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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급 인기? 中 초중고생 사이 열풍 일으킨 이것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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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칭화대 동문에서 초·중생 연수 패키지여행단이 박사학위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新京報 캡처

7월 14일 칭화대 동문에서 초·중생 연수 패키지여행단이 박사학위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新京報 캡처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 베이징대 앞에 학생 단체가 줄을 길게 늘어섰다. 이날 베이징을 찾은 학생들은 펄펄 끓는 더위에도 교복을 입고 칭화대와 베이징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이번 여름방학, 중국 현지에서는 초·중생 ‘연수 패키지여행(研學旅遊)’이 전례 없는 인기를 끌었다. 현지 온라인 여행사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여름방학 연수 패키지여행 예약 규모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30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천 억 위안 시장, 날로 커지는 규모

사진 金錯刀 캡처

사진 金錯刀 캡처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여름방학 기간 대도시의 박물관, 과학관 등 명소들은 유독 예약 난이도 ‘극악’을 자랑했다. ‘연수 패키지여행’을 온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뤄서다. 중국 유수의 명문대와 역사 유적지가 집중된 베이징의 경우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지난 7월 16일, 중국 국가박물관(國家博物館)은 관내 질서유지를 위해 사전 허가 없이는 박물관 내부에서 해설을 금지했다. 대표적인 명문대인 칭화대와 베이징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7월 말, 베이징대는 46명의 동문이 연수 패키지 단체의 캠퍼스 방문 예약을 대가로 1인당 약 1만 위안(약 180만원)씩 총 150만 위안(약 2억원)을 받았음을 발견해, 즉각 해당 동문의 예약 권한을 취소 조치했다. 칭화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기 정상급 아이돌의 콘서트 티켓 예매라도 하듯 ‘몇 초 컷’ 예매 전쟁을 벌여야 했다.

사진 環球網 캡처

사진 環球網 캡처

이처럼 이번 여름방학 중국에서는 이른바 ‘연수 패키지’ 열풍이 하늘을 찔렀다. 연수 패키지란, 학습과 여행을 결합한 상품으로, 대학 탐방과 체험 활동 등으로 구성된 학생 단체 여행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여행 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연수 패키지여행 발전 보고서(中國研學旅行發展報告)〉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중국의 연수 패키지여행 관련 기관의 수는 이미 3만 곳을 돌파했으며, 시장 규모는 천 억 위안(약 18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인 2022년 중국의 연수 패키지여행자 수는 600만 명(연인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중국의 연수 패키지 시장은 매해 그 규모를 빠른 속도로 키워나가고 있다.

사교육 규제에도 커지는 교육열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지난 2021년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펼치면서 빅테크, 부동산과 함께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되었지만, 현지 학부모의 교육열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연수 패키지여행 열풍은 중국 학부모들의 자식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관련 기업들이 불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중국 기업조사기관 치차차(企查查)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5월 중국의 신규 연수 패키지여행 관련 기업의 수는 322개로, 동기 대비 무려 8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여행사, 교육기관, 컨설팅업체 등이 포함된다. 이 분야 주요 기업 스지밍더(世紀明德)의 경우, 지난 2018년 중소⋅벤처기업 전용 장외 거래시장인 신삼판(新三板)에 상장해 시가총액이 한때 15억 위안(약 27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신둥팡(新東方), 쉐얼쓰(學而思), 왕이유다오(網易有道) 등 대기업도 연수 패키지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실속 없는 패키지 상품, 전문 인력 늘려야

“명문대 탐방으로 대입의 꿈을 심어주세요.” “베이징에서의 1주가 평생을 결정합니다.”

연수 패키지여행 상품 전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홍보 문구다. 관련 기업들은 ‘아이의 견문을 넓혀준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우선 테마가 다원화하는 추세다. 명문대, 박물관, 과학관 견학은 가장 일반적인 테마에 불과하며, 자식을 위한 학부모들의 염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염전 체험, 야생 체험 등 다양한 테마와 지역적 특색에 맞는 다양한 체험 활동이 패키지로 출시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군대 훈련 체험 상품까지도 등장했다.

염전 체험. 사진 視覺中國 캡처

염전 체험. 사진 視覺中國 캡처

가격대 역시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신둥팡이 이번 여름방학 선보인 제1회 예술 연수 캠프(藝術研學營)의 1인당 참가비는 3만 위안(약 500만 원)에 달한다. 중국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음악 거장들을 대거 초청한 프리미엄 캠프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연수 패키지 프로그램 대다수가 ‘실속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많은 학생이 몰린 이번 여름, 대학탐방의 경우 학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에 그치고, 기업 방문은 해당 기업의 기념품점에 들르는 데 그치는 등 진정한 의미의 ‘연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해외 연수의 경우, 현지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고 홍보해 놓고, 실제로는 회의실에서 몇 분 대면한 것으로 끝나는 식이었다.

〈중국 연수 패키지여행 발전 보고서 2021〉에 따르면, 미성숙한 프로그램과 비용 부족, 인재의 결핍이 이러한 폐단을 낳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고비용이 요구되고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인데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업체가 전문성과 노하우 없이 뛰어든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지닌 인솔자의 부재로 연수 패키지의 효용성이 변질되고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올여름 성수기의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전문성이 부족한 외부 업체에 프로그램을 위탁하거나, 패키지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인력에 학생의 인솔을 맡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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