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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얇은 껍질의 젊은이', 도대체 무슨 뜻?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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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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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이피녠칭런(脆皮年輕人)’, 중국의 신조어다. 얇은 껍질을 뜻하는 ‘추이피(脆皮)’와 젊은이를 뜻하는 ‘녠칭런(年輕人)’이 합쳐진 말로, 직역하면 ‘얇은 껍질의 젊은이’다. 무엇을 뜻할까? 툭하면 다치고 아픈 젊은 세대를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유리몸’, ‘종이인형’ 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추이피녠칭런’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의 모 병원 응급실에 따르면 올 9월에만 18~25세 청년 1700여 명을 진료했다. 중국 젊은 세대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중국에서 질병은 어느새 나이와 상관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에 최근 중국 젊은 세대는 건강 관리에 부쩍 신경 쓰기 시작했다. 중의학을 공부하고, 기공체조를 배우고, 건강 관리 기기를 여러 대 사는 등 적극적으로 건강 관리에 나서고 있다.

19살이 쭈그려 앉다 무릎 골절… 기상천외 ‘中 병약 유니버스’

중국 SNS 플랫폼에서 ‘추이피녠칭런’ 주제의 게시글이 총 19만 8000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 신커두

중국 SNS 플랫폼에서 ‘추이피녠칭런’ 주제의 게시글이 총 19만 8000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 신커두

중국 온라인 포털 인민망(人民網)에 따르면 19살인 장 씨는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아있다가 일어서지 못해서 병원을 찾았다. 장 씨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무릎 관절 파열’. 다소 황당한 일화지만, 요즘 중국 젊은 세대가 꽤 많이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중국의 SNS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 틱톡(抖音), 웨이보(微博) 등에서는 바지를 갈아입다 쥐가 나서 병원에 실려 간 사연부터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海底撈)’에서 줄을 서다 극심한 공복감에 기절한 사연까지 가지각색의 병약한 젊은이들의 일화를 찾아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 중증 질환에 걸린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소비일보(消費日報)와 온라인 보험 플랫폼 마이바오(螞蟻保)가 협력해 발표한 ‘2022년 마이바오 보험금 지급 서비스 보고(2022年螞蟻保理賠服務報告)’에 따르면 20~40세의 중증 질환 보험 청구 중에서는 20~40세 남녀 모두 갑상선암이 1위를 차지했다. 20~40세 남성의 중증질환 보상 상위 5개 질환은 갑상선암, 급성심근경색증, 관상동맥질환, 뇌출혈, 비인두암이었고, 여성은 갑상선암, 유방암, 뇌출혈, 자궁경부암, 폐암이었다. 갑상선암, 심경색, 관상동맥질환이 젊은 층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 된 것이다.

건강해지고 싶어 ‘팔단금’ 배우는 중 MZ세대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에서 팔단금 튜토리얼 영상이 약 2268만 7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지난 11월 17일 기준). 사진 비리비리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에서 팔단금 튜토리얼 영상이 약 2268만 7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지난 11월 17일 기준). 사진 비리비리

헬스, 요가,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이 있지만, ‘추이피녠칭런’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중국 전통 기공체조인 ‘팔단금’이다. 팔단금은 체질 개선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운동이다.

중국 SNS에서 팔단금을 하고 수족냉증 완화, 안색 개선 등 효과를 봤다는 ‘간증글’이 올라오면서 팔단금이 젊은 층에게 핫한 운동법으로 떠올랐다. 초보자도 영상만 보면 큰 무리 없이 따라 할 수 있어서 질환을 앓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팔팔하지도 않은 건강 ‘회색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팔단금의 인기는 조회수가 증명한다.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에서는 팔단금 튜토리얼 영상이 2268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다. 영상의 탄무(彈幕, 동영상 위에 떠다니는 실시간 댓글)에는 자신의 훈련 일지를 기록하는 네티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보양식부터 건강 관리 디바이스까지… 중의학 제품 대인기

추이피녠칭런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올여름에는 약방에서 파는 밀크티, 쏸메이탕(酸梅汤·매실탕) 등 건강 음료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성분에 대한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음료라는 점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우 샤오잔이 베이칭송의 안마기기를 광고하고 있다. 사진 쑤닝

배우 샤오잔이 베이칭송의 안마기기를 광고하고 있다. 사진 쑤닝

건강관리 기기의 강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많은 신생 안마기기 브랜드가 등장했다. SKG, 베이칭송(倍轻松·Breo)은 각각 인기 배우 왕이보(王一博), 샤오잔(肖戰)을 모델로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젊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기와 혈의 순환에 도움을 준다는 전자 뜸기, 소화 및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알려진 복부 마사지기, 근육통을 완화하고 부기를 없애는 전기 괄사 등 중의학을 접목한 건강 관리 기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중의학은 복잡하고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중의학 제품은 기존에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던 제품에 중의학 요소가 추가된 형태다. 간단하면서도 접근성이 높다. 이에 중의학을 접목한 건강 관리 제품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의학 열풍’에 편승한 제품과 브랜드가 ‘롱런’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빠르게 성장하는 中 건강 관리 산업, 그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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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빅데이터 분석회사 DT차이징(DT財經)이 발표한 ‘현대 청년 신체관 조사(當代青年身體觀小調研)’에 따르면 요즘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자신의 신체 점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6.4점이다. 7점을 택한 사람이 30.2%로 가장 많았으며, 심지어 참여자 4분의 1 정도는 자신의 몸에 6점 이하를 매겼다.

중국 젊은 세대의 건강 불안이 확산되면서 관련 사업이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중국의 신규 건강 관련 기업은 58만 13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0.97% 증가했다. 올해 역시 성장세다. 올 1~3분기 중국 신규 건강 관련 기업은 61만 38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28.79% 증가했다.

그러나 일부 건강 관리 제품이 반짝인기에 편승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의 소비자 고발 플랫폼 헤이마오신고(黑貓投訴)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마사지 기기에 불만이 많다. 골반 복구 기능이 있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일반 마사지 방석과 다르지 않거나 목 마사지기 사용 후 피부에 이상이 생기는 등 다양한 불만이 접수되어 있다. 또한 운동 전문가가 아닌 인플루언서를 따라 영상으로 전통체조 등을 배우다가 몸살을 앓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중국의 건강 관리 산업이 ‘롱런’하려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건강관리가 긴 시간을 거쳐 이루어진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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