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윈이 가장 신뢰하는 이 사람, 알리바바 이끈다

    마윈이 가장 신뢰하는 이 사람, 알리바바 이끈다

    지난 9월 10일 알리바바 신임 CEO로 취임한 우융밍(吳泳銘). 알리바바 그룹 지난 10일 알리바바 그룹이 최고경영자와 회장을 포함하는 최고 경영진에 대한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지난 3월 ‘1+6+N’ 사업 분할을 발표한 이후 가장 최고 수준의 조정이다.     새로 취임한 회장은 부회장을 지냈던 차이충신(蔡崇信)이 임명됐다. 전 알리바바 회장 겸 CEO 장융(張勇)은 10억 달러 규모의 기술펀드 운용을 담당한다. 남은 CEO 자리는 우융밍(吳泳銘)이 채웠다. 차이충신은 알리바바의 2인자로 불리며 다양한 공을 세워 익숙한 반면, 47세의 젊은 나이로 CEO에 임명된 우융밍은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이다. 그는 어떻게 알리바바의 경영권을 따낼 수 있었을까.    ━  알리바바의 유일했던 ‘기술 오타쿠’   우융밍은 알리바바 창업 멤버다. 알리바바를 개척한 ‘18나한(十八羅漢)’ 중 한 명으로, 마윈이 기업 정보 열람 플랫폼 ‘차이나 옐로우페이지’(中國黃頁)를 설립할 때 합류한 정통 알리바바계 인재다. 당시 마윈을 포함한 18명의 창업자 중 인터넷 기술을 명확히 이해했던 유일한 인물로, 홀로 웹사이트 개발을 담당하며 1세대 프로그래머로 톡톡히 활약했다.     우융밍은 알리바바의 내부 혁신 사업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알리바바 내의 기업가로 이미 유명했다. 알리바바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의 책임자를 역임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창업 후 마윈을 따라 꾸준히 성장한 그는 2004년 알리페이 설립과 동시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됐다. 2007년 알리바바의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알리마마(阿里媽媽)’의 성장과 2008년 모바일 타오바오 인큐베이팅 참여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알리바바와 타오바오의 합병 과정에서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2011년, 타오바오가 분할하며 쇼핑 가이드 플랫폼 ‘이타오(一淘網)’가 만들어졌는데, 우융밍은 사장으로 임명됐다. 2015년부턴 알리헬스(阿里健康) 이사회 의장을 역임, 현재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톈(淘天·타오바오·티몰)을 이끌고 있다.   항저우 아파트에서 회의 중인 마윈과 알리바바그룹 창업팀. 알리바바  ━  비즈니스에도 능통   업계 관계자는 우융밍이 알리바바의 총아로 떠오른 이유로 특기인 ‘기술력’ 외에도 ‘높은 비즈니스 이해도’를 꼽았다. 기술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기술을 제품으로 전환하고 이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PC가 중국 인터넷의 주류였던 2000년대 후반, 우융밍은 모바일 시장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알리바바의 사업 모델을 모바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 2008년부터 내부 테스트를 시작했다. 우융밍의 진두지휘 하에 알리바바는 3년 만에 발 빠르게 모바일 버전을 내놓았고 대중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다. 투자에도 일가견이 있다. 창업 혁신의 물결이 일던 2015년, 알리바바를 잠시 떠나 벤처 캐피털인 위안징캐피털(元璟資本)을 설립했다. 그가 투자하는 곳은 주로 첨단 기술· 의료· 산업 분야로, 지금까지 150여 개 이상의 신생기업에 투자를 주도해오고 있다.   완성차 운송 전문 과학기술 물류 플랫폼인 푸유트럭(福佑卡車, FOR-U)에 3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2021년 5월, 푸유트럭이 새로운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최근 15억 달러(약 1조 7880억 원) 가치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  마윈 ‘추종자’   “(마윈과) 비즈니스와 비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사람이자 사람을 전염시키는 힘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우융밍은 알리바바 그룹 내에서 마윈의 추종자로 통한다. 1996년, 당시 갓 졸업한 학생이었던 우융밍은 우연히 옐로우페이지 프로그래머 공고를 보게 된다. 마윈과 일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그는 첫 인터뷰에 직접 만든 자바(Java)프로그램이 담긴 플로피 디스크를 가져와 내보였고, 마윈은 그를 보고 인터넷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융밍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전문적 배경을 활용해 기술 리더가 되고 알리바바 초기 아키텍처 구현을 위해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알리바바는 그룹을 25개 사업단위로 나누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창업 공신 중 살아남은 사람이 우융밍 한 명뿐인 것도 마윈의 신뢰가 한몫했을 것이라고 직원들은 입 모은다. 심지어 마윈은 우융밍과 그의 아내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1998년 만리장성에서 촬영한 사진. 마윈(맨 왼쪽)과 우융밍(왼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웨이보 갈무리 우융밍 CEO는 지난 12일 ‘인공지능(AI) 중심’과 ‘사용자 중심’의 경영 비전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향후 10년간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AI에 의해 일어날 것”이라며 AI를 따라가지 못하면 타 기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AI를 우선으로 하면서도 알리바바를 중국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만들어준 수백만 명의 고객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소비자 중심의 비전을 밝혔다.   이를 위해 AI 기반 기술과 기술 중심 인터넷 플랫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투자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육성하고 스타트업식 경영 마인드를 유지해 알리바바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아울러 1985년 이후 출생한 젊은 직원, 30대 젊은 관리자를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이끌겠다며 기업 다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융밍의 선언은 마윈이 지난 5월 “과거 성공했던 방식은 더는 적절하지 않다”며 “서둘러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장융 전 회장 겸 CEO가 클라우드 컴퓨팅과 내수시장 활성화, 세계화 등을 전략으로 강조한 반면 우융밍은 기술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기술력으로 차별점을 찾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의 24년 역사를 함께 걸어온 우융밍이 향후 어떤 핵심 영향력을 끼칠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2023.09.21 10:08

  • '중국판 유튜브' MBC 이어 KBS에 고소 당하고도 웃는 이유

    '중국판 유튜브' MBC 이어 KBS에 고소 당하고도 웃는 이유

    비리비리 본사 건물. 사진 소후 한국방송공사 KBS가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嗶哩嗶哩·Bilibili)를 상대로 두 건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10월 11일과 11월 8일 상하이 양푸(楊浦)구 인민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KBS는 비리비리가 여러 건의 자사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저작권 침해 행위 중단 및 손실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침해 사실이 성립되면, 비리비리가 적지 않은 배상 책임을 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비리비리가 우리나라 방송사에 소송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1년 한국문화방송 MBC 역시 '저작 소유권 및 침해'를 이유로 비리비리에 소송을 제기했다.   비리비리 로고. 사진 바이두사진 비리비리는 최근 몇 년 동안 빈번하게 침해 분쟁에 휘말렸다. 중국에서 ‘피소의 왕’으로 통할 정도다. 경쟁 업체 아이치이(愛奇藝·iQIYI), 인터넷 기업 넷이즈(網易·NetEase)부터 중국 프로 스포츠 리그인 중국 슈퍼리그(CSL)와 중국 농구 협회(CBA)까지 모두 비리비리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UP주(UP主)*가 비리비리에 무단으로 올리는 원본 콘텐츠부터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해 만든 2차 창작물이 그 원인이다.   *UP주(UP主): 비리비리에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를 칭하는 말로 유튜브의 ‘유튜버’에 해당한다.   그러나 비리비리는 이를 비웃듯 더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2분기 총매출은 53억 400만 위안(약 96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올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대대적인 조처를 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비리비리의 최대 고민은 밀려드는 고소장이 아니라 광고와 커머스 등 새로운 수익 모델 구축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  조회 수 vs 저작권 침해, 딜레마 빠진 비리비리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과 '런닝맨'. 사진 쿠팡플레이, SBS 과거 우리나라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런닝맨’, ‘1박2일’ 등은 UP주에 의해 방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비리비리에 업로드되곤 했다. 중국 내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워낙 높아 조회 수가 수백만 회는 기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예능을 찾아보기 힘들고, 있더라도 짧은 2차 창작 영상 정도에 그친다. 이는 최근 KBS의 소송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업로더들은 조회 수가 잘 나오는 IP를 무단으로 올리고, IP 원작자들은 끊임없이 비리비리에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는 피소 외에도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업로더들이 올린 영상으로 인해 비리비리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 및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높지만, 비리비리 자체 IP가 아닌 만큼 수익화가 약하다는 것이다.   비리비리의 올해 2분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비리비리의 정회원 수는 2억 1400만 명에 달한다. 정회원의 12개월 차 유지율도 무려 80%로 안정기에 들어섰다. 비리비리의 초기 목표였던 이용자 수 확대는 이미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비리비리에 남은 과제는 ‘어떻게 상업화할 것이냐’다.    ━  ‘조회 수 대신 재생시간 수’, 비리비리의 상업화 전략   비리비리 CEO 천루이. 사진 허쉰망 비리비리 14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에서 CEO 천루이(陳睿)는 비리비리가 앞으로 동영상 재생 수 대신 재생 시간으로 지표를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비리비리는 일부 UP주를 대상으로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UP주의 입장에서는 재생 시간 수를 늘리기 위해 콘텐츠의 퀄리티부터 협력 브랜드 선정 등에 더욱 신경을 가할 수밖에 없다.     비리비리는 효과적인 수입 증가를 위해 중차오(種草)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상업 거래 방면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팀을 조정하여 새로운 1급 부서인 ‘거래생태센터’를 설립했다. 그뿐만 아니다. ‘618 쇼핑 축제(618大促)**’ 기간 타오바오와 협력하여 데이터 분석으로 중차오 지수를 수치화하는 ‘씽훠 프로젝트(星火計劃)’를 시작했다.     *중차오(種草): SNS에 좋은 상품이나 정보 등을 공유해 타인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차오의 대상에는 물질적인 제품뿐만 아니라 여행과 같은 다양한 경험도 해당된다. **618 쇼핑 축제(618大促):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징둥(京東)이 창립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중국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로 제2의 '솽스이(雙十一)'로 불린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라이브커머스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비리비리 라이브커머스와 비디오커머스로 수익을 올린 UP주의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0% 이상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  ‘아슬아슬’ 커뮤니티와 상업화 사이 균형 잡기   사진 zaker 반대로 비리비리 사용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앱 첫 화면에 광고가 많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광고 영상을 봐야 하면 뭐하러 비리비리를 쓰냐"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는 콘텐츠 커뮤니티 성향이 강한 비리비리가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기존 커뮤니티 사용자를 계속 만족하면서 상업화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비리비리는 사용자와 UP주 간의 유대가 깊은 편이다. 비리비리에서 정량화할 수 있는 수치인 팔로워 수는 사실상 사역 트래픽(私域流量)*이기도 하다. 여기에 비리비리 특유의 탈중앙화 알고리즘이 더해지면서 UP주의 사역 트래픽 풀은 더욱 공고해졌다.    *사역 트래픽(私域流量): 엄청난 비용을 태워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를 진행하는 공역 트래픽(公域流量)과 달리, 공중 계정, 미니 앱 등을 통해 기업에 관심 있는 핵심 소비자에게 저비용 고효율의 브랜드 마케팅을 실시한다. 주로 소비자 개개인을 대상으로 침투하며,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을 강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비리비리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줄곧 콘텐츠 개발 및 사용자와 유대감 형성을 강조해왔다. 그런 만큼 라이브커머스 사업 진출 이후 가격 경쟁력, 사용자 소비력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고 증대 및 라이브커머스 사업 진출은 비리비리에 어느 정도 성장 동력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중국 내 거물급 회사들이 이미 점유율을 나누어 가진 분야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성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비리비리만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20 08:54

  •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운트다운, 최첨단 기술 향연 펼쳐진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운트다운, 최첨단 기술 향연 펼쳐진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3일 개막을 앞두고 현지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대회는 알리바바의 고장 항저우에서 열리는 만큼, 최첨단 스마트 기술의 향연이 될 전망이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리오프닝 후 중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국제 스포츠 대회로, 이번 대회를 통해 코로나 19의 제약 속에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아쉬움을 해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기장 주변 곳곳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오는 9월 대회가 시작되면, 그 효과가 확연히 드러날 것입니다. 약 2개월 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미디어 데이에서 경기장 운영 책임자는 이같이 말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 기간 개⋅폐막식 공연과 경기장, 항저우 도로 곳곳에서 각종 첨단 기술의 향연이 펼쳐질 전망이다.    ━  ‘가상과 현실의 만남’ 개막식 스포일러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 경기장 야경. 사진 펑파이신원 스포츠 대회의 꽃인 개막식,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개막식 총연출을 맡은 샤샤오란(沙曉嵐) 감독은 “이번 대회 불꽃놀이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형식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성화 점화의 경우, 역대 아시안게임 최초로 ‘디지털 점화’ 방식을 택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앞서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다소 파격적인 성화 점화로 눈길을 끌었다. 역대 가장 소박한 성화로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탄소 절감’과 ‘친환경’에 착안한 성화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 밖에 대형 워터스크린을 통해 중국과 아시아, 중국과 세계의 조화를 표현하고, 각종 첨단 기술을 활용해 중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대회 개최지인 항저우의 역사와 문화경관, 첨단 기술과 관련한 등 내용이 많이 담겨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샤샤오란 감독은 “심플하면서도 안전하고 다채로운 개막식”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실감 나는 AR&VR’ 적재적소 활용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스코트 장난이(江南憶). 사진 신화통신 광활한 스타디움 안에 들어서면, 수많은 관중 속에서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검표소, 좌석, 화장실 등 원하는 장소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AR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AR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면, 실제 눈앞에 목표지점으로 찾아가는 길이 펼쳐지는데, 실내외는 물론이고 건물별, 층별 이동도 가능하고, 위치 변화나 목표 지점에 따라 추천 경로가 자동 전환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AR 서비스를 통해 이번 항저우 대회 마스코트 장난이(江南憶)의 귀여운 환영 인사도 받을 수 있다. 마스코트는 항저우의 세계문화유산 3가지(량주 고성 유적·서호·대운하)를 각각 상징하는 세쌍둥이 로봇으로, ‘장난이’라는 이름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항저우를 그리워하면서 쓴 동명의 시에서 비롯되었다. 그밖에 경기장 곳곳에 체험 구역을 설치하여, 방문객 및 관중들이 AR와 VR을 통해 아름다운 경관을 관람하거나 마스코트와의 게임 등 보다 몰입감 있는 인터랙티브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기사 없이 달린다’ 자율주행 셔틀버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무인 셔틀버스 내부. 사진 신민완바오 항저우 대회에서는 아시안게임 최초로 무인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도입된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무인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시운전에 돌입했다. 외관은 일반 버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수많은 칩과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내부에 설치된 두 개의 스크린 중 하나에는 운전석의 실시간 이미지가, 나머지 하나에는 차량의 상태와 주변 도로 현황이 업데이트된다.     이 셔틀버스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300m 범위의 장애물을 피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도로에 오가는 교통상황을 전달받아 관련 데이터를 수집 및 업데이트하여 선수와 관중에게 보다 편리한 수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안전제일’ 스마트 의료 서비스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의료 서비스는 경기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각 경기장 안팎으로 전문 의료진과 응급조치를 위한 의료기기를 설치하는 데 더해, 스마트 의료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선수와 관중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계획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점 병원인 저장(浙江)대 의대 부속 제2 병원은 대형 5G 이동형 구급⋅회복실을 마련했다. 소개에 따르면, 이 시설은 버스를 개조한 형태로, 차내에 2개의 들것과 1개의 응급처치용 침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전면적이고 집중적인 응급조치 및 이송이 가능한 기능을 갖췄다. 또한 실시간으로 치료 상황을 중점 병원의 컨트롤타워로 전송하여, 의료 전문가가 필요한 조언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저장 고속도로는 ‘실시간 구조 현황’ 플랫폼을 개시하여,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 이 플랫폼을 통해 고속도로 응급사건 처치 및 도로 상황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  항저우의 상징 알리바바, ‘기술 스폰서’ 활약   이번 아시안게임 개최지 항저우는 알리바바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중국 대표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탄생한 도시이자, 본사가 자리 잡은 곳이어서다. 항저우가 스마트 도시, 기술의 도시로 불리게 된 것은 팔할이 알리바바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 대회가 항저우에서 열리는 만큼, 알리바바도 이번 대회의 ‘기술 스폰서’로서 적극적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알리바바 그룹 회장 겸 CEO 장융(張勇). 사진 시대주보 지난 9월 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성화 봉송 첫날, 알리바바 그룹 회장 겸 CEO 장융(張勇)이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이날 장융 회장은 첫 번째 주자인 2004 아테네올림픽 100m 평영 금메달리스트 뤄쉐쥐안(羅雪娟)에게 성화를 넘겨받아 항저우 서호 주변을 달렸다.   장 회장은 현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성화 봉송 주자가 되어 영광”이라며 “항저우에서 나고 자란 알리바바가 이번 대회 기술 스폰서가 된 것 역시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테마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 아시안게임’입니다. 알리바바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최초의 ‘클라우드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이번 대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경기 실황을 전송하며, 알리바바는 기술적 지원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현지 매체 보도 따르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실황 화면은 알리 클라우드(阿里雲)의 글로벌 인프라를 통해 아시아 및 전 세계 관중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16일 동안 진행된다. 45개국에서 1만 2500여 명이 참가하며, 참가 선수는 40개 종목 61개 세부 종목에서 모두 483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09.19 07:00

