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기 좋은 中 도시 어디? ‘2023 중국 행복 지수’ 발표

    살기 좋은 中 도시 어디? ‘2023 중국 행복 지수’ 발표

    중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는 어디일까? 중국의 스타 경제학자 런쩌핑(任澤平)이 최근 중국 337개 현급 도시의 ‘행복 지수’ 순위를 발표했다. 순위는 경제 환경·사회 환경·생태 환경 등 크게 세 개 지표와 13개 세부 항목을 포괄해 매겼다.   1위는 장쑤성 난징(南京)이 꼽혔다. 경제환경, 사회환경, 생태환경 행복지수에서 각각 5위, 4위, 3위를 기록하며 종합 점수 95점을 받았다. 지난 9월 5일 발표한 〈'2023년 중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순위〉. 쩌핑훙관(澤平宏觀) 난징은 지리적 이점이 있고 경제가 발전했으며 1인당 가처분 소득이 높은 지역이다. 2022년 난징시 도시 주민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4.1% 증가한 7만 6643위안(약 1418만 6619원)이고, 농촌 주민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6.0% 증가한 3만 4664위안(약 641만 6306원)으로 전국 도시 평균 4만 9283위안과 농민 평균 2만 133위안보다 높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7만 8000위안(약 3294만 7800원)으로 전국 6위다.   난징은 문화와 교육 발전을 매우 중시해 중등 및 고등 교육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난징 중등교육의 교사-학생 비율은 1:10으로 상위 10개 도시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등 교육 자원이 집중되어 있으며 8211개의 대학, 12개의 일류 대학, 국가 핵심 학문 분야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 난징 공자묘 관광지. 봉황망 인프라 건설이 완벽하고 도시화 수준이 높은 편이다. ‘13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난징은 초기에 주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방사형 도시 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1인당 도시철도 이용시간과 도시화율은 상위 10개 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풍부한 역사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 물, 도시, 숲으로 구성된 도시경관을 형성하는 생태지표가 전국 최고 수준에 달했다. 2022년 말 현재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 프로젝트 4개와 국가급 관광명소 52개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에는 시가지 녹지율, 시가지 녹지율, 1인당 공원 녹지 면적이 전국 상위 도시에 진입했다.   2위와 3위는 항저우(杭州)와 창사(長沙)가 기록했다. 항저우는 ‘중하위 소득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사회보장제도를 개선해 도시와 농촌의 격차와 소득 격차가 적은 지역이다. 창사는 ‘야간 경제’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다. 2022년 창사의 야간 경제 소매 매출은 창사의 소매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20일 창사의 양판야시장(揚帆夜市)이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 Rednet.cn 4~10위는 허페이(合肥), 저우산(舟山), 우후(蕪湖), 쑤저우(蘇州), 닝보(寧波), 다롄(大連), 주하이(珠海) 순이다. 이중 유일한 3선급 도시는 ‘우후(蕪湖)’다. 3선 도시는 중소도시급으로, 2선 도시보다 경제 규모는 더 작지만, 지역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22년 우후시의 연간 GDP는 4502억 1300만 위안(약 83조 33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허페이 3.5%, 안후이성 3.5%, 전국 3.0%의 성장률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2022년 말 기준 상주인구는 373.1만 명으로 전년 대비 5.9만 명이 증가, 도시화율은 73.55%로 0.56%포인트 증가했다.   우후를 부양하는 주요 산업은 자동차다. 최근 몇 년간 과학기술 연구 조치를 강화하면서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촉진해 왔다. 우후엔 완성차, 핵심 부품, 응용 및 지원 장비를 포괄하는 산업 체인이 완벽히 형성되어 있으며  2023년 상반기 우후의 신에너지 및 지능형 커넥티드 자동차 산업 매출은 1064억 위안, 이익은 69억 3000만 위안으로 전국 지방 1위를 차지했다. 안후이(安徽)성 우후(蕪湖)시에 위치한 치루이(奇瑞·Chery)자동차회사 신에너지공장 직원들이 차량 조립 작업장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신화통신 권역으로 보면 상위 50개 지역 중 약 7개가 남부 도시이고, 동부권 28곳, 장강삼각주 도시가 15개를 차지했다.   전체 도시 중 하위 10개 도시는 서부와 북동부 지역에 밀집해 있었다. 그중 서부지역에만 하위 8개 도시가 포함됐는데, 순위가 낮은 이유는 경제 낙후, 교통 불편, 건조 기후, 자원 부족 등이 주효했다. 동북부의 도시는 제도적 경직성, 인구 유출, 낮은 도시화 수준 등의 요인으로 인해 전국에서 행복지수가 낮게 나타났다.   ‘사업하기 좋은’ 중국 도시 순위도 최근 발표됐다. 지난 19일 장쑤(江蘇)성 타이창(太倉)시는 ‘2023 기업가 행복 도시(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닝보(寧波)시, 청두(成都)시, 광저우시 톈허(天河)구, 선전(深圳)시 난산(南山)구 등 20개 도시와 지역이 기업가 행복이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의 행복은 도시의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닝보는 중국 최초의 제조 전력 전략 시범 도시로 선정되었다. 석유화학, 자동차 및 부품, 가전제품을 주축으로 하는 탄탄한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 중이다. 닝보시 경제정보국의 통계에 따르면, 닝보에는 이미 83개의 국가급 제조업 ‘싱글 챔피언’ 기업과 352개의 국가급 전문 및 신규 ‘작은 거인’ 기업이 있다.   * ‘싱글 챔피언’: 중요한 틈새시장에서 이미 세계적 위치를 차지하거나 잠재력을 보이는 기업/ ‘작은 거인’: 작지만 핵심 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갖춘 기업.    닝보는 최근 개최한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도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닝보의 20개 이상의 회사가 아시안 게임 성화, 조명 및 오디오, 스마트 절수, 친환경 식기, 경기장 좌석 등을 포함하여 경기장 건설 및 행사 보증 업무에 관여했다. 저녁 무렵의 닝보 톈이광장(天一廣場). CMG 칭다오도 사업하기 좋은 중국 도시 중 하나다. 올해 칭다오의 100대 민영기업 중 매출액이 100억 위안을 초과한 기업이 30개로 지난해보다 8개가 늘었다. 2022년 말 기준 중국 내 상장기업 62개를 포함해 총 77개 국내외 상장기업이 있으며 2023년에는 10개 이상의 신규 상장 및 비준 기업을 확보할 예정이다.    칭다오는 지난해 초 규정 준수 인증 업무 최적화, 유연한 법 집행, 소송 사건 녹색 채널, 전문가 자문 서비스 등 ‘10대 업무 메커니즘’을 구축했으며, 이와 동시에 상장 및 상장 예정 기업의 ‘화이트 리스트’를 작성하고 집중 육성을 하고 있다.   이번 조사엔 바이두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연구소와 바이두 지도, 신화통신 산하 주간지 랴오왕(瞭望)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했다. 기업 효율 비용, 공공 서비스 역량 등 5개의 1차 지표와 수십 개의 2차 지표를 포함하는 기업가 행복 지수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협력했으며, 빅데이터 수집,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전문가 리뷰 등을 통해 설문조사를 했다.   특히 바이두의 딥러닝 프레임 워크인 ‘패들패들(Paddle Paddle, 飞桨)’과 인공지능(AI) 기반 지식 강화 자연어 처리 모델인 ‘원신대모형(文心大模型’)이 중요한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2023.10.04 07:00

  • 중국 차 新 패러다임, ‘웨이샤오리’ 이어 차세대 3대장 뜬다

    중국 차 新 패러다임, ‘웨이샤오리’ 이어 차세대 3대장 뜬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 자율주행 차 열풍이 불면서 관련 제반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부상하고 있다. 현지 업계에서는 전기차 3대장 ‘웨이샤오리(蔚小理)’의 뒤를 이어, 스마트 자율주행차 3대장 ‘지미화(極米華)’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관측한다.   ■ 웨이샤오리와 지미화 「 웨이샤오리(蔚小理)는 웨이라이(蔚來⋅NIO), 샤오펑(小鵬), 리샹(理想⋅Li Auto)을 합쳐서 부르는 말로, 중국 전기차 3대장으로 통한다.   지미화(極米華)는 지웨(極越), 샤오미(小米), 화웨이(華爲)를 합쳐서 부르는 말로, 중국 스마트 자율주행차 3대장으로 통한다. 」  지웨(極越)의 첫 번째 모델 ‘지웨01’. 사진 신랑신원 지난 9월 19일, 고급 스마트카 지웨(極越)의 첫 번째 모델 ‘지웨01’의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프리미엄 스마트 전기차 지웨01의 판매가는 25만 9900위안(약 4700만원)부터 시작되며, 10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웨는 판매 개시 시작 24시간 이내에 주문량 1만 5000건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리미엄 스마트카 ’지웨01’의 출시에 큰 관심이 쏠렸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스마트화’ 후반전, IT 업체 참전 가속화   지웨 임직원. 사진 제몐신원 지웨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차(吉利車)와 바이두(百度)의 합작 브랜드다. 중국 신에너지차 업계의 후발주자로, 신에너지차의 후반 격전장인 ‘스마트화’ 열풍에 올라탔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신에너지차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中國汽車工業協會)가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 중국 신에너지차 생산량 및 판매량은 각각 543만 4000대와 537만 4000대로, 동기 대비 각각 36.9%와 39.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에너지차가 파란만장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부스터가 된 셈이다.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은 첫 싹을 틔울 때부터 지금의 발전을 이루기까지, 제품 측면에서 뚜렷하게 변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즉, 초창기에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고, 성능이 떨어지는 소형차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서서히 스마트 자율주행의 방향으로 흐름이 옮겨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에너지 혁명은 시작에 불과하며, 스마트 업그레이드에 따른 이동 방식의 혁신이야말로 인류의 이동 생태계 변화의 근본이 될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 3대장이라 불리는 ‘웨이샤오리’ 로고. 사진 바이두 신에너지차 시장의 전반부는 중국 전기차 3대장이라 불리는 ‘웨이샤오리’가 주도했다. 이들은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개성을 살린 고급화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고, 서서히 각자의 브랜드 입지를 구축하였다. 예를 들면, 리샹(리오토)는 편의성에 치중한 효도차의 이미지가 있으며, 웨이라이(니오)는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통해 높은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였고, 샤오펑은 연구·개발에 투자해 소프트웨어 스마트화를 통해 제품을 발전시켰다.   2023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는 서서히 ‘스마트 자율주행’의 방향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에 다년간 투자한 바이두, 화웨이, 샤오미 등 IT 업체들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들은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와 손을 잡거나, 혹은 자체적인 자동차 개발의 방식으로 ‘스마트화’의 격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화웨이의 경우, 창안자동차(長安汽車), 세레스(賽力斯·SERES)와의 합작을 통해 각각 아바타(AVATR·阿維塔), 아이토(AITO·問界)라는 이름의 양대 브랜드를 출시했다. 바이두는 지리차와 함께 지웨 브랜드를 선보였고, 샤오미는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스마트화’ 열풍 속에서 과학기술에 거액을 투자한 ‘지미화’가 신에너지차 후반 격전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역량 모두 관건    그렇다면, 일명 ‘지미화’의 개발 현황은 어떠할까.   앞서 언급했듯, 지웨는 지리차와 바이두의 합작 브랜드다. ‘지웨01’은 중국 최초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탑재한 모델로, 이전 세대인 8155 칩보다 8배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덕분에 인터넷 신호의 의존을 탈피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언어 AI 알고리즘 현지화를 실현하였고, 터널, 산간 지역 등 네트워크가 약한 장소에서도 원활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화웨이가 세레스와 합작을 통해 선보인 신형 SUV 모델 ‘M7’ . 사진 타이핑양하오 화웨이는 지난 9월 세레스와의 합작 브랜드 아이토의 신형 SUV 모델 ‘M7’을 공개했다. 아이토는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여러 가지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고도화된 스마트카 시스템이 강점이다. 이번에 출시된 신제품 ‘M7’은 총 27개의 센서와 11개의 카메라를 장착해 자율주행 관련 기능을 강화했다.   창안자동차와 합작한 아바타 모델의 경우, HI(Huawei Inside) 모델을 채택하여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화웨이 풀 스택 솔루션을 적용했다. 화웨이는 별도로 스마트카 사업 부문을 운영하며 기술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샤오미의 경우 자체 브랜드 자동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샤오미 전기차의 첫 양산형 모델은 본격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강화하여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샤오미 전기차는 오는 2024년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기반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자질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존 전기차 3대장 ‘웨이샤오리’와 차세대 자율주행차 3대장 ‘지미화’의 향후 행보에 업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10.03 07:00

  • 커피 혁신 산업 단지까지 들어선다, 식지 않는 中 커피 시장

    커피 혁신 산업 단지까지 들어선다, 식지 않는 中 커피 시장

    중국 명주 마오타이(茅台) 맛을 가미한 루이싱(瑞幸)커피의 장향(醬香)라테가 연일 화제다. 루이싱에 따르면 장향라테는 출시 첫날 542만 잔이 팔렸으며, 단일 제품 기준 판매액이 1억 위안(약 181억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루이싱커피의 장향라테(왼)와 위안양커피의 중국 전통차 블렌딩 커피. 바이두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그 맛을 크게 해치지 않는 정도의 변형으로만 커피를 소비하는 대다수의 커피 소비국과 달리 중국은 맛에 있어 다양한 조합, 트렌디한 마케팅을 시도한다. 잠깐 이슈가 됐다가 금방 식어버릴지라도 소비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순기능이 있어 커피 음료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일례로 후난성의 대표 차(茶) 브랜드 차옌웨써(茶顏悅色)의 산하 커피 브랜드인 위안양(鴛央) 커피는 계화우롱차탕에 에티오피아 원두를 블렌딩해 만든 음료를 판매한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90% 이상이 커피에 차를 블렌딩한 형태로 소비자의 95% 이상이 젊은 세대다. 장향라테를 개발한 루이싱 커피는 이미 코코넛 음료인 예슈(椰樹)와의 협업을 통해 한차례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씨비앤데이터(CBNData)가 발표한 ‘2023년 중국 도시 커피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영업 중인 카페는 13만 2800여 곳에 달한다. 2021년보다 3만1000개 이상 늘었다. 중국의 커피 산업 규모도 지난 2021년 1651억 위안(약 30조 482억원)에서 2022년 2007억 위안(약 36조 5274억원)으로 확대됐다. 오는 2025년에는 3693억 위안(약 67조 21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소비자의 연평균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 소비자의 평균 소비량의 10%에 불과하다. 커피 시장의 성장 여력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은 커피 산업을 어떻게 키워나가려고 할까.     ━  글로벌 커피 체인의 ‘아시아’ 시장 공략 1번지, 장강 삼각주   세계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 바로 상하이다.     상하이에서 서북쪽으로 50km 떨어진 장쑤성 쿤산(昆山)에 스타벅스 차이나 커피혁신산업단지가 들어선다. 9월 오픈을 앞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로스팅 공장이자 원두 보관 창고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갖춘 물류 배송 센터와 연결돼 스타벅스 배송 네트워크의 핵심 기지가 될 예정이다.     젊은 인구와 기업이 밀집한 선전(深圳)에도 스타벅스 차이나 혁신기술센터가 9월 개소를 앞두고 있다. 해당 센터는 고객∙파트너(스타벅스 직원)∙커피∙효율∙ESG 등 5개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장쑤성 쿤산(昆山)에 스타벅스 차이나 커피혁신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씨앤뉴스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나아가 중국 소비자의 커피 구매량은 더욱 늘어날 여지가 크다”고 언급하면서 “이것이 스타벅스가 중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현재까지 중국 본토 250여 개 도시에서 약 65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중국 본토에 9000개의 스타벅스 매장을 열고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글로벌 커피 대기업도 중국 커피 소비 일번지인 상하이에 첫 둥지를 틀었다. 2020년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라바차는 상하이에 중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매장을 열었고, 미국 블루보틀은 지난해 중국 본토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블루보틀은 초기 단계부터 상하이 펑푸(彭浦)에 전문 로스팅 공장을 설립해 예멘·코스타리카·볼리비아에서 생산되는 소량의 신선한 로스팅 원두를 중국 소비자에게 소개했다.   지리적으로 상하이, 선전 등과 멀지 않은 쿤산은 '국제 로스팅 대회' '중국 국제 커피 산업 대회' '커피 문화 축제' 등이 이 지역에서 열리면서 중국의 '커피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렇게 장강 삼각주 지역은 중국의 커피 산업을 주도하는 하나의 거대한 벨트로 성장하고 있다.    ━  글로벌 프랜차이즈 넘보는 중국 토종 브랜드의 '존재감'   특색 있는 중국 본토 커피 브랜드의 약진도 돋보인다. 스페셜티 혹은 시그니처 커피를 무기로 내세운 곳들이다. 루이싱은 말할 것도 없고, 시소커피(Seesaw Coffee), 매너커피(Manner Coffee)도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들 브랜드는 모두 중국 소비자의 특성과 취향을 면밀히 분석했다는 평가다.   특히 시소커피는 스페셜티 수요가 있는 1·2선 도시를 공략했다. 사업 확장 기회가 있었지만 점포 수를 무분별하게 늘리지 않았고 품질 유지에 집중했다. 그러자 충성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Seesaw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20%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시소커피'. 시소커피 공식홈페이지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브랜드가 있다. 중국판 카누로 통하는 싼둔반(三頓半)이다. ‘3.5끼니’란 뜻의 싼둔반은 하루 세 끼니에 커피로 0.5끼니를 더한다는 의미로, 아주 간편하게 맛있는 커피를 즐긴다는 콘셉트를 제품에 녹였다.   싼둔반(三頓半) 커피. 싼둔반 공식홈페이지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80점 이상을 획득한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며 로스팅 정도에 따라 캡슐 넘버와 컬러를 달리했다. 소비자는 이 믹스커피를 우유, 아몬드유, 생수 등 기호에 맞게 녹여 먹을 수 있다. 2015년 창업한 싼둔반은 4년 만에 네슬레의 매출을 뛰어넘으며 인스턴트 커피 업계 1위로 등극했다. 싼둔반은 10위안 이내의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며 품질 향상에도 지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최초 동결 건조 기술을 도입했으며, 저온 추출 방식으로 커피의 맛과 향취는 최대로 끌어 올린 것.   이렇듯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중국 브랜드는 커피 맛을 알아가는 중국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또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  독특한 풍미 ‘윈난성 원두’, 전통 커피 시장인 미국·일본에 수출   중국산 원두 중 95%는 윈난(雲南)성에서 생산된다. 1892년 한 프랑스인이 다리(大理) 빈촨(賓川)현 주쿠라(朱苦拉)촌에 커피나무 한 그루를 심은 것이 시작이다. 이후 1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윈난 커피 산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커피의 품질도 향상되고 있다.     윈난성 원두는 '알이 굵고 맛이 진하면서 쓰지 않은' 독특한 풍미를 지녔다. 윈난성은 지난해 2만t 이상의 커피 생두를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등지에 판매했다.   윈난(雲南)성 푸얼(普?)시 쓰마오(思茅)구 소재 커피 농장에서 농부가 커피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신화통신 윈난성 원두 재배는 중국의 기술 굴기와 함께 발전하고 있다. 윈난성 바오산시의 일부 재배 구역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사용해 커피나무의 성장 환경을 다차원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지면의 장비가 강수량과 빗물 pH 농도 등을 모니터링한 뒤 이를 5G 네트워크를 통해 백그라운드로 전송하는 것. 모니터링 중인 커피나무 지표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농부는 적시에 조처를 할 수 있게 된다. 2022년 말 바오산시의 커피 생산량은 2만 2600t이며 전체 산업 사슬의 생산액은 40억 위안(약 7594억 원)을 넘어섰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본 스타벅스는 일찍부터 중국 내 원두 생산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2012년 윈난성 푸얼(普洱)시에 '커피 재배자 지원 센터'를 열고 현지 커피 농부들이 물류, 로스팅, 판매, 매장 공유 등과 연결되도록 했다. 곧 스타벅스 차이나 커피혁신산업단지가 문을 열면 윈난 푸얼에서 상하이와 쿤산까지 중국의 단일시장에 커피 산업 사슬 업∙다운스트림의 완전한 폐쇄 루프가 형성될 예정이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10.02 07:00

