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 수퍼 DNA 지닌 ‘체조의 박태환·김연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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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의 신' 양학선(20·한국체대)이 한국 체조의 역사를 새로 썼다. 불가능할 줄로만 알았던 체조 종목에서 당당히 세계를 제패했다.

양학선은 7일(한국시간) 끝난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6.533점을 획득해 2위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16.399점)을 따돌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1960년 로마 올림픽부터 참가해 온 한국 체조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도 이루지 못한 것을 이뤄냈기에 그 울림은 컸다. 수영의 박태환,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가 그랬던 것처럼 양학선은 체조에서 독보적인 실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빼어난 기량으로 개인·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던 박태환·김연아의 길을 그대로 밟았다고 일간스포츠가 7일 보도했다.

◇ 완벽하게 선보인 세계 유일의 기술

양학선은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기술을 소화해 최고의 성적을 냈다. 양학선이 결선 1차 시기에 선보인 것은 도마를 양손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세바퀴를 돌고 착지하는 난도 7.4점짜리 초고난도 기술이다. 자신이 처음 창안해 시도하는 기술이라 이름도 '양학선(Yang Hak Seon)'이다.
자신의 기술이라도 난이도가 워낙 높아 자칫 큰 실수라도 하면 그르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학선은 대담했고,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진 2차 시기에서 난도 7.0점짜리 스카라 트리플 기술을 공중 동작에 착지까지 완벽하게 선보인 양학선은 2위와 0.134점 차의 압도적인 차이로 금메달을 따냈다. 워낙 기량이 좋아 다른 선수들이 곧바로 금메달을 인정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을 정도였다.

◇ 풍부한 국제경험, 당당한 자신감

어리지만 풍부한 국제경험도 양학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양학선은 이제 막 스무살을 넘었지만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양학선' 기술을 실전에서 선보였다. 국제대회 분위기, 심판 판정 등을 경험하고 올림픽에 나선 만큼 세계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온 국민과 관심이 쏠린 올림픽에서도 결코 떨지 않았다. 올림픽 전에도 그는 "훈련하면서 이 정도만 하면 무난하게 금메달을 딸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다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올림픽에만 서면 막연한 부담감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기존 선배들과 달랐다.

◇ 아직도 배가 고프다…더 진화한다

아직 나이가 어려 당분간 1인 독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양학선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이미 양학선은 '양학선' 기술에서 반 바퀴를 더 도는 일명 '양2'를 개발하고 있다. 양2까지 성공하면 양학선은 그야말로 당분간 뚜렷한 적수 없는 독보적인 체조 선수가 될 수 있다. 20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유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4년 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도 양학선이 세계 정상에 설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한국 체조 수퍼 DNA'가 탄생한 순간이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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