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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되면 관세 60%"…트럼프 '말폭탄'에 가장 떨고 있을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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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3일, 프라이머리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의 내슈아 지역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 Photo/Matt Rourke

2024년 1월 23일, 프라이머리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의 내슈아 지역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 Photo/Matt Rourke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선판에서 사실상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동맹국들에 ‘핵 말폭탄’을 떨어뜨렸다.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나토(NATO)가 방위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면 그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저들(러시아)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부추길 테니 돈을 내라고 했다”고 발언했다.

유럽은 발칵 뒤집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동맹이 서로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적(政敵)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을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라며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그의 평소 지론을 표출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전반기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는 12일 출간된 CNN 앵커 짐 슈터의 저서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를 뒷받침했다. 켈리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괜찮은 사람(okay guy)’으로 여겼다며 “나토가 없었다면 푸틴이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북한을 코너로 몰아넣은 것도 미국이라는 식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나토는 진짜 위험에 처할 것”이라면서 “그(트럼프)는 (나토를) 탈퇴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2018년 나토 정상회의에선 나토 탈퇴를 지시했다가 철회한 적도 있다고 했다.

켈리는 또 다른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그는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 또는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거대한 동맹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과 서쪽 모두에서 세력을 거둬들이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외 전략은 대체로 대치(confrontation)-강화된 균형(enhanced balancing)-봉쇄와 개입(containment & engagement)-통합(integration)-수용(accomodation)-역외 균형(offshore balancing)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자유주의를 전파하려 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통합’으로 볼 수 있겠다. 뒤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땐 다자주의를 앞세우고,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통해 중국에 본격적으로 울타리를 친 ‘봉쇄와 개입’ 성격이었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전략은 기본적으로 ‘역외 균형’이었다. 미국이 더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떠맡을 필요가 없고 유럽이나 동아시아의 안보는 기본적으로 당사국 책임이며, 미국의 보호를 원한다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동맹국들에 요구했다. 한국도 트럼프 집권기 내내 이 문제로 애를 먹었다.

역외 균형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있다. 19세기 말 세계 육지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던 영국은 국력이 쇠퇴함에 따라 아메리카 대륙을 미국이 관할하도록 넘겼고,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 책무를 일본에 맡겼다. 영국 자신은 이를 ‘위대한 고립(splendid isolation)’이라 불렀다.

영국의 역외 균형이 국제정치에서 힘의 논리에 기반한 현실주의에 따른 것이라면, 트럼프의 역외 균형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란 슬로건이 보여주듯 국내정치적 득실의 산물이다. 미국은 복수의 세계 지역에서 전면전을 수행하기 버거움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동시다발적 전쟁 발생을 막으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또 안보 위험이 고조된 지역에 힘을 집중한다. 전통적 대외 전략대로라면 미국은 유럽·중동과 동아시아 중 한쪽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양쪽 모두에서 힘을 빼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동아시아 각국, 특히 지역 패권을 노리는 중국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 분야에선 중국이 미소 짓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재선되면 중국에 60% 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블룸버그는 그가 재임 시절 25% 관세를 매긴 것이 중국의 대미 무역에 구멍을 냈다면 60% 관세는 분화구를 만들 것이라고 평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2018~19년 동안 중국산 제품에 수십억 달러(수조원) 규모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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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가져오기 위해 이런 초고율 관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0% 관세가 현실화하면 트럼프 집권 이전 22%로 정점을 찍었던 미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율은 0%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 디커플링(decoupling)'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트럼프는 또 미국의 대중국 투자와 관련해 새로운 금지 조치 등도 예고했다. 재임 때 이미 중국의 대표적인 SNS인 위챗과 동영상 공유 앱 틱톡 금지 행정명령, 화웨이 제재를 시작했던 그다.

하지만 경제·통상 분야에선 바이든의 대중 정책도 오십 보 백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기조를 유지해온 데 더해 중국의 첨단산업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에 집중해왔다. 2022년 10월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제재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5월 인공지능(AI)용 또는 슈퍼컴퓨터 및 군사 응용 프로그램으로 전환될 수 있는 첨단기술의 중국 접근을 막겠다고 공식화했고 8월엔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AI 3개 분야와 관련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자본 투자를 규제해 돈줄도 틀어막았다.

안보 분야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QUAD)·오커스(AUKUS) 등 지역 동맹국들과 결속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중국을 옥죄어 왔다. 반면 앞서 언급했듯 트럼프는 동아시아 대(對)중 집단 안보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을 매개로 여차하면 한국과 일본에서 한 발을 빼려 할 수도 있다.

발등에 가장 큰불이 떨어질 곳은 대만이다. 볼턴은 안보보좌관 시절 트럼프가 집무실에서 한 발언을 회고했다. "그는 샤프펜 끝을 잡고 '이건 대만이고, 이 대통령 책상은 중국이다'라고 말했다." 대만이 중국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기에 너무 작고 미국이 신경 쓰기에도 너무 작다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대만에 있었다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매우 걱정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러시아와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국에 맞서는 대만에 대한 지원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의 재선을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두 사람은 시진핑과 푸틴이란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2023년 3월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크렘린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건배사를 한 후 중국어로 “간베이(乾杯)”를 외쳤다. 시 주석은 잔을 푸틴 대통령의 잔보다 높이 들었다. [스푸트니크=연합뉴스]

2023년 3월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크렘린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건배사를 한 후 중국어로 “간베이(乾杯)”를 외쳤다. 시 주석은 잔을 푸틴 대통령의 잔보다 높이 들었다. [스푸트니크=연합뉴스]

2021년 당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필립 데이비드슨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공산당에 ‘2027년까지 전쟁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2027년은 시진핑의 세 번째 임기 마지막 해이고 (재집권한다면) 트럼프 임기 중일 것이다. 대륙과 대만의 전면전을 상정한 ‘워 게임(war game)’은 다양한 주체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친대륙 성향인 대만 국민당이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선 중국이 압승했다. 저명한 국제전문가이자 국민당 국제부장인 황제정은 “전면전이 3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으나 실제론 두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대만 측이 총 한 번 써보지도 못한 채 상황이 종료됐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결과는 다소 달랐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CSIS는 대만 중국 간 전면전에서 예상되는 결과를 24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었는데, 결론은 대부분 경우에 중국을 막아내는 것이 가능하단 것이었다. 다만 CSIS 결과에는 두 가지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다. 최대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이 대만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전면전의 여파로 대만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가장 큰 유탄은 대만 해협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런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은 북·중·러 3국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 김정은이 대남 관계에 자신감을 가지리라는 점도 자명할 것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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