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유골로 돌 만든 사회학자 “개 산후조리원 생길 거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5.24

김문조(75)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1983년 여름 미국을 방문했을 때다. 그곳에선 동물 권리, 동물 복지 등 동물권이 떠오르는 연구 대상이었다.대학가 서점들엔 동물 권리, 동물 복지 등을 주제로 한 책들이 즐비했다.‘할 게 없어 저런 걸 하나. 사회학도 참 쪼잔해졌다’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한국에도 곧 닥칠 상황이었다.

김문조 교수는 한국 사회학계 석학이다. 반려견 조이의 유골함을 자택 거실에 안치했다. 김현동 기자

김문조 교수는 한국 사회학계 석학이다. 반려견 조이의 유골함을 자택 거실에 안치했다. 김현동 기자

2010년 1월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셋째 딸을 인천공항으로 마중 나갔다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딸의 품에 ‘하얀 솜뭉치’가 숨 쉬고 있었다. 유학 생활이 적적하다며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신문을 보고 데려온 강아지 조이(Joy)였다. 2년 전 이름을 고민하길래 “베토벤 교향곡 ‘환희의 송가(Ode to Joy)’에서 따서 짓자”고 했던 기억이 났다.

항공료도 따로 내고 백신도 맞혀야 하는데 한국까지 데려올 줄 몰랐다. ‘결혼할 나이인데 남자친구 이야기는 없고…. 가축을 데려오다니 참 별일도 다 있다.’

하지만 당혹감은 곧 사라졌다. 영롱한 눈빛에 볼에 착 달라붙은 귀. 목화송이 같은 은백색 털. 조이는 아프리카 섬 마다가스카르의 국견(國犬) ‘꼬똥 드 툴레아’ 종이라고 했다. 집에 온 조이는 내가 공부방에 들어가면 쪼르르 달려와 의자 밑에 몸을 뉘곤 했다. 쇼팽 피아노곡같이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면 눈을 지그시 감고 경청했다.

한 달 뒤 미국으로 돌아가려는 딸을 불러 세웠다. “조이 두고 가라. 내가 키우마.”

그렇게 함께한 조이가 지난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장례를 치러주고 유골 일부를 구슬 같은 ‘영혼석’으로 만들어 거실에 뒀다.

예전엔 개만도 못한 사람이란 말이 있었는데, 요샌 사람만도 못한 개는 없고 사람보다 나은 개는 많다고 하잖아요. 사람을 점점 믿지 못하게 되지만,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관계는 필요하니까 결국 인간 아닌 존재를 통해 인간다운 관계를 추구하는 역설이 나타나는 거죠.

원로 사회학자가 내다보는 반려 문화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나의 반려일지 11화 목록

1. 조이 유골로 영혼석 만든 이유
2. 가축서 애완으로, 이젠 ‘동료 시민’
3. 새끼 낳은 개, 조리원 보낼 가능성
4. 반려동물 인격권, 바티칸 화두 될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이야기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10화 : 스무살 살다간 몰티즈 짱아…‘짱바타’가 펫로스 달래줘요 
9화 : 4번 이별하고 또 동거한다…홍대여신 “난 구원 받았죠”
8화 : 윤공희 대주교 100세 맞았다…‘광주 고발’ 신부의 삶과 반려

김 교수는 조이의 유골 일부를 스톤(동물 유골을 보석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제작했다. 김현동 기자

김 교수는 조이의 유골 일부를 스톤(동물 유골을 보석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제작했다.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