년 구정이 되면 신년 맞이 구정 영화를 발표한다. 올해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2023년 중국 내 여름 휴가 기간(6월 1일~8월 31일) 박스오피스 수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 기대를 구정 영화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새해 첫날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렸던 영화 ‘별처럼 빛나는 너에게(一閃一閃亮星星)’와 현재 중국 코미디 영화 중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는 ‘연회불능정(年會不能停·Johnny Keep Walking!)’의 흥행도 구정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왼쪽부터 영화‘별처럼 빛나는 너에게(一閃一閃亮星星)’와 ‘연회불능정(年會不能停·Johnny Keep Walking!)’ 그런데 구정 영화는 중국에서 개봉하는 여느 영화와 달리 이상한 점이 많다.   첫째, 제작 속도가 특히 빠르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 30일에 개봉한 영화 ‘비성물요3(非誠勿擾3·IF YOU ARE THE ONE Ⅲ)은 작년 6월에 크랭크인한 뒤 개봉까지 반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작년 12월 30일에 개봉한 영화 ‘비성물요3(非誠勿擾3·IF YOU ARE THE ONE Ⅲ) 둘째, 서사가 비논리적이다.   이미 죽은 나쁜 놈들이 마지막에 다시 나타나 카메라를 향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부자 되시라’고 말하는 것이 그렇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Amazing Tales: Three Guns(원제: 三槍拍案驚奇)’에서는 영화 말미에 이미 죽어서 땅에 묻힌 사람들까지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춤을 춘다.  ━  이상한 설정들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구정 영화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중국 구정 영화는 홍콩 영화에서 유래했다. 중국의 첫 번째 구정 영화는 1997년에 개봉한 ‘이쪽저쪽(甲方乙方·The Dream Factory)’이다. 당시 차이나 필름 전 총재인 한산핑(韓三平)과 제작자 장허핑(張和平)은 홍콩 구정 영화 콘셉트를 빌려 중국 본토에서도 구정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1997년에 개봉한 중국의 첫 번째 구정 영화 ‘이쪽저쪽(甲方乙方· The Dream Factory)'   오랜 고민 끝에 홍콩 영화 제작자들은 특별한 수요를 발견한다. 중국 춘절 기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굳이 영화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중국 사람들은 기분 좋게 설을 쇠기 위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 이런 마음가짐은 설에 춘절연환만회(春節聯歡晚會·중국 중앙방송국에서 방영하는 설 특집 방송, 이하 춘완)를 챙겨 보는 것과 비슷하다. 춘완 같은 영화?  중국인으로 유전자를 교체하지 않는 한 외국 영화 제작팀은 결코 만들 수 없다. 중국 영화인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렇게 구정 영화라는 독특한 범주가 생겼다.  중국의 중앙방송국인 CCTV(China Central Television)에서 만든 설 특집 프로그램 춘절 연합 만회(春節聯歡?會) 중국 구정 영화는 다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춘제를 위해 맞춤 제작됐다. 예를 들어 구호 같은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이전 홍콩의 구정 영화에는 십중팔구 번영을 기원하는 내용이 나왔었다. 신녠콰이러!(新年快樂·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궁시파차이!(恭喜發財·부자 되세요) 사실 설을 쇠는 특별한 상황에서 덕담 몇 마디 나누거나 힘찬 구호를 외치는 장면은 더할 나위 없이 정상적이다. 또한 온 가족이 모이는 대명절인 만큼 구정 영화에는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족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설정이 많다.   둘째, 장르는 보통 코미디로 해피엔딩이다.   셋째, 유명 인사가 대거 출연한다.   이 세 가지 특징은 춘완과도 맥을 같이한다. 춘완은 중국의 중앙방송국인 CCTV(China Central Television)에서 만든 설 특집 프로그램으로 섣달 그믐날 저녁 8시에 시작해 자정이 넘어서 끝난다. 중국에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설이 되면 고향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제야의 밤을 보내는 풍습이 있다. 이때 온 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 바로 춘완이다. 춘완은 음악, 춤, 콩트, 서커스,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포괄한 종합 예능 프로그램으로 중국 각 분야 최고의 예술인들을 이 무대에서 볼 수 있다. 춘완을 먼저 이해하고 중국 구정 영화의 어색하고 과한 설정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내 눈에만 이상했던 게 아니었다!  중국 구정 영화는 상을 쫓거나 높은 예술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주된 목적은 연말·연초 쏟아지는 콘텐트와 치열한 박스오피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 이것이 기폭제로 작용해 구정 영화가 탄생했다. 구정 영화의 전개가 이상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구정 영화는 보통 크리스마스부터 설날 이후까지 상영된다. 이번 구정 영화 흥행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엔 조금 이르지만 환시 미디어(歡喜傳媒)의 둥핑(董平) 회장은 올해 중국 구정 영화의 박스오피스가 120억 위안(약 2조 22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4.02.04 09:00