  • 여행은 사치, 중국 청년들 “특산품 교환할 친구 구해요”

    여행은 사치, 중국 청년들 “특산품 교환할 친구 구해요”

    엿새간 이어지는 추석 ‘황금연휴’에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 유명 호텔과 리조트는 빈방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동남아와 일본 행 항공권도 매진이 이어지고 있다. 옆 나라 중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미·일 등의 단체관광 제한이 풀리고,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가 다가오면서 많은 이들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인 사람들도 있다. 돈이나 시간, 내지는 체력이 부족해 여행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놀이가 있으니, 바로 ‘특산품 교환’ 이다.   ‘특산품 교환’. 사진 신민안공작실(新民眼工作室) 캡처 ‘특산품 교환(互換特產)’ 이란 말 그대로 온라인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고향 특산품을 주고받는 행위다. 지난달부터 젊은 층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더니, 이제는 포털 사이트에 신조어로 등록될 정도로 유행이 됐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小书書)에선 ‘특산품 교환’ 관련 게시글의 누적 조회 수가 5000만 개를 돌파했고, 중국판 틱톡 더우인(抖音)에도 좋아요 30만 개 이상을 받은 ‘특산품 교환’ 숏폼 영상이 등장했다.  ━  “저랑 고향 특산품 교환하실 분?”   특산품 교환을 원하는 누리꾼은 SNS에 직접 게시글을 올려 상대를 구한다. 서로 무엇을 보낼지, 얼마만큼 보낼지는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어떤 이는 놀라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완전히 ‘블라인드 박스’인 상태로 교환하길 원하고, 어떤 이는 한쪽이 손해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 하한선이나 일정 기준 등을 정해 놓자고 한다. 그래도 보통은 200~300위안(약 3만 6000원~5만 4000원)어치의 특산품을 보내는 것이 시장(?) 평균이라고 전해진다.     특산품 교환 상대를 구하는 댓글들. 중국소비자보 캡처 국토가 넓은 만큼 지역별 특산품 특징도, 선호도도 제각각이다.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고 싶거나 다양한 열대 과일을 맛보고 싶은 이들은 윈난(雲南)과 하이난(海南) 같은 남쪽 지방을 선호하며, 네이멍구(內蒙古)와 신장(新疆)같이 목축으로 유명한 북쪽 지역은 육류 및 육가공품 애호가들의 환영을 받는다. 이밖에, 쓰촨(四川), 후난(湖南), 광둥(廣東) 등 음식 문화가 발달한 지역들도 ‘특산품 교환’ 상대방의 희망 거주지로 인기가 많다. 쓰촨 성 쯔양(資陽)에 사는 항 씨가 받았다는 베이징 특산품. 사진 광밍왕 캡처 [사례1] 쓰촨 성 쯔양(資陽)에 사는 대학생 항(杭) 씨. 그는 집에서 과제를 하다가 택배 기사의 전화를 받고 쏜살같이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기다리던 ‘베이징 특산품’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택배 상자를 열자 다오샹춘(稻香村) 월병, 장이위안(張一元) 재스민차,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冰墩墩) 열쇠고리 등이 가득 담겨있었다. 항 씨는 상대방이 보낸 기대 이상의 선물에 큰 감동과 고마움을 느꼈다.   [사례2] 광둥 성 후이저우(惠州)에서 일하는 간호사 위안(原) 씨. 그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일이 바쁘고 쉬는 날이 적어 몇 달간 근교도 나가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SNS에서 우연히 ‘특산품 교환’ 게시글을 접하게 됐고, 곧바로 작성자에게 연락해 ‘특산품 교환’을 신청했다. “바쁜 일개미에겐 여행을 대체할 수 있는 흥미롭고 저렴한 방법이었죠.” 이후 그의 병원 사물함은 한 달도 채 안 돼 중국 각지에서 온 과자 선물세트로 가득 찼다. 대형마트랑 쇼핑몰 놔두고 왜 굳이? 사실 교통과 물류가 발달한 현대에는 지역 특산품을 구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해외 직구도 잘되어 있는 마당에, 웬만한 국내 특산품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살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 청년들이 ‘특산품 교환’에 열광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될 수 있다.    ━  ① 생면부지의 친구가 주는 즐거움   온라인에 올라온 특산품 교환 인증 사진. ″내가 보낸 것(위)″, ″내가 받은 것(아래)″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 후슈왕 캡처 ‘특산품 교환’의 진짜 즐거움은 특산품이 도착하고 나서 시작된다. 서로가 어떤 특산품을 왜 골랐는지, 그 안에 깃든 자신의 추억과 사연을 나누게 되면 생면부지라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미식사교(美食社交)’라는 단어가 ‘특산품 교환’과 함께 언급되는 이유다.   ‘특산품 교환’을 경험한 한 누리꾼은 초등학교 때 열중했던 ‘펜팔’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평생 만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편지 한 장에 정을 쌓고 진심을 나눴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팍팍한 삶과 일에 치여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특산품 교환’으로 그때의 향수가 느껴져 행복했다고 한다.    ━  ② 블라인드 박스가 주는 친근함   SNS에 올라온 특산품 언박싱 영상들. 사진 중국소비자보 캡처 박스를 열기 전까지 내가 가진 물건이 뭔지 알 수 없는 것. 중국에선 이를 ‘블라인드 박스(盲盒)’라고 부른다. Z세대를 타깃한 장난감, 화장품, 전자제품 등의 마케팅에 자주 쓰이는데, 중국 피규어 기업 팝마트(泡泡瑪特·POP MART)는 블라인드 박스를 내세워 상장에도 성공했다.     ‘특산품 교환’이 일종의 ‘블라인드 박스’라는 것은 인기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낯선 이와의 거래가 자칫하면 거부감을 줄 수 있는데, ‘특산품 블라인드 박스’라는 이름이 이를 상쇄할 친근감을 줬다. 또한, 안에 뭐가 든지 모르는 상태로 택배 상자를 개봉하고, 그 반응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것이 함께 유행하면서 ‘특산품 교환’의 인기가 한층 더 높아졌다.     ■  「 블라인드 박스는 중국에서 어엿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 22억 6000만 위안(약 4126억 5300만원)으로 추산된 중국 블라인드 박스 시장 규모는 2021년 139억 1000만 위안(약 2조 5400억 원)까지 성장했으며, 2024년에는 300억 2000만 위안(약 54조 7800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  사기, 식품 안전, 범죄악용 우려 등…. 부작용도 많아   물론 파생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한쪽만 택배를 받고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합의한 것과 다른 무성의한 특산품으로 실망감을 주는 경우다. 실제로 현지 SNS에는 “송장 번호를 알려주자마자 차단당했다”, “택배 상자가 묵직해서 기대했는데 지역 특산품으로 볼 수 없는 밀가루 네 포대가 담겨있었다”, “그건 양반이지 나는 종이 타월만 두 봉지 받았다”는 등의 피해 후기가 많이 올라와 있다.     이 외에도, 식품의 품질과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 낯선 이에게 주소와 연락처를 알리는 게 자칫 범죄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18 09:30

  • 북·러 밀월에 109년 전 세계대전 떠올릴 중국

    북·러 밀월에 109년 전 세계대전 떠올릴 중국

    〈YONHAP PHOTO-1518〉 '정상회담 예정' 북한 김정은과 러시아 푸틴 (블라디보스토크 AFP?스푸트니크=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12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논의하고 공식 만찬도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담의 정확한 일정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는 김정은(왼쪽)과 푸틴. [자료사진] 2023.09.12 clynnkim@yna.co.kr/2023-09-12 10:15:08/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2019년 4월 러시아 방문 때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그사이 김정은의 해외 순방이 없었으니 최근 연속 두 차례 순방이 모두 러시아였던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소모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탄약 등 재래식 전력을 수혈받고, 북한은 유엔 대북 제재 국면의 전환과 핵잠수함, 핵탄두,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전수받는 맞교환이 이루어지리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일각에선 북·러 회담 이후 사실상의 북·중·러 삼각 동맹이 강화되리라 전망하기도 한다. ‘사실상’이란 표현을 쓴 것은 중국과 북한은 어느 나라와도 공식적인 동맹 관계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어낸 기술로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하게 된다면, 핵잠수함 개발에 성공해 한국 등 동아시아 해저에 도사리며 언제든지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SLBM)을 쏠 수 있게 된다면 한·미·일 3국이 느낄 위협은 배가될 것이다.    중국에겐 이런 일이 반갑지 않다.  북한의 전략 무기가 고도화될수록 한·미·일 3국이 모두 군비를 늘리고 군사·안보 공조를 강화할 것이다. 실제 미 전직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해 북·중·러 연대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임스 제프리 전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은 미국의 소리(VOA)와 인터뷰에서 “전술핵 배치가 북한은 물론 중국이 신경 쓰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핵잠수함이 한국에 실전 배치되거나 핵 공유 협정에 한국을 포함하면 근본적인 역학 관계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미·일 각국과 관계를 ‘관리’하려는 입장이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으로 역내 긴장도가 높아지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중국은 (북·러 협력에) 일정 수준 거리를 두고 있다”며 “북·러의 정상회담이 북·중·러 구도로 바로 연결돼 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달 31일 발간된 보고서에서 “중국은 한·미·일 협력이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을 확대시키는 것을 우려한다”며 “러시아와는 달리 북한의 과도한 군사적 긴장 상승을 중국은 일정 정도 관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영향력을 굳이 러시아하고 나눌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국면이 중국에 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북한의 핵잠수함이 동아시아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면 미국은 이를 추적하는데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럴 경우 대만에서 대륙과 전면전에 상응하는 무력 충돌이 벌어진다면 미국은 군사 자원을 한반도와 대만에 나눠 투입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대만을 무력 통일하기로 작정한 중국이 북한에 군사적 협조를 구한다면 워싱턴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더욱 동아시아에서 한·미·일의 군비 증강 필요성이 커질 요인이 된다.    이런 상황은 109년 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을 연상케 한다.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 후발 주자였던 독일은 재상 비스마르크의 지도력과 우수한 인적 자원 등을 앞세워 폭발적인 발전을 이뤘다. 1914년 전쟁 발발 당시 독일의 국력은 영국과 비슷했고 다른 유럽 열강들을 따돌린 상태였다. 영국 다음가는 해군력, 러시아 다음가는 육군력을 보유했다. 지금의 중국을 연상케 한다.  샘 멘데스 감독의 1차 세계대전 영화 '1917' 한 장면.[사진 스마일이엔티]   기존 열강인 영국·프랑스·러시아는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삼국협상’을 결성했고 도전 세력인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이탈리아는 ‘삼국동맹’으로 맞섰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경쟁 세력 간에 활발한 무역과 교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러시아와 서방 세력들처럼.    세계대전은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 암살이라는 우발적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요즘 같으면 적당히 뭉개면서 사태를 관리했겠지만 당시엔 ‘동맹국의 적은 곧 나의 적’이란 순진한 관념이 지배했다. 고구마 줄기 엮이듯이 두 세력이 순식간에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결국 독일의 패배로 끝났고 승전 열강들은 독일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도록 가혹한 멍에를 씌웠다.    지금 동아시아에는 세계 패권국(미국)과 도전국(중국)이란 두 강자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지만 전면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경쟁 수위를 조절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그런 국면을 순식간에 바꿀 계기가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러시아가 북한의 양손에 핵 장착 ICBM과 핵잠수함을 쥐여주고 한·미·일이 이에 반응해 군비를 확충한다면 역내 안보 긴장은 일촉즉발의 수준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만약 두 세력 간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명명해야 할 것이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봉쇄하고 있는 현 국제정세는 흔히 신냉전의 서막으로 해석된다. 두 세력은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지만 이를 통해 갈등을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국가들의 돌발 행동으로 이 세력균형이 깨진다면 냉전이 열전으로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국 입장에선 차라리 냉전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월이 중국에겐 골치 아픈 일일 것이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09.15 07:00

  • 화웨이 떠난 천재 소년, ‘휴머노이드 로봇’ 들고 화려한 복귀

    화웨이 떠난 천재 소년, ‘휴머노이드 로봇’ 들고 화려한 복귀

    지난 8월 중국에서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또 한 번 탄생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키는 175cm, 몸무게 53kg, 사람처럼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최대 보행 속도는 시속 7km다. 이 로봇의 이름은 익스페디션A1(Expedition A1·遠征A1)으로, 가사는 물론 단순 반복의 조립 작업, 신에너지 및 3C제조 등 다양한 산업 제조 시나리오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엔 이미 휴머노이드 개발이 활발하다. 문화∙관광∙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샤오미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CyberOne)을 전격 공개했고 이 역시 사람처럼 긴 다리를 이용해 보행한다. 4족 보행 로봇으로 유명한 중국 로봇 전문 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Unitree Robotics:宇樹科技)도 지난 8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H1’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에 공개된 로봇은 왜 화제가 되었을까? 바로 고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화웨이를 퇴사한 ‘천재 소년’ 즈후이쥔(稚晖君)이 개발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천재 소년'이자 즈위안로봇의 CEO 즈후이쥔. CCTV 즈후이쥔은 화웨이 ‘천재 소년 프로젝트’로 영입된 인물이다.일곱 단계의 까다로운 채용 절차를 거치고 런정페이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과해 화웨이에 입사했다. 당시 즈후이쥔은 최고 연봉인 201만 위안(약 3억 6천만 원)계약서에 사인했다. 이후 즈후이쥔은 화웨이 어센드(Ascend)AI칩과 AI 알고리즘 개발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간에 즈후이쥔은 포도를 꿰맬 수 있는 로봇 팔, 넘어지지 않는 자율주행 자전거, 수술 로봇, 초소형 TV, 만능 근거리무선통신(NFC) 칩 등 기발한 발명품을 선보여 ‘괴짜 발명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관련기사 무려 자율주행!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발명한 中 괴짜 발명가 그러나 지난해 12월 즈후이쥔은 돌연 화웨이를 퇴사했다. ‘젊은 피에 세상 물정 모르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며 고연봉을 포기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즈위안로봇(agibot, 智元機器人)’을 설립, 본래의 특기였던 로봇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즈후이쥔이 창업한 로봇 기업엔 바이두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월, 계열사인 상하이즈위안신촹기술유한회사(上海智元新創技術有限公司)가 경영정보를 변경하고 신규 주주로 싼야 바이촨즈신 사모투자펀드 등을 추가했다. 자본금도 300만 위안(약 5억 6322만 원)가량 늘어났다.     즈후이쥔의 신규 주주인 싼야 바이촨즈신의 최대주주는 바이두다. 바이촨즈신이 투자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바이두가 로봇에 관심이 큰 만큼 시장에서는 1억 달러(약 1328억 원)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창립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보이지 않았던 즈후이쥔. “첨단 로봇공학과 AI 기술을 인간의 삶, 생산, 제조에 긴밀히 통합해 로봇이 미래에 인간의 오른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지 6개월이 지났고, 지난달 선보인 로봇이 바로 익스페디션A1이다. 지난 8월 18일, 즈후이쥔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익스페디션 A1(Expedition A1)이 공개됐다. 즈후이쥔 유튜브 캡처 이번에 공개한 익스페디션A1은 RGBD 센서와 라이다(LiDAR), 관성 측정 장치(IMU), 마이크로렌즈 어레이(미세 렌즈 배열 광학 소자)가 탑재됐다. 또 브러시리스 모터 등 다양한 유형의 액추에이터(Actuator: 전기, 유압 등을 사용하는 원동기의 총칭으로 로봇의 핵심 구성 요소)가 장착되어 있다. 로봇은 최대 8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익스페디션A1의 최대 특징은 49도의 자유도*를 가졌다는 점이다. 손은 현재 12개의 능동 자유도와 5개의 수동 자유도를 가지고 있으며, 손가락 끝에는 물체의 색상, 모양, 재질 등을 구분해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카메라를 탑재했다. 여러 개의 자유도는 인간의 관절과 같이 다양한 움직임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을 결정하는 큰 요소다.   ■  「 📌자유도: degree of freedom, 로봇의 위치와 자세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변수들의 최소 개수. 로봇의 팔이나 손이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척도로, 자유도 1은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일을, 자유도 2는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회전까지 하는 팔이다. 」  즈후이진은 로봇의 핵심 기술인 관절 장치 모터의 자체 개발도 성공했다. 로봇의 핵심 관절은 향후 대규모 대량생산과 저비용 제조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문턱 중 하나로, 알고리즘 제어 설계와 다양한 매개 변수를 분석해 기반을 확보한 후 모터를 자체 설계할 수 있었다. 이들이 설계한 ‘Power Flow(파워플로우)’ 모터는 더 높은 전력 밀도를 위해 작은 패키지에 액체 냉각 순환 영 방출 시스템을 도입해 토크 출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인간의 모습과 유일하게 다른 점은 ‘다리’다. 즈후이쥔은 “익스페디션A1은 앞으로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뒤로 구부리는 ‘반관절’ 설계가 되었는데, 이는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작업에 더 적합하다”며 여러 분야의 산업군에서 로봇이 활용될 수 있음을 알렸다. 사진 agibot 공식 홈페이지 또 로봇이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적용했다. 테이블 위의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로봇에게 지시하면 로봇은 내재한 사전 지식에 기반을 둬 쓰레기와 쓰레기통을 구분해 행동할 수 있다. 즈위안로봇은 로봇에 초대형 데이터 사전 학습을 통해 의미 이해, 논리적 추론, 이미지 인식 등의 기능을 갖추도록 학습시켰고, 심지어 ‘사고 사슬’이라 불리는 대형 모델의 복잡한 의미론적 다단계 추론 능력도 부여했다.     즈위안로봇은 로봇의 사고 시스템을 클라우드 슈퍼 뇌, 말단 대뇌, 소뇌 및 뇌간으로 나누는 구현된 지능형 두뇌, ‘EI-Brain’ 프레임워크도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의 뇌와 마찬가지로 작업 수행 중에 지속해서 학습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이다.   즈후이쥔은 익스페디션A1이 ‘가장 멋진 로봇이자, 가장 실용적인 로봇’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규모 상업적 구현을 희망한다며, 가격 역시 20만 위안(약 3600만 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즈후이쥔은 “인간과 유사한 신체 구조와 능력을 갖춘 로봇만이 인간의 생활과 작업 환경에 잘 통합될 수 있다고 믿으며, 위험한 환경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언젠간 SF 영화에 나오는 지능형 로봇이 실제로 실현되기를 바란다”라며 컨퍼런스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신에너지 자동차와 같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올해 초 중국공업정보화부 등 17개 부처는〈로봇+ 응용행동실시계획〉을 공동으로 발표하고 2025년까지 제조 로봇 밀도를 2020년 대비 2배로 늘리고, 적용 깊이와 폭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다양한 정책의 출시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 및 적용을 위한 광범위한 시장 공간을 창출했으며, 향후 서비스 로봇과 특수 로봇의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2023.09.14 07:00