  • 중추절 대목 노리는 中 월병 업계, 올해는 어떻게 다를까

    중추절 대목 노리는 中 월병 업계, 올해는 어떻게 다를까

    중추절(추석) 대목을 노리는 중국 월병 업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데믹 이후 맞는 첫 명절인 만큼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데이터연구센터가 발표한 ‘2023 중국 월병 산업 백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 월병 시장은 전년 대비 8% 성장한 263억 위안(약 5조 98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중국 월병 시장, 올해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징은 무엇일까?   ■ 월병(月餅)이란? 「 중국의 전통 과자로, 밀가루와 설탕, 달걀 등을 섞어 만든 피에 팥앙금이나 견과류 등의 소를 넣어 만든다. 둥근 달 모양처럼 생겨 주로 중추절(추석)에 가족의 화목을 기원하며 서로 나눠 먹는다. 」   ━  치열해지는 경쟁, 월병 관련 기업만 2만개↑   중추절 월병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023 중국 월병 산업 백서’에 따르면, 중국에 현존하는 월병 관련 기업 수는 약 2만1000개다. 월병 브랜드도 1만 개가 넘으며, 대표적으로 메이신(美心·Maxim’s), 베이징 다오샹춘(北京稻香村), 위안랑룽화(元朗榮華·WING WAH), 화메이(華美·Huamei), 싱화러우(杏花樓), 광저우주자(廣州酒家) 등이 있다. 아이스 두리안 월병. 사진 바이두@邱震海 신흥 브랜드의 성장세도 매섭다. 이들은 새로운 맛과 트렌디한 포장으로 전통 브랜드 사이에서 약진 중이다. 광저우의 뉴마이란(紐麥蘭)은 아이스 두리안 월병을 출시해 판매량 11만 개를 돌파했다. 쓰촨의 아이다러(愛達樂)는 구운 고추 소고기 맛, 생 코코넛 라떼 맛 월병을 출시해 젊은 층에 인기를 끌었다. 스타벅스가 출시한 월병. 사진 스타벅스 차이나 이밖에, KFC, 피자헛, 스타벅스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도 월병 시장에 눈독을 들이며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 KFC는 고궁박물관과 협업해 궈차오(國潮·애국소비)풍 월병 세트를 출시했으며, 스타벅스도 씨솔트 에스프레소 맛, 블랙페퍼 베이컨 맛 월병 등을 출시해 중국 소비자를 공략했다.  ━  월병도 ‘제로 슈가’ 열풍, 무당·저당 제품 인기   한국과 마찬가지로 올해 중국 식음료 업계를 강타한 키워드는 ‘제로 슈가(Zero Sugar)’다. 중국인들의 건강 의식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무당·저당 제품이 인기를 끌었고, 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불던 ‘제로 슈가’ 열풍은 월병 업계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중국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는 ‘무설탕’, ‘저설탕’ 라벨을 단 월병 세트가 대거 등장했다. 이는 월병에 들어가는 설탕을 자일리톨, 말리톨, 에리트리톨 등 감미료로 대체한 것인데, 식품 100g당 당 함량이 0.5g 미만이면 ‘무설탕’ 표기를, 5g 미만이면 ‘저설탕’ 표기를 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이 정리한 저설탕 월병 추천 게시물. 사진 바이두A赫敏姐姐 ‘2023 중국 월병 산업 백서’는 “여러 브랜드가 잇달아 저당, 저지방, 저칼로리 월병을 출시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저설탕 월병이 월병 업계의 새로운 성장 포인트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  과대 포장 안 돼, 10만원 넘어도 안 돼   명절 선물세트로 인기 있는 월병이 한때 수천, 수만 위안을 호가하며 뇌물로도 쓰이자 중국 당국은 지난해 6월 500위안(약 9만 7000원)이 넘는 월병 판매를 제한하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더해 올해 9월부터는 화장품과 식품에 대한 과도한 포장을 규제하는 개정된 국가 표준을 시행했다. 국가 표준에 따르면 월병의 포장 겹수는 3단을 초과할 수 없으며, 귀금속 등을 포장재로 사용하거나 다른 제품과 혼합해서 포장해도 안 된다.  중국의 한 대형마트. 사진 신징바오 캡처 이와 같은 규제로 올해 중국 대형마트 가판대에는 고가의 화려한 월병 선물세트가 많이 사라졌다. 베이징르바오(北京日報) 등 현지 매체는 중추절을 앞두고 마트에서 판매 중인 박스 포장형 월병의 가격대는 대부분 100~400위안(약 1만 9000원~7만 8000원) 사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상어지느러미, 인삼, 실크 스카프 등의 고가 상품을 월병과 묶어 판매하거나, 온라인에서만 선물세트를 판매하며 단속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마트, 온라인 쇼핑몰 말고 틱톡에서 산다    월병의 판매 경로는 크게 대형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징둥(京東), 티몰(天貓) 등 온라인 쇼핑몰로 나뉜다. 그런데 최근에는 더우인 커머스(抖音電商)등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구매가 훨씬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9월 1일부터 20일까지, 더우인 커머스의 월병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으며, 더우인 커머스에서 월병을 구매한 소비자 수도 78% 증가했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10.01 11:32

  • 시험대 오른 전략목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시험대 오른 전략목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 역대 국가지도자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진핑(왼쪽부터) [중앙포토] 일전에 시진핑 시대 중국의 세 방향 전략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엔 1949년 공산당 정권이 대륙을 통일한 후 일관되게 견지해 온 신중국의 전략 목표에 관해 얘기해 본다. 중국 지도부는 통상 자국의 대전략(grand strategy)을 명시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왔다. 전략목표에 대해 지도부가 말을 아끼는 것은 무언가를 은폐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략적 사고나 계획과 관련해 유연하면서도 최종적인 목표를 열어두려는 중국 특유의 접근방식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지도자의 발언이나 관영 언론, 출판물을 통해 공공연히 회자되어 온 핵심적 표현들이 존재했다. 마오쩌둥은 ‘심알동 광적량 불칭패(深挖洞 廣積糧 不稱霸)’라는 교시를 남겼다. ‘굴을 깊게 파고, 식량을 비축하며, 패권자라 칭하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이 아직 강국의 지위를 획득하기 이전, 미국과 소련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제시한 것이다.   덩샤오핑 시대의 외교 기조는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빛을 감춰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면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본격적인 국력 증대기에 패권국과 여타 강국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지침이었다.   도광양회 기조는 이후에도 이어졌지만 1990년대 “대국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장쩌민의 선언과 함께 책임대국론(責任大國論)이 제기됐다. 동시에 ‘필요한 역할은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 구호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미국 패권의 단극(單極) 국제체제에서 강국의 하나로서 위상을 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장쩌민을 뒤이은 후진타오의 집권 전반기엔 ‘평화롭게 부상한다’는 뜻의 화평굴기(和平崛起)가 등장했다. 1990년대 이후 중국위협론이 서구에서 제기됐고, 2001년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대외 정책 속에서 미국 패권체제에 대해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기에는 아직 경제력과 군사력이 부족한 처지를 반영하는 문구로 해석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중국이 ‘세계의 채권국’ 역할을 맡게 됐다. 미국에 대해 중국이 상당한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자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는 뜻의 돌돌핍인(咄咄逼人)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2010년 12월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에 대한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중국의 압력으로 17개국 100여 개 국제단체가 불참한 일이 당시 중국의 변화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시진핑 시기에 접어들면서 중국의 전략목표는 보다 명징한 언어로 표현되고 있다. 2012년 11월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은 ‘두 개의 백년’을 언급했는데 이 구호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中華民族偉大復興中國夢)’을 이룩하기 위한 전략목표로 인식되어 왔다. 두 개의 백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 소강(小康)사회’를 완성하여 전 인민이 중산층 시대로 진입하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민주·문명·화해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완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중화민족의 부흥이란 비전은 표현이 약간씩 다르지만 세대를 초월해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 공유되어 왔다. 장쩌민은 2002년 11월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 보고문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언급하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은 역사와 시대가 우리에게 부여한 엄중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후진타오 역시 2007년 제17기 전국대표대회 개회사를 통해 ‘중화민족의 부흥’을 언급했다. 『중국의 세계전략』을 쓴 예쯔청은 중국 지도자들이 반복해 언급해온 중화민족 부흥이란 목표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수립한 중국 대전략의 연장선이라고 파악했다.   『예정된 전쟁』의 저자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시진핑이 내세우고 있는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의 꿈’에 담겨 있는 중국의 전략목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 제공]   -서양 세력의 침략 이전 중국이 아시아에서 누렸던 지배적 영향력을 회복한다. -본토의 신장(新疆)과 티베트뿐만 아니라 대만과 홍콩을 포함한 ‘더 큰 중국’ 영토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한다. -접경 지역과 근해에서 과거의 세력권을 회복해 주변국들에 강대국으로서 대접을 받는다. -각종 국제기구에서 다른 강국들에게 중국에 대한 존중을 표할 것을 요구한다.   위 내용을 타당하다고 받아들인다면 중국의 전략 목표는 다음과 같이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침략 이전처럼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국 지위를 회복한다. -변경 소수민족 자치구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분쇄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폐기하며 대만과의 통일을 이룩해 완전한 하나의 중국을 수립한다. -동아시아에 과거와 같은 천하관(天下觀)에 입각한 위계적 질서를 재확립한다. -국제기구들에서 중국이 최소한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비토(veto)권을 가지는 지위를 획득한다.   위의 네 가지 명제는 그간 중국 정부가 보여준 행태를 볼 때 명확하다. 중국 지도부 내부 사정에 밝았던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그들이 공유하는 세계관에 대해 “사방의 제후들이 조공을 바치기 위해 베이징을 찾던 시절처럼 중국이 다른 나라들 위에 군림하고, 다른 나라들은 스스로를 자신보다 우월한 나라에 상소를 올리는 처지로 여기는 세계”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되찾고 이 지역에서 구현하려는 국제질서는 형식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가진 국민국가(nation-state)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천자국과 제후국이라는 위계적 질서를 가진 과거 동아시아에 가깝다는 것이다.   중국은 점차 대(對)홍콩 원칙인 일국양제를 유명무실화하려는 시도를 강화해 왔다. 2009년 반분열국가법 홍콩조항 신설과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제 변경, 2019년 범죄인 송환법 실시 시도 등이 그 사례들이다. 미국 등 서방이 계속 문제제기하고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족 집단수용은 위구르 분리·독립 움직임에 대한 발본색원을 목표로 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은 위안화의 IMF 특별인출권(SDR) 확대를 줄곧 주장해 왔다. 국제 거래 통화로서 위안화의 힘에 걸맞은 지위를 부여해 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 중심의 국제규범 및 제도에 맞서 중국 중심의 대안적 규범·제도를 수립하고 있다.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이런 중국의 전략목표는 21세기에 수립된 것이 아니라 신중국 1세대 지도부, 더 나아가 중화적 세계관의 전통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버드대에서 현대 중국을 연구한 1세대 중국학자 존 페어뱅크는 헨리 키신저와 리처드 닉슨의 방중 전인 1969년 중국의 대외 정책을 3가지 요소로 설명했다. 첫째 주변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요구, 둘째 주변국들이 중국의 내재적 우월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 셋째 주변국들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지휘하기 위해 그런 지배력과 우월성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그의 시각 역시 위에서 설명한 중국의 전략목표 내용과 사실상 일치한다.   이 같은 전략목표들은 요약하면 동아시아에서 중화 패권의 확립과 그런 중화 질서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은 경제와 군사, 소프트 파워의 측면에서 하위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다. 지난 호에서 설명한 시진핑 지도부의 신형대국관계와 일대일로, 대양해군 전략이 그것이다. 이 세 전략은 각각 다른 차원과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신형대국관계가 외교, 즉 연성권력 측면의 전략이라면 일대일로는 경제적 측면, 대양해군은 군사적 성격의 전략이다. 신형대국관계가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추구하는 동진 전략이라면, 일대일로는 유라시아 지역에 중국 중심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서진 전략이다. 대양해군은 남중국해를 통해 대양으로 진출, 중국의 군사력을 세계적 범위로 투사하려는 남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및 서방 세력과 전략적 구조적 경쟁에 돌입한 시진핑의 중국이 경쟁국들의 견제를 극복하고 전략목표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결국 경쟁에서 실패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10.01 06:00

