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중국 대표 훠궈집이 보급형 매장 선보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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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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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라오의 서브 브랜드 '하이라오 훠궈' 매장. 사진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

하이디라오의 서브 브랜드 '하이라오 훠궈' 매장. 사진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

한때 만원의 행복이라는 예능이 있었다. 만원으로 일주일을 사는 컨셉의 프로그램이었다. 20년 전 당시에도 만원으로 일주일을 살기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의 물가로는 만원으로 단 하루를 버티기에도 쉽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황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소비 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요식업계는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지난 국경절 연휴, 중국 대표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海底捞)가 서브 브랜드를 론칭했다. 당초 하이디라오는 최고급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훠궈업계를 평정했다. 이후, 해외진출에 나선 하이디라오는 한국에도 매장을 다수 보유해 국내 훠궈 마니아들에게도 잘 알려진 브랜드다. 다만, 마음 놓고 재료를 추가하다가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훠궈집이기도 하다. 이처럼 고품질 식재료, 최상의 서비스를 상징하는 하이디라오가  가성비를 고려한 보급형 훠궈 브랜드를 선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라오 훠궈의 셀프바. 사진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

하이라오 훠궈의 셀프바. 사진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친서민’을 내세운 하이디라오 보급형 매장의 이름은 하이라오 훠궈(嗨捞火锅 HAILAO HUOGUO)다. 매장 내에 비치된 셀프바에서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고르는 방식으로, 1인분에 평균 60-80위안(약 1만-1만 4천 원) 선에서 훠궈를 즐길 수 있다. 현지 하이디라오 매장의 1인당 소비액이 2만 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50%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대신 젤 네일, 수타면, 샐러드 바 등 하이디라오의 전매 특허 서비스는 누릴 수 없다.

사실 하이디라오가 서브 브랜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가성비를 앞세운 면 전문점, 덮밥 브랜드 등을 선보였었다. 최근 들어서는 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도 친서민적인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야시장 노점 판매, 매장 내 샴푸 서비스, 콘서트 후 무료 서틀버스 서비스 등을 통해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하이디라오 매장의 1인당 소비액은 지난 2022년 상반기 105위안(약 2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102.9위안(약 1만 9000원)으로 소폭 줄었다. 하이디라오를 방문하는 고객이 같은 훠궈를 먹으면서도 더 적게 소비한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1~2선 도시 1인당 소비액은 각각 7.1위안(약 1300원)과 2.5위안(약 460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현지 프랜차이즈 전문가 원즈훙(文志宏)은 “하이디라오는 이미 서브 브랜드를 통해 훠궈 외의 메뉴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며, “이번에 다시 주력 상품인 훠궈로 회귀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이라오 훠궈의 포지셔닝은 친서민적이고 가성비 좋은 브랜드로서, 향후 모체인 하이디라오의 시장 침투율 확대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디라오. 사진 셔터스톡

하이디라오. 사진 셔터스톡

하이디라오가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훠궈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훠궈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하이디라오는 자체 브랜드의 특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이라오 훠궈라는 친서민적인 서브 브랜드 론칭을 통해서는 프랜차이즈 확장을 가속하는 한편, 시장 점유율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서브 브랜드로서는 하이디라오의 공급망과 브랜드 영향력이 큰 뒷받침이 될 전망이다. 다만, 시장 포지셔닝, 인재 확보, 품질 관리, 자본 투자 등은 여전히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이디라오의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 수준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특색을 구축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켜야만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즈훙은 “하이라오 훠궈는 하이디라오라는 든든한 배경을 둔 덕분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면서도, “단가가 낮기 때문에, 운영 효율 및 회전율을 높여야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훠궈라는 주력 메뉴는 같지만, 포지셔닝과 수익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언급했듯, 하이디라오를 비롯해 현지 업계에서 이른바 가성비 브랜드를 내세우기 시작한 것은 중국인들의 소비 인식 변화에서 비롯됐다. 역대급 실업률과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보다 이성적인 소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 유명 왕훙(网红)이 라이브 방송 멘트로 인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사건도 이러한 분위기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 9월, ‘립스틱 오빠’라 불리는 뷰티 인플루언서 리자치(李佳奇)는 화장품 라이브 방송 중 ‘아이브로우 79위안이 뭐가 비싸냐’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중국인들은 79위안으로 살 수 있는 제품들을 나열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가성비 좋은 중국 로컬 브랜드가 주목받기도 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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