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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의 해에 피어오르는 중국 사이버 공격설, 사실일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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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2023년에만 중국군 산하 해킹 부대가 20곳이 넘는 미국의 전기, 수도 등 핵심 인프라에 침투했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워싱턴포스트(WP)는 2023년에만 중국군 산하 해킹 부대가 20곳이 넘는 미국의 전기, 수도 등 핵심 인프라에 침투했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새해 들어 서방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정가는 중국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 CNN은 중국 해커들이 최소 5년간 수도와 전기 등 미국의 핵심 인프라 시설에 잠입해왔고, 미중 갈등 상황에서 미국 본토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내용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 당국이 공동으로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에 적시됐다.

이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의 활동은 알려지기 훨씬 이전인 최소 5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이들은 광범위한 정보통신(IT) 시스템에 우선 접근을 시도한 뒤 몇 개월에 걸쳐 전력, 수도 등 핵심 기간 시스템으로 침투를 시도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은 냉난방 및 수도 시스템을 조사해 왔고, 유사시 이들 시스템을 조작해 기간 시설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들은 일부 핵심 시설의 보안 카메라도 침입했고 교통, 에너지, 물 저장 시설 컴퓨터에도 침투했다고 전했다. 중국 해커들이 침입한 시설들은 미국 본토는 물론 괌을 비롯해 미주 대륙이 아닌 곳에 있는 미국의 영토까지 포함돼 있다.

당국자들은 이제까지 침투한 해커들이 미국의 인프라 시설에 혼란을 시도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태세를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은 "대만 문제 등을 비롯해 미중 갈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상황에서 해당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사이버 공작이 어느 정도까지 깊숙하게 미국 사회에 침투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북한 등이 배후에 있는 해킹 공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에만 중국군 산하 해킹 부대가 20곳이 넘는 미국의 전기, 수도 등 핵심 인프라에 침투했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31일 하원 중국특위 청문회에서 "중국 해커들은 '공격할 때가 왔다'고 중국 정부가 결정하면 미국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실제 피해를 줄 준비를 하며 미국 인프라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들(중국 해커)은 미국의 정치, 군사 관련 목표물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사시 미국 전국에 걸친 민간 인프라 공격을 통해 민간인에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보고서는 캐나다의 경우 중국 해커들이 직접적인 사이버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미국보다는 낮지만,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공격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언급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의 일부인 호주와 뉴질랜드도 중국 해커들의 유사한 공격에 취약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은 네덜란드 군 정보당국이 지난해 중국 정부 지원을 받은 해커들에 의한 군 전산망 해킹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측은 성명을 통해 정교한 중국의 악성코드가 기밀로 분류되지 않는 연구에 활용되는 독립형 컴퓨터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악성코드는 원격 작업을 가능하게 한 컴퓨터 시스템의 취약점을 이용, 원격으로 염탐을 시도했다고 한다. 네덜란드가 사이버 스파이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국 등 각국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을 겨냥한 어떠한 부당한 공격과 먹칠에도 반대한다"며 "사실 중국은 사이버 공격의 주요 피해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모든 형식의 사이버 공격을 단호히 반대하고, 법에 따라 타격하고 있다" "사이버 안보는 전 지구적 도전이고, 특정 국가를 먹칠하거나 진영 대결을 사이버 안전 문제로 끌고 가는 것은 사이버 위협에 대한 국제 사회의 단결된 대응 노력을 훼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사이버 위협'을 다룬 중국 보안업체 보고서와 관련해 중국 매체가 질문을 하자 "그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패권적 지위에 기대어 사이버 공간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안보와 발전 이익을 침해한 것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폭로했다"며 "미국은 사이버 공간의 위험과 도전에서 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대선에서 중국 개입설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언급도 나왔다. 하원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글로벌 뉴스 플랫폼 ‘세마포’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중국 공산당이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외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쓰는 수많은 기술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30세 미만 미국인의 약 32%가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을 통해 정기적으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밝혔다. 202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이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틱톡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해 미국 대선과 관련한 허위 정보 등을 퍼뜨릴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 콘텐츠가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중국 문제와 관련이 있는 콘텐츠의 경우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여러 차례 밝혀진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중국의 개입 시도도 언급했다.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대만 인근에 군용기, 군함, 정찰풍선 등을 보내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이에 대해 “대만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중국 공산당의 선거 개입을 모니터링하는 데 있어 모범이 되는 나라”라며 “그들은 중국발 가짜 뉴스를 능숙하게 식별하고 차단했다. 미국은 이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기밀 해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미국의 정책과 여론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포괄적인 지침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 지침에 따라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 광범위한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셜미디어 가짜 계정, 인플루언서, 홍보 업체 등을 동원해 미국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친중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가짜 SNS 계정을 개설한 뒤 낙태, 총기 규제와 같은 민감하고 논쟁적인 사회 문제를 부각했다. 이는 미국 내 분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얼마 전부터는 한국의 선거에 사이버 공간을 통한 중국이나 북한 개입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음모론에 불과한지 실체가 있는 주장인지 당국이나 언론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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