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 2년전 경기서 3위 하자 "딴지 못걸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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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의 금메달은 예견된 것이었다. 여홍철·이주형 등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는 선배들은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해 은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양학선은 최고의 기량과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연기를 펼칠 줄 아는 ‘강심장’까지 갖췄다. 그는 경쟁의 긴장감과 압박감을 즐긴다. 올림픽도 그에게는 신나게 구르고, 날아오르며 즐기는 무대였다.

그의 기량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 최고다. 그가 결선에서 사용한 기술 ‘양학선(양1)’은 세계에서 유일한 난도 7.4의 기술이다.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집에 ‘YANGHAKSEON(양학선)’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등재됐다. 여홍철의 ‘여2’를 응용해 반바퀴를 더 돌아 공중에서 세바퀴(1080도)를 도는 기술이다. 현재 난도 7.4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는 전 세계에 양학선밖에 없다.

양학선은 예선에서는 양1을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열린 예선에서는 1차 시기엔 '여2'를, 2차 시기엔 '스카라 트리플' 등 7.0점짜리 기술만 구사해 평균 16.333점을 기록했다. 그래도 전체 2위로 여유롭게 결선에 올랐다.

이처럼 양학선이 최고의 기량을 갖게 된 것은 지고는 못사는 강한 승부근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학선의 아버지는 양관권씨는 “2년 전 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한 뒤 학선이가 ‘아무도 트집잡을 수 없는 신기술을 만들어야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양1이다. 양학선은 양1을 완성하기 위해 수만번을 달리고 구르고 날아올랐다.

양학선은 웬만한 일에는 떨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표현하는 타입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당시에도 포디움(경기장 무대) 리허설 중 카메라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배짱을 보여줬다. 굳은 얼굴로 포디움에 서 있던 선배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양학선에게도 런던 올림픽은 약간은 긴장되는 무대였다. 런던에 처음 와서는 핫핑크색 포디움 적응에도 애를 먹었다. “금메달을 놓치고 동료들과 사람들이 나를 외면하는 꿈을 꿨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양학선은 기대대로 결선에서 모든 부담감을 떨치고 자유롭게 날아올랐다. 자신의 연기를 마음껏 펼쳤고, 관중들의 박수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수없이 마음속으로 속삭였던 ‘할 수 있다’는 믿음은 현실이 됐다.

런던=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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