  • 밀크티도 ‘애국주의’, 中 패왕차희의 무서운 성장세

    밀크티도 ‘애국주의’, 中 패왕차희의 무서운 성장세

    사진 잉상왕 중국풍 밀크티 브랜드 ‘패왕차희(霸王茶姬·CHAGEE)’가 일선도시(一線城市·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포함한 중국의 대도시)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명 브랜드 희차(喜茶)와 나이쉐더차(奈雪的茶)가 일선도시에서 시작해 하침시장(下沈市場·중국 3, 4선 도시 및 농촌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최근 패왕차희는 베이징에 새로운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8월 초 허성후이(郃生匯)점을 시작으로 캐피털몰 다샤구(凱德大峽谷)점, 왕징기린사(望京麒麟社)점을 개점했다.    바야흐로 중국 밀크티 전성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소 6개의 중국 밀크티 브랜드가 홍콩 주식과 미국 주식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년 중국 신소비 시장의 침체에도 차 음료 사업만은 꾸준히 선방하고 있다.   미쉐빙청 매장. 사진 바이두사진 중국 전역에 매장이 2만 개 돌파한 프랜차이즈도 등장했다. 중국 요식업 전문 조사 기관 자이먼찬옌(窄門餐眼)은 올해 7월 말 기준 미쉐빙청(蜜雪冰城·MIXUE)이 무려 2만 4526개의 매장을 보유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밀크티 전문점 전국 매장 수 1위에 해당한다. 뒤를 이어 구밍(古茗·GoodMe)이 매장 수 7678개, 수이샤오셴차오(書亦燒仙草·SHYUYI)가 매장 수 6874개를 기록했다.     패왕차희는 중국 전역 18개 성에서 1803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프랜차이즈와 비교하면 현저히 작은 숫자지만, 패왕차희가 2017년 11월 첫 번째 매장을 선보인 것을 고려하면 무서운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장 수가 425개에서 1100개로 폭증하며 133.4%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베이징에 여러 매장을 열면서 일선도시 접수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해외에도 70여 개 매장을 냈다. 올해까지 해외 매장을 100개로 늘리고, 북미 시장과 유럽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  밀크티 시장까지 번진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성향)’   사진 웨이보 패왕차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바로 ‘중국풍’이다. 제품, 포장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중국풍을 강조한다. 브랜드 이름은 중국 고전 ‘패왕별희(霸王别姬)’에서 유래했다. 로고 역시 중국 전통 희곡인 그림자 연극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패왕차희의 창업자 장쥔제(張俊傑)는 밀크티와 인연이 깊다. 17살 때 프랜차이즈 밀크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했고, 3년 만에 점원에서 지역 운영 책임자로 승진한 경력이 있다. 이후 가맹점주가 되었는데, 이때의 경험 덕분에 그는 가맹점주의 상황을 잘 이해하는 사업가로 알려졌다.     그가 패왕차희를 막 설립했을 때, 중국에는 신생 음료 브랜드 대격돌이 일어났다.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밀크티 브랜드 희차와 나이쉐더차도 이 무렵 설립됐다. 두 브랜드는 일찍이 큰 사랑을 받았지만. 패왕차희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패왕차희 창업자 장쥔제. 사진 바이두사진 그러나 틈새시장을 포착하는 장쥔제의 눈썰미는 천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사업 초기, 그는 15~20위안(약 2753~3672원)의 저렴한 가격대에서는 전국적인 대표 브랜드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엽차(原葉茶·100% 진짜 찻잎으로 우려낸 차)에 우유를 더한 제품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가 없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래서 원엽차를 주력 아이템으로 내세워 저렴한 가격에 중국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또한, 과열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첫 매장을 자신의 고향인 윈난(雲南)에 열었다.     패왕차희는 사업 초기 과일 차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타 브랜드와는 달리 오직 주력 아이템인 차 음료에 집중했다. 차 메뉴가 상대적으로 표준화하기 좋고, 과일 차에 비해 판매가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패왕차희의 대표 메뉴인 ‘백아절현(伯牙絕絃)’은 재스민 그린티의 일종으로 보편성이 높은 차다. 질리지 않는 가벼운 맛이 특징이다. 고객의 재구매를 염두에 둔 전략이다. 실제 백아절현은 1년에 2000만 컵이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패왕차희는 밀크티를 주력 메뉴로, 과일 차, 냉포차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백아절현’을 포함한 세 가지 주력 메뉴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60~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  ‘아시아의 스타벅스’ 꿈꾼다   지난달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열기까지 패왕차희는 긴 여정을 거쳤다. 패왕차희의 공동 창립자 상샹민(尚嚮民)은 “베이징은 감제고지이니 마지막에 공략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패왕차희는 윈난(雲南)에서 시작해 쓰촨(四川), 저장(浙江), 광둥(廣東), 장쑤(江蘇), 산둥(山東), 상하이(上海) 등 17개 지역으로 진출했고, 마침내 베이징에 입성했다.   패왕차희 TEA BAR 매장. 사진 소후 패왕차희의 최종 목표는 ‘아시아의 스타벅스’다. 중국풍 매장 디스플레이만으로는 젊은 층을 유입시키는 데 부족함을 느껴 기존의 매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TEA BAR’를 선보였다. 일선도시에 진출하면서 앞서 상하이에 두 매장이 열렸으며, 베이징허성후이점도 이에 해당한다. 패왕차희는 ‘TEA BAR’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과 공간,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하고자 하며, 새로운 형태의 매장은 브랜드 대중화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편 장쥔제는 패왕차희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고 고백하며 “마케팅은 우리 전문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음료 브랜드 대부분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패왕차희는 화제성이 높지 않은 브랜드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희차, 나이쉐더차와 비할 수 없고 매장 수도 미쉐빙청, 구밍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장쥔제는 “이제 음료 시장에서의 경쟁은 메뉴 경쟁, 품질 경쟁 및 브랜드 경쟁이 될 것”이라며 제품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패왕차희는 마케팅보다는 주력 메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보여왔다. 이를 반영하듯 샤오훙수 등 중국 SNS 플랫폼에는 품질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룬다. 네티즌들은 ‘차와 우유를 완벽하게 융합했다’, ‘우롱 밀크티 계의 일인자’ 등의 리뷰를 올렸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음료 시장에서 오로지 ‘제품력’만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패왕차희는 앞으로 기존의 하침시장을 유지하면서 일선도시를 공략할 계획이다. 희차 등 브랜드가 일선도시에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뛰어넘을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우직함으로 마침내 베이징에 입성한 패왕차희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13 07:00

  • ‘가뭄에 단비’ 부동산 위기에 초강수 던진 중국, 효과 어떨까

    ‘가뭄에 단비’ 부동산 위기에 초강수 던진 중국, 효과 어떨까

    중국 당국이 무너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인공호흡에 나섰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위기에 내몰린 시장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부동산 경기를 어떻게든 활성화하려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말, 굵직한 부동산 정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중국 당국이 기준금리 인하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이어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조치는 메마른 중국의 부동산과 중국 경제에 단비를 내려줄 수 있을까.    ━  계약금 비중 20%로 통일, 대출 금리 인하 권고   베이징의 중국 인민은행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생애 첫 주택구매자와 두 번째 구매자의 계약금 비중을 각각 20%와 30% 이상으로 통일시켰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살 때, 보유 자금으로 우선 지급해야 하는 계약금의 비중을 최대 60~80% 수준에서 크게 낮춘 것이다. 다시 말해, 주택 구매 시 더 많은 돈을 대출로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현지에서는 이 조치가 ‘가장 강력한 한 방’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1998년 주택제도개혁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1⋅2주택 구매자의 계약금을 일괄 통일한 사례는 올해를 포함해 총 3번(2003년, 2008년, 2023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금융 당국은 생애 첫 주택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권고하는 내용의 문건도 발표했다. 전자가 대출 가능 금액의 비중을 늘려준 조치라면, 후자는 대출 부담을 줄여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현재 무주택이면, 똑같이 첫 구매 혜택   사진 바이자하오 8월 25일, 중국 주택건설부 등 3개 부처는 ‘현재 무주택이면, 생애 첫 구매 혜택(認房不認貸)’ 정책을 시행했다. 과거 주택구매 이력과 상관없이, 현재 무주택자인 경우 생애 첫 주택구매자와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정부에서 해당 정책을 발표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선전(深圳), 광저우(廣州), 청두(成都), 우한(武漢) 등 도시의 지방정부가 정책에 호응하며 잇따라 동일한 정책 도입을 선언했다.   이 정책은 과거 부동산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도입했던 규제책을 다시 풀어준 사례에 해당한다. 이전에는 전국 도시 어느 곳에서든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했던 기록이 있다면, 해당 도시에서 처음 주택을 구매하더라도 생애 첫 주택구매자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해 주택 구매의 문턱을 높였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자, 정책의 방향을 정반대로 튼 것이다. 이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외지에는 집이 있지만 거주지에는 집이 없는 사람’ 혹은 ‘거주지의 집을 팔고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구이위안. 사진 바이두 한편, 중국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자구책을 꺼내든 것은 최근 현지 부동산 시장이 끝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어서다. 부동산은 불황에 시달리고, 시장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비구이위안(碧桂園), 완다(萬達) 등 대표적인 부동산 기업들이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몰리며 중국 경제에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중국 부동산은 경제를 지탱하는 지주 산업으로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약 60여개 업종과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얽혀 있는 부동산이 붕괴하면, 중국은 고용과 성장 모두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중국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가 냉각된 시장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불씨의 역할은 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정책 도입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베이징의 경우 오전부터 분양사무실이 가득 차고, 심지어 문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첫째, 최근 2년 사이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2022년 연말까지 이미 많은 도시에서 먼저 해당 정책을 도입했고, 이번에 그 범위를 확대한 것에 그친다. 둘째, 대출 가능 비중을 늘리면 부동산 구매 진입장벽을 낮출 수는 있지만, 향후 대출금 상환의 리스크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 셋째, 불경기 속에서 수입이 불안정해진 사람들이 자신의 대출 상환 능력을 고려하여 주택 구매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침체된 지방 도시의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당국의 규제 완화 조치 효과는 현재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구이위안 등 주요 부동산 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도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비구이위안의 경우 지난 9월 5일 디폴트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으나,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부동산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09.12 07:00

  • "한숨 자고나면 똑똑해짐"...中서 불티난 '100원 아인슈타인 뇌'

    "한숨 자고나면 똑똑해짐"...中서 불티난 '100원 아인슈타인 뇌'

    “온라인에서 아인슈타인의 뇌가 3만 개 이상 팔렸다. 그것도 단돈 100원에.”  사진 상관신원 캡처 무슨 말인가 봤더니 그냥 ‘사진’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몰에서 5마오(약 90원)를 결제하면 판매자가 직접 ‘아인슈타인 사진’을 보내준다. 친절한 판매자라면 짤막한 안내 메시지도 함께 보내준다. “상품이 배송 중입니다. 보통 한숨 주무시고 나면 도착해서 똑똑해지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기가 막힌 문구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런데 중국에선 이게 왜 3만 개나 팔렸을까?    ━  “구매 즉시 당신의 뇌에서 자라기 시작합니다”   요즘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가보면 ‘아인슈타인 뇌(愛因斯坦的腦子)’를 파는 판매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리바바 산하의 타오바오에만 판매 게시글이 3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가격은 보통 1마오(약 18원)에서 1위안(약 180원)정도. 자매 상품으로 ‘문과 뇌’, ‘이과 뇌,’ ‘수능 뇌’, ‘고시 뇌’ 등이 함께 팔리기도 한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아인슈타인 뇌' 판매 게시글. 사진 타오바오 캡처 상품 소개란에는 대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아인슈타인의 뇌. 구매 즉시 당신 머리에서 자라기 시작합니다.” 아래쪽엔 ‘무료 배송’이라는 표시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아인슈타인 뇌’가 실물로 배송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 👴아인슈타인 뇌 탄생기 「 토마스 하비가 아인슈타인의 뇌 일부분이 든 병을 들고 있다. 사진 소후 캡처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대동맥 파열로 76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몸을 화장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화장되기 전, 병리학자인 토마스 하비 박사가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쳐 달아났다. 토마스는 천재의 비밀을 밝혀내겠다며 아인슈타인의 뇌를 240조각으로 잘라 연구했다. 하지만 20여년간의 연구에도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토마스는 공동연구를 제안하며 아인슈타인의 뇌 조각을 전 세계에 있는 다른 학자들에게 보냈다. 이때 흩어진 뇌 조각은 오늘날 2차 창작의 소재가 되어 가상 상품인 ‘아인슈타인 뇌’를 탄생시켰다.   」  사례1: 00년대생 시(西)씨는 수능을 앞두고 ‘아인슈타인 뇌’를 구매했다. 당시 모의고사 수학 점수가 48점이었는데, 어차피 공부는 글렀으니 마음에 위안이나 줘보자 5마오를 지불했다.   사례2: 90대생 샤오(肖)씨도 입사 면접 전 ‘아인슈타인 뇌’를 구매했다. 그는 최종 합격을 간절히 바라며 타오바오에서 1마오짜리 ‘오퍼 럭키 미스트’도 함께 구매했다. 오퍼 럭키 미스트(offer好運噴霧)는 아인슈타인 뇌와 비슷한 가상 상품으로, 소장하고 있으면 입사 제안을 포함한 각종 오퍼가 들어온다고 여겨진다.   ‘아인슈타인 뇌’가 정말로 자신을 똑똑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 구매자는 거의 없다. 다만, 시(西)씨나 샤오(肖)씨처럼 심리적으로나마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어차피 100원도 안 하니 속는 셈 치고 한번 사보자는 구매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아인슈타인 뇌’를 사는 더 큰 이유는 그것이 가진 놀이적 요소에 있다. 구매자들 대부분은 판매자 혹은 다른 구매자와 노는 값으로 5마오를 지불한다. 몇몇 판매자들은 아예 상품 소개란에 “결제 후 리뷰 창에 가서 스스로 재미를 찾으라”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했다.   “덕분에 일의 자릿수 덧셈 뺄셈 마스터함. 만족스러움.” “똑똑해지긴 똑똑해짐. 이런 쓸데없는 걸 산 내가 바보라는 걸 깨달았으니;;” “국어 시험 전엔 사지 말 것. 아인슈타인은 중국어 못해서 쓸모없음.” 구매자들의 ‘웃긴 댓글 대회장’으로 바뀌어 있는 리뷰란은 앞서 소개한 두 번째 이유를 뒷받침한다.    ━  가상 모기, 제 발로 찾아가는 코끼리, 외로운 개구리?   중국에서 아인슈타인 뇌 같은 황당한 가상 상품이 인기를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올여름엔 타오바오발(發) ‘가상 모기’가 중국 대표 메신저 위챗을 강타했다.   ‘가상 모기’는 구매자가 마찬가지로 200원 정도를 지불하면 판매자가 모기 역할을 맡아 메시지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메시지 내용은 모깃소리를 나타내는 ‘윙(嗡)’글자가 전부인데, 비쌀수록 글자 수가 많아지거나 모기 사진이나 날갯짓하는 짤 등이 추가된다. 또한 위챗 ID를 지정하면 해당 계정으로 ‘가상 모기’가 전달되는 데, 이것 때문에 친구들과 장난치길 좋아하는 10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가상 모기' 판매 게시글(좌)과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윙(嗡) 메시지(우). 사진 바이두 캡처 한 판매자는 “올여름 날씨가 더워지면서 가상 모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가상 모기는 중국 Z세대의 신종 장난이자 유행이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오바오 내 가상 모기 판매상인 ‘순종야생모기(純種野生蚊子)’의 월평균 판매량은 10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제 발로 찾아가는 야생 코끼리(코끼리가 구매자 집으로 가고 있다며 판매자가 코끼리 사진이나 짤 등을 보내는 것)’, ‘외로운 개구리(싱글인 지인을 지정해 개굴개굴(呱呱) 문자를 받게 하는 것)’ 등도 온라인 쇼핑몰에 등장해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제 발로 찾아가는 야생 코끼리' 판매 게시글(좌)과 판매자가 보내 온 메시지(우). 사진 바이두 캡처 뇌부터 시작해 모기, 코끼리, 개구리까지. 우리 돈 100~200원에 살 수 있는 이색 가상 상품들이 중국 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것들은 그 자체론 아무런 실속이 없지만, 남다른 정서적 가치로 중국 젊을 층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중국 매체 허쉰(和訊)은 “가상 상품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상호 작용, 심리적 암시 및 정서적 위안은 중국 청년들이 특히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아인슈타인 뇌’의 흥행은 정서적 가치에 열광하는 젊은 층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매체 36커(36氪)는 가상 상품의 부가가치는 높진 않지만, 수익성이 좋고 시장이 거대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당 가격은 1위안(약 180원) 안팎으로 저렴하지만, 사실상 매출원가가 0이고 SNS를 잘만 활용하면 단시간에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잠재력 때문에 ‘가상상품’은 중국 Z세대의 새로운 창업·부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36커는 온라인에서 가상 상품을 파는 판매자는 대부분 00년대생이며, 이들은 큰 사업에 욕심을 내지 않고 작지만 재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타오바오에 새로 점포를 낸 00년대생은 130만 명을 넘어섰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판매자가 풍부한 창의력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가상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11 09:28