  • 中 밀크티 1위 업체 '헤이티', 바다 건너 한국 온다

    中 밀크티 1위 업체 '헤이티', 바다 건너 한국 온다

    2024년 1월 2일 헤이티코리아가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小紅書)에 한 장의 사진을 게시하며 한국 시장 진출을 알렸다.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중국의 대표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heytea, 喜茶)가 곧 국내에 상륙한다.   지난달 2일 헤이티코리아는 중국의 소셜미디어 샤오홍슈(小紅書)에 ‘2024년 첫 정류장, 헤이티 서울에 도착(2024年第一站, 喜到首爾)’이라는 게시물을 업로드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1호점을 오픈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점일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2012년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작은 밀크티 가게로 영업을 시작한 헤이티는 세계 최초로 크림치즈 폼이 더해진 버블티를 출시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헤이티는 2016년 미국의 IDG캐피탈과 엔젤투자를 통해 1억 위안의 투자를 받아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헤이티 홍콩 사틴(沙田)점 개점 첫날, 아침부터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홍콩경제일보(hket) 헤이티는 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차(新茶) 음료를 본격적으로 출시하며, 내어놓는 음료마다 히트했다. 특히 중국 엠제트(MZ) 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지난해 회원 수 1억 명을 돌파하며 중국 밀크티 1위 업체로 우뚝 서게 된다.   지난달 2일 헤이티에서 발표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헤이티의 신규 개장 매장은 2300개로, 전년 대비 280% 증가해, 중국 차 음료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헤이티 직영 매장의 경우 12개월 연속으로 매출이 증가해, 매출이 가장 높은 달은 무려 8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3년 헤이티는 영국, 호주, 캐나다, 미국 등 글로벌 대도시에 신규 매장을 개설하며, 글로벌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품질관리'   2023년 9월 5일 헤이티에서 단백질 함량을 높힌 '3.8 고품질 우유(3.8源牧甄奶)'를 출시했다. 소후(搜狐) 헤이티는 차 농장, 과수원, 목장, 공장 등 원재료의 재배에서부터 제조 과정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했으며, 지속적인 자체 연구 개발을 통해 음료의 맛과 영양 성분을 업그레이드해 왔다.   일례로 헤이티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헤이티 전용 우유인 ‘3.8 고품질 우유(3.8源牧甄奶)’를 자체 개발해 헤이티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헤이티의 전용 우유는 100mL당 3.8g의 단백질이 포함되어, 시중에 판매되는 우유보다 단백질 함량이 무려 27%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유를 신선하고 효율적으로 매장에 납품하기 위해, 헤이티는 중국 전역에 300개 이상의 도시를 커버하는 41개의 스마트 물류창고 및 운송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해 냈으며, 매장에 납품되는 모든 우유에 디지털 신분증을 부여해, 품질 추적이 가능하게 했다.   헤이티는 중국합격평가국가인가위원회(CNAS)의 인증을 받은 식품 영양 연구 센터에서 연간 3800회 이상에 달하는 원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성분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  '투명성' 위해 음료 레시피까지 공개   2023년 10월 26일 헤이티가 공식 위챗 미니 프로그램에 음료 재료 정보를 공개했다. 사진엔 포도의 원산지, 생산지 환경, 품종, 성장 주기, 운송 방식, 과일 식감 등과 같은 정보가 표기되어 있다. 소후(搜狐) 지난해 10월 26일 헤이티는 음료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의 성분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낱낱이 공개했다. 60종 음료의 음료 정보와 70종의 원료 출처 정보, 심지어 음료 배합 레시피까지 헤이티의 공식 위챗 미니 프로그램 ‘헤이티 GO’에 게시하며 자사 음료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 글로벌 상품 전략 고문 판쥔은 “음료 성분과 관련된 문제가 업계 내에서 항상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고 밝히며 "헤이티가 조리법 등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은 브랜드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음료 업계 차원에서 볼 때, 이런 행동은 업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  콜라보 마케팅에 주력하다   2023년 5월 17일 헤이티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와 콜라보를 통해 특제 밀크티 '희열황(喜悅黃)'을 선보였다.