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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따라 피어난 문명…中 ‘어머니의 강’ 황하가 일으킨 도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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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수(治水). 한자 뜻 그대로 해석하면 '물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하나라의 우(禹)왕은 왕위에 오르기 전 치수를 담당하던 관리였다. 그는 당시 범람이 잦았던 황하의 물길을 잘 다스린 공로로 왕위에 올랐고, 성군의 반열에까지 오른다. 치수의 성공은 문명을 꽃피우는 기반이 됐다. 수량이 풍부한 황하 근처에서는 농업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하(夏), 은(殷), 주(周), 진(秦), 한(漢), 수(隋), 당(唐), 북송(北宋) 등 수많은 고대국가가 황하 근처에 수도를 정하고 나라를 번성해나갔다.

황하는 칭장고원에서 발원하여 서쪽에서 동쪽으로 5464km를 흐른다. 황하는 칭하이, 쓰촨, 간쑤, 닝샤, 네이멍구, 산시(陕西), 산시(山西), 산둥 등 9개 성(省)과 구(区)를 경유하며 중국 곳곳에 무한한 생명과 문명을 선물한다. 중국인들이 황하를 ‘어머니의 강(母親河)’이라 부르는 이유다. 고대부터 켜켜이 쌓여온 중국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황하 연변 도시 5곳을 소개한다.

쓰촨(山西)|14년째 행복도시 1위 석권, 천혜의 땅

쓰촨 자이언트 판다기지(왼)와 황룽풍경명승구(오). 셔터스톡

쓰촨 자이언트 판다기지(왼)와 황룽풍경명승구(오). 셔터스톡

중국 서남부 내륙 지역에 위치한 쓰촨은 중국 정부가 선정하는 행복도시 1위를 14년째 석권할 정도로 사람 살기 좋은 곳이다. 쓰촨은 예로부터 풍부한 물과 비옥한 땅 덕에 '황제의 곳간'으로 통했다. 오늘날에도 쓰촨은 중국 내 쌀 생산량 1위, 밀 생산량 2위로 중국의 곡창으로 통한다. 중국의 31개 성 가운데 GDP 규모 6위, 노동 인구 90%가 평균 35세로 경제 활력도 갖췄다. 인문 자원도 뛰어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 5곳에 이른다. 먼저, 푸바오가 신랑감을 찾기 위해 가는 곳으로 알려진 '자이언트 판다 기지'가 있다. 세계에 존재하는 1600여 마리의 자이언트 판다 중 85%가 쓰촨에 서식 중이다.

이밖에도 주자이거우(九寨溝), 황룽(黃龍)풍경명승구, 어메이산(娥眉山)과 러산대불(樂山大佛), 두장옌(都江堰)-칭청산(靑城山)은 쓰촨 지역의 아름다운 지형, 번성한 문화를 보여준다. 쓰촨은 차(茶) 문화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찻집이 쓰촨에 있으며 중국 8대 요리로 꼽히는 쓰촨 요리는 매운 맛으로 유명하다.

허난(河南)|역대 왕조가 수도로 점 찍은 땅

뤄양 용문(龍門)석굴(왼)과 2011년 4월, 뤄양의 소림사에서 쿵푸를 선보이는 소림사 승려(오). 셔터스톡

뤄양 용문(龍門)석굴(왼)과 2011년 4월, 뤄양의 소림사에서 쿵푸를 선보이는 소림사 승려(오). 셔터스톡

황하의 중하류 지역에 위치한 허난은 중국 역사상 20여 개의 왕조가 이 지역을 도읍으로 정했을 만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중국 문명 발상지로 통한다. 매년 진흙을 날라오는 황하 덕에 비옥해진 허난땅 위에서는 자라지 않는 곡식이 없었다. 허난이 중국 최대 곡창지대가 된 까닭이다. 풍요로운 땅 허난에서 중국 4대 발명품 가운데 나침반, 제지술, 화약이 탄생했다. 갑골문자도 허난에서 출현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허난의 도시를 수도로 삼은 왕조도 많았다.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뤄양(洛陽), 6개 왕조의 수도였던 카이펑(開封), 오늘날 허난의 성도인 정저우(鄭州)가 있다. 오랜 역사만큼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도 보유하고 있다. 뤄양 용문(龍門)석굴은 중국 황실 석각 예술의 보물창고로 불리며, 중국 고대 상왕조(은나라 BC 16-11세기) 안양은허(安陽殷墟) 유적지에서는 갑골문을 비롯한 청동기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쿵푸의 고장이기도 하다. 매년 수 많은 관광객들이 쑹산 소림사(少林寺)에 들러 쿵푸 수련 장면을 감상한다.