  • 독일서 열린 세계 3대 모터쇼, ‘중국차’가 점령했다

    독일서 열린 세계 3대 모터쇼, ‘중국차’가 점령했다

    세계 3대 모터쇼로 불리는 ‘IAA 모빌리티 2023(IAA)’가 지난 5일 독일 뮌헨에서 공식 개막했다. 이번 모터쇼는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의 경연장으로 탈바꿈하며 자동차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인공지능,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술을 한데 모았다. IAA에 따르면 올해 모터쇼는 글로벌 600여 개의 전기차 관련 업체가 ‘커넥티드 모빌리티’를 주제로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차 업체가 가장 많이 참여한 국가는 ‘독일’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3대 자동차 회사를 포함해 포르쉐와 벤틀리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참가했다. 아우디, 벤츠,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신차를 최초 공개했다. BMW는 차량의 실물을 구현한 콘셉트카 ‘비전 노이어 클라세’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독일의 뒤를 이어 유럽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모터쇼 참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IAA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은 약 70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이는 지난해의 두 배가량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3 국제 모터쇼(IAA MOBILITY 2023)의 비야디(BYD) 전시장. 신화통신 비야디(BYD)는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큰 전시관을 꾸리고 전기차 6대를 출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eal U’를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올해 유럽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벤츠와 합작으로 만든 상위 브랜드 덴자(Denza) D9를 유럽에 처음으로 발표했다.   리윈페이(李雲飛) 비야디 브랜드 및 PR 사업부 사장은 “비야디는 유럽 최초의 완성차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부지 선정 작업 중”이라며 연내 공장 설립 장소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목하는 브랜드는 ‘샤오펑’이다. 지난 7월 말 폭스바겐과 손잡고 협력을 체결한 샤오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뮌헨 박람회에서 샤오펑은 ‘Xpeng G9’ 및 대형 세단 ‘P7 EV’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P7은 최대 주행거리가 576㎞에 달하고 5분 충전으로 100㎞를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오는 2024년 두 차량은 공식적으로 유럽에 진출할 예정이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링파오'(零跑, Leapmotor)’는 전기 SUV C10, 둥펑자동차 산하 포싱(Forthing)은 내연기관 MPV(다목적차) 유-투어(U-Tour)를 각각 공개했다.     중국 전기차(EV) 배터리 제조사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는 새 배터리를 들고 IAA에 참석했다. CATL은 10분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고,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새로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싱(神行)’을 선보였다.     자동차 공급 업계의 히든 챔피언인 ZF 그룹은 중국에 3개의 공장과 4개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홀거 클라인 ZF 그룹 CEO는 중국 내에서의 입지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중국과 함께 지속해서 혁신하고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신화통신에 밝혔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3 국제 모터쇼(IAA MOBILITY 2023)에서 중국 전기차(EV) 배터리 제조사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새로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싱(神行)’을 공개했다. 신화통신 중국의 EV 제조사들은 유럽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중국 지리(吉利)자동차의 전기차(EV) 브랜드인 지커는 2026년까지 서유럽 대부분 지역에 진출하고 2030년까지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네타는 유럽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차종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경영센터의 슈테판 브라첼 소장은 “지난해 중국 업체들이 개발한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 혁신에 있어서 독일과 미국 기업을 앞서갔으며 이를 바탕으로 유럽 시장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독일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부족과 비싼 가격을 꼽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IAA 개막식에서 “독일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졌다”고 지적하며 자동차 업체들에 더 싼 전기차를 팔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독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3 국제 모터쇼(IAA MOBILITY 2023)의 비야디(BYD) 전시장. 신화통신 한편 한국과 일본 업체는 이번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는 불참했고, 일본의 토요타, 닛산, 마즈다, 스즈키 등도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 기업의 빈자리를 삼성과 LG가 메웠다. 두 기업은 다양한 모빌리티용 전자, 정보통신 장치와 솔루션을 들고 IAA모터쇼에 첫 출전 한다. 삼성은 배터리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솔루션과 OLED 디스플레이, 음향 기술을 선보였다. LG도 모터쇼 현장에서 전기차 부품 생산 공장을 헝가리에 짓겠다고 발표하며 유럽 진출에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2023.09.07 07:00

  • 4년간 22만 명 줄어…홍콩에 일할 사람 없다

    4년간 22만 명 줄어…홍콩에 일할 사람 없다

    홍콩에 일할 사람이 없다. 2019년 반정부 시위 이래 2022년까지, 노동인구 22만 명이 홍콩을 떠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노동인구가 9만4100명(2.4%) 줄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사진 셔터스톡 원인은 다양하다.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사회적 불안,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 경쟁국인 싱가포르로의 다국적기업 본사 이전,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 본격화, 낮은 출산율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해 홍콩에 심각한 노동력 감소를 유발했다.   홍콩 조사통계국에 따르면 민간 부분의 일자리 공석은 2021년 3월 약 3만 9300개에서 2023년 3월 약 7만 780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중 인력이 가장 부족한 업종은 항공, 건설, 물류, 의료 등으로 나타났다.    ━  항공업계 2만명, 건설업계 1만4000명 필요해    사진 Alamy Stock Photo 라비니아 러우(Lavinia Lau) 홍콩 항공사 대표 이사회 의장은 노동력 부족이 리오프닝 이후 항공 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홍콩 국제공항에서 근무 중인 인력은 5만 3000명으로, 코로나 19 유행 전인 2020년 초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부족한 인력 탓에 홍콩 국제공항은 지난 6월, 2019년 수준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330만 명의 여객을 처리했다. 홍콩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공항을 2019년 수준으로 재건하기 위해선 2만 명의 인력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 부문의 인력 부족도 만만치 않다. 베르나데트 린(Bernadette Linn)홍콩 개발부 장관은 올해 건설 부문에 1만 400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4년 뒤인 2027년에는 4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홍콩 당국은 지난 6월 입국 규정을 완화해 2만 7000여명의 외국인 인력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건설업에 1만 2000명, 운송 및 물류업에 8000명, 항공업에 6300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발표 두 달만인 지난달 중순, 1차로 항공업에 종사할 외국인 인력 2800여명의 입국을 승인했다.    ━  병원도 인력 부족, 외국인 의대생 모셔온다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곳은 병원이다. 특히 홍콩 내 의사 수가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입법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홍콩의 의사 이탈률은 7.7%로,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2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를 3.4명으로 권고하고 있는데, 이에 비추어보면 홍콩에는 1만 1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 홍콩 병원 관리국(Hospital Authority)의 해외 수련의 모집 홍보 배너. 사진 홍콩 병원 관리국 지난 6월 3월, 홍콩중문대학교 의과대학 부학장 브라이언 얀(Bryan Yan)교수가 호주 시드니에서 홍콩 내 해외 수련의의 취업 기회와 전망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 GovHK 부족한 의사를 충원하기 위해 홍콩은 해외 수련의에 대한 홍콩 내 의사 자격시험 면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외 유수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홍콩에서 추가 자격시험 없이 의사로 일하는 것을 허용한 조치였다. 다만, 전문성 약화 우려 등을 고려해 초기에는 허용 대학을 미국의 존스 홉킨스, 영국의 옥스퍼드와 같은 최상위 대학 27곳으로 한정했다.   이후 홍콩 당국은 런던과 시드니 등을 돌며 현지 의대생, 인턴,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한 ‘홍콩 개원 설명회’를 진행했다. 높은 연봉과 워라밸,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앞세워 해외 인재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반응은 예상보다 저조했고, 인재 유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홍콩 당국은 관련 기준을 또 한 번 완화했다. 즉, 초기에는 허용 대학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중국 본토 의과대학 6곳-칭화(清華), 푸단(復旦),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 저장(浙江), 우한(武漢), 중산(中山)-을 추가하고, 홍콩 공립병원 의사에게 요구하던 광둥어 구사 요건도 없앴다.   이밖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정보기술(IT)분야의 인력 부족 규모도 확대할 전망이다. 홍콩은 최근 몇 년간 과학기술혁신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가속하며 금융 등에 집중된 산업 구조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IT분야 헤드헌팅 업체 벤처닉스(Venturenix)는 홍콩이 앞으로 5년간 10만명의 IT 인재를 추가로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관련 학과 졸업생은 연간 1500명에 불과해 가까운 미래에 IT업계에서도 극심한 인력난이 예상된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06 15:25

  • 불황에 소비 욕구 주춤? 양극화된 중국인 소비 리포트

    불황에 소비 욕구 주춤? 양극화된 중국인 소비 리포트

    중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글로벌 업계의 우려 섞인 시선이 대륙으로 집중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는 팬더믹 이전인 2019년의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는 중국인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음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중국의 소비 시장은 업계별로 양극화되는 추이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중국 매체 상관(上觀)이 보도한 중국인 소비 실태 리포트를 통해 현 중국 소비 시장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  먹는 건 늘리고, 입는 건 줄였다   사진 신화통신 “이 업계 들어와서 20년 동안 이렇게 고전하는 건 처음이에요.”   상관이 인터뷰한 현지 의류 매장 판매원의 말이다. 리오프닝 후 이른바 ‘보복성 소비’가 이어진다는데 왜 유독 의류 업계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중국인의 소비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즉, 식비는 늘리는 대신, 의류 및 상품 소비는 줄이고 있다. 2023년 상반기와 2019년 상반기 가계 소비 구조를 비교해 보면, 식품, 담배, 주류 지출의 비중이 가장 큰 폭(2.1%)으로 증가했다. 의료보건을 제외하면, 기타 소비는 그 비중이 다소 감소했다.   이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던 분야가 바로 의류 소비로, 1.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  3년 참은 여행, 포기 못 해   사진 신화통신 반면, 여행 관련 소비는 많이 증가했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로 지난 3년간 억눌린 여행 욕구가 폭발해서다. 필수재가 아닌 기타 소비를 줄이더라도 여행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국내 여행자 수는 23억 8400명(연인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의 연간 총여행자 수에 육박한 수치로, 동기 대비 63.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행자의 1인당 지출도 2022년 대비 19.3% 늘어나는 등 다소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더 큰 비용을 여행지에서 지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시 거주자의 중국 국내 여행 1인당 소비액은 동기 대비 21.64%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  휴대폰은 교체 안 해도 그만    사진 셔터스톡 한편, 휴대폰과 같이 필수소비재가 아닌 제품의 경우 의류와 마찬가지로 소비가 시들해졌다. 더 사용할 수만 있다면 굳이 교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최근 10년래 최저점으로 하락했다. 샤오미(小米)의 경우, 2023년 1분기 매출이 동기 대비 18.9% 감소했으며, 휴대폰 부문의 매출은 하락 폭이 30.8%로 더욱 두드러졌다.    ━  부동산 불황에 가전⋅가구 소비도 줄줄이 하락   사진 신화통신 부동산 시장 역시 불황에 빠졌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중국 30개 도시 분양주택 거래량은 동기 대비 3.9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선 대도시의 거래량이 동기 대비 15.54%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2~3선 도시 거래량의 동기 대비 증가율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2선 도시의 경우 13.22% 줄어들면서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7월 가전, 가구,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 관련 상품의 연평균성장률(CAGR)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빠짐에 따라 관련 시장에까지 그 영향이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 관련 상품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기준, 해당 부문 상품의 소매액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1.6% 감소했으며, 연평균성장률은 6.2% 줄어들었다. 일례로, 주요 가구 기업인 훙싱메이카이룽(紅星美凱龍)의 경우,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이 동기 대비 83.9-96.8% 감소한 것으로 관측된다.    ━  자동차는 가격 전쟁에 활활   사진 신화통신 한편, 자동차 업계는 신에너지 차에 대한 수요와 업체 간의 ‘가격 전쟁’에 더해, 중앙 및 지방 정부에서 도입한 우대 정책에 힘입어 여전히 판매량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공업협회(中國汽車工業協會)의 데이터에 따르면, 7월 기준 신에너지 차 판매량은 452만 대로, 동기 대비 4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리해 보면, 현재 중국의 소비 시장은 여행 등 일부 부문에 ‘보복성 소비’가 나타나면서 내수를 견인하는 효과를 보고 있으나, 지방 도시의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구조적인 수요 부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대(北京大學) 광화경영대학원(光華管理學院) 류차오(劉俏) 교수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팬더믹이 가계 및 기업 자산에 입힌 충격을 해결할 수 있다”며, “업계 투자를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계 소비 측면에서는 “현금, 소비쿠폰 등 지원 정책을 통해 개인 및 가계 소비 의향 및 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며, “시장의 주체를 효과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선순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09.05 07:00

  • 물길 따라 피어난 문명…中 ‘어머니의 강’ 황하가 일으킨 도시는?

    물길 따라 피어난 문명…中 ‘어머니의 강’ 황하가 일으킨 도시는?

