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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116만 명 몰렸다…관광지로 급부상한 中 대형마트는 어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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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팡둥라이(胖東來) 타임스퀘어. 팡둥라이상무그룹(胖東來商貿集團)

2월 14일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팡둥라이(胖東來) 타임스퀘어. 팡둥라이상무그룹(胖東來商貿集團)

지난 14일 이른 아침부터 팡둥라이(胖東來) 타임스퀘어 앞으로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영업 시작 전부터 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사람들로 매장 앞 광장엔 1.5km 안팎의 긴 줄이 생겼을 정도다. 살을 에는 한파도 이들을 막지 못했다.

중국의 허난(河南)성 쉬창(許昌)시. 대형 슈퍼마켓 ‘팡둥라이(胖東來)’가 새로운 관광 핫스폿으로 급부상했다.

쉬창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춘절 연휴 8일간 쉬창시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196만 명, 이 중 팡둥라이에 방문한 방문객 수는 무려 11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창시에 방문한 관광객 중 절반 이상이 팡둥라이를 방문한 셈이다.

기존 백화점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 ‘팡둥라이’에 중국인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을 사로잡는 '한 끗' 차이…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고객 서비스 

팡둥라이 타임스퀘어에선 총 7종의 쇼핑카트를 제공하고 있다. 소후(搜狐)

팡둥라이 타임스퀘어에선 총 7종의 쇼핑카트를 제공하고 있다. 소후(搜狐)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7종류의 쇼핑카트가 고객을 맞이한다. 일반 쇼핑카트, 대용량 쇼핑카트, 2단 쇼핑 카트, 어린이용 미니 쇼핑 카트, 유모차 형태의 쇼핑카트, 어르신용 쇼핑카트까지 제공한다. 특히 노인용 쇼핑카트엔 돋보기와 간이 의자가 장착되어 있어 편리함을 더했다.

다른 쇼핑몰에선 찾아보기 힘든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과일 코너엔 오렌지 껍질을 벗길 수 있는 ‘오렌지 필러’부터, 육식 코너엔 일회용 장갑, 각 코너 옆엔 어르신들이 상품 성분표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돋보기를 갖춰 놓았다.

상품 가격표에 제품 정보가 상세히 표기되어 있다. 제품 원가를 붉은색으로 표시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소후(搜狐)

상품 가격표에 제품 정보가 상세히 표기되어 있다. 제품 원가를 붉은색으로 표시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소후(搜狐)

팡둥라이는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매장에 비치된 모든 상품의 원가와 마진율을 투명하게 가격표에 표시했다. 또 신선 식품 판매대엔 상품 등급, 원산지, 숙성도, 당도 등의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공급업체 정보, 공급업체 전화번호까지 구체적으로 제공해 고객이 정보에 기반을 둔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백화점 내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반려동물 센터와 모유 수유실이 있다. 반려동물 센터에서는 반려동물 보관 서비스를 제공해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반려동물을 위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모유 수유실에선 유아용 침대, 우유 온열기, 소독 캐비닛, 세척 도구 등 모유 수유에 필요한 모든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화장실도 고객들 사이에선 인기다. 호텔 화장실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함께, 세면대엔 가전제품 업계에서 에르메스로 불리는 다이슨의 ‘원홀 수전 겸용 핸드드라이어’가 설치되어 있다. 또 빗, 면봉, 핸드크림 등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다양한 용품들이 마련되어 있어, 사용자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팡둥라이 '성공 신화' 주역은 매장 직원들…그들은 어떻게 회사와 사랑에 빠졌나?

팡둥라이 톈스청(胖東來天使城)

팡둥라이 톈스청(胖東來天使城)

또 팡둥라이는 모든 상품에 대해 무조건 교환·환불을 보장하는 정책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쉬창일보(許昌日報) 따르면 의류나 생활용품을 구매하고 소비자가 만족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반품할 수 있으며, 영화 티켓을 구매한 후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경우에도, 영화 상영이 끝난 후 20분 이내에 티켓을 환불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팡둥라이는 "직원이 행복해야,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직원 복지를 높이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팡둥라이 관계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직원들의 최소 월급은 5000위안(한화로 약 93만 원) 이상으로, 동종 업계 대비 20% 높은 금액을 받고 있다. 또 팡둥라이는 임직원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마다 휴점을 시행하고 있으며, 모든 직원에게 매년 30~40일의 유급 연차 휴가를 제공해 직원들의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한다. 팡둥라이 관계자는 “현재 임직원들의 연간 휴일 수는 140일 정도”라고 밝히며 “스위스가 할 수 있는 일은 팡둥라이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매장 내에서도 직원들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계산대 직원에게는 의자를 제공해 고객이 없을 때는 앉아서 쉴 수 있도록 했고, 야외 부스에는 에어컨과 난방장치를 설치해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했다.

팡둥라이만의 특별한 복지도 있다. 직원이 고객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00~5000위안의 '고충 처리 보상금(委屈獎)'을 제공한다. 팡둥라이 관계자는 “직원이 고객의 무례한 행동을 제지하다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경우 500위안(약 9만 3000원)의 고충 처리 보상금을, 고객에게 폭언과 욕설을 들으면, 2000위안(약 36만 원)의 보상금을, 매장 내에서 고객에게서 신체적 피해를 볼 경우 5000위안(약 93만 원)의 고충 처리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팡둥라이는 은퇴한 직원에게도 예우를 아끼지 않았다. 팡둥라이는 매년 은퇴한 직원들에게 설 선물을 보내는데, 이 사실은 팡둥라이에서 은퇴한 직원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13년간 팡둥라이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이 네티즌은 “은퇴 후 매년 팡둥라이에서 설 선물을 보내주고 있다”라며 “팡둥라이의 일원이었던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팡둥라이 창립자 위둥라이(於東來)는 한 연설에서 “많은 사람이 팡둥라이의 성공을 해석하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며 심지어 본인조차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위 회장은 "팡둥라이가 유명해진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며, 우린 단지 조금 더 친절하고 진실할 뿐"이라 언급했다.

1995년 3월 위둥라이에 의해 중국 허난성 쉬창시에서 설립된 팡둥라이상무그룹(胖東來商務集團)은 처음엔 술과 담배를 파는 작은 동네 구멍가게로 시작했으나, 지난해 팡둥라이의 영업이익은 100억 위안(약 1조 80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방문객의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팡둥라이는 오히려 매장 수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30여 개였던 매장은 2014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폐쇄를 시작으로 현재 10개 지점만 남아있다. 팡둥라이 관계자는 “매장 확장보다는 기존 매장에 전념하여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허난을 벗어나 타 지역으로 매장을 확장할 생각이 없느냐"의 한 매체의 질문엔 위둥라이 회장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답했다.

차이나랩 정황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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