  • “나 오늘 점심으로 0.4 화시폐 썼어” 中 립스틱 오빠 막말에 등장한 신종 화폐

    “나 오늘 점심으로 0.4 화시폐 썼어” 中 립스틱 오빠 막말에 등장한 신종 화폐

    「 중국에 새로운 화폐가 등장했다.   」 중국 라이브커머스 전문 쇼호스트 리자치. 사진 비주얼차이나 모든 것은 중국 라이브커머스 황제 ‘리자치(李佳琦·Austin Li)’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리자치는 ‘30초 동안 립스틱 많이 바르기’ 기네스북 도전에 성공해 ‘립스틱 오빠’라는 애칭을 얻은 인물. 중국 화장품 판매 라이브커머스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한다.    지난 9일 리자치는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 ‘화시즈(花西子·Florasis)’의 아이브로 펜슬을 판매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79위안(약 1만 4500원)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시청자의 댓글에 그는 “계속 이 가격에 판매했는데 뭐가 비싸냐”며 “함부로 말하지 마라, 국산 브랜드도 힘들다”고 응수했다. 이어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라며 “수년 동안 월급이 올랐는지 안 올랐는지, 열심히 일했는지 되돌아보라”고 일침을 날렸다. (왼)리자치의 발언으로 '리자치'와 '화시즈' 관련 키워드가 중국 인터넷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사진 펑파이신문/(오)공개 사과하는 리자치. 사진 바이두 이 발언으로 리자치와 화시즈는 나란히 중국 내 각종 SNS의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겪고 있는 중국의 젊은 세대는 그의 발언에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리자치는 11일 생방송에서 눈물을 흘리며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화시즈가 정말 비싼지 안 비싼지’는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급기야 노동자를 울리는 차세대 화폐단위인 ‘화시폐(1화시폐=79위안)’가 등장했고, 중국 인터넷에는 ‘나 오늘 점심으로 0.4화시폐 썼어’ 등 각종 풍자가 쏟아지고 있다.  ━  논란의 화시즈, 정말 비싼가?   화시즈 브로우 펜슬을 판매하는 리자치. 사진 바이두 화시즈는 중국의 신흥 로컬 뷰티 브랜드다. 올해 618 쇼핑축제(618大促, 중국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틱톡 618 쇼핑축제 메이크업/향수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화시즈의 파우더, 브로우 펜슬, 립스틱 등 대표 상품의 가격은 100위안(약 1만 8354원) 내외다. 그런데 왜 유독 화시즈의 제품은 비싸다는 말을 들을까?   리자치의 라이브 방송에서 판매한 브로우 펜슬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79위안의 판매 구성에는 본품 1개와 리필 2개가 포함되어 있다. 브로우 펜슬 하나당 0.08g의 용량으로, 그램 당 가격은 329.2위안(약 6만 원)이 된다.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쇼핑 플랫폼 티몰(天貓· Tmall)에서 판매 중인 디올 브로우 펜슬은 290위안(약 5만 3198원)으로 그램당 가격을 계산했을 때 243.7위안(약 4만 4717원)이다. 즉, 그램 당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 화시즈가 디올보다 비싼 것이다.     중국 SNS 플랫폼 웨이보(微博)에서 진행한 ‘화시즈가 비싸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조사에서 ‘그렇다’고 대답한 이는 4만 2000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95%에 달했다. 화시즈 역시 얼마든지 고급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브랜드 포지셔닝과 제품 가격은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중국 소비자가 화시즈에 비싼 값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화시즈, 다른 의미로 ‘미친 가성비’?   화시즈 메이크업 제품. 사진 소후 반면, 티몰 화시즈 공식 스토어 리뷰에는 제품 품질에 대한 혹평이 적지 않다. 많은 사용자가 파우더 제품의 가루 날림이 심한 것과 립스틱 실제 발색이 사진과 다른 점을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화시즈는 지난해 메이크업 제품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지난해 초 ‘중국 화장품 연구개발의 일인자’로 불리는 리후이량(李惠良)이 연구개발팀에 합류했다. 그뿐만 아니다. 앞으로 5년간 10억 위안(약 1832억 2000만 원) 이상을 투자해 ‘아시아 메이크업 연구개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화시즈의 모회사인 이거그룹(宜格集團)은 2022년과 2023년 총 26건의 특허를 출원했는데, 이 중 미용 기기, 클렌징, 자외선 차단 관련 특허가 21건이었고, 메이크업 제품 관련 특허는 2건뿐이었다.    ━  립스틱 오빠로 흥하고, 립스틱 오빠로…   리자치와의 깊은 협력관계 역시 화시즈의 문제점이다. 리자치와 화시즈의 인연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리자치는 화시즈의 제품 연구 개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화시즈는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리자치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19년만 해도 티몰 판매량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다음 해 618 쇼핑축제 판매량 1위에 등극했다. 또한, 2020년 한 해에만 30억 위안(약 5492억 7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중국 로컬 메이크업 브랜드 최강자로 우뚝 섰다.     문제는 화시즈가 리자치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됐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은 화시즈가 사업 초기 생방송 플랫폼에만 매달 2000만 위안(약 36억 6180만 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투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화시즈는 비용 절감을 위해 라이브커머스 진행자 교체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일반 진행자의 영업수익은 10%를 밑도는데 리자치 한 명이 20%가 넘는 영업수익을 가져다주니 쉽게 변화를 주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그러나 ‘리자치 효과’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2019년 상반기 전체 매출 중 라이브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8.48%였는데, 2021년 상반기는 5.25%에 그치고 말았다. 최근 논란과는 별개로 화시즈가 창업 이래 펼쳐온 라이브커머스 마케팅의 약발이 다해가고 있는 것이다.    ━  중국 로컬 색조 화장품의 부진, 답은 ‘통 안’에?   라이브커머스가 등장하면서 시각적 효과가 확실한 메이크업 산업이 큰 수혜를 입었다. 화시즈의 창업자 우청룽(吳成龍)은 스킨케어 브랜드 바이췌링(百雀羚·Pechoin) 온라인몰 운영 총감독 출신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 이해가 깊은 인물이다. 화시즈는 중국에서 라이브커머스 열풍이 시작되는 무렵 적극적인 콘텐츠 마케팅을 펼쳐 가장 먼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퍼펙트 다이어리의 광고 화보. 사진 퍼펙트 다이어리   장페이잉(張培英) 패션 뷰티 산업 전문가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보통 3% 이상인 반면, 중국 로컬 브랜드의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일반적으로 1% 미만”이라며 중국 로컬 브랜드가 제품개발보다 마케팅에 힘쓰는 현상을 지적했다. 메이크업 제품은 사용 효과가 어떤 제품보다도 직관적으로 보여서 지속적인 연구와 축적이 필요한 분야다.   장이(張毅) 아이미디어 컨설팅 CEO는 화웨이 신제품 휴대폰으로 예로 들어 화시즈의 부진을 설명했다. 그는 “화웨이 자체 연구 칩의 유창함과 안정성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증명하기에 소비자는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라며 “반면 화시즈 같은 브랜드가 비싸다고 토로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제품에서 가격에 상응하는 개발과 혁신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의 '비싸다'는 말은 곧 가격에 상응하는 품질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로컬 스킨케어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광다증권(光大証券) 이 화장품 상장사 상반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화에 바이오(華熙生物· Bloomage Biotech), 베이타이니(貝泰妮·Botanee Group), 프로야(珀萊雅·Proya), 자이언트 바이오(巨子生物· Giant Biogene)를 포함한 스킨케어 브랜드의 2023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57%, 순이익은 27.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중국 뷰티 시장에서도 제품력이 가장 중요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27 07:00

  • ‘유커의 귀환’ 황금연휴 중국인 해외여행지 1위는 태국, 한국은?

    ‘유커의 귀환’ 황금연휴 중국인 해외여행지 1위는 태국, 한국은?

    중추절-국경절 대목을 앞두고 관광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해외 단체관광 허용 후 처음 맞이하는 연휴라 국내에서도 ‘유커(遊客·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귀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중국 여행사 트립닷컴(攜程)이 발표한 〈중추절-국경절 여행 예측 보고서(中秋國慶旅遊預測報告)〉를 바탕으로, 이번 황금연휴 중국인 관광객의 향방을 가늠해 본다.  ━  해외여행 수요 20배 폭증, 한국은 태국 이어 2위   올해 중국은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가 이어지며,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장장 8일의 황금연휴를 보내게 된다. 해외 단체관광이 전면 개방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장기 연휴라 특히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추세다. 1년 전 국경일 연휴에 비해 해외여행 예약이 20배 가까이 치솟았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해외 항공권 검색률은 코로나 19 발발 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집계됐다. 태국 방콕 왓 아룬 사원. 사진 셔터스톡 이번 황금연휴 중국인의 해외 인기 여행지 1위는 태국이었으며, 한국이 2위에 올랐다. 그 뒤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영국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태국의 경우 기존에도 인기 여행지였지만, 올해에는 특히 연휴를 앞두고 태국 당국이 중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5개월 간(2023.9.25~2024.2.29) 비자 면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태국 여행 검색량이 8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정책으로 인해, 국경절 황금연휴뿐만 아니라 4분기 내내 중국 본토 여행객이 태국을 많이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 오랜만에 2위라는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사드 보복 이후 약 6년 만에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중추절-국경일 연휴 기간 한국 행 항공권 티켓 예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7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 ‘유커의 귀환’을 앞두고 국내 관광업계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15일, 서울관광재단은 트립닷컴과 함께 처음으로 중국 소비자에게 서울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남산 타워 등 관광명소의 입장권부터 특색 있는 호텔 숙박권 등을 포함한 상품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방문한 여행객 수는 54만 5000명(연인원)으로, 동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은 수준이지만, 이번에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함에 따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3일 중국인 단체 관광객 150여명이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을 방문한 모습. 사진 롯데면세점 특기할 만한 점은, 중국인의 해외여행 소비관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고품질 서비스와 체험형 여행이 부상하고 있으며, 패키지여행보다는 각자의 개성에 맞춰 소수로 구성된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중국 국내는 장거리&소도시 여행 급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황금연휴 중국인의 국내 여행 예약도 지난해 동기 대비 4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여행지 TOP10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청두(成都), 항저우(杭州), 광저우(廣州), 시안(西安), 충칭(重慶), 난징(南京), 선전(深圳), 창사(長沙) 순이었다. 이 가운데 창사의 경우, 예약량이 동기 대비 3배 넘게 늘어나는 등 도시 주목도가 크게 올랐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시안(西安) 성벽. 사진 신화통신 올해는 연휴가 8일로 긴 편이라, 장거리 여행 수요도 증가했다. 거주지에서 다른 성(省)으로 여행하는 비중이 73%에 달했으며, 여행객의 약 20%가 3일 이상의 여행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국내 장거리 노선 중에는 가을 풍광을 즐기기 좋은 우루무치(烏魯木齊), 둔황(敦煌) 등 시베이(西北) 지역과 싼야(三亞), 샤먼(廈門)을 비롯해 날씨 좋은 화난(華南) 지역이 인기를 끌었다.   한편, 국내 여행의 경우 ‘소도시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적인 관광지보다는 아직은 크게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에 먼저 가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에서는 산둥(山東)성 쯔보(淄博)의 사오카오(燒烤·꼬치구이)가 인기를 끄는 등 3~4선(三四線) 소도시가 여행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연휴에도 쯔보, 옌볜(延邊) 등 소도시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해 동기 대비 예약량이 1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09.26 07:00

  • 홍콩 은행으로 오픈런 하는 중국인들, 왜?

    홍콩 은행으로 오픈런 하는 중국인들, 왜?

    은행 계좌를 개설하러 홍콩에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홍콩프리프레스(HKFP), 시대주보(時代週報)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본토 중국인들이 더 높은 금리와 금융 안보를 누리기 위해 홍콩으로 모여들고 있다.   HKFP가 인터뷰한 중국인 왕 씨는 허난(河南) 성에서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 오전 5시 30분, 중국은행 홍콩(BOCHK) 침사추이 점에 도착했다. 전날 밤부터 서두른 덕에 왕 씨는 은행 앞에 1등으로 줄을 서게 됐다. 오전 9시 은행 셔터가 올라가기 전까지, 왕 씨 뒤로는 60명 이상이 더 줄을 섰다.   시대주보가 인터뷰한 중국인 천 씨는 광저우(廣州)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만에 홍콩에 도착했다. 이후 홍콩의 한 PC방에서 50위안(약 9500원)을 내고 밤을 새운 뒤, 다음 날 아침 근처에 있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지점으로 달려갔다. HSBC에서 계좌를 만든 천 씨는 곧장 가까운 중국은행 홍콩(BOCHK)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 번째 계좌를 만든 뒤, 오후 2시 광저우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천 씨의 이번 여행 목적은 오직 하나, ‘계좌 개설’이었다. 이른 아침 중국은행 홍콩 앞에 줄을 선 사람들. 사진 제일재경 최근 홍콩 내 은행에는 신규 계좌를 만들려는 중국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점마다 일일 신규계좌 개설 수가 제한된 탓에, 왕 씨나 천 씨처럼 오픈런을 불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SCMP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SBC의 비거주자 신규 계좌 수는 2019년 2분기의 2배 수준으로 늘었고, OCBC 홍콩의 상반기 중국 본토 고객용 신규 계좌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배 증가했다.   샤오훙수(小紅書)등 중국 SNS에는 ‘홍콩 계좌 개설’ 과 관련된 게시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은행별 계좌 개설에 필요한 서류, 계좌 개설에 소요되는 시간, 본토와 연결된 고속철도 역에서 가까운 지점 등을 정리한 후기 글은 온라인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홍콩 중강청(中港城)에 있는 중국은행 홍콩(BOCHK) 지점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적고 당일날 카드 수령이 가능하다고 소문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샤오훙수에 '홍콩 계좌 개설 공략(香港開戶攻略)'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글들. 사진 샤오훙수 갈무리  ━  홍콩 점령한 중국 ‘예금 특전사’   왕 씨나 천 씨 같은 사람을 일컬어 중국에서는 ‘예금 특전사(存款特種兵)’라는 단어도 유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별 예·적금 금리를 비교한 뒤, 버스와 기차, 심지어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이율 높은 상품에 가입한다. 홍콩이 이러한 ‘예금 특전사’의 성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금리에 있다. 지난 몇 달간 중국 위안화 예금 금리는 하락했지만, 홍콩 정기 예금 금리는 치솟으면서 홍콩에서 계좌를 만들려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   중국은 소비 진작을 위해 지난 5월 이후 두 차례나 기준 금리를 인하했다. 6월에는 중국 6대 국유은행(공상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교통은행·건설은행·우정저축은행)이 만기 정기 예금 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이들은 2년 만기 정기 예금 이자율은 2.15%에서 2.05%로, 3년 만기 정기예금은 2.6%에서 2.45%로, 5년 만기 정기예금은 2.65%에서 2.5%로 각각 0.1%p~0.15%p 낮췄다.   반면에 미국 달러에 고정된 홍콩의 금리는 같은 기간 미국과 비슷하게 인상됐다. 홍콩은 1983년부터 통화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움직이는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금리 역시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을 계속해서 따르고 있다.  한 홍콩 은행에서 홍콩 달러와 영국 파운드에 적용한다는 우대 금리 광고. 사진 바이두 이 때문에 홍콩 내 주요 은행들은 현재 홍콩달러와 미국달러의 3개월, 6개월 만기 정기 예금에 4%가 넘는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7~9%대의 우대 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본토 은행들은 유사한 상품에 불과 1.25~1.65%의 이율을 제공하며, 중국의 ‘예금 특전사’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홍콩에서 저축성 보험에 들기 위해 계좌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홍콩의 저축성 보험은 통상 본토보다 보장 범위가 넓고 수익률이 높으며, 수혜자와 통화 변경이 간편해 예전부터 인기 있는 투자상품이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 당국이 본토의 신규 보험상품 수익률을 3%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하며, 홍콩 보험의 인기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홍콩 보험감독기구(Insurance Authority)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홍콩에서 중국 본토 방문객에게 판매한 보험상품은 전년 동기 대비 26배 증가한 96억 홍콩달러(약 1조 6730억원)를 기록했다.    ━  일요일에도 문 여는 은행, 계좌 개설 대행 서비스도 등장   몰려드는 중국인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일부 홍콩 은행들은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추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HSBC, 항셍은행, 동아시아은행(BEA) 등은 올해 1월부터 본토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있다.     홍콩에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선 ‘계좌 개설 대행 서비스’도 나왔다. 중국 매체 시대주보는 “계좌 개설 대행 서비스의 이용료는 약 1000~2500위안(약 19~48만원)이며, BOCHK, HSBC,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등의 계좌 개설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사진 셔터스톡 한편, 홍콩 예금의 실제 수익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중국 매체는 일반인이 홍콩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으며, 이를 고려하면 실제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전했다. 또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9~10%대 우대금리는 예치 기간 전체가 아닌 1달 내지는 1주일에만 적용돼 미끼 상품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대외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어 미국달러·홍콩달러 예금 금리도 얼마 못 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반면에 일부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평가절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본토 중국인들이 위안화를 미국달러나 홍콩달러 예금으로 교환하는 것은 효과적인 헤지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25 09:29