    치수(治水). 한자 뜻 그대로 해석하면 '물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하나라의 우(禹)왕은 왕위에 오르기 전 치수를 담당하던 관리였다. 그는 당시 범람이 잦았던 황하의 물길을 잘 다스린 공로로 왕위에 올랐고, 성군의 반열에까지 오른다. 치수의 성공은 문명을 꽃피우는 기반이 됐다. 수량이 풍부한 황하 근처에서는 농업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하(夏), 은(殷), 주(周), 진(秦), 한(漢), 수(隋), 당(唐), 북송(北宋) 등 수많은 고대국가가 황하 근처에 수도를 정하고 나라를 번성해나갔다.     황하는 칭장고원에서 발원하여 서쪽에서 동쪽으로 5464km를 흐른다. 황하는 칭하이, 쓰촨, 간쑤, 닝샤, 네이멍구, 산시(陕西), 산시(山西), 산둥 등 9개 성(省)과 구(区)를 경유하며 중국 곳곳에 무한한 생명과 문명을 선물한다. 중국인들이 황하를 ‘어머니의 강(母親河)’이라 부르는 이유다. 고대부터 켜켜이 쌓여온 중국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황하 연변 도시 5곳을 소개한다.    ━  쓰촨(山西)|14년째 행복도시 1위 석권, 천혜의 땅   쓰촨 자이언트 판다기지(왼)와 황룽풍경명승구(오). 셔터스톡 중국 서남부 내륙 지역에 위치한 쓰촨은 중국 정부가 선정하는 행복도시 1위를 14년째 석권할 정도로 사람 살기 좋은 곳이다. 쓰촨은 예로부터 풍부한 물과 비옥한 땅 덕에 '황제의 곳간'으로 통했다. 오늘날에도 쓰촨은 중국 내 쌀 생산량 1위, 밀 생산량 2위로 중국의 곡창으로 통한다. 중국의 31개 성 가운데 GDP 규모 6위, 노동 인구 90%가 평균 35세로 경제 활력도 갖췄다. 인문 자원도 뛰어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 5곳에 이른다. 먼저, 푸바오가 신랑감을 찾기 위해 가는 곳으로 알려진 '자이언트 판다 기지'가 있다. 세계에 존재하는 1600여 마리의 자이언트 판다 중 85%가 쓰촨에 서식 중이다.    이밖에도 주자이거우(九寨溝), 황룽(黃龍)풍경명승구, 어메이산(娥眉山)과 러산대불(樂山大佛), 두장옌(都江堰)-칭청산(靑城山)은 쓰촨 지역의 아름다운 지형, 번성한 문화를 보여준다. 쓰촨은 차(茶) 문화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찻집이 쓰촨에 있으며 중국 8대 요리로 꼽히는 쓰촨 요리는 매운 맛으로 유명하다.    ━  허난(河南)|역대 왕조가 수도로 점 찍은 땅   뤄양 용문(龍門)석굴(왼)과 2011년 4월, 뤄양의 소림사에서 쿵푸를 선보이는 소림사 승려(오). 셔터스톡 황하의 중하류 지역에 위치한 허난은 중국 역사상 20여 개의 왕조가 이 지역을 도읍으로 정했을 만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중국 문명 발상지로 통한다. 매년 진흙을 날라오는 황하 덕에 비옥해진 허난땅 위에서는 자라지 않는 곡식이 없었다. 허난이 중국 최대 곡창지대가 된 까닭이다. 풍요로운 땅 허난에서 중국 4대 발명품 가운데 나침반, 제지술, 화약이 탄생했다. 갑골문자도 허난에서 출현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허난의 도시를 수도로 삼은 왕조도 많았다.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뤄양(洛陽), 6개 왕조의 수도였던 카이펑(開封), 오늘날 허난의 성도인 정저우(鄭州)가 있다. 오랜 역사만큼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도 보유하고 있다. 뤄양 용문(龍門)석굴은 중국 황실 석각 예술의 보물창고로 불리며, 중국 고대 상왕조(은나라 BC 16-11세기) 안양은허(安陽殷墟) 유적지에서는 갑골문을 비롯한 청동기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쿵푸의 고장이기도 하다. 매년 수 많은 관광객들이 쑹산 소림사(少林寺)에 들러 쿵푸 수련 장면을 감상한다.    ━  산시(山西)|중국 5000년 역사를 보려면 여기로…   핑야오 고성(왼)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인 응현목탑(오). 셔터스톡 ‘중국의 현대를 보려면 상하이를, 중국의 근대 500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을, 5000년 중국 역사를 보려면 산시(山西)로 가라’라는 말이 있다. 산시(山西)는 중국 고대 문화, 예술의 성지다. 송나라 이전 목조 건축물을 대륙에서 75% 이상 보유하고 있어 동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은 답사가들에게 볼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핑야오(平遙) 고성에서는 2500년 전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목탑인 숴저우(朔州)의 응현목탑(應縣木塔)도 산시에 있다. 1056년 요나라 때 지어진 응현목탑은 오로지 나무로만 이어 만들었으나, 큰 지진(1305년)에도 피해를 입지 않고 낙뢰에도 그을음 하나 없어 미스터리한 건축물로 꼽힌다. 산시하면 면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산시는 중국 누들로드의 시발점으로 탄광에서 일하던 산시 지역 광부들이 풍부한 석탄 자원을 활용해 빠르게 국수를 끓이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최근 한국의 마라탕 열풍으로 덩달아 이름을 알린 흑식초 '라오천추(老陳醋)'도 산시의 특산품이다.    ━  간쑤(甘肃)|이국적 면모로 가득… 실크로드 교통의 요충지   간쑤성 둔황시의 유명 관광지인 밍사산과 웨야취안(왼), 오랜 세월 수만 번의 지질운동과 풍화, 퇴적 작용을 통해 다채로운 색층을 형성한 칠채산(오). 셔터스톡 중국 서북부에 위치한 간쑤성은 실크로드 교통의 요충지로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융합해 이국적 면모를 자아내는 지역이다. 700여개의 동굴과 2400여개의 조각상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 석굴 사원 유적인 둔황(敦煌) 모가오쿠(莫高窟, 막고굴)을 비롯해 밍샤산(鳴沙山)과 웨야취안(月牙泉, 월아천)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간쑤성의 성도인 란저우(蘭州)는 황하가 도시를 관통해 또 하나의 장관을 선사한다. 란저우에서 약 500km 떨어진 곳에는 일곱 빛깔의 색이 일흔 개의 빛으로 너울댄다하여 이름 붙여진 '칠채산(七彩山)'이 있다. 외계 행성에 온 듯한 비현실적 풍광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장예(張掖)의 다포사에는 중국 최대 규모(35m)의 전신 금박 석가모니상이 누워있다.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란저우 우육면은 국가 무형문화재(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  칭하이(靑海)|성 전체가 생태보호구역   타얼스의 여래팔탑(왼)과 칭하이호(오). 셔터스톡 중국 북서부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칭하이성은 한반도의 3배 크기로 성 전체를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황하, 양쯔, 란창(瀾滄, 메콩)강의 시발지이자 수원지이기 때문이다. 인구의 절반이 장족, 회족, 토족 등 소수민족으로 각각의 민족이 다양한 종교를 신봉하고 있다. 특히 티베트 불교 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칭하이 대표 사찰인 타얼스(塔爾寺)에 들러야 한다. 타얼스는 중국 라마불교 6대 사원 중의 하나로 초대 달라이라마라고 추앙받는 ‘종카바(宗喀巴)’를 모신 곳이다. 사찰에 들어서면 1776년 석가모니의 8대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여래팔탑이 시선을 끈다.    시닝(西寧)에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인 칭하이호가 있다. 칭하이호의 호반 도로 길이만 380km에 이른다. 규모가 워낙 거대해 장족들은 이 호수를 '푸른 바다'라고 불렀다.  중국 칭하이성 울란의 차카염호(Salt Lake)(왼)와 G315 국가 도로(오). 셔터스톡 칭하이에는 젊은 세대가 좋아할 여행 스팟도 많다. 아시아의 '우유니 사막'으로 불리는 차카염호(茶卡盐湖)와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고 해 소셜미디어 상에서 유명해진 G315 국가 도로가 있다. G315 국가 도로는 긴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특유의 기복 지세를 따라 형성됐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9.04 23:17

  • "중국이 결국 이겨냈다"… 화웨이 깜짝 5G폰 발표에 中 '들썩'

    "중국이 결국 이겨냈다"… 화웨이 깜짝 5G폰 발표에 中 '들썩'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Huawei Mate 60 Pro)가 지난 29일 중국에서 출시됐다. 화웨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5G 기술을 탑재한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Mate)60’을 깜짝 출시했다.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시장 복귀는 약 3년 만이다. 미국의 제재로 약 3년간 4G 스마트폰만 생산하던 화웨이였기에 중국은 “미국의 극단적인 탄압이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극찬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웨이는 29일 오후 자사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브이(V)몰을 통해 ‘메이트 60’과 ‘메이트 60프로’를 선보였다. 프로의 경우 가격은 6999위안(약 127만 원)부터다. 화웨이는 “메이트60은 세계 최초로 위성전화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는 역대 가장 강력한 메이트 모델”이라고 자부하면서 출시 약 한 시간 후 초도 물량이 동났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30일 “미국의 제재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화웨이 스마트폰이 3년 만에 부활했다”며 “미국의 극단적인 탄압이 실패했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화웨이의 의도와 상관없이 중국인에게 메이트60의 출시는 ‘미국의 압력에 맞서 일어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이는 미·중 기술전쟁의 축소판이기도 하며, 모든 과정의 최종 결과를 예고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각에선 중국의 첨단 기술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에도 중국이 결국 이를 이겨낼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지난 29일 오후 화웨이가 공개한 화웨이 메이트 60프로 스마트폰. 브이몰 캡처 화웨이는 2020년 미국 상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미국과 대만, 한국 등으로부터 5G통신 칩을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IDC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화웨이의 휴대전화 출하량은 20%의 점유율로 세계 1위였으나 같은 해 4분기 8.4%로 수직 낙하했다. 이에 화웨이는 최근까지도 4G통신 스마트폰만 출시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지난해 9월 메이트50 시리즈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 1430만 대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13%를 차지하며 중국 5대 스마트폰 기업으로 복귀했다. 앞서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 3년간 자사 제품들의 부품 1만 3천여 개를 국산으로 교체하고 회로기판 4천여 개를 재설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화면 상단에 통신사 정보가 표시되지 않으며, 4G 혹은 5G 통신 표시 역시 보이지 않는다. 화웨이는  메이트60이 ‘위성 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라고만 밝히며 해당 스마트폰에 사용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AP: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셋)나 몇 세대 이동통신이 가능한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이에 세부 재원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메이트60모델에 사용된 AP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기업 자회사인 ‘하이실리콘’(海思半導體, HiSilicon)에서 설계한 ‘기린9000s’으로 확인됐다. 이는 ARMv8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1+3+4 코어 조합이다. 전작인 기린990보다 성능이 향상됐는데, 정확하게 이 모바일AP라고 유추할 수 있는 이유는 기존 기린9000s가 가진 벤치마크 점수와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사용자들이 기기를 분해하고 현미경을 통해 AP를 직접 확인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중국 IT 블로거들이 메이트 모델의 AP를 유추하고 현미경을 통해 확인해보고 있다. 웨이보 갈무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TSMC에 제작을 맡길 수 없어 이번 5G 모듈을 탑재한 기린 9000s는 중국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메이트60 프로의 실사용 성능을 고려할 때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14㎚ 이하급을 넘어 최대 5나노급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동통신 역시 5G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중국 정보기술 블로거들의 시험 결과 메이트60은 5G 통신의 속도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IT 블로거들이 진행한 테스트에선 메이트60 프로의 다운로드 속도가 초당 500Mbps를 초과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800Mbps에 근접하기도 했다.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의 최소 요구사항인 초당 100Mb를 5배 이상 상회했다. 한국 이동통신 3사의 5G 평균 속도가 초당 896Mb인 것을 고려하면 5G에 근접한 수준이다.   GPU 역시 자체 설계한 말룬(Maleoon) 910 GPU가 적용됐다. 운영체제(OS)도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독자 운영체제 ‘훙멍4.0’ 기반이다.     SCMP는 “화웨이가 AP에 대해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것은 미국의 제재로 위축됐던 스마트폰 사업을 조용히 부활시키기 위해 기울인 시간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2023년 8월 30일, 상하이의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대형 화면에 새로운 스마트폰 Mate 60 Pro의 광고를 띄우고 있다. CFP 그러나 화웨이가 실제로 반도체 첨단 공정 확보에 성공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화웨이는 지난 3월 7나노 개발에 성공했다는 자국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SCMP에 화웨이 생산 반도체는 여전히 생산 수율이 낮고 공급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2023.09.02 07:00

  •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없어”…92세 TSMC 창업주 누구?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없어”…92세 TSMC 창업주 누구?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TSMC의 본사는 대만 신주시의 ‘모리스 창 빌딩(Morris Chang Building)’에 있다. 모리스 창(장중머우, 張忠謀). 2018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TSMC 창업주의 이름이다. 모리스 창은 인텔 창립자 고든 무어(Gordon Moore, 1929~2023)와 앤디 그로브(Andy Grove, 1936~2016)를 비롯한 반도체 1세대가 모두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본사. 본사는 모리스 창 빌딩으로도 불린다. 셔터스톡   지난 4일 모리스 창은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모든 급소(choke point)를 잘 통제하고 있다”며 “이 급소를 쥐고 있는 한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반도체 전쟁이 미국의 압승으로 끝날 것으로 분석했다. 모리스 창은 그간 주요 행사에서 반도체 산업 전망에 대해 단호한 입장과 소신을 밝혀왔다.     모리스 창은 1931년생으로 올해 92세다.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은 홍콩에서 보냈다. 2차 세계 대전을 피해 다니다미국에 이민을 갔고 하버드대학교에 입학, 메사추세츠 공대(MIT) 기계공학과로 편입했다. 반도체와의 인연은 1955년 미국 실바니아 전자에 입사하며 시작됐다. 이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Taxas Instrument)에서 수석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모리스 창은 25년 이상 반도체 업계에 몸담으며 산업 전반을 통달하게 된다. 1987년,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달라'는 대만 정부의 요청에 TSMC를 창업해 2005년까지 약 20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모리스 창이 은퇴한 지 3년 만에 금융 위기가 닥쳤다. 당시 경영자는 투자를 줄이고,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반도체 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연구 개발에 투자하며 기업을 성장시켜온 모리스 창은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2010년 경영에 복귀한다.   2019년 대만 신주에서 열린 TSMC 체육대회에 참석한 창업주 모리스 창(가운데). 셔터스톡   미국 보스턴에서 모리스 창을 수차례 만난 적이 있는 〈칩 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TSMC 창업주 모리스 창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모리스 창은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와 비교할 수 있는 기업가 모리스 창은 1970~80년대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한다는 발상을 내놨다. TSMC의 경영 신조인 ‘고객사(반도체 설계회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파운드리 업체의 존재 이유를 잘 설명한다. 그는 당시 반도체 설계 기술이 없었던 대만에서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는 것에 몰두하지 않고, 반도체 위탁 생산을 전문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당시만 해도 이런 생각 자체가 ‘혁신’이었다.    TSMC는 고객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기술 유출 부분에 있어 극비사항을 유지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양산해내며 업계 점유율 60%를 달성했다. 반도체가 이렇게까지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에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 내공을 쌓아온 결과다.    모리스 창은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 높았지만, 기업 경영과 사업 확장에도 탁월한 안목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TSMC는 엔비디아, 퀄컴, AMD 등 4차 산업의 주요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TSMC를 만든 건 애플과의 협력이다. 2010년 애플의 현 최고운영책임자인 제프 윌리엄스와의 식사 자리에서 양사의 발전 가능성과 협력에 대해 논의한 후 TSMC는 아이폰, 아이패드의 모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자사에서 제조하기 시작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TSMC는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2023년 8월 18일 기준 TSMC의 시가총액은 4350억 달러다. 같은 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3360억 달러)을 가뿐히 따돌리고 있다. TSMC는 대만을 이끄는 엔진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21년 기준, TSMC는 대만 국내총생산의 5.7%, 전체 수출의 9.7%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TSMC를 대만의 경제이자 산업이자 경쟁력으로 이끈 모리스 창. 그가 30년 전 대만에 들여온 건, 기술이 아닌 ‘전략’이었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8.31 07:00

  • ‘테마파크 황금시대’…중국에 세 번째 디즈니랜드 지어질까

    ‘테마파크 황금시대’…중국에 세 번째 디즈니랜드 지어질까

    상하이 디즈니랜드. 사진 셔터스톡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는 “디즈니가 중국에 세 번째 디즈니랜드를 만든다”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칭다오·우한·톈진·청두 등 일선도시(一線城市·중국의 대도시)가 입지 후보로 거론됐다.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개장하던 2016년에도 비슷한 소문으로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중국 내에서 충칭과 청두가 디즈니랜드 유치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는 소식이 떠돌았다.     당시 충칭시 대외경제무역위원회는 “중국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설립하지 않을 것이며 한 국가에 3개의 디즈니랜드가 건설된 전례가 없다"라는 디즈니의 공식 답변을 전달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일선도시마다 늘 ‘디즈니랜드 유치 루머’가 따라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전 세계에는 6개의 디즈니랜드가 있다. 디즈니의 본토인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올랜도 그리고 홍콩, 상하이, 도쿄, 파리에 각 하나씩 있다. 이들을 분석해 보면 디즈니랜드는 지역의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수준을 향상했을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의 발전을 이끌었다. 동방명주탑. 사진 셔터스톡 올해 상하이 국제관광휴양지는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 7주년을 맞아 관련 데이터를 발표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지난 7년 동안 누적 관광객 1억 1300만 명 이상, 관광수입 615억 위안(약 11조 3228억 원) 이상, 직접 일자리 1만 5000개를 창출했다. 여기에 직접 일자리 1개당 46개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했다.     정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상하이 본토 유명 관광지의 관광객 증가를 이끌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문을 연 2016년, 상하이 동방명주탑의 방문객은 465만여 명으로 2015년에 비해 16.9% 증가했다.    ━  상하이 디즈니랜드, 유치 확정까지 10년 걸렸다   사진 바이두사진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자랑하는 상하이 디즈니랜드. 그러나 유치 확정까지 무려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는 디즈니의 꼼꼼한 부지 선정 기준이 한몫했다.   디즈니랜드 입지 선정은 우선 현지 GDP를 고려한다. 1979년, 디즈니랜드가 택한 첫 해외 시장은 도쿄였다. 당시 일본의 1인당 GDP는 9000달러 초반이었는데, 이후 도쿄 디즈니랜드가 개막한 1983년 1만 달러를 돌파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 디즈니는 아시아 두 번째 디즈니랜드를 구상했다. 수많은 아시아 도시가 관심을 보였고, 여러 협상에서 조건이 가장 두드러진 홍콩이 낙점되었다. 1998년 홍콩의 1인당 GDP는 약 2만 5000달러로 당시 상하이의 6.7배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의 중국 본토 거주자의 소비 능력은 업계에서 인정하는 놀이공원 소비 수준에 못 미쳤다.   그러나 도쿄 디즈니랜드의 초고속 수익 성장을 맛본 디즈니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집중했다. 홍콩 디즈니 공사가 한창일 때도 디즈니랜드는 중국 본토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디즈니는 본토 시장의 잠재력, 규정 및 정부 승인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입지 선정 소식부터 최종 확정까지 10년 넘게 진행된 상하이 디즈니 프로젝트. 결국, 2009년에야 디즈니랜드가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유치를 발표했다.   2009년 상하이의 1인당 GDP는 1만 1000달러로 1997년 디즈니와 처음 접촉했을 때와 비교하면 6배 가까이 뛰었다. 중국 경제의 약진 역시 디즈니랜드 유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  중국 테마파크 시장, 그 전망은?     많은 이들의 염원에도 중국의 세 번째 디즈니랜드 유치 가능성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희망적이지 않다. 린환제(林煥傑) 중국테마파크연구원장은 디즈니랜드끼리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에 세 번째 디즈니랜드를 만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오랫동안 세계 최연소 디즈니랜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테마파크 황금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톈펑증권(天風証券)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테마파크 시장이다. 중국의 테마파크 사업은 늦게 시작된 편이지만, 단기간에 큰 발전을 이뤘다. 1989년 개원한 선전의 금수중화(錦繡中華)가 중국의 첫 테마파크로 이후 30여 년간 중국 국산 테마파크가 곳곳에 생겨나며 그 시장을 키웠다.   최근에는 외국계 테마파크가 계속해서 중국 본토에 진출하고 있다. 2021년에는 베이징에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설립됐으며, 올해 말 상하이에 프랑스의 세계적인 역사 테마파크 퓌뒤푸(puydufou)가 개장한다. 퓌뒤푸는 세계 유일의 역사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 브랜드다.   해피밸리 우한. 사진 바이두백과사전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테마파크 산업. 그러나 그 분포는 고르지 않다. ’2023년 중국 테마파크 산업 파노라마 지도(2023年中國主題公園行業全景圖譜)'에 따르면 중국 동부 지역 11개 성과 시가 보유한 테마파크 수는 무려 중국 전역의 58.08%를 차지한다. 중부와 서부 지역은 각각 23.33%와 18.75%를 차지하는 데에 그쳤다. 중국 중서부 지역에 디즈니랜드 유치 루머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해피밸리(歡樂谷·Happy Valley), 판타와일드 어드벤처(方特歡樂世界·Fantawild Adventure), 장융환락세계(長隆歡樂世界) 등 중국의 토종 테마파크의 활약도 눈에 띈다. 대규모 사업, 체인 수 및 광범위한 지리적 배치로 현지 본토 테마파크가 중국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하고 있다. 맥킨지는 2025년까지 중국 토종 테마파크가 70~75%의 관광객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  테마파크, 전 세계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   전 세계적으로 테마파크의 소득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인다. 더파크데이터베이스(TheParkDatabase)가 전 세계 327개 테마파크의 재무자료를 집계한 결과,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버는 테마파크는 전체의 4%에 불과했고, 이들 소득이 전체 테마파크 소득의 60%를 차지했다.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1 중국 테마파크 경쟁력 평가 보고서(2021中國主題公園競爭力評價報告)'에 따르면 중국은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3000개에 가까운 테마파크를 개발했다. 그러나 수익을 내는 곳은 약 10%에 불과해 약 90%의 테마파크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테마파크는 수익의 80% 이상이 입장료에서 나올 정도로 기획상품 등 기타 수익 경로 개발이 약하다. 위험성이 큰 단일 수익 모델이라는 점이 대부분의 중국  테마파크가 적자인 원인이다.   디즈니랜드는 좋은 롤모델이 된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제작부터 테마파크, 브랜드 제품 라이선스, 프랜차이즈 운영까지 수익 경로를 다각화한 수익모델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 디즈니랜드에 계속해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외국 브랜드, 토종 브랜드 상관없이 테마파크 시장에서 오랜 세월 건재하려면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계속해서 소비자를 유입해야 한다. 테마파크의 핵심은 결국 스토리텔링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속해서 들려주고 확장할 수 있는 테마파크가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08.30 09:51

