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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고나면 똑똑해짐"...中서 불티난 '100원 아인슈타인 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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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아인슈타인의 뇌가 3만 개 이상 팔렸다. 그것도 단돈 100원에.”

사진 상관신원 캡처

사진 상관신원 캡처

무슨 말인가 봤더니 그냥 ‘사진’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몰에서 5마오(약 90원)를 결제하면 판매자가 직접 ‘아인슈타인 사진’을 보내준다. 친절한 판매자라면 짤막한 안내 메시지도 함께 보내준다. “상품이 배송 중입니다. 보통 한숨 주무시고 나면 도착해서 똑똑해지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기가 막힌 문구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런데 중국에선 이게 왜 3만 개나 팔렸을까?

“구매 즉시 당신의 뇌에서 자라기 시작합니다”

요즘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가보면 ‘아인슈타인 뇌(愛因斯坦的腦子)’를 파는 판매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리바바 산하의 타오바오에만 판매 게시글이 3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가격은 보통 1마오(약 18원)에서 1위안(약 180원)정도. 자매 상품으로 ‘문과 뇌’, ‘이과 뇌,’ ‘수능 뇌’, ‘고시 뇌’ 등이 함께 팔리기도 한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아인슈타인 뇌' 판매 게시글. 사진 타오바오 캡처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아인슈타인 뇌' 판매 게시글. 사진 타오바오 캡처

상품 소개란에는 대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아인슈타인의 뇌. 구매 즉시 당신 머리에서 자라기 시작합니다.” 아래쪽엔 ‘무료 배송’이라는 표시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아인슈타인 뇌’가 실물로 배송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 뇌 탄생기

토마스 하비가 아인슈타인의 뇌 일부분이 든 병을 들고 있다. 사진 소후 캡처

토마스 하비가 아인슈타인의 뇌 일부분이 든 병을 들고 있다. 사진 소후 캡처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대동맥 파열로 76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몸을 화장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화장되기 전, 병리학자인 토마스 하비 박사가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쳐 달아났다. 토마스는 천재의 비밀을 밝혀내겠다며 아인슈타인의 뇌를 240조각으로 잘라 연구했다. 하지만 20여년간의 연구에도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토마스는 공동연구를 제안하며 아인슈타인의 뇌 조각을 전 세계에 있는 다른 학자들에게 보냈다. 이때 흩어진 뇌 조각은 오늘날 2차 창작의 소재가 되어 가상 상품인 ‘아인슈타인 뇌’를 탄생시켰다.

사례1: 00년대생 시(西)씨는 수능을 앞두고 ‘아인슈타인 뇌’를 구매했다. 당시 모의고사 수학 점수가 48점이었는데, 어차피 공부는 글렀으니 마음에 위안이나 줘보자 5마오를 지불했다.

사례2: 90대생 샤오(肖)씨도 입사 면접 전 ‘아인슈타인 뇌’를 구매했다. 그는 최종 합격을 간절히 바라며 타오바오에서 1마오짜리 ‘오퍼 럭키 미스트’도 함께 구매했다. 오퍼 럭키 미스트(offer好運噴霧)는 아인슈타인 뇌와 비슷한 가상 상품으로, 소장하고 있으면 입사 제안을 포함한 각종 오퍼가 들어온다고 여겨진다.

‘아인슈타인 뇌’가 정말로 자신을 똑똑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 구매자는 거의 없다. 다만, 시(西)씨나 샤오(肖)씨처럼 심리적으로나마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어차피 100원도 안 하니 속는 셈 치고 한번 사보자는 구매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아인슈타인 뇌’를 사는 더 큰 이유는 그것이 가진 놀이적 요소에 있다. 구매자들 대부분은 판매자 혹은 다른 구매자와 노는 값으로 5마오를 지불한다. 몇몇 판매자들은 아예 상품 소개란에 “결제 후 리뷰 창에 가서 스스로 재미를 찾으라”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했다.

“덕분에 일의 자릿수 덧셈 뺄셈 마스터함. 만족스러움.” “똑똑해지긴 똑똑해짐. 이런 쓸데없는 걸 산 내가 바보라는 걸 깨달았으니;;” “국어 시험 전엔 사지 말 것. 아인슈타인은 중국어 못해서 쓸모없음.” 구매자들의 ‘웃긴 댓글 대회장’으로 바뀌어 있는 리뷰란은 앞서 소개한 두 번째 이유를 뒷받침한다.

가상 모기, 제 발로 찾아가는 코끼리, 외로운 개구리?

중국에서 아인슈타인 뇌 같은 황당한 가상 상품이 인기를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올여름엔 타오바오발(發) ‘가상 모기’가 중국 대표 메신저 위챗을 강타했다.

‘가상 모기’는 구매자가 마찬가지로 200원 정도를 지불하면 판매자가 모기 역할을 맡아 메시지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메시지 내용은 모깃소리를 나타내는 ‘윙(嗡)’글자가 전부인데, 비쌀수록 글자 수가 많아지거나 모기 사진이나 날갯짓하는 짤 등이 추가된다. 또한 위챗 ID를 지정하면 해당 계정으로 ‘가상 모기’가 전달되는 데, 이것 때문에 친구들과 장난치길 좋아하는 10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가상 모기' 판매 게시글(좌)과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윙(嗡) 메시지(우). 사진 바이두 캡처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가상 모기' 판매 게시글(좌)과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윙(嗡) 메시지(우). 사진 바이두 캡처

한 판매자는 “올여름 날씨가 더워지면서 가상 모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가상 모기는 중국 Z세대의 신종 장난이자 유행이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오바오 내 가상 모기 판매상인 ‘순종야생모기(純種野生蚊子)’의 월평균 판매량은 10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제 발로 찾아가는 야생 코끼리(코끼리가 구매자 집으로 가고 있다며 판매자가 코끼리 사진이나 짤 등을 보내는 것)’, ‘외로운 개구리(싱글인 지인을 지정해 개굴개굴(呱呱) 문자를 받게 하는 것)’ 등도 온라인 쇼핑몰에 등장해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제 발로 찾아가는 야생 코끼리' 판매 게시글(좌)과 판매자가 보내 온 메시지(우). 사진 바이두 캡처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제 발로 찾아가는 야생 코끼리' 판매 게시글(좌)과 판매자가 보내 온 메시지(우). 사진 바이두 캡처

뇌부터 시작해 모기, 코끼리, 개구리까지. 우리 돈 100~200원에 살 수 있는 이색 가상 상품들이 중국 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것들은 그 자체론 아무런 실속이 없지만, 남다른 정서적 가치로 중국 젊을 층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중국 매체 허쉰(和訊)은 “가상 상품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상호 작용, 심리적 암시 및 정서적 위안은 중국 청년들이 특히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아인슈타인 뇌’의 흥행은 정서적 가치에 열광하는 젊은 층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매체 36커(36氪)는 가상 상품의 부가가치는 높진 않지만, 수익성이 좋고 시장이 거대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당 가격은 1위안(약 180원) 안팎으로 저렴하지만, 사실상 매출원가가 0이고 SNS를 잘만 활용하면 단시간에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잠재력 때문에 ‘가상상품’은 중국 Z세대의 새로운 창업·부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36커는 온라인에서 가상 상품을 파는 판매자는 대부분 00년대생이며, 이들은 큰 사업에 욕심을 내지 않고 작지만 재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타오바오에 새로 점포를 낸 00년대생은 130만 명을 넘어섰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판매자가 풍부한 창의력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가상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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