  • 미 싱크탱크가 밝힌 중·러의 북한 인권 엄호

    미 싱크탱크가 밝힌 중·러의 북한 인권 엄호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셔터스톡 북한 김씨 정권을 지지하고, 국제 인권 보장 의무 및 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꾀하고, 연대해서 서방국가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인권유린을 방조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방이 이 국가들을 가장 신랄하게 공격하는 소재가 있다. 인권 문제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4일 조지 W 부시 연구소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인권유린에 가담해 온 정황을 조명했다.   CSIS 보고서는 “자신도 심각한 인권 침해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인권유린을 다양한 방식으로 방조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례를 언급했다.      ━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무역 지속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을 억제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06~2017년 대북 경제 제재 결의안을 10건 통과시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계속 북한과 교역하며 제재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2017년부터는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북한 제재 결의를 차단하기 시작했고, 이런 상황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북한의 무역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북한의 무역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무역을 한 번도 중단한 적이 없다.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에 따른 국경 봉쇄 등으로 인해 북한과 중국·러시아 간의 공식 무역량은 매우 적었다. 2021년 3분기, 북한이 국경 봉쇄를 완화하자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지난해 5월 평양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공개하면서 다시 줄었다.     CRS는 또 중국과 러시아가 다양한 불법 활동을 통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제재 상품 및 서비스 품목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을 이용해 북한과 금지된 품목을 거래하고 ▶북한에 정제된 석유를 수출했으며 ▶해상으로 북한 석탄을 수입하고 ▶중국 항만에서 북한 선박의 외관을 변경해 북한이 거래에 참여한 사실을 은폐했다고 적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NK 뉴스는 지난 5월 중국 세관의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4월 북한의 대(對)중 수출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양국 전체 무역 총액은 2억 달러(2658억 원)를 넘겼다”고 전했다. CSIS는 이와 관련해 “중국 세관이 공개한 데이터는 석유 수출, 서비스 거래를 비롯한 불법 무역 항목의 거래 내역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중 무역량은 2억 달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유엔이 공개한 국가별 품목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2019년 북한-러시아 무역량은 연평균 1~2% 포인트 증가했으며 2020년 양국의 무역량은 그해 북한 전체 무역량의 6%에 달했다. CSIS는 “이 모든 활동은 북한에 무기 개발 자금을 마련해 주는 셈이며, 결국 북한 정권 강화를 돕고 있다”고 평했다.    ━  북한의 해외 노예노동에 관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도와 국제 제재를 회피하는 것 외에 북한의 초국가적 탄압과 해외 노예노동 문제에도 연루돼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유엔 안보리는 그해 12월 만장일치로 ‘2397호: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제재(2397호 결의안)’를 통과했다. 안보리 회원국에 2019년 12월 22일까지 탈북자, 난민, 망명 신청자, 인신매매 피해자를 제외한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를 모두 송환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북한은 2397호 결의안 통과 전 약 10만 명의 노동자를 해외로 파견했다. 그중 3분의 1은 중국에, 3분의 1은 러시아에, 나머지 3분의 1은 중동·유럽·아프리카 등에 보냈다. 북한 정부는 해외 파견 노동자의 월급을 대부분(최대 90%) 몰수하며, 이를 통해 연간 2억~5억 달러(2858억~6652억5000만 원)의 수입을 얻는다. 반면 해외 노동자가 매월 집에 송금하는 돈은 100~200달러(13만~26만 원)에 그친다.   관련 전문가들은 “2397호 결의안 이행 시한인 2019년 12월 이후에도 수천 명의 북한 노동자가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단속을 피하게 하기 위해 2397호 결의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학생비자, 관광비자를 북한 노동자에게 발급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통계를 인용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분기, 북한 시민 약 7000명이 러시아에 입국했다. 이들 중 노동자, 학생, 관광객으로 등록한 사람은 각각 753명, 1975명, 3000명이다. 학생과 관광객 수가 지난 2019년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22년 보고서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노동자 수는 2만 명에 달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도 각각 2000~3000명이 있다”고 했다.   CSIS는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정보기술(IT) 노동자의 문제도 언급했다. 이들은 프로그래밍, 코딩, 게임 개발, 웹사이트 디자인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한 탈북자는 2000명 이상의 북한 IT 노동자가 중국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IT 노동자의 월급은 3000~10000달러(약 400만~1327만 원)로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월급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의 수입도 대부분 북한 정권에 직접 전달된다. 일부 북한 IT 노동자는 유럽, 미국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중국인으로 위장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  북한 난민 구금 및 강제 송환     1951년 유엔 난민 협약과 이 협약에 대한 1967년 의정서는 난민이 박해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강제 송환되지 않을 권리를 명문화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해당 문서들에 서명했음에도 북한 망명 신청자들을 자주 구금하고 송환하고 있다”고 CSIS는 지적했다.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국제 담당관은 6월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청문회에서 “현재 약 2000명의 탈북자가 중국 내 구금 시설에 수감돼 있다. 이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나 베이징에 있는 외국 대사관과 접촉하지 못한 채 강제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북한 출신 최금철 소좌(한국의 소령에 해당)를 2021년 9월 러시아 경찰이 체포해 북한 영사관에 넘겼다는 일도 전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최금철은 북한 적공국(적군와해공작국) 산하 563부대 126부 소속 소좌로, 평양의 수재 학교인 금성학원과 김책공대 박사원 출신의 IT 암호화 전문가다. 경찰에 체포될 때 그는 모스크바의 유엔난민기구에 망명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다.      ━  유엔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방해하는 활동     CSIS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점점 커지는 자국의 영향력을 악용해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저해하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고,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비정부 기구(NGO)의 유엔 내 활동을 교란하고 있다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예산 중 수십억 달러를 난민 유치 국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기부했다. 보고서는 “이는 반체제 인사와 난민(특히 위구르족) 문제에서 기타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국제난민기구에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해 기타 국가들의 난민 인구 관리 정책 제정에도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며 “그 결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중국의 북한 난민 강제 송환을 반대하는 데 더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 체류한 북한 난민은 1999년부터 국경 지역에서 유엔난민기구 관계자와 접촉할 수 없었으며 2008년부터는 베이징에 있는 유엔난민기구 사무실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유엔난민기구는 북한 난민 문제에서 중국 당국과 부딪히는 것을 꺼린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중국 구치소에 수감 중인 약 2000명의 탈북자와 관련된 문제를 유엔난민기구가 아닌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에 맡겼다. 이런 이유로 유엔난민기구는 중국 당국을 압박하는 데 주저하게 됐다. 중국에 체류한 북한 국민의 수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개발권(right to development) 시각으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중국식 모델을 유엔과 개발도상국에 선전하고 있다”며 “인권에 대한 대안적 사고방식을 제시한 이 모델은 점점 더 매력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유혹하고 있으며 인권에 대한 미국식 접근 방식과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개발권은 모든 인간과 민족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완전히 실현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발전에 참여하고 기여하며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다. 보고서는 중국이 주장하는 인권 모델이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자리를 잡으면 유엔의 인권 문제 논의에서 중국이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에 ▶대북 정책에 인권 문제를 명시하고 ▶‘제재를 통해 미국의 적에 반격하는 법’을 포함한 관련 법안을 시행하며 ▶인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과 러시아 기업에 추가 제재를 가하고 ▶민간 부분이 인권을 침해하는 단체와의 계약을 피하기 위해 더 경계하도록 동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미·중의 체제 경쟁에 북한 인권 문제가 신메뉴로 올라온 셈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09.23 06:00

  • 마윈이 가장 신뢰하는 이 사람, 알리바바 이끈다

    마윈이 가장 신뢰하는 이 사람, 알리바바 이끈다

    지난 9월 10일 알리바바 신임 CEO로 취임한 우융밍(吳泳銘). 알리바바 그룹 지난 10일 알리바바 그룹이 최고경영자와 회장을 포함하는 최고 경영진에 대한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지난 3월 ‘1+6+N’ 사업 분할을 발표한 이후 가장 최고 수준의 조정이다.     새로 취임한 회장은 부회장을 지냈던 차이충신(蔡崇信)이 임명됐다. 전 알리바바 회장 겸 CEO 장융(張勇)은 10억 달러 규모의 기술펀드 운용을 담당한다. 남은 CEO 자리는 우융밍(吳泳銘)이 채웠다. 차이충신은 알리바바의 2인자로 불리며 다양한 공을 세워 익숙한 반면, 47세의 젊은 나이로 CEO에 임명된 우융밍은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이다. 그는 어떻게 알리바바의 경영권을 따낼 수 있었을까.    ━  알리바바의 유일했던 ‘기술 오타쿠’   우융밍은 알리바바 창업 멤버다. 알리바바를 개척한 ‘18나한(十八羅漢)’ 중 한 명으로, 마윈이 기업 정보 열람 플랫폼 ‘차이나 옐로우페이지’(中國黃頁)를 설립할 때 합류한 정통 알리바바계 인재다. 당시 마윈을 포함한 18명의 창업자 중 인터넷 기술을 명확히 이해했던 유일한 인물로, 홀로 웹사이트 개발을 담당하며 1세대 프로그래머로 톡톡히 활약했다.     우융밍은 알리바바의 내부 혁신 사업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알리바바 내의 기업가로 이미 유명했다. 알리바바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의 책임자를 역임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창업 후 마윈을 따라 꾸준히 성장한 그는 2004년 알리페이 설립과 동시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됐다. 2007년 알리바바의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알리마마(阿里媽媽)’의 성장과 2008년 모바일 타오바오 인큐베이팅 참여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알리바바와 타오바오의 합병 과정에서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2011년, 타오바오가 분할하며 쇼핑 가이드 플랫폼 ‘이타오(一淘網)’가 만들어졌는데, 우융밍은 사장으로 임명됐다. 2015년부턴 알리헬스(阿里健康) 이사회 의장을 역임, 현재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톈(淘天·타오바오·티몰)을 이끌고 있다.   항저우 아파트에서 회의 중인 마윈과 알리바바그룹 창업팀. 알리바바  ━  비즈니스에도 능통   업계 관계자는 우융밍이 알리바바의 총아로 떠오른 이유로 특기인 ‘기술력’ 외에도 ‘높은 비즈니스 이해도’를 꼽았다. 기술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기술을 제품으로 전환하고 이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PC가 중국 인터넷의 주류였던 2000년대 후반, 우융밍은 모바일 시장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알리바바의 사업 모델을 모바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 2008년부터 내부 테스트를 시작했다. 우융밍의 진두지휘 하에 알리바바는 3년 만에 발 빠르게 모바일 버전을 내놓았고 대중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다. 투자에도 일가견이 있다. 창업 혁신의 물결이 일던 2015년, 알리바바를 잠시 떠나 벤처 캐피털인 위안징캐피털(元璟資本)을 설립했다. 그가 투자하는 곳은 주로 첨단 기술· 의료· 산업 분야로, 지금까지 150여 개 이상의 신생기업에 투자를 주도해오고 있다.   완성차 운송 전문 과학기술 물류 플랫폼인 푸유트럭(福佑卡車, FOR-U)에 3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2021년 5월, 푸유트럭이 새로운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최근 15억 달러(약 1조 7880억 원) 가치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  마윈 ‘추종자’   “(마윈과) 비즈니스와 비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사람이자 사람을 전염시키는 힘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우융밍은 알리바바 그룹 내에서 마윈의 추종자로 통한다. 1996년, 당시 갓 졸업한 학생이었던 우융밍은 우연히 옐로우페이지 프로그래머 공고를 보게 된다. 마윈과 일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그는 첫 인터뷰에 직접 만든 자바(Java)프로그램이 담긴 플로피 디스크를 가져와 내보였고, 마윈은 그를 보고 인터넷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융밍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전문적 배경을 활용해 기술 리더가 되고 알리바바 초기 아키텍처 구현을 위해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알리바바는 그룹을 25개 사업단위로 나누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창업 공신 중 살아남은 사람이 우융밍 한 명뿐인 것도 마윈의 신뢰가 한몫했을 것이라고 직원들은 입 모은다. 심지어 마윈은 우융밍과 그의 아내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1998년 만리장성에서 촬영한 사진. 마윈(맨 왼쪽)과 우융밍(왼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웨이보 갈무리 우융밍 CEO는 지난 12일 ‘인공지능(AI) 중심’과 ‘사용자 중심’의 경영 비전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향후 10년간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AI에 의해 일어날 것”이라며 AI를 따라가지 못하면 타 기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AI를 우선으로 하면서도 알리바바를 중국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만들어준 수백만 명의 고객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소비자 중심의 비전을 밝혔다.   이를 위해 AI 기반 기술과 기술 중심 인터넷 플랫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투자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육성하고 스타트업식 경영 마인드를 유지해 알리바바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아울러 1985년 이후 출생한 젊은 직원, 30대 젊은 관리자를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이끌겠다며 기업 다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융밍의 선언은 마윈이 지난 5월 “과거 성공했던 방식은 더는 적절하지 않다”며 “서둘러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장융 전 회장 겸 CEO가 클라우드 컴퓨팅과 내수시장 활성화, 세계화 등을 전략으로 강조한 반면 우융밍은 기술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기술력으로 차별점을 찾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의 24년 역사를 함께 걸어온 우융밍이 향후 어떤 핵심 영향력을 끼칠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2023.09.21 10:08

  • '중국판 유튜브' MBC 이어 KBS에 고소 당하고도 웃는 이유

    '중국판 유튜브' MBC 이어 KBS에 고소 당하고도 웃는 이유

    비리비리 본사 건물. 사진 소후 한국방송공사 KBS가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嗶哩嗶哩·Bilibili)를 상대로 두 건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10월 11일과 11월 8일 상하이 양푸(楊浦)구 인민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KBS는 비리비리가 여러 건의 자사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저작권 침해 행위 중단 및 손실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침해 사실이 성립되면, 비리비리가 적지 않은 배상 책임을 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비리비리가 우리나라 방송사에 소송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1년 한국문화방송 MBC 역시 '저작 소유권 및 침해'를 이유로 비리비리에 소송을 제기했다.   비리비리 로고. 사진 바이두사진 비리비리는 최근 몇 년 동안 빈번하게 침해 분쟁에 휘말렸다. 중국에서 ‘피소의 왕’으로 통할 정도다. 경쟁 업체 아이치이(愛奇藝·iQIYI), 인터넷 기업 넷이즈(網易·NetEase)부터 중국 프로 스포츠 리그인 중국 슈퍼리그(CSL)와 중국 농구 협회(CBA)까지 모두 비리비리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UP주(UP主)*가 비리비리에 무단으로 올리는 원본 콘텐츠부터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해 만든 2차 창작물이 그 원인이다.   *UP주(UP主): 비리비리에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를 칭하는 말로 유튜브의 ‘유튜버’에 해당한다.   그러나 비리비리는 이를 비웃듯 더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2분기 총매출은 53억 400만 위안(약 96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올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대대적인 조처를 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비리비리의 최대 고민은 밀려드는 고소장이 아니라 광고와 커머스 등 새로운 수익 모델 구축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  조회 수 vs 저작권 침해, 딜레마 빠진 비리비리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과 '런닝맨'. 사진 쿠팡플레이, SBS 과거 우리나라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런닝맨’, ‘1박2일’ 등은 UP주에 의해 방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비리비리에 업로드되곤 했다. 중국 내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워낙 높아 조회 수가 수백만 회는 기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예능을 찾아보기 힘들고, 있더라도 짧은 2차 창작 영상 정도에 그친다. 이는 최근 KBS의 소송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업로더들은 조회 수가 잘 나오는 IP를 무단으로 올리고, IP 원작자들은 끊임없이 비리비리에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는 피소 외에도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업로더들이 올린 영상으로 인해 비리비리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 및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높지만, 비리비리 자체 IP가 아닌 만큼 수익화가 약하다는 것이다.   비리비리의 올해 2분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비리비리의 정회원 수는 2억 1400만 명에 달한다. 정회원의 12개월 차 유지율도 무려 80%로 안정기에 들어섰다. 비리비리의 초기 목표였던 이용자 수 확대는 이미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비리비리에 남은 과제는 ‘어떻게 상업화할 것이냐’다.    ━  ‘조회 수 대신 재생시간 수’, 비리비리의 상업화 전략   비리비리 CEO 천루이. 사진 허쉰망 비리비리 14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에서 CEO 천루이(陳睿)는 비리비리가 앞으로 동영상 재생 수 대신 재생 시간으로 지표를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비리비리는 일부 UP주를 대상으로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UP주의 입장에서는 재생 시간 수를 늘리기 위해 콘텐츠의 퀄리티부터 협력 브랜드 선정 등에 더욱 신경을 가할 수밖에 없다.     비리비리는 효과적인 수입 증가를 위해 중차오(種草)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상업 거래 방면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팀을 조정하여 새로운 1급 부서인 ‘거래생태센터’를 설립했다. 그뿐만 아니다. ‘618 쇼핑 축제(618大促)**’ 기간 타오바오와 협력하여 데이터 분석으로 중차오 지수를 수치화하는 ‘씽훠 프로젝트(星火計劃)’를 시작했다.     *중차오(種草): SNS에 좋은 상품이나 정보 등을 공유해 타인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차오의 대상에는 물질적인 제품뿐만 아니라 여행과 같은 다양한 경험도 해당된다. **618 쇼핑 축제(618大促):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징둥(京東)이 창립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중국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로 제2의 '솽스이(雙十一)'로 불린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라이브커머스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비리비리 라이브커머스와 비디오커머스로 수익을 올린 UP주의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0% 이상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  ‘아슬아슬’ 커뮤니티와 상업화 사이 균형 잡기   사진 zaker 반대로 비리비리 사용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앱 첫 화면에 광고가 많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광고 영상을 봐야 하면 뭐하러 비리비리를 쓰냐"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는 콘텐츠 커뮤니티 성향이 강한 비리비리가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기존 커뮤니티 사용자를 계속 만족하면서 상업화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비리비리는 사용자와 UP주 간의 유대가 깊은 편이다. 비리비리에서 정량화할 수 있는 수치인 팔로워 수는 사실상 사역 트래픽(私域流量)*이기도 하다. 여기에 비리비리 특유의 탈중앙화 알고리즘이 더해지면서 UP주의 사역 트래픽 풀은 더욱 공고해졌다.    *사역 트래픽(私域流量): 엄청난 비용을 태워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를 진행하는 공역 트래픽(公域流量)과 달리, 공중 계정, 미니 앱 등을 통해 기업에 관심 있는 핵심 소비자에게 저비용 고효율의 브랜드 마케팅을 실시한다. 주로 소비자 개개인을 대상으로 침투하며,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을 강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비리비리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줄곧 콘텐츠 개발 및 사용자와 유대감 형성을 강조해왔다. 그런 만큼 라이브커머스 사업 진출 이후 가격 경쟁력, 사용자 소비력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고 증대 및 라이브커머스 사업 진출은 비리비리에 어느 정도 성장 동력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중국 내 거물급 회사들이 이미 점유율을 나누어 가진 분야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성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비리비리만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20 08:54

