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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도 인정한 부동산 위기, 얼마나 심각하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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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2분기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8조 6000억 위안(7056조 85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포인트 감소했다. 매우 이례적으로 ‘성장에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셔터스톡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2분기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8조 6000억 위안(7056조 85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포인트 감소했다. 매우 이례적으로 ‘성장에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셔터스톡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수급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7월 24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처음으로 이런 내용의 발언이 나왔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로 인한 혼란을 중국 정부조차 인정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겨울이 매우 길어질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의 7월 주택 판매액은 1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7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3504억3000만 위안(약 54조59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전월 대비 33.5% 감소했다.

아래에서 제시하는 3가지 지표는 현재의 중국 부동산 시장 불황이 상승 주기에 들어서면 회복될 수 있는, 주기성(週期性)으로 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국유토지 판매 수입 20%↓… 2017년으로 후퇴

중국 재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유 토지 판매(토지양도금) 수입은 1조 8687억 위안(341조 37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이는 2017년 수준이다.

그러나 회계감사 기구인 심계서(審計署)의 ‘2022년도 중앙예산 집행 및 기타 재정수지에 관한 국무원 감사업무 보고’를 보면, 무작위 추출 검사 결과 70개 지역에서 국유자산 ‘자체 매매(自賣自買),’ 허위토지거래 등을 통해 861억 3000만 위안(15조 7342억 원)의 재정수입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토지양도금 수입이 “전년 대비 20.9% 감소했다”는 공식 데이터도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2022년 전국 부동산 기업의 토지양도금 중 국유 부동산 기업의 비율이 85%(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이 53%, 지방 도시건설 투자회사가 32%)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2분기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8조 6000억 위안(7056조 85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포인트 감소했다. 매우 이례적으로 ‘성장에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2012년 이후 2021년까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2022년 9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조기 상환 붐이 일면서 “조기 상환을 하려면 줄을 서야 한다”는 말이 SNS 등에서 횡행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에 따라 전국 수십 개 도시에서 생애 첫 주택의 담보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해 금리가 4% 이하로 떨어지면서 기존 주택 구매자들의 5%대 고금리와 격차가 벌어졌다. 이에 반해 일반 재테크 상품은 금리가 대부분 3.3% 안팎에 불과해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기존 주택 구매자들의 조기 상환이 급증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인민의 경제 전망과 미래 소득에 대한 우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선택의 부재 등이 주택담보대출 조기 상환을 선택하게 했다”고 했다.

이런 요인들이 6대 국유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을 걸어 2022년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연간 신규 대출의 4.66%에 불과했다. 중국 경제관측망이 6대 국유은행의 2022년 연차보고서 통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2년 국유은행인 건설은행,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교통은행, 중국우정저축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액은 각각 930억2600만 위안, 693억600만 위안, 1043억 위안, 902억9500만 위안, 231억3100만 위안, 924억 위안으로 총 4724억5800만 위안이다. 지난 몇 년간 이들 은행의 해당 대출액이 매년 수천억 위안씩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부동산 대출잔액 비율 급감

인민은행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말 부동산 대출 잔액이 53조37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했고, 신규 부동산 대출은 1549억 위안으로 같은 기간 각종 대출 증가량의 1%를 차지했다. 부동산 대출 증가율은 2016년 27%를 찍었고 지난해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던 2021년이 7.9%였다.

2012~2021년 동안 매년 신규 부동산대출액은 최소인 2012년 1조3500억 위안, 최대였던 2018년 6조4500억 위안으로 매해 조 단위를 찍었고 각종 대출 증가분 중 최소 17.4%, 최대 44.8%를 차지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 당국이 부동산을 중점적으로 지원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후 2022년 대출은 7213억 위안으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각종 대출 증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로 급감했다. 중국 당국은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2023년 들어서도 부동산 대출 비중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신규 부동산 대출은 같은 기간 각종 대출 증가량의 1%까지 줄어들었다.

이렇게 신규 부동산 대출이 급감한 데는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마이너스 증가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택을 구매하지 않아서다. 부동산 개발 대출 잔액 증가율이 낮은 것은 은행이 당국의 정책 압력에 저항하며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해온 ‘부동산 금융지원 16가지 대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집을 사서 부자가 된다’는 신화는 옛말이 됐다.

은행은 이제 신용대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고, 인민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지 않으려 한다. 그 결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부동산 기업이 수렁에 빠지고→ 지방정부의 토지매각 수입이 급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이 악순환을 끊는 것은 극히 어렵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그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지 관심이지만 현 상황은 회의적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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