  • 아이돌급 인기? 中 초중고생 사이 열풍 일으킨 이것

    아이돌급 인기? 中 초중고생 사이 열풍 일으킨 이것

    7월 14일 칭화대 동문에서 초·중생 연수 패키지여행단이 박사학위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新京報 캡처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 베이징대 앞에 학생 단체가 줄을 길게 늘어섰다. 이날 베이징을 찾은 학생들은 펄펄 끓는 더위에도 교복을 입고 칭화대와 베이징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이번 여름방학, 중국 현지에서는 초·중생 ‘연수 패키지여행(研學旅遊)’이 전례 없는 인기를 끌었다. 현지 온라인 여행사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여름방학 연수 패키지여행 예약 규모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30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  천 억 위안 시장, 날로 커지는 규모   사진 金錯刀 캡처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여름방학 기간 대도시의 박물관, 과학관 등 명소들은 유독 예약 난이도 ‘극악’을 자랑했다. ‘연수 패키지여행’을 온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뤄서다. 중국 유수의 명문대와 역사 유적지가 집중된 베이징의 경우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지난 7월 16일, 중국 국가박물관(國家博物館)은 관내 질서유지를 위해 사전 허가 없이는 박물관 내부에서 해설을 금지했다. 대표적인 명문대인 칭화대와 베이징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7월 말, 베이징대는 46명의 동문이 연수 패키지 단체의 캠퍼스 방문 예약을 대가로 1인당 약 1만 위안(약 180만원)씩 총 150만 위안(약 2억원)을 받았음을 발견해, 즉각 해당 동문의 예약 권한을 취소 조치했다. 칭화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기 정상급 아이돌의 콘서트 티켓 예매라도 하듯 ‘몇 초 컷’ 예매 전쟁을 벌여야 했다. 사진 環球網 캡처 이처럼 이번 여름방학 중국에서는 이른바 ‘연수 패키지’ 열풍이 하늘을 찔렀다. 연수 패키지란, 학습과 여행을 결합한 상품으로, 대학 탐방과 체험 활동 등으로 구성된 학생 단체 여행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여행 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연수 패키지여행 발전 보고서(中國研學旅行發展報告)〉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중국의 연수 패키지여행 관련 기관의 수는 이미 3만 곳을 돌파했으며, 시장 규모는 천 억 위안(약 18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인 2022년 중국의 연수 패키지여행자 수는 600만 명(연인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중국의 연수 패키지 시장은 매해 그 규모를 빠른 속도로 키워나가고 있다.    ━  사교육 규제에도 커지는 교육열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지난 2021년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펼치면서 빅테크, 부동산과 함께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되었지만, 현지 학부모의 교육열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연수 패키지여행 열풍은 중국 학부모들의 자식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관련 기업들이 불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중국 기업조사기관 치차차(企查查)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5월 중국의 신규 연수 패키지여행 관련 기업의 수는 322개로, 동기 대비 무려 8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여행사, 교육기관, 컨설팅업체 등이 포함된다. 이 분야 주요 기업 스지밍더(世紀明德)의 경우, 지난 2018년 중소⋅벤처기업 전용 장외 거래시장인 신삼판(新三板)에 상장해 시가총액이 한때 15억 위안(약 27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신둥팡(新東方), 쉐얼쓰(學而思), 왕이유다오(網易有道) 등 대기업도 연수 패키지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  실속 없는 패키지 상품, 전문 인력 늘려야   “명문대 탐방으로 대입의 꿈을 심어주세요.” “베이징에서의 1주가 평생을 결정합니다.”   연수 패키지여행 상품 전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홍보 문구다. 관련 기업들은 ‘아이의 견문을 넓혀준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우선 테마가 다원화하는 추세다. 명문대, 박물관, 과학관 견학은 가장 일반적인 테마에 불과하며, 자식을 위한 학부모들의 염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염전 체험, 야생 체험 등 다양한 테마와 지역적 특색에 맞는 다양한 체험 활동이 패키지로 출시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군대 훈련 체험 상품까지도 등장했다. 염전 체험. 사진 視覺中國 캡처 가격대 역시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신둥팡이 이번 여름방학 선보인 제1회 예술 연수 캠프(藝術研學營)의 1인당 참가비는 3만 위안(약 500만 원)에 달한다. 중국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음악 거장들을 대거 초청한 프리미엄 캠프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연수 패키지 프로그램 대다수가 ‘실속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많은 학생이 몰린 이번 여름, 대학탐방의 경우 학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에 그치고, 기업 방문은 해당 기업의 기념품점에 들르는 데 그치는 등 진정한 의미의 ‘연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해외 연수의 경우, 현지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고 홍보해 놓고, 실제로는 회의실에서 몇 분 대면한 것으로 끝나는 식이었다.   〈중국 연수 패키지여행 발전 보고서 2021〉에 따르면, 미성숙한 프로그램과 비용 부족, 인재의 결핍이 이러한 폐단을 낳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고비용이 요구되고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인데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업체가 전문성과 노하우 없이 뛰어든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지닌 인솔자의 부재로 연수 패키지의 효용성이 변질되고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올여름 성수기의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전문성이 부족한 외부 업체에 프로그램을 위탁하거나, 패키지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인력에 학생의 인솔을 맡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08.29 07:00

  • “미국이 대비하지 않으면 중국에 뒤처질 10가지”

    “미국이 대비하지 않으면 중국에 뒤처질 10가지”

    미국은 국가안보의 여러 핵심 분야에서 여전히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최근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정체돼 있는 반면 중국은 빠르게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싱크탱크 중 하나다. 이곳의 매킨지 이글렌 선임연구원이 지난 9일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자국에 경고했다. ‘미국이 대비하지 않으면 중국에 뒤처질 것’으로 예상되는 10개 국가안보 분야에 대한 분석이다.    ━  총 국방예산 투자   보고서는 “중국의 실제 국방 투자 규모는 과소평가된 반면 미국의 국방 지출은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발표한 2023년 국방예산은 2247억9000만 달러로 인건비, 군사 훈련, 장비 구매 세 가지 단순 항목으로 구성된다. 보고서는 “중국의 국방예산은 투명성이 결여돼 있으며 하드 파워는 대부분 국방예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의 국방예산에는 우주 활동, 연구개발, 건설, 준(準)군사력 등 군사 관련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댄 설리반 공화당 연방상원의원은 지난 6월 상원에서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의 실제 국방예산은 7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국방예산의 3배가 넘고 미국 국방예산(8420억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은 2023 회계연도의 국방예산을 8860억 달러로 확정했다. 보고서는 “이는 명목상 사상 최고치의 국방예산이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과 필수 지출 비용을 고려하면 군 예산은 3% 감소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과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전력투사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1년 9월 3일, 러시아 엘부르스 국제 군사 경진 대회에 참가한 중국군. 셔터스톡  ━  극초음속 미사일   보고서는 중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두 번째 분야로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를 꼽았다. 중국은 지난 2019년 가을,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장착한 둥펑(DF)-17 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해당 미사일은 인도 태평양에 주둔한 미군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해당 미사일이 이듬해 실전 배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DF-ZF(HGV) 형태의 활동체를 탑재할 수 있는 DF-41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스타리 스카이2 활강비행체도 개발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미사일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모두 미국의 방공망을 뚫고 군사력 집중 지역이나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핵전략을 확장하는 동시에 미사일 개발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핵 억지 방정식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은 현재 뒤늦게 자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고 있지만 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안일한 태도로 인해 중국은 이런 무기를 더 빠르게 배치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  함대 규모와 전력     중국과 미국은 현재 각각 전투함 340척, 297척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전투함 규모를 2년 이내에 400척, 10년 이내에 44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미국은 향후 몇 년 동안 함대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조선 부문이 중국 해군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기준 전 세계 조선업 부문의 44%를 차지했다. 중국은 전시 함대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국내 상업용 선박을 특정 군사 사양으로 건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함정은 대부분 전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대양함(blue-water ship)인 반면, 다수 중국 함정은 연안 초계함과 순찰선이다. 미국은 함정 탑재 능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 해군은 중국 해군보다 더 많은 대형 함정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해상 기반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   중국은 이러한 단점을 인식하고 계속해서 대양함 발전에 힘을 쏟는 한편 남중국해 등의 지역에서 인공섬을 건설해 해운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지적하며 “미국은 해군의 조선소 인프라 최적화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며 의회는 해군이 명시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통합 방공 시스템   중국의 방공 시스템은 자국 육지와 해안선으로부터 556㎞ 이내의 해역을 커버한다. 중국은 또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에 레이더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해 방공 범위를 확대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방공 시스템은 중국 해안 근처와 인도 태평양 전역에 주둔한 미군에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도 태평양에서 억지력을 유지하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전투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괌과 같은 미국 영토 또는 일본, 호주, 필리핀, 호주 등 동맹국에 군사 무기, 병력, 기타 핵심 역량 등을 국경 서쪽에 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중국의 ‘반접근 및 지역 거부(A2AD)’ 능력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중국의 심산을 바꾸려면 인도 태평양에 더 많은 미군을 배치하고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  제조 및 기술 산업 기반     세계 15대 방위 기업 중 7개가 중국 국영 기업이다. 미 국방부 2022년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미국 이외의 주요 기업에 맞먹는 수준의 생산력을 갖췄으며 수많은 무기를 제조하고 있다. 국방부 보고서는 또 “중국산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품질은 국제 최고 수준에 달하며 지상 무기 시스템 품질은 세계 최고이거나 그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은 항공기 엔진 자체 생산 관련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생산량은 세계 총생산량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약 50%는 상업·군사 이중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외국 기술을 획득해 새로운 무기를 생산·개발해 왔으며 이러한 전략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과 핵심 기술 연구에 중점을 뒀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미국보다 많은 STEM 박사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고 베이징대, 칭화대 같은 중국 명문대들은 컴퓨터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44개 핵심 기술 분야 가운데 극초음속 무기, 드론, 첨단 로봇공학의 군사적 응용을 포함한 37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미국은 기술 연구 주도권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며 “미국은 여전히 유학생이 가장 많은 국가이며 다수 미국 대학은 여전히 세계 대학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전자직접회로, 철광석, 원유 공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며 중국의 방위 산업은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도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자국의 방위 산업 기반을 재활성화하는 데 진지하게 임하라고 제안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미국보다 많은 STEM 박사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고 베이징대, 칭화대 같은 중국 명문대들은 컴퓨터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셔터스톡  ━  광물 및 희토류   중국은 이 분야에서 자립을 추구하는 동시에 이 분야에서 다른 국가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이중 순환’ 전략을 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위 산업 관련 37가지 광물 중 호주, 캐나다, 미국이 보유한 광물은 5가지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18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14종류 광물은 중국과 경제·외교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가 보유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중국은 광물 정제 분야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의 코발트, 구리, 리튬 정제량은 전 세계 정제량의 각각 73%, 40%, 59%를 차지한다. 코발트는 제트 엔진에, 구리는 탄약과 전자기기에, 리튬은 배터리에 사용된다.   희토류 광물의 경우 중국은 전 세계 채굴 생산량의 60%, 가공량의 85%,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량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 희토류 금속 대기업이 해당 분야의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국영 기업 5곳을 하나로 통합해 세계 2위 희토류 생산업체를 탄생시켰다.   지난 7월 중국은 첨단 칩과 미사일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갈륨과 게르마늄 미국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의 핵심 광물 의존도를 무기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보고서는 “미국은 희토류 광물 비축량을 늘리고 미국 광산에 재투자해 생산을 늘림으로써 방위 산업 공급망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적었다. 희토류. 셔터스톡    ━  회색지대 작전     보고서는 중국이 ‘회색지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영향력 행사 및 허위 정보 캠페인 ▶중국에 반대하는 국가에 보복하거나 해를 입히기 위한 경제 활동 ▶남중국해에서 다른 국가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토에 군사 시설을 건설하는 등 전쟁에 준하는 행동 같은 것들이다. 호주, 일본, 대만, 베트남 등 다수 중국의 이웃 국가가 이러한 악의적 행동의 피해국이다.   중국은 또 한국, 대만, 호주, 캐나다, 리투아니아 등 국가와 미국 프로농구협회(NBA) 같은 비국가 단체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경제 압박을 가했다. 중국의 인권 및 국제질서 유린에 대한 비판과 반대를 막기 위해서다. 중국은 미국 내 여론과 선거 조작을 획책하고 있고 자국민의 신념을 통제하기 위한 정책들을 펴고 있다고 보고서는 서술했다.   또 “중국이 모든 수단과 도구를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이 이러한 도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중국인들에게 (진실한) 정보를 제공하고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의 ‘만리장성 컴퓨터 방화벽’을 약화하는 노력도 취해야 한다”고 했다.    ━  우주 산업   미국 우주군, 국방혁신부, 공군연구소가 공동 발간한 ‘2022 우주 산업 기반 보고서’는 “중국은 2045년까지 ‘경제·외교·군사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의 발전 궤적은 미국보다 훨씬 가파르다”고 서술했다. 미국 국방정보국이 발표한 2022년 ‘우주 안보 도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군사 및 민간 용도로 우주 프로그램을 통제하고 있다. 군·민 융합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8년 이후 정보 수집, 감시, 정찰 위성 수를 두 배로 늘려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가가 됐다. 중국의 궤도 위성 발사 횟수는 2018~2021년 4년 연속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은 또 우주와 관련된 법적 규범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의 지원으로 우주 공간에서의 무기 배치, 우주 물체에 대한 무력 위협, 사용 방지 조약(PPWT) 관련 초안을 작성했다. 보고서는 해당 조약이 대(對)위성 무기 실험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조약이 제정될 경우 미국이 우주에서 기존 확보한 GPS 등의 우위가 취약해진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한때 비행기 발사형, 함정 발사형 등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을 진행했지만 시험 잔해물의 불특정 지역 추락 같은 위협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시험을 중단했다. 그러나 중국은 위성공격 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 시험하며 우주 및 대우주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주 영역은 미·중 양국 군대의 지휘 통제에 매우 중요하다. 이뿐 아니라 미국인의 일상생활도 우주 기반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우주에서의 공격뿐 아니라 무모한 무기 실험에 취약한 국가 중 하나”라며 “미국은 중국의 우주 지배를 막기 위해 우주 영역에서 다자간 규칙을 기반으로 한 질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궤도 위성 발사 횟수는 2018~2021년 4년 연속 미국을 앞질렀다. 셔터스톡    ━  사이버 작전     보고서는 미·중 경제 안보 검토 위원회의(USCC) 2022년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공산당은 규칙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 미국에 비해 비대칭적 우위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이익을 위해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사이버 해킹 작업을 후원하며, 국가가 통제하는 ‘사이버 주권’을 주장한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 규범을 깨뜨리고 네트워크 주변에 가상 국경을 세우는 방법으로 중국 정책에 반대하는 외부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중국 당국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국가와 민간인 간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설정했다. 국가가 이른바 ‘민간 해커’를 고용해 활동시킨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사이버 정책 수립 전담 조직을 만들어 세계 최대 규모의 해킹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조직 규모가 미국 연방수사국(FBI) 인력의 50배에 달한다고 했다.   또 전시 인민해방군이 가동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전략지원군(SSF)을 언급했다. SSF는 지난 2015년, 인민해방군이 해외, 우주, 사이버 공간 전력 증강을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설립됐다. 우주 및 정보전 작전을 수행, 감독하는 임무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2023년 연례 위협 평가에서 “중국이 미국과 대규모 충돌이 임박했다고 인식할 경우 미국 본토의 주요 인프라와 전 세계의 미군 자산에 대한 공격적인 사이버 작전을 시도할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중국의 막강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사이버 역량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면서도 “우월하고 견고한 디지털 환경에는 취약점이 내재돼 있다. 미국 사회는 잘 연결돼 있고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에 사이버 공격이 표적이 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이버 및 정보 서비스 간의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동맹국과의 사이버 호환성을 개선하려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인공지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중국이 일부 AI 응용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미국에 앞서 있다고 판단했다. 또 “중국은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AI 분야의 선두자가 될 힘, 재능, 야망을 품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AI 콘퍼런스 논문 가운데 중국 논문이 27.6%로 양적으로 세계 최고 국가가 됐다. 미국 논문 비중은 16.9%였다. 미국 상무부(USDC) 기술관리국이 운영하는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 따르면 안면 인식 프로그램 정확도 세계 상위 5개 기업이 모두 중국 기업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매킨지 이글렌 선임연구원이 지난 9일 ‘미국이 대비하지 않으면 중국에 뒤처질 것’으로 예상되는 10개 국가안보 분야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중국이 일부 AI 응용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미국에 앞서 있다고 판단했다. 셔터스톡   보고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래 전쟁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AI 지휘관을 중요한 도구로 활용할 것”이라며 미군이 AI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고려를 기술적 차원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확실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미군은 전 세계적으로 합동작전 수행 경험이 풍부하며 냉전 종식 이후 세계 최고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전 세계 인재를 끌어들여 최고의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문화를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또 가장 광범위한 동맹과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은 세계에서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장점을 지키고 활용해야 한다”며 “미국이 10개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 적합한 조치가 필요하다.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면 우려스러운 추세는 악화할 것이며 가까운 미래에 몇 가지 사례가 목록에 더 추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08.26 06:00

