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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Temu)깡?’ 한국 휩쓰는 中 쇼핑앱이 사기 구설에 오른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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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온라인 상거래 기업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해 요즘엔 직구 쇼핑앱 테무(Temu)가 대세로 떠올랐다. 테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TV 중계에서 30초 분량 광고를 네 번 송출했다. 슈퍼볼 광고비는 30초당 650만 달러(약 86억7000만원)에서 700만 달러(약 93억4000만원) 사이로 초당 대략 3억 원꼴이다. 테무는 슈퍼볼 광고 후 미국 내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테무의 슬로건은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Billionaire)'다. 아무리 많이 구매해도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의미다. 의류는 1~5달러, 전자기기는 5~15달러 등으로 제품의 기본 가격 자체가 저렴하다. 핀둬둬 산하의 온라인 장터 플랫폼인 테무는 중국 현지 생산 업체와 세계 소비자를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직접 연결하여 저렴한 상품들을 대량으로 판매한다.

테무의 슬로건은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Billionaire)'다. 아무리 많이 구매해도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의미다. 테무 공식홈페이지

테무의 슬로건은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Billionaire)'다. 아무리 많이 구매해도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의미다. 테무 공식홈페이지

테무 플랫폼은 생산자가 자사의 상품을 테무 물류 창고로 배송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모두 관리해주는 완전 위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 책정, 마케팅, 판매, 배송 및 고객 서비스 등 생산 이후의 모든 과정은 전적으로 테무에 의해 처리된다. 전 세계 어디든지 61%의 확률로 9일 내에 상품이 도착하고, 91% 확률로 12일 안에 도착하는 빠른 배송 시간을 자랑한다. 2023년 10월, 한국에서도 출시 3개월 만에 신규 사용자 수 증가 1위 쇼핑몰 앱에 등극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더불어 싼 가격을 앞세워 경기 둔화 시기와 맞물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국내 테무 앱 이용자 수는 지난해 8월 52만 명에서 지난달 570만9000명으로 10배 급증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통계에 의하면, 지난달 테무 앱 신규 설치 건수는 222만1981건으로 전체 1위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1위를 유지 중이다.

이 테무가 한국에서 좋지 않은 구설에 오르고 있다. 신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을 살포하는 이른바 '테무깡'이 도마 위에 올랐다. 크레딧과 사은품을 획득하는 과정이 룰렛 게임 방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다른 사람을 신규 회원으로 가입시키도록 유도하는 방식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틱톡 등에서 '테무깡'을 검색하면 ‘다단계 사기 아니냐,’ ‘사행성 조작이다,’ ‘소비자 기망 행위다’ 같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30 세대 중심으로 테무에서 배달온 수십 개 상품 패키지를 풀어보는 모습을 동영상·사진으로 찍어 '테무깡'이라 이름을 붙여 공유하기도 한다. 예전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알리깡'이라는 말이 유행한 걸 연상케 한다. 알리에서 산 물건을 ‘언박싱’(개봉)하는 콘텐츠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클릭과 구독자 수가 금방 늘어나서 마치 '카드깡'하듯 수입을 쉽게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알리깡'이란 말이 생겨났었다. 요즘엔 테무가 한국 회원을 늘리기 위해 진행하는 이벤트에 끈질기게 참여해 물건을 공짜로 받는 행위를 '테무깡'으로 부르고 있다.

테무 제품을 언박싱하는 영상 및 콘텐츠. SNS갈무리

테무 제품을 언박싱하는 영상 및 콘텐츠. SNS갈무리

문제는 신규 회원 늘리기 방식이다. 테무는 처음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에게 무료 배송과 반품, 배송 지연 시 5300원 상당 크레딧 지급 등을 내걸고 패션, 생활용품, 전자기기 등 중국산 초저가 제품을 판매한다. 이벤트를 통해 신규 회원 여럿을 추가로 가입시키면 물건을 공짜로 주거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을 준다. 예를 들어 크레딧 무료 받기 코너에 들어가 룰렛 게임을 통해 결제하면 화면에 현금 10만원과 똑같이 쓸 수 있는 크레딧과 쿠폰 등 50만 원어치의 혜택을 준다고 뜬다.

100코인을 모으면 혜택을 얻을 수 있는데, 룰렛 게임을 몇 번 돌리다 보면 99개의 코인이 순식간에 모인다. 그리곤 ‘50만 원 보상 교환까지 코인 1개 부족’이라는 문구가 뜬다. 그러면 카카오톡 등을 통해 친구에게 초청장을 보내 신규 회원으로 가입시켜야 룰렛을 돌릴 기회가 생긴다. 이후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친구 한 명이 신규 가입을 수락해 룰렛을 돌려도 1코인이 생기는 게 아니라 0.5 등 소수점 이하 코인이 적립된다. 혜택을 얻기 위해선 1코인을 충족할 때까지 계속 친구를 추천해야 한다.

테무 코인 교환 페이지. 테무앱 화면 갈무리

테무 코인 교환 페이지. 테무앱 화면 갈무리

무료 사은품을 받는 코너의 고객 유인 방식도 비슷하다. 헤어드라이어와 여행용 가방 등 5개 사은품을 고르고 선물 상자 버튼을 누르면 결제할 금액이 점점 줄다가 마지막에 '100원만 절약하면 무료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뜬다. 이때도 친구를 가입시켜야 하는데 절약 금액은 처음에는 친구 1명당 몇십 원이다가 점점 줄어 나중에는 2∼3원까지 떨어진다. 사은품을 받기 위해 친구 몇 명을 더 끌어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다.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선 "테무에서 '깜짝 서프라이즈'라는 알림이 떠 눌러보니 무료 선물 5개를 준다길래 주소를 입력했다. 마지막에 100원을 채워야 하니 친구를 가입시키라고 해 단톡방 친구 5명을 끌어들였는데도 충족이 안 돼 포기했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글들이 올라 있다. 테무 앱에 가입해준 친구들에게 미안해하는 내용도 많다.

테무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테무 앱의 크레딧 받기 규칙을 보면 '7명의 신규 앱 사용자 초대 시 1번째 보상 보장,' 무료 사은품 받기 규칙을 보면 '최대 60명의 신규 사용자를 초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가입자들은 테무에서 무료 선물을 받으려면 통상 9명 정도를 신규 가입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또한 정해진 규칙이 아닌 것이다.

물론 '크레딧을 받아 무료로 쇼핑했다,' '무료 사은품을 받았다'며 사기가 아니라는 인증 글도 적잖다. 이 때문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테무의 크레딧, 사은품 서비스에 목을 매고 있다. 테무 이벤트 품앗이를 위해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링크를 공유하거나 추천하기 위한 오픈 채팅방도 번지고 있다. 이런 도박성 마케팅 등 공격적 광고에 힘입어 한국에서 테무는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업계가 위축되고 입주 소상공인들이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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