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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직전 경보 울렸다…中 10대 소년 목숨 살린 '매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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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자살이라는 중요한 사회 문제에 개입해 인간의 삶과 죽음 사이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AI는 자살이라는 중요한 사회 문제에 개입해 인간의 삶과 죽음 사이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비극이다. 많은 이들이 오늘도 다리 위를 서성인다. 지친 삶을 끝내려는 자살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 그들의 자살을 막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줄 방법은 없을까.

#1. 올해 6월 초 중국 간쑤(甘肅)성 딩시(定西)시의 관할구역인 린타오현(林濤縣)에서도 자살 시도 사건이 있었다. 한 십 대 소년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슬픈 결말은 아니었다. 가드레일에 접근하는 순간부터 린타오 수도국 레이더망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마 소년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을 터. 그가 강물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으려는 순간, 수도국에서 경보가 울렸다. 소년은 무사히 구출되었고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AI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십 대 소년은 린타오 수도국이 AI를 통해 구조한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지난 6월 AI 시스템을 통해 감시되고 있는 소년.

지난 6월 AI 시스템을 통해 감시되고 있는 소년.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가드레일을 넘는 소년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가드레일을 넘는 소년

#2. 린타오현은 황허(黄河) 강 상류에서 두 번째로 큰 지류인 타오강의 이름을 딴 곳이다. 사고든 고의든 물에 빠지는 사건이 이곳에서도 왕왕 나타난다.

해결방법은 없을까? 

사람을 보내 감시하려면 현 전체 공무원을 동원해도 부족할 것이다. 빨리 구조한다 해도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골든 타임을 놓쳤을 수 있다. 마침 수자원 관리 공사가 린타오현에 남긴 게 있다. 카메라다. 총 200대가 넘는 카메라가 타오강을 따라 설치되어 있다.

카메라의 역할은 무엇인가? 데이터를 남기는 것이다. 카메라는 보행자의 행동을 명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감시를 통해 익사 사고에 조기 경보를 한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린타오 수도국은 바이두(百度·중국 최대 포털)에 자살 식별을 전문으로 하는 AI 시스템 개발을 의뢰했다. 이는 중국 최초의 익사 방지 AI 모델이기도 하다. 자살 시도를 하려는 사람이나 물에 빠진 사람의 유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AI 모델에 포착되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린다. 문제는 모델은 있으나 이를 훈련할 컴퓨팅 자료가 적다는 것이다. 훈련이 충분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경보를 잘못 울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린타오현은 자체 데이터를 만들었다. 강가에서 정처 없이 방황하거나, 가드레일을 넘거나, 위험한 장소에 멍하니 서 있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할만한 행동을 시뮬레이션해서 AI 모델을 훈련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다리 옆 난간을 넘거나 강가를 헤매는 사람을 발견하면 AI 시스템은 자동으로 경보를 울린다. 8월에도 강에 뛰어들려고 한 소녀를 10분 만에 구조했다.

지난 8월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강에 뛰어들려고 하는 소녀.

지난 8월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강에 뛰어들려고 하는 소녀.

#3. 우한과학기술대학교 빅데이터 연구소 부원장 황즈성(黄智生)은 2018년 ‘나무 구멍 구조 작전’팀을 꾸리고 ‘AI 나무 구멍 로봇’이라 불리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웨이보(微博·중국 SNS)에서 자살 위험으로 의심되는 정보를 발견하면 구조대에 보고하고 자원봉사자가 개입해서 구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나무 구멍: 비밀을 간직한 사람이 나무 구멍에 대고 비밀을 말한 뒤 흙으로 구멍을 막으면 나무 구멍이 비밀을 지켜준다는 동화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인터넷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나무 구멍’이 되었고 중국의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웨이보에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나무 구멍 구조 작전팀을 만든 황즈성(?智生) 부원장이 나무 구멍을 가리키고 있다.

나무 구멍 구조 작전팀을 만든 황즈성(?智生) 부원장이 나무 구멍을 가리키고 있다.

구조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AI 나무 구멍 로봇이 하루 24시간 웨이보를 순찰하며 자살 성향을 보이는 대상(나무 구멍 아기)을 찾는다.
둘째, 자원봉사자를 통해 발견된 ‘나무 구멍 아기’에게 DM으로 안부를 물으며 위로와 조언을 해주거나 전화 연결을 시도한다.
셋째, 필요에 따라 ‘나무 구멍 아기’에게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제공하거나 현지 경찰, 병원 등 기타 기관에 연락해 긴급 구조 요청을 한다.

5년이 지난 지금, 수십 번의 업그레이드 끝에 AI 나무 구멍 애플리케이션의 정확도가 80%를 넘었다고 한다. 기술 원리는 간단하다. AI 애플리케이션이 웨이보상의 발언을 감지해서 자살 성향이 있는 텍스트로 확인되면 자살 위험 평가 메커니즘을 빠르게 활성화한다. 자살 위험도는 10단계로 나뉜다. 위험 레벨이 5단계를 넘으면 모니터링 범위에 포함돼 구조팀이 수시로 나무 구멍 아기의 상태를 확인한다. 만약 위험 레벨이 9단계를 넘으면 구조대가 직접 개입해 대상에 관여한다.

구조팀의 운영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현재 구조팀에는 9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그중 정신과 의사와 심리 상담 전문가가 1/3 이상을 차지한다. 자살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5~6명으로 구성된 구조팀을 꾸리는데 팀 내에 정신과 의사가 최소 한두 명 정도 있다.

개입에 대한 표준 운영 방법도 있다. 몸에 병이 있는 사람은 의사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심리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는 자원봉사자를 통해 관련 전문가를 추천해 준다. 채무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는 변호사를 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실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식이다.

지난 5년 동안 나무 구멍 구조팀은 약 99%의 성공률로 6,000건이 넘는 극단적 선택을 막았다.

충동적 자살 행위의 주기는 13초다. 만약 13초 안에 붙잡았다면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충동적 자살 행위의 주기는 13초다. 만약 13초 안에 붙잡았다면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충동적 자살 행위의 주기는 13초다. 만약 13초 안에 붙잡았다면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무 구멍 구조작전팀에 전해지던 말이다. 자살 개입의 결정적인 순간을 보여준다. AI는 개개인의 SNS 속 말과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자살 위험 요인을 식별해서 적시에 관련 기관에 경고를 보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좋은 기술은 전혀 추상적이지 않다. 기술의 본질은 공학적으로 사람들의 욕구를 실현하는 것. 다시 말해 실제 문제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좋은 기술은 항상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방향이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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