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눈 뜨게 한 주천기 … 김수환 각막도 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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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가운데)가 11일 아들(21) 간을 아버지(52)에게 이식하고 있다. 이 교수팀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381건의 간이식 수술을 했다. [변선구 기자]

장기 이식 수술은 ‘종합 의학의 꽃’으로 불린다. 수술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감염이나 면역(免疫) 관리가 중요하다. 또 소화기내과·순환기내과·외과·방사선과·진단검사의학과·병리과 등의 진료 분야가 고루 발전해야 한다. 아무 병원이나 이식 수술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종합의술의 중심에는 외과의사가 있다. 장기를 잘라내 다른 사람의 몸의 일부로 만든다. 명의(名醫) 중의 명의로 불린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 주목을 받은 명의가 있다. 추기경의 각막을 적출(摘出)해 두 사람의 눈을 뜨게 한 서울성모병원 주천기(55·안과) 교수다. 주 교수는 1989년 각막이식을 시작해 1000명가량 성공했다. 주 교수는 젊었을 때 돼지 각막 등으로 기술을 익혔다. 92~94년 미국 유학 시절 생쥐 700여 마리의 각막을 이식하느라 눈과 손끝이 떨리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주 교수는 “직경 2㎜에 불과한 생쥐의 각막에 12바늘을 꿰매 이식을 마치는 수술을 반복했다”며 “사람의 각막 직경은 이보다 훨씬 긴 8㎜(18바늘)여서 생쥐보다 훨씬 쉽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지금도 새 기술을 배우는 데 열정을 보인다. 2009년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프라이스박사 안과 클리닉에서 3000달러를 내고 이틀 강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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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간이식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이승규(62·외과) 교수가 독보적이다. 99년 세계 최초로 우측부위 간이식에 성공하면서 이 분야 세계 최고가 됐다. 90년대 초반 매주 토요일 10시간 동안 개를 활용해 수술기술을 익혔다. 수술할 때마다 10시간 넘게 구부리다 보니 어깨가 굽었고 발등과 정강이에 피부병이 떨어지지 않는다. 36시간 연속 수술하느라 몸무게가 4㎏ 빠진 적도 있다. 그가 속한 아산병원은 지난해 세계 간이식센터 가운데 가장 많은 381건의 수술을 했다. 2007년부터 매년 300건 이상 수술하고 있고 96~97%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85% 수준인 미국·일본을 압도한다.

 이 교수와 9년째 함께하고 있는 아산병원 송기원 교수는 “국내외 다른 의사와 비교했을 때 생체(生體) 간이식(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 분야에서 이 교수가 제일 경험이 많다”며 “다른 병원에서 포기할 것 같은 환자도 끝까지 메스를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서경석(51·외과) 교수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먼저 생각한다. 서 교수는 2007년부터 간 공여자의 장기를 적출할 때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복강경 수술을 시도해왔다. 미혼의 젊은 여성이 부모에게 간을 떼어 준 뒤 배 흉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2008년 말에는 장기 기증자와 이식 받은 환자 10명과 함께 6189m의 히말라야 정상을 등정했다.

 신장·췌장 이식의 대가인 아산병원 한덕종(62·외과) 교수는 한때 ‘살인죄’ 누명을 쓰기도 했다. 장기이식법이 없었던 90년 뇌사자의 신장을 적출해 만성 신부전증 환자 2명에게 이식한 것이 문제였다.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그 이후 생체 췌장이식, 생체 신장·췌장 동시 이식수술에 성공하면서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백효채(54·흉부외과) 교수는 96년 국내 최초로 폐이식에 성공한 이후 이 분야의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뇌사자가 생기는 날에는 무조건 밤을 새운다. 골수이식 의 명의인 서울성모병원 이종욱(54·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세계에서 다섯째로 많은 수술을 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박유미·황운하·이주연·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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