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수술 대학병원 11곳 … 사망률 높아 최하위 등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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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모(59)씨는 2008년 5월 서울 A대학병원에서 위암 1기 진단을 받고 위를 통째로 잘라냈다. 하지만 출혈 때문에 배가 불러와 다시 응급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 두 차례 또 수술대에 올랐다. 출혈 원인을 찾기 위해 더 큰 대학병원 의사 지원을 받았지만 실패했고 그해 7월 말 숨졌다.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의사가 봉합수술을 잘못해 출혈을 야기한 점을 인정해 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올 2월 2심에서 1억5000만원 배상으로 조정됐다.

 A병원은 2008년 95건, 지난해 115건, 올해 91건의 위암 수술을 했다. 이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에서 위암 수술 분야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수술 건수는 심평원 기준을 충족했지만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 최하위 등급으로 매겨졌다. 이 병원처럼 문제 있는 대학병원은 위암 수술 분야 4곳, 대장암 5곳, 간암 11곳이었다.

심평원은 수술 후 한 달 내 사망률이 크게 달라지는 지점을 ‘수술 건수 기준’으로 잡았다. 위암 수술은 연간 41건, 대장암은 31건, 간·췌장·식도암은 2년간 21건이다. 위암은 연간 41건이 넘는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의 한 달 내 사망률에서 6.8배, 대장암은 3.56배 차이가 났다.

 심평원의 수술 건수 기준에 미달하는 데는 수두룩하다. 지난해 위암 수술을 한 병·의원 222곳 중 155곳, 대장암은 289곳 중 203곳, 간암은 127곳 중 70곳, 췌장암은 116곳 중 80곳이다. 이런 병·의원들이 시행한 위암 수술은 1116건으로 전체 위암의 6.5%에 해당한다. 대장암 수술의 7.8%, 간암 수술의 4.3%, 췌장암 수술의 15.2%가 그렇다. 동네의원 3곳은 위암 수술을 한 건씩 했고 6곳은 대장 수술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병·의원 44곳은 단 한 건의 위암 수술을 했다. 순천향대 의료과학대학 민인순(보건행정경영) 교수는 “심평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병원들은 수술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명단을 공개해 환자들이 선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박유미·황운하·이주연·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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