  •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운트다운, 최첨단 기술 향연 펼쳐진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운트다운, 최첨단 기술 향연 펼쳐진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3일 개막을 앞두고 현지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대회는 알리바바의 고장 항저우에서 열리는 만큼, 최첨단 스마트 기술의 향연이 될 전망이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리오프닝 후 중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국제 스포츠 대회로, 이번 대회를 통해 코로나 19의 제약 속에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아쉬움을 해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기장 주변 곳곳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오는 9월 대회가 시작되면, 그 효과가 확연히 드러날 것입니다. 약 2개월 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미디어 데이에서 경기장 운영 책임자는 이같이 말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 기간 개⋅폐막식 공연과 경기장, 항저우 도로 곳곳에서 각종 첨단 기술의 향연이 펼쳐질 전망이다.    ━  ‘가상과 현실의 만남’ 개막식 스포일러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 경기장 야경. 사진 펑파이신원 스포츠 대회의 꽃인 개막식,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개막식 총연출을 맡은 샤샤오란(沙曉嵐) 감독은 “이번 대회 불꽃놀이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형식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성화 점화의 경우, 역대 아시안게임 최초로 ‘디지털 점화’ 방식을 택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앞서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다소 파격적인 성화 점화로 눈길을 끌었다. 역대 가장 소박한 성화로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탄소 절감’과 ‘친환경’에 착안한 성화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 밖에 대형 워터스크린을 통해 중국과 아시아, 중국과 세계의 조화를 표현하고, 각종 첨단 기술을 활용해 중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대회 개최지인 항저우의 역사와 문화경관, 첨단 기술과 관련한 등 내용이 많이 담겨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샤샤오란 감독은 “심플하면서도 안전하고 다채로운 개막식”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실감 나는 AR&VR’ 적재적소 활용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스코트 장난이(江南憶). 사진 신화통신 광활한 스타디움 안에 들어서면, 수많은 관중 속에서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검표소, 좌석, 화장실 등 원하는 장소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AR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AR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면, 실제 눈앞에 목표지점으로 찾아가는 길이 펼쳐지는데, 실내외는 물론이고 건물별, 층별 이동도 가능하고, 위치 변화나 목표 지점에 따라 추천 경로가 자동 전환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AR 서비스를 통해 이번 항저우 대회 마스코트 장난이(江南憶)의 귀여운 환영 인사도 받을 수 있다. 마스코트는 항저우의 세계문화유산 3가지(량주 고성 유적·서호·대운하)를 각각 상징하는 세쌍둥이 로봇으로, ‘장난이’라는 이름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항저우를 그리워하면서 쓴 동명의 시에서 비롯되었다. 그밖에 경기장 곳곳에 체험 구역을 설치하여, 방문객 및 관중들이 AR와 VR을 통해 아름다운 경관을 관람하거나 마스코트와의 게임 등 보다 몰입감 있는 인터랙티브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기사 없이 달린다’ 자율주행 셔틀버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무인 셔틀버스 내부. 사진 신민완바오 항저우 대회에서는 아시안게임 최초로 무인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도입된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무인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시운전에 돌입했다. 외관은 일반 버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수많은 칩과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내부에 설치된 두 개의 스크린 중 하나에는 운전석의 실시간 이미지가, 나머지 하나에는 차량의 상태와 주변 도로 현황이 업데이트된다.     이 셔틀버스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300m 범위의 장애물을 피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도로에 오가는 교통상황을 전달받아 관련 데이터를 수집 및 업데이트하여 선수와 관중에게 보다 편리한 수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안전제일’ 스마트 의료 서비스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의료 서비스는 경기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각 경기장 안팎으로 전문 의료진과 응급조치를 위한 의료기기를 설치하는 데 더해, 스마트 의료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선수와 관중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계획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점 병원인 저장(浙江)대 의대 부속 제2 병원은 대형 5G 이동형 구급⋅회복실을 마련했다. 소개에 따르면, 이 시설은 버스를 개조한 형태로, 차내에 2개의 들것과 1개의 응급처치용 침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전면적이고 집중적인 응급조치 및 이송이 가능한 기능을 갖췄다. 또한 실시간으로 치료 상황을 중점 병원의 컨트롤타워로 전송하여, 의료 전문가가 필요한 조언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저장 고속도로는 ‘실시간 구조 현황’ 플랫폼을 개시하여,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 이 플랫폼을 통해 고속도로 응급사건 처치 및 도로 상황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  항저우의 상징 알리바바, ‘기술 스폰서’ 활약   이번 아시안게임 개최지 항저우는 알리바바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중국 대표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탄생한 도시이자, 본사가 자리 잡은 곳이어서다. 항저우가 스마트 도시, 기술의 도시로 불리게 된 것은 팔할이 알리바바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 대회가 항저우에서 열리는 만큼, 알리바바도 이번 대회의 ‘기술 스폰서’로서 적극적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알리바바 그룹 회장 겸 CEO 장융(張勇). 사진 시대주보 지난 9월 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성화 봉송 첫날, 알리바바 그룹 회장 겸 CEO 장융(張勇)이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이날 장융 회장은 첫 번째 주자인 2004 아테네올림픽 100m 평영 금메달리스트 뤄쉐쥐안(羅雪娟)에게 성화를 넘겨받아 항저우 서호 주변을 달렸다.   장 회장은 현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성화 봉송 주자가 되어 영광”이라며 “항저우에서 나고 자란 알리바바가 이번 대회 기술 스폰서가 된 것 역시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테마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 아시안게임’입니다. 알리바바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최초의 ‘클라우드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이번 대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경기 실황을 전송하며, 알리바바는 기술적 지원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현지 매체 보도 따르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실황 화면은 알리 클라우드(阿里雲)의 글로벌 인프라를 통해 아시아 및 전 세계 관중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16일 동안 진행된다. 45개국에서 1만 2500여 명이 참가하며, 참가 선수는 40개 종목 61개 세부 종목에서 모두 483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09.19 07:00

  • 여행은 사치, 중국 청년들 “특산품 교환할 친구 구해요”

    여행은 사치, 중국 청년들 “특산품 교환할 친구 구해요”

    엿새간 이어지는 추석 ‘황금연휴’에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 유명 호텔과 리조트는 빈방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동남아와 일본 행 항공권도 매진이 이어지고 있다. 옆 나라 중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미·일 등의 단체관광 제한이 풀리고,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가 다가오면서 많은 이들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인 사람들도 있다. 돈이나 시간, 내지는 체력이 부족해 여행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놀이가 있으니, 바로 ‘특산품 교환’ 이다.   ‘특산품 교환’. 사진 신민안공작실(新民眼工作室) 캡처 ‘특산품 교환(互換特產)’ 이란 말 그대로 온라인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고향 특산품을 주고받는 행위다. 지난달부터 젊은 층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더니, 이제는 포털 사이트에 신조어로 등록될 정도로 유행이 됐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小书書)에선 ‘특산품 교환’ 관련 게시글의 누적 조회 수가 5000만 개를 돌파했고, 중국판 틱톡 더우인(抖音)에도 좋아요 30만 개 이상을 받은 ‘특산품 교환’ 숏폼 영상이 등장했다.  ━  “저랑 고향 특산품 교환하실 분?”   특산품 교환을 원하는 누리꾼은 SNS에 직접 게시글을 올려 상대를 구한다. 서로 무엇을 보낼지, 얼마만큼 보낼지는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어떤 이는 놀라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완전히 ‘블라인드 박스’인 상태로 교환하길 원하고, 어떤 이는 한쪽이 손해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 하한선이나 일정 기준 등을 정해 놓자고 한다. 그래도 보통은 200~300위안(약 3만 6000원~5만 4000원)어치의 특산품을 보내는 것이 시장(?) 평균이라고 전해진다.     특산품 교환 상대를 구하는 댓글들. 중국소비자보 캡처 국토가 넓은 만큼 지역별 특산품 특징도, 선호도도 제각각이다.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고 싶거나 다양한 열대 과일을 맛보고 싶은 이들은 윈난(雲南)과 하이난(海南) 같은 남쪽 지방을 선호하며, 네이멍구(內蒙古)와 신장(新疆)같이 목축으로 유명한 북쪽 지역은 육류 및 육가공품 애호가들의 환영을 받는다. 이밖에, 쓰촨(四川), 후난(湖南), 광둥(廣東) 등 음식 문화가 발달한 지역들도 ‘특산품 교환’ 상대방의 희망 거주지로 인기가 많다. 쓰촨 성 쯔양(資陽)에 사는 항 씨가 받았다는 베이징 특산품. 사진 광밍왕 캡처 [사례1] 쓰촨 성 쯔양(資陽)에 사는 대학생 항(杭) 씨. 그는 집에서 과제를 하다가 택배 기사의 전화를 받고 쏜살같이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기다리던 ‘베이징 특산품’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택배 상자를 열자 다오샹춘(稻香村) 월병, 장이위안(張一元) 재스민차,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冰墩墩) 열쇠고리 등이 가득 담겨있었다. 항 씨는 상대방이 보낸 기대 이상의 선물에 큰 감동과 고마움을 느꼈다.   [사례2] 광둥 성 후이저우(惠州)에서 일하는 간호사 위안(原) 씨. 그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일이 바쁘고 쉬는 날이 적어 몇 달간 근교도 나가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SNS에서 우연히 ‘특산품 교환’ 게시글을 접하게 됐고, 곧바로 작성자에게 연락해 ‘특산품 교환’을 신청했다. “바쁜 일개미에겐 여행을 대체할 수 있는 흥미롭고 저렴한 방법이었죠.” 이후 그의 병원 사물함은 한 달도 채 안 돼 중국 각지에서 온 과자 선물세트로 가득 찼다. 대형마트랑 쇼핑몰 놔두고 왜 굳이? 사실 교통과 물류가 발달한 현대에는 지역 특산품을 구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해외 직구도 잘되어 있는 마당에, 웬만한 국내 특산품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살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 청년들이 ‘특산품 교환’에 열광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될 수 있다.    ━  ① 생면부지의 친구가 주는 즐거움   온라인에 올라온 특산품 교환 인증 사진. ″내가 보낸 것(위)″, ″내가 받은 것(아래)″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 후슈왕 캡처 ‘특산품 교환’의 진짜 즐거움은 특산품이 도착하고 나서 시작된다. 서로가 어떤 특산품을 왜 골랐는지, 그 안에 깃든 자신의 추억과 사연을 나누게 되면 생면부지라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미식사교(美食社交)’라는 단어가 ‘특산품 교환’과 함께 언급되는 이유다.   ‘특산품 교환’을 경험한 한 누리꾼은 초등학교 때 열중했던 ‘펜팔’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평생 만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편지 한 장에 정을 쌓고 진심을 나눴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팍팍한 삶과 일에 치여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특산품 교환’으로 그때의 향수가 느껴져 행복했다고 한다.    ━  ② 블라인드 박스가 주는 친근함   SNS에 올라온 특산품 언박싱 영상들. 사진 중국소비자보 캡처 박스를 열기 전까지 내가 가진 물건이 뭔지 알 수 없는 것. 중국에선 이를 ‘블라인드 박스(盲盒)’라고 부른다. Z세대를 타깃한 장난감, 화장품, 전자제품 등의 마케팅에 자주 쓰이는데, 중국 피규어 기업 팝마트(泡泡瑪特·POP MART)는 블라인드 박스를 내세워 상장에도 성공했다.     ‘특산품 교환’이 일종의 ‘블라인드 박스’라는 것은 인기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낯선 이와의 거래가 자칫하면 거부감을 줄 수 있는데, ‘특산품 블라인드 박스’라는 이름이 이를 상쇄할 친근감을 줬다. 또한, 안에 뭐가 든지 모르는 상태로 택배 상자를 개봉하고, 그 반응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것이 함께 유행하면서 ‘특산품 교환’의 인기가 한층 더 높아졌다.     ■  「 블라인드 박스는 중국에서 어엿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 22억 6000만 위안(약 4126억 5300만원)으로 추산된 중국 블라인드 박스 시장 규모는 2021년 139억 1000만 위안(약 2조 5400억 원)까지 성장했으며, 2024년에는 300억 2000만 위안(약 54조 7800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  사기, 식품 안전, 범죄악용 우려 등…. 부작용도 많아   물론 파생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한쪽만 택배를 받고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합의한 것과 다른 무성의한 특산품으로 실망감을 주는 경우다. 실제로 현지 SNS에는 “송장 번호를 알려주자마자 차단당했다”, “택배 상자가 묵직해서 기대했는데 지역 특산품으로 볼 수 없는 밀가루 네 포대가 담겨있었다”, “그건 양반이지 나는 종이 타월만 두 봉지 받았다”는 등의 피해 후기가 많이 올라와 있다.     이 외에도, 식품의 품질과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 낯선 이에게 주소와 연락처를 알리는 게 자칫 범죄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18 09:30

  • 북·러 밀월에 109년 전 세계대전 떠올릴 중국

    북·러 밀월에 109년 전 세계대전 떠올릴 중국

    〈YONHAP PHOTO-1518〉 '정상회담 예정' 북한 김정은과 러시아 푸틴 (블라디보스토크 AFP?스푸트니크=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12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논의하고 공식 만찬도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담의 정확한 일정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는 김정은(왼쪽)과 푸틴. [자료사진] 2023.09.12 clynnkim@yna.co.kr/2023-09-12 10:15:08/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2019년 4월 러시아 방문 때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그사이 김정은의 해외 순방이 없었으니 최근 연속 두 차례 순방이 모두 러시아였던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소모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탄약 등 재래식 전력을 수혈받고, 북한은 유엔 대북 제재 국면의 전환과 핵잠수함, 핵탄두,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전수받는 맞교환이 이루어지리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일각에선 북·러 회담 이후 사실상의 북·중·러 삼각 동맹이 강화되리라 전망하기도 한다. ‘사실상’이란 표현을 쓴 것은 중국과 북한은 어느 나라와도 공식적인 동맹 관계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어낸 기술로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하게 된다면, 핵잠수함 개발에 성공해 한국 등 동아시아 해저에 도사리며 언제든지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SLBM)을 쏠 수 있게 된다면 한·미·일 3국이 느낄 위협은 배가될 것이다.    중국에겐 이런 일이 반갑지 않다.  북한의 전략 무기가 고도화될수록 한·미·일 3국이 모두 군비를 늘리고 군사·안보 공조를 강화할 것이다. 실제 미 전직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해 북·중·러 연대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임스 제프리 전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은 미국의 소리(VOA)와 인터뷰에서 “전술핵 배치가 북한은 물론 중국이 신경 쓰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핵잠수함이 한국에 실전 배치되거나 핵 공유 협정에 한국을 포함하면 근본적인 역학 관계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미·일 각국과 관계를 ‘관리’하려는 입장이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으로 역내 긴장도가 높아지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중국은 (북·러 협력에) 일정 수준 거리를 두고 있다”며 “북·러의 정상회담이 북·중·러 구도로 바로 연결돼 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달 31일 발간된 보고서에서 “중국은 한·미·일 협력이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을 확대시키는 것을 우려한다”며 “러시아와는 달리 북한의 과도한 군사적 긴장 상승을 중국은 일정 정도 관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영향력을 굳이 러시아하고 나눌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국면이 중국에 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북한의 핵잠수함이 동아시아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면 미국은 이를 추적하는데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럴 경우 대만에서 대륙과 전면전에 상응하는 무력 충돌이 벌어진다면 미국은 군사 자원을 한반도와 대만에 나눠 투입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대만을 무력 통일하기로 작정한 중국이 북한에 군사적 협조를 구한다면 워싱턴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더욱 동아시아에서 한·미·일의 군비 증강 필요성이 커질 요인이 된다.    이런 상황은 109년 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을 연상케 한다.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 후발 주자였던 독일은 재상 비스마르크의 지도력과 우수한 인적 자원 등을 앞세워 폭발적인 발전을 이뤘다. 1914년 전쟁 발발 당시 독일의 국력은 영국과 비슷했고 다른 유럽 열강들을 따돌린 상태였다. 영국 다음가는 해군력, 러시아 다음가는 육군력을 보유했다. 지금의 중국을 연상케 한다.  샘 멘데스 감독의 1차 세계대전 영화 '1917' 한 장면.[사진 스마일이엔티]   기존 열강인 영국·프랑스·러시아는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삼국협상’을 결성했고 도전 세력인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이탈리아는 ‘삼국동맹’으로 맞섰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경쟁 세력 간에 활발한 무역과 교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러시아와 서방 세력들처럼.    세계대전은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 암살이라는 우발적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요즘 같으면 적당히 뭉개면서 사태를 관리했겠지만 당시엔 ‘동맹국의 적은 곧 나의 적’이란 순진한 관념이 지배했다. 고구마 줄기 엮이듯이 두 세력이 순식간에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결국 독일의 패배로 끝났고 승전 열강들은 독일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도록 가혹한 멍에를 씌웠다.    지금 동아시아에는 세계 패권국(미국)과 도전국(중국)이란 두 강자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지만 전면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경쟁 수위를 조절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그런 국면을 순식간에 바꿀 계기가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러시아가 북한의 양손에 핵 장착 ICBM과 핵잠수함을 쥐여주고 한·미·일이 이에 반응해 군비를 확충한다면 역내 안보 긴장은 일촉즉발의 수준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만약 두 세력 간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명명해야 할 것이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봉쇄하고 있는 현 국제정세는 흔히 신냉전의 서막으로 해석된다. 두 세력은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지만 이를 통해 갈등을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국가들의 돌발 행동으로 이 세력균형이 깨진다면 냉전이 열전으로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국 입장에선 차라리 냉전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월이 중국에겐 골치 아픈 일일 것이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09.15 07:00

