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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마라탕 열풍, 원조 중국에서는 외면받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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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 열풍이다!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음식 마라탕(痲辣燙). 써우후(搜狐)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음식 마라탕(痲辣燙). 써우후(搜狐)

3~4년 전부터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요리가 있다. 바로 맵고 짠 음식의 최고봉 마라탕(痲辣燙)이다. 마라탕은 중국 쓰촨성(四川省) 러산(樂山)에서 기원한 음식이다. 쓰촨성의 뱃사공들이 배를 타다 잠시 강가에 정박한 뒤 주위의 재료들을 구해 한 솥에 넣어 끓여 먹는 데서 유래되었다.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해 혀가 얼얼하면서도 매운맛이 특징이다. 마라탕에 넣을 재료들이 뷔페 형식으로 진열되어 있어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재료와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요기요에서 발표한 중식 카테고리 내 주문 비율. 계절과 상관없이 마라탕 주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사진 요기요

요기요에서 발표한 중식 카테고리 내 주문 비율. 계절과 상관없이 마라탕 주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사진 요기요

식당도 크게 늘고 있다. 음식 배달 주문 플랫폼 요기요에 따르면 마라탕을 취급하는 가게가 3년간 무려 3배 가까이 늘었다. 요기요 중식 카테고리 내에서 마라탕을 판매하는 업체의 비율은 2020년 기준 20%에 불과했지만, 2023년 들어 30%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스갯소리로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로 1020세대)들에겐 마라탕이 소울푸드로 꼽히고 있을 정도이다.

대륙의 마라탕, 열기 식는 중!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폭설이 내리고 있다. 바이두(百度)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폭설이 내리고 있다. 바이두(百度)

한국에서는 뜨거운 마라탕, 그러나 본고장인 중국에선 정작 소비가 줄고 있다. 가격 때문이다. 창사석간신문(長沙晚報)에 따르면 날씨가 점차 쌀쌀해지며 뜨거운 마라탕 수요는 늘었지만, 고공 행진하는 마라탕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건강시보(健康时报)에서 진행한 온라인 투표. 총 1,580명의 네티즌이 투표했다. 마라탕이 저렴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단 307명에 불과했다. 사진 건강시보(健康时报)

건강시보(健康时报)에서 진행한 온라인 투표. 총 1,580명의 네티즌이 투표했다. 마라탕이 저렴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단 307명에 불과했다. 사진 건강시보(健康时报)

중국의 인기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도 가격 불만 목소리가 높다. ‘배불리 먹을 수 없는 40위안(7,400원)짜리 마라탕(痲辣燙貴到40元都喫不飽)’ 해시태그가 인기 검색어에 올라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이전에는 동네 지하상가에서 20위안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마라탕이지만, 최근에는 마라탕 재료를 조금만 담아도 50위안이 훌쩍 넘는다"며 높아진 가격에 불만을 드러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억울한 中 마라탕 가게 사장님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마라탕 판매자들도 불만이다. 창사((長沙)의 한 마라탕 프랜차이즈 가게를 운영하는 식당 주인은 “30만 위안(5,000만 원)이나 투자해 가게를 차렸지만, 원가가 높아져 이자 갚기도 벅차다"며 "차라리 포장마차를 하나 차리는 게 낫겠다"라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중국 인건비 싸다”는 옛말...

날이 갈수록 하늘을 뚫는 중국의 인건비도 마라탕 가격 폭등에 힘을 보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0년~2015년 중국 주요 지역 시간급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13.7%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2017~2022년 연평균 인상률은 4.0%로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2017년~2022년 중국 전역 평균 월 최저임금 추이. 한국무역협회

2017년~2022년 중국 전역 평균 월 최저임금 추이. 한국무역협회

팬데믹 후유증으로 줄어든 소비심리, 그러나 한번 오른 마라탕 가격은 내려가지 않았다.

2020년 4월 26일 중국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 팬데믹으로 인해 거리가 한산하다. 메이폔(美篇)

2020년 4월 26일 중국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 팬데믹으로 인해 거리가 한산하다. 메이폔(美篇)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터질 것이라는 기존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혀있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소비심리가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다. 글로벌 금융 기업 UBS의 중국 소비자 부문 헤드는 “중국 소비가 매우 점진적인 속도로 회복하고 있지만, 중국의 소비 증가율은 팬데믹 이전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외식업은 한번 가격이 오르면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 같은 특성과 줄어든 소비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마라탕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마라탕 체인점들의 고급화 전략이 가격 상승을 견인했나?

마라탕 가격 상승의 주범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고급화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마라탕 업계 1위 업체 ‘양궈푸마라탕(楊國福痲辣燙)’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양궈푸마라탕은 ‘마라탕계의 스타벅스’, ‘하이디라오(海底澇)’가 되는 것을 목표로 가게 인테리어 리뉴얼, 그리고 고급 식재료 도입하며 적극적으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다.

업계로서는 고급화를 외면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도시화로 인해 주 소비층이 블루칼라 노동자에서 화이트칼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그룹을 잃은 마라탕 업체들은 고급화 전략을 통해 화이트칼라(사무직 노동자)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네티즌은 “마라탕 가격이 훠궈 가격과 비슷해지고 있다”면서 “마라탕을 먹을 바엔 훠궈를 먹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가격대가 훠궈를 닮아가는 마라탕의 모습을 비꼬기도 했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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