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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할 수 있는 건 없어”…92세 TSMC 창업주 누구?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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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TSMC의 본사는 대만 신주시의 ‘모리스 창 빌딩(Morris Chang Building)’에 있다. 모리스 창(장중머우, 張忠謀). 2018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TSMC 창업주의 이름이다. 모리스 창은 인텔 창립자 고든 무어(Gordon Moore, 1929~2023)와 앤디 그로브(Andy Grove, 1936~2016)를 비롯한 반도체 1세대가 모두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본사. 본사는 모리스 창 빌딩으로도 불린다. 셔터스톡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본사. 본사는 모리스 창 빌딩으로도 불린다. 셔터스톡

지난 4일 모리스 창은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모든 급소(choke point)를 잘 통제하고 있다”며 “이 급소를 쥐고 있는 한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반도체 전쟁이 미국의 압승으로 끝날 것으로 분석했다. 모리스 창은 그간 주요 행사에서 반도체 산업 전망에 대해 단호한 입장과 소신을 밝혀왔다.

모리스 창은 1931년생으로 올해 92세다.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은 홍콩에서 보냈다. 2차 세계 대전을 피해 다니다미국에 이민을 갔고 하버드대학교에 입학, 메사추세츠 공대(MIT) 기계공학과로 편입했다. 반도체와의 인연은 1955년 미국 실바니아 전자에 입사하며 시작됐다. 이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Taxas Instrument)에서 수석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모리스 창은 25년 이상 반도체 업계에 몸담으며 산업 전반을 통달하게 된다. 1987년,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달라'는 대만 정부의 요청에 TSMC를 창업해 2005년까지 약 20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모리스 창이 은퇴한 지 3년 만에 금융 위기가 닥쳤다. 당시 경영자는 투자를 줄이고,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반도체 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연구 개발에 투자하며 기업을 성장시켜온 모리스 창은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2010년 경영에 복귀한다.

2019년 대만 신주에서 열린 TSMC 체육대회에 참석한 창업주 모리스 창(가운데). 셔터스톡

2019년 대만 신주에서 열린 TSMC 체육대회에 참석한 창업주 모리스 창(가운데). 셔터스톡

미국 보스턴에서 모리스 창을 수차례 만난 적이 있는 〈칩 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TSMC 창업주 모리스 창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모리스 창은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와 비교할 수 있는 기업가

모리스 창은 1970~80년대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한다는 발상을 내놨다. TSMC의 경영 신조인 ‘고객사(반도체 설계회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파운드리 업체의 존재 이유를 잘 설명한다. 그는 당시 반도체 설계 기술이 없었던 대만에서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는 것에 몰두하지 않고, 반도체 위탁 생산을 전문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당시만 해도 이런 생각 자체가 ‘혁신’이었다.

TSMC는 고객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기술 유출 부분에 있어 극비사항을 유지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양산해내며 업계 점유율 60%를 달성했다. 반도체가 이렇게까지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에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 내공을 쌓아온 결과다.

모리스 창은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 높았지만, 기업 경영과 사업 확장에도 탁월한 안목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TSMC는 엔비디아, 퀄컴, AMD 등 4차 산업의 주요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TSMC를 만든 건 애플과의 협력이다. 2010년 애플의 현 최고운영책임자인 제프 윌리엄스와의 식사 자리에서 양사의 발전 가능성과 협력에 대해 논의한 후 TSMC는 아이폰, 아이패드의 모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자사에서 제조하기 시작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TSMC는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2023년 8월 18일 기준 TSMC의 시가총액은 4350억 달러다. 같은 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3360억 달러)을 가뿐히 따돌리고 있다. TSMC는 대만을 이끄는 엔진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21년 기준, TSMC는 대만 국내총생산의 5.7%, 전체 수출의 9.7%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TSMC를 대만의 경제이자 산업이자 경쟁력으로 이끈 모리스 창. 그가 30년 전 대만에 들여온 건, 기술이 아닌 ‘전략’이었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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