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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소비 욕구 주춤? 양극화된 중국인 소비 리포트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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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글로벌 업계의 우려 섞인 시선이 대륙으로 집중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는 팬더믹 이전인 2019년의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는 중국인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음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중국의 소비 시장은 업계별로 양극화되는 추이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중국 매체 상관(上觀)이 보도한 중국인 소비 실태 리포트를 통해 현 중국 소비 시장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먹는 건 늘리고, 입는 건 줄였다

사진 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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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계 들어와서 20년 동안 이렇게 고전하는 건 처음이에요.”

상관이 인터뷰한 현지 의류 매장 판매원의 말이다. 리오프닝 후 이른바 ‘보복성 소비’가 이어진다는데 왜 유독 의류 업계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중국인의 소비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즉, 식비는 늘리는 대신, 의류 및 상품 소비는 줄이고 있다. 2023년 상반기와 2019년 상반기 가계 소비 구조를 비교해 보면, 식품, 담배, 주류 지출의 비중이 가장 큰 폭(2.1%)으로 증가했다. 의료보건을 제외하면, 기타 소비는 그 비중이 다소 감소했다.

이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던 분야가 바로 의류 소비로, 1.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3년 참은 여행, 포기 못 해

사진 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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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행 관련 소비는 많이 증가했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로 지난 3년간 억눌린 여행 욕구가 폭발해서다. 필수재가 아닌 기타 소비를 줄이더라도 여행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국내 여행자 수는 23억 8400명(연인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의 연간 총여행자 수에 육박한 수치로, 동기 대비 63.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행자의 1인당 지출도 2022년 대비 19.3% 늘어나는 등 다소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더 큰 비용을 여행지에서 지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시 거주자의 중국 국내 여행 1인당 소비액은 동기 대비 21.64%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폰은 교체 안 해도 그만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한편, 휴대폰과 같이 필수소비재가 아닌 제품의 경우 의류와 마찬가지로 소비가 시들해졌다. 더 사용할 수만 있다면 굳이 교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최근 10년래 최저점으로 하락했다. 샤오미(小米)의 경우, 2023년 1분기 매출이 동기 대비 18.9% 감소했으며, 휴대폰 부문의 매출은 하락 폭이 30.8%로 더욱 두드러졌다.

부동산 불황에 가전⋅가구 소비도 줄줄이 하락

사진 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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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역시 불황에 빠졌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중국 30개 도시 분양주택 거래량은 동기 대비 3.9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선 대도시의 거래량이 동기 대비 15.54%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2~3선 도시 거래량의 동기 대비 증가율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2선 도시의 경우 13.22% 줄어들면서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7월 가전, 가구,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 관련 상품의 연평균성장률(CAGR)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빠짐에 따라 관련 시장에까지 그 영향이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 관련 상품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기준, 해당 부문 상품의 소매액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1.6% 감소했으며, 연평균성장률은 6.2% 줄어들었다. 일례로, 주요 가구 기업인 훙싱메이카이룽(紅星美凱龍)의 경우,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이 동기 대비 83.9-96.8% 감소한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는 가격 전쟁에 활활

사진 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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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동차 업계는 신에너지 차에 대한 수요와 업체 간의 ‘가격 전쟁’에 더해, 중앙 및 지방 정부에서 도입한 우대 정책에 힘입어 여전히 판매량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공업협회(中國汽車工業協會)의 데이터에 따르면, 7월 기준 신에너지 차 판매량은 452만 대로, 동기 대비 4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리해 보면, 현재 중국의 소비 시장은 여행 등 일부 부문에 ‘보복성 소비’가 나타나면서 내수를 견인하는 효과를 보고 있으나, 지방 도시의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구조적인 수요 부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대(北京大學) 광화경영대학원(光華管理學院) 류차오(劉俏) 교수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팬더믹이 가계 및 기업 자산에 입힌 충격을 해결할 수 있다”며, “업계 투자를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계 소비 측면에서는 “현금, 소비쿠폰 등 지원 정책을 통해 개인 및 가계 소비 의향 및 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며, “시장의 주체를 효과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선순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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