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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22만 명 줄어…홍콩에 일할 사람 없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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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일할 사람이 없다. 2019년 반정부 시위 이래 2022년까지, 노동인구 22만 명이 홍콩을 떠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노동인구가 9만4100명(2.4%) 줄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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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다양하다.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사회적 불안,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 경쟁국인 싱가포르로의 다국적기업 본사 이전,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 본격화, 낮은 출산율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해 홍콩에 심각한 노동력 감소를 유발했다.

홍콩 조사통계국에 따르면 민간 부분의 일자리 공석은 2021년 3월 약 3만 9300개에서 2023년 3월 약 7만 780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중 인력이 가장 부족한 업종은 항공, 건설, 물류, 의료 등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 2만명, 건설업계 1만4000명 필요해 

사진 Alamy Stock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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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니아 러우(Lavinia Lau) 홍콩 항공사 대표 이사회 의장은 노동력 부족이 리오프닝 이후 항공 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홍콩 국제공항에서 근무 중인 인력은 5만 3000명으로, 코로나 19 유행 전인 2020년 초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부족한 인력 탓에 홍콩 국제공항은 지난 6월, 2019년 수준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330만 명의 여객을 처리했다. 홍콩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공항을 2019년 수준으로 재건하기 위해선 2만 명의 인력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 부문의 인력 부족도 만만치 않다. 베르나데트 린(Bernadette Linn)홍콩 개발부 장관은 올해 건설 부문에 1만 400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4년 뒤인 2027년에는 4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홍콩 당국은 지난 6월 입국 규정을 완화해 2만 7000여명의 외국인 인력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건설업에 1만 2000명, 운송 및 물류업에 8000명, 항공업에 6300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발표 두 달만인 지난달 중순, 1차로 항공업에 종사할 외국인 인력 2800여명의 입국을 승인했다.

병원도 인력 부족, 외국인 의대생 모셔온다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곳은 병원이다. 특히 홍콩 내 의사 수가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입법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홍콩의 의사 이탈률은 7.7%로,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2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를 3.4명으로 권고하고 있는데, 이에 비추어보면 홍콩에는 1만 1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

 홍콩 병원 관리국(Hospital Authority)의 해외 수련의 모집 홍보 배너. 사진 홍콩 병원 관리국

홍콩 병원 관리국(Hospital Authority)의 해외 수련의 모집 홍보 배너. 사진 홍콩 병원 관리국

 지난 6월 3월, 홍콩중문대학교 의과대학 부학장 브라이언 얀(Bryan Yan)교수가 호주 시드니에서 홍콩 내 해외 수련의의 취업 기회와 전망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 GovHK

지난 6월 3월, 홍콩중문대학교 의과대학 부학장 브라이언 얀(Bryan Yan)교수가 호주 시드니에서 홍콩 내 해외 수련의의 취업 기회와 전망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 GovHK

부족한 의사를 충원하기 위해 홍콩은 해외 수련의에 대한 홍콩 내 의사 자격시험 면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외 유수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홍콩에서 추가 자격시험 없이 의사로 일하는 것을 허용한 조치였다. 다만, 전문성 약화 우려 등을 고려해 초기에는 허용 대학을 미국의 존스 홉킨스, 영국의 옥스퍼드와 같은 최상위 대학 27곳으로 한정했다.

이후 홍콩 당국은 런던과 시드니 등을 돌며 현지 의대생, 인턴,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한 ‘홍콩 개원 설명회’를 진행했다. 높은 연봉과 워라밸,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앞세워 해외 인재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반응은 예상보다 저조했고, 인재 유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홍콩 당국은 관련 기준을 또 한 번 완화했다. 즉, 초기에는 허용 대학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중국 본토 의과대학 6곳-칭화(清華), 푸단(復旦),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 저장(浙江), 우한(武漢), 중산(中山)-을 추가하고, 홍콩 공립병원 의사에게 요구하던 광둥어 구사 요건도 없앴다.

이밖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정보기술(IT)분야의 인력 부족 규모도 확대할 전망이다. 홍콩은 최근 몇 년간 과학기술혁신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가속하며 금융 등에 집중된 산업 구조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IT분야 헤드헌팅 업체 벤처닉스(Venturenix)는 홍콩이 앞으로 5년간 10만명의 IT 인재를 추가로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관련 학과 졸업생은 연간 1500명에 불과해 가까운 미래에 IT업계에서도 극심한 인력난이 예상된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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