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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유튜브' MBC 이어 KBS에 고소 당하고도 웃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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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비리 본사 건물. 사진 소후

비리비리 본사 건물. 사진 소후

한국방송공사 KBS가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嗶哩嗶哩·Bilibili)를 상대로 두 건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10월 11일과 11월 8일 상하이 양푸(楊浦)구 인민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KBS는 비리비리가 여러 건의 자사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저작권 침해 행위 중단 및 손실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침해 사실이 성립되면, 비리비리가 적지 않은 배상 책임을 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비리비리가 우리나라 방송사에 소송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1년 한국문화방송 MBC 역시 '저작 소유권 및 침해'를 이유로 비리비리에 소송을 제기했다.

비리비리 로고. 사진 바이두사진

비리비리 로고. 사진 바이두사진

비리비리는 최근 몇 년 동안 빈번하게 침해 분쟁에 휘말렸다. 중국에서 ‘피소의 왕’으로 통할 정도다. 경쟁 업체 아이치이(愛奇藝·iQIYI), 인터넷 기업 넷이즈(網易·NetEase)부터 중국 프로 스포츠 리그인 중국 슈퍼리그(CSL)와 중국 농구 협회(CBA)까지 모두 비리비리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UP주(UP主)*가 비리비리에 무단으로 올리는 원본 콘텐츠부터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해 만든 2차 창작물이 그 원인이다.

*UP주(UP主): 비리비리에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를 칭하는 말로 유튜브의 ‘유튜버’에 해당한다.

그러나 비리비리는 이를 비웃듯 더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2분기 총매출은 53억 400만 위안(약 96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올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대대적인 조처를 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비리비리의 최대 고민은 밀려드는 고소장이 아니라 광고와 커머스 등 새로운 수익 모델 구축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조회 수 vs 저작권 침해, 딜레마 빠진 비리비리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과 '런닝맨'. 사진 쿠팡플레이, SBS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과 '런닝맨'. 사진 쿠팡플레이, SBS

과거 우리나라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런닝맨’, ‘1박2일’ 등은 UP주에 의해 방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비리비리에 업로드되곤 했다. 중국 내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워낙 높아 조회 수가 수백만 회는 기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예능을 찾아보기 힘들고, 있더라도 짧은 2차 창작 영상 정도에 그친다. 이는 최근 KBS의 소송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업로더들은 조회 수가 잘 나오는 IP를 무단으로 올리고, IP 원작자들은 끊임없이 비리비리에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는 피소 외에도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업로더들이 올린 영상으로 인해 비리비리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 및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높지만, 비리비리 자체 IP가 아닌 만큼 수익화가 약하다는 것이다.

비리비리의 올해 2분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비리비리의 정회원 수는 2억 1400만 명에 달한다. 정회원의 12개월 차 유지율도 무려 80%로 안정기에 들어섰다. 비리비리의 초기 목표였던 이용자 수 확대는 이미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비리비리에 남은 과제는 ‘어떻게 상업화할 것이냐’다.

‘조회 수 대신 재생시간 수’, 비리비리의 상업화 전략

비리비리 CEO 천루이. 사진 허쉰망

비리비리 CEO 천루이. 사진 허쉰망

비리비리 14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에서 CEO 천루이(陳睿)는 비리비리가 앞으로 동영상 재생 수 대신 재생 시간으로 지표를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비리비리는 일부 UP주를 대상으로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UP주의 입장에서는 재생 시간 수를 늘리기 위해 콘텐츠의 퀄리티부터 협력 브랜드 선정 등에 더욱 신경을 가할 수밖에 없다.

비리비리는 효과적인 수입 증가를 위해 중차오(種草)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상업 거래 방면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팀을 조정하여 새로운 1급 부서인 ‘거래생태센터’를 설립했다. 그뿐만 아니다. ‘618 쇼핑 축제(618大促)**’ 기간 타오바오와 협력하여 데이터 분석으로 중차오 지수를 수치화하는 ‘씽훠 프로젝트(星火計劃)’를 시작했다.

*중차오(種草): SNS에 좋은 상품이나 정보 등을 공유해 타인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차오의 대상에는 물질적인 제품뿐만 아니라 여행과 같은 다양한 경험도 해당된다.
**618 쇼핑 축제(618大促):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징둥(京東)이 창립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중국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로 제2의 '솽스이(雙十一)'로 불린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라이브커머스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비리비리 라이브커머스와 비디오커머스로 수익을 올린 UP주의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0% 이상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아슬아슬’ 커뮤니티와 상업화 사이 균형 잡기

사진 zaker

사진 zaker

반대로 비리비리 사용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앱 첫 화면에 광고가 많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광고 영상을 봐야 하면 뭐하러 비리비리를 쓰냐"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는 콘텐츠 커뮤니티 성향이 강한 비리비리가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기존 커뮤니티 사용자를 계속 만족하면서 상업화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비리비리는 사용자와 UP주 간의 유대가 깊은 편이다. 비리비리에서 정량화할 수 있는 수치인 팔로워 수는 사실상 사역 트래픽(私域流量)*이기도 하다. 여기에 비리비리 특유의 탈중앙화 알고리즘이 더해지면서 UP주의 사역 트래픽 풀은 더욱 공고해졌다.

*사역 트래픽(私域流量): 엄청난 비용을 태워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를 진행하는 공역 트래픽(公域流量)과 달리, 공중 계정, 미니 앱 등을 통해 기업에 관심 있는 핵심 소비자에게 저비용 고효율의 브랜드 마케팅을 실시한다. 주로 소비자 개개인을 대상으로 침투하며,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을 강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비리비리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줄곧 콘텐츠 개발 및 사용자와 유대감 형성을 강조해왔다. 그런 만큼 라이브커머스 사업 진출 이후 가격 경쟁력, 사용자 소비력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고 증대 및 라이브커머스 사업 진출은 비리비리에 어느 정도 성장 동력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중국 내 거물급 회사들이 이미 점유율을 나누어 가진 분야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성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비리비리만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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