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헤이티는 국제적인 고급 브랜드부터, 중국의 전통적인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 및 IP와 국경을 넘나드는 협업을 통해 창의적인 콜라보를 진행하며 브랜드 입지를 탄탄히 다져나갔다.   지난해 5월 17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와 콜라보 하여 '희열황(喜悅黃)' 특제 밀크티를 선보였으며, 음료를 두 잔 구매하면 펜디 리유저블컵과 펜디 로고가 들어간 컵 받침 가죽 코스터 등 펜디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해당 이벤트는 삽시간에 중국 소셜미디어상에서 퍼져나갔으며, 7시간 동안 웨이보 인기 검색어 상단에 오르며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외에도 헤이티는 오픈 월드 어드벤처 RPG 게임 '원신', 영화 '바비', 세계적인 주얼리 하우스 '주대복(CHOW TAI FOOK)' 등 여러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하며 브랜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곧 국내에도 상륙하는 헤이티, 과연 국내 브랜드와는 어떤 매력적인 콜라보를 진행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2024.02.03 07:00

  • 벤츠⋅볼보 삼킨 지리차, 해외 진출 초석은 따로 있었다?

    벤츠⋅볼보 삼킨 지리차, 해외 진출 초석은 따로 있었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차(吉利汽車, GEELY)는 중국차의 해외 진출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다. 지난 2023년은 중국 자동차 업계에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처음으로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의 자리에 올랐다. 신에너지 차와 자체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선진국으로 오히려 기술을 역수출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차(吉利汽車, GEELY)는 중국 차의 해외 진출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다. 지난 2010년, “볼보를 삼켰다"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이후, 2018년에는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의 방식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사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지리 차의 움직임은 그보다 앞선 2006년 시작됐다. 당시 지리 차는 영국 런던의 택시회사 LTI(지금의 전기차 회사 LEVC)의 지분을 사들이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진다. 사실상 LTI 인수가 지리 차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자본을 투자한 첫 사례인 셈이다.  ━  빚더미 택시회사, 전기차 회사로 거듭나다    지난 2006년, 지리 차는 영국 택시회사 LTI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후, 2013년에는 전액 매입을 통해 LTI를 인수했다. 당시 LTI는 부채에 시달렸던 터라 지리 차 입장에서 당장 이득이 되는 투자는 아니었지만, 유럽 시장 진출을 보고 LTI을 택했다. 지리 차는 런던 택시의 브랜드와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차량 호출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자 했다. 왼쪽이 중국 지리자동차의 창립자 리수푸 회장이다. 2017년, 지리 차는 2억 5000만 파운드를 투자해 영국 최초의 전기차 공장을 건립한다. LTI도 사명을 LEVC로 바꾸고, 택시 제조업체에서 신에너지 차 제조업체로 업종을 전환한다. 이때부터 지리 차는 LEVC에 자본이 아니라 기술을 수출하기 시작한다.   자동차 회사의 해외 진출 1단계는 국제무역의 생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지리 LEVC의 CEO 난성량(南聖良)은 현지 매체 훙싱신원(紅星新聞)에 이같이 말했다. 각국은 자국 자동차 산업 망을 발전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려 하므로, 기술 수출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LEVC는 기술, 인재, 경영방식 등 종합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게 난 CEO의 설명이다.   지난 2023년 5월, LEVC는 영국에서 공간 지향형 순수 전기차 플랫폼 SOA(Space Oriented Architecture)를 발표했다. 이는 LEVC가 지리와 2년 반 동안 공동으로 연구·개발한 결과물로, 중국 자동차 기업의 첫 번째 기술 플랫폼 수출 사례로 꼽힌다. SOA는 지리 차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의 기본 모듈과 기술 표준을 참고하여 만들었다. LEVC는 주로 영국에서 전기 택시 TX5를 판매하며, 글로벌 판매망은 유럽연합(EU), 중동, 아시아 태평양 주요 국가 및 지역을 포괄한다. 현재, LEVC는 주로 영국에서 전기 택시 TX5를 판매하며, 글로벌 판매망은 유럽연합(EU), 중동, 아시아 태평양 주요 국가 및 지역을 포괄한다. 중국 현지에서는 TX5 모델로 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항저우(杭州), 다롄(大連), 후저우(湖州) 등 도시에서 펼치고 있으며,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주요 대도시도 차례로 진출 중이다.   ━  2024년, 중국 차 해외 진출의 향방은?    지난 2023년, 중국 차 업체의 해외 진출은 대부분 유럽 시장에 집중됐다. 현재 중국 자동차 기업의 주력 시장은 여전히 동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중동 지역으로, 미국 및 유럽 선진 주류 시장에 제대로 진출한 기업은 많지 않다.   난 CEO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중국의 전기차 기술이 자동차 소비와 산업 업그레이드를 촉진했다는 것을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은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국내 시장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 역시 해외 진출이 집중되는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지정학적 문제, 기술 장벽, 브랜드인지도, 현지 소비자의 인식 개선 등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예전보다 인식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중국산 제품의 품질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가성비’를 뛰어넘는 브랜드 이미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등이 모두 중국 차가 넘어야 할 벽이다. 「 한편, 2024년 자동차 시장은 스마트화, 해외 진출, 세분화 시장 등에 구조적 기회가 집중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스마트 자율주행 전기차의 내연기관차 대체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며, 세분화 시장과 국가에 따라 변화의 속도에 차이가 날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정해진 대세 속에 해외 시장을 선점할 기업은 누가 될 것인가. 중국 차가 선진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2024년 새해, 중국 차 업체들의 해외 진출 역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4.01.30 07:00

  • "왜 우리 애만 모기 물렸나"…中 뒤집은 '쯔한 엄마'의 반문

    "왜 우리 애만 모기 물렸나"…中 뒤집은 '쯔한 엄마'의 반문

    '엄마는 다 널 위해서야'라고 말하는 중국 드라마의 한 장면 아마 2024년 중국의 첫 번째 드립이지 않을까. ‘쯔한 엄마(子涵媽媽)’가 화제다. 여기서 쯔한은 대명사일 뿐 실제 쯔한이라고 불리는 사람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이 드립은 어떻게 핫해졌을까? 그 시작은 위챗(WeChat·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단톡방 캡처 사진에서였다. 학부모와 선생님이 같이 있는 위챗 단톡방 내용. 순서대로 쯔한 엄마가 '우리 쯔한이가 아침에 유치원 갈 때는 멀쩡했는데 돌아와서 보니 모기에게 물렸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는 거냐?'고 말한다. 바로 밑에 선생님이 '유치원에서 매주 살충 작업을 하고 있지만 모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며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답한다. 이에 쯔한 엄마가 '우리 쯔한이는 모기에게 물렸는데 왜 다른 아이들은 물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캡처 사진을 보면 단톡방에서 한 학부모가 ‘우리 쯔한이가 아침에 유치원 갈 때는 멀쩡했는데 돌아와서 보니 모기에 물렸다.’라고 말한다. 이에 선생님은 ‘유치원에서 매주 살충 작업을 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쯔한의 엄마는 ‘우리 쯔한이는 모기에 물렸는데 왜 다른 아이들은 물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인과 관계는 상관없고 다짜고짜 선생님에게 죄를 묻는데 사나운 말투 때문에 정말 숨이 턱하고 막힌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뜻밖에도 해당 캡처 사진은 네티즌 사이에서 화두로 떠올랐고 네티즌은 크게 두 입장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선생님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선생이 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며 선생님을 두둔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만약 당신이 선생님이라면 얼마나 많은 '쯔한 엄마'를 만나게 될 것인가"라는 특별한 통계도 만들었다. 해당 통계에서 학부모들의 기발한 질문들이 무더기로 집계되었다. 예를 들면 자기 아이의 학번이 4번인데 이 번호는 재수가 없으니 다른 번호로 바꿔줄 수 없냐는 등이다.   두 번째는 ‘쯔한 엄마’를 지지하는 학부모 무리다. 이들은 자신들도 선생님의 노고를 잘 알고 있으며 뼛속까지 학교를 믿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 보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도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   사실 누가 옳은지 그른지 가리려는 게 아니다. 평범한 단톡방 캡처 사진이 어떻게 이런 토론까지 불러일으켰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은 부모의 불안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불안은 얼마나 깊은가? 자녀에게 최고의 자원을 투자해도 부모는 불안해할까?   중국의 교육전문가 선쭈윈(瀋祖蕓)이 발표한 ‘글로벌 교육 보고서(全毬教育報告)’에 따르면 실제 학교 모델과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학교가 달라서 불안이 생긴다고 한다. 