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황제’가 돌아왔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해양산업과 신에너지 융합 발전의 가능성에 투자했다. 중국 당국의 빅테크 규제 이후 자취를 감췄던 마윈의 새로운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미터(1.8 Meters)
마윈이 실질적 주인으로 알려진 회사의 이름이다. 올해 3월 홍콩에 둥지를 튼 ‘1.8미터’는 마윈을 비롯해 알리바바 계열사 출신 걸출한 인사들이 설립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7월 20일, 이 회사를 지배주주로 한 ‘1.8미터 해양 테크놀로지(一米八海洋科技 )’라는 회사가 새로 등록됐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은 해상 풍력발전, 태양광 발전 등 신에너지 연구개발 및 기술 서비스와 해양 공정 장비 제조 및 판매다. 업계는 이를 통해 얼마 전 귀국한 마윈이 새로 선택한 분야가 해양산업과 신에너지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으며, 그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황금알 품은 ‘해양 경제’
세계 자연기금이 공동 편찬한〈중국 해양경제 보고서 2022(中國藍色經濟報告2022)〉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해양 생산총액은 8조 위안(약 1456조 4800억원)에 달하며, 중국 해양의 총 가치는 54조 위안(약 9831조 2400억원)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또 “해산물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거래량이 가장 많은 식품 중 하나”라고 밝혔다.
마윈이 해양산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9월, 마윈은 겅하이무양(耕海牧洋)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 이 회사는 14억 위안(약 2548억 2800만원)을 투자해 현대화 스마트 어업 프로젝트에 돌입했으며, 오는 11월 산업단지 조업을 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찍이 마윈은 일본의 관련 대학을 방문해 양식업 기술의 활용법을 배웠고, 은퇴 후에는 네덜란드, 일본, 태국 등 여러 국가의 농업연구기관을 찾아 농어업 기술 현황을 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저탄소 정책에 탄력받는 ‘해상 발전’
업계에서는 마윈이 픽한 신산업 가운데 특히 해상 발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설립된 ‘1.8미터 해양 테크놀로지’의 주요 사업이 바로 해상 풍력⋅태양광 발전을 필두로 한 신에너지 분야다. 중국 매체 후슈(虎嗅)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해상 풍력발전과 해양산업의 융합발전이 각광받기 시작한 데다, 마윈까지 이 분야에 발을 들이면서, 향후 업계 내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 당국이 해상 발전과 탄소 저감에 관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한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에너지 소비 총량과 에너지 소비 강도를 동시에 제어하는 ‘이중통제(雙控)’ 정책은 보다 정밀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기업의 경우, 이전에는 에너지 소모량만 지키면 됐으나, 이제는 친환경 발전인지 화력 발전인지 여부에 따라 계산이 달라지는 등 요구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신에너지 업계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에는 ‘농업+태양광 발전’ 모델을 중심으로 풍력발전 및 태양광 발전 자원이 풍부한 서북 지역에 해당 산업이 집중됐었다. 동부 지역에서는 특고압 송전망을 통해 서부의 친환경 전력을 끌어다 써야 했다.
그러나 이중통제 정책 도입 후에는 동부 지역에서도 신에너지 해상 산업 벨트(新能源海上產業帶)를 통해 서부 지역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된다. ‘농업+태양광 발전’ 모델을 ‘수산물 양식+해상 풍력⋅태양광 발전’ 방식으로 전환한 셈이다.
중국 국가에너지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6월 말 기준 중국 풍력발전 누적 설비 용량은 3억 8900만 킬로와트로,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육상 발전이 3억 5800만 킬로와트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시작이 늦은 해상 발전은 3146만 킬로와트에 그쳤다. 그만큼 해상 발전의 미래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윈은 이번에도 성장 잠재력에 투자했다. 그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포문을 열고, 신유통(新零售) 바람을 일으키는 등 시종일관 업계의 트렌드를 선도했던 인물이다. 그동안 쌓인 알리바바의 기술력과 데이터, 경험치도 간과할 수 없다. 돌아온 마윈의 행보와 새로 설립된 1.8미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