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다.
오직 제조사가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지난 3월, 화웨이 순번 회장 쉬즈쥔(徐直军)은 화웨이는 스마트커넥티드카(ICV) 부품 공급사로써 자동차 기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이며 ICT(정보통신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이토 브랜드와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이토(AITO·問界)는 화웨이가 중국 전기차 업체 싸이리쓰(賽力斯·SERES)와 합작해 만든 전기차 브랜드다. 2021년 첫 번째 전기차 모델 M5와 두 번째 모델 M7를 출시했다.
화웨이는 아이토의 차량 설계부터 홍보, 마케팅, 판매 등의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토 전기차 시리즈는 화웨이의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하모니(Harmony·鴻蒙)가 탑재됐다. 전기차 모터와 전기차 구동 시스템인 ‘드라이브 원’ 역시 화웨이가 개발했다. 아이토는 전국의 화웨이 매장뿐 아니라 아이토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화웨이는 이처럼 자동차를 위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화웨이가 개발 중인 기술은 전기차 충전 솔루션, 인포테인먼트 솔루션, 스마트 센싱(레이저, 라이더, 카메라), 차량용 소프트웨어 등을 아우른다.
2021년 화웨이는 베이징 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지후(極狐,ARCFOX)’와 손잡고 스마트 카 ‘알파S 화웨이 HI 모델 ‘을 출시했다. 이 차량은 '화웨이 인사이드(inside) 스마트 기술'을 응용한 럭셔리 순수 전기차로, 화웨이가 처음으로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최고 단계의 자율주행 ADS 시스템을 탑재해 양산한 모델이다.
당해 11월엔 장안(長安)자동차, 닝더스다이(CATL)와 합작한 첨단 스마트카 브랜드 '아웨이타(阿維塔)'를 설립, 전기 SUV 모델인 E11을 선보였다.
지난 2일 화웨이는 중국 자동차 기업 장화이(JAC·江淮汽車)와 함께 ‘원제(問界)’ 시리즈의 다목적 차량(MPV)을 공동 개발해, 2024년 2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장화이자동차와 화웨이는 2019년 12월에 합작 프레임워크 협약과 MDC 플랫폼 프로젝트 합작 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자율주행, 스마트 콕핏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 분야에 심도 있는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성적은 저조하다.
아이토는 화웨이 브랜드를 등에 업고 야심 차게 전기차를 내놨지만 저조한 실적으로 화웨이 이름값만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싸이리쓰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04% 감소한 1만 8754대로 집계됐다. 이 중 아이토 판매량은 56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99% 감소했다. 7월 아이토의 M5, M7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 감소한 4240대에 그쳤다.
연간 판매량 성과도 좋지 못하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185만 대)나 테슬라(131만 대)에 비해 아이토는 7만대로(추정), 크게 뒤처지는 상황이다.
한때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게재하며 전기차 산업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화웨이의 전기차 사업 중단 선언에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출 제재로 인해 전기차용 소프트웨어 제공이 어려워진 데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이 중단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자동차와 영영 멀어질 것 같던 화웨이. 그러나 지난 7일, 화웨이 스마트카 솔루션 비즈니스유닛 CEO 위청둥 (余承東)은 화웨이 ‘훙멍OS4가 최초로 탑재된 첫 번째 순수 전기 쿠페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이어 중국 체리자동차(奇瑞·CHERY)와 함께 합작 브랜드 럭시드(Luxeed)를 설립하고 첫 번째 전기 세단을 공개했다.
코드명 ‘EH3’로 불리는 해당 차량은 4도어 세단으로, 체리자동차의 고급 지능형 전기차 플랫폼 ‘E0X’를 기반으로 한다. 배터리는 듀얼 모터 및 70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CATL의 배터리가 장착될 예정이다.
화웨이에 따르면 EH3는 200km에 달하는 도심 및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화웨이 ADS 2.0 시스템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라이다(LiDAR) 센서와 11대의 HD 카메라, 12대의 초음파 레이더, 3㎜ 파 레이더 등이 탑재됐다. 화웨이의 훙멍OS 4.0 멀티미디어 시스템도 지원해 비디오 게임과 쿼드콥터 카메라의 이미지 투사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계획에 따르면 럭시드는 올해 8월 산업통상자원부 제품고시에 등재돼 올해 4분기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성과 미미한데… 화웨이는 왜 자꾸 차를 만들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11.3%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애플, 오포, 비보, 아너, 샤오미 등 5개 경쟁사에 밀려 6위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컨슈머 비즈니스 매출은 2020년 4830억 위안(670억 달러)으로 정점을 찍은 뒤, 1년 후 거의 50% 급감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최신 4G 및 5G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생산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대규모 AP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다. 미국 제재 이후 미국과 유럽 정부는 화웨이를 보안 위험 기업으로 분류했으며, 이후 화웨이는 비축된 칩을 사용해 제한된 수량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해 왔다.
이에 화웨이는 미래 먹거리로 ‘자동차’를 꼽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의 매출은 올 상반기에 10억 위안(약 1826억 원)에 이르렀다. 스마트카는 스마트폰만큼 수량이 많진 않겠지만, 금액이 커 스마트폰 판매 감소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화웨이의 입장이다.
게다가 지난 6월 중국 당국이 신에너지차 구매세 전액 감면을 2025년까지 연장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올해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가 850만∼900만 대에 이르고, 2025년에는 1천2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쓰디쓴 고배를 마신 과도기 시절의 화웨이, 이번엔 한층 더 전문성 있는 판매에 나섰다. 향후 광범위한 지역 네트워크를 쌓으며 전문 매장을 열고 럭시드 브랜드를 딜러 그룹과 협력하여 별도의 자동차 판매 채널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 드라이빙, 하드웨어 분야에서 이미 최고 수준을 갖췄기에 마케팅과 판매 채널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신차 출시가 선두를 달리는 BYD와 테슬라를 꺾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