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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떠난 천재 소년, ‘휴머노이드 로봇’ 들고 화려한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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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즈후이쥔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익스페디션 A1(Expedition A1)이 공개됐다. 즈후이쥔 유튜브 캡처

지난 8월 중국에서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또 한 번 탄생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키는 175cm, 몸무게 53kg, 사람처럼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최대 보행 속도는 시속 7km다. 이 로봇의 이름은 익스페디션A1(Expedition A1·遠征A1)으로, 가사는 물론 단순 반복의 조립 작업, 신에너지 및 3C제조 등 다양한 산업 제조 시나리오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엔 이미 휴머노이드 개발이 활발하다. 문화∙관광∙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샤오미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CyberOne)을 전격 공개했고 이 역시 사람처럼 긴 다리를 이용해 보행한다. 4족 보행 로봇으로 유명한 중국 로봇 전문 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Unitree Robotics:宇樹科技)도 지난 8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H1’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에 공개된 로봇은 왜 화제가 되었을까? 바로 고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화웨이를 퇴사한 ‘천재 소년’ 즈후이쥔(稚晖君)이 개발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천재 소년'이자 즈위안로봇의 CEO 즈후이쥔. CCTV

화웨이의 '천재 소년'이자 즈위안로봇의 CEO 즈후이쥔. CCTV

즈후이쥔은 화웨이 ‘천재 소년 프로젝트’로 영입된 인물이다.일곱 단계의 까다로운 채용 절차를 거치고 런정페이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과해 화웨이에 입사했다. 당시 즈후이쥔은 최고 연봉인 201만 위안(약 3억 6천만 원)계약서에 사인했다. 이후 즈후이쥔은 화웨이 어센드(Ascend)AI칩과 AI 알고리즘 개발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간에 즈후이쥔은 포도를 꿰맬 수 있는 로봇 팔, 넘어지지 않는 자율주행 자전거, 수술 로봇, 초소형 TV, 만능 근거리무선통신(NFC) 칩 등 기발한 발명품을 선보여 ‘괴짜 발명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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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12월 즈후이쥔은 돌연 화웨이를 퇴사했다. ‘젊은 피에 세상 물정 모르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며 고연봉을 포기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즈위안로봇(agibot, 智元機器人)’을 설립, 본래의 특기였던 로봇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즈후이쥔이 창업한 로봇 기업엔 바이두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월, 계열사인 상하이즈위안신촹기술유한회사(上海智元新創技術有限公司)가 경영정보를 변경하고 신규 주주로 싼야 바이촨즈신 사모투자펀드 등을 추가했다. 자본금도 300만 위안(약 5억 6322만 원)가량 늘어났다.

즈후이쥔의 신규 주주인 싼야 바이촨즈신의 최대주주는 바이두다. 바이촨즈신이 투자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바이두가 로봇에 관심이 큰 만큼 시장에서는 1억 달러(약 1328억 원)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창립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보이지 않았던 즈후이쥔. “첨단 로봇공학과 AI 기술을 인간의 삶, 생산, 제조에 긴밀히 통합해 로봇이 미래에 인간의 오른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지 6개월이 지났고, 지난달 선보인 로봇이 바로 익스페디션A1이다.

지난 8월 18일, 즈후이쥔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익스페디션 A1(Expedition A1)이 공개됐다. 즈후이쥔 유튜브 캡처

지난 8월 18일, 즈후이쥔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익스페디션 A1(Expedition A1)이 공개됐다. 즈후이쥔 유튜브 캡처

지난 8월 18일, 즈후이쥔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익스페디션 A1(Expedition A1)이 공개됐다. 즈후이쥔 유튜브 캡처

이번에 공개한 익스페디션A1은 RGBD 센서와 라이다(LiDAR), 관성 측정 장치(IMU), 마이크로렌즈 어레이(미세 렌즈 배열 광학 소자)가 탑재됐다. 또 브러시리스 모터 등 다양한 유형의 액추에이터(Actuator: 전기, 유압 등을 사용하는 원동기의 총칭으로 로봇의 핵심 구성 요소)가 장착되어 있다. 로봇은 최대 8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익스페디션A1의 최대 특징은 49도의 자유도*를 가졌다는 점이다. 손은 현재 12개의 능동 자유도와 5개의 수동 자유도를 가지고 있으며, 손가락 끝에는 물체의 색상, 모양, 재질 등을 구분해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카메라를 탑재했다. 여러 개의 자유도는 인간의 관절과 같이 다양한 움직임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을 결정하는 큰 요소다.

📌자유도: degree of freedom, 로봇의 위치와 자세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변수들의 최소 개수. 로봇의 팔이나 손이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척도로, 자유도 1은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일을, 자유도 2는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회전까지 하는 팔이다.

즈후이진은 로봇의 핵심 기술인 관절 장치 모터의 자체 개발도 성공했다. 로봇의 핵심 관절은 향후 대규모 대량생산과 저비용 제조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문턱 중 하나로, 알고리즘 제어 설계와 다양한 매개 변수를 분석해 기반을 확보한 후 모터를 자체 설계할 수 있었다. 이들이 설계한 ‘Power Flow(파워플로우)’ 모터는 더 높은 전력 밀도를 위해 작은 패키지에 액체 냉각 순환 영 방출 시스템을 도입해 토크 출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인간의 모습과 유일하게 다른 점은 ‘다리’다. 즈후이쥔은 “익스페디션A1은 앞으로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뒤로 구부리는 ‘반관절’ 설계가 되었는데, 이는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작업에 더 적합하다”며 여러 분야의 산업군에서 로봇이 활용될 수 있음을 알렸다.

사진 agibot 공식 홈페이지

사진 agibot 공식 홈페이지

또 로봇이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적용했다. 테이블 위의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로봇에게 지시하면 로봇은 내재한 사전 지식에 기반을 둬 쓰레기와 쓰레기통을 구분해 행동할 수 있다. 즈위안로봇은 로봇에 초대형 데이터 사전 학습을 통해 의미 이해, 논리적 추론, 이미지 인식 등의 기능을 갖추도록 학습시켰고, 심지어 ‘사고 사슬’이라 불리는 대형 모델의 복잡한 의미론적 다단계 추론 능력도 부여했다.

즈위안로봇은 로봇의 사고 시스템을 클라우드 슈퍼 뇌, 말단 대뇌, 소뇌 및 뇌간으로 나누는 구현된 지능형 두뇌, ‘EI-Brain’ 프레임워크도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의 뇌와 마찬가지로 작업 수행 중에 지속해서 학습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이다.

지난 8월 18일, 즈후이쥔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익스페디션 A1(Expedition A1)이 공개됐다. 즈후이쥔 유튜브 캡처

즈후이쥔은 익스페디션A1이 ‘가장 멋진 로봇이자, 가장 실용적인 로봇’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규모 상업적 구현을 희망한다며, 가격 역시 20만 위안(약 3600만 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즈후이쥔은 “인간과 유사한 신체 구조와 능력을 갖춘 로봇만이 인간의 생활과 작업 환경에 잘 통합될 수 있다고 믿으며, 위험한 환경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언젠간 SF 영화에 나오는 지능형 로봇이 실제로 실현되기를 바란다”라며 컨퍼런스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신에너지 자동차와 같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올해 초 중국공업정보화부 등 17개 부처는〈로봇+ 응용행동실시계획〉을 공동으로 발표하고 2025년까지 제조 로봇 밀도를 2020년 대비 2배로 늘리고, 적용 깊이와 폭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다양한 정책의 출시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 및 적용을 위한 광범위한 시장 공간을 창출했으며, 향후 서비스 로봇과 특수 로봇의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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