  • “젊은이, 인생은 한방이야” 中 대학 식당에 등장한 복권 판매기

    “젊은이, 인생은 한방이야” 中 대학 식당에 등장한 복권 판매기

    사진 중상망 최근 중국 한 대학 식당에 복권 판매기가 설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졌다.     지난달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라온 한 동영상. 학교 식당의 한쪽 벽면에 무인 복권 판매기 4대가 쭉 설치되어 있다. 밥을 먹고 있는 학생들 사이 역시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기계 앞에 서 있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대학 내 복권 판매기 설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첨예하게 갈렸다. 중국 네티즌들은 “교육 기관에서 학생들에게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우려를 표하거나 “복권 구매는 요즘 젊은 세대가 가볍게 즐기는 놀이 중 하나”라며 수용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복권 판매기를 설치했다고 알려진 것은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의 다롄동연정보대학교 (大連東軟信息學院·Dalian Neusoft University Of Information). 인터넷에서 큰 논란일 일자 다롄동연정보정보학원은 매체에 해당 식당은 다롄 동연정보대학교 B2 식당으로 학교 이름이 들어가지만, 학교 밖에 위치하며 학교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기계 역시 얼마 후 철거되었다.     최근 중국의 젊은 세대가 복권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젊은 세대가 ‘한탕주의’를 노리게 됐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 매체 신징바오(新京報)는 "젊은이들이 복권을 사는 것이 압박이 너무 심해서 불로소득에 기대를 걸고, 운으로 천명을 거스르려는 것이라는 해석은 실제와 거리가 멀다"라고 평했다. 중국 젊은 세대가 복권을 구매하는 이유는 일확천금을 노린다기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  팍팍한 현실… 中 MZ세대가 찾은 탈출구   사진 중궈푸차이 “1000만 위안(약 18억 3020만 원)에 당첨되기 vs 1000만 위안 벌기, 어느 것이 더 빠를까?”, “이제는 확률상으로도 복권이 더 현실적이다”,"적어도 복권을 사면 당첨 후 무엇을 할지, 행복한 내일을 상상할 수라도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복권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엿볼 수 있다. 중국에서 젊은 세대가 복권을 사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자신을 ‘주우허우(九五後 ·일명 ‘95세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복권 애호가라고 밝힌 한 여성은 중국 매체 신커두(鋅刻度)와의 인터뷰에서 "가끔 10위안(약 1829원)에서 20위안(약 3657원)을 쓰는 거라서 당첨이 안 돼도 크게 상관없고, 운 좋게 30위안(약 3486원), 50위안(약 9143원)에 당첨되면 밀크티 한 잔을 사서 자축하는 정도”라며 “당첨 금액 보다 당첨이라는 두 글자가 즐거움을 준다”라고 말했다. 복권이 고달픈 현실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고 밝힌 그. 실제로 복권 판매기를 발견할 때마다 놓치지 않고 복권을 한 장씩 구매하고 있다.   중국 젊은 세대에게 복권 구매가 대중화된 데에는 무인 복권 판매기의 등장이 큰 역할을 했다. 과거 중국에서 복권은 대부분 복권 판매점에 방문해서 구매해야 했다. 그런데 쇼핑몰, 길거리에 진열된 무인 복권 판매기는 ‘사회 공포증’이 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진입 장벽을 낮췄다.     기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복권 종류도 매우 다양한 편이다. 특히 육복희사(六福喜事), 점석성금(點石成金), 몽매이구(夢寐以求), 첨밀밀(甜蜜蜜), 호운십배(好運十倍) 등 각양각색의 스크래치 복권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다. 10위안~20위안(약 1829~3657원)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소소하게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기 요인이다.   정기적으로 무인 복권 판매기에서 스크래치 복권을 구매하는 청위(程煜)는 반년 동안 복권에 5000위안(약 91만 원)이 안 되는 돈을 썼고, 당첨금으로는 이미 그 이상을 벌었다. 그는 신커두(鋅刻度)와의 인터뷰에서 “기계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고정적으로 두 기계만 공략하는 것이 그만의 비법이라고 밝혔다.   청위는 "지금 젊은 세대가 부자가 되려면 주로 하늘에 의존해야 한다. 그래서 절에 가서 향을 피우거나 복권을 사는 거다”라며 "당첨이 안 돼도 공익사업에 참여하는 좋은 청년 아니냐, 하루에 한 가지 선행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샤오훙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복권 구매 열풍이 일면서 인증샷은 물론, 약 200위안(약 3만 6550원)으로 복권 꽃다발 만드는 법 등이 SNS에서 인기다. 특히 복권 꽃다발은 친구와 연인 사이 센스 있는 선물로 떠올랐다. 복권 당첨 여부와 상관없이 선물 받은 쪽에게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다.  ━  中 복권 수요층, 점점 젊어진다   중국 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중국 전역에서 총 1751억 5000만 위안(약 32조 962억 원)의 복권이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578억 3300만 위안(약 10조 5979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올해 4월 즉석복권 판매액은 89억 3600만 위안(약 1조 63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4.1% 증가했다.   '2022년 스포츠 복권 고객 연구 보고서(2022年體綵客戶研究報告)'에 따르면 72%가 넘는 스포츠 복권 구매자가 복권을 구매한 목적은 ‘당첨’이 아니라 ‘오락과 휴식’이었다. 복권이 일종의 오락 소비재로 중국 젊은 세대의 생활에 녹아든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젊은 층의 소비관 및 생활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간단한 스크래치 복권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즉석에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밀크티 한 잔 값으로 랜덤 박스를 여는 것과 같은 즐거움은 물론, 운 좋으면 돈벌이까지 가능해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에 무인 복권 판매기가 다양한 장소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스크래치 복권 역시 편의점부터 길거리 노점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사진 바이두 사진 한편, 중국 스포츠 복권(中國體育綵票)은 이런 인기를 예상했다는 듯 2020년 마스코트인 ‘러샤오싱(樂小星)’을 공개했다. ‘러샤오싱’을 활용해 이모티콘, 인터랙티브 게임, 만화 등 다양한 굿즈를 출시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기간 복권 구매자들이 SNS에서 복권 언박싱 인증샷을 올리고 마스코트에 관심을 갖는 등 큰 화제성을 가져올 수 있었다.   복권의 공익적 성격도 젊은 세대의 흥미를 자극한다. 복권기금은 중앙과 지방에 일정 비율로 배분하여 사회복지, 체육 등 사회 공익사업을 위해 특별히 사용된다. 지방 재정국 공식 사이트에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베이징은 18억 4200만 위안(약 3364억 7814만 원)의 복권 공공복지 기금을 유치했다. 이 중 복리 복권 공익금이 7억 2500만 위안(약 1324억 3575만 원), 스포츠 복권 공익금이 11억 1700만 위안(약 2040억 4239만 원)을 차지했다. 복리 복권 관련 자금은 노인 요양 서비스 개발, 각 지역 사회 공익 및 빈곤 구제사업 지원, 고등교육 신입생 입학 지원 등에 사용된다.   ‘당첨되면 대박, 꽝이어도 공익 활동 참여’라는 생각이 중국의 젊은 세대를 복권 기계 앞으로 이끌고 있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2023.08.24 07:00

  • “머리 감겨 드려요” 中 하이디라오에 등장한 다이슨, 왜?

    “머리 감겨 드려요” 中 하이디라오에 등장한 다이슨, 왜?

    이색서비스로 유명한 훠궈 체인점 하이디라오(海底撈)가 최근 머리 감기 서비스를 내놔 화제다. 16일 오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微博)에는 ‘하이디라오에서 머리를 감을 수 있게 됐다(海底撈可以洗頭髮了)’가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하이디라오는 이전에도 네일아트, 손 관리, 구두닦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던 터. 그랬던 하이디라오가 이제는 머리까지 감겨준다고 해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쑤성 우시의 한 매장에서 제공 되고 있는 ‘샴푸 서비스’. 사진 光明網 캡처 16일 광밍왕(光明網)등 현지 매체는 장쑤성 우시(無錫)에 위치한 한 하이디라오 매장이 최근 고객의 머리를 감겨주는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샴푸 서비스는 하이디라오 회원에게만 제공되며, 1회 이용 가격은 200라오비다. 라오비(撈幣)는 중국 본토 하이디라오에서 매장 식사나 배달 주문 시 적립되는 포인트로, 1위안(약 180원)당 1라오비가 지급된다. 다시 말해 하이디라오에 회원 가입을 하고, 200위안(약 3만 6000원)을 쓰면 샴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샴푸 서비스는 하이디라오 영업시간(오전 10시~오후 9시 30분) 중에 이용할 수 있으며, 1회 이용 시간은 20분 정도다.   해당 소식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이제 훠궈를 먹고도 향기롭게 집에 갈 수 있겠다”, “나도 받아보고 싶다”는 등의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우시 매장에서 샴푸 서비스를 받아봤다는 한 누리꾼은 SNS에 “헤어드라이어는 다이슨(Dyson) 제품이고 샴푸도 직접 고를 수 있다”며 “의자도 편안한 전동 안마 의자에, 머리 마사지 기법도 제법”이라는 후기를 올려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식사 중인 사람들 옆에서 머리 감는 건 아무리 그래도 좀 그렇다”, “하이디라오는 이상한데 힘쓰지 말고 요리나 제대로 해라”는 등의 혹평도 이어졌다.   이에 하이디라오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는 개별 매장에서 진행하는 맞춤형 혁신 서비스”로 “전국매장으로 확대할지는 추후 고객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공연장 무료 셔틀버스, 야시장 노점…고객 모시기 분주   우위에톈(五月天·Mayday) 콘서트장에 등장한 하이디라오행 셔틀버스. 사진 美味食尚 캡처 샴푸 서비스 말고도 하이디라오가 참신한 마케팅으로 이목을 끈 적은 또 있었다. 올해 들어 중국에서는 코로나 19로 한동안 열리지 못했던 대규모 콘서트가 대거 개최됐다. 주걸륜(周杰倫·Jay Chou), 우위에톈(五月天·Mayday)을 비롯한 유명 아티스트의 콘서트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펼쳐졌다.   그러자 뜻밖에 하이디라오를 찾는 젊은 층이 크게 늘었다. 콘서트가 끝난 뒤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하이디라오에 가서 허기를 채우고 여운을 느끼는 것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디라오는 아예 콘서트장에 무료 셔틀버스를 보내 사람들을 인근 매장으로 데려왔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발 빠른 행동으로 콘서트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콘서트 뒤풀이장으로 변신한 하이디라오. 사진 瀟湘晨報 캡처 콘서트장 밖에선 직원들이 ‘무료 탑승’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공연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버스로 안내했다. 매장 안에선 직원들이 야광봉, 마이크, 스피커 등을 비치해 콘서트장의 열기가 이어지도록 했다. 실제로 지난 7월 후난성 창사(長沙)에서 유명 가수 장제(張傑)의 콘서트가 열렸을 때, 창사에 있는 많은 하이디라오 매장이 장제의 상징인 파란색 풍선과 현수막을 달고 팬들을 맞이했다. 하이디라오 노점. 사진 美味食尚 캡처 이밖에 상하이, 칭다오, 타이위안(太原) 등 ‘야간경제’가 활성화된 도시에는 노점을 차리기도 했다. 하이디라오는 최근 각 지역의 유명 야시장에 진출해 돼지고기 튀김, 우유 튀김, 선지로 만든 간식 등을 판매했다. ‘프리미엄 훠궈’ 로 뜬 하이디라오가 야시장에 등장하자 사람들은 호기심을 보이며 노점에 자리를 잡았다. 이 때문에 샤오훙수(小紅書)등 SNS에는 문전성시를 이루는 하이디라오의 노점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 야간 경제(夜經濟) 「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2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각종 상업활동. 야간 관광, 야간 퍼레이드, 야간 쇼핑 등을 포괄한다. 」   ━  역대급 실적 예고, “순이익 전년보다 30배 높을 것”    한편, 지난달 30일 하이디라오는 역대급 실적을 예고했다. 하이디라오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188억 위안(약 3조 4484억 840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놀라운 것은 순이익이다. 하이디라오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22억 위안(약 4035억 4600만원)을 넘어서 전년도 같은 기간 순이익의 30배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엔데믹 전환 이후 중국 외식 업계가 빠르게 회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동시에 ‘샴푸 서비스’, ‘공연장 무료 셔틀버스’ 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하이디라오의 노력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8.23 07:00

  • 웨이팅 기록 행진, 대륙을 평정한 야시장 감성 훠궈집

    웨이팅 기록 행진, 대륙을 평정한 야시장 감성 훠궈집

    훠궈(火鍋·중국식 샤브샤브)의 본고장 충칭(重慶)과 청두(成都)를 평정한 훠궈집이 있다. 복고풍 야시장 컨셉으로 현지 MZ 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은 핑제훠궈(萍姐火鍋) 얘기다. 개점하는 곳마다 웨이팅 기록을 재차 경신하고 충칭-청두 여행 인증샷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전국 범위로 가맹점을 확장하며 이른바 ‘핑제훠궈 열풍’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 子然餐飲品牌設計 캡처  ━  야시장 열풍 몰고 온 훠궈업계 샛별   핑제훠궈는 최근 훠궈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화제의 주인공이다. 복고풍 야시장 컨셉에 각양각색의 메뉴를 집대성해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핑제훠궈 열풍은 훠궈의 본고장 충칭-청두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저우(鄭州), 선양(瀋陽), 하얼빈(哈爾濱), 인촨(銀川) 등 도시로 확장한 가맹점에는 매일같이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선다. 메이퇀(美團), 다중뎬핑(大衆點評), 더우인(抖音 중국판 틱톡) 등 앱에서도 검색어 상단을 장식하는 것이 일상이다. 208㎡ 규모 우한(武漢)의 매장은 개업일부터 지금까지 일평균 200 테이블의 손님을 받으며, 300 테이블 이상 웨이팅이 지속되고 있다. 핑제훠궈가 업계 샛별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  훠궈+야시장, 강렬한 체험 선사   사진 子然餐飲品牌設計 캡처 핑제훠궈는 코로나 19가 휩쓸고 간 지난 2021년 탄생했다. 업계의 다른 사람들이 소규모 매장을 내며 안전한 길을 택할 때, 핑제훠궈는 1300만 위안(약 23억원)의 거금을 투자하여 야시장 컨셉의 대규모 매장을 냈다. 야시장 쇼핑과 주전부리 구매, 매장 식사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공간을 만든 것이다.   80년대 충칭을 재현한 복고풍 거리에는 훠궈 외에도 중국의 전통 먹거리, 그밖에 한국과 동남아 길거리 음식 등 다채로운 먹거리가 한 데 모여있다. 하지만 이 모든 가게와 노점은 모두 같은 회사 산하의 업체들이다. 임대-임차인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매장을 철수 당하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복합공간으로 조성한 야시장 컨셉의 장점은 훠궈를 먹으러 온 손님이 거리의 노점을 구경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방문객이 찍어 올린 인증샷은 자연스레 홍보 효과를 낸다. 다시 말해, 시각+청각+미각이 결합된 고객 체험이 갈수록 많은 사람을 핑제훠궈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  트렌드 파악, 고객 맞춤형 신메뉴 개발   사진 子然餐飲品牌設計 캡처 반짝인기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증샷 명소’ 이상의 특징이 필요하다. 창립자 천위썬(陳宇森)은 핑제훠궈 창업 이전에 이미 다른 훠궈 브랜드를 론칭한 경험이 있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제품 혁신 방향을 구축했다.   주방장이 제품 개발을 책임지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핑제훠궈는 ‘고객 맞춤형 사고’로 메뉴를 선택해 개발한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맞춤형 메뉴를 선보이는 것이다.   우선 맛과 비주얼 등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다양한 사항을 고려하여 메뉴를 개발한다. 이후 수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직영점에서 먼저 선보이며, 빅데이터에 근거한 조정을 통해 최종 결정된 메뉴를 전국 매장에 출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핑제훠궈는 빈번한 혁신과 신속한 반영을 통해 전국 매장 표준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  독보적 비주얼과 분위기로 차별화    사진 子然餐飲品牌設計 캡처 사실 레트로 컨셉은 핑제훠궈가 처음 시도한 것이 아니다. 현지에 원허유(文和友) 등 복고풍 매장으로 성공한 요식업 브랜드가 이미 존재하며, 식음료, 스포츠 브랜드 등 다양한 업계에 복고풍 컨셉을 활용한 사례가 많다. 핑제훠궈는 차별화를 위해 고객의 이목을 끌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녹여냈다.   핑제훠궈 입구를 들어서면 화려한 네온사인, 표지판, 영사기 등 장치가 눈에 들어온다. 각양각색의 시각적 장치를 통해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다. 매장 내부는 전통시장, 교실, 경공업 단지, 동남아 느낌 등 다양한 분위기로 꾸며 마치 그 장소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것이 바로 일관된 인테리어의 다른 레트로 매장과 핑제훠궈의 차이점이다. “핑제훠궈는 독보적 비주얼과 각양각색의 인테리어 컨셉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훠궈 전문점의 개념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를 창출했다”고 현지 업계는 분석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2023.08.22 07:00

