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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티도 ‘애국주의’, 中 패왕차희의 무서운 성장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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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잉상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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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풍 밀크티 브랜드 ‘패왕차희(霸王茶姬·CHAGEE)’가 일선도시(一線城市·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포함한 중국의 대도시)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명 브랜드 희차(喜茶)와 나이쉐더차(奈雪的茶)가 일선도시에서 시작해 하침시장(下沈市場·중국 3, 4선 도시 및 농촌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최근 패왕차희는 베이징에 새로운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8월 초 허성후이(郃生匯)점을 시작으로 캐피털몰 다샤구(凱德大峽谷)점, 왕징기린사(望京麒麟社)점을 개점했다.

바야흐로 중국 밀크티 전성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소 6개의 중국 밀크티 브랜드가 홍콩 주식과 미국 주식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년 중국 신소비 시장의 침체에도 차 음료 사업만은 꾸준히 선방하고 있다.

미쉐빙청 매장. 사진 바이두사진

미쉐빙청 매장. 사진 바이두사진

중국 전역에 매장이 2만 개 돌파한 프랜차이즈도 등장했다. 중국 요식업 전문 조사 기관 자이먼찬옌(窄門餐眼)은 올해 7월 말 기준 미쉐빙청(蜜雪冰城·MIXUE)이 무려 2만 4526개의 매장을 보유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밀크티 전문점 전국 매장 수 1위에 해당한다. 뒤를 이어 구밍(古茗·GoodMe)이 매장 수 7678개, 수이샤오셴차오(書亦燒仙草·SHYUYI)가 매장 수 6874개를 기록했다.

패왕차희는 중국 전역 18개 성에서 1803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프랜차이즈와 비교하면 현저히 작은 숫자지만, 패왕차희가 2017년 11월 첫 번째 매장을 선보인 것을 고려하면 무서운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장 수가 425개에서 1100개로 폭증하며 133.4%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베이징에 여러 매장을 열면서 일선도시 접수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해외에도 70여 개 매장을 냈다. 올해까지 해외 매장을 100개로 늘리고, 북미 시장과 유럽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밀크티 시장까지 번진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성향)’

사진 웨이보

사진 웨이보

패왕차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바로 ‘중국풍’이다. 제품, 포장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중국풍을 강조한다. 브랜드 이름은 중국 고전 ‘패왕별희(霸王别姬)’에서 유래했다. 로고 역시 중국 전통 희곡인 그림자 연극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패왕차희의 창업자 장쥔제(張俊傑)는 밀크티와 인연이 깊다. 17살 때 프랜차이즈 밀크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했고, 3년 만에 점원에서 지역 운영 책임자로 승진한 경력이 있다. 이후 가맹점주가 되었는데, 이때의 경험 덕분에 그는 가맹점주의 상황을 잘 이해하는 사업가로 알려졌다.

그가 패왕차희를 막 설립했을 때, 중국에는 신생 음료 브랜드 대격돌이 일어났다.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밀크티 브랜드 희차와 나이쉐더차도 이 무렵 설립됐다. 두 브랜드는 일찍이 큰 사랑을 받았지만. 패왕차희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패왕차희 창업자 장쥔제. 사진 바이두사진

패왕차희 창업자 장쥔제. 사진 바이두사진

그러나 틈새시장을 포착하는 장쥔제의 눈썰미는 천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사업 초기, 그는 15~20위안(약 2753~3672원)의 저렴한 가격대에서는 전국적인 대표 브랜드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엽차(原葉茶·100% 진짜 찻잎으로 우려낸 차)에 우유를 더한 제품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가 없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래서 원엽차를 주력 아이템으로 내세워 저렴한 가격에 중국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또한, 과열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첫 매장을 자신의 고향인 윈난(雲南)에 열었다.

패왕차희는 사업 초기 과일 차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타 브랜드와는 달리 오직 주력 아이템인 차 음료에 집중했다. 차 메뉴가 상대적으로 표준화하기 좋고, 과일 차에 비해 판매가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패왕차희의 대표 메뉴인 ‘백아절현(伯牙絕絃)’은 재스민 그린티의 일종으로 보편성이 높은 차다. 질리지 않는 가벼운 맛이 특징이다. 고객의 재구매를 염두에 둔 전략이다. 실제 백아절현은 1년에 2000만 컵이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패왕차희는 밀크티를 주력 메뉴로, 과일 차, 냉포차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백아절현’을 포함한 세 가지 주력 메뉴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60~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의 스타벅스’ 꿈꾼다

지난달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열기까지 패왕차희는 긴 여정을 거쳤다. 패왕차희의 공동 창립자 상샹민(尚嚮民)은 “베이징은 감제고지이니 마지막에 공략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패왕차희는 윈난(雲南)에서 시작해 쓰촨(四川), 저장(浙江), 광둥(廣東), 장쑤(江蘇), 산둥(山東), 상하이(上海) 등 17개 지역으로 진출했고, 마침내 베이징에 입성했다.

패왕차희 TEA BAR 매장. 사진 소후

패왕차희 TEA BAR 매장. 사진 소후

패왕차희의 최종 목표는 ‘아시아의 스타벅스’다. 중국풍 매장 디스플레이만으로는 젊은 층을 유입시키는 데 부족함을 느껴 기존의 매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TEA BAR’를 선보였다. 일선도시에 진출하면서 앞서 상하이에 두 매장이 열렸으며, 베이징허성후이점도 이에 해당한다. 패왕차희는 ‘TEA BAR’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과 공간,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하고자 하며, 새로운 형태의 매장은 브랜드 대중화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편 장쥔제는 패왕차희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고 고백하며 “마케팅은 우리 전문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음료 브랜드 대부분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패왕차희는 화제성이 높지 않은 브랜드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희차, 나이쉐더차와 비할 수 없고 매장 수도 미쉐빙청, 구밍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장쥔제는 “이제 음료 시장에서의 경쟁은 메뉴 경쟁, 품질 경쟁 및 브랜드 경쟁이 될 것”이라며 제품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패왕차희는 마케팅보다는 주력 메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보여왔다. 이를 반영하듯 샤오훙수 등 중국 SNS 플랫폼에는 품질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룬다. 네티즌들은 ‘차와 우유를 완벽하게 융합했다’, ‘우롱 밀크티 계의 일인자’ 등의 리뷰를 올렸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음료 시장에서 오로지 ‘제품력’만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패왕차희는 앞으로 기존의 하침시장을 유지하면서 일선도시를 공략할 계획이다. 희차 등 브랜드가 일선도시에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뛰어넘을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우직함으로 마침내 베이징에 입성한 패왕차희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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