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초·중생도 빠진 中당근칼...광고 안하고도 대박난 비결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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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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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칼은 최근 한국에서 구매 및 소지가 금지된 메이드인 차이나 장난감이다.

당근 칼은 최근 한국에서 구매 및 소지가 금지된 메이드인 차이나 장난감이다.

당근 칼은 최근 한국에서 구매 및 소지가 금지된 메이드인 차이나 장난감이다. 정확히는 무칼(蘿蔔刀·무 모양 플라스틱 장난감 칼)이라고 번역된다. 당근 칼은 올해 7월 5일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抖音)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그 뒤 중국 초·중생들을 한 차례 휩쓸고 바다 건너 한국으로 왔다.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당근 칼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칼집에 칼날이 숨겨져 있다. 가볍게 튕기면 중력과 관성에 의해 칼날이 나온다. 자체 중력으로 칼이 움직여 중력 무칼이라고도 한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칼날이 날카롭지 않아 손을 베일 염려는 없다. 하지만 칼처럼 찌를 수 있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미성년자의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크기와 가공 기술에 따라 다르나 학교 주변 문방구나 작은 가게에서 대부분 5위안(약 900원)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단가가 2~3위안(약 400원) 정도다.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불안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며 한 손으로는 당근 칼을 튕기면서 일한다.

당근 칼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칼집에 칼날이 숨겨져 있고 가볍게 튀기면 중력과 관성에 의해 칼날이 나온다.

당근 칼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칼집에 칼날이 숨겨져 있고 가볍게 튀기면 중력과 관성에 의해 칼날이 나온다.

당근 칼은 도대체 어떻게 유명해진 것일까? 

브랜드 때문인가?
아니다. 당근 칼이 어떤 브랜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케팅 때문인가?
아니다. 당근 칼은 광고조차 된 적이 없다.
재미있어서?
아니다. 재미는 주관적 요소로 유명해진 주된 이유로 보기 어렵다.

그럼 도대체 왜?
당근 칼은 아래 세 단계를 지나면서 유명해졌다.

첫 번째는 설계 단계(3D 프린팅 서클)다.

당근 칼은 3D 프린팅 서클에서 태어났다. 서클 구성원들은 주로 모형 애호가나 민간 예술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구성원들은 평소에 모형, 장난감, 피규어 등 물건을 직접 디자인해서 3D 프린터로 출력한다. 만들어진 작품은 인터넷에서도 판매된다. 장난감 하나당 몇십 위안에서 몇백 위안까지 한다. 하지만 이렇게 물건을 팔아서 부자가 되기는 힘들다. 물건을 전부 디자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생산 주기도 길어서 규모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보통 취미로 그친다. 따라서 3D 프린팅 서클 내에는 자신의 디자인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고 자연스럽게 공유 문화가 생겼다.

닉네임 ‘미친 물음표 493’의 주인공도 3D 프린팅 서클 구성원이다. 한국과 중국의 초·중생을 제패한 바로 그 당근 칼의 창작자다. 올해 7월 초 업로드한 첫 당근 칼 영상이 7월 5일 저녁 더우인에서 대박이 났다. 하룻밤 만에 5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가 나왔다. 중국 저장성 이우시(義烏市·세계 최대의 소상품 도매시장과 소상품 생산시설이 있는 유명한 경제도시) 상인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이 봤을 때 엄청난 기회였고 당근 칼을 바로 생산라인에 밀어 넣는다.

두 번째 단계는 인기몰이다.

대체 이우 상인들의 파워가 얼마나 세길래... 

장난감은 문방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국 각 지역의 문방구 주인들이 하나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단톡방에 있다. 단톡방에 있는 문방구 주인은 대부분 이우에 공급 업체를 두고 있다. 이우에서 밀어붙이는 물건은 그게 무엇이든 팔고 싶어 한다. 당근 칼이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중국 각지의 문방구에 등장한 이유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당근 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당근 칼

이우는 비용을 통제하는 강력한 능력도 갖추고 있다. 당근 칼은 3D 프린트로 만든다. 그러나 이우에서는 기성품 사출 성형 생산 라인으로 대량 제작이 가능하다. 당연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나당 6마오(약 100원)로 가격을 낮춘 이유다. 무시무시한 생산 능력 때문에 많은 민간 예술가와 이우 상인 간에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주문을 받고 구매자 위치가 이우인 것을 확인하면 디자이너들이 경계부터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재창조 단계다.

이우 상인들은 모방만 하나? 당근 칼이 대형 브랜드에 인수된다면 이우 상인들은 어떻게 될까? 영향을 받지 않을까?

정답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이다. 이우는 당근 칼 생산 방식으로 어떠한 장난감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우의 모든 작은 상품이 당근 칼과 결합해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하고 조잡해 보이지만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기에 가능하다.

첫째 대규모 ‘혼혈’ 생산은 이우에서만 완성할 수 있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많고 작은 상품의 생산 라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떤 물건이 재창조 단계에 들어가면 이우와 대적할 상대가 없다.

둘째 이우는 효율적인 시행착오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중국 내 장난감 가게에 물건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이우는 피드백을 즉각 받아볼 수 있다. 판매를 중단할지 계속할지 금방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당근 칼은 설계 단계, 인기몰이 단계, 재창조 단계를 거쳐 중국을 빠르게 휩쓸고 한국까지 넘어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당근 칼은 이우 상인의 눈에 띈 뒤 곧바로 산업 시스템에 진입했고, 생산라인을 타고 금방 전국의 문방구 네트워크에 진출했다. 원래의 루트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으로 계속 도약하는 가장 효율적인 성장을 한 것이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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