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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못 지우겠어"…정보 쟁여두는 당신은 '전자 햄스터'?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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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햄스터는 최근 중국에 나타난 새로운 유행어다.

전자 햄스터는 최근 중국에 나타난 새로운 유행어다.

실용적인 영상을 보면 바로 '좋아요'를 누르고 소장하고 싶은가?

친구와 찍은 사진들은 지우기가 아까워 모두 앨범에 남기는가?

무료 강의를 볼 때면 각종 클라우드 플랫폼에 저장만 하고 보지도 지우지도 않는가?

위 질문 중 하나 이상 자신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당신도 아마 '전자 햄스터(電子倉鼠)'일 가능성이 크다. 전자 햄스터는 최근 중국에 등장한 새로운 유행어로 이 현상은 디지털 사재기(數字囤勣)라고도 한다. 소화할 틈 없이 닥치는 대로 정보를 사재기하는 데 보통 클릭해서 저장만 하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저장 공간은 늘 각종 정보로 포화상태다.

이 모습, 왠지 낯이 익다. 마치 먹이를 저장해두는 햄스터 같지 않은가?

우리 모두 전자 햄스터? 

디지털 사재기의 핵심은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때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도 힘도 들지 않으니, 사람들은 우선 저장부터 하고 본다.

디지털 사재기의 핵심은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때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도 힘도 들지 않으니, 사람들은 우선 저장부터 하고 본다.

작년 ‘중국 청년 연구(China Youth Study, 중국 월간지)’는 디지털 사재기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는 기사를 발표했다. 그 중 첫 번째는 물건을 실제로 사재기하는 것과 같이 본능적인 수집 습관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들은 사탕 포장지, 인형 등 좋아하는 장난감을 수집하고 노인들은 좋아하는 간식을 냉장고에 비축해 두거나 신문 모으는 것을 즐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우표나 각종 입장권, 립스틱, 랜덤 박스 쟁이기가 흔하다. 여기서 디지털 사재기의 핵심은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때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도 힘도 들지 않으니, 사람들은 우선 저장부터 하고 본다.

두 번째는 자기 주도적 학습 인식 때문이다. 강좌나 도서 등 사람들의 학습 욕구를 자극할 만한 디지털 자료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쏟아지는 자료들을 보면 왠지 저장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들기 쉽다.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어쨌든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무언가 시작하려는 첫발은 뗀 셈이니 이를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기도 한다.

디지털 사재기가 일어나는 세 번째 이유는 오늘날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보 폭발로 인한 지적 초조함을 느끼게 하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저장하지 않으면 배우지 못한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 영어로는 ‘Fear of missing out’로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 디지털 사재기를 한다.

디지털 사재기 현상이 지속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보 과부하가 나타날 것이다.

디지털 사재기 현상이 지속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보 과부하가 나타날 것이다.

전자 햄스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지식을 다음 세 단계로 선별해서 흡수해야 한다.

첫째, 새로운 답변이다.

새로운 지식이 등장했으니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답(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만은 오랫동안 존재해 온 문제다. 최근 의학계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일부 GLP-1 약물이 식욕을 억제하여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체중 감량 업계의 새로운 해답이 되었다. 대부분 사람에게 저장된 스크린 캡처, 커리큘럼 및 자료는 보통 ‘새로운 답변’ 차원에 머물러 있다. 이런 종류의 지식은 주로 정보량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더 많은 정보와 사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많은 양의 정보를 마주하면 전부 소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잘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소홀히 할 수도 있다.

둘째, 새로운 답변을 새로운 질문으로 해석해야 한다.

사고는 우리로 하여금 이미 알려진 답의 불완전성을 깨닫게 하고 새로운 질문들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건강한 식습관에 관한 기사를 읽을 때 식습관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더 나아가 건강한 식습관에 관한 연구와 탐구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지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다.

셋째, 새로운 문제보다 한 단계 높은 새로운 분류다.

새로운 분류는 대량의 새로운 질문과 대답을 기반으로 한다. 이때 지식의 체계적인 결합과 통합, 그리고 독자적인 지식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넓히고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식습관에 관한 심층 연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식생활 원칙을 세우고 새로운 건강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다.

바이두

바이두

디지털 사재기에 대처하려면 우리의 지식 처리 수준을 지속해서 향상해야 한다.  

정보의 수집과 저장에 만족할 뿐만 아니라 사고를 통해 지식을 문제 해결 능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지식은 정적인 축적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지속해서 발전하는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장한 모든 정보가 쓸모없다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양의 정보는 실제로 우리에게 풍부한 자료와 영감을 제공한다. 관건은 이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기적으로 즐겨찾기를 정리하고, 쓸모없는 정보는 과감히 삭제하며, 가치 있는 정보는 깊이 있게 처리하고 적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전자 햄스터 현상을 무턱대고 두려워하거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현상의 이면에 반영된 지식 처리의 문제점을 인식해야 한다. 깊이 생각하고 체계적으로 학습함으로써,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도전에 더 잘 대처하고, 지식 사재기를 지혜의 축적으로 바꿀 수 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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