  • 화웨이 떠난 천재 소년, ‘휴머노이드 로봇’ 들고 화려한 복귀

    화웨이 떠난 천재 소년, ‘휴머노이드 로봇’ 들고 화려한 복귀

    지난 8월 중국에서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또 한 번 탄생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키는 175cm, 몸무게 53kg, 사람처럼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최대 보행 속도는 시속 7km다. 이 로봇의 이름은 익스페디션A1(Expedition A1·遠征A1)으로, 가사는 물론 단순 반복의 조립 작업, 신에너지 및 3C제조 등 다양한 산업 제조 시나리오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엔 이미 휴머노이드 개발이 활발하다. 문화∙관광∙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샤오미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CyberOne)을 전격 공개했고 이 역시 사람처럼 긴 다리를 이용해 보행한다. 4족 보행 로봇으로 유명한 중국 로봇 전문 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Unitree Robotics:宇樹科技)도 지난 8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H1’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에 공개된 로봇은 왜 화제가 되었을까? 바로 고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화웨이를 퇴사한 ‘천재 소년’ 즈후이쥔(稚晖君)이 개발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천재 소년'이자 즈위안로봇의 CEO 즈후이쥔. CCTV 즈후이쥔은 화웨이 ‘천재 소년 프로젝트’로 영입된 인물이다.일곱 단계의 까다로운 채용 절차를 거치고 런정페이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과해 화웨이에 입사했다. 당시 즈후이쥔은 최고 연봉인 201만 위안(약 3억 6천만 원)계약서에 사인했다. 이후 즈후이쥔은 화웨이 어센드(Ascend)AI칩과 AI 알고리즘 개발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간에 즈후이쥔은 포도를 꿰맬 수 있는 로봇 팔, 넘어지지 않는 자율주행 자전거, 수술 로봇, 초소형 TV, 만능 근거리무선통신(NFC) 칩 등 기발한 발명품을 선보여 ‘괴짜 발명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관련기사 무려 자율주행!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발명한 中 괴짜 발명가 그러나 지난해 12월 즈후이쥔은 돌연 화웨이를 퇴사했다. ‘젊은 피에 세상 물정 모르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며 고연봉을 포기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즈위안로봇(agibot, 智元機器人)’을 설립, 본래의 특기였던 로봇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즈후이쥔이 창업한 로봇 기업엔 바이두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월, 계열사인 상하이즈위안신촹기술유한회사(上海智元新創技術有限公司)가 경영정보를 변경하고 신규 주주로 싼야 바이촨즈신 사모투자펀드 등을 추가했다. 자본금도 300만 위안(약 5억 6322만 원)가량 늘어났다.     즈후이쥔의 신규 주주인 싼야 바이촨즈신의 최대주주는 바이두다. 바이촨즈신이 투자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바이두가 로봇에 관심이 큰 만큼 시장에서는 1억 달러(약 1328억 원)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창립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보이지 않았던 즈후이쥔. “첨단 로봇공학과 AI 기술을 인간의 삶, 생산, 제조에 긴밀히 통합해 로봇이 미래에 인간의 오른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지 6개월이 지났고, 지난달 선보인 로봇이 바로 익스페디션A1이다. 지난 8월 18일, 즈후이쥔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익스페디션 A1(Expedition A1)이 공개됐다. 즈후이쥔 유튜브 캡처 이번에 공개한 익스페디션A1은 RGBD 센서와 라이다(LiDAR), 관성 측정 장치(IMU), 마이크로렌즈 어레이(미세 렌즈 배열 광학 소자)가 탑재됐다. 또 브러시리스 모터 등 다양한 유형의 액추에이터(Actuator: 전기, 유압 등을 사용하는 원동기의 총칭으로 로봇의 핵심 구성 요소)가 장착되어 있다. 로봇은 최대 8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익스페디션A1의 최대 특징은 49도의 자유도*를 가졌다는 점이다. 손은 현재 12개의 능동 자유도와 5개의 수동 자유도를 가지고 있으며, 손가락 끝에는 물체의 색상, 모양, 재질 등을 구분해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카메라를 탑재했다. 여러 개의 자유도는 인간의 관절과 같이 다양한 움직임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을 결정하는 큰 요소다.   ■  「 📌자유도: degree of freedom, 로봇의 위치와 자세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변수들의 최소 개수. 로봇의 팔이나 손이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척도로, 자유도 1은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일을, 자유도 2는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회전까지 하는 팔이다. 」  즈후이진은 로봇의 핵심 기술인 관절 장치 모터의 자체 개발도 성공했다. 로봇의 핵심 관절은 향후 대규모 대량생산과 저비용 제조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문턱 중 하나로, 알고리즘 제어 설계와 다양한 매개 변수를 분석해 기반을 확보한 후 모터를 자체 설계할 수 있었다. 이들이 설계한 ‘Power Flow(파워플로우)’ 모터는 더 높은 전력 밀도를 위해 작은 패키지에 액체 냉각 순환 영 방출 시스템을 도입해 토크 출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인간의 모습과 유일하게 다른 점은 ‘다리’다. 즈후이쥔은 “익스페디션A1은 앞으로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뒤로 구부리는 ‘반관절’ 설계가 되었는데, 이는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작업에 더 적합하다”며 여러 분야의 산업군에서 로봇이 활용될 수 있음을 알렸다. 사진 agibot 공식 홈페이지 또 로봇이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적용했다. 테이블 위의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로봇에게 지시하면 로봇은 내재한 사전 지식에 기반을 둬 쓰레기와 쓰레기통을 구분해 행동할 수 있다. 즈위안로봇은 로봇에 초대형 데이터 사전 학습을 통해 의미 이해, 논리적 추론, 이미지 인식 등의 기능을 갖추도록 학습시켰고, 심지어 ‘사고 사슬’이라 불리는 대형 모델의 복잡한 의미론적 다단계 추론 능력도 부여했다.     즈위안로봇은 로봇의 사고 시스템을 클라우드 슈퍼 뇌, 말단 대뇌, 소뇌 및 뇌간으로 나누는 구현된 지능형 두뇌, ‘EI-Brain’ 프레임워크도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의 뇌와 마찬가지로 작업 수행 중에 지속해서 학습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이다.   즈후이쥔은 익스페디션A1이 ‘가장 멋진 로봇이자, 가장 실용적인 로봇’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규모 상업적 구현을 희망한다며, 가격 역시 20만 위안(약 3600만 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즈후이쥔은 “인간과 유사한 신체 구조와 능력을 갖춘 로봇만이 인간의 생활과 작업 환경에 잘 통합될 수 있다고 믿으며, 위험한 환경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언젠간 SF 영화에 나오는 지능형 로봇이 실제로 실현되기를 바란다”라며 컨퍼런스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신에너지 자동차와 같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올해 초 중국공업정보화부 등 17개 부처는〈로봇+ 응용행동실시계획〉을 공동으로 발표하고 2025년까지 제조 로봇 밀도를 2020년 대비 2배로 늘리고, 적용 깊이와 폭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다양한 정책의 출시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 및 적용을 위한 광범위한 시장 공간을 창출했으며, 향후 서비스 로봇과 특수 로봇의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2023.09.14 07:00

  • 밀크티도 ‘애국주의’, 中 패왕차희의 무서운 성장세

    밀크티도 ‘애국주의’, 中 패왕차희의 무서운 성장세

    사진 잉상왕 중국풍 밀크티 브랜드 ‘패왕차희(霸王茶姬·CHAGEE)’가 일선도시(一線城市·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포함한 중국의 대도시)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명 브랜드 희차(喜茶)와 나이쉐더차(奈雪的茶)가 일선도시에서 시작해 하침시장(下沈市場·중국 3, 4선 도시 및 농촌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최근 패왕차희는 베이징에 새로운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8월 초 허성후이(郃生匯)점을 시작으로 캐피털몰 다샤구(凱德大峽谷)점, 왕징기린사(望京麒麟社)점을 개점했다.    바야흐로 중국 밀크티 전성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소 6개의 중국 밀크티 브랜드가 홍콩 주식과 미국 주식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년 중국 신소비 시장의 침체에도 차 음료 사업만은 꾸준히 선방하고 있다.   미쉐빙청 매장. 사진 바이두사진 중국 전역에 매장이 2만 개 돌파한 프랜차이즈도 등장했다. 중국 요식업 전문 조사 기관 자이먼찬옌(窄門餐眼)은 올해 7월 말 기준 미쉐빙청(蜜雪冰城·MIXUE)이 무려 2만 4526개의 매장을 보유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밀크티 전문점 전국 매장 수 1위에 해당한다. 뒤를 이어 구밍(古茗·GoodMe)이 매장 수 7678개, 수이샤오셴차오(書亦燒仙草·SHYUYI)가 매장 수 6874개를 기록했다.     패왕차희는 중국 전역 18개 성에서 1803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프랜차이즈와 비교하면 현저히 작은 숫자지만, 패왕차희가 2017년 11월 첫 번째 매장을 선보인 것을 고려하면 무서운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장 수가 425개에서 1100개로 폭증하며 133.4%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베이징에 여러 매장을 열면서 일선도시 접수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해외에도 70여 개 매장을 냈다. 올해까지 해외 매장을 100개로 늘리고, 북미 시장과 유럽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  밀크티 시장까지 번진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성향)’   사진 웨이보 패왕차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바로 ‘중국풍’이다. 제품, 포장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중국풍을 강조한다. 브랜드 이름은 중국 고전 ‘패왕별희(霸王别姬)’에서 유래했다. 로고 역시 중국 전통 희곡인 그림자 연극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패왕차희의 창업자 장쥔제(張俊傑)는 밀크티와 인연이 깊다. 17살 때 프랜차이즈 밀크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했고, 3년 만에 점원에서 지역 운영 책임자로 승진한 경력이 있다. 이후 가맹점주가 되었는데, 이때의 경험 덕분에 그는 가맹점주의 상황을 잘 이해하는 사업가로 알려졌다.     그가 패왕차희를 막 설립했을 때, 중국에는 신생 음료 브랜드 대격돌이 일어났다.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밀크티 브랜드 희차와 나이쉐더차도 이 무렵 설립됐다. 두 브랜드는 일찍이 큰 사랑을 받았지만. 패왕차희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패왕차희 창업자 장쥔제. 사진 바이두사진 그러나 틈새시장을 포착하는 장쥔제의 눈썰미는 천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사업 초기, 그는 15~20위안(약 2753~3672원)의 저렴한 가격대에서는 전국적인 대표 브랜드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엽차(原葉茶·100% 진짜 찻잎으로 우려낸 차)에 우유를 더한 제품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가 없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래서 원엽차를 주력 아이템으로 내세워 저렴한 가격에 중국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또한, 과열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첫 매장을 자신의 고향인 윈난(雲南)에 열었다.     패왕차희는 사업 초기 과일 차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타 브랜드와는 달리 오직 주력 아이템인 차 음료에 집중했다. 차 메뉴가 상대적으로 표준화하기 좋고, 과일 차에 비해 판매가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패왕차희의 대표 메뉴인 ‘백아절현(伯牙絕絃)’은 재스민 그린티의 일종으로 보편성이 높은 차다. 질리지 않는 가벼운 맛이 특징이다. 고객의 재구매를 염두에 둔 전략이다. 실제 백아절현은 1년에 2000만 컵이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패왕차희는 밀크티를 주력 메뉴로, 과일 차, 냉포차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백아절현’을 포함한 세 가지 주력 메뉴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60~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  ‘아시아의 스타벅스’ 꿈꾼다   지난달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열기까지 패왕차희는 긴 여정을 거쳤다. 패왕차희의 공동 창립자 상샹민(尚嚮民)은 “베이징은 감제고지이니 마지막에 공략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패왕차희는 윈난(雲南)에서 시작해 쓰촨(四川), 저장(浙江), 광둥(廣東), 장쑤(江蘇), 산둥(山東), 상하이(上海) 등 17개 지역으로 진출했고, 마침내 베이징에 입성했다.   패왕차희 TEA BAR 매장. 사진 소후 패왕차희의 최종 목표는 ‘아시아의 스타벅스’다. 중국풍 매장 디스플레이만으로는 젊은 층을 유입시키는 데 부족함을 느껴 기존의 매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TEA BAR’를 선보였다. 일선도시에 진출하면서 앞서 상하이에 두 매장이 열렸으며, 베이징허성후이점도 이에 해당한다. 패왕차희는 ‘TEA BAR’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과 공간,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하고자 하며, 새로운 형태의 매장은 브랜드 대중화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편 장쥔제는 패왕차희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고 고백하며 “마케팅은 우리 전문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음료 브랜드 대부분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패왕차희는 화제성이 높지 않은 브랜드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희차, 나이쉐더차와 비할 수 없고 매장 수도 미쉐빙청, 구밍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장쥔제는 “이제 음료 시장에서의 경쟁은 메뉴 경쟁, 품질 경쟁 및 브랜드 경쟁이 될 것”이라며 제품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패왕차희는 마케팅보다는 주력 메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보여왔다. 이를 반영하듯 샤오훙수 등 중국 SNS 플랫폼에는 품질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룬다. 네티즌들은 ‘차와 우유를 완벽하게 융합했다’, ‘우롱 밀크티 계의 일인자’ 등의 리뷰를 올렸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음료 시장에서 오로지 ‘제품력’만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패왕차희는 앞으로 기존의 하침시장을 유지하면서 일선도시를 공략할 계획이다. 희차 등 브랜드가 일선도시에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뛰어넘을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우직함으로 마침내 베이징에 입성한 패왕차희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13 07:00

  • ‘가뭄에 단비’ 부동산 위기에 초강수 던진 중국, 효과 어떨까

    ‘가뭄에 단비’ 부동산 위기에 초강수 던진 중국, 효과 어떨까

    중국 당국이 무너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인공호흡에 나섰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위기에 내몰린 시장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부동산 경기를 어떻게든 활성화하려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말, 굵직한 부동산 정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중국 당국이 기준금리 인하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이어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조치는 메마른 중국의 부동산과 중국 경제에 단비를 내려줄 수 있을까.    ━  계약금 비중 20%로 통일, 대출 금리 인하 권고   베이징의 중국 인민은행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생애 첫 주택구매자와 두 번째 구매자의 계약금 비중을 각각 20%와 30% 이상으로 통일시켰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살 때, 보유 자금으로 우선 지급해야 하는 계약금의 비중을 최대 60~80% 수준에서 크게 낮춘 것이다. 다시 말해, 주택 구매 시 더 많은 돈을 대출로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현지에서는 이 조치가 ‘가장 강력한 한 방’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1998년 주택제도개혁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1⋅2주택 구매자의 계약금을 일괄 통일한 사례는 올해를 포함해 총 3번(2003년, 2008년, 2023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금융 당국은 생애 첫 주택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권고하는 내용의 문건도 발표했다. 전자가 대출 가능 금액의 비중을 늘려준 조치라면, 후자는 대출 부담을 줄여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현재 무주택이면, 똑같이 첫 구매 혜택   사진 바이자하오 8월 25일, 중국 주택건설부 등 3개 부처는 ‘현재 무주택이면, 생애 첫 구매 혜택(認房不認貸)’ 정책을 시행했다. 과거 주택구매 이력과 상관없이, 현재 무주택자인 경우 생애 첫 주택구매자와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정부에서 해당 정책을 발표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선전(深圳), 광저우(廣州), 청두(成都), 우한(武漢) 등 도시의 지방정부가 정책에 호응하며 잇따라 동일한 정책 도입을 선언했다.   이 정책은 과거 부동산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도입했던 규제책을 다시 풀어준 사례에 해당한다. 이전에는 전국 도시 어느 곳에서든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했던 기록이 있다면, 해당 도시에서 처음 주택을 구매하더라도 생애 첫 주택구매자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해 주택 구매의 문턱을 높였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자, 정책의 방향을 정반대로 튼 것이다. 이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외지에는 집이 있지만 거주지에는 집이 없는 사람’ 혹은 ‘거주지의 집을 팔고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구이위안. 사진 바이두 한편, 중국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자구책을 꺼내든 것은 최근 현지 부동산 시장이 끝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어서다. 부동산은 불황에 시달리고, 시장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비구이위안(碧桂園), 완다(萬達) 등 대표적인 부동산 기업들이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몰리며 중국 경제에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중국 부동산은 경제를 지탱하는 지주 산업으로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약 60여개 업종과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얽혀 있는 부동산이 붕괴하면, 중국은 고용과 성장 모두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중국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가 냉각된 시장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불씨의 역할은 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정책 도입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베이징의 경우 오전부터 분양사무실이 가득 차고, 심지어 문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첫째, 최근 2년 사이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2022년 연말까지 이미 많은 도시에서 먼저 해당 정책을 도입했고, 이번에 그 범위를 확대한 것에 그친다. 둘째, 대출 가능 비중을 늘리면 부동산 구매 진입장벽을 낮출 수는 있지만, 향후 대출금 상환의 리스크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 셋째, 불경기 속에서 수입이 불안정해진 사람들이 자신의 대출 상환 능력을 고려하여 주택 구매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침체된 지방 도시의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당국의 규제 완화 조치 효과는 현재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구이위안 등 주요 부동산 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도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비구이위안의 경우 지난 9월 5일 디폴트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으나,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부동산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09.12 07:00

  • "한숨 자고나면 똑똑해짐"...中서 불티난 '100원 아인슈타인 뇌'

    "한숨 자고나면 똑똑해짐"...中서 불티난 '100원 아인슈타인 뇌'

