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 심장마비 응급의료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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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최승혁 교수(왼쪽) 팀이 13일 오후 갑작스러운 흉통으로 응급실에 온 50대 환자를 심혈관 조영실에서 관상동맥중재수술을 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서울 중랑구 김태호(72·가명)씨는 지난달 21일 가슴 통증을 느꼈으나 30분 후 멈춰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22일 새벽에 통증이 재발하더니 온몸이 떨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심전도 검사에서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 판정을 받고 급성흉통센터(심장응급실)로 옮겼다. 의료진은 피를 묽게 하는 약을 투여하고 심장혈관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3층 심혈관조영실에서 심장내과 전문의가 풍선확장술로 막힌 혈관을 뚫고 스텐트(고정용 그물망)를 넣어 피가 잘 돌게 했다. 병원 도착에서 수술까지 27분 걸렸다. 김씨는 목숨을 건졌고 닷새 뒤 퇴원했다. 이 병원은 국내 최초로 2006년 심장응급실을 만들었다. 흉통 환자가 응급실에 방치돼 타이밍을 놓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여기에 심장내과 전문의가 24시간 대기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삼성서울병원이 중앙일보 병원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여기에 든 상급종합병원(대형 대학병원)은 삼성 외 12곳이 더 있다. 서울대·분당서울대·서울아산·신촌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등이다. 상급병원보다 작은 종합병원 중에는 화순전남대·전주예수·한림대강남성심·보라매병원 등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본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급성심근경색·관상동맥우회로수술·항생제·엉덩이관절치환술·제왕절개 등 22개 분야 진료 평가자료를 점수화해 3등급(최우수·우수·보통)으로 분류했다. 평가 틀은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와 심평원에 자문해 만들었다. 평가 대상은 상급종합병원 44곳, 종합병원 56곳 등 100대 병원이다.

 최우수 등급에 든 13개 대형 대학병원은 급성심근경색 환자 진료(막힌 심장혈관 우회수술 포함)를 잘 하는 특징이 있었다. 이 분야에서 삼성서울병원이 유일하게 최고점수를 받았다.

 큰 수술을 할 때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 그래서 피부 절개 한 시간 전에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게 중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03년 항생제 처방을 제대로 했는지를 자동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3개월마다 체크한다. 이 병원은 수술 관련 항생제 8개 항목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았다. 이 덕분에 분당서울대병원은 개원한 지 8년 만에 본지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에 올랐다. 서울대병원도 비슷한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은 뇌졸중 부문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이 병원은 2007년 뇌졸중 환자 ‘도착 후 한 시간 내 수술’ 지침을 만들어 거의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 의료기관인증기관(JCI)이 국내 처음으로 뇌졸중 관리 합격 판정을 내렸다.

 최우수 등급 병원에는 지방 병원이 상당수 포진했다. 영남대병원이 대표적이다. 이 병원은 엉덩이관절치환수술 기준 건수를 충족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심평원 기준에는 연간 31건의 수술을 해야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낮다고 인정하는데 영남대병원은 매년 100건 이상 수술한다.

 35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중 최우수 등급을 받은 곳에는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데가 많다. 전주예수·광주기독·인천성모·동국대일산불교병원 등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사립병원인데도 공익을 우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전북 전주시 전주예수병원은 종합병원으로는 드물게 거의 모든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비결은 ‘원칙대로 진료’이다.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예:거꾸로 있는 태아) 외에는 제왕절개를 한 적이 거의 없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박유미·황운하·이주연·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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