제한된 교육 자원 때문에 과거 학교의 모델은 ‘공장’이었다. 학교를 공장으로 본다면 전체 과정에서 어떤 결함도 용납될 수 없다. 공장의 부품 하나에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면 결국 도태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학교의 공장 모델이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늘날 학교는 수백 년 동안 따른 공장 모델에서 벗어나고 있다. 첫째, 교육의 공간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너무 많은 학생 수와 비교하면 이들을 수용할 학교가 부족하다는 고질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그래서 항상 모든 교실이 똑같은 모양이었고 학생들이 일렬로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출생 인구수의 변화와 빠르게 학교를 짓는 추세로 미루어 봤을 때 이 문제는 조만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핀란드의 'HundrED'라는 교육기관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교육혁신 사례 100건’ 중 3분의 1의 학교가 재건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학교는 교실을, 일부 학교는 고정된 수업 시간을 없앴다. 이 밖에 중국 칭다오 중학교는 캠퍼스 내 장소의 명명권을 개방하여 학생들에게 이름을 짓도록 하는 등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둘째, 교육 수단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공장이 모델이었던 학교에서 학생들은 한눈을 팔면 안 됐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한눈을 팔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베이징 11학교(Beijing National Day School, BNDS)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한눈파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창의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아예 탈바꿈하는 것이다. 교실 벽에는 ‘품격 있게 한눈파는 93가지 방법’이라는 포스터를 붙였는데 첫 번째 방법은 반 친구가 세상을 구하러 간다고 상상하며 그를 위한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현대 교육은 학생의 자발적 참여와 학습을 중시한다. 이에 교사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학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집중력을 향상하는 등 시청각을 자극해 학생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한다.   셋째, 교육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과거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무서운 존재였다. 잘못을 저지르면 당연히 체벌도 했고 우리 아이 잘 부탁한다며 학부모도 선생님을 어려워했다. 선생님과 학생이 모두 진지해야 하는 딱딱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학교가 유머를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실제로 베이징 11학교는 2016년부터 교사에 대한 교육 진단 지표에 ‘나의 선생님이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다’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왜 유머를 추가해야 할까?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웃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이쯤 되면 눈치챘을 것 같다. 공장 모델에서 벗어난 학교의 새로운 모델 말이다.   그렇다, 바로 사회다. 학교는 실제 사회의 축소판이다.  학생들에게 이곳에서 먼저 살아보게 하는 것이다. 미래의 학교는 아이들에게 세계를 마주하는 능력을 가르칠 것이다.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유머 감각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자신의 창의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이 길러야 할 사회적 능력의 일부다. 학부모들은 변화하는 학교 모델과 자기 생각을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의 불교 학부모회 로고 중국의 대표적인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는 ‘쯔한 엄마’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불교 학부모회까지 생겼다고 한다. 불교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불교 학부모회에 가입한 학부모들은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부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방법을 공유한다. 과한 걱정은 접어둘 필요가 있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다’라는 티베트 속담도 있지 않은가.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낳을 뿐이다.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걱정에 있지 않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2024.01.28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