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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애만 모기 물렸나"…中 뒤집은 '쯔한 엄마'의 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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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다 널 위해서야'라고 말하는 중국 드라마의 한 장면

'엄마는 다 널 위해서야'라고 말하는 중국 드라마의 한 장면

아마 2024년 중국의 첫 번째 드립이지 않을까. ‘쯔한 엄마(子涵媽媽)’가 화제다. 여기서 쯔한은 대명사일 뿐 실제 쯔한이라고 불리는 사람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이 드립은 어떻게 핫해졌을까? 그 시작은 위챗(WeChat·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단톡방 캡처 사진에서였다.

학부모와 선생님이 같이 있는 위챗 단톡방 내용. 순서대로 쯔한 엄마가 '우리 쯔한이가 아침에 유치원 갈 때는 멀쩡했는데 돌아와서 보니 모기에게 물렸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는 거냐?'고 말한다. 바로 밑에 선생님이 '유치원에서 매주 살충 작업을 하고 있지만 모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며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답한다. 이에 쯔한 엄마가 '우리 쯔한이는 모기에게 물렸는데 왜 다른 아이들은 물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학부모와 선생님이 같이 있는 위챗 단톡방 내용. 순서대로 쯔한 엄마가 '우리 쯔한이가 아침에 유치원 갈 때는 멀쩡했는데 돌아와서 보니 모기에게 물렸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는 거냐?'고 말한다. 바로 밑에 선생님이 '유치원에서 매주 살충 작업을 하고 있지만 모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며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답한다. 이에 쯔한 엄마가 '우리 쯔한이는 모기에게 물렸는데 왜 다른 아이들은 물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캡처 사진을 보면 단톡방에서 한 학부모가 ‘우리 쯔한이가 아침에 유치원 갈 때는 멀쩡했는데 돌아와서 보니 모기에 물렸다.’라고 말한다. 이에 선생님은 ‘유치원에서 매주 살충 작업을 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쯔한의 엄마는 ‘우리 쯔한이는 모기에 물렸는데 왜 다른 아이들은 물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인과 관계는 상관없고 다짜고짜 선생님에게 죄를 묻는데 사나운 말투 때문에 정말 숨이 턱하고 막힌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뜻밖에도 해당 캡처 사진은 네티즌 사이에서 화두로 떠올랐고 네티즌은 크게 두 입장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선생님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선생이 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며 선생님을 두둔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만약 당신이 선생님이라면 얼마나 많은 '쯔한 엄마'를 만나게 될 것인가"라는 특별한 통계도 만들었다. 해당 통계에서 학부모들의 기발한 질문들이 무더기로 집계되었다. 예를 들면 자기 아이의 학번이 4번인데 이 번호는 재수가 없으니 다른 번호로 바꿔줄 수 없냐는 등이다.

두 번째는 ‘쯔한 엄마’를 지지하는 학부모 무리다.
이들은 자신들도 선생님의 노고를 잘 알고 있으며 뼛속까지 학교를 믿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 보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도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

사실 누가 옳은지 그른지 가리려는 게 아니다. 평범한 단톡방 캡처 사진이 어떻게 이런 토론까지 불러일으켰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은 부모의 불안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불안은 얼마나 깊은가? 자녀에게 최고의 자원을 투자해도 부모는 불안해할까?

중국의 교육전문가 선쭈윈(瀋祖蕓)이 발표한 ‘글로벌 교육 보고서(全毬教育報告)’에 따르면 실제 학교 모델과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학교가 달라서 불안이 생긴다고 한다. 제한된 교육 자원 때문에 과거 학교의 모델은 ‘공장’이었다. 학교를 공장으로 본다면 전체 과정에서 어떤 결함도 용납될 수 없다. 공장의 부품 하나에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면 결국 도태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학교의 공장 모델이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늘날 학교는 수백 년 동안 따른 공장 모델에서 벗어나고 있다.

첫째, 교육의 공간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너무 많은 학생 수와 비교하면 이들을 수용할 학교가 부족하다는 고질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그래서 항상 모든 교실이 똑같은 모양이었고 학생들이 일렬로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출생 인구수의 변화와 빠르게 학교를 짓는 추세로 미루어 봤을 때 이 문제는 조만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핀란드의 'HundrED'라는 교육기관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교육혁신 사례 100건’ 중 3분의 1의 학교가 재건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학교는 교실을, 일부 학교는 고정된 수업 시간을 없앴다. 이 밖에 중국 칭다오 중학교는 캠퍼스 내 장소의 명명권을 개방하여 학생들에게 이름을 짓도록 하는 등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둘째, 교육 수단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공장이 모델이었던 학교에서 학생들은 한눈을 팔면 안 됐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한눈을 팔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베이징 11학교(Beijing National Day School, BNDS)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한눈파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창의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아예 탈바꿈하는 것이다. 교실 벽에는 ‘품격 있게 한눈파는 93가지 방법’이라는 포스터를 붙였는데 첫 번째 방법은 반 친구가 세상을 구하러 간다고 상상하며 그를 위한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현대 교육은 학생의 자발적 참여와 학습을 중시한다. 이에 교사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학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집중력을 향상하는 등 시청각을 자극해 학생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한다.

셋째, 교육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과거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무서운 존재였다. 잘못을 저지르면 당연히 체벌도 했고 우리 아이 잘 부탁한다며 학부모도 선생님을 어려워했다. 선생님과 학생이 모두 진지해야 하는 딱딱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학교가 유머를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실제로 베이징 11학교는 2016년부터 교사에 대한 교육 진단 지표에 ‘나의 선생님이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다’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왜 유머를 추가해야 할까?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웃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이쯤 되면 눈치챘을 것 같다. 공장 모델에서 벗어난 학교의 새로운 모델 말이다.

그렇다, 바로 사회다.

학교는 실제 사회의 축소판이다. 

학생들에게 이곳에서 먼저 살아보게 하는 것이다. 미래의 학교는 아이들에게 세계를 마주하는 능력을 가르칠 것이다.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유머 감각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자신의 창의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이 길러야 할 사회적 능력의 일부다. 학부모들은 변화하는 학교 모델과 자기 생각을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의 불교 학부모회 로고

중국의 대표적인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의 불교 학부모회 로고

중국의 대표적인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는 ‘쯔한 엄마’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불교 학부모회까지 생겼다고 한다. 불교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불교 학부모회에 가입한 학부모들은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부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방법을 공유한다. 과한 걱정은 접어둘 필요가 있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다’라는 티베트 속담도 있지 않은가.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낳을 뿐이다.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걱정에 있지 않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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