    “온라인에서 아인슈타인의 뇌가 3만 개 이상 팔렸다. 그것도 단돈 100원에.”  사진 상관신원 캡처 무슨 말인가 봤더니 그냥 ‘사진’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몰에서 5마오(약 90원)를 결제하면 판매자가 직접 ‘아인슈타인 사진’을 보내준다. 친절한 판매자라면 짤막한 안내 메시지도 함께 보내준다. “상품이 배송 중입니다. 보통 한숨 주무시고 나면 도착해서 똑똑해지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기가 막힌 문구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런데 중국에선 이게 왜 3만 개나 팔렸을까?    ━  “구매 즉시 당신의 뇌에서 자라기 시작합니다”   요즘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가보면 ‘아인슈타인 뇌(愛因斯坦的腦子)’를 파는 판매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리바바 산하의 타오바오에만 판매 게시글이 3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가격은 보통 1마오(약 18원)에서 1위안(약 180원)정도. 자매 상품으로 ‘문과 뇌’, ‘이과 뇌,’ ‘수능 뇌’, ‘고시 뇌’ 등이 함께 팔리기도 한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아인슈타인 뇌' 판매 게시글. 사진 타오바오 캡처 상품 소개란에는 대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아인슈타인의 뇌. 구매 즉시 당신 머리에서 자라기 시작합니다.” 아래쪽엔 ‘무료 배송’이라는 표시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아인슈타인 뇌’가 실물로 배송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 👴아인슈타인 뇌 탄생기 「 토마스 하비가 아인슈타인의 뇌 일부분이 든 병을 들고 있다. 사진 소후 캡처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대동맥 파열로 76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몸을 화장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화장되기 전, 병리학자인 토마스 하비 박사가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쳐 달아났다. 토마스는 천재의 비밀을 밝혀내겠다며 아인슈타인의 뇌를 240조각으로 잘라 연구했다. 하지만 20여년간의 연구에도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토마스는 공동연구를 제안하며 아인슈타인의 뇌 조각을 전 세계에 있는 다른 학자들에게 보냈다. 이때 흩어진 뇌 조각은 오늘날 2차 창작의 소재가 되어 가상 상품인 ‘아인슈타인 뇌’를 탄생시켰다.   」  사례1: 00년대생 시(西)씨는 수능을 앞두고 ‘아인슈타인 뇌’를 구매했다. 당시 모의고사 수학 점수가 48점이었는데, 어차피 공부는 글렀으니 마음에 위안이나 줘보자 5마오를 지불했다.   사례2: 90대생 샤오(肖)씨도 입사 면접 전 ‘아인슈타인 뇌’를 구매했다. 그는 최종 합격을 간절히 바라며 타오바오에서 1마오짜리 ‘오퍼 럭키 미스트’도 함께 구매했다. 오퍼 럭키 미스트(offer好運噴霧)는 아인슈타인 뇌와 비슷한 가상 상품으로, 소장하고 있으면 입사 제안을 포함한 각종 오퍼가 들어온다고 여겨진다.   ‘아인슈타인 뇌’가 정말로 자신을 똑똑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 구매자는 거의 없다. 다만, 시(西)씨나 샤오(肖)씨처럼 심리적으로나마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어차피 100원도 안 하니 속는 셈 치고 한번 사보자는 구매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아인슈타인 뇌’를 사는 더 큰 이유는 그것이 가진 놀이적 요소에 있다. 구매자들 대부분은 판매자 혹은 다른 구매자와 노는 값으로 5마오를 지불한다. 몇몇 판매자들은 아예 상품 소개란에 “결제 후 리뷰 창에 가서 스스로 재미를 찾으라”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했다.   “덕분에 일의 자릿수 덧셈 뺄셈 마스터함. 만족스러움.” “똑똑해지긴 똑똑해짐. 이런 쓸데없는 걸 산 내가 바보라는 걸 깨달았으니;;” “국어 시험 전엔 사지 말 것. 아인슈타인은 중국어 못해서 쓸모없음.” 구매자들의 ‘웃긴 댓글 대회장’으로 바뀌어 있는 리뷰란은 앞서 소개한 두 번째 이유를 뒷받침한다.    ━  가상 모기, 제 발로 찾아가는 코끼리, 외로운 개구리?   중국에서 아인슈타인 뇌 같은 황당한 가상 상품이 인기를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올여름엔 타오바오발(發) ‘가상 모기’가 중국 대표 메신저 위챗을 강타했다.   ‘가상 모기’는 구매자가 마찬가지로 200원 정도를 지불하면 판매자가 모기 역할을 맡아 메시지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메시지 내용은 모깃소리를 나타내는 ‘윙(嗡)’글자가 전부인데, 비쌀수록 글자 수가 많아지거나 모기 사진이나 날갯짓하는 짤 등이 추가된다. 또한 위챗 ID를 지정하면 해당 계정으로 ‘가상 모기’가 전달되는 데, 이것 때문에 친구들과 장난치길 좋아하는 10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가상 모기' 판매 게시글(좌)과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윙(嗡) 메시지(우). 사진 바이두 캡처 한 판매자는 “올여름 날씨가 더워지면서 가상 모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가상 모기는 중국 Z세대의 신종 장난이자 유행이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오바오 내 가상 모기 판매상인 ‘순종야생모기(純種野生蚊子)’의 월평균 판매량은 10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제 발로 찾아가는 야생 코끼리(코끼리가 구매자 집으로 가고 있다며 판매자가 코끼리 사진이나 짤 등을 보내는 것)’, ‘외로운 개구리(싱글인 지인을 지정해 개굴개굴(呱呱) 문자를 받게 하는 것)’ 등도 온라인 쇼핑몰에 등장해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제 발로 찾아가는 야생 코끼리' 판매 게시글(좌)과 판매자가 보내 온 메시지(우). 사진 바이두 캡처 뇌부터 시작해 모기, 코끼리, 개구리까지. 우리 돈 100~200원에 살 수 있는 이색 가상 상품들이 중국 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것들은 그 자체론 아무런 실속이 없지만, 남다른 정서적 가치로 중국 젊을 층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중국 매체 허쉰(和訊)은 “가상 상품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상호 작용, 심리적 암시 및 정서적 위안은 중국 청년들이 특히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아인슈타인 뇌’의 흥행은 정서적 가치에 열광하는 젊은 층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매체 36커(36氪)는 가상 상품의 부가가치는 높진 않지만, 수익성이 좋고 시장이 거대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당 가격은 1위안(약 180원) 안팎으로 저렴하지만, 사실상 매출원가가 0이고 SNS를 잘만 활용하면 단시간에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잠재력 때문에 ‘가상상품’은 중국 Z세대의 새로운 창업·부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36커는 온라인에서 가상 상품을 파는 판매자는 대부분 00년대생이며, 이들은 큰 사업에 욕심을 내지 않고 작지만 재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타오바오에 새로 점포를 낸 00년대생은 130만 명을 넘어섰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판매자가 풍부한 창의력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가상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11 09:28

  • 독일서 열린 세계 3대 모터쇼, ‘중국차’가 점령했다

    독일서 열린 세계 3대 모터쇼, ‘중국차’가 점령했다

    세계 3대 모터쇼로 불리는 ‘IAA 모빌리티 2023(IAA)’가 지난 5일 독일 뮌헨에서 공식 개막했다. 이번 모터쇼는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의 경연장으로 탈바꿈하며 자동차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인공지능,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술을 한데 모았다. IAA에 따르면 올해 모터쇼는 글로벌 600여 개의 전기차 관련 업체가 ‘커넥티드 모빌리티’를 주제로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차 업체가 가장 많이 참여한 국가는 ‘독일’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3대 자동차 회사를 포함해 포르쉐와 벤틀리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참가했다. 아우디, 벤츠,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신차를 최초 공개했다. BMW는 차량의 실물을 구현한 콘셉트카 ‘비전 노이어 클라세’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독일의 뒤를 이어 유럽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모터쇼 참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IAA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은 약 70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이는 지난해의 두 배가량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3 국제 모터쇼(IAA MOBILITY 2023)의 비야디(BYD) 전시장. 신화통신 비야디(BYD)는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큰 전시관을 꾸리고 전기차 6대를 출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eal U’를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올해 유럽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벤츠와 합작으로 만든 상위 브랜드 덴자(Denza) D9를 유럽에 처음으로 발표했다.   리윈페이(李雲飛) 비야디 브랜드 및 PR 사업부 사장은 “비야디는 유럽 최초의 완성차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부지 선정 작업 중”이라며 연내 공장 설립 장소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목하는 브랜드는 ‘샤오펑’이다. 지난 7월 말 폭스바겐과 손잡고 협력을 체결한 샤오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뮌헨 박람회에서 샤오펑은 ‘Xpeng G9’ 및 대형 세단 ‘P7 EV’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P7은 최대 주행거리가 576㎞에 달하고 5분 충전으로 100㎞를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오는 2024년 두 차량은 공식적으로 유럽에 진출할 예정이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링파오'(零跑, Leapmotor)’는 전기 SUV C10, 둥펑자동차 산하 포싱(Forthing)은 내연기관 MPV(다목적차) 유-투어(U-Tour)를 각각 공개했다.     중국 전기차(EV) 배터리 제조사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는 새 배터리를 들고 IAA에 참석했다. CATL은 10분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고,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새로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싱(神行)’을 선보였다.     자동차 공급 업계의 히든 챔피언인 ZF 그룹은 중국에 3개의 공장과 4개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홀거 클라인 ZF 그룹 CEO는 중국 내에서의 입지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중국과 함께 지속해서 혁신하고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신화통신에 밝혔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3 국제 모터쇼(IAA MOBILITY 2023)에서 중국 전기차(EV) 배터리 제조사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새로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싱(神行)’을 공개했다. 신화통신 중국의 EV 제조사들은 유럽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중국 지리(吉利)자동차의 전기차(EV) 브랜드인 지커는 2026년까지 서유럽 대부분 지역에 진출하고 2030년까지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네타는 유럽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차종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경영센터의 슈테판 브라첼 소장은 “지난해 중국 업체들이 개발한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 혁신에 있어서 독일과 미국 기업을 앞서갔으며 이를 바탕으로 유럽 시장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독일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부족과 비싼 가격을 꼽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IAA 개막식에서 “독일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졌다”고 지적하며 자동차 업체들에 더 싼 전기차를 팔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독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3 국제 모터쇼(IAA MOBILITY 2023)의 비야디(BYD) 전시장. 신화통신 한편 한국과 일본 업체는 이번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는 불참했고, 일본의 토요타, 닛산, 마즈다, 스즈키 등도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 기업의 빈자리를 삼성과 LG가 메웠다. 두 기업은 다양한 모빌리티용 전자, 정보통신 장치와 솔루션을 들고 IAA모터쇼에 첫 출전 한다. 삼성은 배터리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솔루션과 OLED 디스플레이, 음향 기술을 선보였다. LG도 모터쇼 현장에서 전기차 부품 생산 공장을 헝가리에 짓겠다고 발표하며 유럽 진출에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2023.09.07 07:00

  • 4년간 22만 명 줄어…홍콩에 일할 사람 없다

    4년간 22만 명 줄어…홍콩에 일할 사람 없다

    홍콩에 일할 사람이 없다. 2019년 반정부 시위 이래 2022년까지, 노동인구 22만 명이 홍콩을 떠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노동인구가 9만4100명(2.4%) 줄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사진 셔터스톡 원인은 다양하다.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사회적 불안,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 경쟁국인 싱가포르로의 다국적기업 본사 이전,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 본격화, 낮은 출산율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해 홍콩에 심각한 노동력 감소를 유발했다.   홍콩 조사통계국에 따르면 민간 부분의 일자리 공석은 2021년 3월 약 3만 9300개에서 2023년 3월 약 7만 780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중 인력이 가장 부족한 업종은 항공, 건설, 물류, 의료 등으로 나타났다.    ━  항공업계 2만명, 건설업계 1만4000명 필요해    사진 Alamy Stock Photo 라비니아 러우(Lavinia Lau) 홍콩 항공사 대표 이사회 의장은 노동력 부족이 리오프닝 이후 항공 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홍콩 국제공항에서 근무 중인 인력은 5만 3000명으로, 코로나 19 유행 전인 2020년 초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부족한 인력 탓에 홍콩 국제공항은 지난 6월, 2019년 수준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330만 명의 여객을 처리했다. 홍콩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공항을 2019년 수준으로 재건하기 위해선 2만 명의 인력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 부문의 인력 부족도 만만치 않다. 베르나데트 린(Bernadette Linn)홍콩 개발부 장관은 올해 건설 부문에 1만 400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4년 뒤인 2027년에는 4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홍콩 당국은 지난 6월 입국 규정을 완화해 2만 7000여명의 외국인 인력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건설업에 1만 2000명, 운송 및 물류업에 8000명, 항공업에 6300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발표 두 달만인 지난달 중순, 1차로 항공업에 종사할 외국인 인력 2800여명의 입국을 승인했다.    ━  병원도 인력 부족, 외국인 의대생 모셔온다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곳은 병원이다. 특히 홍콩 내 의사 수가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입법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홍콩의 의사 이탈률은 7.7%로,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2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를 3.4명으로 권고하고 있는데, 이에 비추어보면 홍콩에는 1만 1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 홍콩 병원 관리국(Hospital Authority)의 해외 수련의 모집 홍보 배너. 사진 홍콩 병원 관리국 지난 6월 3월, 홍콩중문대학교 의과대학 부학장 브라이언 얀(Bryan Yan)교수가 호주 시드니에서 홍콩 내 해외 수련의의 취업 기회와 전망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 GovHK 부족한 의사를 충원하기 위해 홍콩은 해외 수련의에 대한 홍콩 내 의사 자격시험 면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외 유수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홍콩에서 추가 자격시험 없이 의사로 일하는 것을 허용한 조치였다. 다만, 전문성 약화 우려 등을 고려해 초기에는 허용 대학을 미국의 존스 홉킨스, 영국의 옥스퍼드와 같은 최상위 대학 27곳으로 한정했다.   이후 홍콩 당국은 런던과 시드니 등을 돌며 현지 의대생, 인턴,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한 ‘홍콩 개원 설명회’를 진행했다. 높은 연봉과 워라밸,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앞세워 해외 인재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반응은 예상보다 저조했고, 인재 유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홍콩 당국은 관련 기준을 또 한 번 완화했다. 즉, 초기에는 허용 대학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중국 본토 의과대학 6곳-칭화(清華), 푸단(復旦),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 저장(浙江), 우한(武漢), 중산(中山)-을 추가하고, 홍콩 공립병원 의사에게 요구하던 광둥어 구사 요건도 없앴다.   이밖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정보기술(IT)분야의 인력 부족 규모도 확대할 전망이다. 홍콩은 최근 몇 년간 과학기술혁신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가속하며 금융 등에 집중된 산업 구조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IT분야 헤드헌팅 업체 벤처닉스(Venturenix)는 홍콩이 앞으로 5년간 10만명의 IT 인재를 추가로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관련 학과 졸업생은 연간 1500명에 불과해 가까운 미래에 IT업계에서도 극심한 인력난이 예상된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06 15:25

  • 불황에 소비 욕구 주춤? 양극화된 중국인 소비 리포트

    불황에 소비 욕구 주춤? 양극화된 중국인 소비 리포트

    중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글로벌 업계의 우려 섞인 시선이 대륙으로 집중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는 팬더믹 이전인 2019년의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는 중국인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음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중국의 소비 시장은 업계별로 양극화되는 추이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중국 매체 상관(上觀)이 보도한 중국인 소비 실태 리포트를 통해 현 중국 소비 시장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  먹는 건 늘리고, 입는 건 줄였다   사진 신화통신 “이 업계 들어와서 20년 동안 이렇게 고전하는 건 처음이에요.”   상관이 인터뷰한 현지 의류 매장 판매원의 말이다. 리오프닝 후 이른바 ‘보복성 소비’가 이어진다는데 왜 유독 의류 업계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중국인의 소비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즉, 식비는 늘리는 대신, 의류 및 상품 소비는 줄이고 있다. 2023년 상반기와 2019년 상반기 가계 소비 구조를 비교해 보면, 식품, 담배, 주류 지출의 비중이 가장 큰 폭(2.1%)으로 증가했다. 의료보건을 제외하면, 기타 소비는 그 비중이 다소 감소했다.   이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던 분야가 바로 의류 소비로, 1.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  3년 참은 여행, 포기 못 해   사진 신화통신 반면, 여행 관련 소비는 많이 증가했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로 지난 3년간 억눌린 여행 욕구가 폭발해서다. 필수재가 아닌 기타 소비를 줄이더라도 여행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국내 여행자 수는 23억 8400명(연인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의 연간 총여행자 수에 육박한 수치로, 동기 대비 63.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행자의 1인당 지출도 2022년 대비 19.3% 늘어나는 등 다소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더 큰 비용을 여행지에서 지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시 거주자의 중국 국내 여행 1인당 소비액은 동기 대비 21.64%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  휴대폰은 교체 안 해도 그만    사진 셔터스톡 한편, 휴대폰과 같이 필수소비재가 아닌 제품의 경우 의류와 마찬가지로 소비가 시들해졌다. 더 사용할 수만 있다면 굳이 교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최근 10년래 최저점으로 하락했다. 샤오미(小米)의 경우, 2023년 1분기 매출이 동기 대비 18.9% 감소했으며, 휴대폰 부문의 매출은 하락 폭이 30.8%로 더욱 두드러졌다.    ━  부동산 불황에 가전⋅가구 소비도 줄줄이 하락   사진 신화통신 부동산 시장 역시 불황에 빠졌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중국 30개 도시 분양주택 거래량은 동기 대비 3.9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선 대도시의 거래량이 동기 대비 15.54%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2~3선 도시 거래량의 동기 대비 증가율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2선 도시의 경우 13.22% 줄어들면서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7월 가전, 가구,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 관련 상품의 연평균성장률(CAGR)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빠짐에 따라 관련 시장에까지 그 영향이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 관련 상품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기준, 해당 부문 상품의 소매액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1.6% 감소했으며, 연평균성장률은 6.2% 줄어들었다. 일례로, 주요 가구 기업인 훙싱메이카이룽(紅星美凱龍)의 경우,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이 동기 대비 83.9-96.8% 감소한 것으로 관측된다.    ━  자동차는 가격 전쟁에 활활   사진 신화통신 한편, 자동차 업계는 신에너지 차에 대한 수요와 업체 간의 ‘가격 전쟁’에 더해, 중앙 및 지방 정부에서 도입한 우대 정책에 힘입어 여전히 판매량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공업협회(中國汽車工業協會)의 데이터에 따르면, 7월 기준 신에너지 차 판매량은 452만 대로, 동기 대비 4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리해 보면, 현재 중국의 소비 시장은 여행 등 일부 부문에 ‘보복성 소비’가 나타나면서 내수를 견인하는 효과를 보고 있으나, 지방 도시의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구조적인 수요 부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대(北京大學) 광화경영대학원(光華管理學院) 류차오(劉俏) 교수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팬더믹이 가계 및 기업 자산에 입힌 충격을 해결할 수 있다”며, “업계 투자를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계 소비 측면에서는 “현금, 소비쿠폰 등 지원 정책을 통해 개인 및 가계 소비 의향 및 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며, “시장의 주체를 효과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선순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09.05 07:00

  • 물길 따라 피어난 문명…中 ‘어머니의 강’ 황하가 일으킨 도시는?

