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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TOP 4’ 인니 최고 부호 오른 화교 출신 기업인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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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기업인 프라조고 판게스투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상급 IT기업 수장들을 제치고 글로벌 억만장자 TOP4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기업인 프라조고 판게스투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상급 IT기업 수장들을 제치고 글로벌 억만장자 TOP4를 차지했다.

포브스 선정 ‘2023년 글로벌 억만장자 TOP 10’ 명단에 두 명의 화교 출신 기업인이 이름을 올렸다. 10위를 차지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黃仁勳, Jensen Huang)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주인공이 눈길을 끌었다. 인도네시아 기업인 프라조고 판게스투(彭雲鵬, Prajogo Pangestu)가 자산 약 3400억 위안(약 63조 원)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상급 IT기업 수장들을 제치고 글로벌 TOP4를 차지했다.

1944년생 프라조고 판게스투는 지난 2023년 12월 30일 포브스가 발표한 글로벌 억만장자 명단에서 인도네시아 1위에 올랐다. 푸젠(福建) 성 상인 혈통으로 인도네시아 최고 부호 자리를 지켰던 황후이충(黃輝聰), 황후이샹(黃輝祥) 형제를 14년 만에 밀어내고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글로벌 전체에서는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 이어 4위에 올랐다.

IT 열풍 속, 승승장구한 에너지 거물 

글로벌 TOP 10 가운데, 7명이 IT기업 출신인 것과 달리 프라조고판게스투는 목재, 석탄, 재생에너지 등 전통산업으로 부를 축적한 사례다. 최근 프라조고판게스투의 자산 증가는 우선 인도네시아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이 깊다.

2023년 인도네시아 당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소 비중을 44%까지 높이고, 향후 3~5년 내 200억 달러(약 26조 원)를 더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정부가 대대적인 친환경 목표를 내놓으면서,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종목 IPO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으로 부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2대 지열에너지 생산국으로서 2022년 지열 발전량이 2356메가와트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지열 발전 총량의 8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에너지 사업을 주로 펼치는 프라조고판게스투가 최근 자산을 크게 불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앞서 2017년, 프라조고판게스투는 미국의 석유 기업쉐브론(Chevron)의 지열 자산을 거금에 인수해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대 규모 해외 인수 사례를 남겼다. 이로써 그가 거느린 스타 에너지(Star Energy)는 일약 글로벌 최대 다국적 지열 발전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프라조고판게스투는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지열 발전 잠재력은 약 2만 9000메가와트에 달한다"라며, “아직도 전체의 5%밖에 개발되지 않았다"라고 야심 가득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2023년) 10월 9일, 프라조고판게스투는 산하 재생에너지 기업 바리토 리뉴어블 에너지(BaritoRenewables Energy, BREN)을 자카르타 증시에 상장한다. BREN은 상장 후 2개월 만에 주가가 8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시가총액은 5000억 위안(약 92조 원)에 육박했다. BREN가 황 씨 형제의 BCA 시총을 뛰어넘으면서 프라조고판게스투가 인도네시아 최고 부호에 오르게 된다.

같은 해 3월, 낯선 이름의 인도네시아 탄광 회사 하나가 상장 후 주가가 고공행진 하며 증시의 신화가 됐다. 반년 만에 시총이 무려 30배 치솟아 수차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 기적의 주인공, 석탄 채굴 회사 페트린도 자야 크레아시(Petrindo Jaya Kreasi)도 프라조고판게스투의 손에서 탄생했다.

가난한 이민자의 후예, 자수성가 부호로 

프라조고판게스투는 중국 광둥(廣東) 성 출신의 조부모 세대에 이민한 화교 3세대로, 과거 녹록지 않은 시절을 보냈다. 학업은 중학교에서 멈춰야 했다.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고 잡화점에서 일을 돕다가 나중에는 버스 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인생 전환점은 1969년, 귀인 황솽안(黃雙安, BurhanUray)을 만난 25세 때였다.
황솽안의 회사에서 일하는 8년 동안, 프라조고판게스투는 목재 사업을 처음 접하며 대기업 경영에 대해 배우게 된다. 황솽안이 총애를 받은 그는 사원에서 재무, 마케 퍼팅 책임자를 거쳐 대표의 오른팔을 차지한다. 이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1977년 자신의 회사 바리토 퍼시픽(Barito Pacific)을 설립하며 창업의 길에 나섰다.

프라조고판게스투가 2022년 이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는 석탄 가격 폭등을 빼놓을 수 없다. 

2023년 회사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자산 가치가 900% 가까이 치솟았다. 비이성적인 상승 뒤에는 하락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1월 초 프라조고판게스투 산하 BREN 등 회사의 주가가 흔들리면서 그의 자산도 2023년 연말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글로벌 TOP 4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에너지 사업으로 인도네시아 대표 부호가 된 프라조고판게스투의 소식은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을 만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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