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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AI 패권 경쟁, ‘여기’에서 판가름 난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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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NVIDIA)와 소라(Sora)

2024년 새해 큰 화제를 모은 이 둘은 모두 AI로 귀결된다. 2023년 본격화한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 AI 반도체의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실적과 주가 모두 크게 뛰어올랐다. 소라는 2023년 챗 GPT 열풍을 불러일으킨 오픈 AI가 1년 만에 발표한 동영상 생성 모델로, 텍스트 기반 AI를 뛰어넘은 확장성으로 전 세계에 또 한 번 큰 충격을 안겼다.

저우훙이(週鴻?) 중국의 인터넷 보안 업체 360 창업자다.

저우훙이(週鴻?) 중국의 인터넷 보안 업체 360 창업자다.

“미중 AI 격차의 관건은 기술 방향 확정에 달려 있다. 일단 방향을 확정하고 나면, 1~2년이내에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보안 업체 360 창업자 저우훙이(週鴻祎)는 지난 2월 23일 환구시보(環毬時報)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24년은 중국의 AI 응용의 해로서, 수많은 기업이 대규모 모델을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이 지금 챗 GPT를 뛰어넘는 대규모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일부 수직 분야에서 챗 GPT를 뛰어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평했다.

지난 2월 15일, 오픈 AI가 새로운 인공지능 시스템 소라를 발표했다. 소라는 이용자가 제시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동영상을 생성하는 시스템으로,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저우훙이는 이에 대해, “오픈 AI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비밀 무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자신의 SNS에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또, AI 분야에서 미중 간에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며, 과학기술 경쟁의 최종 관건은 인재의 밀집도와 업계의 경험치라고 언급했다.

“저는 줄곧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격차를 알아야만 따라잡을 수 있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모든 면에서 앞선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저우훙이는 정확한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기차 개발을 사례로 들었다. 앞서 일본의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테슬라는 순수 전기차를 택했다. 중국의 비야디(比亞迪, BYD)는 테슬라의 방향을 택했고, 현재 판매량 면에서 테슬라와 1~2위를 겨루는 전기차 회사가 되었다. 향후 전 세계가 따라 하고, 표준으로 삼게 될 정확한 방향을 택해야 하는 이유다.

소라가 세계에 미칠 파급력과 전망에 관해, 저우훙이는 소라의 동영상 생성 기능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소라가 동영상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그 안에 든 자료, 즉, 실제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 현실 세계의 상호작용을 학습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소라가 로봇, 자율주행 분야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저우훙이는 전망했다.

챗 GPT 출현 이후, 중국에서도 바이두(百度)를 비롯한 여러 업체가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중국의 대규모 모델은 보안과 규제에 대한 의구심이 큰 장벽으로 꼽힌다. AI 윤리와 관련 규제가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보안 이슈로 시끄러운 중국이 만든 대규모 모델을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하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저우훙이는 “전 세계의 대규모 모델은 모두 보안 이슈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어떻게 신뢰성을 보증할 것인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 개발 이후, 소액의 비용을 지불해 작업을 대신시키고, 심지어는 가짜 영상을 만들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AI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법을 찾는 것이 현재 글로벌 업계의 난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AI의 핵심 구동력으로 데이터와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컴퓨팅 파워는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AI 경쟁을 좌우하는 요소로 여겨진다. 챗 GPT 등장 이후 엔비디아가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것도 다 이 덕분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발표한 2023년 4분기 매출은 221억 달러(약 29조 원)로, 동기 대비 265%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챗 GPT 열풍 이후 컴퓨팅 파워 수요가 많이 늘어났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른바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향후 AI 컴퓨팅 파워 산업망에 투자 기회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에서도 AI 칩셋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리서치(艾瑞咨詢)에 따르면, 2022년 약 385억 위안(약 7조 1100억 원) 규모였던 중국의 AI 칩셋 시장은 오는 2027년 2164억 위안(약 39조 9700억 원)으로 크게 확장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컴퓨팅 파워 국산화가 AI 산업 발전의 추세가 될 것이라고 현지 업계는 판단한다. IDC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AI 가속기 출하량은 약 109만장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 점유율이 85%로 가장 높았고, 이어 화웨이(10%)와 바이두(2%) 순이었으며, 한우지(寒武紀)와 쑤이위안(燧原)이 각각 1%를 차지했다. 현재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것을 고려할 때, 향후 중국 시장에서는 컴퓨팅 파워 국산화 추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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