  • 칠전팔기 화웨이 車, 안 팔려도 또 만든다

    칠전팔기 화웨이 車, 안 팔려도 또 만든다

    화웨이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다.오직 제조사가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지난 3월, 화웨이 순번 회장 쉬즈쥔(徐直军)은 화웨이는 스마트커넥티드카(ICV) 부품 공급사로써 자동차 기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이며 ICT(정보통신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이토 브랜드와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이토(AITO·問界)는 화웨이가 중국 전기차 업체 싸이리쓰(賽力斯·SERES)와 합작해 만든 전기차 브랜드다. 2021년 첫 번째 전기차 모델 M5와 두 번째 모델 M7를 출시했다.   2022년 7월 4일 6인승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아이토(Aito) M7가 공개됐다. 화웨이 화웨이는 아이토의 차량 설계부터 홍보, 마케팅, 판매 등의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토 전기차 시리즈는 화웨이의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하모니(Harmony·鴻蒙)가 탑재됐다. 전기차 모터와 전기차 구동 시스템인 ‘드라이브 원’ 역시 화웨이가 개발했다. 아이토는 전국의 화웨이 매장뿐 아니라 아이토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화웨이는 이처럼 자동차를 위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화웨이가 개발 중인 기술은 전기차 충전 솔루션, 인포테인먼트 솔루션, 스마트 센싱(레이저, 라이더, 카메라), 차량용 소프트웨어 등을 아우른다.     2021년 화웨이는 베이징 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지후(極狐,ARCFOX)’와 손잡고 스마트 카 ‘알파S 화웨이 HI 모델 ‘을 출시했다. 이 차량은 '화웨이 인사이드(inside) 스마트 기술'을 응용한 럭셔리 순수 전기차로, 화웨이가 처음으로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최고 단계의 자율주행 ADS 시스템을 탑재해 양산한 모델이다.   당해 11월엔 장안(長安)자동차, 닝더스다이(CATL)와 합작한 첨단 스마트카 브랜드 '아웨이타(阿維塔)'를 설립, 전기 SUV 모델인 E11을 선보였다. 2022년 6월 아웨이타(阿維塔)는 첫 번째 SUV 모델 아웨이타 E11차량을 제24회 충칭 국제 오토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아웨이타 공식 홈페이지 지난 2일 화웨이는 중국 자동차 기업 장화이(JAC·江淮汽車)와 함께 ‘원제(問界)’ 시리즈의 다목적 차량(MPV)을 공동 개발해, 2024년 2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장화이자동차와 화웨이는 2019년 12월에 합작 프레임워크 협약과 MDC 플랫폼 프로젝트 합작 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자율주행, 스마트 콕핏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 분야에 심도 있는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성적은 저조하다.   아이토는 화웨이 브랜드를 등에 업고 야심 차게 전기차를 내놨지만 저조한 실적으로 화웨이 이름값만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싸이리쓰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04% 감소한 1만 8754대로 집계됐다. 이 중 아이토 판매량은 56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99% 감소했다. 7월 아이토의 M5, M7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 감소한 4240대에 그쳤다.   연간 판매량 성과도 좋지 못하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185만 대)나 테슬라(131만 대)에 비해 아이토는 7만대로(추정), 크게 뒤처지는 상황이다.    한때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게재하며 전기차 산업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화웨이의 전기차 사업 중단 선언에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출 제재로 인해 전기차용 소프트웨어 제공이 어려워진 데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이 중단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자동차와 영영 멀어질 것 같던 화웨이. 그러나 지난 7일, 화웨이 스마트카 솔루션 비즈니스유닛 CEO 위청둥 (余承東)은 화웨이 ‘훙멍OS4가 최초로 탑재된 첫 번째 순수 전기 쿠페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이어 중국 체리자동차(奇瑞·CHERY)와 함께 합작 브랜드 럭시드(Luxeed)를 설립하고 첫 번째 전기 세단을 공개했다. 화웨이, 체리자동차의 합작 브랜드 럭시드(Luxeed) 쿠페형 전기 세단 'EH3' .huaweicentral 코드명 ‘EH3’로 불리는 해당 차량은 4도어 세단으로, 체리자동차의 고급 지능형 전기차 플랫폼 ‘E0X’를 기반으로 한다. 배터리는 듀얼 모터 및 70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CATL의 배터리가 장착될 예정이다.   화웨이에 따르면 EH3는 200km에 달하는 도심 및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화웨이 ADS 2.0 시스템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라이다(LiDAR) 센서와 11대의 HD 카메라, 12대의 초음파 레이더, 3㎜ 파 레이더 등이 탑재됐다. 화웨이의 훙멍OS 4.0 멀티미디어 시스템도 지원해 비디오 게임과 쿼드콥터 카메라의 이미지 투사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계획에 따르면 럭시드는 올해 8월 산업통상자원부 제품고시에 등재돼 올해 4분기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화웨이, 체리자동차의 합작 브랜드 럭시드(Luxeed) 쿠페형 전기 세단 'EH3' .huaweicentral 성과 미미한데… 화웨이는 왜 자꾸 차를 만들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11.3%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애플, 오포, 비보, 아너, 샤오미 등 5개 경쟁사에 밀려 6위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컨슈머 비즈니스 매출은 2020년 4830억 위안(670억 달러)으로 정점을 찍은 뒤, 1년 후 거의 50% 급감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최신 4G 및 5G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생산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대규모 AP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다. 미국 제재 이후 미국과 유럽 정부는 화웨이를 보안 위험 기업으로 분류했으며, 이후 화웨이는 비축된 칩을 사용해 제한된 수량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해 왔다.   이에 화웨이는 미래 먹거리로 ‘자동차’를 꼽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의 매출은 올 상반기에 10억 위안(약 1826억 원)에 이르렀다. 스마트카는 스마트폰만큼 수량이 많진 않겠지만, 금액이 커 스마트폰 판매 감소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화웨이의 입장이다.   게다가 지난 6월 중국 당국이 신에너지차 구매세 전액 감면을 2025년까지 연장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올해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가 850만∼900만 대에 이르고, 2025년에는 1천2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쓰디쓴 고배를 마신 과도기 시절의 화웨이, 이번엔 한층 더 전문성 있는 판매에 나섰다. 향후 광범위한 지역 네트워크를 쌓으며 전문 매장을 열고 럭시드 브랜드를 딜러 그룹과 협력하여 별도의 자동차 판매 채널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 드라이빙, 하드웨어 분야에서 이미 최고 수준을 갖췄기에 마케팅과 판매 채널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신차 출시가 선두를 달리는 BYD와 테슬라를 꺾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2023.08.21 17:04

  • 경제 위기인데… 역대급 호황으로 북적인다는 중국의 ‘이곳’

    경제 위기인데… 역대급 호황으로 북적인다는 중국의 ‘이곳’

    1929년 경제 대공황은 할리우드 영화가 도약하던 시기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미국 박스오피스의 티켓 판매량과 관객 수는 근래 20년 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선 사례는 경제가 암담해 소비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적은 비용으로 유희를 즐기는 방법이 ‘영화 관람’이라는 해석이 꽤 설득력 있는 주장임을 뒷받침한다. 경기 불황기에 저비용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높여주는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경제학 용어인 ‘립스틱 효과’가 영화에도 적용되는 걸까.   여름 성수기(6~8월) 중국 박스오피스 최고 실적은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의 177억 위안(약 3조 2267억 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박스오피스 매출이 8월 11일 기준, 이미 160억 위안(약 2조 9120억 원)을 넘어섰다. 업계는 여름 성수기에만 180억 위안(약 3조 2814억 원) 이상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발 부동산 시장 위기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국도 영화 산업에서 ‘립스틱 효과’를 보고 있는 걸까.   우선 극장에 볼 영화가 많다. 코로나 19 방역 조치가 해제된 올해 상반기에만 총 254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2022년 동기 대비 83편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단순히 영화가 많이 개봉했다고 해서 극장에 가는 건 아니다.   올여름 중국 극장가의 흥행 키워드는 ‘입소문’이다. 현재 예매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는 영화들은 개봉 후에는 오히려 성적이 주춤하다가 지표가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사라진 그녀(消失的她)’는 서스펜스 범죄 영화로 사오나오쥐(燒腦劇, 燒腦:골머리를 앓는+劇:연극)로 통한다. 사오나오쥐는 방대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축적해야만 줄거리 이해가 가능한 작품을 뜻하는데 1회가 아닌 여러 차례 영화를 보러 간다는 N차 관람을 이끈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 박스오피스 여름 성수기 시즌 흥행작 '사라진 그녀(消失的?)의 공식 포스터   ‘장안삼만리(長安三萬浬)’는 중국적 요소에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괄목할 만큼 성장한 애니메이션의 기술(품질)이 입소문을 탄 사례다. ‘팔각롱중(八角籠中)’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주인공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가난한 시골 아이들을 데려다 공부와 권투를 가르쳐 챔피언으로 이끄는 내용이다. 혈연관계가 아닌 아이들이 함께 지내며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인데, 출연 배우의 연기가 몰입을 높인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판타지 3부작 중 1부인 ‘봉신(封神) 제1부’ 등도 만듦새가 뛰어나고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입소문이 돌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애니메이션 '장안삼만리(長安三萬浬)' 공식 스틸컷 영화 팔각롱중(八角籠中) 공식 포스터   중국 관객이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나 액션으로 가득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기시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표도 포착된다. 2019년 중국 박스오피스의 할리우드 영화 점유율은 43.7%에 달했으나, 올 상반기는 16%로 크게 떨어졌다. 올여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은 개봉 15일 차에 3억 위안을 돌파했으나, 중국 영화인 ‘사라진 그녀(消失的她)’는 하루 만에 3억 위안을 넘어섰다. 미션 임파서블의 기대 이하 흥행에 7월 20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톰 크루즈조차 중국 영화 팬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보도록 유혹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2023년 7월 2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기사.   미국의 영화 산업 컨설팅 회사인 아티잔 게이트웨이(Artisan Gateway)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할리우드 영화의 중국 내 총 흥행 수익은 5억 9200만 달러(약 7944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비중도 2019년 상반기 43.7%에서 올해 상반기 16%로 떨어졌다.   이런 현상을 두고 화샤필름 CEO 푸뤄칭(傅若清)은 “중국영화 주류 관객은 지난 20년간 성장해왔다”며 “중국인에 대한 이야기, 현실, 주변 사물에 대한 공감과 공명에 대한 요구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이 국가적 자신감을 되찾게 되면서 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산업 전반에 불었던 ‘궈차오(國潮, 애국주의 소비)’ 열풍이 영화에도 일부 적용된 것. 또, 할리우드 영화의 오래된 IP, 뻔한 플롯 등에 더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2008년 이후 중국의 GDP 성장률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는 이전 100억 위안 미만에서 2016년 400억 위안 안팎으로 전례 없는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하면서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줄을 잇는 가운데, 중국 영화 산업은 역으로 몸집을 키우게 될까. 올해 중국 박스오피스의 최종 성적표가 기다려진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2023.08.19 07:00

  • 중국 정부도 인정한 부동산 위기, 얼마나 심각하길래

    중국 정부도 인정한 부동산 위기, 얼마나 심각하길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2분기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8조 6000억 위안(7056조 85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포인트 감소했다. 매우 이례적으로 ‘성장에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셔터스톡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수급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7월 24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처음으로 이런 내용의 발언이 나왔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로 인한 혼란을 중국 정부조차 인정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겨울이 매우 길어질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의 7월 주택 판매액은 1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7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3504억3000만 위안(약 54조59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전월 대비 33.5% 감소했다.   아래에서 제시하는 3가지 지표는 현재의 중국 부동산 시장 불황이 상승 주기에 들어서면 회복될 수 있는, 주기성(週期性)으로 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  국유토지 판매 수입 20%↓… 2017년으로 후퇴     중국 재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유 토지 판매(토지양도금) 수입은 1조 8687억 위안(341조 37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이는 2017년 수준이다.   그러나 회계감사 기구인 심계서(審計署)의 ‘2022년도 중앙예산 집행 및 기타 재정수지에 관한 국무원 감사업무 보고’를 보면, 무작위 추출 검사 결과 70개 지역에서 국유자산 ‘자체 매매(自賣自買),’ 허위토지거래 등을 통해 861억 3000만 위안(15조 7342억 원)의 재정수입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토지양도금 수입이 “전년 대비 20.9% 감소했다”는 공식 데이터도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2022년 전국 부동산 기업의 토지양도금 중 국유 부동산 기업의 비율이 85%(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이 53%, 지방 도시건설 투자회사가 32%)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  주택담보대출 잔액,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2분기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8조 6000억 위안(7056조 85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포인트 감소했다. 매우 이례적으로 ‘성장에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2012년 이후 2021년까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2022년 9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조기 상환 붐이 일면서 “조기 상환을 하려면 줄을 서야 한다”는 말이 SNS 등에서 횡행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에 따라 전국 수십 개 도시에서 생애 첫 주택의 담보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해 금리가 4% 이하로 떨어지면서 기존 주택 구매자들의 5%대 고금리와 격차가 벌어졌다. 이에 반해 일반 재테크 상품은 금리가 대부분 3.3% 안팎에 불과해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기존 주택 구매자들의 조기 상환이 급증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인민의 경제 전망과 미래 소득에 대한 우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선택의 부재 등이 주택담보대출 조기 상환을 선택하게 했다”고 했다.   이런 요인들이 6대 국유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을 걸어 2022년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연간 신규 대출의 4.66%에 불과했다. 중국 경제관측망이 6대 국유은행의 2022년 연차보고서 통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2년 국유은행인 건설은행,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교통은행, 중국우정저축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액은 각각 930억2600만 위안, 693억600만 위안, 1043억 위안, 902억9500만 위안, 231억3100만 위안, 924억 위안으로 총 4724억5800만 위안이다. 지난 몇 년간 이들 은행의 해당 대출액이 매년 수천억 위안씩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  부동산 대출잔액 비율 급감     인민은행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말 부동산 대출 잔액이 53조37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했고, 신규 부동산 대출은 1549억 위안으로 같은 기간 각종 대출 증가량의 1%를 차지했다. 부동산 대출 증가율은 2016년 27%를 찍었고 지난해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던 2021년이 7.9%였다.   2012~2021년 동안 매년 신규 부동산대출액은 최소인 2012년 1조3500억 위안, 최대였던 2018년 6조4500억 위안으로 매해 조 단위를 찍었고 각종 대출 증가분 중 최소 17.4%, 최대 44.8%를 차지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 당국이 부동산을 중점적으로 지원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후 2022년 대출은 7213억 위안으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각종 대출 증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로 급감했다. 중국 당국은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2023년 들어서도 부동산 대출 비중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신규 부동산 대출은 같은 기간 각종 대출 증가량의 1%까지 줄어들었다.   이렇게 신규 부동산 대출이 급감한 데는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마이너스 증가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택을 구매하지 않아서다. 부동산 개발 대출 잔액 증가율이 낮은 것은 은행이 당국의 정책 압력에 저항하며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해온 ‘부동산 금융지원 16가지 대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집을 사서 부자가 된다’는 신화는 옛말이 됐다.   은행은 이제 신용대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고, 인민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지 않으려 한다. 그 결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부동산 기업이 수렁에 빠지고→ 지방정부의 토지매각 수입이 급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이 악순환을 끊는 것은 극히 어렵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그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지 관심이지만 현 상황은 회의적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2023.08.18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