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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단비’ 부동산 위기에 초강수 던진 중국, 효과 어떨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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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무너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인공호흡에 나섰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위기에 내몰린 시장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부동산 경기를 어떻게든 활성화하려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말, 굵직한 부동산 정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중국 당국이 기준금리 인하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이어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조치는 메마른 중국의 부동산과 중국 경제에 단비를 내려줄 수 있을까.

계약금 비중 20%로 통일, 대출 금리 인하 권고

베이징의 중국 인민은행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의 중국 인민은행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생애 첫 주택구매자와 두 번째 구매자의 계약금 비중을 각각 20%와 30% 이상으로 통일시켰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살 때, 보유 자금으로 우선 지급해야 하는 계약금의 비중을 최대 60~80% 수준에서 크게 낮춘 것이다. 다시 말해, 주택 구매 시 더 많은 돈을 대출로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현지에서는 이 조치가 ‘가장 강력한 한 방’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1998년 주택제도개혁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1⋅2주택 구매자의 계약금을 일괄 통일한 사례는 올해를 포함해 총 3번(2003년, 2008년, 2023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금융 당국은 생애 첫 주택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권고하는 내용의 문건도 발표했다. 전자가 대출 가능 금액의 비중을 늘려준 조치라면, 후자는 대출 부담을 줄여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무주택이면, 똑같이 첫 구매 혜택

사진 바이자하오

사진 바이자하오

8월 25일, 중국 주택건설부 등 3개 부처는 ‘현재 무주택이면, 생애 첫 구매 혜택(認房不認貸)’ 정책을 시행했다. 과거 주택구매 이력과 상관없이, 현재 무주택자인 경우 생애 첫 주택구매자와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정부에서 해당 정책을 발표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선전(深圳), 광저우(廣州), 청두(成都), 우한(武漢) 등 도시의 지방정부가 정책에 호응하며 잇따라 동일한 정책 도입을 선언했다.

이 정책은 과거 부동산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도입했던 규제책을 다시 풀어준 사례에 해당한다. 이전에는 전국 도시 어느 곳에서든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했던 기록이 있다면, 해당 도시에서 처음 주택을 구매하더라도 생애 첫 주택구매자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해 주택 구매의 문턱을 높였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자, 정책의 방향을 정반대로 튼 것이다. 이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외지에는 집이 있지만 거주지에는 집이 없는 사람’ 혹은 ‘거주지의 집을 팔고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구이위안. 사진 바이두

비구이위안. 사진 바이두

한편, 중국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자구책을 꺼내든 것은 최근 현지 부동산 시장이 끝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어서다. 부동산은 불황에 시달리고, 시장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비구이위안(碧桂園), 완다(萬達) 등 대표적인 부동산 기업들이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몰리며 중국 경제에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중국 부동산은 경제를 지탱하는 지주 산업으로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약 60여개 업종과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얽혀 있는 부동산이 붕괴하면, 중국은 고용과 성장 모두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중국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가 냉각된 시장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불씨의 역할은 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정책 도입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베이징의 경우 오전부터 분양사무실이 가득 차고, 심지어 문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첫째, 최근 2년 사이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2022년 연말까지 이미 많은 도시에서 먼저 해당 정책을 도입했고, 이번에 그 범위를 확대한 것에 그친다. 둘째, 대출 가능 비중을 늘리면 부동산 구매 진입장벽을 낮출 수는 있지만, 향후 대출금 상환의 리스크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 셋째, 불경기 속에서 수입이 불안정해진 사람들이 자신의 대출 상환 능력을 고려하여 주택 구매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침체된 지방 도시의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당국의 규제 완화 조치 효과는 현재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구이위안 등 주요 부동산 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도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비구이위안의 경우 지난 9월 5일 디폴트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으나,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부동산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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