    물길 따라 피어난 문명…中 ‘어머니의 강’ 황하가 일으킨 도시는?

    치수(治水). 한자 뜻 그대로 해석하면 '물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하나라의 우(禹)왕은 왕위에 오르기 전 치수를 담당하던 관리였다. 그는 당시 범람이 잦았던 황하의 물길을 잘 다스린 공로로 왕위에 올랐고, 성군의 반열에까지 오른다. 치수의 성공은 문명을 꽃피우는 기반이 됐다. 수량이 풍부한 황하 근처에서는 농업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하(夏), 은(殷), 주(周), 진(秦), 한(漢), 수(隋), 당(唐), 북송(北宋) 등 수많은 고대국가가 황하 근처에 수도를 정하고 나라를 번성해나갔다.     황하는 칭장고원에서 발원하여 서쪽에서 동쪽으로 5464km를 흐른다. 황하는 칭하이, 쓰촨, 간쑤, 닝샤, 네이멍구, 산시(陕西), 산시(山西), 산둥 등 9개 성(省)과 구(区)를 경유하며 중국 곳곳에 무한한 생명과 문명을 선물한다. 중국인들이 황하를 ‘어머니의 강(母親河)’이라 부르는 이유다. 고대부터 켜켜이 쌓여온 중국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황하 연변 도시 5곳을 소개한다.    ━  쓰촨(山西)|14년째 행복도시 1위 석권, 천혜의 땅   쓰촨 자이언트 판다기지(왼)와 황룽풍경명승구(오). 셔터스톡 중국 서남부 내륙 지역에 위치한 쓰촨은 중국 정부가 선정하는 행복도시 1위를 14년째 석권할 정도로 사람 살기 좋은 곳이다. 쓰촨은 예로부터 풍부한 물과 비옥한 땅 덕에 '황제의 곳간'으로 통했다. 오늘날에도 쓰촨은 중국 내 쌀 생산량 1위, 밀 생산량 2위로 중국의 곡창으로 통한다. 중국의 31개 성 가운데 GDP 규모 6위, 노동 인구 90%가 평균 35세로 경제 활력도 갖췄다. 인문 자원도 뛰어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 5곳에 이른다. 먼저, 푸바오가 신랑감을 찾기 위해 가는 곳으로 알려진 '자이언트 판다 기지'가 있다. 세계에 존재하는 1600여 마리의 자이언트 판다 중 85%가 쓰촨에 서식 중이다.    이밖에도 주자이거우(九寨溝), 황룽(黃龍)풍경명승구, 어메이산(娥眉山)과 러산대불(樂山大佛), 두장옌(都江堰)-칭청산(靑城山)은 쓰촨 지역의 아름다운 지형, 번성한 문화를 보여준다. 쓰촨은 차(茶) 문화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찻집이 쓰촨에 있으며 중국 8대 요리로 꼽히는 쓰촨 요리는 매운 맛으로 유명하다.    ━  허난(河南)|역대 왕조가 수도로 점 찍은 땅   뤄양 용문(龍門)석굴(왼)과 2011년 4월, 뤄양의 소림사에서 쿵푸를 선보이는 소림사 승려(오). 셔터스톡 황하의 중하류 지역에 위치한 허난은 중국 역사상 20여 개의 왕조가 이 지역을 도읍으로 정했을 만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중국 문명 발상지로 통한다. 매년 진흙을 날라오는 황하 덕에 비옥해진 허난땅 위에서는 자라지 않는 곡식이 없었다. 허난이 중국 최대 곡창지대가 된 까닭이다. 풍요로운 땅 허난에서 중국 4대 발명품 가운데 나침반, 제지술, 화약이 탄생했다. 갑골문자도 허난에서 출현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허난의 도시를 수도로 삼은 왕조도 많았다.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뤄양(洛陽), 6개 왕조의 수도였던 카이펑(開封), 오늘날 허난의 성도인 정저우(鄭州)가 있다. 오랜 역사만큼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도 보유하고 있다. 뤄양 용문(龍門)석굴은 중국 황실 석각 예술의 보물창고로 불리며, 중국 고대 상왕조(은나라 BC 16-11세기) 안양은허(安陽殷墟) 유적지에서는 갑골문을 비롯한 청동기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쿵푸의 고장이기도 하다. 매년 수 많은 관광객들이 쑹산 소림사(少林寺)에 들러 쿵푸 수련 장면을 감상한다.    ━  산시(山西)|중국 5000년 역사를 보려면 여기로…   핑야오 고성(왼)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인 응현목탑(오). 셔터스톡 ‘중국의 현대를 보려면 상하이를, 중국의 근대 500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을, 5000년 중국 역사를 보려면 산시(山西)로 가라’라는 말이 있다. 산시(山西)는 중국 고대 문화, 예술의 성지다. 송나라 이전 목조 건축물을 대륙에서 75% 이상 보유하고 있어 동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은 답사가들에게 볼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핑야오(平遙) 고성에서는 2500년 전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목탑인 숴저우(朔州)의 응현목탑(應縣木塔)도 산시에 있다. 1056년 요나라 때 지어진 응현목탑은 오로지 나무로만 이어 만들었으나, 큰 지진(1305년)에도 피해를 입지 않고 낙뢰에도 그을음 하나 없어 미스터리한 건축물로 꼽힌다. 산시하면 면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산시는 중국 누들로드의 시발점으로 탄광에서 일하던 산시 지역 광부들이 풍부한 석탄 자원을 활용해 빠르게 국수를 끓이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최근 한국의 마라탕 열풍으로 덩달아 이름을 알린 흑식초 '라오천추(老陳醋)'도 산시의 특산품이다.    ━  간쑤(甘肃)|이국적 면모로 가득… 실크로드 교통의 요충지   간쑤성 둔황시의 유명 관광지인 밍사산과 웨야취안(왼), 오랜 세월 수만 번의 지질운동과 풍화, 퇴적 작용을 통해 다채로운 색층을 형성한 칠채산(오). 셔터스톡 중국 서북부에 위치한 간쑤성은 실크로드 교통의 요충지로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융합해 이국적 면모를 자아내는 지역이다. 700여개의 동굴과 2400여개의 조각상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 석굴 사원 유적인 둔황(敦煌) 모가오쿠(莫高窟, 막고굴)을 비롯해 밍샤산(鳴沙山)과 웨야취안(月牙泉, 월아천)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간쑤성의 성도인 란저우(蘭州)는 황하가 도시를 관통해 또 하나의 장관을 선사한다. 란저우에서 약 500km 떨어진 곳에는 일곱 빛깔의 색이 일흔 개의 빛으로 너울댄다하여 이름 붙여진 '칠채산(七彩山)'이 있다. 외계 행성에 온 듯한 비현실적 풍광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장예(張掖)의 다포사에는 중국 최대 규모(35m)의 전신 금박 석가모니상이 누워있다.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란저우 우육면은 국가 무형문화재(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  칭하이(靑海)|성 전체가 생태보호구역   타얼스의 여래팔탑(왼)과 칭하이호(오). 셔터스톡 중국 북서부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칭하이성은 한반도의 3배 크기로 성 전체를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황하, 양쯔, 란창(瀾滄, 메콩)강의 시발지이자 수원지이기 때문이다. 인구의 절반이 장족, 회족, 토족 등 소수민족으로 각각의 민족이 다양한 종교를 신봉하고 있다. 특히 티베트 불교 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칭하이 대표 사찰인 타얼스(塔爾寺)에 들러야 한다. 타얼스는 중국 라마불교 6대 사원 중의 하나로 초대 달라이라마라고 추앙받는 ‘종카바(宗喀巴)’를 모신 곳이다. 사찰에 들어서면 1776년 석가모니의 8대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여래팔탑이 시선을 끈다.    시닝(西寧)에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인 칭하이호가 있다. 칭하이호의 호반 도로 길이만 380km에 이른다. 규모가 워낙 거대해 장족들은 이 호수를 '푸른 바다'라고 불렀다.  중국 칭하이성 울란의 차카염호(Salt Lake)(왼)와 G315 국가 도로(오). 셔터스톡 칭하이에는 젊은 세대가 좋아할 여행 스팟도 많다. 아시아의 '우유니 사막'으로 불리는 차카염호(茶卡盐湖)와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고 해 소셜미디어 상에서 유명해진 G315 국가 도로가 있다. G315 국가 도로는 긴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특유의 기복 지세를 따라 형성됐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04 23:17

  • "중국이 결국 이겨냈다"… 화웨이 깜짝 5G폰 발표에 中 '들썩'

    "중국이 결국 이겨냈다"… 화웨이 깜짝 5G폰 발표에 中 '들썩'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Huawei Mate 60 Pro)가 지난 29일 중국에서 출시됐다. 화웨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5G 기술을 탑재한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Mate)60’을 깜짝 출시했다.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시장 복귀는 약 3년 만이다. 미국의 제재로 약 3년간 4G 스마트폰만 생산하던 화웨이였기에 중국은 “미국의 극단적인 탄압이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극찬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웨이는 29일 오후 자사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브이(V)몰을 통해 ‘메이트 60’과 ‘메이트 60프로’를 선보였다. 프로의 경우 가격은 6999위안(약 127만 원)부터다. 화웨이는 “메이트60은 세계 최초로 위성전화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는 역대 가장 강력한 메이트 모델”이라고 자부하면서 출시 약 한 시간 후 초도 물량이 동났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30일 “미국의 제재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화웨이 스마트폰이 3년 만에 부활했다”며 “미국의 극단적인 탄압이 실패했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화웨이의 의도와 상관없이 중국인에게 메이트60의 출시는 ‘미국의 압력에 맞서 일어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이는 미·중 기술전쟁의 축소판이기도 하며, 모든 과정의 최종 결과를 예고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각에선 중국의 첨단 기술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에도 중국이 결국 이를 이겨낼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지난 29일 오후 화웨이가 공개한 화웨이 메이트 60프로 스마트폰. 브이몰 캡처 화웨이는 2020년 미국 상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미국과 대만, 한국 등으로부터 5G통신 칩을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IDC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화웨이의 휴대전화 출하량은 20%의 점유율로 세계 1위였으나 같은 해 4분기 8.4%로 수직 낙하했다. 이에 화웨이는 최근까지도 4G통신 스마트폰만 출시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지난해 9월 메이트50 시리즈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 1430만 대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13%를 차지하며 중국 5대 스마트폰 기업으로 복귀했다. 앞서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 3년간 자사 제품들의 부품 1만 3천여 개를 국산으로 교체하고 회로기판 4천여 개를 재설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화면 상단에 통신사 정보가 표시되지 않으며, 4G 혹은 5G 통신 표시 역시 보이지 않는다. 화웨이는  메이트60이 ‘위성 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라고만 밝히며 해당 스마트폰에 사용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AP: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셋)나 몇 세대 이동통신이 가능한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이에 세부 재원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메이트60모델에 사용된 AP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기업 자회사인 ‘하이실리콘’(海思半導體, HiSilicon)에서 설계한 ‘기린9000s’으로 확인됐다. 이는 ARMv8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1+3+4 코어 조합이다. 전작인 기린990보다 성능이 향상됐는데, 정확하게 이 모바일AP라고 유추할 수 있는 이유는 기존 기린9000s가 가진 벤치마크 점수와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사용자들이 기기를 분해하고 현미경을 통해 AP를 직접 확인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중국 IT 블로거들이 메이트 모델의 AP를 유추하고 현미경을 통해 확인해보고 있다. 웨이보 갈무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TSMC에 제작을 맡길 수 없어 이번 5G 모듈을 탑재한 기린 9000s는 중국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메이트60 프로의 실사용 성능을 고려할 때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14㎚ 이하급을 넘어 최대 5나노급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동통신 역시 5G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중국 정보기술 블로거들의 시험 결과 메이트60은 5G 통신의 속도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IT 블로거들이 진행한 테스트에선 메이트60 프로의 다운로드 속도가 초당 500Mbps를 초과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800Mbps에 근접하기도 했다.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의 최소 요구사항인 초당 100Mb를 5배 이상 상회했다. 한국 이동통신 3사의 5G 평균 속도가 초당 896Mb인 것을 고려하면 5G에 근접한 수준이다.   GPU 역시 자체 설계한 말룬(Maleoon) 910 GPU가 적용됐다. 운영체제(OS)도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독자 운영체제 ‘훙멍4.0’ 기반이다.     SCMP는 “화웨이가 AP에 대해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것은 미국의 제재로 위축됐던 스마트폰 사업을 조용히 부활시키기 위해 기울인 시간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2023년 8월 30일, 상하이의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대형 화면에 새로운 스마트폰 Mate 60 Pro의 광고를 띄우고 있다. CFP 그러나 화웨이가 실제로 반도체 첨단 공정 확보에 성공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화웨이는 지난 3월 7나노 개발에 성공했다는 자국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SCMP에 화웨이 생산 반도체는 여전히 생산 수율이 낮고 공급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2023.09.02 07:00

  •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없어”…92세 TSMC 창업주 누구?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없어”…92세 TSMC 창업주 누구?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TSMC의 본사는 대만 신주시의 ‘모리스 창 빌딩(Morris Chang Building)’에 있다. 모리스 창(장중머우, 張忠謀). 2018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TSMC 창업주의 이름이다. 모리스 창은 인텔 창립자 고든 무어(Gordon Moore, 1929~2023)와 앤디 그로브(Andy Grove, 1936~2016)를 비롯한 반도체 1세대가 모두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본사. 본사는 모리스 창 빌딩으로도 불린다. 셔터스톡   지난 4일 모리스 창은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모든 급소(choke point)를 잘 통제하고 있다”며 “이 급소를 쥐고 있는 한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반도체 전쟁이 미국의 압승으로 끝날 것으로 분석했다. 모리스 창은 그간 주요 행사에서 반도체 산업 전망에 대해 단호한 입장과 소신을 밝혀왔다.     모리스 창은 1931년생으로 올해 92세다.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은 홍콩에서 보냈다. 2차 세계 대전을 피해 다니다미국에 이민을 갔고 하버드대학교에 입학, 메사추세츠 공대(MIT) 기계공학과로 편입했다. 반도체와의 인연은 1955년 미국 실바니아 전자에 입사하며 시작됐다. 이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Taxas Instrument)에서 수석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모리스 창은 25년 이상 반도체 업계에 몸담으며 산업 전반을 통달하게 된다. 1987년,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달라'는 대만 정부의 요청에 TSMC를 창업해 2005년까지 약 20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모리스 창이 은퇴한 지 3년 만에 금융 위기가 닥쳤다. 당시 경영자는 투자를 줄이고,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반도체 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연구 개발에 투자하며 기업을 성장시켜온 모리스 창은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2010년 경영에 복귀한다.   2019년 대만 신주에서 열린 TSMC 체육대회에 참석한 창업주 모리스 창(가운데). 셔터스톡   미국 보스턴에서 모리스 창을 수차례 만난 적이 있는 〈칩 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TSMC 창업주 모리스 창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모리스 창은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와 비교할 수 있는 기업가 모리스 창은 1970~80년대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한다는 발상을 내놨다. TSMC의 경영 신조인 ‘고객사(반도체 설계회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파운드리 업체의 존재 이유를 잘 설명한다. 그는 당시 반도체 설계 기술이 없었던 대만에서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는 것에 몰두하지 않고, 반도체 위탁 생산을 전문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당시만 해도 이런 생각 자체가 ‘혁신’이었다.    TSMC는 고객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기술 유출 부분에 있어 극비사항을 유지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양산해내며 업계 점유율 60%를 달성했다. 반도체가 이렇게까지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에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 내공을 쌓아온 결과다.    모리스 창은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 높았지만, 기업 경영과 사업 확장에도 탁월한 안목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TSMC는 엔비디아, 퀄컴, AMD 등 4차 산업의 주요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TSMC를 만든 건 애플과의 협력이다. 2010년 애플의 현 최고운영책임자인 제프 윌리엄스와의 식사 자리에서 양사의 발전 가능성과 협력에 대해 논의한 후 TSMC는 아이폰, 아이패드의 모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자사에서 제조하기 시작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TSMC는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2023년 8월 18일 기준 TSMC의 시가총액은 4350억 달러다. 같은 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3360억 달러)을 가뿐히 따돌리고 있다. TSMC는 대만을 이끄는 엔진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21년 기준, TSMC는 대만 국내총생산의 5.7%, 전체 수출의 9.7%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TSMC를 대만의 경제이자 산업이자 경쟁력으로 이끈 모리스 창. 그가 30년 전 대만에 들여온 건, 기술이 아닌 ‘전략’이었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8.31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