산시(山西)|중국 5000년 역사를 보려면 여기로…

핑야오 고성(왼)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인 응현목탑(오). 셔터스톡

핑야오 고성(왼)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인 응현목탑(오). 셔터스톡

‘중국의 현대를 보려면 상하이를, 중국의 근대 500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을, 5000년 중국 역사를 보려면 산시(山西)로 가라’라는 말이 있다. 산시(山西)는 중국 고대 문화, 예술의 성지다. 송나라 이전 목조 건축물을 대륙에서 75% 이상 보유하고 있어 동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은 답사가들에게 볼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핑야오(平遙) 고성에서는 2500년 전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목탑인 숴저우(朔州)의 응현목탑(應縣木塔)도 산시에 있다. 1056년 요나라 때 지어진 응현목탑은 오로지 나무로만 이어 만들었으나, 큰 지진(1305년)에도 피해를 입지 않고 낙뢰에도 그을음 하나 없어 미스터리한 건축물로 꼽힌다. 산시하면 면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산시는 중국 누들로드의 시발점으로 탄광에서 일하던 산시 지역 광부들이 풍부한 석탄 자원을 활용해 빠르게 국수를 끓이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최근 한국의 마라탕 열풍으로 덩달아 이름을 알린 흑식초 '라오천추(老陳醋)'도 산시의 특산품이다.

간쑤(甘肃)|이국적 면모로 가득… 실크로드 교통의 요충지

간쑤성 둔황시의 유명 관광지인 밍사산과 웨야취안(왼), 오랜 세월 수만 번의 지질운동과 풍화, 퇴적 작용을 통해 다채로운 색층을 형성한 칠채산(오). 셔터스톡

간쑤성 둔황시의 유명 관광지인 밍사산과 웨야취안(왼), 오랜 세월 수만 번의 지질운동과 풍화, 퇴적 작용을 통해 다채로운 색층을 형성한 칠채산(오). 셔터스톡

중국 서북부에 위치한 간쑤성은 실크로드 교통의 요충지로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융합해 이국적 면모를 자아내는 지역이다. 700여개의 동굴과 2400여개의 조각상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 석굴 사원 유적인 둔황(敦煌) 모가오쿠(莫高窟, 막고굴)을 비롯해 밍샤산(鳴沙山)과 웨야취안(月牙泉, 월아천)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간쑤성의 성도인 란저우(蘭州)는 황하가 도시를 관통해 또 하나의 장관을 선사한다. 란저우에서 약 500km 떨어진 곳에는 일곱 빛깔의 색이 일흔 개의 빛으로 너울댄다하여 이름 붙여진 '칠채산(七彩山)'이 있다. 외계 행성에 온 듯한 비현실적 풍광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장예(張掖)의 다포사에는 중국 최대 규모(35m)의 전신 금박 석가모니상이 누워있다.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란저우 우육면은 국가 무형문화재(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칭하이(靑海)|성 전체가 생태보호구역

타얼스의 여래팔탑(왼)과 칭하이호(오). 셔터스톡

타얼스의 여래팔탑(왼)과 칭하이호(오). 셔터스톡

중국 북서부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칭하이성은 한반도의 3배 크기로 성 전체를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황하, 양쯔, 란창(瀾滄, 메콩)강의 시발지이자 수원지이기 때문이다. 인구의 절반이 장족, 회족, 토족 등 소수민족으로 각각의 민족이 다양한 종교를 신봉하고 있다. 특히 티베트 불교 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칭하이 대표 사찰인 타얼스(塔爾寺)에 들러야 한다. 타얼스는 중국 라마불교 6대 사원 중의 하나로 초대 달라이라마라고 추앙받는 ‘종카바(宗喀巴)’를 모신 곳이다. 사찰에 들어서면 1776년 석가모니의 8대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여래팔탑이 시선을 끈다.

시닝(西寧)에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인 칭하이호가 있다. 칭하이호의 호반 도로 길이만 380km에 이른다. 규모가 워낙 거대해 장족들은 이 호수를 '푸른 바다'라고 불렀다.

중국 칭하이성 울란의 차카염호(Salt Lake)(왼)와 G315 국가 도로(오). 셔터스톡

중국 칭하이성 울란의 차카염호(Salt Lake)(왼)와 G315 국가 도로(오). 셔터스톡

칭하이에는 젊은 세대가 좋아할 여행 스팟도 많다. 아시아의 '우유니 사막'으로 불리는 차카염호(茶卡盐湖)와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고 해 소셜미디어 상에서 유명해진 G315 국가 도로가 있다. G315 국가 도로는 긴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특유의 기복 지세를 따라 형성됐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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